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색 리본

Posted in Magic Story on 2021년 4월 26일

By Innocent Chizaram Ilo

Innocent Chizaram Ilo is Igbo. They are the winner of 2020 Commonwealth Short Story Prize (African Region) and an Otherwise Award Nominee. Their works have appeared on Granta, Lolwe, Isele Magazine, Fireside Magazine, Strange Horizons, Cast of Wonders, Fantasy Magazine, Reckoning Press, Overland Magazine, Al Jazera, BBC Culture, The Guardian, and elsewhere. They currently live in Lagos but dream of exciting lives in far-flung places.

I.

하나, 하나, 둘 . . .

지몬 월라는 자신의 유리잔에 담겨 있는 키와노 피지 팝 음료 위를 떠다니고 있는 공기 방울 덩어리들을 세고 있었다. 견습 바리스타인 엘리나가 학기말 시험이 끝난 것을 축하하면서 마법사들에게 무료 음료를 제공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파이어졸트 카페로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잡담과 웃음소리가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한 주 내내 치른 시험, 몇몇 문제와 과제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오늘 저녁에 진행될 마지막 마도사의 탑 경기가 주요한 화제거리였다.

지몬은 세는 것을 멈췄다.

그녀는 자신의 시선을 유리잔의 테두리로 옮기면서 정신을 예리하게 집중해, 음료를 서로 겹친 채로 소용돌이치는 세 개의 육각형으로 나눴다. 그런 뒤 그녀는 육각형들이 회전하는 속도를 늦춰서 그것들이 서로 부딛히게 만들었다. 음료는 엎질러지지 않았다. 유리잔에 금이 가지도 않았다. 키안 학장이라면 이걸 보고 그녀에게 만점을 줄 것이 틀림없었다. 소녀는 학기 중간에 있었던 학장의 첫 번째 수업이었던 형태와 프랙탈 입문에 대해, 그리고 그 수업에서 가장 먼저 물로부터 구체적인 형태를 완벽하게 만들어냈던 사람이 자신이었다는 점에 대해 생각하면서 미소지었다. 키안은 부리에 걸쳐 있는 두꺼운 안경의 코 받침을 내리고 말했다, "부디 내년에 콴드릭스 학부로 오는 걸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주렴."

셋, 다섯 . . . 지몬은 다시 방울 덩어리들을 셌다.

"지몬. 지몬. 지몬!!!"

세 번째로 이름이 불렸을 때, 지몬이 고개를 쳐들자 그녀의 친구인 아마카와 나니엘루고가 사람들로 붐비는 입구를 지나 카페 안으로 들어오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지몬은 반색을 하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거만한 2학년 마법사들을 몇 명이나 쫓아내면서 이 자리를 맡아놓은 거야?" 나니엘루고가 그렇게 말하며 지몬을 껴안았다..

"다음 학기에 신입 마법사들이 스트릭스헤이븐에 왔을 때 우리는 거만하지 않겠지." 아마카가 지몬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엘리나에게 주문을 받을 웨이터 임프를 보내달라고 손짓했다.

"야, 우린 완전 거만해질 게 분명해," 지몬은 나니엘루고의 품에서 벗어나면서 말했다. "뭐 하느라 오래 걸렸어?"

"아직 못 들었어?" 나니엘루고가 그렇게 속삭인 뒤, 막 테이블에 도착한 웨이터 임프에게 더 큰 소리로 말했다, "키와노 피지 팝 두 개 주세요."

"뭘 못 들었냐는 건데?" 지몬이 물었다.

"당연히 못 들었지, 답안지를 제출하자마자 바로 쏜살같이 나갔잖아," 아마카가 끼어들었다.

"난 여기 와서 자리를 맡아 놓으려고 했단 말이야." 지몬이 입을 삐죽거렸다.

"아무튼, 다섯 학부의 학장님들 열 분 모두가 우리에게 마법을 선보여 주셨어. 우리가 올바른 학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려는 마지막 시도였지."

웨이터 임프가 음료를 가지고 돌아온 뒤 엘린이 입력해 둔 문구인 오늘은 모든 음료가 무료입니다를 읊었다.

"네가 콴드릭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걸 바꿨을 수도 . . ."

아마카는 지몬이 노려보자 그 말의 뒷부분을 얼버무렸다. 지몬은 웃음을 터뜨렸고, 나니엘루고도 그녀를 따라 웃었다. 순식간에, 세 친구는 음료를 홀짝거리며 웃고 떠들었다. 나니엘루고와 아마카, 그리고 지몬은 스트릭스헤이븐에 입학하고 일주일 정도 뒤에 비블리오플렉스에서 만난 사이다. 그들은 첫 과제로 받은 염동력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이내 불, 공기, 물, 대지 중에서 어떤 원소가 가장 중요한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3인조의 언쟁이 너무나도 시끄러웠기에, 인목 사서인 이사보우는 그들에게 나가라고 해야 했다. 이제, 한 학년이 끝나는 이 시기에, 서로 다른 학부들을 고른 친구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친하게 남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지몬은 콴드릭스를, 아마카는 프리즈마리를, 나니엘루고는 실버퀼을 선택했다.

"네가 지몬 월라니?" 쭈글쭈글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그렇게 물었다.

지몬과 아마카, 나니엘루고는 셋이서 떠들던 것을 멈췄다.

"네가 지몬 월라니?" 그 목소리는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그 목소리가 카페의 홀 쪽에서 나온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는 아직 배달되지 않은 소포들이 가득 찬 여행 가방과 함께 있는 '언젠가는 만나는 사람' 월래더였다.

"네, 제가 지몬 월라에요."

월래더는 그녀가 사실을 말하는지 확인해보겠다는 것처럼 실눈을 뜨고 지몬을 올려다보았다. 음료가 넥타이에 튀어 노란 얼룩이 묻어 있는 이 소녀가 지몬 월라가 맞다는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월래더는 거기에 만족해 말을 이어갔다, "네 앞으로 2주 전에 소포가 하나 도착했다. 누가 보냈는지 이름이나 주소는 없어. 가볍고. 나선형 사각형들로 만들어진 광학적 착시 용지로 포장되어 있네. 더 일찍 배달해주러 올 수도 있었겠지만, 너도 알다시피 . . ."

이 작은 거북인은 사무실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왜 몇몇 소포들이 늦게 배송되는지, 스트릭스헤이븐의 넓은 부지를 돌아다니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등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호기심을 채워 주는 일을 아주 좋아했다. 스트릭스헤이븐에 있는 다른 모든 이들처럼 마법이나 임프를 사용하면 그의 일도 훨씬 더 쉬워질 것이 틀림없었지만, 월래더는 그런 이야기는 절대로 꺼내지 않았다.

"수수께끼의 소포네," 나니엘루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생일이 2주 전이었잖아, 지몬," 아마카가 음료를 붙들고 있는 지몬의 손을 툭 치며 말했다.

지몬은 남아 있는 음료를 들이킨 뒤 컵 안에 가볍게 트림을 했다. 그녀는 누가 소포를 보냈는지를 알고 있었다—그녀가 방금 월래더가 묘사한 것과 똑같은 소포를 받아 온 것이 이제 7년째가 되고 있었다.

"카페 의자를 이렇게 높게 만들면 안 되지," 월래더가 툴툴댔다. "음료 한 잔 마시자고 천장까지 손을 뻗어야 할 필요는 없잖아." 그가 여행 가방을 열려고 자세를 바꾸자 그의 등딱지가 의자 중 하나의 다리에 쓸렸다. "네가 의자에서 내려와서 서명하고 소포를 수령해야 하겠구나, 지몬 양."

"지몬," 아마카가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서두르자. 마도사의 탑 경기가 이제 곧 시작할 거야."

"맞아, 사람들이 이미 경기장으로 가고 있다고," 나니엘루고가 거들었다.

"나 빼고 너희 둘이 먼저 가서 맨 앞줄 좌석을 차지하는 게 좋겠어." 카페는 이제 사람들이 빠지고 있었다.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인 채로, 지몬의 눈은 그녀의 소포를 찾아 가방 속을 뒤지고 있는 월래더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II.

지몬이 그녀의 할머니인 니미로티 월라로부터 수수께끼 소포를 처음 받았을 때 그녀는 일곱 살이었다. 그때도 그녀의 생일이었다. 그녀의 부모인 지히르와 디포는 큰 생일 축하 파티를 열어 준 뒤 그녀에게 자기만의 새 방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일곱 살에 마침내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있었다! 지히르는 문가에 서서 자기 딸이 너무 빨리 자란다거나 자기와 디포가 있는 방이 바로 근처에 있으니지몬은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말을 훌쩍거리면서 말했고, 디포는 창문의 걸쇠를 점검하고 침대보에 주름은 없는지를 확인한 다음 딸과 지히르를 함께 꼭 안아주었다. 문이 딸깍 소리를 내며 닫히자, 지몬은 침대로 뛰어들어, 침대보를 하늘로 날린 뒤 자신을 감쌌다.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항상 해보고 싶던 것이었다. 어질러진 침대에서 자 보는 것 말이다.

무언가가 창문을 긁었다. 그 어린 소녀는 지히르와 디포가 창문을 항상 닫아 두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잊어버린 채로 다람쥐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창가 쪽으로 기어갔다. 그녀가 창문을 열자, 나선형 사각형들로 만들어진 광학적 착시 용지로 포장되어 있는 소포가 창턱의 한구석에 놓여 있었다. 밤바람이 소포를 떨어뜨리려고 했기에, 지몬은 그것을 낚아챈 뒤 창문을 닫았다. 소포가 사람들이 파티에 가지고 온 수많은 선물들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포장지를 찢었다. 벨벳으로 마감을 한 상자 안에는 녹청색 줄무늬 리본 여덟 개와 쪽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생일 축하한다 지몬,
이건 우리들만의 작은 비밀로 하자꾸나.
니미로티.

그날 밤이 되기 전에는, 지몬은 니미로티에 대해 단편적인 이야기만을 들어 왔다. 지히르와 디포가 할머니에 대해 속삭이듯 말하는 이야기들로부터 드문드문 들은 것들뿐이었다. 예전에는 희끗해진 땋은 머리칼이 활처럼 호를 이룬 채로 등을 돌리고 있는 여성을 그린 액자가 응접실에 걸려 있었다. 지몬이 그림 속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고 난 뒤 디포는 그 그림을 치워 버렸다. 단편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지몬은 자신의 할머니가 스트릭스헤이븐에서 촉망받는 교수였으며, 무슨 일이 일어났고—기억을 자주 잃기 시작했고, 주문들을 뒤섞었으며, 수업 내용이 도중에 다른 길로 새던가, 마법사의 머리를 항아리로 내려찍을 뻔 한 사건들—그 때문에 스트릭스헤이븐을 떠나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유추했다. 그날 밤 이후 6년이 지나, 임프 두 마리가 지몬의 스트릭스헤이븐 입학 신청서를 배달했을 때, 디포는 지몬이 가는 것을 반대했다. 지몬이 자신의 나이 또래보다 우수하고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고 지히르를 설득하는 데에는 몇 주가 걸렸다.

그 다음 해가 되자, 같은 쪽지와 함께 또 다른 소포가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리본이 열세 개 있었다. 그다음 해에는 리본이 스무 개였고, 그런 뒤에는 서른 넷, 쉰 다섯 . . . 이제, 지몬은 침데 위에서 벨벳으로 마감된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리본과 쪽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기숙사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마법사들 대부분은 여전히 바깥에서 마도사의 탑 경기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결승전에서 실버퀼 학부 선수 중 한 명이 콴드릭스 학부의 주장에게 최면을 걸기는 했지만, 실버퀼 학부가 우승을 차지했다. 마도사의 탑 심판 위원회는 이 명백한 위반사항을 파울이라고 판정하지 않았다. 지몬은 입에서 뜨거운 김을 내뿜은 뒤 리본들을 세기 시작했다. 여든 아홉, 백 마흔 넷, 이백 서른 셋 . . .

그녀는 삼백 일흔 일곱 번째 리본을 세고 난 뒤 작은 손마디를 꺾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쪽지를 집어 들었다:

생일 축하한다, 지몬,

네가 스트릭스헤이븐에 있으니 네게 이 소포들을 보내기가 힘들어지겠구나. 그림자 속에서 도사리고 있는 그 모든 시선들 때문에 말이야.

그러니, 이게 마지막 소포란다. 리본들을 잘 사용했으면 좋겠구나.

니미로티

기숙사의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고 다른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지몬은 리본과 손편지를 상자 안에 접어 넣었다. 모두가 잠들고 나면, 그녀는 그것들을 자신의 베게 밑에 숨겨 둔 예전 생일 선물들로 만든 장식용 술에 땋아 넣을 생각이었다.


III.

임브라함 학장은 실눈을 뜨고서는 칠판 위에 셀 수 없을 정도로 구불거리게 적혀 있는 수열을 쳐다보았다. 그는 무언가를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눈썹에 맺힌 땀을 양 날개로 닦았다. 그런 뒤 그는 허공에 펼쳐 둔 책을 향해 몸을 돌린 뒤 주변의 공기를 물결치게 해 커피 얼룩이 묻어 있는 페이지가 나올 때까지 페이지를 넘겼다. 학장은 손에 들고 있던 분필을 부러뜨리고, 그것을 창밖으로 내던진 뒤, 고개를 숙였다. 교실 안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퍼졌지만 임브라함이 고개를 쳐들자 곧바로 조용해졌다.

"여러분이 이론에 대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그저 우리가 아직 알아내지 못한 물질이라는 점입니다," 학장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도 압니다, 콴드릭스 학부 2학년 마법사 여러분, 프랙탈을 불러내는 수업을 예상했겠지요. 실용적인 것말입니다, 그렇죠?" 그는 히죽 웃었다. "하지만 저와 함께 여기서 이론을 배워야 하게 됐죠. 왜 이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누구 답해 볼 사람 있나요?"

"이론이야말로 물질을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반 학생들이 대답하는 소리들 사이에 끼어 작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임브라함 학장은 숨을 헉 들이쉬었다. 그는 오래전에 다른 학생으로부터 비슷한 대답을 들은 적이 있었다. "방금 이야기는 누가 했죠?" 교실을 둘러보고 있는 그의 두 눈은 마치 튀어나오려는 것 같았다. 자신이 대답했다는 마법사가 나타나지 않자 그는 책을 쿵 소리가 나게 덮었다. "거의 한 시간 동안 이걸 계속하고 있었군요. 이번 수업은 이걸로 끝입니다. 다음 주에도 보르자니 추측을 파악해내는 시도와 실패를 반복해 보도록 하죠. 콴드릭스에서 수십 년째 하고 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에요."

2학년생들은 재빠른 발걸음으로 테이블과 의자를 밀어낸 뒤 키안 학장이 컬티바리움에서 진행하는 다음 수업인 중급 형태와 프랙탈(마법과 반마법) 수업을 위해 토루스 전당 쪽으로 빠져나갔다. 지몬은 임브라함에게 들키지 않고 그를 지나가려 했지만, 임브라함이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소녀의 무릎이 굳어졌고, 가슴에 책더미를 안고 있던 손은 그것들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임브라함 학장님," 지몬은 학장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너는 그녀와 똑같이 닮았구나," 그는 자신의 날개를 크게 펼치며 말했다.

"누구 말씀이세요?"

"네 할머니인, 니미로티 월라 말이다. 여러 해 전에 바로 이 교실에서 그녀를 가르쳤었지."

지몬은 책들의 무게를 좀 덜 느끼기 위해 어깨에서 힘을 뺐다. 임브라함 학장은 계속해서 이야기하려 했지만, 학장과 학생 사이의 공기가 팽팽해지자 말을 멈췄다. 키안 학장이 공기로 만든 공 위에 타고 다음 수업을 위해 컬티바리움으로 향하면서 복도를 지나가자, 긴장된 분위기도 느슨해졌고 임브라함에게도 다른 이야기할 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아, 너도 가야겠구나. 키안은 자기 수업에 늦게 들어오는 마법사들을 좋아하지 않거든."

소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걸어가다가 문가에서 멈춰서서 임브라함 학장을 향해 뒤돌아섰다. "그분은 어땠죠? 제 할머니 말이에요, 그분은 어땠나요?"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 최고였지. 그리고 그녀가 교수가 됐을 때는 훌륭한 동료였고. 우리 모두는 그녀를 사랑했단다. 그러니까 . . . 그녀가 떠나기 전까진 말이지."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수업에서 자기 대답을 당당하게 드러내기도 했지."

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교환했고, 지몬은 이내 토루스 전당으로 서둘러 발을 옮겼다. 그녀는 키안 학장이 마도사들에게 막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고 있을 때 컬티바리움에 도착했다. 지몬은 마도사들은 반원 모양으로, 키안이 그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 곳을 비집고 들어갔다.

"지몬 월라, 첫 수업에 늦었구나," 키안이 말했다. "반 학생들에게 자기소개를 해 주겠니?"

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지몬은 얼굴을 붉히며 자기 소개를 하기 위해 일어났다.

"제 이름은 지몬 월라고 저는 . . ."

"네 이름이 지몬 월라인 거니, 아니면 네가 지몬 월라인 거니?" 키안이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젊은 마법사들은 항상 자신이 누구인지를 구현하기 위해 애쓰지. 이 시점에서 지몬 월라 는 네 이름 이상이야. 그건 이제 바로 너 자신이지."

소개가 끝난 뒤, 학장은 물로부터 동물, 식물, 건축물과 같이 좀 더 복잡한 형태들을 섬세하게 만들어내는 강의로 넘어가기 전에 1학년 때 배운 것들을 잠시 짚고 넘어가는 것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연습을 위해 남쪽에 있는 분수대로 마법사들을 모았다.

"기억해, 요령은 손이 아니라 눈으로 형태를 빚는 거야," 키안이 처음으로 복잡한 마법을 연습해 보는 마법사들 사이로 걸어 다니며 말했다.


IV.

책의 페이지들은 가장자리가 붉은 잉크로 얼룩져 있고, 글귀들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책을 읽기 위해 몇몇 페이지들은 햇빛에 비치게 기울여야 했다. 지몬은 다 낡아빠진 커버에 앉은 먼지를 닦아낸 뒤, 보르자니 추측: 프랙탈 이론에 대한 추가적인 읽을거리를 펼치고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이 책을 신청했을 때 이사보우가 자신을 쳐다보던 표정을 기억해냈다. 사서의 가지는 아래로 축 늘어졌고 그녀의 녹슨 것 같은 갈색 이파리들은 안으로 수그러들었다. 이사보우가 책을 찾기 위해 가장 멀리 있는 선반에 나뭇가지를 뻗을 때, 지몬은 기록용 두루마리를 들여다보았다. 마지막으로 그 책을 대출한 사람은 니미로티 월라였고, 그건 14년 전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수첩을 펼쳐 맨 위에 VC 라고 적어 둔 페이지를 열었다. 임브라함 학장은 보르자니 추측에 대한 연구를 끝내고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그 이유는, 그와 그의 마법사들이 그 문제를 풀어내는 데 또다시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온은 자신의 수첩에 적힌 단어들을 중얼거렸다:

보르자니 추측은 예측 불가능한 형태를 가진 마나의 무한수열에 대한 고대의 마법/수학적인 의식이다(임브라함 학장)

???그것은 우주의 근원적인 정수인 한계가 없는 무한을 풀어낼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 해결된 적은 없다. 대다수의 스트릭스헤이븐 교수들은 이를 연구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임브라함 학장님만이 콴드릭스 학부 마도사 2학년생들에게 1주일간 가르칠 뿐이다). 너무나도 강력하고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1 분이 한 시간이 되고, 한 시간이 네 시간이 됐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정오의 종이 칠 무렵, 지몬은 책의 절반 이상을 독파했다. 이사보우가 마법사들에게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에 책을 반납하라고 상기시키려 이파리들을 흔들어 바스락거리자, 지몬은 깜짝 놀라며 해결되지 않은 방정식들과 가정들로부터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그녀는 수첩을 덮고, 점심을 먹으러 가려다가, 책의 아직 읽지 않은 페이지들 사이에서 이상한 종이가 삐져나온 것을 발견했다. 지몬은 그것을 잡아당겼다. 그것은 손글씨가 적혀 있는 쪽지였다:

리본 상자들. 영원히 나아가기 위해 한발 물러난 숫자들. 빛의 길로 이끌어 주는 살아 있는 책들.

이것이 니미로티의 손글씨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몬은 쪽지를 반듯하게 두 번 접은 뒤, 자신의 수첩에 끼워 넣고, 서둘러서 책을 반납하기 위해 이사보우에게 갔다.

바깥에서, 그녀는 계단 근처에 있는 아마카와 나니엘루고와 마주쳤다.. 세 친구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꺅꺅댔다. 그들은 학기가 시작된 이래로 서로를 거의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줄곧 강의와 과제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모두가 조용해지자, 그들은 새로운 학부는 어떤지, 자신들이 꿈꾸던 생활인지, 자신이 강의에 파묻혀 있는 게 얼마나 불만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식당 쪽으로 걸어갔다.

"지몬, 뭘 읽고 있던 거야?" 아마카가 물었다.

지몬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정신은 자신의 수첩 안에 있는 쪽지로 되돌아가 니미로티가 "살아 있는 책들"이라고 적은 것이 무슨 의미일지를 생각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지몬!" 나니엘루고가 지몬을 쿡 찔러 그녀를 현실로 데리고 왔다. "아마카가 물어본 건 . . ."

"나니엘루고, 신경 쓰지 마. 콴드릭스 수업에서 프랙탈들을 불러내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지몬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수한 불확실함을 감추면서 애써 미소를 지었다.


V.

여성은 등을 돌린 채로 분수 앞에 앉아 있었고, 땋아 내린 그녀의 희끗한 머리에는 청록색의 줄무늬 리본이 매달려 있었다. 아리스모드롬이 무너져내리고 있었기에, 지몬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탑은 가운데서부터 양쪽으로 찢어졌고, 조각상들은 먼지로 바뀌었다. 무언가가 계속 그녀를 뒤로 잡아당기고 있었고, 그녀는 마침내 그 여성의 땋은 머리칼 하나를 붙잡았다. 무너져내리던 것이 멈췄다. 그 여성이 자신을 향해 얼굴을 공개하려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지몬은 껌뻑거리며 눈을 떴다.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그녀는 한숨을 쉰 뒤 다시 잠을 청했다.


VI.

키안의 사무실 벽은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의 무게로 이리저리 뒤틀린 책장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지몬이 사무실에 걸어들어왔을 때, 교수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다음 수업을 위한 강의 노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녀는 쓰고 있는 노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지몬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보냈다. 키안은 한 페이지를 더 쓰고 나서야 그녀의 깃펜을 내려놓았다.

"지몬. 오늘은 방문해 줘서 몸둘 바를 모르겠구나. 내가 오늘은 운이 아주 좋기도 하지!"

그녀를 비웃고 있는 것이 분명한 어조였다. 지몬에게 수업 후에 자신을 찾아오라고 한 지 일주일도 넘게 지나 있었기 때문이다.

"저는 . . ."

"알고 있다. 수업들. 과제들. 두려움."

"두려움이요?"

"그래, 두려움." 키안은 일어나서 창문의 커튼을 걷었다. "내가 너와 임브라함 학장님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낼 거라는 두려움 말이야."

"임브라함 학장님이요?"

"그래, 그분이 네게 보르자니 추측을 지도해 주고 계시잖아, 그렇지 않니?"

"아뇨, 키안 학장님. 사실, 임브라함 학장님은 마법 이론 수업에서 다음 주제로 넘어가셨어요."

"그럼 어째서 넌 이틀 전에 비블리오플렉스에서 보르자니 추측: 프랙탈 이론에 대한 추가적인 읽을거리를 열람 신청한 거지?"

지몬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가도 될까요?"

"뭐?"

"전 이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요. 제 개인적인 연구는 일이고 교수진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키안은 자기 의자에 다시 앉으면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젊은 마법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도 좋아, 지몬."

"고맙습니다." 지몬은 외투를 걸친 뒤 자리를 뜨려 했다.

"너도 알겠지만, 이건 그가 네 할머니에게도 똑같이 한 일이야—그녀가 오리크의 손아귀에 떨어지기 전까지 그녀를 부추겼지." 키안은 자신이 말이 지몬에게 어느 정도의 무게감으로 다가가는지를 살피려 잠시 말을 멈췄다. "지몬, 네게는 빛나는 지성이 있단다, 그리고 넌 언젠가 강력한 마법사가 될 거야. 하지만 미지의 존재는 그냥 내버려 둬야 해. 아무도 보르자니 추측을 풀어내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어."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임브라함 학장님은 이 일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요."

지몬은 등 뒤에 있는 문을 조용히 닫았고, 문이 문틀과 맞물리는데도 마치 공기조차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VII.

오늘 밤에는 달이 잘 보이지 않았다. 구름 뒤에 숨은 채로, 스트릭스헤이븐의 모두가 잠들기 전까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생각인 것 같았다. 지몬은 주변을 둘러보며 아무도 자신을 따라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학생들은 이 시간에 기숙사 밖에 있으면 안 됐고, 다른 누군가가 그녀를 본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계몽의 횃불이 돌을 던지면 닿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니미로티의 쪽지가 맞다면, 이곳이야말로 책이 그녀에게 말을 걸어 줄 장소였다. 지몬은 네 번째 탑 아래에 있는 계단에 앉은 뒤 기다리면서, 그녀의 몸에 땋은 청록색 리본을 휘감았다. 멀리서 올빼미 한 마리가 부엉부엉 울었다. 밤공기가 그녀의 발 언저리에서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지몬 월라, 니미로티 월라의 손녀야, 어째서 이 어둡고 으스스한 밤에 이곳에 온 게냐? " 그 목소리는 네 개의 금속성 다리에 실려 온 오래된 고서로부터 들려 왔다.

지몬은 일어섰다. "사람들이 당신을 목소리 큰 고문서라고 부르지 않나요?"

"그래," 고문서는 짧게 인사를 했다. "너는 네 할머니를 아주 닮았구나. 우리는 이 계단에서 아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지. 그러다가, 너도 알다시피 . . ."

"그러다가 뭔데요?" 지몬이 물었다. "다들 할머니에게 끔찍한 일이 생겼다고 계속 넌지시 말하지만, 이야기를 전부 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잠깐만, 아무도 니미로티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이야기해주지 않았단 말이냐? 임브라함 학장과 키안 학장마저도?"

지몬은 고개를 저었다.

"니미로티는 보르자니 추측을 해결했지. 오리크가 스트릭스헤이븐에 있는 스파이들을 통해 그걸 알아냈을 때, 그들은 그녀를 사로잡았어. 그녀는 스트릭스헤이븐으로 돌아왔지만, 우리는 한때 촉망받았던 교수인 니미로티가 더이상 예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그녀는 자신에게 기억 상실 주문을 걸었어. 자신이 보르자니 추측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해낼 수 없으면, 오리크에게 말해 줄 것도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말이야. 그런 뒤에 그녀는 스트릭스헤이븐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지."

지몬은 쌀쌀한 날씨에 차가워진 손바닥을 문지르면서 그녀의 할머니에 대해, 그녀가 오리크에게 맞선 용기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다른 생각이 그녀의 마음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 고문서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면? 이 모든 것이—의심스러운 쪽지, 리본, 꿈들이—거짓말이라면?

고문서는 마치 다른 무언가를 "쳐다보는" 것처럼 갑자기 방향을 돌렸다. "내 지혜를 다른 곳에서 필요로 하고 있구나. 잘 자거라, 지몬."

"잠깐만요. 전 할머니가 남긴 쪽지를 보고 이곳에 왔어요. 당신이 저한테 보르자니 추측을 공개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고문서는 깔깔대면서, "뭘 더 공개할 게 없구나," 라고 말한 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지몬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 발 앞으로, 한 발 뒤로. 두 발 앞으로, 한 발 뒤로. 세 발 앞으로, 한 발 뒤로. 다섯 발 앞으로, 한 발 뒤로. 그녀는 바람이 그녀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면서 레이저와 같은 힘이 등골을 타고 내려오는 상황에서도 계단에 집중하면서 계몽의 횃불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까지 이를 계속했다. 지몬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땋은 청록색 리본들을 풀어냈다. 그 리본들은 마치 스스로 생각을 하고 있기라도 한 것 마냥, 무수한 패턴들로 짜여져 갔다. 마침내, 리본들은 서로 얽히는 것을 멈췄고, 짜여진 리본이 지몬의 손 위로 내려앉았다. 그녀는 그것을 한 번 휘감아본 뒤 보랏빛 구름 뒤에 숨어 있는 두 태양, 카루와 에자를 겨눴다.

그림자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자 지몬은 깜짝 놀랬다. 그녀는 몸을 휙 돌리며 확인하려 했지만, 발을 헛디디며 횃불들 중 하나에 머리를 부딛혔다.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그녀는 자신의 할머니를 지켜보던 스파이들이 자신도 발견한 것이 아닌지를 생각하며 겁에 질렸다.


VIII.

뜨거운 번개가 지몬의 머리부터 등골을 타고 흘렀다. 그녀는 신음 소리를 내며 눈을 떠 보려 했지만,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마주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포기하고 암흑 속으로 가라앉았다.

"깨어났습니까, 엑스투스 님?"

"아니, 아직이다. 좀 더 기다리도록."

"하지만 저희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우린 14년을 기다렸다, 피타. 조금 더 기다리는 것 정도는 문제없어."

방 안에 있는 남자 한 명이 지몬이 누워 있는 침대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당겼다. 다른 사람은 벽에 기대서서 가면을 고쳐 썼다. 창문은 다 열려 있었음에도, 방 안은 아주 답답했다. 유일한 광원이라고는 남자들이 쓰고 있는 가면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 연기뿐이었다.

"여긴 어디죠?" 시간이 좀 흐른 뒤 지몬이 물었다. 욱신거리는 통증은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기침을 하려고 했지만, 마치 누군가가 가슴 속에 매운 고추를 가득 채워 넣은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엑스투스와 피타가 벌떡 일어섰다.

"안녕, 지몬," 엑스투스가 말을 꺼냈다. "나는 엑스투스라고 하고, 나는 . . ."

"당신이 누구인지는 알아요. 명성이 자자하거든요." 지몬은 몸을 일으켜 세워 자리에 앉았다. "스트릭스헤이븐에서는 당신을 좋아하지 말라고 가르치죠."

엑스투스는 키득댔다. "미안하군. 우리가 보낸 마도사 사냥꾼이 널 놀라게 했어. 우리가 새로운 사람들을 영입할 때는 보통 좀 더 섬세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말이야. 하지만 중요한 건, 너는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그러니—"

"아직도 내 질문에 대답은 안 했잖아요. 여긴 어디죠?" 지몬은 침대의 발치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청록색 리본들을 발견했다.

"네가 있어야 하는 곳이지. 우리는 여러 해 동안 너를 추적했단다. 소포와 쪽지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

"당신이 그것들을 보낸 건가요?"

"아니, 니미로티가 언제나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었지. 그녀는 너만이 그것들을 받아서 읽을 수 있게 소포와 쪽지들에 조작을 해 뒀어."

"지금부터 당신들이 제가 알고 있는 걸 다 실토할 때까지 절 고문하게 되는 건가요?"

"아니, 오리크는 가입을 하라거나 우리의 지시를 따르라고 사람들을 고문하지 않아. 우리는 모두의 자유 의지를 존중하지."

"그럼, 내 할머니에겐 뭘 한 거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보르자니 추측의 무게는 니미로티가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웠지. 그건 그녀가 정신 착란을 일으키게 했어. 우리는 그녀가 짐을 덜 수 있게 도와주려 했지만, 그녀는 그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지." 엑스투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돌리면서 지몬의 반응을 살폈다.

지몬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리본들을 붙잡았다.

"지몬, 진정해, 우리는 싸우려는 게 아니야."

엑스투스와 피타는 둘 모두 양손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네가 아는 걸 우리에게 말해 다오," 엑스투스가 말을 이었다. "그럼 우리는 우리가 아는 걸 네게 말해 주고, 함께 이 우주를 통제할 수 있어. 시간과 공간을 조종할 수 있게 되지."

"악마와 거래를 하라니," 지몬이 으르렁거리면서 청록색 리본을 두 남자에게 날려, 그들을 방 반대편 벽에 부딪히게 했다. "그런 힘을 가지게 되면 스트릭스헤이븐을 먼지로 만들어 버릴 작정이잖아요."

<이미지4>

"그게 최선이지 않겠니?" 피타가 끼어들었다. "스트릭스헤이븐은 마법을 혼자서만 독차지하고 있어. 우리가 그곳을 파괴하면, 이 세계 어디에 있는지에 상관없이 누구나 마법을 다룰 수 있게 되지. 그런 세계를 상상해 봐—몇몇 소수만이 마법을 독점하지 않는 세계 말이야."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며 문을 경첩으로부터 날려버렸다.

"그녀에게서 떨어져라!" 키안 학장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그녀의 뒤에는 나니엘루고와 아마카가 있었다.

"자 자, 진정해," 엑스투스가 무방비한 자세로 건성인 듯이 속삭였다.

번개 같은 속도로, 엑스투스는 화염의 구체를 만들어내 그것을 키안에게 집어던졌고, 키안은 그것을 허공에서 멈춰 세웠다. 학장은 화염구를 회전시켜, 그 불씨를 더 위협적으로 보이게 키워낸 뒤, 그것을 다시 엑스투스에게 날렸다. 지몬은 청록색 리본들을 회오리처럼 회전시켜 그것을 시공간의 작은 균열들로 엮어내, 화염구를 종이 한 장 차이로 엑스투스 앞에서 멈추게 만들었다. 그런 뒤 그녀는 창가에 있는 알로에와 양치식물들에서 물을 끌어내 화염구의 불을 꺼 버렸다.

"이럴 필요는 없어요," 지몬이 키안 학장에게 말했다. "막 나를 보내주려던 참이었거든요."

키안의 시선이 방 안을 가로지르면서, 오리크로부터 나니엘루고와 아마카에게, 그리고 마지막에는 지몬을 향했다. 그녀는 엑스투스의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지는 것을, 그리고 지몬과 피타의 침착한 시선을 보았다.

"물론이지," 오리크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지몬 월라."


IX.

니미로티는 등을 돌린 채로 창가에 앉아 있었고, 땋아 내린 그녀의 희끗한 머리에는 청록색의 줄무늬 리본이 매달려 있었다.

"오늘은 정신이 또렷하시지 않단다," 보호소 간병인이 지몬에게 말했다. "정신이 맑은 날에는, 항상 자기 손녀 이야기를 하시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라고 말이야." 보호소 간병인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지은 뒤 뜨개질을 하고 있던 다른 노인의 꼬인 실뭉치를 풀어주러 자리를 떴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으면 부르렴."

지몬은 마법에 영향을 받은 자들을 위한 안식처인 '길 잃은 자들의 보호소'로 찾아오라고 적혀 있는 니미로티의 쪽지를 받았을 때 느꼈던 흥분을 떠올려 보았다. 그 쪽지는 그녀가 엑스투스 나르와 관련되어 겪었던 고통 이후로 유일하게 그녀를 기쁘게 해 준 물건이었다. 키안 학장과 임브라함 학장은 그녀와 오리크 수장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퍼부었고, 어째서인지 그녀가 오리크 요원이 되었다는 소문이 스트릭스헤이븐에 퍼졌으며, 그녀의 친구들인 나니엘루고와 아마카는 비블리오플렉스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도 그녀를 피하기 시작했다.

지몬은 창가로 천천히 다가간 뒤 니미로티의 어깨 위에 부드럽게 손을 올려놓았다. 나이 든 여성은 깜짝 놀라더니, 몸을 돌려 그녀를 쳐다보고 미소지었다.

"안녕하세요," 지몬이 말했다. "전 지몬 월라에요."

"네가 누구라고?" 나이 든 여성이 이빨을 드러내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할머니의 손녀에요. 보세요, 저한테도 할머니 것 같은 리본이 있어요. 할머니가 저한테 보내셨죠 . . ."

니미로티는 자신의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소녀를 쳐다보면서 자신의 현재에 대한 텅 빈 기억들을 뒤져보았다. 그녀는 다시금 이 지몬이라는 아주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을 어디에 보관해 두었는지를 기억해내려 해 보았다. 니미로티는 포기하고서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건 알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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