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4: 악마의 세계 속으로

Posted in Magic Story on 2021년 1월 28일

By Roy Graham, with contributions from Jenna Helland

Roy Graham is a writer from New York and graduate of the Rutgers-Camden MFA program. His nonfiction has been featured in Rolling Stone, Playboy, and Motherboard. His fiction has been featured in the anthology "The Night Bazaar: Eleven Haunting Tales of Forbidden Wishes and Dangerous Desires" and its sequel, "The Night Bazaar: Venice." He is currently a designer on the Magic: The Gathering Worldbuilding team.

그녀가 칼드하임에 있었던 기간을 모두 합쳐 유일하게, 카야는 추위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타이바르가 연 오멘패스의 반대편에서는 독성을 띤 뜨거운 공기가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가 가장 처음 본 것은 태양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검은 구름이 가득 뒤덮인 하늘이었다. 빛이라고 할 만한 것은 하늘에서 간간히 내려치는 붉은 벼락과 그들의 발 밑 어딘가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주황색 빛 뿐이었다.

카야는 타이바르와 함께 울퉁불퉁한 검은 바위 위에 올라섰다. 바위 너머로, 그녀는 주황색 빛을 발하는 균열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끈적이는 늪과, 표면이 부분적으로 굳어 그 위로 검은 돌덩어리들이 떠다니는 광대하게 펼쳐진 용암을 볼 수 있었다. 이따금씩 용암 이곳저곳에서 녹아내린 바위들이 간헐천처럼 뿜어져 나오면서, 빛을 발하는 용암 덩어리들이 공중으로 흩뿌려졌다. 이곳보다 생명체에게 덜 적대적인 곳을 상상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그럼에도, 타이바르는 이 파멸적인 전경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도착했네," 그가 말했다. "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았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카야가 물었다.

"오래전에 바라고스가 처음 이곳을 탈출했을 때, 신들이 강력한 보호의 룬으로 이 장소를 봉인했거든. 난 이곳으로 오는 오멘패스를 열었던 적이 없어—어떤 엘프도 그랬던 적이 없지. 하지만 티볼트가 그 보호진들을 어떤 식으로든 망가뜨린 게 분명해."

그 검이로군. 그것은 그녀가 이제까지 봤던 어떤 마법과도 달랐다—알룬드가 열었던 차원문과도 말이다. "티볼트가 그 검을 가지고 있지 못하게 해야 해. 이곳으로 오는 문을 갈라서 열 수 있다면, 그걸로 다른 무슨 일을 또 저지를지 누가 알겠어?"

타이바르가 그녀의 뒤를 가리켰다. 그녀는 자동적으로 단검에 손을 뻗으며 몸을 돌렸다—그곳에는, 잠시 후 알아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손짓한 것이 위험을 알리려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들의 아래에 펼쳐져 있는 부분적으로 냉각된 마그마 호수의 표면 위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용암 균열들 사이로 기이하게도 곧게 뻗어 있는 선들이 여럿 새겨져 있었다. 잠시 후, 그녀의 눈이 어두운 빛에 적응하고 나자, 그녀는 현무함 위에 새겨진 채로 그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주황빛을 발하는 용암 화살이었다.

"뭐, 은근한 게 티볼트의 특기가 아닌 건 확실하네," 카야가 중얼거렸다.

타이바르는 간단하다는 듯이 익숙한 동작으로 산등성이의 가장자리를 뛰어넘었다. 그는 높은 바위 탑에서 도약한 뒤, 유리 같은 자갈이 깔린 비탈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는 마그마가 펼쳐져 있는 평지 바로 앞에서 멈춰서서는 뒤를 돌아 그녀를 쳐다보았다. "안 올 거야?"

Immersturm Skullcairn
Immersturm Skullcairn | Art by: Cliff Childs

냉각된 돌 위를 연꽃잎을 밟듯이 뛰어다니는 것도 재미있었겠지만, 카야는 발을 헛디뎌 용암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그건 타이바르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호수의 가장자리에 다다르고 나자, 그는 손가락 끝을 호수 가장자리의 검게 그을린 곳에 가져다 대고는 눈을 감았다.

"기다려 봐," 그가 말했다. 해 보고 싶은 게 있어."

마그마를 가로지르며, 현무암 둑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둑은 그냥 커지거나 확대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것은 바위로 만들어진 촉수들이 서로 엮여 나가며 다리를 만들듯이 자라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눈을 떴을 때, 타이바르는 그녀만큼이나 놀란 것 같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 위에 올라섰다. 그것은 미묘하게 골이 파여 있었고, 그녀의 입장에서 볼 때 일반적으로 돌로는 만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격자 모양이 군데군데 나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왠지 모르게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트롤들을 돌로 변하게 하더니, 이번엔 이거로군. 이 녀석은 변환자야. 하지만 그게 그의 전부는 아니었다. 타이바르는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자신의 불꽃을 일으켰다—그러고서는 젠디카르까지 갔다 왔는데, 그곳이 그저 칼드하임의 세계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노트볼드에서 그가 오멘패스를 열었을 때, 타이바르는 그녀가 함께 가든 안 가든 자신은 갈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만약 그가 그저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려는 고집센 영웅 중 하나였다면, 카야는 그를 그냥 내버려 두었을 것이다—칼드하임에는 그런 사람들이 차고 넘쳤고, 그녀에게는 할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타이바르는 플레인즈워커였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자였다. 왜인지, 그가 다우주를 더 많이 경험하기 전에 그를 티발트의 손에 죽게 하는 일은 꽤 아깝게 느껴졌다. 그녀는 함께 걸어가면서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려 했다.

"그럼, 차원들이 세계들이랑 비슷한 거라는 건가? 그리고 그것들을 연결하는 건—더 큰 세계수가 있고?" 그가 말했다.

"뭐, 실제로 나뭇가지가 있는 건 아니야. 그리고 차원들 사이에 있는 공간에 거대한 짐승들이 있지도 않고." 최소한 그녀가 아는 한은 말이다. "중요한 건, 그 차원들은 세계들과 같은 방법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차원문이 그냥 나타나지도 않고, 차원들을 지나다니기 위한 주문이 있지도 않지. 한 차원에서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 같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되는 거야."

"플레인즈워커 말이지," 타이바르가 용암 위를 떠다니는 검은 돌덩어리를 걷어차며 말했다. "좋은 제안이긴 하네. 그래도 난 사양하겠어. 난 칼드하임에서 얻을 수 있는 영광만으로도 충분하고, 여기만 해도 일생동안 탐험하고 남을 세계들이 있거든. 게다가, 내가 세계수를 떠나면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있겠어? 매번 새로 시작해야 하는 거잖아."

맞아, 카야가 생각했다. 그게 힘든 부분이지. 모든 차원마다 새로운 친구, 새로운 적, 새로운 규칙이 있다. 항상 이방인이고, 항상 신참이다. 다른 사람들의 말다툼, 다른 사람들의 전쟁에 몇 번이고 말려 들어 간다. 재미있었다, 처음엔 말이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피곤해졌다. 하지만, 좋든 싫든, 그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카야는 그의 어깨를 잡아 그를 돌려세웠다. "사양 같은 건 못 해, 애송이. 그런 식으로 되는 게 아니야. 좋든 싫든, 넌 플레인즈워커고, 다음번에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마법, 괴물들, 사람들이 가득 찬 어딘가에 가게 되면, 그때는"—그녀는 황급히 할 말을 떠올렸다—"그때는 일종의 규율이 필요할 거야. 규칙들 말이지." 카야의 규율은 단순했다: 해를 끼치지 말자 . . . 당해도 싼 놈들과 누군가가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는 빼고. 물론, 한두 번쯤은 멀리했어야 할 난장판에 엮인 적도 있었다. 이따금 그녀가 기분이 좋을 때는, 말썽을 일으키는 유령을 무료로 쫓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규율은 중요했다—그것만이 차원마다 그녀를 따라다닌,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타이바르가 언젠가 칼드하임을 떠나게 된다면 그는 무엇에 의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때는 무슨 영광이나 영웅적인 이야기가 중요하겠는가?

타이바르는 팔을 당겨 몸을 빼냈고, 짜증을 내는 것이 역력한 표정이 그의 조각같지만 아직 앳된 얼굴에 잘 드러나 있었다. "내게도 규율이 있어—스켐파르의 전사들에게 셀 수 없이 오랜 세대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것과 똑같은 것 말이야. 이방인이 그런 걸 가르쳐 주려고 해도 난 필요 없거든."

"난 그저 널 도우려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아무에게서도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는 그녀가 지금 어떤 모습인지를 봐 보자. 용병, 도둑, 살인자. 티볼트가 그녀를 비난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의 말이 옳기는 했다.

"난 애도 아니고, 당신 도움도 필요하지 않아. 이미 보여줬지만, 난 내 앞가림 따윈 충분히 하고도 남거든." 그 말과 함께, 그는 검은 바위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달려 나갔다.

고집불통 바보 같으니. 왜 그녀가 아직도 여기에 있는 것인가? 따지고 보면, 그녀에게는 칼드하임에서 돈을 받고 해야 하는 다른 일이 있었다. 그녀가 추적해야 했던 괴물 말이다.

그녀가 아직 돌아설지 말지를 결정하고 있을 때, 검게 그을린 길 위로 타이바르의 발에서 몇 인치 떨어지지 않은 곳에 첫 번째 작살이 날아와 꽂혔다. 그것은 거친 쇠로 만든 가시가 둘려 있는 조잡한 무기였고, 바위에 곶장 꽂힐 정도로 무거웠다. 순간적으로, 타이바르는 너무 놀라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리고 그는 두 번째 작살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에게 날아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카야는 가까스로 시간에 맞춰 그에게 다가가 그의 상반신을 유령화시켰고, 그것과 동시에 쇠작살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그를 통과했다. 그는 휘청이며 뒷걸음질 치고서, 한 손을 길에 댄 뒤, 자신의 두 팔을 칠흑 같은 검은색으로 바꿨다.

"오른쪽!" 카야가 소리쳤다.

식은 마그마 덩어리들을 뚫고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은—불가능해 보이는 듯한—배 한 척이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오멘패스탐색꾼들이 조종하던 배를 떠올리게 했지만, 그것들이 좁은 해협을 가로지르고 외딴 만을 탐험하기 위해 날렵하고 좁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이 배는 오직 한 가지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바깥쪽 가장자리에는 가시들이 잔인하도록 촘촘히 박혀 있었고, 뱃머리에는 쇠로 만든 쐐기 끝에 이가 빠진 공성추가 달려 있었다. 돛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그 대신 불꽃이 일렁이면서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기류를 받아 가까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악마들이로군," 타이바르가 말했다. "준비해."

Demon Berserker Token
Demon Berserker Token | Art by: Grzegorz Rutkowski

배가 가까이 다가오자, 카야는 그 위에 타고 있는 세 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한 명은 철제 투구에 붙여 놓은 수많은 뿔들이 자신의 이마에서 솟아 나온 두 뿔들과 함께 줄지어 서 있었고, 검은 가리개가 그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한쪽 손을 엉겨 붙은 피가 뒤덮여 있는 거대한 철퇴로 바꿔 달고 있었다. 뱃머리 근처에 있는 단상에 있는 자가 가장 컸는데, 우락부락한 몸집에 몸의 오른쪽이 검은 철판으로 덮여 있었다. 그의 거대한 날개의 피막은 여러 전투를 거치며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왼손으로 또 다른 작살을 들어 올려, 그것을 던지려고 몸을 뒤로 젖혔다.

이번에는, 타이바르가 준비되어 있었다. 춤추는 것 같은 타이밍과 함께, 그는 날아오는 작살을 그의 검게 변한 팔로 후려쳐 그것을 마그마 속으로 떨어뜨렸다.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어," 그가 말했다.

카야는 얼굴을 찡그렸다. "사실, 저건 우리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배는 한층 더 속도를 붙이고 있었고, 불타는 돛은 용광로처럼 뜨거운 돌풍에 휩싸여 있었다. 악마들 중 작은 악마 둘이 날개를 펼쳐 퍼덕이면서 공중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그것들은 그저 그들의 옆에 멈추어 서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심해!" 카야가 소리쳤다.

그녀는 타이바르가 만들어낸 길 한쪽으로 몸을 피했고, 타이바르는 그 반대쪽으로 피했다. 그러자 뱃머리에 달린 공성추가 그곳으로 부딪혀 오며 현무암과 잿가루를 공중으로 흩뿌렸다.

카야가 몸을 일으켜 세우자 손이 철퇴인 악마가 그녀를 향해 하늘에서 쏜살같이 내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다이빙하는 힘과 함께 강하게 무기를 내리치면서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카야가 서 있던 위치를 움푹 패인 화산 분화구처럼 만들어 버렸다.

그가 팔을 되돌리기 전에, 카야는 그의 팔뚝을 밟고서는 그 일부분을 페이징해 돌 안으로 넣어버렸다. 그는 고함을 내지르며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연기처럼 손아귀를 빠져나가, 아직까지도 바위에 박혀 있는 작살 근처까지 물러났다.

작살을 빼내는 일은 그녀에게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여기저기에 페이징을 좀 하는 것으로 충분했다—그 무게 때문에 그녀는 거의 마그마 호수 쪽으로 넘어질 뻔했다. 그녀가 무거운 쇠막대기를 양손으로 들어 올리려 애쓰는 동안, 악마는 그의 팔을 둘러싸고 있는 화산암을 흔들고 잡아당기며 날개를 세차게 퍼덕였다. 잠시 집중을 한 뒤, 카야는 작살 전체를 유령화시킨 다음 그것을 던졌다.

그것이 그녀의 손을 떠나자, 그것은 무게가 없는 유령화된 상태에서 갑자기 예전과 같은 무게와 치명적인 상태를 되찾았고, 무엇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것은 악마의 단단한 가슴 갑옷에 깨끗한 구멍을 내면서 반대편으로 빠져나왔다. 악마는 여전히 철퇴가 달린 팔이 땅에 붙어 있는 채로 그 자리에서 잠깐 몸부림치다가, 이내 땅 위로 쓰러졌다.

카야는 잠깐 숨을 고른 뒤,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악마의 등을 덮고 있는 갑옷에 한쪽 발을 올린 뒤, 그녀는 배의 갑판 위로 뛰어올랐다. 그녀는 반대편에서 타이바르가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을 보았다. 뿔 달린 투구를 쓴 악마가 그를 향해 톱니 모양의 이빨이 잔뜩 달린 사악한 칼 한 쌍을 맹렬히 휘두르고 있었고, 금속으로 몸을 반쯤 감싼 덩치 큰 악마는 가시가 박힌 망치를 크게 휘두르며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한 방만 얻어맞아도 엘프의 머리를 날려버리기엔 충분해 보였지만, 아직까지는 타이바르가 모든 공격을 잘 피해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두 팔이 더이상 현무암의 거친 검은 색을 띠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두 팔은 이제, 마치 용광로에서 달궈낸 것마냥 녹아내리며 빛나는 주황색을 띠고 있었다. 그가 칼날의 공격을 쳐낼 때마다, 불똥이 공중으로 흩뿌려지며 사라졌다.

그가 재빠르고, 강하고, 실력이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계속 그렇게 하고 있을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얼굴로 오는 열기를 막으면서 불이 이글거리는 돛 아래로 몸을 숙여 지나간 뒤 반대편으로 달려가 뛰어내려 큰 악마의 등에 어설프게 내려섰다. 그녀보다 두 배는 키가 컸고, 무게는 아마 두 배보다 더 나갈 그 악마는 그 충격에 거의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의 목 주변을 어떻게든 붙잡을 수 있었다.

잠시 생각한 뒤, 그녀는 자신의 손을 그 기이한 빛으로 감싸고 손가락을 곧게 펼쳐 창처럼 만들었다. 심장에 빠르게 찔러넣는 거야. 페이징을 없애고, 빼내면 돼. 편하지는 않겠지만, 그러면 되겠지.

악마가 그녀를 붙잡으려고 어색한 자세로 등을 더듬자, 카야는 그녀의 손을 척추 바로 왼쪽에 꽂아 넣은 뒤 순간적으로 손을 실체화했다—

그리고 고통에 거의 정신을 잃을 뻔했다. 마치 용광로에 손을 집어넣은 것처럼, 악마의 몸 내부는 불타고 있었다. 그녀는 악마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 아래쪽에 있는 거친 검은 돌 위로 굴러떨어졌다.

악마는 몸서리를 치며 한쪽 무릎을 꿇다가, 가지고 있던 전쟁망치의 손잡이를 버팀대로 사용해 몸을 일으켰다. 그녀를 향해 몸을 돌린 악마의 작고 붉은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는 탁한 검은 담즙이 거품과 연기를 내며 쏟아져나왔다. 그녀는 그 악마에게 상처를 입혔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아주 찰나의 시간 동안만 실체화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그 하얗게 불타오르는 절대적인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고통 또한 다른 수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도구의 하나일 뿐이었다. 카야가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도구 말이다. 집중해. 그리고 사용해. 그녀의 몸속 깊숙한 곳 어딘가에서, 카야는 얼음장 같은 냉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여전히 입에서 끓어오르는 피를 흘리는 채로, 악마가 망치를 들어 올리자 그 육중한 무게를 들어 올리기 위해 그의 거대한 근육들이 꿈틀거렸다. 바로 그때 카야는 그의 발아래에 있던 바위투성이 길을 페이징해 허공으로 만들어 버렸다.

반사적으로, 다시 균형을 잡으며 떠 있으려는 듯이, 악마의 날개가 펼쳐졌다. 날개의 거죽이 여기저기 구멍 나고 찢어져 있지만 않았다면, 아니면 그가 머리 위로 들어 올린 거대한 망치만 아니었다면 그 행동은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다리가 용암 속으로 가라앉자 포효하기 시작했다—그는 망치를 떨어뜨리고 앞으로 엎어져, 카야가 서 있는 길을 이루고 있는 거친 검은 바윗돌을 붙잡으려 손을 휘저었다. 그녀는 날카로운 발길질로 그를 녹아내린 바위 속으로 떨어뜨렸고, 그런 다음 그 위로 길을 다시 실체화시켰다.

길 반대편에서는 타이바르가 남아 있는 악마와 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이제는 적이 한 명만 남았기에, 엘프는 공세로 돌아서 있었다. 그의 팔 보호대에 붙어 있던 황동 칼은 이제 길이가 더 늘어나, 그의 두 팔을 뒤덮고 있는 화산과도 같은 열기를 똑같이 발하며 주황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가 허공에 뜨거운 열기를 남기며 칼을 휘두르자 악마의 칼 중 하나가 반으로 잘려 나갔고, 그다음 공격은 악마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녀는 지글거리는 소리를 듣고 머리카락이 타는 것보다 더 심한 냄새를 맡았다. 잠시 후, 투구를 쓴 악마의 머리가 현무함 위로 떨어져 튕긴 뒤 용암 속에 빠졌고, 남은 몸뚱아리는 검은 바위로 만들어진 길 위에 축 늘어졌다. 싸움이 끝났다.

최악의 상태를 고치기 위한 주문은 사용했지만, 카야의 손은 여전히 심하게 욱신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치료 마법에는 그다지 요령이 없었다. 그 손을 다시 자유자재로 사용하려면 며칠은 지나야 할 것처럼 보였다.

"아까 그거 아주 멋졌어!" 타이바르가 말했다.

"그래, 그래," 카야가 말했다. "나도 네가 한 걸—"

"그 귀족은 당신보다 두 배는 컸잖아! 내가 아는 서사시들을 모두 통틀어서, 악마를 처치한 인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당신이 두 번째야! 그리고 무기도 없었잖아! 음유시인들은 이 일을 들어야만 해. 이 일이 다 끝나고 나면, 내가 직접 그들에게 알려주겠어!"

"어, 고마워," 카야가 허를 찔려 당황하며 말했다. 애송이가 명예를 나눌 줄 알긴 하네. "그래도, 이 짓을 또 할 생각이라면, 무기를 가지고 있는 편이 좋겠어."

그때, 타이바르가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물론이지. 잠시만 기다려 봐."

그는 악마 귀족이 마그마에 빠지기 전에 떨어뜨린 거대한 망치로 가 몸을 굽혔다. 카야는 불만을 말하려 했지만—나한텐 무겁고, 내 스타일도 아니야—타이바르는 검은 쇠로 만들어진 망치의 머리 부분에 그것이 마치 진흙인 것마냥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것에서, 그는 금속 두 웅큼을 꺼냈고, 그중 한 개가 그의 손에서 떨어져 바위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는 다른 한 덩이를 치켜들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끔찍한 품질이군.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그는 그 금속 덩이를 두 손으로 감싼 뒤 꽉 쥐었고, 그러자 팔과 어깨를 따라 근육이 팽팽해졌다.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그의 손 위에는 마치 과일의 씨앗 같은 거친 표면을 가진, 작고 타원형인 물체가 들려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뒤 그것을 힘주어 현무암 속에 찔러넣었다. 그런 다음, 그는 다른 덩어리에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카야는 어리둥절한 채로 그가 검은 흙들을 그러모아 각각의 위에 봉긋하게 덮어 주는 것을 지켜보았다. "뭘 하는 거야?"

"모든 것은 자라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타이바르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나무, 사람들—이런 건 다들 알고 있지. 하지만 흙과 돌들도 마찬가지야. 시간과 인내심만 있다면 말이지. 또는, 그게 없다면, 마법을 약간 사용하던가. 내 능력은 찾아가는 세계들마다 다르게 작용한다고 말했었지. 난 이렇게 생명이 없는 장소에서는 어떤 것이든 필사적으로 자라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했어. 금속조차도 말이야. 그리고 내 생각이 맞았지,"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노트볼드에서는 뭐였던 건데? 그 트롤들한테는 뭘 한 거지?"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었다. "쉬워. 토르가 트롤들은 땅에 매인 생물들이야—그것들은 바위나 마찬가지인 시간을 몇 년씩 보내면서 이끼나 모으고 있지. 돌 그 자체라고 해도 거의 틀린 말은 아니야. 내가 한 거라곤 그 모습에 좀 더 가까워지게 유도한 것뿐이고."

그러던 와중에, 그녀의 눈앞에서 무언가가 땅 밖으로 튀어나왔다. 새싹이었다—타원형 물체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쇠의 색을 띠고 있었지만, 동그랗게 말려 있던 것이 점점 펼쳐지고 있었다. 이내 다른 흙더미에서도 또 다른 새싹이 솟아올랐다. 카야는 그것들이 자라나며 줄기가 두꺼워지는 것을, 촉수들을 싹틔우며 그것들을 엮어 격자무늬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꼭대기 부분이 접혀 D자 모양의 곡선을 그리며 나머지 부분과 만났을 때, 그녀는 자신이 보고 있던 것이 손도끼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확히 하자면, 두 개였다. 풀처럼 땅에서 자라난 도끼 말이다.

타이바르는 가까이 다가가서는 그것들에 마치 뿌리라도 붙어있다는 것 마냥 그것들을 비틀어 가며 바위에서 뽑아냈다. 그런 뒤 그는 손잡이 쪽이 그녀를 향하게 해 그녀에게 도끼들을 넘겨주었다. "가볍고 빠른 게 좋잖아. 내 말이 맞지?"

그녀는 조심스럽게 한 개를 받아들었다. 도끼 전체가 같은 물질로 만들어져 있었다—녹도, 피도, 불완전한 부분도 없이, 거기에 있는 것은 차가운 회색 금속뿐이었다. 화려한 매듭 무늬가 새겨져 있는 도끼의 머리 부분은 손잡이보다 더 밝은색을 띠고 있었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손잡이 부분은 거칠게 되어 있어서 손에서 미끄러져 빠져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도끼를 공중으로 휙 던진 다음 (모든 것이 도끼 머리 바로 아래에 있는 지점을 축으로 회전했다), 그것을 다시 잡았다. 땅에서 솟아 나온 물건치고는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고마워," 그녀가 도끼 두 자루를 허리띠에 꽂아 넣으며 말했다.

타이바르는 그녀의 어깨를 탁 치며 씩 웃었다. "당신이 유용하게 쓸 거라고 자신해. 자, 붙잡아야 할 악당이 있었지. 이제 계속해 볼까?"

"사실," 카야가 검은 돌로 만들어진 길을 들이받은 악마의 배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한테 더 좋은 생각이 있어."

Kaya

카야는 지금 타고 있는 배보다는 코시마의 배가 훨씬 더 좋았다. 가야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기이한 능력에 더불어, 뱃전에 몸을 꿰뚫리거나 활대를 조정하면서 머리에 불이 붙을 걱정 따위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타이바르는 그녀보다 항해 경험이 더 많은 것처럼 보였고, 일단 악마의 배가 속도를 내고 나자, 그것은 용암 위를 떠다니는 냉각된 마그마 덩어리들을 별다른 요동 없이 헤치고 지나갔다.

그녀가 뱃머리에서 앞을 주시하고 있는 동안 엘프는 돛을 조작했다. "저기야," 그녀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잿빛 평야 위로 넓고 어두운 산이 솟아올라 있었다. 봉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는 꼭지가 없는, 들쭉날쭉한 이빨이 나 있는 원뿔 모양이 그 위로 떠다니는 구름에 스칠 듯이 위치해 있었다. 카야는 정상에서 이상한 빛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마치 주변의 대기를 마치 어른거리는 열기처럼 왜곡시키며, 이따금씩 기이한 푸른색이나 초록색의 물결치는 리본을 하늘로 쏘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전에 그런 빛을 본 곳이 어디였던가? 알룬드. 칼드하임에서, 저것은 신들의 빛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티볼트가 열어젖힌 차원문의 테두리에서 보았던 것과도 같은 빛이었다.

타이바르는 방향타를 전환해, 배가 산을 향하게 했다. "저건 피바위산이야! 저걸 실제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잘됐네. 완벽해. 피바위산이라." 잠깐 동안, 그녀는 아직 이 배의 방향을 돌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결국, 티볼트의 머리에 돈을 지불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머리에 뿔난 망할 녀석에게는 적이 아주 많으니까, 누군가 사려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을 거야. 찬드라라던가, 아마도.

그들은 슬래그로 뒤덮인 용암 호수의 가장자리에 배를 정박 시켜 놓은 뒤 길을 떠났다. 최소한, 산을 오르는 일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고대에 바위를 깎아 만들어진 계단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것들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낡아져 있었고 카야나 타이바르가 편안하게 올라가기에는 좀 컸지만—엘프나 인간들이 아니라 이머스투름의 피에 굶주린 거주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만큼—어느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다.

조금 올라가던 도중, 무언가가 그녀의 눈에 띄었다. 그들 아래쪽에 있는 마그마 호수 위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카야는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대한 계단에 등을 기대고 멈춰 섰다. 호수의 수면 저편에서, 일렁이는 불길을 돛처럼 달고 있는 쇠로 만들어진 배들이 검게 식은 마그마들과 이따금 부글거리며 솟구치는 용암을 뚫고 다가오고 있었다. 어떤 자들이 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에는 너무 멀었지만—여기에서는 그들이 타고 왔던 음침한 배조차도 장난감 가게에서 찾아볼 수 있을 법한 모습으로 보였다—그녀는 그들이 있는 높이까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들려 오는 일정한 북소리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제기랄," 타이바르가 중얼거렸다. "수십은 되겠어."

"수백이야," 카야가 말했다. "우리와 마주친 배는 저들의 선봉에 서 있던 게 분명해. 정찰대라고."

"그리고 저게 나머지 군대고."

하지만 어째서? 이 모든 것이—악마들의 군대, 이 모든 전함단들이—단지 그들을 막기 위해서 나선 것인가? 그녀는 자신이 상대하기 힘든 적이고 타이바르는 짝을 이루기에 나쁘지 않은 플레인즈워커라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건 너무 과해 보였다.

아니면—

그게 아니면 저들은 그들 때문에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 검," 카야가 말했다. "그건 차원문을 열 수 있어! 세계들 사이에 구멍을 낸다고!"

타이바르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카야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흔들었다. "그 자식은 둠스카르를 일으키려고 하는 거야, 이 애송아!"

"정정하지," 그들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미 일으켰어."

그들 위쪽으로 나 있는 삐뚤빼뚤한 계단 위에서 이글거리는 불길의 화살이 떨어져 내렸다. 카야는 간신히 몸을 한쪽으로 던지면서 열기가 그녀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티볼트가 산등성이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씩 웃고 있었다. 한 손에는 붉게 타며 지글거리는 불꽃이 둥글게 고리를 만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는 화려한 유리로 만들어진 그 검을 들고 있었다.

Sword of the Realms
Sword of the Realms | Art by: Lie Setiawan

"티볼트가 저 검을 가지고 있지 못하게 해야 해," 카야가 말했다. 또 다른 화염구가 대기를 가르며 날아왔고, 조금 전까지도 타이바르가 서 있던 바위를 녹여버렸다.

그녀가 한쪽으로 움직였고, 타이바르는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구불구불한 계단 길 사이로는, 이 세계의 거주자들만큼이나 야만적인 지각변동의 증거를 드러내듯이, 쐐기 모양의 검은 바위들이 툭툭 튀어나와 있었다. 타이바르는 이것들을 사용해 몸을 숨기면서, 운동선수와 같은 도약과 뜀박질로 비탈길을 올라갔다.

카야에게는, 일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그녀는 티발트로 향하는 곧은 길을 따라 달려갔고, 그 마귀가 던져 오는 돌덩이와 불길 따위를 페이징하며 피했다. 그녀 또한 타이바르만큼 날렵했기에, 그녀는 빠르게 그를 앞질렀다.

15 피트, 이내 10피트. 카야는 허리띠에서 도끼를 꺼내 티볼트를 향해 던졌다. 도끼는 티볼트의 어깨를 베어냈고, 티볼트는 대자로 쓰러졌으며, 그녀는 두 번째 도깨를 꺼내 들었다. 일어나게 해 주면 안 돼.

그녀는 티볼트에게 다가가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산등성이를 달음질쳐 올라가 그에게 달려들었고, 그녀의 체중이 공격에 모두 실릴 수 있게 발밑에 미묘한 변화를 주었다. 그녀는 그가 붉은 뺨을 부풀리며 숨을 깊이 몰아쉬는 것을 보고 자신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입에서 갑자기 연기가 엄청나게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큰 계단을 뒤덮었다. 연기는 물결처럼 카야에게 밀려들었고, 그녀의 눈과 목을 따갑게 찔렀다.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끼를 휘둘렀다—하지만 도끼는 바위에 부딪혀 나올 뿐이었다.

카야는 한 손으로 두건을 꺼내 그녀의 입과 코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도끼를 수평으로 잡고 공격할 준비를 했지만, 그녀에게 보이는 것인 오직 연기뿐이었다. 그녀 주변에서 악의를 가진 작은 주황빛 잿가루가 춤을 췄다. 그것은 그녀가 숨을 쉬고 있는 천 사이에 있는 틈을 찾으려고, 질끈 감은 그녀의 눈꺼풀을 열어젖히려고 그녀에게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았다. 맨살이 그것에 닿은 곳은 죄다 화상을 입었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고통과 불편함을 차단하면서, 청각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티볼트는 어디에 있었나? 타이바르는 어디에 있었나?

아직 도망쳐도 늦지 않았어.

그 생각은 갑자기 떠오른 것처럼 보였다.

다 끝났잖아. 티볼트가 이미 둠스카르를 일으켰어. 넌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천천히, 그녀의 피부와 폐, 그리고 눈의 화상이 점점 더 심해져 갔다. 그녀의 팔다리에도 기이한 피로가 스며들고 있었다—그녀가 들고 있는, 한때는 그렇게 가볍고 균형 잡혀 있던 손도끼가 이제는 그녀의 팔을 아래로 잡아끌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차원의 문제는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야. 넌 이곳의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어. 어서—공허한 우주로 뛰어들어. 여기서 빠져나가. 목숨을 구해. 그게 네가 제일 잘하는 거잖아.

생각들이 계속해서 그녀의 정신 속으로 밀려들어 왔고, 카야는 이를 막을 수 있는 힘이 전혀 없었다. 도한 카야는 이를 전혀 바라지 않았지만, 그 충동이 그녀를 잡아끄는 것을, 그녀 주위에서 마법적인 에너지가 생겨나며 그녀를 옮길 준비를 하는 것을 느꼈다.

아주 쉬울 거야. 여기에서 네가 얻을 수 있는 건 고통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었다—매캐한 연기보다도, 이제는 카야를 무릎 꿇리려 하는 이 비정상적인 탈진보다도 말이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거의 그녀의 목소리와 비슷하게 들리는—하지만 명확히 다른—목소리였다.

그녀의 오른쪽에서 연기가 소용돌이치듯이 움직였다. 그녀가 가장 처음 본 것은 검으로, 유리에 갇혀 있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깔들이 그녀를 향해 호를 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티볼트가 그녀를 죽이려 검을 휘두른 것이다. "날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지, 안 그래?"

그녀는 도끼를 치켜들어 공격을 막아내려 했지만, 도끼는 너무나도 무거웠다—그리고 그녀의 팔은 너무나도 굼떴다. 카야는 이미 도끼가 제시간에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동물적인 본능으로, 카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쨍그랑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금속이 살에 파고드는 소리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고통도 없었다. 재미있군.

카야는 눈을 떴다. 그녀와 티볼트 사이에 타이바르가 서 있었다. 그는 손목 보호대에 붙어 있는 단검으로 신의 빛을 흘리고 있는 검을 막아냈다. 티볼트는 팔을 부들거리며 그를 밀어내려 애를 썼지만, 그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 도대체 누구냐?"

타이바르는 익숙한 듯이 빠른 손짓으로 티볼트의 손을 내리쳐 칼을 떨어뜨리게 했다. "타이바르 켈. 엘프들의 왕자. 칼드하임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이지."

이제는 카야의 머릿속에 있는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그녀는 티볼트가 어디를 통해 그녀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는지를, 어떤 식으로 그녀의 의심과 공포를 이용해 그의 존재를 감췄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피로와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이 마법은 거의 예술적이었다—그녀가 이제껏 그에게서 본 서툴고 따분한 일들과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타이바르는 왜 이 마법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인가? 그도 연기 속으로 뛰어든 것은 그녀와 마찬가지였다. 왜 그의 의심과 불안은 그에게서 서서히 생명력을 빨아들이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그게 아니면 그에게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인가?

고대인들에 맹세컨대,,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자신에게 의심을 품기엔 너무 젊고—너무 거만하고—너무 바보같아. 그것에 대해선 칼드하임의 모든 신들에게 감사해야겠군.

티볼트는 한 손에 붉은 화염을 빙글빙글 돌리며 그녀의 앞에서 뒤로 물러났지만, 타이바르가 그의 멱살을 잡아 어깨 너머로 휙 넘겨 그 플레인즈워커를 돌계단 가장자리에 처박았다. 티볼트는 숨이 끊어질 것 같이 거칠게 기침을 해 댔고, 그와 함께 그들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연기와 불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타이바르는 자신의 황동 칼날을 티볼트의 목에 가져다 댔다. "자, 이 악마야,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털어놓아야 할걸."

그 말에, 티볼트는 씩 웃었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라고," 그가 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야는 그의 주변에 에너지가 모여들면서, 허공에 날카롭고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마법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소리를 치려 했지만, 이내 마른 나무에 불이 붙는 소리가 들리더니, 티볼트의 눈 뒷부분이 주황색으로 빛을 발했다. 마치 불타오르는 종이와 같이, 그의 몸이 주황색 잿더미가 되어 무너져내렸고, 타이바르는 휘청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 녀석이," 엘프가 식식댔다. "그 녀석이—"

"차원 이동을 했지. 맞아," 카야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타이바르—고마워. 날 도와준 것 말이야."

"물론이지," 그도 몸을 추스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 녀석이 돌아오면 어떻게 하지?"

"그렇게는 못 해. 당분간은 못 한다는 말이야. 어쨌든, 돌아온다고 해도 우리에게 더이상 위협은 되지 않을 거야. 차원을 뛰어넘는 일에는 마법이 아주 많이 필요하거든. 재충전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아," 타이바르가 말했다. "그럼 우리가 이긴 건가? 다 끝난 거야?"

카야는 화산재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속에서 이상한 불빛들이 계속해서 반짝이며 물결치고 있는 산봉우리를 올려다보았다. "아니, 난 끝났다고 생각 안 해."

다른 때였다면, 그들 아래쪽에 있는 골짜기에 위치한 거대한 피의 우물을 구경하는 일에 대해 잠시 고려해 볼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은 피바위산의 꼭대기에서 하늘에 난 구멍을 확연히 볼 수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서 있는 곳에서부터 그들이 건너온 마그마 호수의 중간 부분까지 벌어져 있었다. 카야는 화산재 구름이 그들의 시야를 가려 이것을 보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산에 올라오는 동안, 이 상처가 새롭게 벌어진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 찢어진 구멍의 가장자리에서는, 빛을 발하며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여러 가지 색깔의 빛이 쏟아져나와 하늘을 뒤덮었다.

"이런 세상에," 타이바르가 중얼거렸다.

그 안에서, 카야는 풍경들—우뚝 솟은 바위투성이 산맥, 얼음으로 만들어진 요새들, 길게 자란 노란 풀이 무성한 평야들—이 만화경처럼 변화무쌍하게 뒤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잘못된 일격 한 번으로 모든 차원이 찢겨져 한데 뒤섞인 다우주 전체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되돌리는 방법을 알고 있거나 하진 않아? 검을 사용한다던가?" 그녀가 말했다. 검은 타이바르의 허리띠에 끼워져 있는 상태였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알겠지만, 내 능력에도 한계는 있어."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흥건한 피의 비릿내, 하늘에 나 있는 구멍—에도 불구하고, 카야는 그 말을 듣고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 웃음은 그녀가 저 아래쪽에 있는 불타는 호수로부터 솟구쳐오르는 형체들을 보았을 때 목구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그들이 가죽으로 뒤덮인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그들은 점점 더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검과 창, 미늘창과 도끼로 무장한 악마들은 무기와 방어구의 무게 때문에 아래로 쳐지곤 했지만, 그런데도 그들은 천천히 그들의 끔찍한 전진을 계속했다. 수천은 되는 것이 분명한 악마들이 하늘에 나 있는 구멍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 구멍은 그들에게 한 세계만이 아니라 이 차원에 있는 모든 세계를 약탈하고, 불태우고, 파괴하라는 초청장이었다. 거대한 불기둥 두 개가 세워져 있는 배에서 솟아오른 악마가 그들의 한가운데에 있었는데, 그는 다른 모든 악마들을 난쟁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는 한쪽 손에 날이 양쪽으로 달린 도끼를 들고 있었고, 미친 듯이 날개를 퍼덕이며 도망치려는 것 같이 다른 악마들을 밀치며 지나갔다. 그녀는 타이바르가 어안이 벙벙해져서 그 악마의 이름을 중얼거리기 전부터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오멘패스탐색꾼들과 지내는 동안 그들이 그 이름을 말하는 것을 수 차례나 들어 왔기 때문이다. 바라고스.

Varragoth, Bloodsky Sire
Varragoth, Bloodsky Sire | Art by: Ian Miller

카야는 그들 앞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는 사악한 무리를 여전히 쳐다보고 있는 타이바르를 향해 몸을 돌렸다. "타이바르, 우린 가야 해. 이 차원은 이제 곧 산산조각이 날 거야."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저것들을 막아야 해.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경고해야 한다고!"

"타이바르,"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다 끝났어. 오해하진 마, 넌 훌륭한 전사야. 하지만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전사도 여기서 일어날 일을 바꿀 순 없을 거야." 이미, 그녀는 악마들이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그 틈을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린 노력했어.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전부야. 다음 차원으로 가서, 더 잘해 보려고 노력—"

그녀는 그의 등에 손을 얹으려고 했지만, 그는 이를 뿌리치고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러니까 이게 당신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 일이로군—세상이 자기가 상관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자마자 냉큼 사라지는 것 말이야. 일이 힘들어지자마자 곧바로 도망치는 것. 결국 당신이나 티볼트나 그렇게 다를 것도 없군."

그의 말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프게 그녀를 때렸다. 그녀가 대답할 말을 간신히 떠올리고 있을 때—그렇게 고집부리지 말라던가, 죽음을 자초하려는 거냐던가—타이바르는 이미 오멘패스를 열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플레인즈워커가 된다는 게 이런 거라면, 난 그런 건 전혀 되고 싶지 않아."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카야가 차원을 이동하기 위해 모은 에너지는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한 이름 모를 압력과 함께 여전히 그녀 주변의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떠날 수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떠나야만 했다. 그것이 영리한 선택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규율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들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티볼트나 타이바르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이런저런 방식으로, 그 목소리들을 어떻게 들어 왔는지를 말이다.

카야는 욕설을 내뱉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 다음, 그의 뒤를 따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가 칼드하임에 있었던 기간을 모두 합쳐 유일하게, 카야는 추위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타이바르가 연 오멘패스의 반대편에서는 독성을 띤 뜨거운 공기가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가 가장 처음 본 것은 태양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검은 구름이 가득 뒤덮인 하늘이었다. 빛이라고 할 만한 것은 하늘에서 간간히 내려치는 붉은 벼락과 그들의 발 밑 어딘가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주황색 빛 뿐이었다.

카야는 타이바르와 함께 울퉁불퉁한 검은 바위 위에 올라섰다. 바위 너머로, 그녀는 주황색 빛을 발하는 균열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끈적이는 늪과, 표면이 부분적으로 굳어 그 위로 검은 돌덩어리들이 떠다니는 광대하게 펼쳐진 용암을 볼 수 있었다. 이따금씩 용암 이곳저곳에서 녹아내린 바위들이 간헐천처럼 뿜어져 나오면서, 빛을 발하는 용암 덩어리들이 공중으로 흩뿌려졌다. 이곳보다 생명체에게 덜 적대적인 곳을 상상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그럼에도, 타이바르는 이 파멸적인 전경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도착했네," 그가 말했다. "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았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카야가 물었다.

"오래전에 바라고스가 처음 이곳을 탈출했을 때, 신들이 강력한 보호의 룬으로 이 장소를 봉인했거든. 난 이곳으로 오는 오멘패스를 열었던 적이 없어—어떤 엘프도 그랬던 적이 없지. 하지만 티볼트가 그 보호진들을 어떤 식으로든 망가뜨린 게 분명해."

그 검이로군. 그것은 그녀가 이제까지 봤던 어떤 마법과도 달랐다—알룬드가 열었던 차원문과도 말이다. "티볼트가 그 검을 가지고 있지 못하게 해야 해. 이곳으로 오는 문을 갈라서 열 수 있다면, 그걸로 다른 무슨 일을 또 저지를지 누가 알겠어?"

타이바르가 그녀의 뒤를 가리켰다. 그녀는 자동적으로 단검에 손을 뻗으며 몸을 돌렸다—그곳에는, 잠시 후 알아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손짓한 것이 위험을 알리려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들의 아래에 펼쳐져 있는 부분적으로 냉각된 마그마 호수의 표면 위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용암 균열들 사이로 기이하게도 곧게 뻗어 있는 선들이 여럿 새겨져 있었다. 잠시 후, 그녀의 눈이 어두운 빛에 적응하고 나자, 그녀는 현무함 위에 새겨진 채로 그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주황빛을 발하는 용암 화살이었다.

"뭐, 은근한 게 티볼트의 특기가 아닌 건 확실하네," 카야가 중얼거렸다.

타이바르는 간단하다는 듯이 익숙한 동작으로 산등성이의 가장자리를 뛰어넘었다. 그는 높은 바위 탑에서 도약한 뒤, 유리 같은 자갈이 깔린 비탈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는 마그마가 펼쳐져 있는 평지 바로 앞에서 멈춰서서는 뒤를 돌아 그녀를 쳐다보았다. "안 올 거야?"

Immersturm Skullcairn
Immersturm Skullcairn | Art by: Cliff Childs

냉각된 돌 위를 연꽃잎을 밟듯이 뛰어다니는 것도 재미있었겠지만, 카야는 발을 헛디뎌 용암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그건 타이바르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호수의 가장자리에 다다르고 나자, 그는 손가락 끝을 호수 가장자리의 검게 그을린 곳에 가져다 대고는 눈을 감았다.

"기다려 봐," 그가 말했다. 해 보고 싶은 게 있어."

마그마를 가로지르며, 현무암 둑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둑은 그냥 커지거나 확대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것은 바위로 만들어진 촉수들이 서로 엮여 나가며 다리를 만들듯이 자라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눈을 떴을 때, 타이바르는 그녀만큼이나 놀란 것 같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 위에 올라섰다. 그것은 미묘하게 골이 파여 있었고, 그녀의 입장에서 볼 때 일반적으로 돌로는 만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격자 모양이 군데군데 나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왠지 모르게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트롤들을 돌로 변하게 하더니, 이번엔 이거로군. 이 녀석은 변환자야. 하지만 그게 그의 전부는 아니었다. 타이바르는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자신의 불꽃을 일으켰다—그러고서는 젠디카르까지 갔다 왔는데, 그곳이 그저 칼드하임의 세계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노트볼드에서 그가 오멘패스를 열었을 때, 타이바르는 그녀가 함께 가든 안 가든 자신은 갈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만약 그가 그저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려는 고집센 영웅 중 하나였다면, 카야는 그를 그냥 내버려 두었을 것이다—칼드하임에는 그런 사람들이 차고 넘쳤고, 그녀에게는 할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타이바르는 플레인즈워커였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자였다. 왜인지, 그가 다우주를 더 많이 경험하기 전에 그를 티발트의 손에 죽게 하는 일은 꽤 아깝게 느껴졌다. 그녀는 함께 걸어가면서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려 했다.

"그럼, 차원들이 세계들이랑 비슷한 거라는 건가? 그리고 그것들을 연결하는 건—더 큰 세계수가 있고?" 그가 말했다.

"뭐, 실제로 나뭇가지가 있는 건 아니야. 그리고 차원들 사이에 있는 공간에 거대한 짐승들이 있지도 않고." 최소한 그녀가 아는 한은 말이다. "중요한 건, 그 차원들은 세계들과 같은 방법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차원문이 그냥 나타나지도 않고, 차원들을 지나다니기 위한 주문이 있지도 않지. 한 차원에서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 같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되는 거야."

"플레인즈워커 말이지," 타이바르가 용암 위를 떠다니는 검은 돌덩어리를 걷어차며 말했다. "좋은 제안이긴 하네. 그래도 난 사양하겠어. 난 칼드하임에서 얻을 수 있는 영광만으로도 충분하고, 여기만 해도 일생동안 탐험하고 남을 세계들이 있거든. 게다가, 내가 세계수를 떠나면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있겠어? 매번 새로 시작해야 하는 거잖아."

맞아, 카야가 생각했다. 그게 힘든 부분이지. 모든 차원마다 새로운 친구, 새로운 적, 새로운 규칙이 있다. 항상 이방인이고, 항상 신참이다. 다른 사람들의 말다툼, 다른 사람들의 전쟁에 몇 번이고 말려 들어 간다. 재미있었다, 처음엔 말이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피곤해졌다. 하지만, 좋든 싫든, 그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카야는 그의 어깨를 잡아 그를 돌려세웠다. "사양 같은 건 못 해, 애송이. 그런 식으로 되는 게 아니야. 좋든 싫든, 넌 플레인즈워커고, 다음번에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마법, 괴물들, 사람들이 가득 찬 어딘가에 가게 되면, 그때는"—그녀는 황급히 할 말을 떠올렸다—"그때는 일종의 규율이 필요할 거야. 규칙들 말이지." 카야의 규율은 단순했다: 해를 끼치지 말자 . . . 당해도 싼 놈들과 누군가가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는 빼고. 물론, 한두 번쯤은 멀리했어야 할 난장판에 엮인 적도 있었다. 이따금 그녀가 기분이 좋을 때는, 말썽을 일으키는 유령을 무료로 쫓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규율은 중요했다—그것만이 차원마다 그녀를 따라다닌,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타이바르가 언젠가 칼드하임을 떠나게 된다면 그는 무엇에 의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때는 무슨 영광이나 영웅적인 이야기가 중요하겠는가?

타이바르는 팔을 당겨 몸을 빼냈고, 짜증을 내는 것이 역력한 표정이 그의 조각같지만 아직 앳된 얼굴에 잘 드러나 있었다. "내게도 규율이 있어—스켐파르의 전사들에게 셀 수 없이 오랜 세대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것과 똑같은 것 말이야. 이방인이 그런 걸 가르쳐 주려고 해도 난 필요 없거든."

"난 그저 널 도우려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아무에게서도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는 그녀가 지금 어떤 모습인지를 봐 보자. 용병, 도둑, 살인자. 티볼트가 그녀를 비난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의 말이 옳기는 했다.

"난 애도 아니고, 당신 도움도 필요하지 않아. 이미 보여줬지만, 난 내 앞가림 따윈 충분히 하고도 남거든." 그 말과 함께, 그는 검은 바위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달려 나갔다.

고집불통 바보 같으니. 왜 그녀가 아직도 여기에 있는 것인가? 따지고 보면, 그녀에게는 칼드하임에서 돈을 받고 해야 하는 다른 일이 있었다. 그녀가 추적해야 했던 괴물 말이다.

그녀가 아직 돌아설지 말지를 결정하고 있을 때, 검게 그을린 길 위로 타이바르의 발에서 몇 인치 떨어지지 않은 곳에 첫 번째 작살이 날아와 꽂혔다. 그것은 거친 쇠로 만든 가시가 둘려 있는 조잡한 무기였고, 바위에 곶장 꽂힐 정도로 무거웠다. 순간적으로, 타이바르는 너무 놀라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리고 그는 두 번째 작살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에게 날아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카야는 가까스로 시간에 맞춰 그에게 다가가 그의 상반신을 유령화시켰고, 그것과 동시에 쇠작살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그를 통과했다. 그는 휘청이며 뒷걸음질 치고서, 한 손을 길에 댄 뒤, 자신의 두 팔을 칠흑 같은 검은색으로 바꿨다.

"오른쪽!" 카야가 소리쳤다.

식은 마그마 덩어리들을 뚫고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은—불가능해 보이는 듯한—배 한 척이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오멘패스탐색꾼들이 조종하던 배를 떠올리게 했지만, 그것들이 좁은 해협을 가로지르고 외딴 만을 탐험하기 위해 날렵하고 좁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이 배는 오직 한 가지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바깥쪽 가장자리에는 가시들이 잔인하도록 촘촘히 박혀 있었고, 뱃머리에는 쇠로 만든 쐐기 끝에 이가 빠진 공성추가 달려 있었다. 돛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그 대신 불꽃이 일렁이면서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기류를 받아 가까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악마들이로군," 타이바르가 말했다. "준비해."

Demon Berserker Token
Demon Berserker Token | Art by: Grzegorz Rutkowski

배가 가까이 다가오자, 카야는 그 위에 타고 있는 세 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한 명은 철제 투구에 붙여 놓은 수많은 뿔들이 자신의 이마에서 솟아 나온 두 뿔들과 함께 줄지어 서 있었고, 검은 가리개가 그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한쪽 손을 엉겨 붙은 피가 뒤덮여 있는 거대한 철퇴로 바꿔 달고 있었다. 뱃머리 근처에 있는 단상에 있는 자가 가장 컸는데, 우락부락한 몸집에 몸의 오른쪽이 검은 철판으로 덮여 있었다. 그의 거대한 날개의 피막은 여러 전투를 거치며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왼손으로 또 다른 작살을 들어 올려, 그것을 던지려고 몸을 뒤로 젖혔다.

이번에는, 타이바르가 준비되어 있었다. 춤추는 것 같은 타이밍과 함께, 그는 날아오는 작살을 그의 검게 변한 팔로 후려쳐 그것을 마그마 속으로 떨어뜨렸다.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어," 그가 말했다.

카야는 얼굴을 찡그렸다. "사실, 저건 우리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배는 한층 더 속도를 붙이고 있었고, 불타는 돛은 용광로처럼 뜨거운 돌풍에 휩싸여 있었다. 악마들 중 작은 악마 둘이 날개를 펼쳐 퍼덕이면서 공중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그것들은 그저 그들의 옆에 멈추어 서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심해!" 카야가 소리쳤다.

그녀는 타이바르가 만들어낸 길 한쪽으로 몸을 피했고, 타이바르는 그 반대쪽으로 피했다. 그러자 뱃머리에 달린 공성추가 그곳으로 부딪혀 오며 현무암과 잿가루를 공중으로 흩뿌렸다.

카야가 몸을 일으켜 세우자 손이 철퇴인 악마가 그녀를 향해 하늘에서 쏜살같이 내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다이빙하는 힘과 함께 강하게 무기를 내리치면서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카야가 서 있던 위치를 움푹 패인 화산 분화구처럼 만들어 버렸다.

그가 팔을 되돌리기 전에, 카야는 그의 팔뚝을 밟고서는 그 일부분을 페이징해 돌 안으로 넣어버렸다. 그는 고함을 내지르며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연기처럼 손아귀를 빠져나가, 아직까지도 바위에 박혀 있는 작살 근처까지 물러났다.

작살을 빼내는 일은 그녀에게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여기저기에 페이징을 좀 하는 것으로 충분했다—그 무게 때문에 그녀는 거의 마그마 호수 쪽으로 넘어질 뻔했다. 그녀가 무거운 쇠막대기를 양손으로 들어 올리려 애쓰는 동안, 악마는 그의 팔을 둘러싸고 있는 화산암을 흔들고 잡아당기며 날개를 세차게 퍼덕였다. 잠시 집중을 한 뒤, 카야는 작살 전체를 유령화시킨 다음 그것을 던졌다.

그것이 그녀의 손을 떠나자, 그것은 무게가 없는 유령화된 상태에서 갑자기 예전과 같은 무게와 치명적인 상태를 되찾았고, 무엇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것은 악마의 단단한 가슴 갑옷에 깨끗한 구멍을 내면서 반대편으로 빠져나왔다. 악마는 여전히 철퇴가 달린 팔이 땅에 붙어 있는 채로 그 자리에서 잠깐 몸부림치다가, 이내 땅 위로 쓰러졌다.

카야는 잠깐 숨을 고른 뒤,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악마의 등을 덮고 있는 갑옷에 한쪽 발을 올린 뒤, 그녀는 배의 갑판 위로 뛰어올랐다. 그녀는 반대편에서 타이바르가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을 보았다. 뿔 달린 투구를 쓴 악마가 그를 향해 톱니 모양의 이빨이 잔뜩 달린 사악한 칼 한 쌍을 맹렬히 휘두르고 있었고, 금속으로 몸을 반쯤 감싼 덩치 큰 악마는 가시가 박힌 망치를 크게 휘두르며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한 방만 얻어맞아도 엘프의 머리를 날려버리기엔 충분해 보였지만, 아직까지는 타이바르가 모든 공격을 잘 피해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두 팔이 더이상 현무암의 거친 검은 색을 띠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두 팔은 이제, 마치 용광로에서 달궈낸 것마냥 녹아내리며 빛나는 주황색을 띠고 있었다. 그가 칼날의 공격을 쳐낼 때마다, 불똥이 공중으로 흩뿌려지며 사라졌다.

그가 재빠르고, 강하고, 실력이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계속 그렇게 하고 있을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얼굴로 오는 열기를 막으면서 불이 이글거리는 돛 아래로 몸을 숙여 지나간 뒤 반대편으로 달려가 뛰어내려 큰 악마의 등에 어설프게 내려섰다. 그녀보다 두 배는 키가 컸고, 무게는 아마 두 배보다 더 나갈 그 악마는 그 충격에 거의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의 목 주변을 어떻게든 붙잡을 수 있었다.

잠시 생각한 뒤, 그녀는 자신의 손을 그 기이한 빛으로 감싸고 손가락을 곧게 펼쳐 창처럼 만들었다. 심장에 빠르게 찔러넣는 거야. 페이징을 없애고, 빼내면 돼. 편하지는 않겠지만, 그러면 되겠지.

악마가 그녀를 붙잡으려고 어색한 자세로 등을 더듬자, 카야는 그녀의 손을 척추 바로 왼쪽에 꽂아 넣은 뒤 순간적으로 손을 실체화했다—

그리고 고통에 거의 정신을 잃을 뻔했다. 마치 용광로에 손을 집어넣은 것처럼, 악마의 몸 내부는 불타고 있었다. 그녀는 악마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 아래쪽에 있는 거친 검은 돌 위로 굴러떨어졌다.

악마는 몸서리를 치며 한쪽 무릎을 꿇다가, 가지고 있던 전쟁망치의 손잡이를 버팀대로 사용해 몸을 일으켰다. 그녀를 향해 몸을 돌린 악마의 작고 붉은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는 탁한 검은 담즙이 거품과 연기를 내며 쏟아져나왔다. 그녀는 그 악마에게 상처를 입혔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아주 찰나의 시간 동안만 실체화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그 하얗게 불타오르는 절대적인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고통 또한 다른 수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도구의 하나일 뿐이었다. 카야가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도구 말이다. 집중해. 그리고 사용해. 그녀의 몸속 깊숙한 곳 어딘가에서, 카야는 얼음장 같은 냉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여전히 입에서 끓어오르는 피를 흘리는 채로, 악마가 망치를 들어 올리자 그 육중한 무게를 들어 올리기 위해 그의 거대한 근육들이 꿈틀거렸다. 바로 그때 카야는 그의 발아래에 있던 바위투성이 길을 페이징해 허공으로 만들어 버렸다.

반사적으로, 다시 균형을 잡으며 떠 있으려는 듯이, 악마의 날개가 펼쳐졌다. 날개의 거죽이 여기저기 구멍 나고 찢어져 있지만 않았다면, 아니면 그가 머리 위로 들어 올린 거대한 망치만 아니었다면 그 행동은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다리가 용암 속으로 가라앉자 포효하기 시작했다—그는 망치를 떨어뜨리고 앞으로 엎어져, 카야가 서 있는 길을 이루고 있는 거친 검은 바윗돌을 붙잡으려 손을 휘저었다. 그녀는 날카로운 발길질로 그를 녹아내린 바위 속으로 떨어뜨렸고, 그런 다음 그 위로 길을 다시 실체화시켰다.

길 반대편에서는 타이바르가 남아 있는 악마와 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이제는 적이 한 명만 남았기에, 엘프는 공세로 돌아서 있었다. 그의 팔 보호대에 붙어 있던 황동 칼은 이제 길이가 더 늘어나, 그의 두 팔을 뒤덮고 있는 화산과도 같은 열기를 똑같이 발하며 주황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가 허공에 뜨거운 열기를 남기며 칼을 휘두르자 악마의 칼 중 하나가 반으로 잘려 나갔고, 그다음 공격은 악마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녀는 지글거리는 소리를 듣고 머리카락이 타는 것보다 더 심한 냄새를 맡았다. 잠시 후, 투구를 쓴 악마의 머리가 현무함 위로 떨어져 튕긴 뒤 용암 속에 빠졌고, 남은 몸뚱아리는 검은 바위로 만들어진 길 위에 축 늘어졌다. 싸움이 끝났다.

최악의 상태를 고치기 위한 주문은 사용했지만, 카야의 손은 여전히 심하게 욱신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치료 마법에는 그다지 요령이 없었다. 그 손을 다시 자유자재로 사용하려면 며칠은 지나야 할 것처럼 보였다.

"아까 그거 아주 멋졌어!" 타이바르가 말했다.

"그래, 그래," 카야가 말했다. "나도 네가 한 걸—"

"그 귀족은 당신보다 두 배는 컸잖아! 내가 아는 서사시들을 모두 통틀어서, 악마를 처치한 인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당신이 두 번째야! 그리고 무기도 없었잖아! 음유시인들은 이 일을 들어야만 해. 이 일이 다 끝나고 나면, 내가 직접 그들에게 알려주겠어!"

"어, 고마워," 카야가 허를 찔려 당황하며 말했다. 애송이가 명예를 나눌 줄 알긴 하네. "그래도, 이 짓을 또 할 생각이라면, 무기를 가지고 있는 편이 좋겠어."

그때, 타이바르가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물론이지. 잠시만 기다려 봐."

그는 악마 귀족이 마그마에 빠지기 전에 떨어뜨린 거대한 망치로 가 몸을 굽혔다. 카야는 불만을 말하려 했지만—나한텐 무겁고, 내 스타일도 아니야—타이바르는 검은 쇠로 만들어진 망치의 머리 부분에 그것이 마치 진흙인 것마냥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것에서, 그는 금속 두 웅큼을 꺼냈고, 그중 한 개가 그의 손에서 떨어져 바위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는 다른 한 덩이를 치켜들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끔찍한 품질이군.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그는 그 금속 덩이를 두 손으로 감싼 뒤 꽉 쥐었고, 그러자 팔과 어깨를 따라 근육이 팽팽해졌다.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그의 손 위에는 마치 과일의 씨앗 같은 거친 표면을 가진, 작고 타원형인 물체가 들려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뒤 그것을 힘주어 현무암 속에 찔러넣었다. 그런 다음, 그는 다른 덩어리에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카야는 어리둥절한 채로 그가 검은 흙들을 그러모아 각각의 위에 봉긋하게 덮어 주는 것을 지켜보았다. "뭘 하는 거야?"

"모든 것은 자라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타이바르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나무, 사람들—이런 건 다들 알고 있지. 하지만 흙과 돌들도 마찬가지야. 시간과 인내심만 있다면 말이지. 또는, 그게 없다면, 마법을 약간 사용하던가. 내 능력은 찾아가는 세계들마다 다르게 작용한다고 말했었지. 난 이렇게 생명이 없는 장소에서는 어떤 것이든 필사적으로 자라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했어. 금속조차도 말이야. 그리고 내 생각이 맞았지,"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노트볼드에서는 뭐였던 건데? 그 트롤들한테는 뭘 한 거지?"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었다. "쉬워. 토르가 트롤들은 땅에 매인 생물들이야—그것들은 바위나 마찬가지인 시간을 몇 년씩 보내면서 이끼나 모으고 있지. 돌 그 자체라고 해도 거의 틀린 말은 아니야. 내가 한 거라곤 그 모습에 좀 더 가까워지게 유도한 것뿐이고."

그러던 와중에, 그녀의 눈앞에서 무언가가 땅 밖으로 튀어나왔다. 새싹이었다—타원형 물체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쇠의 색을 띠고 있었지만, 동그랗게 말려 있던 것이 점점 펼쳐지고 있었다. 이내 다른 흙더미에서도 또 다른 새싹이 솟아올랐다. 카야는 그것들이 자라나며 줄기가 두꺼워지는 것을, 촉수들을 싹틔우며 그것들을 엮어 격자무늬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꼭대기 부분이 접혀 D자 모양의 곡선을 그리며 나머지 부분과 만났을 때, 그녀는 자신이 보고 있던 것이 손도끼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확히 하자면, 두 개였다. 풀처럼 땅에서 자라난 도끼 말이다.

타이바르는 가까이 다가가서는 그것들에 마치 뿌리라도 붙어있다는 것 마냥 그것들을 비틀어 가며 바위에서 뽑아냈다. 그런 뒤 그는 손잡이 쪽이 그녀를 향하게 해 그녀에게 도끼들을 넘겨주었다. "가볍고 빠른 게 좋잖아. 내 말이 맞지?"

그녀는 조심스럽게 한 개를 받아들었다. 도끼 전체가 같은 물질로 만들어져 있었다—녹도, 피도, 불완전한 부분도 없이, 거기에 있는 것은 차가운 회색 금속뿐이었다. 화려한 매듭 무늬가 새겨져 있는 도끼의 머리 부분은 손잡이보다 더 밝은색을 띠고 있었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손잡이 부분은 거칠게 되어 있어서 손에서 미끄러져 빠져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도끼를 공중으로 휙 던진 다음 (모든 것이 도끼 머리 바로 아래에 있는 지점을 축으로 회전했다), 그것을 다시 잡았다. 땅에서 솟아 나온 물건치고는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고마워," 그녀가 도끼 두 자루를 허리띠에 꽂아 넣으며 말했다.

타이바르는 그녀의 어깨를 탁 치며 씩 웃었다. "당신이 유용하게 쓸 거라고 자신해. 자, 붙잡아야 할 악당이 있었지. 이제 계속해 볼까?"

"사실," 카야가 검은 돌로 만들어진 길을 들이받은 악마의 배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한테 더 좋은 생각이 있어."

Kaya

카야는 지금 타고 있는 배보다는 코시마의 배가 훨씬 더 좋았다. 가야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기이한 능력에 더불어, 뱃전에 몸을 꿰뚫리거나 활대를 조정하면서 머리에 불이 붙을 걱정 따위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타이바르는 그녀보다 항해 경험이 더 많은 것처럼 보였고, 일단 악마의 배가 속도를 내고 나자, 그것은 용암 위를 떠다니는 냉각된 마그마 덩어리들을 별다른 요동 없이 헤치고 지나갔다.

그녀가 뱃머리에서 앞을 주시하고 있는 동안 엘프는 돛을 조작했다. "저기야," 그녀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잿빛 평야 위로 넓고 어두운 산이 솟아올라 있었다. 봉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는 꼭지가 없는, 들쭉날쭉한 이빨이 나 있는 원뿔 모양이 그 위로 떠다니는 구름에 스칠 듯이 위치해 있었다. 카야는 정상에서 이상한 빛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마치 주변의 대기를 마치 어른거리는 열기처럼 왜곡시키며, 이따금씩 기이한 푸른색이나 초록색의 물결치는 리본을 하늘로 쏘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전에 그런 빛을 본 곳이 어디였던가? 알룬드. 칼드하임에서, 저것은 신들의 빛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티볼트가 열어젖힌 차원문의 테두리에서 보았던 것과도 같은 빛이었다.

타이바르는 방향타를 전환해, 배가 산을 향하게 했다. "저건 피바위산이야! 저걸 실제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잘됐네. 완벽해. 피바위산이라." 잠깐 동안, 그녀는 아직 이 배의 방향을 돌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결국, 티볼트의 머리에 돈을 지불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머리에 뿔난 망할 녀석에게는 적이 아주 많으니까, 누군가 사려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을 거야. 찬드라라던가, 아마도.

그들은 슬래그로 뒤덮인 용암 호수의 가장자리에 배를 정박 시켜 놓은 뒤 길을 떠났다. 최소한, 산을 오르는 일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고대에 바위를 깎아 만들어진 계단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것들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낡아져 있었고 카야나 타이바르가 편안하게 올라가기에는 좀 컸지만—엘프나 인간들이 아니라 이머스투름의 피에 굶주린 거주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만큼—어느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다.

조금 올라가던 도중, 무언가가 그녀의 눈에 띄었다. 그들 아래쪽에 있는 마그마 호수 위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카야는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대한 계단에 등을 기대고 멈춰 섰다. 호수의 수면 저편에서, 일렁이는 불길을 돛처럼 달고 있는 쇠로 만들어진 배들이 검게 식은 마그마들과 이따금 부글거리며 솟구치는 용암을 뚫고 다가오고 있었다. 어떤 자들이 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에는 너무 멀었지만—여기에서는 그들이 타고 왔던 음침한 배조차도 장난감 가게에서 찾아볼 수 있을 법한 모습으로 보였다—그녀는 그들이 있는 높이까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들려 오는 일정한 북소리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제기랄," 타이바르가 중얼거렸다. "수십은 되겠어."

"수백이야," 카야가 말했다. "우리와 마주친 배는 저들의 선봉에 서 있던 게 분명해. 정찰대라고."

"그리고 저게 나머지 군대고."

하지만 어째서? 이 모든 것이—악마들의 군대, 이 모든 전함단들이—단지 그들을 막기 위해서 나선 것인가? 그녀는 자신이 상대하기 힘든 적이고 타이바르는 짝을 이루기에 나쁘지 않은 플레인즈워커라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건 너무 과해 보였다.

아니면—

그게 아니면 저들은 그들 때문에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 검," 카야가 말했다. "그건 차원문을 열 수 있어! 세계들 사이에 구멍을 낸다고!"

타이바르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카야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흔들었다. "그 자식은 둠스카르를 일으키려고 하는 거야, 이 애송아!"

"정정하지," 그들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미 일으켰어."

그들 위쪽으로 나 있는 삐뚤빼뚤한 계단 위에서 이글거리는 불길의 화살이 떨어져 내렸다. 카야는 간신히 몸을 한쪽으로 던지면서 열기가 그녀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티볼트가 산등성이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씩 웃고 있었다. 한 손에는 붉게 타며 지글거리는 불꽃이 둥글게 고리를 만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는 화려한 유리로 만들어진 그 검을 들고 있었다.

Sword of the Realms
Sword of the Realms | Art by: Lie Setiawan

"티볼트가 저 검을 가지고 있지 못하게 해야 해," 카야가 말했다. 또 다른 화염구가 대기를 가르며 날아왔고, 조금 전까지도 타이바르가 서 있던 바위를 녹여버렸다.

그녀가 한쪽으로 움직였고, 타이바르는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구불구불한 계단 길 사이로는, 이 세계의 거주자들만큼이나 야만적인 지각변동의 증거를 드러내듯이, 쐐기 모양의 검은 바위들이 툭툭 튀어나와 있었다. 타이바르는 이것들을 사용해 몸을 숨기면서, 운동선수와 같은 도약과 뜀박질로 비탈길을 올라갔다.

카야에게는, 일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그녀는 티발트로 향하는 곧은 길을 따라 달려갔고, 그 마귀가 던져 오는 돌덩이와 불길 따위를 페이징하며 피했다. 그녀 또한 타이바르만큼 날렵했기에, 그녀는 빠르게 그를 앞질렀다.

15 피트, 이내 10피트. 카야는 허리띠에서 도끼를 꺼내 티볼트를 향해 던졌다. 도끼는 티볼트의 어깨를 베어냈고, 티볼트는 대자로 쓰러졌으며, 그녀는 두 번째 도깨를 꺼내 들었다. 일어나게 해 주면 안 돼.

그녀는 티볼트에게 다가가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산등성이를 달음질쳐 올라가 그에게 달려들었고, 그녀의 체중이 공격에 모두 실릴 수 있게 발밑에 미묘한 변화를 주었다. 그녀는 그가 붉은 뺨을 부풀리며 숨을 깊이 몰아쉬는 것을 보고 자신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입에서 갑자기 연기가 엄청나게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큰 계단을 뒤덮었다. 연기는 물결처럼 카야에게 밀려들었고, 그녀의 눈과 목을 따갑게 찔렀다.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끼를 휘둘렀다—하지만 도끼는 바위에 부딪혀 나올 뿐이었다.

카야는 한 손으로 두건을 꺼내 그녀의 입과 코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도끼를 수평으로 잡고 공격할 준비를 했지만, 그녀에게 보이는 것인 오직 연기뿐이었다. 그녀 주변에서 악의를 가진 작은 주황빛 잿가루가 춤을 췄다. 그것은 그녀가 숨을 쉬고 있는 천 사이에 있는 틈을 찾으려고, 질끈 감은 그녀의 눈꺼풀을 열어젖히려고 그녀에게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았다. 맨살이 그것에 닿은 곳은 죄다 화상을 입었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고통과 불편함을 차단하면서, 청각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티볼트는 어디에 있었나? 타이바르는 어디에 있었나?

아직 도망쳐도 늦지 않았어.

그 생각은 갑자기 떠오른 것처럼 보였다.

다 끝났잖아. 티볼트가 이미 둠스카르를 일으켰어. 넌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천천히, 그녀의 피부와 폐, 그리고 눈의 화상이 점점 더 심해져 갔다. 그녀의 팔다리에도 기이한 피로가 스며들고 있었다—그녀가 들고 있는, 한때는 그렇게 가볍고 균형 잡혀 있던 손도끼가 이제는 그녀의 팔을 아래로 잡아끌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차원의 문제는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야. 넌 이곳의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어. 어서—공허한 우주로 뛰어들어. 여기서 빠져나가. 목숨을 구해. 그게 네가 제일 잘하는 거잖아.

생각들이 계속해서 그녀의 정신 속으로 밀려들어 왔고, 카야는 이를 막을 수 있는 힘이 전혀 없었다. 도한 카야는 이를 전혀 바라지 않았지만, 그 충동이 그녀를 잡아끄는 것을, 그녀 주위에서 마법적인 에너지가 생겨나며 그녀를 옮길 준비를 하는 것을 느꼈다.

아주 쉬울 거야. 여기에서 네가 얻을 수 있는 건 고통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었다—매캐한 연기보다도, 이제는 카야를 무릎 꿇리려 하는 이 비정상적인 탈진보다도 말이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거의 그녀의 목소리와 비슷하게 들리는—하지만 명확히 다른—목소리였다.

그녀의 오른쪽에서 연기가 소용돌이치듯이 움직였다. 그녀가 가장 처음 본 것은 검으로, 유리에 갇혀 있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깔들이 그녀를 향해 호를 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티볼트가 그녀를 죽이려 검을 휘두른 것이다. "날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지, 안 그래?"

그녀는 도끼를 치켜들어 공격을 막아내려 했지만, 도끼는 너무나도 무거웠다—그리고 그녀의 팔은 너무나도 굼떴다. 카야는 이미 도끼가 제시간에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동물적인 본능으로, 카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쨍그랑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금속이 살에 파고드는 소리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고통도 없었다. 재미있군.

카야는 눈을 떴다. 그녀와 티볼트 사이에 타이바르가 서 있었다. 그는 손목 보호대에 붙어 있는 단검으로 신의 빛을 흘리고 있는 검을 막아냈다. 티볼트는 팔을 부들거리며 그를 밀어내려 애를 썼지만, 그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 도대체 누구냐?"

타이바르는 익숙한 듯이 빠른 손짓으로 티볼트의 손을 내리쳐 칼을 떨어뜨리게 했다. "타이바르 켈. 엘프들의 왕자. 칼드하임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이지."

이제는 카야의 머릿속에 있는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그녀는 티볼트가 어디를 통해 그녀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는지를, 어떤 식으로 그녀의 의심과 공포를 이용해 그의 존재를 감췄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피로와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이 마법은 거의 예술적이었다—그녀가 이제껏 그에게서 본 서툴고 따분한 일들과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타이바르는 왜 이 마법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인가? 그도 연기 속으로 뛰어든 것은 그녀와 마찬가지였다. 왜 그의 의심과 불안은 그에게서 서서히 생명력을 빨아들이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그게 아니면 그에게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인가?

고대인들에 맹세컨대,,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자신에게 의심을 품기엔 너무 젊고—너무 거만하고—너무 바보같아. 그것에 대해선 칼드하임의 모든 신들에게 감사해야겠군.

티볼트는 한 손에 붉은 화염을 빙글빙글 돌리며 그녀의 앞에서 뒤로 물러났지만, 타이바르가 그의 멱살을 잡아 어깨 너머로 휙 넘겨 그 플레인즈워커를 돌계단 가장자리에 처박았다. 티볼트는 숨이 끊어질 것 같이 거칠게 기침을 해 댔고, 그와 함께 그들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연기와 불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타이바르는 자신의 황동 칼날을 티볼트의 목에 가져다 댔다. "자, 이 악마야,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털어놓아야 할걸."

그 말에, 티볼트는 씩 웃었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라고," 그가 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야는 그의 주변에 에너지가 모여들면서, 허공에 날카롭고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마법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소리를 치려 했지만, 이내 마른 나무에 불이 붙는 소리가 들리더니, 티볼트의 눈 뒷부분이 주황색으로 빛을 발했다. 마치 불타오르는 종이와 같이, 그의 몸이 주황색 잿더미가 되어 무너져내렸고, 타이바르는 휘청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 녀석이," 엘프가 식식댔다. "그 녀석이—"

"차원 이동을 했지. 맞아," 카야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타이바르—고마워. 날 도와준 것 말이야."

"물론이지," 그도 몸을 추스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 녀석이 돌아오면 어떻게 하지?"

"그렇게는 못 해. 당분간은 못 한다는 말이야. 어쨌든, 돌아온다고 해도 우리에게 더이상 위협은 되지 않을 거야. 차원을 뛰어넘는 일에는 마법이 아주 많이 필요하거든. 재충전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아," 타이바르가 말했다. "그럼 우리가 이긴 건가? 다 끝난 거야?"

카야는 화산재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속에서 이상한 불빛들이 계속해서 반짝이며 물결치고 있는 산봉우리를 올려다보았다. "아니, 난 끝났다고 생각 안 해."

다른 때였다면, 그들 아래쪽에 있는 골짜기에 위치한 거대한 피의 우물을 구경하는 일에 대해 잠시 고려해 볼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은 피바위산의 꼭대기에서 하늘에 난 구멍을 확연히 볼 수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서 있는 곳에서부터 그들이 건너온 마그마 호수의 중간 부분까지 벌어져 있었다. 카야는 화산재 구름이 그들의 시야를 가려 이것을 보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산에 올라오는 동안, 이 상처가 새롭게 벌어진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 찢어진 구멍의 가장자리에서는, 빛을 발하며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여러 가지 색깔의 빛이 쏟아져나와 하늘을 뒤덮었다.

"이런 세상에," 타이바르가 중얼거렸다.

그 안에서, 카야는 풍경들—우뚝 솟은 바위투성이 산맥, 얼음으로 만들어진 요새들, 길게 자란 노란 풀이 무성한 평야들—이 만화경처럼 변화무쌍하게 뒤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잘못된 일격 한 번으로 모든 차원이 찢겨져 한데 뒤섞인 다우주 전체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되돌리는 방법을 알고 있거나 하진 않아? 검을 사용한다던가?" 그녀가 말했다. 검은 타이바르의 허리띠에 끼워져 있는 상태였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알겠지만, 내 능력에도 한계는 있어."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흥건한 피의 비릿내, 하늘에 나 있는 구멍—에도 불구하고, 카야는 그 말을 듣고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 웃음은 그녀가 저 아래쪽에 있는 불타는 호수로부터 솟구쳐오르는 형체들을 보았을 때 목구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그들이 가죽으로 뒤덮인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그들은 점점 더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검과 창, 미늘창과 도끼로 무장한 악마들은 무기와 방어구의 무게 때문에 아래로 쳐지곤 했지만, 그런데도 그들은 천천히 그들의 끔찍한 전진을 계속했다. 수천은 되는 것이 분명한 악마들이 하늘에 나 있는 구멍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 구멍은 그들에게 한 세계만이 아니라 이 차원에 있는 모든 세계를 약탈하고, 불태우고, 파괴하라는 초청장이었다. 거대한 불기둥 두 개가 세워져 있는 배에서 솟아오른 악마가 그들의 한가운데에 있었는데, 그는 다른 모든 악마들을 난쟁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는 한쪽 손에 날이 양쪽으로 달린 도끼를 들고 있었고, 미친 듯이 날개를 퍼덕이며 도망치려는 것 같이 다른 악마들을 밀치며 지나갔다. 그녀는 타이바르가 어안이 벙벙해져서 그 악마의 이름을 중얼거리기 전부터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오멘패스탐색꾼들과 지내는 동안 그들이 그 이름을 말하는 것을 수 차례나 들어 왔기 때문이다. 바라고스.

Varragoth, Bloodsky Sire
Varragoth, Bloodsky Sire | Art by: Ian Miller

카야는 그들 앞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는 사악한 무리를 여전히 쳐다보고 있는 타이바르를 향해 몸을 돌렸다. "타이바르, 우린 가야 해. 이 차원은 이제 곧 산산조각이 날 거야."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저것들을 막아야 해.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경고해야 한다고!"

"타이바르,"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다 끝났어. 오해하진 마, 넌 훌륭한 전사야. 하지만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전사도 여기서 일어날 일을 바꿀 순 없을 거야." 이미, 그녀는 악마들이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그 틈을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린 노력했어.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전부야. 다음 차원으로 가서, 더 잘해 보려고 노력—"

그녀는 그의 등에 손을 얹으려고 했지만, 그는 이를 뿌리치고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러니까 이게 당신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 일이로군—세상이 자기가 상관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자마자 냉큼 사라지는 것 말이야. 일이 힘들어지자마자 곧바로 도망치는 것. 결국 당신이나 티볼트나 그렇게 다를 것도 없군."

그의 말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프게 그녀를 때렸다. 그녀가 대답할 말을 간신히 떠올리고 있을 때—그렇게 고집부리지 말라던가, 죽음을 자초하려는 거냐던가—타이바르는 이미 오멘패스를 열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플레인즈워커가 된다는 게 이런 거라면, 난 그런 건 전혀 되고 싶지 않아."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카야가 차원을 이동하기 위해 모은 에너지는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한 이름 모를 압력과 함께 여전히 그녀 주변의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떠날 수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떠나야만 했다. 그것이 영리한 선택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규율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들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티볼트나 타이바르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이런저런 방식으로, 그 목소리들을 어떻게 들어 왔는지를 말이다.

카야는 욕설을 내뱉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 다음, 그의 뒤를 따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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