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 더러운 세탁물

Posted in Magic Story on 2022년 3월 29일

By Elise Kova

Elise Kova is a USA Today bestselling author. She enjoys telling stories of fantasy worlds filled with magic and deep emotions. She lives in Florida and, when not writing, can be found playing video games, drawing, chatting with readers on social media, or daydreaming about her next story. Learn more about Elise at her website: www.EliseKova.com

메지오 역

뉴 카펜나는 흐릿했다. 엘스페스는 선로를 따라 내려가며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기둥을 붙잡았지만, 다른 통근자들이 꽉 들어차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열차 안에서는 필요없는 일이었다. 열차는 비틀거리고 신음소리를 내면서 살아 숨쉬는 도시의 심장부인 메지오의 중앙 역에 멈춰섰고 연기와 사람들을 내뿜었다.

이 역에서 부자들은 거대한 딱정벌레 껍데기 모양의 황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 일꾼들은 증기로 가득 찬 계단을 통해 칼다이아에서 올라왔다. 그녀는 전자의 화려한 패션보다 후자에 더 잘 어울렸다.

엘스페스는 자신의 옷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바지는 평범하고 튼튼했으며, 열차의 더위와 싸우기 위해 소매를 걷어 올리고 조끼는 열어 둔 상태였다. 뉴 카펜나를 둘러싸고 있는 돔이 도시를 적당한 온도로 유지시켜 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동안에는 무척 더웠다. 그녀가 한 일 또한 하루 종일 그녀의 체온을 높게 유지시켜 주었다. 그녀 또한 뉴 카펜나의 화려한 패션을 즐기고 싶었지만 첫 번째 목표는 생존이었다.

그리고 생존은 그녀가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옷을 의미했다.

그녀는 머리를 낮추고 도시 전역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잡일들을 어느 하나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녔다. 겉으로 보기에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 . . 엘스페스는 그녀의 배 부분을 가볍게 문질렀다. 헬리아드가 신의 선물로 그녀를 찔렀을 때 그 칼날이 그녀를 꿰뚫은 공허한 느낌이 아직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녀는 뉴 카펜나에서 그 아픔을 치료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녀에게는 아직도 이 새로운 장소가 어색했다.

그녀는 생각에 잠겨 있었기에 전력질주하고 있는 레오닌을 눈치챘을 때에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그 남자는 그녀에게 정면으로 돌진했고, 둘은 서로 튕겨져나가 땅바닥을 굴렀다. 엘스페스는 정신이 멍한 상태로 눈을 깜빡였다. 통근하는 사람들이 그들 주위를 스쳐지나갔다.

"이런 빌어먹을! 길 막고 있지 말고 앞에 누가 있는지 보라고!" 그는 툴툴대면서 얼룩덜룩한 갈색 털을 정리한 다음, 땅바닥에 떨어지기 전까지는 한쪽 팔에 들고 있던 옷감 두루마리들을 사람들이 밟아서 못쓰게 되기 전에 챙겼다.

"미안해요." 그의 옷차림으로 보아, 그는 뉴 카펜나를 지배하는 패밀리 중 하나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고, 그녀는 그 점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이곳에 있는 정부가 어떤 것이든지간에 그녀는 아직까지 그 이름조차 몰랐기 때문에 그것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옵스큐라, 카바레티, 마에스트로스, 브로커즈, 그리고 리베티어즈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망할, 앞 좀 잘 보고 다니란 소리 들은 적 없어?" 레오닌은 일어서서 그녀를 두고 가 버렸다.

그 말은 그녀의 귓가에 울려퍼졌고, 그녀가 일어설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땅바닥에 붙어 있었다. 뉴 카펜나의 통근자들은 계속해서 그녀를 스쳐지나가면서, 몇몇은 그녀에게 이해가 안 된다거나 짜증 섞인 시선을 보냈고, 다른 이들은 그녀를 완전히 무시했다.

하지만 엘스페스는 그런 사람들을 거의 개의치 않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 속에서 그녀는 다른 장소 뿐만이 아니라 다른 시간 속에 있었다 . . .

도미나리아, 과거

"살아 있군!" 아자니가 그녀에게 달려왔다. 그의 조심스러운 포옹이 그녀를 짓눌렀다.

엘스페스는 팔을 그의 주변에 둘러, 그녀의 친구를 똑같이 안아 주었다. 그의 목 주변에 난 털들이 그녀의 코와 뺨을 간지럽혀 그녀의 입가에 미소를 자아냈다. 행복. 안심. 안전. 그녀가 그렇게 즐거운 감정을 느꼈던 것이 너무 오랜만이었기에 그녀가 아직도 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자네가 산 자들의 세계를 걷고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네." 아자니는 그녀의 어깨에 두 손을 올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그의 두 눈은 감정에 겨워 빛나고 있었다.

"저도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엘스페스는 그에게 지친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네를 찾아서 정말 기쁘군." 도미나리아는 그들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들은 아주 오래 전에 이곳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생소한 이 땅에서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옛 친구를 찾았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이곳에는 어쩐 일이죠? 당신은 나야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볼라스를 물리친 후에 나는 카른과 관문수호대를 만나 피렉시아의 위협에 대해 논의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네. 하지만 그건 나중에 해도 되지." 아자니는 그 생각을 무시하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엔 어떻게 오게 된 겐가?"

"말하자면 길어요 . . ." 엘스페스는 헬리아드의 손에 죽은 후 저승에서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과 어떻게 태양의 신을 속여 또 다른 대결을 벌이게 했는지에 대해 그에게 말해 주었다. 그렇게 함으로 그녀는 죽음의 신인 에레보스에게 헬리아드를 감금할 기회를 주었다. "에레보스는 오랜 숙적과의 승부를 결정짓는 일에 도움을 준 것에 감사해하면서 저를 떠나게 해 주었죠."

아자니는 그녀가 말을 마친 뒤 아주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는 사색에 잠긴 채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녀는 오랜 친구의 이런 표정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었고, 그가 이러고 있을 때에는 그의 생각을 떨쳐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보통 이 표정은 그녀와는 관련이 없었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이 즐거운 한편 . . . 그녀의 일부분은 겁을 내고 있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서로 떨어져 있었고, 그들 둘 모두에게 무척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녀는 죽음으로부터 되돌아왔다. 그는 다가오는 위협을 조사하면서 관문수호대와 카른과 좀더 가깝게 일하기 시작했다. 그가 이제는 그녀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그는 그녀가 한 일들에 대해 그녀를 비난할 것인가?

그는 그들이 앉아 있던 벤치에서 자세를 고쳐앉은 뒤, 천천히, 의도적으로, 그녀의 손을 모아잡았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그가 물었다, "어떤가?"

"뭐가요?" 엘스페스는 조금 더 똑바로 앉았다.

"엘스페스, 자네는 어떤가? 자네는 내가 아는 가장 강한 사람 중 한 명일 걸세. 하지만 나는 자네의 몸과 영혼이 어떤 고통을 견뎌내야 했는지를 상상도 하지 못하겠네. 자네가 그토록 원한 것은 안정이었는데 얻은 것은 격변이었지. 그리고 닥소스 . . . 그가 자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잘 아네."

그녀가 고개를 돌릴 차례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는 그녀의 마음 속을 꿰뚫어보면서 그녀가 여전히 품고 있는 깊은 상처를 알아차릴 터였다. 엘스페스는 강해지고 싶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아자니는 그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테로스가 그녀의 고향과 반석이며 끊임없이 격변하는 다차원에서 약간의 안정을 주는 곳이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잃어버린 연인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를, 그리고 그렇게 돌아온 사람은 더이상 그녀가 알아보지 못하는 자가 되었다는 것을.

"가장 힘든 건," 그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갈 곳이 없는 거에요. 칼릭스가 저를 뒤쫓고 있고, 그를 따돌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 . . 그런다고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닥소스와의 미래는 더이상 없어요,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요. 어떤 차원도 안전하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안전이 없이는 고향도 있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녀가 어릴 때부터 배운 교훈이었다. 그 교훈이 그녀가 신들에 의해 보호되는 땅인 테로스를 찾게 한 것이었다. 하지만 신들조차 안전하지 않다면 . . . 무엇이 안전할 수 있겠는가?

엘스페스는 웃었고, 그 순간에 모든 것이 얼마나 절망적으로 보였을지를 생각하자 그녀의 목소리에 쓰라린 음색이 섞여들어갔다. "전 에레보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싸웠지만 그래서 얻은 게 뭐죠? 어떤 날은 저도 답을 모르겠어요."

아자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엘스페스, 고향은 장소가 아니네. 그것은 감정이지. 그것은 당신과 꿈을 공유하고 당신이 신뢰하는 사람들이야."

"그건 당신이니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지요."

"그렇게 생각하나?" 그는 약간 기분이 상한 것처럼 보였다.

"당신은 어디를 가든 고향이잖아요. 저는 항상 그걸 위해 사냥하고 싸워야 했어요."

"나는 어디를 가든 내 털가죽을 두르고 있기 때문에 고향에 있는 것이네. 자네는 우선—"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녀는 말을 끊으며 그에게서 손을 뗐다. 그녀는 더이상 그 대화를 견뎌낼 수 없었다. 그가 미아가 된 아픔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조차 헛수고였다.

"자네 말이 맞네," 아자니는 인정했다. "나는 자네가 바라는 만큼 자네가 겪고 있는 고통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자네는 여전히 내 소중한 친구이고, 자네의 상처를 보고 그것을 고치는 일을 돕고 싶다고 생각하기 위해서 자네가 고통스러워 하는 것에 대한 모든 미묘한 뉘앙스를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네."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앞을 보라고 말해 줄 수는 있지. 미래를 보라고. 자네의 과거의 악마가 자네를 집어삼키게 하지 말라고 말이야."

"저한테 악마 같은 건 없어요." 그 말은 그녀가 그렇게 격렬하고 방어적이지만 않았다면 그들 모두에게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들렸을 것이었다.

"고향은 내면으로부터 찾아올 걸세, 자네가 목적을 다시 찾고 나면 말이야.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믿게나. 그러지 않으면, 자네는 결코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없을 걸세. 자신에게서 만족을 찾지 못하면 평화도 찾지 못하고 고향도 없을 걸세."

"설교를 들으려고 찾아온 건 아니에요." 그녀는 벤치에서 몸을 일으켜, 두 팔로 몸을 감싸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내면을 보게. 평화를 찾고 고향을 찾게. 그건 장소가 아니네. 그 말은 불편하게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녀는 몇 걸음 걸어가는 것만으로는 그 말을 피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 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이곳에서 벗어나 머리를 식히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관점을 얻는 일이 필요했다.

"엘스페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그가 그녀를 따라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말해 준 것에 대해선 생각해 보겠지만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다시 만나서 반가웠어요."

아자니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자네가—" 그는 "죽어 있던" 이라는 단어를 말하기를 머뭇거리다가 대신 말했다, "—떠나 있던 동안 자네의 고향을 찾는 일을 계속했었다네 . . ." 그는 충격에 대비하려는 듯이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찾았지."

메지오 세탁소, 현재

그녀는 자신이 현재 일하고 있는 곳 바깥에서 잠시 멈춰섰다. 비누 냄새가 창문에 놓여 있는 곱게 다림질한 옷들처럼 밝고 깔끔하게 공중을 떠다녔다. 유리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아자니가 그녀에게 해 준 말이 모두 옳았던 것일까? 그녀는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는 것일까? 엘스페스는 고개를 저어 그 생각들을 떨쳐내려고 하면서 세탁소에 들어갔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야 했다. 다른 모든 것들은 때가 되면 찾아올 터였다 . . . 그런 게 있다면 말이다.

"늦었잖아," 가게 주인이 그녀를 보자마자 말했다. "제시간에 오지 않으면 이런 좋은 일을 계속 하지는 못할 거다." 엘스페스는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 쳐다보며 자신이 약속된 시간에 정확히 왔다는 것을 확인했다. "시계 쳐다보지 마라. 시계는 도움이 안 돼. 내가 말한 것이 유일한 시간이고 나는 네가 늦었다고 말했어. 제시간에 온 건 늦은 거야."

"죄송해요," 엘스페스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심지어 지금 자신의 상사가 누구인지 그 이름을 기억하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의 고용주는 이 도시에서 정기적으로 바뀌었다. 그녀가 그들의 치열한 게임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것이 분명할 때에는 아무도 그녀를 오랜 기간 고용하려고 하지 않았다. 너무 애착을 가지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에요."

"그러는 게 좋을 거다. 나도 너처럼 힘 좀 쓰니까."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뒷문 쪽을 가리키며 앞뒤로 흔들었다. "자, 화물열차에 실을 가방이 여섯 개 있다. 얼른 일해, 그러면 오늘 급료를 줄 테니까."

엘스페스는 더이상 그 남자와 시간이나 말을 낭비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했다. 세탁소의 뒷방은 각각의 범죄 패밀리마다 하나씩, 그리고 일반 대중을 위한 한 부분으로 총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천사들이 그들의 세탁물조차 서로 닿지 못하게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루 한 개를 어깨에 들쳐메고 나와 그것을 메지오 중앙역까지 끌고 나온 뒤 다시 걸어서 돌아갔다. 그 시간 내내, 엘스페스는 그녀 주변에 있는 시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가 너무 오래 서성거리거나 특별히 흥미로운 대화가 오갈 때 속도를 늦출 때에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새로운 직업을 뉴 카펜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갈 수 있는 기회로 이용했다. 아마도 언젠가는, 이곳이 자신의 고향이라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듣게 될 터였다.

그녀가 마지막 짐을 옮기고 돌아왔을 때 가게의 문이 살짝 열려 있었기에, 그녀는 안에서 일어나는 대화를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

"—빚진 건 잊지 말고 갚으라고," 낯선 남자가 으르렁댔다.

"약속한다고, 돈은 마련할게." 평소에 엄숙하고 자신감 넘치던 가게 주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일주일만 시간을 더 줘."

"일주일?" 여자가 웃었다. "한 달을 더 줬어. 관대하고도 남았지."

"하루만 더—아니 이틀만—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엘스페스는 가게 주인이 이렇게 두려워하는 듯한 말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온순한 말소리를.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그녀의 어깨를 끌어내렸고, 그 느낌은 그녀의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역겨움의 아련한 뒷맛과 함께 그녀의 뱃속에 또아리를 틀었다. 이자들은 도시에서 열심히 일하는 주민들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었다.

끼어들어야 하나? 아니, 그건 그녀가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는 한 그 가게 주인은 이 운명을 마주할 만한 무언가를 했다. 그녀는 그냥 이 일을 무시한 채로 말했다.

"이틀이라고? 어딘가에는 돈이 좀 있을 거야." 후려치고 부서지는 소리가 난 뒤 거친 웃음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남자가 훌쩍이는 소리는 둔탁한 쿵 소리와 더 많은 낄낄대는 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엘스페스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이 이방인들이 초래한 참사를 마주했다. 마네킹들은 머리가 없어진 채로 부서져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좀전까지도 깨끗했던 옷들이 엉망으로 흩어져 있었다. 금전출납기는 피범벅으로 만신창이가 된 가게 주인 옆에서 박살이 나 있었고, 남자 셋과 여자 한 명이 그를 둘러싸고 서 있었다.

가해자 네 명의 창백한 눈빛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이게 뭐지?" 검은 머리의 남자가 말했다. 그녀가 들었던 첫 번째 목소리였다. 엘스페스는 틀림없이 이 사람이 대장일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 . . 그냥 고객이야." 가게 주인은 한 마디 한 마디를 간신히 내뱉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보호해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엘스페스는 그룹의 대장과 시선을 맞췄다. "나가세요."

"그냥 '고객'인 사람 치고는 꽤 당당하군." 그의 입이 비틀리면서 사악한 미소로 변했다. "이 노인네의 뭘 신경쓰는 거지?"

그것은 좋은 질문이었고, 나중에 엘스페스가 그녀가 견뎌내야 하는 상처들을 치료하는 동안 자신에게 물어보리라고 확신하는 것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녀는 이 사람들을 부상당한 가게 주인으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것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 이미 너무 지나쳤고 그들이 계속했다면 그를 죽여 버렸을 터였다.

"저항도 하지 않는 사람을 때리면서 가학적인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보이니 한 마디 해야겠어요."

"우리가 가학적이라고 생각하는군." 그 여성이 낄낄대면서 손가락 마디를 꺾었다. "아마 진짜 가학적인 게 어떤지를 좀 보여줘야겠는걸."

"마에스트로스의 집행관을 상대로 지껄이기에는 대담한 말이지," 양쪽 옆머리를 짧게 깎은 남자가 말했다.

마에스트로스. 엘스페스는 그 패밀리에 대해서 시민들이 가끔씩 언급하던 것 이외에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시민들의 대화에서는 항상 예술이나 죽음이 등장했으며 그들의 세탁물에서는 항상 비릿한 피 냄새가 풍겼다.

Art by: Jodie Muir

"오늘은 좀 관대해지고 싶은 기분이군." 대장은 가게 주인에게서 천천히 물러났다. "주머니에 있는 물건들을 다 내놓으면 방금 내뱉은 겁없는 말이 이 땅에서 마지막으로 저지른 실수가 되지 않을 수 있게 용서해 주겠어."

"재미있군요, 저도 관대한 기분이니까요. 지금 떠난다면 무릎을 온전하게 보전해서 나가게 해 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엘스페스가 맞받아쳤다. 이런 사람들은 폭력만을 이해했다. 그렇기에 협박이 이들을 낚을 수 있는 수단이라면, 그녀는 기꺼이 미끼가 될 작정이었다.

"이런 망할—" 빨간 장갑을 낀 남자가 으르렁댔다.

"이제 됐어." 여성이 달려들었지만, 대장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제지했다.

그는 부하들에게 거의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그들을 노려보았다. "이곳에서는 가 지휘하고, 너희는 내가 명령하지 않는 한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리고 저 여자로 거리를 붉게 물들이라고 명령하지." 그는 여성을 놓아 주었고, 엘스페스는 공격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그녀는 가게 주인으로부터 충분히 주의를 돌렸다고 생각했고, 이제는 그녀 자신을 구할 차례였다. 평소같으면 상대로 네 명 정도는 문제될 게 없었겠지만, 완전히 무장을 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에는 전술적 후퇴가 최선이었다.

엘스페스는 거리로 뛰쳐나왔고, 마에스트로스 네 명이 그녀의 뒤를 바짝 쫓아 달려왔다. 그녀는 몸을 숙이고 이리저리 인파를 헤치면서 메지오의 붐비는 거리 속을 지나갔다. 대부분은 그녀의 지저분한 모습을 쏘아보았지만 싸움과 유혈사태는 뉴 카펜나의 시민들에게는 너무나도 흔한 일이었기에 그들은 계속 자기 할 일을 했다.

"우리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그 여성은 한 커플을 밀쳐내며 엘스페스를 거의 따라잡았다. "우리는 이걸 위해서 훈련을 받았고, 넌 그냥 세탁 도우미일 뿐이야."

그녀는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들어 크게 호를 그리며 엘스페스에게 휘둘렀고, 근처에 있던 행인 세 명이 그 칼에 거의 베일 뻔 했다. 엘스페스는 몸을 아래로 숙여 피했고, 칼날은 그녀의 머리 위를 날아갔다. 여성의 팔은 칼을 휘두르던 힘을 주체하지 못해 몸 반대쪽으로 넘어갔다. 엘스페스는 앞으로 발을 내딛어 둘 사이의 틈을 메웠고, 그녀의 주먹을 마에스트로스의 복부에 꽂아넣었다.

하지만 고통과 놀라움에 신음소리를 내뱉은 쪽은 엘스페스였다.

그녀의 주먹을 맞이한 것은 금속이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멋지게 재단된 코트 아래에서, 철판이 여성의 복부를 보호해 주고 있었다. 마에스트로스는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크게 씩 웃었다. 무엇보다도, 흡혈귀라니. 완벽하군.

"아직도 후회가 안 되나?" 그녀가 조롱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에 대한 엘스페스의 답은 물러나서 다시 한 번 뛰는 것이었다. 그녀는 손을 문지르면서 도망칠 곳을 찾기 위해 군중들을 살폈다. 작은 폭발과 함께 섬광이 번쩍였다. 마법이 성난 혜성의 꼬리처럼 허공을 스쳤다. 그것은 엘스페스의 발 아래에 있는 돌에 부딪혀 작은 폭발을 일으켰고, 검게 그을린 곰보자국을 남겼다.

그녀가 어깨 너머로 힐끗 쳐다보자, 남자들 중 한 명이 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욕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혼잡한 거리 한복판에서 그녀에게 마법을 쏘아낼 작정이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이는 즉 그들이 이곳에서 싸움을 계속한다면, 무고한 행인이 다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빨간 장갑을 낀 남자가 손가락을 들어 그녀를 가리켰다. 또다른 마법이 그녀의 머리 위로 날아드는 것과 함께 엘스페스는 몸을 숙이고 골목길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노동자 몇 명을 밀치고 지나갔고, 그들은 그녀의 등 뒤에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녀의 뒤를 쫓는 네 명을 보고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엘스페스는 한 번 급회전을 하고, 또 한 번 했다.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많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얼마나 많이 벽을 뛰어넘었든 간에, 그들은 추격을 그만두지 않았다. 엘스페스는 또다른 모퉁이를 돌면서 어깨 너머를 뒤돌아보다가 미끄러지듯이 멈춰섰다.

그녀의 앞에 있는 공허 속에서 바람이 울부짖고 있었다.

그녀가 달리던 길이 갑자기 끝나 있었고, 반쯤 완성된 다리는 허공으로 뻗어 있었다. 건물 사이의 틈새 반대편에는 더 많은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뛰어넘기에 너무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반대편에 있는 건설 장비들 때문에 그녀가 자신 있게 착지할 수 있는 장소가 전혀 없었다. 분노에 찬 붉은 연기가 그녀 아래쪽의 심연으로부터 솟구쳐올라왔고, 도시의 저층부는 불과 피로 이루어진 바다처럼 보였다.

"이런, 이런. 궁지에 몰렸군." 대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부하들은 숨을 씩씩대면서 그녀와의 추격전에 더욱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그의 곁에 서 있었다. "이제는 어디로 도망갈 거지?"

그녀는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었다. 유일한 출구는 그들의 뒤가 아니면, 아래쪽이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칼다이아로부터 올라오는 연기와 스모그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추락을 막아 줄 것은 아무 것도 확인하지 못했다.

"아까까지는 꽤 관대한 기분이었는데 말이지," 대장이 말했다. "좀 두들겨패고 이빨 몇 개를 부셔서 더이상 잘난체하는 말을 못 하게 만들어 주려고 한 게 전부였단 말이야. 네가 가만히 있기만 했다면 말이지."

그는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죄책감이 그녀를 엄습했다. 그녀는 거리를 뛰어다니면서 그 모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렸다. 그녀가 얻어맞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은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친 것인가? 그보다 더 안 좋은 일을 당한 사람은?

대장이 손을 쳐들면서, 두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그의 손목 주변에 불꽃이 모여들면서 공기 자체가 보이지 않는 열기로 꿈틀거렸다.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그 준비는 이미 했던 적이 있지."

그가 마법을 발사했다.

엘스페스는 몸을 굴려 그것을 피했다. 그녀는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건물과 도로 쪽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칼을 들고 있는 흡혈귀가 그녀를 공격해 왔다. 이번에는 엘스페스가 그 여성의 칼을 든 팔을 움켜쥔 다음, 그 기세를 이용해 그녀를 벽으로 집어던졌다. 마에스트로 단원의 머리가 뒤로 튕겨나가며 금속이 콘크리트에 부딪혀 쨍그랑거렸다.

"감히!" 빨간 장갑이 그녀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넘어뜨리려 했다. 엘스페스는 한쪽 다리를 들고 빙글 돌아 그를 피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가 다가오기 전에 다시 자세를 잡지 못했고 대장 주변의 공기는 이미 또다시 마법의 불똥을 튀기고 있었다.

그녀는 수적으로도 열세였고 몸을 움직일 공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엘스페스는 피하거나 몸을 숙여 가며 그들과 공격을 주고받았다. 결국, 그들은 그녀를 지치게 할 터였고, 그녀는 지쳐서 실수를 하게 될 터였다. 그녀는 그 전에 그들로부터 빠져나와야만 했다.

아니면 무기를 찾아내던가.

긴 강철 막대기가 쌓여있는 더미가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그것들은 완성되지 않은 다리의 가장자리에서 튀어나와 있는 금속과 동일한 것들이었다. 그녀가 뛰어올라 막대기 중 하나에 손을 뻗을 때, 또다른 마법이 휙 소리를 내며 그녀의 머리 가까이를 스쳐지나갔다.

엘스페스는 급조된 무기를 들어올렸다. 그것은 그녀에게 익숙했던 신성한 창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녀가 찾고 있던 우위였다.

"뭐? 그딴 걸로 우리를 공격하려는—" 그 남자는 그 문장을 끝내지 못하고 머리 옆을 강철 봉으로 강타당해 쓰러졌다.

다른 두 명은 잠시 멈춰서서 그녀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실수였다. 엘스페스는 강철봉으로 땅바닥을 휩쓸었다. 여성은 뛰어내렸고 빨간 장갑은 발목이 걸렸다. 그녀는 봉을 당기고 몸을 돌리면서, 그의 관자놀이를 강철봉의 뭉툭한 끝 부분으로 후려쳤다.

이제는 대장만이 남아 있었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고." 그는 두 손을 들어올렸지만, 이번에는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교양 있는 시민처럼 이야기를—"

그는 갑자기 그녀에게 마법을 날려보냈지만 그녀는 그의 동작에서 그가 마법을 쏘려고 한다는 것을 이미 읽고 있었다. 엘스페스는 몸을 피한 뒤, 간격을 좁히고, 하고 내리쳐 그가 의식을 잃게 했다. 싸움의 흥분이 잦아들기 시작했고, 엘스페스는 긴장된 자세를 푼 뒤 그들을 확인했다. 그녀가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느끼게 될 고통을 부러워하지는 않았지만 . . . 최소한 다들 숨은 쉬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았고, 마에스트로스가 복수를 하려고 그녀를 찾아다니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정말로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들은 패밀리의 폭력을 담당하기 위해 훈련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엘스페스는 신들과 싸웠다. 그들이 그리 쉽게 그녀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녀가 봉을 발견한 곳에 그것을 되돌려놓으러 돌아갔을 때, 천천히 박수를 치는 소리가 그녀에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엘스페스는 몸을 돌리며 봉을 힘껏 휘둘렀다. 그것은 남자의 턱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은 곳에서 멈춰섰다. 그는 흰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머리 뒤로 바짝 붙여 넘긴 검은 머리카락은 높은 강철 옷깃 주변을 휘감고 있었다. 그의 턱과 입에는 조심스럽게 손질한 수염 자국이 나 있었고, 그것은 사악한 미소를 더욱 강조해 주었다. 그의 갑옷은 우연하게도 그녀가 막 쓰러뜨린 사람들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당신의 친구들은 낮잠을 자고 있어요." 그녀는 그의 창백한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더이상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요."

"오늘은 문제가 널 찾아다니는 것 같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가는 곳마다 그녀를 괴롭혔다. "그들은 내 '친구들'이 아니야. 기껏해야 내 책임이지. 그들이 집행관이 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건 분명하군. 우아하지 못한 일처리는 내가 사과하지." 그녀는 방금 그가 그들이 자신을 더 빨리 죽이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한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의 눈은 그녀의 회의적인 반응을 재미있어하는 듯이 빛났다. "저기, 쇠막대기로 그렇게나 할 수 있으면 진짜 무기로는 뭘 할 수 있지?"

"당신의 '책임'들은 제가 막대기만 들고 있던 게 다행일 걸요." 그녀는 그것을 계속해서 그의 목에 겨누고 있었다. 기도 부분을 가볍게 한 방 때리기만 하면 그는 쓰러질 터였다. 하지만 엘스페스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자를 죽이는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건 잘 알겠군." 그 남자는 손가락을 들어올려 그녀의 막대기 끝을 가볍게 눌렀다. "이걸 치우고 이야기를 하는 게 어때?"

엘스페스는 빠르게 자세를 고쳐잡았다. "당신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평화롭게 제 일을 하고 싶으니까요."

"내가 당신에게 일을 줄 수 있다면?"

"관심 없어요."

"오? 이미 소속된 곳이 있는 건가?" 그는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면서, 전혀 위협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듯이 턱으로 무기를 툭툭 쳤다.

"어디에도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죠. 그럼 이제 절 보내주겠어요?"

그는 약간 과장하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하지만 네 재능이 낭비되는 걸 보고 있자니 아쉽네."

그녀는 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엘스페스는 강철봉이 쌓여 있는 더미까지 뒷걸음질로 걸어갔다..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녀는 잠재적인 적이 여전히 앞에 있음에도 자신의 유일한 무기를 포기하려 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상태로, 천천히 강철봉을 제자리에 되돌려놓았다.

그는 위협적이지 않게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엘스페스는 그의 옆을 지나가면서 곁눈질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를 지나가게 내버려두었다.

그녀가 건물의 그늘 안으로 들어가자 그가 다시 말을 걸었다.

"있잖아, 네가 좀더 쉽게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말이야 . . . 돈이 많이 생기는 일이 있는데." 엘스페스는 노려보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좋아, 돈은 아니군. 헤일로인가, 그러면?"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아, 언제나 헤일로로군, 그렇지 않아?"

엘스페스는 헤일로라는 단어가 언급되었던 것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게 어때서요?"

"정기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어,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말이지. 우리가 카바레티는 아닐지 몰라도, 그렇다고 우리 창고가 바닥났다는 건 아니니 말이야."

"뭐 때문에 제가 그걸 원할 거라고 생각하죠?" 엘스페스는 가능한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단어들을 선택해 가며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의 눈이 살짝 가늘어진 것이나 그의 시선이 호기심 어린 것처럼 바뀐 것이 일종의 신호라고 한다면, 그녀는 그 일에 실패했다.

"넌 이곳 사람이 아니군."

"물론 이곳 사람이죠." 엘스페스는 어깨를 으쓱하고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의 발소리가 황급히 그녀의 뒤를 쫓았다. "아니, 아니 . . . 뉴 카펜나 출신이라면 누구든 자신이 왜 헤일로를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 그걸 탐낼 만한 이유는 항상 있지." 그는 새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넌 옷은 뉴 카펜나의 것을 입고 있지만, 우리와 같지 않은 게 분명해."

우리와 같지 않아. 그녀는 얼마나 더 많이 남들과 다른 존재로 구분지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 일은 결코 쉬워지지가 않았다. 매번, 그 감정은 지난번보다 더 깊게 그녀를 상처입혔다.

"괜찮아!" 그가 그녀의 빠른 발걸음을 따라잡으면서 그녀의 표정을 본 것이 확실했다. "우린 다들 어딘가에서 시작을 하지. 마에스트로스에서 시작해 보는 게 어때? 우리가 바깥 폐허에서 신입을 뽑는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아. 솔직히 말하면, 이런 데에 아직도 누가 사는 게 신기하지. 그리고 네가 뉴 카펜나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우리 패밀리의 신입들은 파크 하이츠에 있는 박물관에서 시작한다는 걸 알면 좀 끌릴 것 같은데." 그 남자는 손을 내밀면서 멈춰섰다. "잠깐만, 내가 예의범절을 잊고 있었군. 양해를 부탁하지. 난 안헬로라고 해."

Art by: Aurore Folny

엘스페스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와 악수를 하면 그녀가 아직 모르는 조건이 섞인 모종의 거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가 내민 손을 무시하고 대신에 계속해서 걸어갔다. 하지만 "엘스페스에요," 라고 말은 해 주었다.

"엘스페스라, , 그런 이름은 몇 세대 전 사람들이나 가진 구식 이름인데." 그는 낄낄대면서 그녀를 따라갔고, 이제 그들은 거리에서 빠져나와 건물들 사이에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 한가운데에 있는 분수에서는 거품이 일고 있었다. 엘스페스는 천천히 멈춰서서, 분수 위에 올려져 있는 조각된 형체를 올려다보았다.

"오, 저게 궁금해?" 안헬로가 킥킥댔다. "저런 것들은 도시 곳곳에 있잖아, 그렇지 않아?"

"저런 것들?" 그녀는 가볍게 되물으면서, 그가 얼마나 기꺼이 그녀에게 정보를 넘겨주려는 지를 살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놀랍게도,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천사들 말이야." 그는 전투하는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는 두 형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날개가 달린 한 여성이 쓰러진 적 위에서 의기양양하게 검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엘스페스의 시선을 사로잡은 쪽은 그녀가 아니었다. 그것은 몸을 웅크린 채로 돌로 만들어진 여성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발톱이 길고 손가락은 앙상하며 아가리를 쩍 벌린 생물이었다. 그것은 날카로운 각도들과 악몽으로 만들어진 생물이었다. "고대의 전투나 뭐 그런 데에서 싸웠던 천사들을 기리기 위해서 도시 곳곳에 천사들의 조각상이 있지. 하지만 이제 와서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우리가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찌꺼기나 남겨둔 채로 이곳에서 사라진 것 뿐이었지."

고대의 전투. 천사들. 엘스페스는 천사의 전투에 함께 새겨져 있는 생물을 쳐다보았다. 안헬로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를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피렉시아인이었다.

도미나리아, 과거

"자네가—" 아자니는 "죽어 있던" 이라는 단어를 말하기를 머뭇거리다가 대신 말했다, "—떠나 있던 동안 자네의 고향을 찾는 일을 계속했었다네. 찾았지."

"뭐라구요?" 엘스페스는 제자리에서 휙 몸을 돌렸고, 다시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녀의 심장이 두방망이질쳤다. 고향. 그녀가 어렸을 때 떠나서 다시는 찾을 수 없었던 그곳.

"그곳은 뉴 카펜나라고 불리고 있네."

"뉴 카펜나," 그녀는 그 단어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고향에 대한 어둡고 불분명한 그림에 어울리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의 말을 반복했다. "왜 더 빨리 이야기해 주지 않은 거죠?"

"자네가 어떤지를 확인하는 일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네."

"이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뉴 카펜나라고요? 정말인가요?"

"그렇네, 그리고 카른의 말에 의하면 그곳의 역사에는 자네의 고향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하는군," 아자니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뉴 피렉시아를 공격하려는 계획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기 전에는 어떤 움직임도 취하지 않을 거네."

"뉴 카펜나가 피렉시아인들과 무슨 상관이죠?" 걱정이 그녀의 기쁨을 옥죄려는 듯이 위협해 왔다. 피렉시아인들은 그들이 가는 곳마다 파괴의 씨앗을 뿌렸다. 과연 그녀가 돌아갈 고향이 있기는 한 것일까?

"과거의 침공에 대한 소문이 있고 뉴 카펜나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니, 그 말은 그들이 이전의 위협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되지."

"그리고 당신은 제가 그 이유를 알아내기를 바라는군요," 엘스페스가 추측했다.

"바로 그렇다네." 아자니는 떠나려고 하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가기 전에 . . . 내가 했던 말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 약속해 주게. 이 임무에는 개인적인 부분도 일부분 섞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자네에게 필요한것을 뉴 카펜나에서 발견하길 바라네. 하지만 명심하게, 자네가 과거의 일로 고통받는 것을 마무리짓지 않는 한, 어느 곳도 진정한 고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자네는 신을 죽였고, 죽음을 극복했고, 많은 것을 성취했다네, 엘스페스. 자네가 그 모든 것과 싸울 수 있다면 자신을 위해서도 싸워 자네가 찾고 있는 안전을 자네의 내면에서 찾을 수도 있을 걸세."

"최선을 다할게요." 그것은 사실이었고, 그녀가 지금 그에게 건넬 수 있는 최대한의 제안이었다.

"그럴 거라는 건 잘 아네, 그리고 조심하게나," 아자네는 그녀를 끌어당겨 마지막 포옹을 해 주었다. "다시는 내가 자네의 죽음을 보거나 그에 대해 듣게 하지 말게나."

"저도 그런 일은 피하고 싶네요, 친구." 엘스페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경박한 느낌이 그녀의 마음 속을 채우고 있었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녀가 고향이기를 바라는 곳을 향해 차원 이동을 했다.

메지오 광장, 현재

"어찌됐든. 어떻게 하겠어?" 안헬로가 재차 물었다. "돈도 많이 벌고, 숙식도 제공해. 가끔 여기저기서 몇 가지 일만 하면 되고."

몇 가지 일. 그녀는 그것이 무엇을 수반하게 될 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엘스페스는 뉴 카펜나의 세력 다툼에 말려들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이 기이한 장소에 대해 더 많이 알아내고 그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 아자니의 말이 옳았고 이곳이 정말로 그녀의 고향인지를 알아낼 수 있는.

"그리고 마에스트로스의 박물관에는 이런 조각상들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있다고 했던가요?"

"더 많은 정보?" 그는 웃었다. "훨씬 낫지. 우리 패밀리는 큐레이터 덕분에 이런 조각상을 수백 개는 소유하고 있다고."

"좋아요." 엘스페스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녀는 패밀리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것은 목적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었다. 최소한 그들은 아자니와 관문수호대가 필요로 하는 피렉시아인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후회하지 않을 거야." 안젤로는 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그녀를 안내했다. "마에스트로스는 뉴 카펜나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 네가 원하는 게 정보라면 그건 차고 넘치게 줄 수 있어."

그의 표정은 의기양양했다. 그는 그녀를 맹목적으로 따르게 할 당근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의 생각은 부분적으로는 옳았다. 엘스페스는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이 일에 뛰어들 작정이었지만 강제로 이용당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에필로그 – 밀실

호적수는 술집의 책장 뒤에 숨겨져 있는 거울로 둘러싸인 방 안에 앉아 있었다. 이 시설에 들어오려는 자는 비밀스러운 노크 방식에 대한 마법을 알고 있어야 했고 이 방에 들어오려는 자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했다.

Art by: Vincent Proce

그의 충직한 부관과 임원들이 그를 에워쌌다. 그들은 아주 많았고 목적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었다. 그는 그들에게 숨이 붙어 있는 한 그들 스스로가 유용하다는 것을 증명하게 하기 위할 터였다. 머리 위에는 역겨운 보라색 불빛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저것이 진정한 세례반입니다." 그들 중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자가 말했다.

호적수는 그것을 살펴보고 껄껄 웃었다. 정말인가. 세례반이 저것이었다고? 한심했다. 강력한 힘과 매력으로 숙성되어 있는 이 물건을 카바레티는 사실상 훔쳐가 달라고 빌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지, 그렇지 않나?" 그가 헤일로 병의 코르크를 따며 물었다. 다른 이들은 그가 잔을 따르는 모습을 굶주린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그건 우리가 크레센도를 엄청난 파티로 만들어 버릴 거라는 뜻이지." 오브 닉실리스는 그 곳에 있는 자들에게 잔을 돌린 뒤, 자신의 잔을 들어올려 건배했다. "이 차원을 차지하는 일에 건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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