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Posted in Magic Story on 2021년 4월 20일

By Reinhardt Suarez

Reinhardt Suarez is a Chicago-born, Minneapolis-based writer, editor, and raconteur. He has an MFA in fiction writing from The New School in New York City, and his fiction can be found in a lot of different places, including Shattered: The Asian American Comics Anthology as well as his own contemporary YA novels, Lords of Badassery and The Green Ray of the Sun. He lives with his wife, Kristin, their daughter, Morrigan, and their feline overlord, Karl. Find out more at thereinhardtexperience.com.

아스테리온과 처음 만난지 5분만에, 퀸토리우스는 이 신령 멘토로부터 들을 건 다 들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즐거운 사실도, 그가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던 일도 아니었다. 그는 최근 멘토와 멘티 간의 깊은 관계가 성공적인 스트릭스헤이븐 경험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느낌을 받아오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가난한 양치기의 아들이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을 직접 마주하고 그가 경험한 중대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자주 있겠는가?

Quintorius, Field Historian
Quintorius, Field Historian | Art by: Bryan Sola

그래서 그가 마침내 멘토를 배정받았을 때, 그는 서둘러서 모형 전시장—이곳은 로어홀드 학부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라고 봐도 틀림없다—으로 달려갔다. 그가 연구를 시작하고 난 첫 1년 반 동안, 퀸트는 모형 전시장의 돌 길을 걷는 습관을 들였고, 그곳을 거닐면서 존경받는 교수들, 저명한 졸업생들, 그리고 과거의 전설적인 영웅들의 동상들 앞에 멈춰서 그것들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이들 중 하나가 자신의 멘토가 된다고 생각해 봐라! 피를 쏟게 만드는 자 골완다와 처형인 잔드릴에게서는 어떤 역사를 배울 수 있을 것인가? 현실에서, 이 두 전쟁군주들은 서로 원수였다: 골완다는 진홍빛 칼날의 인장 아래에서 스텝 지역 민족을 결속시킨 겁없는 오크 기병대인 천둥 기수들과 함께했고, 잔드릴은 호드랜드의 영세 부족들을 규합한 코르 전쟁영웅이었다. 그들의 세력은 삼천 년 전(지금 스트릭스헤이븐에 있는 학생들이 하나도 태어나지 않은 때)에 피로 흠뻑 젖은 전장에서 서로 맞붙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늘날 바로 이곳에서, 운 좋은 학생에게 수 세기 동안 간직해온 지혜를 물려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퀸트는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멘토의 영혼을 동상에 불어넣었을 때, 그조차도 그 첫 대화의 대부분이 스콘 빵에 대한 것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랬다. 집중적으로 말이다. 검은딸기 잼과 걸쭉한 크림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시간에도 이는 더 나아지지 않았고, 화제는 허리띠를 효율적으로 차는 방법에서 특정 품종 개의 위생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오갔다—작은 것들은 귀족 여성의 지갑에서 자주 볼 수 있고, 그것들의 키에 걸맞지 않게 특이한 수준의 무뚝뚝함을 가지고 있다. 네 번째 시간에 접어들면서 퀸트의 학기말 프로젝트에 대한 열의가 차게 식어버렸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아아, 성적은 여전히 성적이었고, 장학생에게는 높은 성적이 중요했다. 퀸트는 플라르그 학장에게 멘토를 바꿔 달라고 이야기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가망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애초에 최근에 발굴된 조각상들과 학생들이 짝을 이루게 하겠다는 것 자체가 플라르그의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로어홀드 학생들은 역사의 선봉장이 되고 싶어 해야만 해!" 게다가, 플라르그는 그가 "중도포기자"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그다지 친절하게 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퀸트는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멘토의 조각상을 올려다보았다. 그 조각상은 대장장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철판 갑옷을 두른 젊은이가 빈틈없는 전술가로써의 강철 같은 표정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었다. 그는 칼자루에 손을 얹고 적들을 공격할 준비가 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누군가가 그곳을 지나갔다면, 아스테리온이 맹렬하게 지휘하는 기사단장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터엿다.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긴 했겠지만 말이다.

퀸트는 그의 앞에서 손을 들어 올리면서 "각성"의 신성한 문양을 허공에 꺼내 들었다. 이것은 로어홀드에서 가장 중요한 주문이자, 고고학에 대한 건설적 이해를 위해 가장 핵심적인 요소였다. 이 문양은 주문을 발동하는 사람이 아르카비오스 전역에 걸쳐 끊임없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 자신의 의지를 투영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도구였다. 일단 이런 흐름과 조율을 맞추고 나면, 고고학술사는 이름이나 얼굴, 사건들을 추출해, 그것을 정착시킨 다음, 현재로 끌어당기기만 하면 됐다.

얼른 해치워 버리는 게 낫겠지,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프로젝트는 빨리 끝나면 빨리 끝날수록 더 좋아.

마법이 그 절정에 다다르자 퀸트의 배가 바짝 조여지며 뒤틀렸다—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밝은 불길이 조각상을 뒤덮으면서, 사이사이에 난 갈라진 틈들을 황금빛으로 채웠다. 퀸트는 이 주문을 셀 수 없이 많이 사용해 왔지만, 주문은 매번 대초원 멜론을 너무 많이 먹은 뒤에 양젖을 마시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비릿한 감각을 동반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지금 느기고 있는 메스꺼움이 다시 한번 그의 멘토를 만나야 한다는 일에도 어느 정도 상관이 있지 않을까가 궁금했다.

Stonebound Mentor
Stonebound Mentor | Art by: Svetlin Velinov

"퀸트, 내 착한 록소돈이 왔구나!" 아스테리온이 받침대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지난 토론에서 네가 한 질문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내 대답은 정말 그렇게 하고 싶구나란다."

퀸트는 가방에서 일지를 꺼내 메모들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적은 것은 아스테리온이 파라솔 사용에 대한 찬반 양론을 반추한 것을 메모한 내용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너의 성대한 캠퍼스 투어 동행하고 싶다는 말이야!" 아스테리온은 콜레마 전당의 첨탑 쪽으로 향한 길을 가리켰다. 일부는 퀸트와도 면식이 있는 여러 2학년생들이 그곳에서 퀸트가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퀸트보다는 더 확연하게 역사적인 인물들과 함께 있었다. "너는 그러자고 하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지."

"안 한 게 맞아요," 퀸트가 땅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말했다. "그냥 이야기나 하는 게 어때요?"

"만날 때마다 이야기만 하지 않았니. 물론 그게 네 프로젝트의 전부는 아닐 테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건 어떨까?"

"제 생각에 우린 서로를 꽤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퀸트가 말했다. 그는 일지의 페이지에 펜을 가져다 댔다.

아스테리온이 주변을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좋아. 그렇다면 내 삶, 내가 살았던 곳, 내 계보에 대해 알고 싶은 거겠지?"

"사실, 그 정보들은 이미 다 가지고 있어요."

"어 . . . 그래?"

"학교에는 방대한 기록이 있거든요. 지난번에 만나고 난 뒤로, 사소한 세부사항을 기억하는 번거로움을 좀 덜어 볼까 했어요." 퀸트는 전날 콜레마 전당의 인명부를 뒤져 가며 작성한 요약본의 페이지를 몇 장 넘겼다. 아스테리온과 그의 가족에 관한 두루마리에 쌓여 있는 먼지와 두루마리의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미루어 볼 때, 수백 년 동안 그것들을 열람한 유일한 사람이 퀸트뿐이었다는 것은 아주 명확했다. "당신의 아버지는 광활지 중심부에 있는 팔라드 권역을 통치했던 튜타모스 경이었어요. 당신의 어머니는 크레테아 부인이었고요"

"기특하구나! 숙제를 해 온 학생이 있네."

"당신에게는 어머니 편에 사촌이 둘 있었고, 둘의 이름은 파시파와 데아니라였죠."

"그 둘은 정이 당최 들지 않았어. 꽤 버릇이 없었지."

"그리고 아버지 편에는, 사촌이 하나뿐이었네요, 이름은 아켈로스고요. 당신에게는 삼촌인, 그의 아버지는 꽤 잘 알려진 장군이었고, 이전에는 예텔로티아의 마지막 왕정에 고용되어 있었죠. 그는 또한 '야수'라고 불리기도 했어요."

"그의 싸움에 대한 기량 때문이기라기보다는 냄새 때문에 그랬지." 아스테리온은 걸음을 멈추고 퀸트의 앞에서 두 팔로 팔짱을 꼈다. "그렇게 많이 알고 있으니, 네가 내게 뭘 더 물어봐야 할 지가 상상이 안 되는구나."

"결말에 대한 부분이에요."

"오."

"일련의 보고에 따르면, 당신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상황은 당신이 학교 부지를 떠나 낙하기둥 쪽으로 향하는 것이었다고 해요. 한 달 뒤에 수색대가 도착해서 일주일 동안 수사를 했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죠. 당신의 어머니는 동굴의 입구 옆에 기념비를 세우라고 의뢰했고요. 그곳이 두 달 전에 조각상이 발견된 곳이에요." 퀸트는 페이지를 쳐다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게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내용과 일치하나요?"

"내 기억이 왜 중요한지 모르겠구나. 이미 기록철을 가지고 있잖니."

"역사적 사건들을 정확하게 기록하는 일은 엄청나게 중요하니까요."

"아. 그리고 내 예상으로는 그게 네 최종 성적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해 주겠지?"

"저는 . . . 맞아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면 믿어 주겠니? 어느 시점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러다가 . . . 뚝 끊겨 버린단다. 파편들이 횃불의 불빛을 받아 흐릿하게 빛나는 것 같지."

퀸트는 일지를 덮은 뒤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면, 그건 그렇다고 해야겠네요. 당신한테서 필요한 건 전부 들은 것 같아요. 인내심 있게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다려라!"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날 그곳—조각상이 발견된 곳—에 데려다줄 수 있겠니?"

퀸트는 일어나 가방을 어깨에 걸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영혼 조각상들이 모형 전시장 밖으로 나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요."

"누가 그러는데?"

"규칙이 그러죠. 로어홀드 학장의 허가 없이는 어떤 조각상도 모형 전시장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요."

"나도 규칙은 기억해. 규칙은 내 시대에도 있었지, 그리고 누가 그런 규칙들을 따랐는지 아니? 겁쟁이들과 바보들이었지."

퀸트는 그의 멘토를 쏘아보았다. "규칙을 지키는 건 중요해요."

"그럼 뭐 때문에 날 이곳으로 데려온 거지? 가능성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날 슬슬 떠보다가 '허가되지 않았어요'나 '불가능해요'라고 말하려고 그런 거냐? 학생들 몇 명이 그들 옆을 지나가면서 히죽거렸다.

"들키게 되면, 일을 못 하게 될 수도 있고, 심지어 학교에서 쫓겨나게 될지도 몰라요."

"일이라," 아스테리온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 일에서 넌 뭘 하지?"

"저는 발굴지에서 연구팀을 돕고 있어요. 학비를 충당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죠."

"흠. 그건 나쁘지 않구나. 그 발굴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주려무나."

"꼭 알고 싶으시다면, 그곳은 연구팀이 고대에 일어난 산사태 아래에 파묻혀 있던 당신의 조각상을 발견한 동굴이에요. 저희는 이 학교가 모라기츠-케쉬라는 고대 도시의 위에 세워졌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죠."

아스테리온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잠시 후 땅에 엎드려 미친 듯이 웃어제끼기 시작했다. "모라기츠-케쉬가 이곳에서 백 리그도 안 떨어진 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제정신인 게지?"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스테리온은 더 큰 소리로 웃었다. "전문가들? 사기꾼들이라고 하는 게 더 낫겠군."

퀸트는 그의 멘토를 쳐다보았다. 그가 표정을 잘 읽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영혼 조각상의 돌 같은 표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일은 가장 뛰어난 정신마도사에게도 어려운 일일 터였다. "그건 모르니까 하는 말씀이시죠."

"잔타파르를 모라기츠-케쉬로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는 안다. 잔타파르에 대해서는 들어 봤겠지, 안 그러냐? 계단을 내려가라, 순례자여, 방랑자여?"

물론 퀸트는 잔타파르를 알고 있었다. 아르카비오스에 있는 모든 록소돈은 그 유명한 사라진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 가난한 유목민 아이들은 밤마다 모닥불에 둘러앉아 각자의 가족에게서 들은 버전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주곤 했다. 다양한 믿음을 가진 보물 사냥꾼들이 약속된 행운과 영광을 얻기 위해 그 도시를 찾아다녔다. 아스테리온이 잔타파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퀸트에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말을 멈춘 것은 그의 멘토가 읊은 시 한 구절 때문이었다.

"어떻게 제드의 찬송가를 알고 계신 거죠?" 퀸트가 물었다. 제드의 찬송가의 저자는 최후의 록소돈 황제인 자이룬-제드라고 여겨지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며, 고난의 시기에는 기도로써, 비참한 상황에서는 명상의 수단으로써 록소돈들 사이에서 명맥을 이어 왔다.

"작은 록소돈이 말해 줬지," 아스테리온이 씩 웃으며 말했다. "뭐, 실제로는 꽤 컸지—내가 어릴 때 날 돌봐 준 비스 스보쿠놀이라는 록소돈이었어. 난 많은 이야기들을 알고 있지—네 잊혀진 도시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고. 내가 그전까지 여기서 뭘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저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려고 버려진 동굴을 탐험하는 사람은 없어. 실제로는 그 정반대가 맞겠지."

"잔타파르라고요? 낙하기둥에요?"

"그래, 이 긴 코 친구야. 발견해야 할 잊혀진 도시가 있지. 그리고 그 일엔 너 같은 록소돈이 제격이야. 네 의무라고 생각해."


발굴지에서 연구원들을 돕고 있는 학생들은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갔지만, 연구진은 동굴 입구에서 몇 야드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야영지에서 머물렀다. 이를 통해 그들은 유물을 청소하고 식별하면서 발견해낸 것들의 중요성을 숙고하는 노력을 계속 이어 갈 수 있었고, 이는 동료애를 증진시켜 주는 것과 동시에 중요한 발견사항들을 로어홀드 보관소에서 문서화해야 하는 전문가들 사이에 적절하게 지식을 전파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퀸트와 그의 허가받지 않은 동료에게는 다행히도, 이 발굴지는 그들이 탐험하려는 곳이 아니었다. 불행히도, 그들은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서 그 야영지를 지나가야만 했다. 그들은 야영지가 활기차게 북적이는 모습을 바위 뒤에서 지켜보았다. 퀸트는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호프리 고스트포지 교수가 불가에서 몸을 녹이면서 별이 흩뿌려져 있는 넓은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채로 턱수염을 땋는 것을 목격했다.

"하!"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저 바보들은 저 구멍에서 아무것도 못 찾을 거다."

"바보가 아니에요," 퀸트가 말했다. "저기가 몇 톤은 되는 바위들 아래에서 당신—그러니까, 당신의 조각상이요—을 찾은 곳이에요."

"어머니가 지리를 특기로 삼으셨던 적이 없긴 하지. 게다가 나는 그 동굴에 가봤으니까 그 안에 관심을 가질 만한 건 더이상 없다는 걸 장담할 수 있어."

"그건 육백 년 전이었잖아요."

"내 말이 바로 그거야. 물론, 도자기나 녹슨 무기 몇 점은 발견할 수 있겠지. 아마도 여행자들이 네 교수들 같은 허풍선이들을 골려주려고 장난삼아 남겨둔 것들 말이야." 그는 모닥불의 불빛이 비치지 않는 절벽 옆의 어두운 곳을 가리켰다. "덤불에 숨어서 지나갈 수 있겠어."

퀸트는 낙하기둥으로 가는 길에 이미 한 번 후회했지만 한 번 더 후회했다. 아스테리온은 조롱을 하긴 했지만, 모든 좋은 규칙들이 그렇듯이 스트릭스헤이븐의 규칙 또한 명확했다. 만약 그가 캠퍼스에서 아스테리온을 몰래 빼돌린 것이 들통난다면, 그는 2년 전에 런들스트롬 사관학교의 후어티 코스탐불 사령관이 퀸트의 신체적 건강, 가족의 건강, 아버지의 명예, 그리고 그의 가문에서 태어날 수많은 록소돈 세대에게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위협이란 위협은 모두 가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터였다.

"어떻게 너같은 하찮은 놈이 내 최고의 생도 셋을 날려버린 거지?" 코스탐불은 온갖 종류의 날카로운 무기가 널려 있는 책상 너머로 소리를 쳤다. 퀸트는 조용히 서 있었다. 그 방 안에서는 퀸트가 같은 록소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무슨 말을 했더라도 그 상황을 모면하지 못했을 터였다. 발단은 퀸트에게 재수가 옴 붙은 날이 되게 해 주자고 생각한 깡패 세 명에게서 자신을 방어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최소한, 물리적인 방어는 아니었다. 운 좋게도, 그는 항상 자신이 물건들을 움직이고 뒤틀리고 돌게 함으로써, 적당한 때에 갑자기 넘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고향에서는 도망친 양이 양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게 하는 일에 이 마법적인 재능을 사용했다. 한번은 우물의 뚜껑이 확 닫히게 해서 그의 아버지가 우물에 빠지는 것을 막은 적도 있었다. 벽에 걸린 현수막이 자신을 공격하려는 녀석들 중 한 명의 머리 위에 떨어지고, 다른 한 명의 신발끈은 갑자기 풀리고,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은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팔이 부러지게 만드는 일은 상당히 간단한 일이었다. 그는 그 일이 자신의 서투른 행동을 남들에게까지 확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했다. 퀸트의 재능(그리고 그의 관대함)은 그의 교관들에게까지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퇴학. 그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기 전에 받은 종이에는 그렇게 쓰여져 있었다.

Expel
Expel | Art by: Billy Christian

"퀸트, 준비됐니?" 아스테리온이 물었다.

"들키면 어떻게 하죠?" 퀸트는 부끄러운 모습으로 집에 돌아갔을 때 마주하게 될 부모님의 얼굴을 상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 . 처음이 아닐 테니 더욱 말이다. 지난 번에는, 그 일에 쓸모없는 갑옷과 무기 한 벌이 들었다. 이번에는, 그보다 더 나쁠 것이 분명했다. 퀸트의 부모님은 그가 양떼를 치는 것 말고는 다른 운명이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될 터였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말아라,"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삶은 위험을 감수하는 거야! 가자!"

아스테리온이 앞장섰고, 퀸트에게는 따라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들은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숙인 뒤 천천히 야영지 주변을 빙 둘러 전진했다. 더 낮은 절벽 쪽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의 중간 지점에 다다랐을 때쯤, 땅에서 솟아 올라와 있는 뿌리에 퀸트의 발가락이 걸렸다. 나뭇가지를 붙잡기도 전에, 그는 비틀거리면서 쿵 하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가방은 상황이 더 안 좋았고, 가방 뚜껑이 휙 열리면서 안에 있는 종이와 도구들을 돌바닥 위에 전부 쏟아냈다.

"거기 누구지?" 모닥불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로부터 목소리가 들려 왔다.

퀸트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의 제명 보고서에 쓰여 있던 내용이 무엇이었던가? 아, 그렇다: 퀸토리우스 칸드는 양 눈이 멀고 종기가 뒤덮여 있는 나이든 무리야수와 비슷한 신체 조정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라면 그렇게 심하게 말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퀸트는 자신이 록소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발이 날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는 아스테리온이 있던 자리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횃불을 높이 치켜들고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연구원 쪽을 슬쩍 쳐다봤다. 퀸트가 두 발로 일어서자, 그는 그 연구원이 고스트포지 교수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퀸토리우스?" 그는 횃불을 높이 쳐든 채로 말했다. "왜 캠퍼스로 돌아가지 않은 거지?"

퀸토리우스는 빠르게 생각하면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소지품들을 무턱대고 가방에 던져넣기 시작했다. "어, 네 . . . 캠퍼스에 있어야 하죠, 교수님."

"설명해 보게." 퀸트는 교수님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불편했다. 호프리는 조각상 같은 물질적인 집중점이 없어도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스트릭스헤이븐에서 명성을 얻었다. 사람들이 직접적인 질문을 어설프게 회피하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 없이 어떻게 이를 이룰 수 있었겠는가?

"어, 그러니까, 발굴지에서 도구를 좀 잊어버리고 가서요."

호프리는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퀸트가 가방 안에 집어넣고 있는 어지럽게 널부러진 곡괭이와 붓들을 발끝로 툭 건드렸다. "이것들을 말하는 거냐?"

"아뇨 . . . 다른 세트에요. 좋은 쪽이요. 다른 사람들이 그걸 훔쳐 갈 거라는 건 아니고—"

"모닥불에 같이 앉지 않겠니?" 호프리가 말했다. "잠시 같이 있으면서, 차도 한잔 하거라. 그런 다음 도구들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가면 되지."

퀸트는 거절하려 입을 열었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스트릭스헤이븐에서 가장 학식이 높은 학자들과 보내는 조용한 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기회를 가지기 위해 누구를 죽이라고 해도 기꺼이 그럴 (아니면 최소한 심각하게 불구로 만들) 터였다.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이 실행에 옮겨 보지 않았던 전장 훈련을 생도들에게 시키고 있는 런들스트롬의 뚱뚱한 예비역 장성들과는 다르게, 이 교수들은 활발한 실무자들이었다. 공식 스케줄 이외의 시간을 함께하는 것은 희귀하고 소중한 일이었다. 그는 이 세계에서 성공한 고고학술사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기 위해 그 기회를 잡고 싶었다.

반면에, 그들의 발밑에 잔타파르가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이 있다면, 퀸트는 자신이 그것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는 코스탐불이 자신을 어떻게 내쫓았는지를, 그리고 그가 잔타파르를 록소돈 민족에게 되돌려준 사람이 퀸토리우스 칸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느낄 자부심,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가족에게 보낼 존경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가 원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퀸트가 말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네 도구에 대한 일이 아니지 않니, 그렇지?" 호프리가 말했다. "네 멘토와의 일은 어떻지? 어전히 실망스러운 게냐?"

"어, 아시겠지만 . . ."

"시울로그마는 기억하고 있겠지?" 발드라쉰의 시울로그마는 로어홀드의 학생이라면 잊을 수 있는 이름이 아니었다. 생전에, 그녀는 영액과 철: 피의 시대의 대화록(플라르그 학장이 진행하는 군사 전략 수업의 필수 교과서)을 포함해 지금까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구체적인 역사서들을 저술한 것으로 유명한 명망 있는 학자였다. 사후에는, 다른 것들에 더불어, 호프리가 프리즈마리에서 전공을 변경해 막 로어홀드에 온 젊은 학생이었던 시절에 그에게 배정된 멘토였다. "우리는 의견이 맞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지. 그녀가 나에 대해 뭐라고 얘기했는지 아니? 오, 그래. '난 네가 예술 쪽에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 그런데 나한테 온 건 창의성을 추구하는 모든 일을 욕보이는 가망 없는 멍청이야! 너와 네 먼 친척들이 불행해지기만을 바랠 뿐이다.' 그게 다 내가 담자색과 청록색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그 둘은 아주 다른 색깔인데요."

"바로 그렇지," 호프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캠퍼스로 돌아가는 게 좋겠니?"

"그런 것 같네요."

"이야기가 하고 싶다면 언제든 찾아오렴.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외톨이라고 생각하지. 나도 그랬었고."

"그렇게 할게요," 퀸트가 말했다. "전 별일 없을 거에요."

호프리는 고개를 끄덕인 뒤 모닥불 쪽으로 다시 돌아갔다. 스트릭스헤이븐에서 퀸트에게 전통적인 멘토를 찾아보라고 한다면, 호프리가 그 자리를 차지할 터였다. 어떻게 하면 퀸트보다 그렇게 나이가 많지도 않은 사람이 수백년 동안 존재했던 영혼보다도 더 많은 지혜를 가지고 있을 수가 있는 것인가? 퀸트가 자신의 소지품을 챙기는 일을 마무리한 뒤 뒤를 돌아보자, 아스테리온이 덤불 속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자신의 멘토가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는 어둠 속으로 서둘러 되돌아갔다.

"아까는 능숙하게 말을 이어가던데, 퀸트,"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자, 이제는 더 크고 나은 일을 계속해 볼까?"

"더 크고 나은 일이요," 퀸트는 그의 말을 따라했다.


아스테리온이 퀸트를 데려간 동굴에는 훌륭한 장소라고 지칭할 만한 특징이 없었다. 잊혀졌든, 이미 발견이 됐든, 자리가 옮겨졌든 간에 최소한 입구에는 도시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동굴 또한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징후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곳까지 가는 길에, 그와 아스테리온은 불규칙적인 구덩이 몇 개를 지나쳤고, 퀸트는 그곳들이 스트릭스헤이븐을 건설하기 위한 돌들을 파낸 고대의 채석장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도착했다," 퀸트의 꺼지지 않는 횃불을 들고 앞장서 있는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동굴 바닥은 경사가 완만했지만 평평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면은 자연적인 층계처럼 아래로 내려가다가 중앙에 돌기둥 하나가 있고 다른 출입구가 없는 큰 방에 이르러서야 평평해졌다. 아스테리온은 기둥을 돌면서 횃불을 바위에 가까이 대고 조사를 했고, 퀸트는 팔짱을 낀 채로 한켠에 서 있었다. "난 이 배치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그리고 나서는요?"

아스테리온은 그제서야 자신의 몸이 피와 살이 아니라 차가운 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듯이 기둥의 표면에 손을 얹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선"—그는 몸을 일으켜 세운 뒤 기둥에서 손을 뗐다—"함께 알아내야겠지, 안 그래?"

그들은 함께 방 안을 조사하면서 어떤 표식이나 문양이 있는지, 어떤 이상한 흔적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뭔가가 이치에 맞지 않아요," 퀸트가 말했다.

아스테리온은 돌기둥의 바닥 부분을 분석하다가 위를 올려다보았다. "어떤 게?"

"당신이 여기 있었을 때부터 현재까지 아무도 이 동굴을 찾아오지 않았다고요? 기둥낙하에는 수 세기 동안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방을 돌아다녔어요. 발견되는 걸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이에요."

"가능하다는 건 피할 수 없는 것과는 다르단다, 퀸트."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흘렀는데—"

퀸트는 가방을 내려놓고 안을 이리저리 뒤져 황동색 두루마리를 꺼낸 뒤, 그 두루마리를 땅바닥에 납작하게 펼쳐 놓았다. 아스테리온이 가까이 다가와 몸을 숙이면서, 조용히 타오르고 있는 횃불의 불길을 종이 가까이에 가져다 댔다.

"비어 있네,"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좀 용두사미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이건 마법이에요," 퀸트는 아스테리온의 완고함과 자신의 명백한 실수 둘 모두에 짜증이 난 채로 말했다. 연구와 군사 작전은 둘 다 동일한 제1원칙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바로 '모르는 것을 찾기 전에 아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라'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 순간이 되기까지 자신이 가진 자원에 대해 생각해내지 못한 어리석음을 비웃는 코스탐불 사령관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는 종이 위에 두 손을 올린 뒤 속삭였다, "광채, 기억." 페이지로부터 황금빛 에너지가 하나의 점으로 모여 솟구쳐올랐다. 거기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 제작자가 기둥낙하의 전체 경관을 도표로 그리는 것마냥 몇 개의 광선이 제어된 전기선처럼 퍼져나갔다. 퀸트는 동굴 입구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의 옆에 있는 장소를 가리켰다. "여기가 발굴지가 있는 위치에요." 그런 뒤 그는 채석장과 강바닥의 위치에 주의하면서 야영지를 통과하는 길—그와 아스테리온이 이동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경로—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있죠," 그는 능선의 북쪽 끝에 있는 다른 표식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이게 지금 일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구나."

"이것들은 스트릭스헤이븐의 과거에 있었던 다른 탐험가들이 만들어낸 지표들이에요," 퀸트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여기에 왔었어요."

"여기가 바로 거기야, 퀸트."

"그럼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퀸트가 두루마리를 다시 만 뒤 차가운 돌 벽에 등을 기대고 앉으면서 말했다. "여긴 아무것도 없어요."

아스테리온은 퀸트 옆에 앉았다.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퀸트의 머리 속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왜 아무런 증거도 없이 아스테리온을 믿은 것인가? 어째서 그들이 캠퍼스에 있었을 때 지도를 사용해서 그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은 것인가? 무엇 때문에 그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공감해주려 한 유일한 교수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인가?

그는 자신의 분노를 멘토에게 돌렸다. "그렇게 확신을 했으면서!" 그는 소리를 질렀고, 그의 목소리가 동굴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이건 시간 낭비였고, 당신은 . . . 당신은 . . ."

아스테리온은 퀸의 무릎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럴 때는 '실망스럽다'가 맞는 표현이겠지." 그는 미소를 지었고, 퀸트의 표정은 분노에서 놀라움과 죄책감으로 바뀌었다. "생전에, 나는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았어. 그 덕분에 난 주의를 더 많이 기울이는 훈련이 되어 있지."

퀸트는 자신의 멘토가 호프리와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왜 발굴지에서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신 거죠?"

"네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지,"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난 실망거리였잖니, 그렇지? 널 보렴, 선조에게서 지혜를 찾고 있는 사람에게 내가 들려주는 건 레몬 커드에 대한 어릿광대같은 허풍이랑 낭만적인 정복에 대한 과장된 이야기뿐이지 않니."

"과장됐다고요"

"몇 개는, 전부는 아니지만," 그가 말했다. "하지만 잔타파르는 내가 과장하는 게 아니라는 걸 믿어 줘야만 해. 그건 진실이야."

"당신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퀸트가 말했다. "그저 당신이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비스는 실수하지 않았어," 아스테리온이 꽤 심각하게 말했다.

"서로 꽤 가까운 사이였나 보네요."

인간이 록소돈과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은 요즘에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퀸트가 흡혈귀, 코르, 고블린들이 서로 어울리는 것을 보고 싶은 날에는 그저 캠퍼스를 한 바퀴 걷는 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아스테리온의 시대에는, 그과 같은 귀족이 비루한 록소돈 참전병과 어울리는 것은 그저 그런 일이 아니었다. 더 나은 사회—적어도 아스테리온의 동시대 사람들은 그렇게 인식했을 것이다—의 미묘한 차이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시골 촌놈과 연관되는 일은 그의 명예가 실추되게 만들 뿐이었다. 그 우정은 스트릭스헤이븐이 모두를 위한 피난처가 될 수 있게 해 준, 조용한 폭발이었다.

"비스는 착한 사람이었지," 아스테리온이 말을 꺼냈다. "하지만 모두에게는 과거가 있어. 자신의 과거를 기념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은 도망치지. 비즈는 아버지가 거동하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져서 내가 아버지의 영주로써의 의무를 이어받을 때까지 나를 돌봐 주었지. 난 마을들을 방문해서 마을 위원회를 관리했어. 그런 종류의 일들 말이야. 내게 썩 어울리는 일은 아니었지. 그냥 그 당시에는 내가 가진 게 아주 적은 사람들과 공감하는 일을 힘들어했다고만 해 두자. 하지만 난 그게 내 일이니까 그 역할을 수행했지. 그러다 어느 날 내가 국경 마을을 방문했을 때, 어머니로부터 비스가 체포되었다는 통신문을 받았어."

"무엇 때문에 체포됐는데요?"

"타랑그라드를 여행하고 있던 한 상인이 비스가 인간들 사이에서는 '도살자'라고 알려져 있는 악명 높은 록소돈 용병이라는 것을 알아보았지.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그는 카토란 제국의 이름으로 여러 마을을 불태웠고, 그 후에는 반대편에 서서 여러 적들에게 똑같은 일을 했다고 해. 내가 타랑그라드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지. 비스는 마을 광장에 있는 울타리 안으로 옮겨져 있었어. 마을 사람들은 사흘 밤낮 동안 그를 발가벗겨 놓은 채로 굴욕감을 느끼게 했지. 식사도, 물도 없이 말이야. 사람들은 그가 외치는 소리를 무시하면서 자기 할 일만 했어. 그들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중앙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날씨에 대해 숙고했지. 그러는 동안 그는 점점 더 조용해지다가, 끝내는 아무 말도 없게 되었고 말이야. 그의 시체는 그 후 이름 없는 빈민의 무덤에 버려졌지."

"왜 당신의 아버지가 개입하지 않은 거죠?"

"하셨어. 마을 사람들은 그 몸이 불편한 노인네에게 영주로서의 의무를 다해서 선고를 내리라고 요구했지. 서민들에게 인기 있는 정치인이 거절할 수 있을 일이 아니잖아, 그렇지? 내가 아버지와 대면했을 때에도, 아버지는 비스에게 사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으셨어—그저 당신은 법을 따랐다고만 하셨지. '이건 규칙이야," 그렇게 말씀하셨지."

이런 이야기들은 장대한 역사 서사시 속에 포함되지 않는다—영세 귀족과 용병들은 사람들이 권력을 위해 경쟁해 온 내내 존재해 왔다. 대부분은 역사학자의 백과사전에조차도 들어가지 못한다. 시울로그마 같은 사람은 당연하게도 아스테리온이나 그의 가족들의 이름을 쓰는 데 잉크를 낭비하지 않을 테니, 칼이 채워진 하인에 대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로어홀드 학생들은 어떤 상급 수업을 수강하는지에 상관없이 수업시간에 아스테리온의 이야기를 배우지는 않을 터였다.

"난 비스가 정말로 그런 일들을 했는지는 몰라,"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그러지 않았다고 믿고 싶을 뿐이지. 하지만 그랬다고 해도, 그는 그런 즉결 심판이 아니라 자신을 변호할 수 있었어야 해. 규칙이 부당하면, 퀸트, 그건 우리를 폭군으로 만들어 버려. 난 그 날로 떠나서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지. 어떤 식으로든 아버지의 죄를 만회하려고 했어. 비스의 이름으로 잔타파르를 발견해내는 일은 그 첫걸음으로 삼기에 좋아 보였지."

퀸트는 일어나서 그의 멘토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뭔가 보고 지나친 게 있을 수도 있어요."

아스테리온은 퀸트의 손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날 믿어 주는 거니?"

"가능성을 믿는 거죠," 퀸트가 얼굴에 피어오르는 미소를 거두지 못한 채로 말했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와 버렸으니, 모든 걸 다 확인했다고 확실하게 점검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바로 그거야! 그러면 어디부터 시작할까?"

"전설이요," 퀸트가 말을 꺼냈다. "전해지는 버전들 중 대부분은 도시를 묘사하는 것부터 시작돼요."

"나도 그렇게 기억하고 있지."

"그런 다음에 몰락하죠. 어떤 때는 엘프들의 탓일 때도 있고, 다른 경우에는 트롤이나 드워프 탓일 때도 있고요."

"맞아. 항상 배신이 등장하지,"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백성들이 쓰러지는 것을 목도한 자이룬-제드는 자신의 도시가 약턀당하고 점령되게 하느니 차라리 도시를 무너뜨려 버리겠다고 결심하고."

"몇몇은 고대의 신들이 정의의 심판을 내려 거대한 지진을 내보냈다고도 해요. 다른 이야기꾼들은 록소돈 조상 유령들의 군대가 도시를 공허 속으로 끌고 갔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본인이 마법사인 것을 숨기고 있던 제드가 마법을 사용해서 자신의 도시를 적들이 침입해 그 비밀을 차지할 수 없는 영역 안에 봉인했다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어찌됐건 결말은 모두 다 똑같아요: 록소돈들은 광활지의 먼 외곽까지 뿔뿔이 흩어졌고, 잔타파르가 다시 발견되기 전까지는 다시 연합할 수 없다고 하면서 끝나죠."

"그리고 제드의 찬송가가 있지."

"아뇨," 퀸트가 말했다. "그건 잔타파르를 언급하긴 하지만 전설의 일부는 아니에요."

"비스가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항상 그걸 포함했었어,"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지—이야기의 핵심이라고 말이야. 아버지가 그에게 그렇게 말해 줬다고 했지, 아버지는 또 당신의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들었고."

"뭐 때문에"—퀸트의 마음 속에서 너무나도 이상한 생각이 떠올라 그것은 마치 진실인 것처럼 들렸다—"잔타파르가 대격변이나 고대의 신령들에 의한 저주에 삼켜진 것이라면, 영원히 잊혀진 것이 맞아요. 하지만, 잔타파르가 숨겨진 것이라면, 그곳을 숨긴 사람들은 정확한 사람들만이 그곳에 접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겠죠."

"록소돈 말이구나,"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또는 록소돈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도요." 퀸트는 돌기둥으로 다가가서 제드의 찬송가의 구절을 큰 소리로 말했다:

계단을 내려가라, 순례자여, 방랑자여.
잔타파르를 찾으려는 자, 이를 추구해야 하리라,
잔타파르를 추구하는 자, 이를 받아들여야 하리라,
잔타파르를 받아들이려는 자, 이를 인정해야 하리라,
잔타파르를 인정하려는 자, 그 심장을 알아야만 하리라.

낮은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동굴을 뒤흔들었고, 무언가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기둥이 땅으로 내려앉으며 칠흑 같은 어둠으로 이어지는 구멍을 드러냈다.

"기억나는군," 아스테리온이 퀸트와 함께 구멍으로 다가가면서 말했다. 퀸트는 온몸에 새로운 활력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가방 안을 뒤져 나무 망치와 쇠못, 그리고 밧줄을 꺼냈다. 그는 바위에 쇠못을 때려박은 뒤 밧줄의 한쪽 끝을 그 위에 묶고 매듭을 팽팽하게 당겼다.

"내려갈게요," 그는 긴 코로 횃불을 붙들고 말했다. 퀸트는 구멍 옆으로 기어간 뒤에 밧줄을 꽉 붙들었다. 아래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바람도, 물도, 뭔가가 움직이는 기척도 없었다. "제가 소리치면, 뒤따라오세요, 아시겠죠?"

"기다려라,"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내가 여기까지 왔을 때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던 건 알고 있는 거지?"

"네. 하지만 이제 와서 뒤로 물러서기엔 이건 너무 중요한 일이 됐어요."

"난 네 멘토니까, 네게 좀 더 신중해지라고 하고 싶구나."

"하필이면 이제요?"

"죽어 있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니?"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마치 안개와 침묵으로 뒤덮인 장소에서 갑자기 끝나버리거나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를 방황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야. 계단들은 아무 곳으로도 연결되어 있지 않고, 언덕들에는 끝없는 내리막길이 있을 뿐이고. 망각하면서 끝없이 방황하는 거지. 모든 큰 문은 우중충한 청소함으로 이어지고, 창문 덮개들을 열면 그 너머로는 빈틈없이 때가 껴 흐려진 창문만이 보일 뿐이야. 너와 함께 있지 않은 동안 내가 있는 곳은 그런 곳이야. 그게 나만의 속죄인지 아니면 죽은 모든 사람들의 운명인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너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게 하고 싶구나. 더이상 다른 사람이 죽는 것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받고 싶지 않아."

"알겠어요. 하지만 전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혼자 있는 게 아니잖아요. 무슨 일이 생기면, 절 끌어올려 주세요."

퀸트는 무릎을 굽히고 어깨를 벌리면서 구멍 쪽으로 등을 눕혔다. 아스테리온은 쇠못 근처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퀸트는 다리에 힘을 주면서 어둠 속으로 하강했다. 처음 몇 분 동안, 그에게 보이는 것이라고는 돌 벽 뿐이었다. 하지만 이내, 틈이 더 커지면서 넓은 방이 나타났다. 그는 처음에는 방 안의 벽에서 보이는 반짝이는 빛이 일종의 광물층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더 내려가자, 그는 그 빛이 휘황찬란한 보석들과 비취로 가득 찬 거대한 황금 록소돈 석상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것과 비교해 보면, 콜레마의 조각상은 로어홀드의 최초의 교수들 중 한 명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전당의 한가운데에 전시되어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왜소해 보일 정도였다.

Thrilling Discovery
Thrilling Discovery | Art by: Campbell White

퀸트는 바닥에 도착한 뒤 아스테리온에게 소리를 쳐 내려오게 하고서는 동상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명판이 있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그는 이 동상이 자이룬-제드 본인의 기념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동상이 만약 퀸트가 추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가치는 광활지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들의 국고조차도 능가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 보물은 그 너머에 있는 것들과 비교해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퀸트야," 자신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퀸트가 보기에는 흙 무더기처럼 보이는 곳 옆에 아스테리온이 서 있었다.

퀸트가 다가가자 그곳에는 인간의 시체, 아니 육백 년 전에는 시체였던 것으로부터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금속 조각이 여러 개 달린 너덜너덜해진 천이 미이라화 된 회청색 살점을 덮고 있었다. 퀸트가 자세히 살펴보자 노출된 뼈들 일부가 부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왼 다리는 무릎 반대편으로 부자연스럽게 구부러져 있었고, 왼팔은 여러 군데가 부러진 것처럼 보였다.

"난 추락했어," 아스테리온이 말했다. "그렇게 아래로 떨어지리란 생각을 안 한 거지. 참 어리석고 충동적인 실수였지. 난 내가 무언가 엄청난 업적을 세웠다고 생각했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삶을 산 데다 죽음도 무의미했던 바보였을 뿐인데."

퀸트는 멘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르카비오스에 있는 모든 록소돈에게 의미가 있는 걸 발견해낸 거에요." 그는 횃불을 내밀어 아스테리온의 시선을 동굴 뒤편으로 향하게 했다. "당신은 저걸 발견한 거라고요." 저 멀리 아래쪽에 있는 바위 위에 이리저리 뻗어 있는 텅 빈 대도시가 세워져 있었고, 그 위쪽에서는 발광하는 곰팡들이 영원한 황혼의 불빛을 비추고 있었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궁전의 첨탑은 거리의 지붕들 위로 삐죽 솟구쳐 나와, 천년 만에 처음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탐색해 보라는 듯이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좀 둘러보는 게 어때요?"

"퀸트야, 난 수 세기를 기다려 왔단다. 더이상은 그럴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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