에피소드 2: 사교적인 환담의 비통한 무게

Posted in Magic Story on 2021년 11월 5일

By K. Arsenault Rivera

K. Arsenault Rivera is the author of the Ascendant trilogy, as well as a writer on Batman: The Blind Cut and The Shadow Files of Morgan Knox. She's a lifelong Brooklynite who has never met a hobby she didn't like. To celebrate the release of her debut novel, she got a Magic: The Gathering tattoo.

"그녀를 보셨나요?"

"아뇨, 당신은요?"

"끔찍하군요,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어야만 한다니. 자신을 이니스트라드의 군주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는 몰라도, 그건—"

"너무 큰 소리로 말하지 말아요, 렐리오—"

"그건 얼토당토않은 소리죠!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 믿지 않을 생각입니다."

Voldaren Estate
Voldaren Estate | Art by: Richard Wright

렐리오는 자신의 잔에 담긴 음료를 들이켰다. 그의 턱을 타고 피가 약간 흘러내렸고, 코르델리아가 그에게 경고한 대로 그의 순백색 옷깃에 얼룩이 남았다. 그는 그녀의 말을 듣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그에게 허접한 것을 먹지 말라고 말했지만, 그는 먹고 말았다. 그녀는 누스파르 가문 사람들이 어린애처럼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적대시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그보다 다섯 배는 나이가 많은 소녀의 머리 위에서 피에 절인 사탕을 흔들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 말았다. 코르델리아가 아는 모든 흡혈귀들 중에서, 자신의 불멸성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작별하고자 하는 자는 렐리오가 분명했다.

솔직히 그녀는 이런 일들을 상대하는 것에 진력이 나 있었다. 보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스트롬커크 광신도 모임은 그 나름의 매력은 있었지만 이런 허례허식은 전혀 없었다. 코르델리아는 옆에 앉아 있는 여자만큼이나 좋은 예언을 들려 주는 설교를 좋아했지만, 때로는 다른 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

사실상 모든 이가 결혼식을 위해 볼다렌 저택에 모여들었다. 올리비아는 자신을 능가할 정도로 장식에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 코르델리아는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금 보이는 광경에 대해 논쟁의 여지는 없었다. 볼다렌 저택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발 밑에 깔린 붉은 카펫은 금실로 수가 놓아져 있었고, 드레스 코드에 맞춰 입고 온 참석자들의 가운과 양복에도 붉은색이 깃들어 있었으며, 몇 발짝 거리마다 아름다운 검붉은 색이 층층이 쌓여 있는 피 분수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공중에서 흩날리며 춤추는 붉은 꽃잎들이었다. 수백 년 전, 코르델리아는 정원을 가꾼 적이 있었다. 공중에서 떠다니는 꽃잎들을 바라보자 오래 전에 지나간 날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렐리오가 늘어놓는 말들을 듣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그는 여전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거기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올리비아가 돔나티 가문을 초대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그게 뭐가 그렇게 문제라는 거죠? 라고 묻고 싶었다. 아, 그래. 그들은 악마들과 협력했다고 하지만 여기엔 악마가 없었다. 적어도 코르델리아에게 보이는 악마는 없었고적어도 돔나티 가문은 드레스 코드를 따랐다. 렐리오는 흰색과 청색으로 꾸미고 왔다. 실화인가.. 옷감에 닿으면 액체의 형태로 돌아가는 피의 꽃잎들로 인해 그의 옷소매는 벌써 보라색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인간 한 명이 지나가면서 고맙게도 그녀의 동반인의 끊임없는 수다로부터 또 다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올리비아의 훌륭한 취향이 오늘 밤 아주 잘 드러나고 있었다. 노예들은 꼿꼿하며, 나긋나긋했고, 아름다우며, 잘생겼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그의 손에 올려진 쟁반에는 신선한 피가 담긴 크리스탈 잔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코르델리아는 그의 목을 물어뜯어 곧바로 피를 마시면 비난을 받게 될 지를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 남자의 육체에는 아무런 흔적도 나 있지 않았다. 만약에 그가 누군가의 특별한 애완동물이라면 위험을 감수할 가치는 없을 터였다. 게다가 홀 안에서는 이미 다섯 개의 결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내장 적출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었다. 결혼식장에서 내장을 적출하는 일은 부적절해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누스파르 가문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을 멈출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코르델리아가 잔을 하나 더 집어들었을 때, 겉보기에는 열 살도 되지 않은 듯한 소년이 한 남자의 가슴에 손을 찔러넣었다. 그녀는 혀를 찼다. 상대는 자신의 모자가 떨어지기만 해도 결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진 마르코프 가문의 크리스토프 로렌트였다. 이 세상의 모든 무술 실력을 가졌다고 해도 누스파르 가문이 가진 순수한 포식자의 본능으로부터 그를 구해 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어디에서든 전장에 있는 것만큼이나 열정적인 자세를 보였던 크리스토프를 좋아했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그를 보면서, 그녀는 아주 티끌만한 슬픔의 흔적만을 느낄 수 있었다. 뭐 어때, 불멸자에게 있어서도 사랑은 꽃만큼이나 덧없는 것이었다.

"그녀가 누굴 초대했는지 한 번 보라고요. 괴물들 아닙니까. 내 말하지만, 흡혈귀가 된다는 것이 이제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뜻이 되어 버렸죠," 렐리오가 마구 지껄였다. "우리가 모두 이 미친 여자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는 것만 봐도 느껴지지 않습니까."

"렐리오, 당신은 볼다렌 가문의 사람이에요," 그녀가 딱 잘라 말했다.

"그것은 내가 다른 이들보다 그녀를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백 년 전이었다면 우리는 절대로 돔나티 같은 것들과 촐랑거리며—"

렐리오의 그 다음 헛소리는 그의 입 속에 차오르는 피에 잠긴 채로,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마치 폭포와도 같이 피가 그의 가슴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는 코르델리아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옆으로 가볍게 비키며 그의 마지막 움켜쥠을 피했다. 3 초가 지나자, 그의 시체는 잘 닦인 대리석 바닥에 쿵, 하고 쓰러졌다.

악마의 동조자라고 알려진 헨리카 돔나티가 그의 뒤에 서 있었다. 진홍색 촉수들이 그녀의 손가락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검붉은 동맥혈이 그녀의 잔을 채웠다. 그녀의 강철 같은 시선이 코르델리아를 향하자, 코르델리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도망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부였다.

"끔찍하게 시시한 남자로군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의 친구였나요?"

"아뇨, 아닙니다. 돔나티 부인, 전혀 아니에요," 코르델리아가 말했다.

한때 그리즐브랜드와 사랑을 나눴다는 소문이 난 그녀가 씩 웃었다. "좋아요. 그런데 당신은?"

"코르델리아—"

”아아, 네, 스트롬커크 가문이로군요, 그렇지 않나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가 코르델리아의 옷차림을 훑어 보는 시선이 고양이가 쥐를 관찰하는 것과도 같아 불편했다. "최근 들어 당신들 종족에 대해 몇 가지를 물어보고 싶었는데, 대답해 주려는 자가 아무도 없어서 말이에요. 참 아쉬운 일이지 않나요?"

헨리카 돔나티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하는 지는 소문이 조용히 돌고 있었다. 다들 큰 소리로 이야기하기는 두려워했기에 속삭일 뿐이었다. 돔나티 혈통은 악마들과 어울리는 것으로 유명했으나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했다. 심지어는 그들이 . . . 악마들에게 호의를 베푼 대가로 다른 흡혈귀들은 꿈에서나 상상 가능한 힘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리고 헨리카 본인에 대해서 말하자면 . . .

인간 노예가 아무 말 없이 몸을 숙여 렐리오의 시체를 끌고 갔다. 그것은 코르델리아의 관심을 잠시나마 다른 데로 돌리기에 충분했다. 원초적인 공포에 그녀는 휩싸였다: 그녀는 흡혈귀이었지만, 렐리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그와 같은 꼴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았다. 헨리카에게 그럴 마음만 있다면, 그녀는 코르델리아를 곧바로 죽—

팅, 팅, 팅.

모든 시선이 연단으로 향하면서 웅장한 홀 안에 핏빛 물결과도 같은 적막이 감돌았다.

올리비아 볼다렌이 마침내 도착한 것이었다.

Olivia, Crimson Bride
Olivia, Crimson Bride | Art by: Anna Steinbauer

그리고 그녀의 입장하는 모습은 얼마나 놀라웠는지! 결혼식 예복을 입고 계단을 따라 떠내려오는 그녀의 하늘거리는 치맛자락은 박쥐들이 하늘 높이 떠받들고 있었다! 불가사의한 빛들이 매번 새롭게 반짝였고, 반짝임마다 각각 새로운 디테일을 조명했다: 은은하게 빛나는 그녀의 황금빛 보석, 반짝이는 그녀의 이빨, 그리고 그녀의 가장 오래된 희생자들의 영혼으로 만들어진 가운의 화려한 자태를 말이다. 코델리아는 자신이 살아 온 수백 년 정도 동안 이렇게 공들여서 제작된 의상을 본 적이 없었다. 옷의 옷깃만 해도 최소한 유아 몇 명의 키만큼은 되는 것 같았다.

헨리카마저도 감탄하며 흠, 하는 소리가 작게 빠져나왔다. 그녀는 코르델리아를 한쪽 팔로 감쌌다. "참 아쉽군. 파티가 시작되어 버리다니."

"그-그러게요," 코르델리아가 대답했다.

하지만 올리비아 덕분에 그들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됐다.

"안녕하신가요, 제 친애하는 친구들, 그리고 철천지 원수 여러분!" 그녀가 그렇게 기뻐하는 듯한 어조로 말하는 것에서 좋은 소식이 나올 리는 만무했다. "벌써 살인이 여기저기서 일어난 게 보이네요. 정말 재미있군요! 제 결혼식에서 피의 제물을 바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루 말할 수 없군요! 하지만 결혼식에 신랑이 없으면 결혼식이라고 부를 수 없겠지요?"

그녀는 유리잔을 높이 쳐들며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곧 그녀는 더 이상 연단에 혼자 있지 않았다. 농담의 의미로 아바신 교단의 장신구로 치장한 깔끔하게 차려 입은 한 무리의 노예들이 정교하게 조각된 돌의 관을 들고 나타났다. 관은 금으로 상감이 된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고 마르코프 가문의 빛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노예들은 관을 똑바로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홀 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조용해졌다.


찬드라 날라르는 위험 속으로 가장 먼저 파고든다.

그것이 그녀의 평소 행동이었다. 그건 종종 잘 먹혔지만 오늘 밤, 그녀가 볼다렌 저택의 바깥에 서 있는 경비병들을 지나가려고 했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새 한 마리가 벽으로 날아들자 테페리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무슨 마법에 걸린 것인지 새는 그 자리에서 곧장 불태워져 검게 탄 덩어리로 부스러지면서 떨어져내렸다.

"음 . . . 이렇게는 안 될 것 같네," 찬드라가 말했다.

아델린은 웃음을 참으려 했고, 그 덕분에 방금 전 사건은 나름 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던 일이 되었다. 찬드라는 그녀의 웃음을 듣지 못한지 꽤 되었기 때문이다. 약간 씁쓸한 심정으로 그녀는 문 양쪽에 우뚝 서 있는 경비병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들이 직접적으로 잘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의 일부이기는 했다

By Invitation Only
By Invitation Only | Art by: Micah Epstein

정문으로 곧바로 오자고 한 것은 아를린의 생각이었다. 결혼식이 진행 중이니 그들이 소린과 함께 소규모 집단으로 나타난다면, 아마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찬드라는 듣자마자 그것이 멍청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화려한 복장을 하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적진에 마음대로 들어오게 해 준다는 소리를 들어 본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소린 또한 해 볼 만한 시도라고 생각했고, 그리하여 이곳을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보기에는, 올바른 답은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리는 것이었다. 경비병들은 도망치거나 그들을 잡으러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싸워서 이겨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니스트라드의 생사가 달린 시간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그들은 합류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불러들였다. 계획이 있으면, 그리고 그 계획이 뱀파이어 파티를 망치는 것이라면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훨씬 쉬웠다. 습지, 황무지와 절벽에는 엄청난 분노가 있었고, 무언가 집어삼켜 버릴만한 것을 찾는 불길이 여기저기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찬드라는 그런 것들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말에 타서 대기하고 있는 성전사 부대가 곧바로 돌격할 터였다. 시가르다의 사제들은 구호를 외치며 밝은 기도로 마을 사람들을 천사의 날개처럼 감쌀 터였고, 그걸로 모두 해결될 터였다. 흡혈귀들에게는 한 줌의 희망도 없을 것이었다. 은달빛 열쇠를 집어들고 떠나면 된다.

하지만 그녀에게 쉬워 보였던 일은, 다른 이들에게는 더 복잡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녀의 주변에 있는 동료들은 다섯 명 뿐이었고, 나머지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들을 쳐다보자 그녀는 이번도 그런 상황 중 하나인 것이 분명하다고 느꼈다. 특히 소린이 그랬다. 그는 누군가가 그가 마실 피에다 식초를 슬쩍 집어 넣은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가 그보다 더 이상 속이 뒤틀린 것처럼 보일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을 고려했을 때 매우 인상적이었다. 뭐든 처음이 있는 거겠지,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초대장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못 지나갑니다," 경비명이 말했다. 올리비아 볼다렌은 이 일을 위해 목소리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흡혈귀 두 명을 선택한 것이 틀림없었다. 실제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것도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이니스트라드의 역사상 가장 낭랑하게 들리는 거절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과 같이 온 거라고 해도 말이에요?" 아를린이 물었다. 결혼 예복을 입은 그녀는 매우 멋져 보였지만, 생각해 보면 그녀는 대부분의 옷을 잘 소화해 냈다. 그럼에도 잘 다듬어진 검붉은 조끼와 옷깃에 수놓아진 자작나무 잔가지, 그리고 끝이 하얀 소맷동으로 마무리되어 있는 붉은색이 깃든 소매를 선택한 그녀의 취향은 매우 훌륭했다. 한쪽 어깨에 걸친 털 망토는 숲 사람같은 느낌을 더해 주었고,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그녀가 직접 곰을 쓰러뜨렸을 터였다. 그녀가 몸을 깔끔하게 단장한 모습을 보게 되어 좋았다. 마치 제일 좋아하는 이모를 파티에서 만난 것 같았다. "그는 초대장을 가지고 있어요."

"초대장 하나당 한 명씩입니다,' 경비병들이 한목소리가 되어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돼요," 찬드라가 말했다. "동반 1인도 안 된다고요?"

"더 들여보낼 수 있잖아요," 카야가 그들의 금박으로 장식된 갑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리가 부족한 것도 아니면서."

"게다가 이니스트라드의 모두가 새로운 부인에게 인사를 올리게 하고 싶다면 모두가 오게 해야 하잖아요,” 아를린이 말했다. "흡혈귀만 초대하면 안 되죠."

"그건 안 좋은 자세지," 테페리가 동의했다.

"초대장 하나당 한 명씩입니다."

찬드라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답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그냥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냥 들어가자.

하지만 곳곳에 보호진들이 깔려 있었다. 마녀들이 깨부술 수 없고 사제들은 해제할 수 없는 종류의 보호진들이었다. 흡혈귀 군대 또한 감시탑들을 순찰하면서 소요의 징후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들 중 얼마나 많은 자가 자신만의 마법을 가지고 있는지를 누가 알겠는가? 그들이 얼마나 굶주려 있는지를 누가 알겠는가? 물론 아를린과 아델린은 소규모의 군대에 필적하는 수의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일에 성공했지만 그들 모두는 이곳에서 싸울 준비가 되었는가?

바로 이곳에서, 지금 당장?

찬드라는 싸우고 싶었지만 그만큼 치러야 하는 대가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열쇠 없이는, 혹은 열쇠에 대한 즉각적인 희망 없이는 수확철의 대학살과 똑같은 참상이 다시 반복될 뿐일 터였다.

그날의 참상은 그녀의 마음에 새겨졌고 그녀는 그 상처가 몇 년 동안 남아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는 해의 따스한 주황빛을 받으며 누워있는 시체들과, 그들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축제 의상에 스며든 크랜베리 와인처럼 붉은 그들의 피가 말이다. 늑대인간과 흡혈귀들처럼 차려입은 것은 저항의 발로였다. 무참히 찢겨져 나간 그들의 시체를 보는 것은 . . . 전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역겨웠다.

하지만 이들은 무고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몇몇은 아직 어른이 되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해서 생각하면—아니, 그럴 순 없었다. 그냥 밀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아델린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 같았다. 찬드라의 어깨 위에 얹힌 성전사의 손은 언제나 그녀의 존재를 알리는 희미한 가죽 냄새와 함께 찬드라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아바신의 상징이 새겨져 있는 퍼레이드용 갑옷은 충분히 눈부셨고, 그녀에게선 항상 좋은 냄새가 났다. "인내는 덕이 있는 자에게 상을 내리지,"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 . . 인정해야겠어, 때로는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게 힘들다니까."

"내 말이," 찬드라가 말했다. 그 생각이 오래 가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도 참 곤란하게 됐네. 이렇게 둘이서 잘 차려입고선 갈 데가 없으니. 파티에 간다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파티라고? 이 모든 것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굵직한 목소리가 마치 주먹처럼 옆구리를 후려치는 것만 같았다. 찬드라는 움찔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녀는 그가 마침내 혼자서 침울해 하는 대신 그를 둘러싼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기뻤다. "내 말은, 이게 그냥 파티인 건 아니지," 그녀가 말했다. "난 분위기를 좀 밝게 해 보려고 한 거야, 소린."

"네게는 이 모든 것이 재미있는 놀이일 거라고 확신하겠지만. 날라르, 상기시켜 주도록 하지. 여기엔 어른들도 있어," 소린이 말했다.

"웃을 줄 아는 어른 몇 있지," 테페리가 말했다. "찬드라는 몇 번이고 자신을 증명했다네. 농담을 좀 할 자격은 있어. 이곳은 그녀의 고향 차원도 아니지. 그녀는 소환을 거절했을 수도 있고, 수확철이 끝난 뒤에 그냥 떠났을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지 않나."

소린은 자신의 손에 들린 초대장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찬드라는 그가 우울한 옛날 초상화 같다고 생각했고 그는 그 말을 듣는 것을 싫어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적어도 재빨리 입술을 깨물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있었다. 소린이 인간적으로 얼마나 별로였는지 혹은 그녀가 그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떠나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그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감정을 느낄지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혼자서 들어가도 괜찮겠어요?" 아를린이 그에게 물었다.

"내가 따라들어가는 시도를 해 볼 수도 있는데," 카야가 제안했다.

작은 유령이 된 카야가 시무룩한 소린의 머리 위를 떠다닌다니, 꽤 재미있는 생각이었다. 찬드라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카야는 정말로 유령인 것이 아니었고, 그러니 기껏해야 원래 크기로 그의 뒤를 따라다닐 터였다. 그럼에도 머릿속에서는 작은 모습이 훨씬 어울렸다. 하지만 그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는 방식 또한 너무나도 그와 어울렸다.

"난 수 세기를 혼자 지내 왔어," 그가 말했다. "이런다고 변하는 건 없지."

그는 혼자가 아니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그녀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물어 보고 싶었다. 그 안에 있는 여러 사람들은 그의 친척일 터였다. 저 안에는 그가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터였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경비병들 사이를 지나가는 소린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람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소린은 혼자서 걸었다.

그의 양쪽에 있는 경비병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장벽의 안전이 확보된 후 그들은 그를 성까지 동행하기로 했고, 바깥 관문의 문지기 역할을 대체할 증원군을 요청하는 전령 박쥐를 보냈다.

그의 발걸음은 매번 경비병들의 발걸음 소리와 어우러졌다. 구두가 대리석 바닥을 날카롭게 두드리는 소리를 갑옷들이 부드럽게 쨍그랑거리는 소리가 뒤따랐다.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들은 어둠 속을 비추는 달빛처럼 소리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신 동행하는 사람의 발걸음에 맞춘 안정된 박자로 걸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당신은 드레스 코드를 따르지 않았군요," 한쪽이 말했다. 소린은 그의 이름을 몰랐고, 그것을 신경쓰지도 않았다. "색상은 초대장에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양쪽에 있는 바위 덩어리 위에는 탑들이 떠 있었다. 각각의 탑 안에서는 수많은 볼다렌 가문 흡혈귀들과 그들의 손님들이 서로에게 피를 부어 주고 있었다. 그 방탕한 내음은 그가 있는 곳에서도 맡을 수 있었다. 그는 그들 모두가 드레스 코드를 준수했는지 궁금했다. 저 멀리서 요동치는 바다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신경쓰지 않은 채 계속해서 물결치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피로 만들어진 꽃잎들이 그의 망토 위에 내려앉으며 서리를 붉게 물들였다.

더 나아가자 성으로 향하는 관문이 등장했고, 그곳에는 볼다렌의 문양과 올리비아의 실루엣이 새겨져 있었다. 그 여자의 대담무쌍함을 보라. 자의식만으로 정복할 수 있었다고 하면, 올리비아 볼다렌은 예전에 이니스트라드의 뼈로 왕좌를 만들어냈을 터였다.

오늘 밤, 그녀는 그럴 작정이었다.

문 앞에 선 여성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의 검고 잿빛이 도는 예복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소린은 흡혈귀들의 정치 놀이에는 인내심이 없을지 몰라도,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이 수많은 어린 것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초대장을 보여주시겠습니까?"

그는 화를 내는 것 같은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넸다. 그들은 그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가 누구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틀림없이 올리비아가 이 단순한 풋내기 소녀에게 문 앞에서 모든 귀족과 숙녀들을 환영하고 그렇게 행동하라고 말했을 터였다. 올리비아가 그녀를 고른 이유는 입을 삐죽거리는 모습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목소리에 깃든 완전한 무관심함 때문이었을까?

"들어가시죠."

어린 소린이었다면 이 말에 불같이 화를 냈을 터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더 나이를 먹었고, 피곤했다. 이 일이 더 빨리 끝날수록 더 좋았다.

그는 앞으로 걸어나가 문 안으로 들어갔고, 음악이 그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매혹된 음악가들이 금으로 장식된 피의 분수 근처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 악곡은 그가 알기로 최소한 300년은 된 작품이었고,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 곡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심지어 파티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이곳에서도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초록색 빛은 마치 그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 그들을 대신해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는 것처럼 모든 것에 섬뜩한 빛을 비춰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마치 바깥에서 물결치고 있는 파도와도 같이 피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축제를 즐기던 흡혈귀들 중 한 명이 허기졌는지 휘청이며 다가오더니, 음악가 한 명의 목을 찢어발겼다.

정말이지, 이 손님들 중 몇 명은 사람으로 취급해서는 안 됐다. 유흥을 망치지 않을 정도로 절제하지 못하고 철저하게 욕망에 넘어가는 것은 인간보다 못한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다들 이 자와 똑같았다. 그렇다. 수천 년 동안, 그들은 모두 이 자와 똑같이 행동해왔다.

"소린? 저 자는 소린 마르코프 아닌가?"

그는 계속해서 걸었다.

볼다렌 저택에 있는 회랑들의 주된 목적은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올리비아의 오래된 속임수들 중 하나였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축제를 즐기는 자들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말한 뒤에 돌아다니는 자들 중 몇 명만 사라지게 하는 것. 웅얼거리는 회랑에는 올리비아의 모든 도서관의 책에 있는 페이지 수보다 더 많은 심령들이 있었다. 모두 그녀의 피해자였다. 심령들은 저마다 문이 갑자기 사라지고 계단이 다시 배치되는 이 이상한 복도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속임수의 비밀은 볼다렌 저택이 올리비아의 변덕을 따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혐오스러울 정도로 예측하기가 쉬웠다.

어떤 면에서는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언가 이것과 비슷한 일이. 그가 비열한 징역형을 지내고 있는 동안에도 그녀는 이미 터무니없는 권력 장악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적나라하게 야망을 품은 사람이 정략결혼이란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런 생각을 가진 순간, 이니스트라드에서 그녀에게 힘을 더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헨리카는 힘보다 복수를 더 좋아했고, 팔켄라스 가문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루노 스트롬커크는 차라리 바다 속에 있는 미지의 존재들에게 몸을 맡길 터였다. 그러고 나자 남은 것은 그녀로서는 얻을 수 없는 소린 혹은 그의 할아버지 뿐이었다.

그는 깨달았어야만 했다.

무도회장에 가까워질수록 그들은 더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다. 노예들은 감히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풋내기들은 마치 소린 마르코프를 쳐다본다는 행동이 자신들의 영원한 존재의 향방을 바꿀 정도로 심각하게 불경스러운 일인 것처럼 굴었다.

"저 자다. 바위 속에 갇혀 있던 남자," 그들이 말했다. "참 우스꽝스럽군!"

"대식괴물 같은 입을 가지고 있던 것 아니었나?" 그는 그 용어에 익숙했지만 단지 지나가는 말로만 알고 있었다. 팔켄라스 가문은 그들을 지칭하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바보치고는 잘 생겼군."

그들은 마지막 식사로 입이 빨개진 채로 그의 곁을 스쳐지나가면서 킥킥거렸다. 유리잔이 쨍그랑거리며 맞부딪혔다. 그의 뒤에서는 경비병들의 갑옷이 계속 달그락거렸고, 그의 위에서는 피의 꽃잎이 음악의 구름 위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그는 묵묵히 그들이 지금 영위하고 있는 이 삶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그가 했던 모든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여기에 있는 것이 싫었다.

그는 더 앞으로 나아가며 이 성의 건축물에 어떻게 들어맞는지 상상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넓은 무도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달빛만으로는 충분한 빛이 비춰지지 않았고, 유령과도 같은 황록색 마법이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춤추는 자들, 결투하는 자들, 나태한 자들, 그리고 배회하는 자들 수백 명이 모여 있었고 광택이 나는 대리석 바닥이 그 모든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피의 분수는 흥겨운 취기를 선사해 주었고, 사슬에 묶인 노예들은 군중 사이에 있는 미식가들에게 좀 더 신선한 무언가를 제공해 주었다.

문 가까이에 있던 나긋나긋한 남자가 뿔피리를 불었다.

"대단히 영광스러운, 소린 마르코프를 소개합니다!"

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살인을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상황에서 그런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고 있었다. 올리비아가 해야 하는 것은 말하는 것이 전부일 터였다. 그러면 그들은 시체를 뒤덮는 까마귀들처럼 모두 그를 덮칠 터였고, 그가 세상의 모든 혈마법을 동원하더라도 그리 오래 버틸 수는 없을 터였다. 한편, 아를린의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듯한 연합은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소리를 친 자를 죽이지 않았고, 그를 보기 위해 돌아선 사람들 또한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시선이 그에게로 향해 있는 것일까? 그는 알 수 없었지만, 모든 시선 하나하나가 그의 살갗을 가로지르는 단검의 칼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그가 연단을 올려다본 순간 찾아왔다.

틀림없이 그의 할아버지의 관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희생자들의 휘몰아치는 영혼을 두른 저 여자는 올리비아 볼다렌이었다.

버림받은 저택에 침묵이 깃들었다.

무도회장의 반대편인 이곳에서조차 그는 그녀가 미소를 짓기 시작한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친애하는 소린," 그녀가 그를 불렀다. "참 기쁘군요! 시간에 딱 맞춰서 오시다니."

그는 성난 표정으로 쏘아보았다. 절제된 웃음의 물결이 한바탕 인파를 훑고 지나갔다. 그는 망토를 벗어 등 뒤로 던진 뒤, 통로를 따라 도둑맞은 할아버지의 관을 향해 걸어갔다.

"올리비아, 언제든 기꺼이 찾아오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비용에 아낌이 전혀 없으셨군요."

"내가 왜 아껴야 하죠? 이 즐거운 날에는 가장 좋은 것만 있어야 하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당신의 할아버지가 최고가 아닌 것에 깨어나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에요."

그는 자신을 억누르지 못하고 이빨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한 발, 또 한 발. 꽃잎들이 떨어져내리며, 유리잔들이 쨍그랑거린다.

올리비아는 손가락을 튕겼다. 노예들 중 한 명이 그녀에게 세공된 나이프를 건넸다.

"원한다면 직접 물어보시죠," 그녀가 말했다. "잠깐이면 될 거에요."

"당신이 하는 일은 미친 짓입니다."

"미친 짓이라고요? 오, 이건 제가 한 가장 현명한 일이랍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단검들의 방향이 바뀌었고 군중은 이제 올리비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약간 과장된 움직임과 함께 그녀는 자신의 팔을 나이프로 그었다. 오래된 피가, 강력한 피가, 그들을 둘러싼 밤처럼 어두운 피가 에드가르 마르코프의 관 위로 떨어져 내렸다.

Edgar Markov's Coffin
Edgar Markov's Coffin | Art by: Volkan Baga

머리 위에 있는 붉은 샹들리에, 발 아래에 있는 붉은 카펫, 붉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 그리고 하얀 대리석 관 위에 떨어진 붉은 피.

핏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그는 점점 더 화가 났다. 저 여자의 더러운 피가 그의 가족사를 조각한 윤곽을 따라 흐르는 모든 순간이 그에게는 모욕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그의 할아버지는 이 자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창조해낸 자였다! 그들을 창조한 그의 할아버지가 단순한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를 알고 있었다. 홈은 관의 내부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제 곧 저 여자의 피가 할아버지의 입술로 떨어져내릴 터였다. 그 피의 격정이 그를 압도할 터였고, 끔찍하게도 그녀 자신의 기억과 감정들이 그의 기억과 섞이게 될 터였다.

소린은 할아버지를 깨울 때 언제나 극도로 신중을 기울였다. 자신의 감정의 폭풍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고, 즐거운 기억들로 마음을 단련시켰으며 할아버지가 편안하게 깨어날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했다. 아무도 인정하고 싶어하지는 않았지만, 잠에서 깨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의 할아버지는 저 야망으로 가득찬 여자의 피를 맛보며 깨어나, 이 벌레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 . .

결국 그것은 어리숙한 생각이었다. 아마도 그가 가졌던 생각 중 가장 어리숙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의 최근 기억 중에서도 가장 어리숙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중심에서 생각 하나가 메아리치고 또 메아리쳤다.

그는 할아버지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는 할아버지가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모든 차원을 통틀어서 그의 할아버지보다 그를 더 오랫동안 알아 온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그의 승승장구와 실패와 승리까지, 그 누구도 그의 삶에 대해 할아버지만큼 잘 알지 못했다.

더 이상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다른 이는 이미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그 깨달음은 불꽃이 되고, 그의 분노는 화약이 되었다. 그가 그 생각을 가진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 폭발은 모든 조심과 주의를 불태워 버렸다.

소린은 앞으로 달려들었다.

경비병 넷이 창을 서로 맞댄 채로 그와 맞닥뜨렸다. 이들이 살아남을 기회는 고양이 앞에 놓인 쥐보다도 적었다. 그는 그중 한 명에게 달려들었고, 경비병 두 명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의 목줄기를 찢어발겼다. 다른 둘은 몸 안에서 피가 멈춘 채로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그는 다시 뛰어오를 준비를 한 뒤 올리비아를 향해—

하지만 성급함 때문에 그는 마지막 경비병을 잊고 있었다.

그의 목 주위에 감긴 두껍고 무거운 사슬이 그의 움직임을 방해하면서, 목줄에 매인 개처럼 그를 뒤로 잡아당겼다. 그가 한 발짝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면, 그는 올리비아를 그 자리에 멈춰세우고, 이 모든 의식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경비병은 그를 한 발짝 뒤로 물러나게끔 끌어당겼고, 그는 널부러진 시체들을 밟고 몸을 휘청였다.

소린은 으르렁댔다. 그의 시선은 정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관에, 피에, 올리비아의 미소짓고 있는 얼굴에.

. . . 발짝만 . . . . . .

다른 경비병이 합류해 그의 가슴에 축복받은 은사슬을 한 개 더 휘감았다.

그는 안간힘을 쓰며 앞으로 나아갔다.

세 번째 경비병. 네 번째. 그의 마법이 작용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그가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경비병들이 점점 더 쌓여 갔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애쓰고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

관이 미끄러져 열리고 그의 할아버지가 안에서 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에드가르 마르코프는 모여든 군중도, 붙잡혀 있는 손자도 살펴보지 않았다. 그는 올리비아 볼다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

소린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전에 이렇게 웃었던 때가 있었는지 떠올리기 어려웠다. 그 미소는 더없이 행복해 보였고, 순수했으며, 그렇기에 더욱 끔찍했다. 그는 마치 아이처럼 미소짓고 있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소린," 올리비아가 선언했다, "제 멋지고 완벽한 약혼자인 에드가르 마르코프 경을 소개합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길고 끔찍한 시간 동안, 그는 그녀의 손목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마셨다. 그러고 난 뒤에야 그는 관에서 몸을 일으켰다.

Edgar's Awakening
Edgar's Awakening | Art by: Joshua Raphael

식사를 마친 그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그는 이제서야 군중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자신의 앞에 놓인 광경을 보았다.

"할아버지!" 소린이 소리쳤다. "할아버지, 그녀가 할아버지를 조종하고 있—"

그제서야 에드가르는 그를 쳐다보았지만, 제멋대로인 애완동물을 쳐다보는 것과도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조금 전까지 가득했던 미소는 사라져 이제는 동정만이 가득했다. "소린, 부탁이다. 축제를 망치고 있지 않니."

"축제라고요?" 소린이 되받아 쳤다. 그는 다른 할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에게는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한 희망이 숨겨져 있었다. 올리비아의 매혹 마법이 할아버지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라는 작은 희망이었다. 진정으로 이렇게 쉽게 매혹될 수 있는 것인가?

그의 할아버지는 방향을 바꿀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올리비아는 손가락을 튕겼고, 노예 한 무리가 달려들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거미가 거미줄을 엮듯이 그의 주위를 빙빙 돌면서 그가 결혼 예복을 입는 것을 도왔다.

소린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경비병들이 자신을 제지하는 것을 멈췄다는 것을 희미하게 깨달았다. 이제 움직이려고 하면 그는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힘을 불러낼 수 없었다.

올리비아가 할아버지의 팔을 붙잡는 것을 보며, 손님들이 그를 보고 미소짓는 것을 보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왜 그리 시무룩한 얼굴이죠? 신랑 쪽에 혼자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올리비아가 말했다.

그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며 위엄을 갖추기에는 너무 지쳐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혼자 있게 하지는 않겠다는 자신의 말을 지켰다.

다른 관들이 있었다. 그에게는 친척이 아주 많았고, 그들 모두를 마르코프 저택에 보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많은 흡혈귀들은 자신의 사유지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그들은 올리비아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올리비아는 마치 미친 꿀벌처럼 한 관에서 다음 관으로 날아다녔다. 고대의 흡혈귀들을 깨우는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몇 방울의 피뿐이었다. 어째서인지 그녀의 남편은 에드가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소린에게서 결코 눈을 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가 가장 혐오했던 조상들을 하나씩 골라냈는지가 궁금했다. 그는 그녀가 그랬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그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였으니 말이다. 그는 나머지 가족들과 눈을 마주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는 언제 그렇게 될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의 셋째 숙모가 잠에서 깨어나 그를 비웃기 시작할 때쯤이 었다.

소린 마르코프는 고개를 돌렸다.

가족들이 한 명씩 그를 지나쳐 갔다. 한 명씩 그의 볼에 입을 맞췄고 그에게도 똑같이 요구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고 마르코프 저택에서는 소린과 이야기를 하면 항상 분위기가 안 좋아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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