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28년

크룩의 죽음은 진홍빛 아침에 찾아왔다.

샌웰에게 그것은 축제의 날처럼 들렸다. 다만 군중들은 낮은 음조로 소리를 질렀고, 폭발음과 총성은 폭죽이 터지는 것에 관련된 것이 아니었고, 도시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에서는 불타는 공장들과 김을 내뿜는 벽돌의 냄새가 날 뿐이었다.

날틀 공장의 마당에는 활기가 넘쳤다. 기술자들과 기능공들은 대장갑 화살, 마법석, 그리고 복수자의 검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보행자들과 다른 자동 장치들은 오와 열을 맞춰 대기하면서 광장을 가득 메웠다. 탄약 더미, 예비 부품, 그리고 다른 재료들은 얼기설기 쌓아올려져 있었다. 학생 조종사 다섯 명과 그들의 교관은 캔버스로 덮인 보급품 앞에 서서, 낡았지만 새로 단장한 복수자들의 대열을 마주보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하늘에 낮고 뜨겁게 드리워지면서, 피비린내 나는 밤 비를 증발시켜 주었다. 차렷 자세를 하고 있던 샌웰은 어지럼증을 느끼며 몸을 비틀거렸다. 그의 뱃속이 뒤틀렸고, 그는 자신의 양 발 사이에 있는 뜨거운 벽돌 위로 헛구역질을 했다.

"샌웰 조종사, 자네는 체질을 강화해야겠군," 로라가 소리쳤다. 생도들의 교관은 얼굴이 붉고 엄했으며, 이른 시간에 서둘러 소집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잘 다려진 깨끗한 제복을 입고 있었다.

"죄송합니디, 교관님," 샌웰이 말했다. 그는 입 안에 남은 토사물을 뜨거운 돌 광장에 뱉은 뒤 손등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에게 토할 만한 것이라고는 물과 곤두선 신경밖에 없었다. 발작이 아침 식사 전에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샌?" 리카가 중얼거렸다.

샌웰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리카는 크룩의 붉은 벽돌을 조각하기라도 한 것 마냥 그의 옆에 미동도 없는 자세로 굳은 표정을 한 채 서 있었다.

"괜찮아," 샌웰이 말했다. 그는 죽고 싶었다. "어젯밤에 뭔가 신 걸 먹었나 봐."

리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크룩에 경고를 알리는 종이 도시 전체에 울려퍼졌다. 그 소리는 리카의 냉정한 무시 못지않게 샌웰의 속을 뒤흔들었다.

"내 동생이 걱정이네," 샌웰이 말했다. "렌달은 수도에 있거든. 그는 비행기 조종사라 전투엔 적합하지 않아."

"주목!" 로라가 소리를 지르면서 샌웰이 리카와 나누던 일방적인 대화를 가로막았다. 그 늙은 스와르디인은 복수자 수습생들이 늘어선 짧은 줄 앞을 서성거리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 여성은 갓 벗겨낸 가죽처럼 질겼고, 그 가죽을 처리하는 석회처럼 거칠었으며, 갈대처럼 가늘고 바늘처럼 뾰족했다.

샌웰은 현기증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그 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유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네들 다섯은," 로라가 말을 시작했다, "복수자를 타고 난 뒤에도 어깨 위에 머리가 붙어 있을 수 있는 이 도시의 유일한 지상 공격대원이다." 로라는 신발 아래의 땅을 가리켰다. "자네들은 소집되었다. 훈련은 끝났다. 오늘이 자네들이 크룩을 구하는 날이다."

샌웰은 자신의 부츠 사이를 내려다보면서 소용돌이치는 별 모양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는 진홍색 벽돌들을 쳐다보았다. 샌웰은 거기에 익숙해지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요티아인들은 모든 것들을 장식했다. 이는 요리부터 건설까지 모든 것이 조금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젊은 샌웰에게는 거기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크룩에서는, 요티아와 거의 마찬가지로, 거리조차도 예술이었다. 고향 펜레곤의 검소한 벽돌들과는 달리, 샌웰은 고개를 숙이든 위를 쳐다보든 상관없이 어디에서든 약간의 장엄함과 마주할 수 있었다. 샌웰은 이곳이야말로 도시다운 도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작은 놀라움이, 평범하게 숨겨진 기쁨들이 가득하며, 모든 것이 강력한 승리 아래에서 지켜지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론적인 질문이 아니었다. 로라가 그의 얼굴을 마주보면서 그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몸을 가까이 디밀었다.

샌웰은 눈을 깜빡이며 움찔했다.

"말했지," 로라가 으르렁거렸다, "크룩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었나?"

"어, 네, 준비됐습니다," 샌웰이 말했다.

"네, 교관님," 로라가 샌웰의 말을 정정했다. "자네는 이제 전선에 서는 거다, 샌웰. 더이상은 훈련도, 연습도 아니다. 싸울 준비가 됐나?"

"네 교관님," 샌웰이 더 크게 말했다.

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증명해,"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샌웰의 손에 가느다란 장치를 쥐어준 뒤 뒤로 물러섰다. 다른 네 명의 조종사들은, 샌웰은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사고방식. 마음을 바꾸고, 현실을 변경해. 넌 이제 조종사야. 다른 네 명의 조종사들은 로라에게 걸어가, 교관의 뒤에서 느긋하지만 주의 깊은 자세를 취했다.

샌웰은 손에 들고 있는 새로운 모델의 지휘봉을 들어올려 그것을 점검했다. 그것은 그의 팔뚝 정도 되는 길이였고, 꽉 잡을 수 있기 위해 한쪽 끝이 식각되어 있었으며, 매끄러운 반대쪽 끝은 아주 약간 가늘어지고 있었다. 막대기를 잡아 보자, 엄지손가락 아래에 촉감으로 느껴지는 작은 스위치가 있었다. 샌웰은 엄지로 지휘봉을 켰고, 도구로부터 부드럽게 웅웅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검지와 약지 아래에는 토글 스위치와 방아쇠들이 있었다; 더 많은 제어 장치였다. 샌웰은 토글 스위치를 켰고, 지휘봉의 음색이 약간 바뀌는 것을 들었다. 그는 손바닥을 향해 지휘봉을 겨눈 다음 방아쇠를 당겼고, 그러자 손바닥에 잠시 동안 빛이 번쩍이는 것을 확인했다.

"확인 완료," 샌웰이 말했다. 그는 지휘봉을 들어올렸다. 멈췄다. "어, 교관님," 그는 로라에게 말했다. "제게는 어떤 기체가 배정됐습니까?"

로라는 턱으로 가리켰다. "저거다," 그녀가 말했다.

샌웰은 몸을 돌렸다. 그의 입이 쩍 벌어졌다.

새롭게 만들어져 반짝이고 있는, 검 패턴 프로토타입 복수자가 여전히 수송용 썰매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샌웰은 식사 중에 잠깐 그것들의 설계도만을 본 적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것들은 더 크고, 더 가볍고, 더 빠르고, 더 강력했다. 기능공들은 그것들을 죽일 수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들이 지금까지 만들었던 것들 중 최고라고.

그 복수자의 뒤에서 네 개가 더 기다리고 있었다. 기술자들과 마법공학자들은 대기 중인 기계로부터 포장의 부스러기인 짚풀, 캔버스 천 덮개, 가죽 패드, 보호용 기름를 걷어내고 작동을 준비했다.

샌웰은 흥분으로 인해 긴장이 순간적으로 억제되면서 씩 웃었다.

"이 검 패턴들은 자네들이 훈련한 기체보다 훨씬 더 직관적일 것이다. 프로토타입이라고 해도 말이다." 로라가 말했다. 샌웰은 교관의 목소리에 담겨 있는 자부심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것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샌웰이 로라에게 물었다.

p>"검 1호기다," 로라가 말했다.

샌웰은 지휘봉을 들어올려 전송 버튼을 눌렀다. 지휘봉의 음색이 더욱 높아졌다.

"검 1호기, 차렷!"

검 1호기가 펼쳐지면서, 썰매에서 일어났다. 그 기계는 인간형이었고, 어깨 부근까지의 높이가 약 15피트였다. 복수자 프로토타입은 마법의 불꽃에 의해 움직이는 유연한 기사처럼 샌웰을 바라보았다. 거울처럼 닦은 가슴 갑옷이 중심 동력핵를 덮고 있었고, 배기구들이 펄럭이면서 흉부에 있는 발전기에서 여분의 열을 방출하고 있었다. 동력핵의 굉음이 샌웰을 강타했다. 이것은 이었고,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검 1호기," 샌웰은 훈련받았던 대로 단호하고 명확하게 말했다. 지휘봉 그 자체 또한 전투나 군중의 혼돈 속에서도 조종사의 목소리를 알아낼 수 있는, 작은 경이의 집합체였다. "준비!"

복수자는 매끄럽고 조용한 움직임으로 몸을 비틀어 낮은 준비 자세를 취했고, 한쪽 손은 검의 자루에 두고, 다른 한 손은 바깥으로 뻗어 균형을 잡았다. 샌웰은 검 1호기가 기동하는 속도에 밀려난 공기가 그에게 몰아닥침에 따라 머리카락이 엉망이 되면서 뒤로 밀려났다.

"검 1호기, 착검 및 방어!"

검 1호기는 주 검을 뽑아들어 휘두르며 중단 방어 자세를 취하면서, 들어오는 공격을 상대로 균형을 잡기 위해 한쪽 손으로 칼등을 받쳤다. 그 칼날은 사람보다 더 컸고, 길이는 8피트였고 밑단은 1피트 정도 되는 너비를 가지고 있었다. 가슴 갑옷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거울처럼 빛나게 광이 나 있었고 움직이면서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샌웰은 흥분을 억누를 수 없었다. 이것들 중 하나만 있어도,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 터였다. 다섯 개가 있다면? 그는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들어올렸다.

"검 1호기," 샌웰이 명령했다. "내게로!"

복수자는 샌웰을 향해 돌진한 뒤, 그의 위에서 방어 자세를 취하며 웅크리고 앉아 검을 치켜올렸다.

"잘했네, 샌웰."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샌웰이 몸을 돌리자 우르자의 수석 견습생인 타우노스가 로라와 다른 조종사들의 옆에 서 있었다.

"수석님," 샌웰이 경레했다. 지휘봉의 버튼을 두 번 입력하자, 다른 보행자들과 마찬가지로, 검 1호기는 방어 태세를 풀고 열중쉬어 자세를 취했다.

"이미 우리의 새로운 모델에 익숙해진 것 같군," 타우노스가 말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샌웰은 수석 견습생의 용감한 얼굴을 알아보았다.

"꿈 같은 물건입니다, 수석님," 샌웰이 말했다. "동작의 정확도가 거의 1대 1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르자님은 이걸 어떻게 한 겁니까?"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지," 타우노스가 말했다. 그는 조금 전까지 달리기를 하고 있었던 것 마냥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샌웰은 아마도 그것이 이유일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진급을 초래한 것은 행복한 이유가 아니었다. 크룩은 공격받고 있었다. 그는 생도들 쪽으로 걸어가서 그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자네들은 우리 생도병 군단 중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다섯이네," 타우노스가 샌웰과 리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 있는 로라는 내게 자네들 각각이 우리의 검 패턴 복수자를 조종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자질, 그리고 영민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주었고, 이에 나는 자랑스럽게, 공식적으로, 자네들을 정규 조종사로 임명하네."

생도들은 진급이 확정되었고 그것을 우르자의 조수가 직접 확인해 준 것에 대해! 흥분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은 통상적인 의례를 거칠 수 없고, 부대 배치를 신경쓸 겨를도 없네," 타우노스가 말했다. 그는 딱딱하게 격식을 차린 채로 자신의 말에 대해 사과하듯이 약간 몸을 굽혔다. 샌웰은 그가 진심이었다고, 어떤 의례도 진행하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샌웰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르자는 천재적인 사람이었을 지 몰라도, 타우노스는 그처럼 똑똑했고, 신경을 써 주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크룩은 공격받고 있네," 타우노스가 말했다. "미쉬라의 군대의 첫 번째 파상공격이 마르둔 강을 건넜네. 그들이 강 지구를 통제하고 있지. 그들의 공격의 선봉에는 드래곤 엔진 부대가 있네. 불을 내뿜을 수 있는 거대한 자동기계지. 우리는 그것들에 조종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네."

조종사들, 그리고 샌웰은 자신에게 되뇌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생도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샌웰은 리카가 요티아인인 것을, 그리고 크룩의 강 지구 출신인 카를로도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샌웰이 카를로를 쳐다보자, 두려움과 걱정이 내려앉아 핏기 없이 창백해진 표정이 되어 있는 그가 보였다. 샌웰은 그에게 위로가 되기를 있기를 바라며 그의 등에 손을 얹었다.

"고마워," 카를로가 조용히 말했다.

"도시 경비대와 크룩의 수비대가 수도 지구 주변에 방어선을 치고 있네," 타우노스가 말을 이었다. "다른 지구들에서는 대피가 진행 중이고."

"그건 저희가 도시를 포기했다는 뜻입니까?" 카를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 지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리가 지킬 수 있는 것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네," 타우노스가 카를로의 두 번째 질문은 무시한 채로 말했다. "하지만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는 승리할 수 없네. 거기가 자네들과 새로운 복수자들이 나설 부분이지. 우리는 반격에 나서서 대피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더 벌어 줄 계획이네." 타우노스는 로라에게 손짓을 했고, 로라는 길다란 궤짝을 그들의 한가운데로 옮겨왔다. 그녀가 궤짝의 뚜껑을 따자, 지휘봉 네 개가 짚풀에 싸여 있었다.

"각자 하나씩 가져가 짝을 지어라," 로라가 말했다. "샌웰, 자네는 계속 검 1호기를 사용해라." 그녀는 샌웰에게 빈 지휘봉집을 건네주었다.

"자네들은 자네들의 복수자로 드래곤 엔진을 쓰러뜨려 주어야 하네," 타우노스가 말했다. "엔진들이 쓰러지고 나면, 우리에게 미쉬라의 군대를 격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걸세."

샌웰은 지휘봉집을 메면서 타우노스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지휘봉은 가죽으로 만든 집에 딱 들어맞았다. 그 순간 샌웰은 순간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다른 조종사들을 쳐다보면서 그들이 복수자와 짝을 이루는 것을 지켜보았다. 리카는 2호기, 카를로는 3호기와 짝을 이뤘다. 다른 사람들은 샌웰보다 일 년 뒤에 입대한 생도들이었고, 그에게는 낯선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4호기와 5호기와 짝을 이뤘다.

"좋아," 모든 조종사가 짝을 이루자 타우노스가 말했다. "나는 가야 하지만, 여기 있는 로라에게 자네들의 배치에 대한 지시를 내렸내." 그는 망설이면서 다섯 조종사를 바라보았다. "병사들이 자네들을 호휘해 줄 테니, 전투에 노출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타우노스가 말했다. 그는 말을 하기만 했을 뿐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고함을 치고 있었던 것처럼 거칠었다. "이 복수자들은 시계 범위 안이면 조종이 가능하네. 자네들이 지휘봉에 하는 말은 전부 전달될 걸세. 너무 가까이 가지 말고, 지휘봉으로 겨누게, 그리고 항상 호위 뒤쪽에 있는 것을 잊지 말고. 행운을 비네, 생도들—" 타우노스가 말했다. "조종사들," 그가 정정했다. "행운을 비네, 조종사들. 안전을 유지하고, 위험에 빠지면 생각하지 말고 도망치게. 나는 동쪽에 있는 헨치에 군대가 집결할 거라고 들었네."

타우노스의 얼굴은 창백했고, 상처를 입기라도 한 것 마냥 잿빛이 되어 가고 있었다. 샌웰은 타우노스가 기운을 차릴 수 있을 만한 낙관적인 말을 하고 싶었지만 적절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 한 줄기 걱정이 그의 뱃속을 파고들었다. 타우노스는 겁에 질려 있었다. 침착하고 한결같은, 생도들과 함께 장난을 치며 웃어댔던 사람인 타우노스가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걱정은 그를 조금씩 갉아 나가는 자그마한 두려움으로 변했다. 저 바깥의 상황은 실제로 얼마나 안 좋은 것이란 말인가? 갑자기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서, 샌웰은 몸을 움찔했고, 마치 아직까지도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인 것마냥 손을 치켜올렸다.

"타우노스 님?" 샌웰이 물었다. "제 동생인 렌달은 날틀 부대의 생도로 궁전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렌달이라," 타우노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지만, 걱정 말게. 우리의 모든 날틀은 우르자님의 부대와 함께 다른 곳에 배치되었거나 곧 출발할 참이니," 타우노스가 말했다. "그가 날틀 부대에 있다면, 금방 이곳을 빠져나가게 되겠지."

샌웰은 깨닫지조차 못하고 있던 오랫동안 참고 있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지만 도시 반대쪽에 있는,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마르둔 강가 근처에서 갑작스럽고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면서 그는 타우노스에게 감사 인사를 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

모두가, 심지어 타우노스와 로라까지, 멀리서 발생한 재앙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날틀 공장의 소란이 사그라들었다.

소용돌이치는 진홍색 연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도시의 한 블록 전체가 불바다로 물결쳤다. 샌웰은 높은 종탑들의 꼭대기를 삼킬 정도로 거대하게 솟구친 불기둥의 중심에서 무언가 더 어두운 형상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두운 형상이 움직이자 종탑들이 무너져내리며 또다른 굉음이 하늘을 갈랐고, 마르둔 강을 따라 세워져 있는 건물들로부터 연기와 불이 치솟아올랐다.

드래곤 엔진이었다.

타우노스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작은 명령서를 로라의 손에 쥐어준 뒤, 그것을 주둔지에 있는 대장에게 전해주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조종사들에게 빠르게 경례를 한 뒤 곧바로 달려서 그곳을 떠났다.

"그래," 로라가 그가 떠나는 것을 보며 말했다. "이동한다. 복수자들을 기동하고 경계 태세로 신속하게 움직여라." 샌웰은 타우노스가 설명을 하던 도중에 로라가 검을 허리에 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섯 조종사들은과 그들의 복수자들은 한 집단이 되어 마당을 빠져나왔다. 샌웰은 출발하면서 어깨 너머로 뒤를 쳐다보았다. 뒤편에서는 일꾼들이 서둘러 가며 수송용 썰매의 용도를 변환해 가능한 많은 상품, 재료, 섀시, 보급품 등을 실었다. 그들은 날틀 공장에서 대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로라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샌웰은 뒤쳐지고 있었다.

"1호기, 날 따라와," 샌웰은 자신의 복수자에게 말했다. 그들 둘은 함께 서둘러 다른 조종사들을 뒤따라 시내로 내려갔다.

Art by: Josu Hernaiz


크룩은 불타고 있었고, 사람들은 불길을 피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샌웰은 요티아의 많은 신들을 경쟁적으로 뽐내는 퍼레이드가 벽돌이 깔린 넓은 대로를 활보하며 이를 응원하는 군중들이 샛길로 몰려들었던 축제 날의 기억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축제의 쨍그랑거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졌고, 혼란스러운 기쁨을 노래하는 그 높고 밝은 소리는 그 장소를 가득 채운 음악과 뒤엉켰다. 샌웰은 크룩에서 맞이한 첫 번째 축제 시즌에 압도당했었다. 2년째가 되는 해에는 그것과 사랑에 빠졌다. 아르기브의 격식 차린 행사들과는 다르게, 크룩과 요티아 전역의 축제들은 자신만만하고 활기찼다. 샌웰은 어린 시절에 신들이 이렇게까지 가까이 있는 곳에서 살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러한 밀접한 관계를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그 피처럼 붉은 벽돌 거리 위에서, 신들은 꽤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날은 그 축제일과 대조되는 어두운 거울과도 같은 날이었고, 조종사들은 각 블록에서 그 끔찍한 거울 속으로 자신들을 밀어넣었다. 오늘 울리고 있는 종들은 축제일에 울렸던 종들과 똑같은 것들이었지만, 이번에는 그것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잘 들어라," 로라가 샌웰과 나머지 조종사들에게 명령했다. "내게서 멀어지지 말고 복수자들에게도 똑같이 하게 명령을 내려라. 그것들은 각자 움직이게 두면 알아서 군중들을 더 잘 피할 거다. 너희들은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 데에만 집중해라."

로라와 조종사들은 도망치는 군중들 사이를 뚫고 거리를 지나가면서 북쪽 구역을 향해 서둘러 나아갔다. 샌웰은 그날 아침에 서둘러 입은 파일럿 키트의 무게로 애를 먹으면서 전진했다. 시내를 두 블록도 이동하지 않았지만 경갑옷 아래에 입은 점프슈트는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가 메고 있는 배낭의 무게는 마치 그의 어깨에 모루가 걸쳐져 있는 것처럼 그를 짓눌렀다. 이 대혼란 속에서 샌웰이 알아차린 몇 가지 고무적인 외침 소리는 그를 격려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반대로, 그들은 가냘프고 절망적인 외침처럼 보였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군중 사이로 더 낮은, 두 번째 소리가 흘러나왔고, 이는 즉각적인 혼란 속에서 더 끔찍한 공포를 가져왔다. 이것은 단순한 공격이 아니었다. 이것은 전쟁의 시작이었고, 그들은 지고 있었다. 크룩이, 그리고 그와 함께 요티아 전역이 죽을 수도 있었다.

북쪽 지구에 가까이 다가갈 수록 군중의 수는 줄어들었고, 싸우는 소리는 더 커졌다. 이곳에서는 종소리가 덜 울렸지만, 여전히 서둘러 대피하고 있는 다른 지역의 종소리가 메아리치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조종사들이 북쪽 지역에 가까이 다가갈 수록, 그들은 더 많은 시체들과 마주쳤다. 처음에는, 그들은 도망치려고 서두르다가 짓밟힌 사람들이 이리저리 구겨져 있는 모습이었다; 조종사들이 집결 지점에 도착할 때쯤부터는, 피투성이가 되고 불에 타 죽은 사람들과 병사와 민간인 양쪽 모두 마주치기 시작했다.

"조종사들, 여기서 대기!" 로라가 소리치면서 그들을 멈춰세웠다. 다섯 명의 조종사와 그들의 복수자는 버려진 시장 광장에 멈춰섰다. 뒤집힌 노점들과 가판대들에서 향신료, 과일, 그리고 야채들이 땅에 흩뿌려져 그곳을 밝게 물들이고 있었다. 작은 불길이 음식 장수의 가판대가 뒤집힌 상점 앞의 새까맣게 타버린 폐허를 휘감으면서, 가게의 건조한 내부로 뜨거운 석탄을 쏟아냈다. 사람들은 아침 일과 중에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도망친 것이었다.

광장의 반대편에는 적어도 24명은 되는 요티아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엉성하지만 효과적인 바리케이드가 있었고, 광장을 다시 탈환한 그들은 그을음으로 얼룩지고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바리케이드가 드래곤 엔진을 막아주지는 않겠지만, 인간 병사들의 공격이라면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을 터였다. 요티아 부대는 희망에 차 복수자 부대를 바라보았고, 그것들의 조종사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샌웰은 광장 중앙에 있는 작은 분수 옆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죽은 요티아 민간인들과 군인들 양쪽 모두를 쳐다보지 않으려 애썼다. 거센 불길과 함께 휘몰아친 뜨거운 바람에 파편들이 날아다녔다. 광장 반대편에는 팔라지 병사들의 시체가 몸에 맞은 화살이 이곳저곳에 튀어나온 채로 인정사정없이 널부러져 있었다.

로라는 그곳의 계급장으로 보아선 중위인 듯한 고위 장교와 이야기를 나눴다. 타우노스가 조종사들에게 임명한 대장은 이미 전사한 상태였다.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있었기에 잘 알 수는 없었지만, 샌웰은 중위가 자신보다 겨우 한 살 정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샌웰은 중위가 이 작은 광장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이곳이 제2선 의료진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요티아인들은 이제 이 광장을 반격의 집결지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수많은 화염병, 화살, 그리고 다트들이 바리케이드 근처에 쌓여 있었다. 이따금씩, 주자가 광장으로 달려와 보급관과 흥정을 한 다음, 화염병 보따리를 어깨에 두르고 다시 달려가거나 치료사를 부축하며 되돌아오곤 했다.

"샌웰 조종사," 로라가 그에게 손을 흔들며 불렀다. "샌웰, 이쪽은 마르코스 중위다—" 로라의 소개는 광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숨기 위해 몸을 던질 정도로 큰 굉음에 파묻혔다. 잠시 후 길고 웅웅거리는 일련의 폭발이 뒤따랐고, 폭발음이 도시 전체에 울려퍼졌다.

근처의 종소리가 조용해졌다. 샌웰과 로라를 포함한 나머지 조종사들은 바닥에 엎드렸고, 그들의 복수자들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병사들 중 일부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나, 창을 바로잡고 검띠를 조정한 다음, 바리케이드의 반대쪽을 살펴보고 자신의 위치로 기어서 되돌아갔다.

벽돌은 건조하고 뜨거웠다. 샌웰은 지휘봉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그의 심장이 땅바닥을 두들기며 쿵쿵대는 소리가 근처에 있는 드래곤 엔진이 움직이며 우르릉대는 소리에 맞물렸다.

종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고 로라가 일어서면서, 조종사들에게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마르코스 중위는 나머지 병사들에게 성벽으로 향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샌웰은 리카와 카를로의 부축을 받으며 떨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젊은 조종사 둘은 로라에게 바싹 붙어 있었고, 이미 바리케이드 쪽으로 복수자들을 보낸 후였다.

굉음을 내는 거대한 폭발이 광장 안에 들이닥치면서, 새된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금속 파편들을 한가득 날려보냈다. 샌웰은 무언가가 그가 있는 쪽으로 날아와 그를 스쳐지나가며 땅에 부딪히는 것과 동시에 튀어오른 광장의 벽돌 조각이 그의 뺨을 베었을 때 움찔했다.

파편, 팔라지가 공격하고 있었다!

샌웰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요티아 병사들이 바리케이드 너머로 달려들고 있는, 보이지 않는 팔라지 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연기와 밝은 섬광이 그 뒤를 따랐고, 폭발음이 가게 앞쪽에 울려 퍼지면서, 바리케이드의 맞은편에 있는 거리에 유리 파편과 먼지 구름이 쏟아졌다. 요티아인들을 향해 무거운 석궁 볼트를 발사하고 화살을 날려 반격하면서 돌격해오는 팔라지 군의 고조된 외침이 비명과 뒤섞였다. 샌웰은 검 1호기가 뻗은 팔 뒤로 몸을 숙였고, 무언가가 복수자의 갑옷에 맞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몸을 움츠렸다.

그 모든 것의 위에서 드래곤 엔진이 나타났다. 미쉬라의 엔진이. 샌웰은 연기 너머로 그 거대한 기계가, 마법공학과 전쟁이 만들어낸 파충류처럼 생긴 야수가 북쪽 구역의 건물 꼭대기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굶주린 듯이, 잔인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포효했고, 그들을 향해 전진했으며, 다시 한 번 짙은 연기 속에 모습을 감췄다.

"샌웰!" 로라가 전투의 불협화음 너머로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소리쳤다. "리카와 카를로를 저 샛길로 데려가라," 그녀가 검으로 좁은 골목길을 가리키며 명령했다. "저 엔진을 측면에서 공격할 방법을 찾아내 격추시켜라, 조종사!"

"네!" 샌웰은 경례를 했다. 그는 더 자세한 지시에 대해 물어보려 했지만, 로라는 이미 화염병 탄띠를 짊어진 채로 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검을 챙겨," 샌웰이 리카와 카를로에게 말했다. "용을 죽이러 가자고."

샌웰은 검 1호기의 뒤를 따라 앞장서서 샛길로 달려갔다. 리카와 카를로가 그의 바로 뒤에서 달렸고, 검 2호기와 3호기가 뒤따랐다. 광장의 바리케이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 소리가 그들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는 숨겨 주었다. 그들은 빠르게 움직였지, 조용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들이 골목길을 반쯤 지나갔을 때 드래곤 엔진이 그들의 뒤에서 광장 안으로 불길을 내뿜었다.

그것은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굉음이었고, 물결치듯이 점점 커지는 폭발이었다. 끓어오르는 붉은 안개가 광장을 가득 메우면서, 요티아의 바리케이드를 날려버리고 그것을 방어하던 병사들을 불태웠다.

샌웰, 리카, 그리고 카를로가 공포에 사로잡혀 뒤를 돌아보자 진홍색 폭발이 좁은 틈 사이로 보이는 광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로라와 다른 조종사들, 마르코스 중위와 그의 병사들 모두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악취가 진동하는 용광로의 불길 같은 바람에도 불구하고 연기는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공기 자체가 지글지글 끓어오르면서 고통에 몸부림쳤고, 열기로 인해 뒤틀린 번개와 함께 파직거렸다.

불타는 광장으로부터 한 사람이 비틀거리면서 골목길로 들어섰다. 조종사들 중 그 누구도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 불쌍한 병사는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다가 골목 담벼락에 기대어 쓰러졌고, 땅바닥에 부딪힌 순간 재가 되어 산산조각이 났다. 샌웰은 더이상 복수나 영광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걱정은 조금씩 갉는 일을 멈추고 이제는 그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광장에서는 돌격하는 군화들의 발소리가 메아리쳤다. 끓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의 투구는 불타는 공기를 막기 위해 굳게 닫혀 있었으며, 그들은 검 4호기와 5호기를 향해 대 메크 창을 겨누고 있었다. 그것들의 조종사는 드래곤 엔진의 불타는 숨결에 의해 폭발하고 뒤틀려 사망했지만, 기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을 번쩍이며 자리를 지켰다. 병사 몇 명이 죽기는 했지만, 복수자들은 이내 해체되었다. 그것들은 미쉬라의 엔진을 잠시동안 늦췄을 뿐이고, 그의 병력의 더 큰 전진은 전혀 막지 못했다.

아주 잠시 동안. 샌웰은 수 년 동안 받은 훈련을 기억했다. 그 훈련은 그가 이름도 알지 못하는 다른 조종사들의 시간을 아주 잠깐 벌어 주었을 뿐이었다.

카를로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샌웰과 리카 중 누구도 그를 진정시킬 수 없었다. 팔라지 군에게 그들의 소리가 들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 리카는 의료 키트에서 린넨 붕대를 뜯은 뒤 그것으로 샌웰이 붙들고 있는 카를로의 입을 감싸 묶었다. 둘은 드래곤 엔진이 그들의 뒤를 따라오지 않기만을 기도하면서 카를로를 골목의 어둠 속으로 끌고 갔다.

그들의 뒤를 따라오는 검 복수자들은 어깨 장갑 위로 재가 쌓였다.


샌웰과 리카, 그리고 끌려 가면서 소리를 질렀다 침묵했다를 번갈아가며 하고 있는 카를로는 복수자들을 따라 골목길을 지나 다른 작고 이름 없는 광장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사방이 2층과 3층 건물들로 둘러싸인 교차로였다. 골목은 광장 너머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건너가야 하는 도로는 카트 세 대가 나란히 다닐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었다. 아침의 어느 시점까지만 해도, 그곳은 광장의 북쪽 출구에 놓인 바리케이드에 의해 요새화되어, 마르둔으로부터 접근해 오는 사람들이 도시의 나머지 부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이제 바리케이드는 폐허가 되어 있었다. 연기 나는 잔해 위에 죽은 요티아인과 팔라지인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파리들이 이미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복수자들과 조종사들이 광장으로 달려오자 길 잃은 개 한 마리가 황급히 달아났다.

샌웰과 리카는 복수자들에게 교차로에서 마르둔 방향을 감시하라고 명령한 다음, 비틀거리면서 바리케이드 맞은편 광장의 끝까지 카를로를 끌고 갔다. 그의 복수자는 골목 끝에 가만히 서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 사람은 뒤집힌 수레 위에 앉아 숨을 돌렸다. 드래곤 엔진은 그들을 따라오지 않았다. 잠시 동안, 포위된 크룩의 조용한 한구석에서, 그들은 안전했다.

"어떻게 하지?" 리카가 물었다.

"저 엔진과 싸울 순 없어," 샌웰이 말했다. "검 기체로도 안 돼. 저것과 싸우려면 군대가 필요할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 리카가 다시 물었다.

샌웰은 그들이 방금 나온 골목길을 뒤돌아본 뒤, 초토화된 광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연기가 자욱한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틀 공장에서는 그렇게 맑았던 태양이, 희미하고 역겨운 오렌지색으로 불타고 있었다. 검은 색과 회색 재가 떨어져내렸다.

"도망쳐야지," 샌웰이 말했다. "타우노스가 위험해지면 도망치라고 말해 줬던 것처럼 말이야."

리카는 직접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로?"

드래곤 엔진이 다시 한번 귀청을 찢고 시야를 뒤흔드는 포효를 내질렀다. 샌웰과 리카는 굉음에 눈시울을 붉히면서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것은 천둥 소리를 내뿜는 움직이는 폭풍과도 같이 지나갔으며, 두 소년은 그 소리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듣고 있었다. 드래곤 엔진은 그들과 복수자들로부터 멀어지면서 도시의 중심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멀리," 샌웰은 청력이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조금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기만 아니면 아무 데나. 타우노스가 어딘가에 있는 마을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 힌지?"

"헨치," 리카가 정정했다. "대상단이 잠시 머무르는 마을인 것 같아. 말들이 물을 마시는 장소겠지."

"그곳으로 가도 되고," 샌웰이 말했다.

"그러려면 도시를 가로질러야 해," 리카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서쪽이 더 나을 수도 있어. 서쪽 관문을 통해 나가 해안가로 가서 배를 찾을 수도 있겠지."

샌웰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동생인 렌달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지금쯤 공중에 떠 있는 것일까?

"피난민들은 어디로 보내질까?" 샌웰이 리카에게 물었다. "코를리스일까, 펜레곤일까?"

"코를리스가 더 가까워," 리카가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상인이고, 중립이지. 게다가, 그들은 상비군이 아니라 용병들만 보유하고 있어. 내 생각에는 펜레곤일 것 같아. 더 멀지만, 그곳은 우르자님이 있는—"

갑작스럽게 칼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성이 교차로의 북쪽 입구로부터 들려 왔다—복수자들이 보초를 서고 있던 마르둔 방향이었다.

샌웰과 리카가 쳐다보자 황동 투구를 쓴 팔라지 병사들이 교차로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뒤로, 샌웰은 행진하는 병사들의 광택을 낸 황동 투구 아래로 장창의 숲 같은 것이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Art by: Joshua Cairos

"샌웰," 리카가 일어서면서 말했다. 샌웰에게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고,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어 반사적으로 내뱉은 헐떡임이었다. 팔라지 군대가 아무런 방해도 없이 그들을 향해 행진해 오고 있었다.

"검 1호기," 샌웰이 소리쳤다. 그는 자신의 지휘봉을 팔라지 부대 쪽으로 향한 뒤 방아쇠를 눌렀다. 연기 속을 지나갈 때에만 보이는 가느다란 빛줄기가 황동 투구 부대의 전열을 비췄다. "공격!"

검 1호기가 팔라지 부대를 향해 돌진했고, 검 2호기가 곧바로 그 뒤를 이었다. 흥분한 카를로는 자신의 발치에 빛을 비추며 지휘봉을 작동시켰다. 검 3호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기계는 검을 쥐었지만 들어올리지는 않은 유휴 상태에 빠졌다.

행진해 오던 병사들은 복수자 기체 두 대가 그들에게 돌격해오기 전에 장창으로 벽을 만들자 못했다. 그들의 전열은 혼돈 속에서 죽었고, 그들의 장창은 복수자의 장갑판을 긁으며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두 복수자들은 거대한 검을 마치 정육점 주인처럼 휘둘러 팔라지 부대를 분쇄해 가며 부서진 바리케이드 근처에서 그들의 진군을 멈춰세웠다.

샌웰은 복수자들이 그 놋쇠 투구를 쓴 병사들을 썰어나가는 것을 공포와 경외심이 어린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것들의 검이 허공을 가르며 웅웅대는 소리, 칼날이 살점과 만나 찢어발기는 무겁고 축축한 소리, 뼈를 부수는 소리, 자랑스러운 팔라지 갑옷이 얇은 은박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샌웰은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서서 지휘봉의 수평을 맞춰 겨눈 뒤, 복수자가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명령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검 1호기는 신속한 공격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병사들을 돌파했다. 한 손으로는 검의 자루를 잡고 다른 한 손은 칼날에 대어 검이 나아갈 길을 안내하면서, 짧은 공격을 계속했다.

리카는 정확하게 2호기를 조종해, 그의 복수자를 자신들의 기계를 위협하는 장교와 목표물들 쪽으로 유도했다. 끝에 폭약이 매달린 창과 석궁을 든 병사들, 지휘 깃발과 큰 목소리를 가진 장교들. 검 2호기는 리카의 지휘 하에 검 1호기의 공격으로 인해 발생한 혼돈 속을 뚫고 그들을 사냥했다.

누가 검 1호기에게 싸우는 방법을 가르친 것인가?

샌웰은 검 1호기 주위로 들어온 한 쌍의 병사들을 향해 그의 지휘봉을 겨눴다. 그는 지휘봉을 작동시켜, 그 병사들을 향해 빛을 발사했고, 검 1호기는 즉시 행동에 나서 크게 발걸음을 한 번 옮겨 그들 둘 모두를 검으로 꿰뚫었다. 검 1호기는 그것들을 들어올려 무기로부터 쓸어내렸고, 그들을 여전히 전진하고 있는 행렬의 앞으로 던져냈다.

샌웰은 검 1호기가 그렇게 움직이는 방법을 배운 시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표적을 겨눴다. 그는 뒷걸음질치면서, 리카와 함께 카를로를 끌고 후퇴했고, 그들과 전투 사이에 거리를 두었다.

검 1호기가 샌웰의 간단한 첫 명령을 해석해 그조차 할 수 없는 동작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가르친 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는 훈련의 일환으로 구형 모델들의 내부를 살펴본 적이 있었다. 그것들은, 검 1호기와 마찬가지로, 살아 있지 않았다. 그가 이해하고 있는 한, 그것들은 생각할 수 없었다. 그것들은 기계였고, 수천 가지의 복잡한 계산과 섬세한 복잡성이 집합되어 있는 인간형 조립체였다. 그것들은 검을 휘둘러 생명을 없앤다는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수천 시간의 천재적이고 기술적인 통찰력과 인간의 노동이 집약된 기이한 우아함이었다.

천재적이었다. 미친 짓이었다.

검 1호기는 무딘 검날을 전진하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사출한 다음, 등에 달린 보관소에서 새로운 칼날을 꺼냈다. 복수자는 너무나도 부드럽게 움직였기에 샌웰은 그것이 공포나 연민, 또는 피로감으로도 막을 수 없는, 갑옷을 입은 거대한 인간이자 전사일 수도 있다고 거의 믿을 뻔했다. 창과 석궁의 화살이 검 1호기의 다리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났고, 팔과 흉부 갑옷에 맞은 것들은 튕겨나가면서, 복수자가 얼마나 불멸의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었다.

또 다른 감정이 샌웰의 공포와 뒤섞였다. 그것은 안도감이었다. 검 기체들이 그의 편이라는 안도감.

검 2호기의 상반신에서 폭발음이 터져나왔고, 그 복수자는 검 1호기 쪽으로 비틀거렸다. 검 1호기는 우아하게 옆으로 비켜섰고, 검 2호기는 광장에 넘어지면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돌들에 금이 갔다.

리카는 욕설을 내뱉었고 샌웰은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폭탄이 2호기의 오른팔을 날려버린 것이었다. 손상된 장비로부터 유압 장치의 액체와 검은 기름이 공중으로 뿜어져 나왔고, 곧 2호기의 내부 시스템이 흐름을 차단했다. 남은 팔로 새 칼날을 뽑아들면서, 2호기는 다시 일어서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 있었고, 틈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팔라지 병사들은 후방에 있는 장교들의 지휘에 따라, 그리고 검 2호기에게 입힌 피해에 용기를 얻어 환호성을 지르며 전진했다. 검 1호기는 개입하려 했지만 혼자만으로는 길을 지킬 수 없었다. 처음에는 소수의 병사들만이 통과했다. 검 2호기는 그들을 몰아내려 했지만, 팔라지 부대는 그것의 머리와 다리에 폭약을 퍼부었다. 폭발음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굉음을 뿜어내었고, 그 충격파가 부상당한 기계를 다시 땅에 넘어뜨렸다. 검 2호기가 쓰러지자, 병사들이 그것을 뒤덮었고, 폭탄이 달린 장창을 그것의 관절과 장갑판 사이에 찔러넣어 그것의 움직임을 저지했다. 광장 반대편에서는, 더 많은 병사들이 유휴 상태인 검 3호기를 땅에 쓰러뜨려, 대 메크 장창으로 중요한 내부장기, 관절, 기계장치들을 찌르고 잘랐다.

샌웰은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 소리와 함께 그의 지휘봉을 팔라지 부대에게 겨눠 그들을 계속해서 빛나는 광선으로 맞혔다. 그것은 훈련에서 배운 명령 따위도 아니었고, 그저 적이 교차로로 밀고 들어오는 것에 대한 원시적인 공포의 목소리였다. 검 1호기는 그것이 설계된 의도대로 계속해서 싸웠다.

황동 투구를 쓴 병사들은 폭탄 장창을 폭파시켜 검 2호기를 죽였다. 복수자의 마법석이 폭발하면서, 밝은 섬광이 광장을 하얀 빛으로 뒤덮었다.

샌웰은 폭발에 눈이 캄캄해지는 것과 동시에 날려보내졌다.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지휘봉을 붙들고 있었고, 누워 있는 상태로 눈을 깜빡이며 시야를 회복했다. 그는 뒤집힌 수레 근처에 카를로가 누워 있는 것을, 그의 제복이 불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리카가 광대뼈와 코가 빨갛게 타들어가고 있는 채로 자신을 일으켜세우려 애쓰는 것을 지켜보았다. 사포처럼 까끌까끌한 바람이 크룩의 거리 위로 불면서, 샌웰의 화상 입은 얼굴과 손을 훑고 지나갔다. 그는 고통에 차 비명을 질렀지만, 청각이 아직 되돌아오지 않아 그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종소리들은 여전히 쨍그랑거리며 울리고 있었다. 다른 폭발음들이 도시 전역에서 들려 왔다.

멀리서,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멀리서, 드래곤 엔진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샌웰의 세계는 황토색 하늘 아래에 흐린 잿빛 연기가 자욱했다. 머리 위의 태양은 시들어 가고 있는 큰 수국 같았고, 금방이라도 하늘에서 모습을 감출 것 같은 그 모습은 달걀의 흰자에서 흘러내리는 노른자처럼 보였다. 모든 것이 불타는 나무의, 불타는 기름의, 불타는 살점의 악취를 뿜고 있었다. 재가 눈처럼 떨어져내렸다.

샌웰이 어린 시절 그의 동생과 함께 날틀 공장에서 기능공학을 배우기 위해 크룩에 처음 왔을 때, 그는 요티아의 관습과 믿음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그의 부모는 그에게 그것이 문화 교육이라고 말해 주었었다. 동쪽 출신의 아이라면, 문명의 후손으로써 자신들이 앞으로 통치하게 될 운명인 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누구든 이 교육을 받아야 했다. 이 교육에서, 샌웰은 요티아와 그 영토의 많은 신들 중 저승이나 저주받은 사후를 관장하는 신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인간은 무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기에 한 신의 말로 지옥에 던져질 수 없었다: 요티아인들에게 있어 지옥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한 사람은 일생 동안 수많은 영혼을 가지고 있고, 각각이 그 나름대로의 판단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샌웰은 요티아인들이 한 가지 측면을 간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축하 행사의 어딘가에서 신 하나를 잊었다. 이 지옥같은 도시를 저주한 신을 말이다. 샌웰은 그 죽음의 신이 찢어진 날개를 펄럭이며 도시 위를 날아다니면서, 불타고 있는 거리를 향해 진홍색 안개를 뿜어내는 광경을 상상했다.

"검 1호기," 샌웰은 지휘봉에 대고 속삭였다. "내게로." 지옥이든 악몽이든, 샌웰은 나가고 싶었다.

검은 형체들이 안개 속을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어느 것도 검 1호기의 안심되는 모습은 아니었다. 장창을 늘어뜨린 어렴풋한 실루엣이 넓은 투구를 천천히 회전시키면서, 듣고, 수색하고 있었다.

샌웰은 몸을 일으켜 웅크려 앉은 뒤, 움직이는 형체들로부터 더 뒤로 물러났다. 그는 리카를 지나쳐 가면서 따라오라는 뜻으로 쉿쉿 소리를 냈다.

리카는 고개를 저으며 입술에 손가락 하나를 가져다 댔다. 그는 손가락을 가리켜 샌웰이 그쪽을 보게 했다.

카를로였다. 그는 샌웰과 리카를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그의 등과 다리에 난 화상은 끔찍한 상태였고, 물집이 잡힌 살과 녹은 강철이 한데 엉켜붙어 있었다.

"샌?" 카를로가 훌쩍이며 소리쳤다. "리카?"

리카는 카를로에게 가려 했지만, 샌웰이 그를 붙잡아 뒤로 잡아끌었다.

짙은 안개 속의 검은 형체가 멈춰서서, 귀를 기울였다. 넓은 머리가 이쪽을 향했다. 그들의 창은 천천히 떨어져내리는 재를 찔러댔다.

"어디에 있어?" 카를로가 다시 소리쳤다.

석궁 화살이 빗발치며 날아와 카를로의 등에 꽃혔고, 그를 죽게 만들었다. 몇 초 후 두 번째 일제사격이 그에게 날아왔고, 빗나간 화살들은 재가 뒤덮인 땅에 부딪혀 이리저리로 튀어나갔다. 병사들은 소리를 치며 죽은 조종사의 위치를 서로에게 알렸다.

"검 1호기, 죽여!" 샌웰은 갈라진 목소리로 지휘봉에 소리쳤다. "죽여!"

리카는 몸을 돌려 샌웰을 붙잡은 뒤, 그를 밀쳐 달리게 했다. 어깨 너머로, 샌웰은 팔라지 병사들이 부상당한 기계가 힘겹게 윙윙거리는 소리에 놀라 비명을 지르는 것을 들었다. 그는 몸을 돌려 세 발걸음 정도 뒷걸음질을 했고, 검 1호기의 장갑을 입은 큰 형체가 어둠 속으로부터 드러나는 것을 보았다.

노른자같은 노란색 빛을 받고 있는 검 1호기는 검댕과 재가 흩뿌려져 있는 황금빛 죽음의 기사였다. 심하게 부상당한 상태였지만, 검 1호기는 죽지 않았고, 그렇게 될 때까지 그것은 여전히 샌웰의 마지막 명령에 따를 터였다. 피칠갑을 한, 겁없는, 끔찍한 기계 또한 또다른 요티아의 신이었을 지 몰랐다: 전쟁과 교차로, 기계들과 앞으로 올 시대에 대한 신.

샌웰은 지휘봉을 집어던졌다. 명령할 것은 더이상 아무 것도 없었다.

"샌!" 리카의 손이 샌웰의 옷깃을 움켜쥐면서, 그를 잡아끌었다. 샌웰은 몸을 휘청였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

두 소년은 함께 도망쳤다.

크룩은 진홍색 아침에 죽었다. 전쟁은 해가 뜨면서 시작되었다.


p>AR 28년

아이만은 등을 대고 누워 수국색 태양의 희미한 빛을 쳐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하늘은 아직까지도 타고 있는 불이 내뿜고 있는 연기가 뒤덮인, 타버린 후추의 갈색처럼 짙은 주황빛이었다. 모든 것에서 악취가 흘러나왔다. 죽음이 아름다움을 감싸안고 있었고, 맑고 푸른 하늘에는 녹이 슬었으며, 반짝이는 종소리는 비명 소리로 뒤틀렸다.

아이만에게는 물이 필요했다.

징 박힌 부츠들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청나게 많은 부츠들이었다. 수백, 수천, 백만, 전 세계가 그의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한 사람이 그의 머리를 걷어차 그를 넘어뜨렸다. 한때 파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아르기브인이었는지 아니면 팔라지였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놋쇠 투구의 끈이 끊어지면서, 투구가 튕겨져나갔다. 그는 증원군이 전투에 나서나 보군, 하고 생각했다.

전투에!

크룩, 불타는 도시, 침략자들의 도시, 도둑들의 도시. 그들은 왜 거기에 있던 것인가? 미쉬라, 뱀의 혀를 가진, 굶주리고 질투심 많은 자. 콰디르의 욕심.

아이만에게는 물이 필요했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움직이려 했지만, 일어나 앉으려 하자 온 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갔다. 그는 기침을 하면서 고통에 몸을 움찔했다. 그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아이만은 두려움과 충격에 차 나즈막한 외침을 흘렸다. 화살 세 대. 화살에 맞은 것이었다. 하나는 그의 허벅지 위쪽에, 하나는 그의 팔을 꿰뚫고 가슴에,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의 옆구리에 박혀 있었다. 허벅지에 박힌 것이 가장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팔에 박힌 것은 관통했지만, 팔과 그 아래에 있는 가슴갑옷이 더 심한 부상을 입는 것을 막아주었다. 옆구리 쪽은 갑옷과 덧댄 천 사이에서 멈춘, 조금 깊은 상처에 불과했다. 화살을 제거하고 나면, 깨끗한 붕대만 있어도 충분할 터였다. 그의 얼굴이 욱신거렸고, 끔찍하게 갈라진 느낌이 그곳에도 부상을 당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아이만은 다시 쓰러졌다.

"물이 필요해," 아이만이 소리쳤다. "물," 그는 소리치다가, 자신의 목소리가 신음하고, 울고, 비명을 지르는 부상자들의 합창에 더해진 목소리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통증과 함께 정신이 돌아왔다.

그는 지옥에 있었다. 시체들이 건물들 사이의 공간을 가득 메웠고, 그들이 싸웠던 도로를 가득 채웠다. 그것은 마치 양 왕국의 군인들이 갈려서 고기로 만들어지고 있는 도시의 식도였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억해내려 애썼다. 거대한 황금 기사가, 밝게 빛나는 공포의 기계가 있었다. 대열은 전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죽음과 후방에 있는 미쉬라의 장교들 양쪽 모두에 의해 겁에 질린 채로 후미에 떠밀려 앞으로 전진했다. 폭발, 고통. 그 전의 보트들, 떨리는 그의 손, 그의 옆에 앉아 있던 병사의 조용한 기도, 강둑으로 돌격할 때 느꼈던 강물의 냉기, 비명과 더 많은 비명.

아이만에게는 물이 필요했다. 그는 도망쳐야 했다. 손이 그를 붙잡아, 죽은 남자가 그의 귀에 대고 신음소리를 흘리면서 어머니의 목숨을 구걸했다. 아이만은 성한 팔로 그 손을 쳐낸 뒤, 숨을 헐떡였다. 그는 발을 차고 휘적이면서 애원하는 시체로부터 물러났다.

아이만은 끙끙대면서 벽돌 위로 몸을 끌고 기어갔고, 몸에 꽃힌 화살대가 건드려질 때마다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골목 한켠에 쓰러져 몸을 심하게 떨었고, 그의 시야는 희미해졌다.

"물," 아이만은 신음했다. 그는 죽어 가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다리, 그의 눈, 그의 옆구리를 파고드는 불타는 듯한 심한 통증이—


아이만은 깨어났다. 밤이었다. 그는 기절했었다.

골목길은 조용했다. 시체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불길이 밤을 밝히면서, 모든 것에 황토색 빛을 드리웠다. 아무런 종소리도 울리지 않았지만, 아이만은 여전히 크룩의 저편에서 격렬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만은 무언가를 보고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유령이었다. 악취가 진동하는 골목길을 가로지르는, 부드럽고 푸른 빛을 발하는 망령이었다. 아이만은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유령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아이만의 기도는 그의 목에 걸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유령은 등 뒤의 뜨거운 저녁 공기에 푸른 형체의 메아리를 퍼뜨리면서 그를 향해 걸어왔다. 죽음, 아이만은 그것을 직감했다. 이것은 자신과 함께 여행하기 위한 영혼을 거둬가려는 죽음 그 자체였다.

죽음이 끔찍하게 부상당한 사람 위로 웅크리고 앉았다. 그 사람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고, 잠시 부풀었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아이만은 자신이 숨은 곳에서 달칵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죽음이 일어섰다. 그의 머리가 마치 그 광경을 목도하려는 듯이 골목길 쪽을 향했다. 수확이로군, 아이만은 생각했다. 이 냉정한 저승사자를 위한 수확.

"아직 아니야," 죽음이 말했다. 그는 텅 빈 골목길에 대고 말했지만, 아이만은 죽음이 자신에게 말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죽음은 마치 먼 동쪽 출신인 것 마냥 이상한 억양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만은 어렸을 때 아버지의 무역선에 탑승해 테리시아의 모든 곳을 항해했었다. 펜레곤의 소박한 항구는 정기적인 정박지였고, 아이만은 그곳에서 아르기브어를 몇 가지 배웠었다. 죽음의 언어는 그와 비슷하게 들렸다.

"너무 빨라," 죽음이 말했다. "몇 년은 떨어져 있어, 최소한 수십 년은.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네."

안도와 혼란이 그를 가득 채웠다. 아이만은 희망을 품었다.

죽음은 한숨을 내쉬었고, 그 후 죽음은 사라졌다.


2주가 지난 뒤, 아이만의 열이 마침내 가라앉았다. 그는 절뚝거리면서 통풍이 잘 되는 의료용 텐트를 걸어나왔다. 몸의 오른쪽 부분이 아프고 가려웠지만, 낫고는 있었다. 그는 눈 하나를 잃었다. 그 상처를 제외하고는 화살이 관통한 곳에 흉터가 남는 것이 전부일 터였다.

건조한 사막의 미풍이 그의 눈썹에 맺힌 땀을 식혀 주었다.

아이만의 전쟁은 끝났다. 그의 삶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고, 그는 거기에 확신이 있었다. 그는 창백한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높이 있는 구름들과 빙빙 나는 새들을 쳐다보았다.

죽음이 그에게 말해 주었다. 아직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