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꺼기 채취장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당신은 지하실 바닥에 서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갱도의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당신은 이곳, 바실리카의 정상에서 사령용액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것들의 작은 회오리들이 마치 당신을 향해 손짓하며 부르듯이 당신의 위에서 소용돌이쳤다. 구체들 사이의 움직임은 엄격하게 감시되지만, 이 축은 바깥쪽으로부터 충분히 멀어서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터였다. 적어도, 당신을 막겠다는 희망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삽화: Campbell White

당신은 날개를 펴고, 어깨가 당겨지면서 당신의 몸이 그 목적대로 움직이는 것을 즐겼다. 몇 번의 날갯짓만으로도 당신은 갱도 안으로 날아들어가, 사령용액 구름들을 갈라 놓으며 그 자취를 남길 수 있었다. 매끄러운 벽에 매달려 있는 작은 생물들이 당신을 쳐다보며 으르렁대던 소리가 당신이 창을 휘둘러 그것들의 머리를 몸에서 분리하는 것과 함께 이내 애처로운 비명소리로 바뀌는 것 이외에는, 당신에게 도전하는 것이 없었다. 당신은 아래쪽에 있는 구체로 비처럼 흘러내리는 그것들의 체액의 냄새를 맡았다. 당신의 상관이 성공에 대한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갈 때였다.


"배신자 게스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당신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무릎 아래에 있는 대리석이 차갑게 느껴졌다. 그것은 대답이 필요한 질문이 아니었다. 모두가 그 리치에 대해, 완성되지 못한 머리를 가진 타락한 피렉시아인에 대해 알고 있었다. 티끌 하나 없는 린넨에 묻은 더러운 자국.

"그자를 찾아내라, 익스헬. 나는 네가 그자를 끝장내기를 원한다."

당신은 바닥에서 천천히 눈을 들어올렸다.

당신의 위에는, 뼈와 도자기를 아름답게 쌓아올려 만든, 순수한 피렉시아의 솜씨를 자랑하는 왕좌가 놓인 연단이 있었다.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의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일 없이, 기계들의 어머니, 엘레쉬 노른은 물러나서 사색을 하고 있었다. 대신, 당신은 당신이 숨을 쉬고 있는 이유인 위대한 연합자, 아트락사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게스는 찌꺼기 채취장의 일곱 강철 호족 중 한 명이고, 그 구체는 이미 우리에게 상당한 짜증을 안겨 주었지," 아트락사는 채찍처럼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네가 그 숫자를 여섯으로 줄여 주기를 바란다. 그의 역겨운 머리를 내게 가져와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당신은 천천히, 진지하게 대답했다. "어떤 어려움도 없을 것입니다."

아트락사는 그녀의 목구멍 뒤에서 미끈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래," 그녀가 말했다. "어떤 어려움도 없겠지, 그렇지 않느냐? 너는 내 가장 완벽한 창조물이다."

아트락사가 당신을 향해 다가왔고, 당신은 재빨리 피처럼 붉은 카펫 위로 다시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녀의 손끝이 당신의 뺨을 어루만졌고, 당신은 당신의 내면에서, 하찮은 생명체들에게는 심장이 있을 위치에서 한순간 불꽃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충성심을 넘어선, 다차원에 기계 정교회를 전파하려는 정당한 욕망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당신은 그것을 무시하고 그것이 사라지기를 바랬다.

지금까지는, 항상 그래 왔다.


당신은 약간 높은 지대를 찾았고, 이는 말보다 실행에 옮기기 꽤 어려운 일이었다—이 구체가 찌꺼기 채취장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풍경은 얕았고, 독성을 가진 채로 빛을 발하고 있는 액체 사령용액의 웅덩이들이 이곳저곳에 생겨나 있었다. 검게 도금된 뼈의 울퉁불퉁한 구조물들이 지평선을 뒤덮고 있었다. 당신은 입술이 말아올려지는 것을 느꼈다. 모든 구체가 뉴 피렉시아의 완벽한 통합을 위한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혐오감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페어 바실리카의 평온함이 다른 것들과 비교가 될 때에는 더욱.

다행히, 당신은 이번 여정이 짧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트락사에게 한 말은 오만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당신은 당신에게 대항한 생물들을 모두 쓰러뜨렸다.

당신은 부식성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약간의 저항을 마주하며 풍경을 가로질러 갔고, 빛나는 웅덩이들은 피했다.

곧, 당신의 전진이 멈췄다. 다음 고개 너머에서 게스의 성채가 보였지만, 그 길은 빛나는 검은 바위로 만들어진 깎아지른 절벽으로 막혀 있었다. 그것을 오를 수는 있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시간이 걸릴 터였다. 그 위로 날아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구체 전체에 우리의 존재를 알리게 될 터였고, 당신은 가능하면 이를 피하라는 지시를 받았었다.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시기는 아직 멀었다.

바위의 그늘 속에 발을 디디면서, 당신은 관문의 윤곽을 보았다. 그것은 거의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고, 마치 과포화된 대기가 바위에게 스스로 정신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신 같은 존재가 되게 해 주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곳에는 빗장도 없고 자물쇠도 없었다. 대신, 당신은 어깨 높이에 둥근 문양들이 부채꼴 형태로 배열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신은 그중 하나에 손바닥을 대고 눌렀다.

바위로부터 낮은 음색이 흘러나왔다. 당신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것은 너무 빨리 사라졌기에, 당신은 당신이 정말로 그것을 들었는지를 확신하지 못했다. 당신은 다시 한 번 그것을 눌렀다. 똑같은 음색이 들려 왔다. 각각의 문양을 차례로 눌러 보자, 각각이 약간씩 다른 소리를 냈다.

당신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그것들을 다시 한 번 눌렀다. 그 소리들에 대한 무엇인가가 당신의 뇌 안쪽을 간지럽혔다. 당신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들은 올바른 순서로 눌러야 합니다."

그 목소리는 당신의 뒤에서 들려 왔고, 처음에는 미끌미끌하고 매끄러운 쉭쉭대는 소리였지만 당신이 몸을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을 울퉁불퉁한 땅 위에 처박아 손가락으로 목을 움켜쥐자 목이 메이는 소리로 끝났다.

"제발," 그것은 목메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그것의 목을 붙든 채로 그것을 살펴보았다.

"이—이제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니까—" 그것이 말을 더듬었다. 당신은 그것의 목을 붙든 손에 힘을 주었다. 그것이 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 놀라긴 했지만 말이다. 얼굴. 몸통. 맨살이 드러나 보기 흉한 손. 그것은 지망자였다—인간이나 아니면 엘프 남성이었다. 그것의 냄새와 색, 그리고 완성된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원래는 몇 계층 위에 있는 구체인 사냥꾼 미로 출신인 자일 터였다.

삽화: Aaron J. Riley

"살려주세요!" 그것은 당신의 귀에 대고 소리질렀다. "살려주세요!"

당신은 비웃음을 흘렸다. "신분을 밝혀라, 생물."

"벨락시스입니다!" 그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벨락시스입니다. 저를 죽일 순 없습니다."

"그럴 수 있는데," 당신이 말했다.

"안됩니다! 그러니까, 전 당신을 믿습니다, 믿는다구요!" 지망자가 몸을 떨었다. 그의 목소리는 공포로 인해 약간 콧소리가 섞여 있었다. "제 말은, 절 죽이시면 안 된다는 겁니다! 제발 죽이지 마십시오!"

당신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째서지?"

"죽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머리는 계속 갸우뚱한 채였다. "왜?"

"네, 그건—" 지망자는 숨을 몰아쉬었고, 그것의 부서지기 쉽고 무방비 상태인 늑골이 오르내렸다. 그 움직임은 불쾌하지만, 눈을 뗄 수 없었다. "네, 그건 좋은 질문입니다. 철학적이죠. 당신은 왜 죽고 싶지 않을까요?"

당신은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당신은 올바른 답을 알고 있었다. 그 답은 피렉시아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답이었다. 개인에게는 아무 가치도 없는데, 왜 죽음을 두려워해야 하겠는가? 모든 구체의 모든 생명은 순수하게 피렉시아의 진리를 다차원에 전파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 존재했다. 그 외에는 살아 있어야 할 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 생각은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무언가를 불안하게 했다. 당신은 그 이유를 평가해 보려 했다.

"나는 필요한 존재니까," 당신은 그렇게 결정했다.

지망자는 그의 얼굴에 있는 역겨운 작은 구멍을 통해 공기를 들여마셨다. "스스로를 높이 평가하시는군요," 그가 중얼거렸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당신이 다시 그를 압박하기 시작하자 그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당신의 그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기 전에, 그가 소리쳤다, "저를 죽일 순 없습니다! 저는 게스 경과 계약되어 있어요!"

당신은 그 말을 듣고 멈췄다. "뭐라고?"

"게—게스 경이요." 지망자는 가쁘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에게서는 공포의 악취가 풍겼다. 반쯤밖에 완성되지 못한 약자가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사냥꾼 미로에서 하루 안에 갈기갈기 찢겨졌어야 할 터였다. "게스 경은 거래를 합니다. 그게 그분이 계약의 호족이라고 불리는 이유죠!"

"누가 그렇게 부르지?" 그 내용은 당신이 받은 보고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게스 경은 사람들을 구합니다. 그 거래로 말이죠!" 지망자의 눈이 번들거리며 빛났다. 그의 두 눈은 뭔가 이상한 맑은 기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뭘 한다고?"

"거래요! 보호 말입니다. 그분은 당신을 여러 구체들로 옮겨줄 수 있습니다. 어." 지망자는 당신을 긴장된 시선으로 빠르게 쳐다보았다. "정확히 그 분인 건 아니죠. 그분은 저와 계약을 맺어 저를 사냥꾼 미로에서 꺼내주셨습니다. 그분이 저를 구했죠. 그리고 저는 이제 그분의 영지로 연결되는 관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내가 널 죽이면, 이 관문이 열리는 건가?"

"네. 잠깐만요! 아니요!" 지망자의 호흡이 다시 가빠졌다.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게 아닙니다. 절 죽이면, 두번 다시 열리지 않을 거에요! 절대로! 게다가, 게스 경이 알고 당신을 찾으러 오겠지요!"

당신은 약간 멍해져서 뒤로 물러났다. 모든 지망자들이 이렇게 활기찬 것인가? 당신은 이를 알아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내가 널 죽이면, 게스 경이 알 거라고?"

"네!"

"어떻게 알지?"

"자세히는 모릅니다. 절 죽여서 알아내 보시죠."

당신은 창을 치켜올렸다.

"농담이에요, 농담이라구요! 그분은 그냥 알아요!"

당신은 이 새로운 선택지에 대해 고려해 보았다. 단순히 이 지망자를 죽이고 이 방법으로 리치를 유인해낼 수 있을 것인가? 당신이 받은 명령은 달랐다. 하지만 이것이 더 빠를 수도 있었다.

아니, 길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네가? 헛소리 하지 마라, 생물아."

"제 이름은 벨락시스라고 했잖아요!" 최소한, 그의 눈에서 더이상 액체가 흘러나오지는 않는 것 같았다. "당신은 이름이 뭡니까?"

"익스헬," 당신은 말했다. "페어 바실리카에서 왔지."

벨락시스의 시선. 어쩌면 당신은 이 쓸모없는 존재에게 당신의 이름을 제공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거부하려 하지도 않았다.

"익스헬." 지망자 벨락시스는 그의 기이하게 분홍빛인 입 주변에서 그 단어를 굴렸다. "익스헬.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이 문을 지나가고 싶은 거죠, 안 그래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뭐라고?"

"퍼즐이요! 제가 문의 퍼즐을 푸는 걸 도와드릴 수 있어요."

당신은 날카롭게 일어섰다.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당신은 이것이 오만일 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 소리들은 의미가 없었거나, 아니면 당신이 그것들을 해독하기에 충분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당신을 짜증나게 했다. 그 소리는 당신의 뇌를 가렵게 했다; 당신은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그 소리들이 만들어내는 패턴을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신의 뒤에서, 벨락시스가 쉴 새 없이 지껄였다.

"흠, 보세요—저 판들을 다 칠 수 있을 만큼 키가 크시군요! 이런 일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허리가 아플 수도 있어요. 오! 맨 왼쪽에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키가 큰 건 날아다닐 때에는 덜 유용할 것 같네요—그 날개들은 작동하는 건가요? 장담하는데, 당신이 공중에 떠 있을 때 똑바로 서는 건 매우 힘들 거에요. 날아다니면서 싸울 수 있나요? 오, 중간에 있는 두 개는 같이 눌러애 해요—!"

"와, 페어 바실리카라, 전 그곳을 본 적이 없어요. 네, 제가 어디서 그곳을 봤겠어요? 그곳도 당신만큼 예쁜가요? 자, 오른쪽이요!"

짜증이 솟구쳐올랐지만, 당신은 조언을 받아들였고, 힌트들을 사용해 소리들을 함께 묶었다. 피렉시아인들은 모두 공동의 목표를 향해 작동한다.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이 거칠고 갈대 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그 도움을 무시하는 일은 역효과를 낳을 터였다.

"아, 됐네요, 다 됐어요!"

문이 가느다란 푸른 빛과 함께 번쩍였고, 관문이 삐걱대면서 열렸다. 당신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생물을 반으로 가르는 것과 관련되어 있는 따뜻한 승리의 스릴을 느꼈다. 그것은 거의 당신이 돌아서서 지망자의 목에 창을 꽂아넣고 싶게 만들 뻔 했다.

당신이 몸을 돌리자 그는 일어서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몸통과 허벅지를 감싸고 있는 녹색과 은색 갑옷에 채취장의 시원한 방사능 빛이 반사되어 반짝였다. 그의 몸에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곳이 드러난 부분들은 거의 외설적이었다. 물론, 당신은 저렇게 연약해 보인 적이 없었다.

그는 하루 종일 이곳에 앉아, 당신과 같은 사람이 찾아와 문을 열어보려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어떤 일일까? 그는 어떻게 자신의 머리 속에서 쨍그랑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것일까? 그가 그렇게나 살아 있는 데에 열심인 만큼, 그는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궁금했다.

당신은 열려 있는 관문 쪽으로 몸을 돌렸고, 터널은 한가운데로 이어져 있는 얇은 사령용액 줄기에서 나오는 빛으로만 밝혀져 있었다. 당신은 코를 찡그렸지만,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안녕히 가세요, 익스헬님!" 벨락시스가 당신의 뒤에서 소리쳤다. "게스 경에게 제 안부도 전해 주세요!"

당신은 게스 경의 영지를 지나가는 길에 그만큼 이상하거나 말이 많은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여태껏 당신이 만났던 것보다 더 많은 지망자들을 보았다. 뉴 피렉시아 전역에서 온 생물들을. 모든 구체에서 온. 일부는 절반 정도 완성되었고, 일부는 잘못 완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첫 숨을 들이쉬기도 전에 폐기되었어야 했다; 게스가 이들과도 거래를 한 것인가?

기이했다. 이 절반만 생물인 것들의 정신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가 이상했다. 가치 없는 삶의 연속성에 대한 약속 외에는 아무것도 없이 괴물 같은, 신성모독적인 생물에 자신을 묶는다? 당신은 그것을 헤아릴 수 없었다. 존재의 유일한 이유는 다차원에 완전함을 퍼뜨리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왜 분해되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완성되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 것인가?

당신의 여정에는 항상 그렇듯이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려는 작은 생물들 몇 이외에는 큰 저항이 없었다. 당신은 손쉽게 게스의 요새를 찾았다—그것은 지평선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였다. 이 구체의 사령용액으로 밀집된 땅의 불타는 대지 위로, 검은 뼈와 힘줄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물이 자라나 있었다.

이번 관문은 경비도 없었고, 바보같은 사소한 퍼즐도 없었다. 문은 당신의 앞에서 활짝 열려 있었다. 아무도 계단을 오르는 당신에게 도전하지 않았고, 아무도 대전당을 지나는 당신에게 도전하지 않았다. 그곳은 무덤처럼 고요했다.

낮고 검은 아치를 지나자, 당신에게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이곳은 왕좌가 놓인 방이었다. 엘레쉬 노른의 왕좌를 모방한 것이 횃불들 사이에 높이 서 있었다. 그것은 비어 있었다.

어떻게 그가 감히? 어떻게 그가 감히 자신을 기계들의 어머니와 비교한단 말인가? 무례함을 믿을 수 없었다.

"멍청한 놈." 당신의 목소리가 넓은 홀에 울려퍼졌다. "리치. 흉물! 어디에 있느냐?"

"넌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작구나," 당신의 귀에 목소리가 들려 왔다. "흥미롭군."

뭔가 소름끼치는 것이 당신을 기습하는 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이번에는 당신이 창을 치켜올려 공중에서 비틀었다. 그 충돌은 당신의 핵심까지 충격을 줄 정도로 강했다. 간신히, 당신은 두 발로 디디고 섰다.

"좋아. 허세만 부리는 것 같지는 않군."

당신의 앞에 게스 경이 서 있었다.

사지가 수없이 많이 달린 그의 몸이 당신의 위를 뒤덮었고, 거미의 형태를 한 다리들이 대리석 바닥을 디디고 서 있었다. 그의 흉측한 얼굴이 내려다보았다. 그는 벨락시스가 보였던 에너지나 우아함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당신은 게스 경의 눈을 보면서 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그의 집게로 당신의 창을 잡았다.

"어머니가 마침내 내 머리를 노리고 너를 보냈군," 그가 말했다. "그분은 그걸 정말 싫어하지."

당신은 칼을 움켜쥐고 보폭을 넓혔다. 게스는 당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컸고, 그의 몸은 더 완전히 완성되어 있었다. 사실, 그의 머리만이 여전히 유기체로 남아있는 유일한 부분이었다. 그 보기 흉하고 썩어빠진 것만 없다면 사용할 수 있는 몸의 한가운데에 그것이 있었다. 당신은 벨락시스를 싫어했던 것보다도 이를 더 싫어했다. 적어도 그것은 그의 잘못은 아니었으니까. 게스는 완전히 굴복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이렇게 되기를 고집했다.

"역겹군," 당신은 비웃었다. "네게 어울려."

게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두 눈이 불타올랐다. "내가 얼마나 하찮게 보였으면, 총독이 아니라 보병을 보내다니. 심지어 통합자조차도 아니고. 그러면, 아트락사는 어떻게 지내나?"

당신은 분노로 빛을 발했다. 보병이라고? 당신이? 완성을 위해 당신이 얼마나 많은 시체를 수습했던가?

그건 중요하지 않아, 당신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당신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너는 그분의 이름을 말할 권리조차 없다," 당신은 쉭쉭댔다. "생각할 권리조차도."

게스는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발톱을 천천히 휘둘러 거의 아무 힘도 들이지 않는 것처럼 당신의 다음 공격을 막았다. 그 일격은 여전히 당신의 온몸을 흔들고 지나갔다. 당신은 그가 당신이 받은 충격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어리석었다. 그가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당신이 어리석었다. 당신은 피렉시아인의 힘에 맞설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완성되지 못한 작고 무가치한 유기체들과 싸우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실력에 녹이 슬었군, 알겠어," 게스가 말했다. "넌 반항하지 못하는 생물들과 싸워 왔지." 그는 마치 당신의 생각에 접근할 수 있는 것처럼 당신을 읽어냈다. "내 계약자들에게 이빨을 들이밀었지, 안 그래?"

"그런 쓸모없는 적으로 내 칼날을 무디게 할 것 같아 보이나?" 당신은 비웃었다.

"그래, 너라면 그렇게 말하겠지, 안 그런가?" 게스의 공격은 그가 말을 이어나가는 것과 함께 더 강력해졌다. 공격이 당신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사이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하지만 그건 너와 네 동류들이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유일한 진정한 충성심은 돈으로 살 수 있지."

"어리석군." 말이 되지 않았다. 그는 벨락시스가 했던 것과 같은 헛소리를 하면서 당신을 속이려 하고 있었다. 호족이 반쯤 완성된 미치광이와 똑같은 고통의 원인을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애처로운 일이었다. 당신의 지휘관들이 그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나를 의심하는 건가? 그렇다면 너는 어떤 이유로 싸우는 것이냐, 기계 정교회의 아이야?"

"내 이름은 익스헬이다," 당신이 내뱉었다.

게스는 씩 웃었다. 그의 얼굴에서 보이는 탄력은 역겨움 그 자체였다. 당신은 그런 것들을 보는 데에 익숙하지 않았다. "익스헬. 피렉시아의 인형에게 어울리는 이름이군."

당신은 침을 뱉었다. "그런 게 내게 모욕이 된다고 생각하나?"

"관객의 무관심하다고 농담이 덜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니지."

농담이라. 하. 당신은 농담이 무엇인지를 그에게 말해 줄 작정이었다. 특히 이제 당신은 그의 공격을 받아치는 것보다 피하는 것이 더 이치에 맞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의 말 중 한 가지는 옳았다—아무 것도 아닌 자들과 싸운 것이 당신을 약하게 만들었다. 당신은 그와 같은 힘을 가진 자를 상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너는 쥐새끼처럼 허둥지둥 돌아다니고 있지," 게스가 깊고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서 싸우는 것이 두려운가?" 그는 또 한 번 크게 휘둘렀고, 당신이 어색하게 허우적거리며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당신의 발 밑에 있는 새하얀 대리석은 낯선 것이었다; 당신은 계속 미끄러졌다. 당신은 그가 하늘 아래에서 당신과 싸우게 만들었어야 했다.

"네가 약한 건 당연하다," 게스가 또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너희들 중 누구도 진정한 투쟁에서 탄생한 승리를 이해하지 못하지. 살아남고자 하는 투쟁을."

"너는 아무 것도 몰라!"

"나는 네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다." 게스의 못생긴 얼굴이 이제는 당신을 쳐다보며 흉측하게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진정한 전사를 만드는 것이 패배하면 죽는다는 지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네가 패배한다면, 그곳에는 네 자리를 대신할 수천 명의 얼굴 없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너희들의 편재성이 너희를 약하게 만든다."

"너는 틀렸다," 당신은 되받아쳤다.

"내가 틀렸다고?" 횃불들의 불길이 게스의 단단하고 갑옷이 덮힌 등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렇다면 무기를 내려놓고 죽는 게 어때? 네 지휘관은 간단히 네 다음 버전을 보낼 수 있지."

벨락시스도 이렇게 많은 단어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비슷한 말을 했었다. 당신은, 잠깐이나마, 그들이 서로 소통하고 있었던 것인지를 걱정했다. 그 벨락시스는 쓸모없는 하인이 아니라, 호족에게 직접 보고를 하는 자였다. 당신은 그 생각을 지워 없앴다. 상관없었다.

게스가 공격을 멈췄기에 당신도 멈췄고, 당신은 당신이 이미 지쳐 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게스는 여전히 말을 하고 있었다. "네가 이기면, 네게 어떤 것이 약속되어 있는가? 너희들이 다차원에 너희들을 퍼뜨리고 나면?"

당신은 귀를 막고 싶었다. 당신은 창을 휘두르며 울부짖었다. 게스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더 빠른 속도를 보이며, 당신의 방어를 뚫고 집게로 당신의 목 주위를 잡았다. 당신은 얼어붙었다.

그는 악취가 진동하는 뜨거운 숨을 내쉬면서 당신을 가까이 끌어 왔다. "너는 어떤가, 작은 사절이여? 네가 차원의 나머지를 불태워 버렸을 때, 정교회를 넘어서서 너를 지탱해 줄 것이 무엇이 있다는 말이냐? 그 이상하고 가혹한 어머니의 사랑?"

그 질문은 당신의 마음 속에 울려퍼졌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당신은 어째서 존재하는가?

격렬한 분노의 비명과 함께, 당신은 당신의 목을 따라 칼날을 길게 그어, 뜨거운 피와 기름을 내뿜으며 그곳을 열어젖혔다. 몸을 비틀어 게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당신은 칼을 내리쳐 그의 머리를 그의 몸으로부터 갈라놓았다. 당신은 그것을 잡았고, 당신의 목소리는 망가진 목을 통해 꺽꺽대며 흘러나왔다.

"땅 속에서 썩어라, 이 쓸모없는 생물아. 네 계약은 결국 네 한심한 목숨만큼이나 가치가 없었군."

고통이 불처럼 타올랐지만, 그것은 당신의 승리의 황홀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황홀함이 커짐에 따라, 욕망도 함께 커졌다. 그것은 압도적이었다. 그것은 당신을 무릎꿇렸다.

이 바보, 이 괴물. 그는 쉽게 죽을 자격이 없었다. 당신은 그를 미워한다, 그가 밉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당신의 목이 스스로 닫힐 때, 당신은 당신의 손끝에서 살점의 탄력을 느꼈고, 칙칙하게 빛나던 눈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들은 이제 거의 아름다웠다. 마치 연약한 살점 주위의 초록색과 은색의 반짝임처럼 아름다웠다.

게스의 머리는 당신이 헛소리라고 생각하는 단어들을 횡설수설했다. 그가 굴복하기만 했다면 어땠을까? 그가 진실을 깨닫기만 했다면.

아마도, 이 상황에서, 당신은 그를 도와줄 수 있었다.


찌꺼기 채취장은 확실히 더럽고 평판이 나쁜 곳이었지만, 이곳도 이곳만의 쓸모가 있었다.

게스 경의 탑보다 더 웅장하게 풍경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고통의 신이었다. 피렉시아인들이 처음으로 이 차원에 정착해, 영광스러운 번들거리는 기름이 이곳을 올바르고 진정한 상태로 변화시키기 시작했을 때, 그 대지의 일부가 깨어났다. 그것들은 움직이고 흔들리면서 방황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도미니가 무엇이며 그들이 다른 피렉시아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갈망하는지를 진정으로 알지 못했다. 그들이 마땅히 모든 것을 기계 정교회의 지배 아래에 두기를 원했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이 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었고,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면도날 모양의 거대한 돌 기둥은 그것을 수확할 수 있는 완벽한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게스의 탑에서 조금만 날아가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고, 당신은 더이상 누가 보고 있는지를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게스의 말은 여전히 당신의 안에서 떨면서, 기이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신은 쉬고 있었다. 그것은 당신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것은 움직이며 중얼거렸고, 그을린 뼈에는 바람이 살랑거렸다. 썩은 냄새가 대기를 가득 채웠다. 신의 포악한 가시들에 꿰어진 시체들이—작은 생물부터 지망자, 그리고 누더기를 걸친 성직자에 이르기까지—바람에 나부꼈다. 그들 각각은 선택되어 조심스럽게 배치된 것일 터였고, 그들의 비명과 경련은 황홀한 관심이 되어 삼켜졌을 터였다.

당신은 신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것을 이용할 작정이었다.

당신이 몸부림치는 몸뚱아리를 신의 동쪽 편에 있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가시에 꽂자, 날카로운 통곡 소리가 황무지를 가로지르며 울려퍼졌다. 차가운 사령용액의 빛 위에서 밝은 피가 어두운 빛을 반사했다. 그것은 당신의 손 위에서 불가능할 정도로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째서?" 벨락시스가 꺽꺽대며 말했다. 지망자의 등이 완벽하고 깨끗한 호를 그렸다. 그의 복부에서는 불완전한 살점보다 더 흰 뼈들이 튀어나왔다.

"어째서?"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전 당신을 도왔는데."

당신은 손가락을 내려 그의 턱을 감싼 뒤 그를 위로 끌어당겼다. 그의 얼굴은 극심한 고통으로 뒤틀렸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깨지기 쉬운 피부로 덮여 있는 그의 몸이 당신보다 훨씬 더 나은 것처럼 느껴졌다.

"알고 있다," 당신은 그가 몸부림치는 것을 보며 말했다. "그에 대해선 감사하지."


더 높은 구체들의 어둠 다음에 마주하는 페어 바실리카의 순수한 백색은 거의 눈이 멀 지경이었다. 왕좌의 방에 서서 기계들의 어머니의 자리를 올려다보고 있자니, 그 웅장함은 당신을 거의 무릎꿇게 했다.

당신은 지난 며칠 동안 수술실의 유독성 냉기 속에 앉아 당신의 창조물이 현현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구체는 발명가이자 선견지명이 있는 진-기탁시아스에게 속해 있었지만, 당신이 그곳의 장비를 사용하고 싶어한다면 누가 당신을 막을 것인가? 아무도 그런 시도를 해볼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그 과정의 끝에, 당신은 당신의 창조물을 바라보며 서 있었고, 기이한 느낌이 당신의 안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적의 사지를 찢는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당신이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것만 빼면.

당신은 무언가를 만들어냈고, 그것을 집으로 가지고 갔다.

"익스헬." 아트락사는 우아하고 올바른, 이상적인 피렉시아인이었다. 위대한 연합자는 전투에서 완벽한 무기였다. 그녀는 기계 정교회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녀는 번들거리는 기름을 다차원에 흩뿌렸다. 그녀는 당신의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진정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당신이 그녀에게 가져온 것을 경멸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당신은 온 차원이 부서져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삽화: Marta Nael

"익스헬.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정적이 당신의 주위에서 천둥처럼 울려퍼졌다. 멀리서,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매달린 뼈들 사이로 불길한 바람처럼 솟구쳐올랐다. 당신의 호흡은 마치 칼날 같았다.

"지휘관님—"

"대답해라."

당신은 무릎을 꿇었다. "저는 그저, 그저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을 뿐입니다." 당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위를 힐끗 쳐다보았다. "당신께서 저를 만드신 것처럼."

아트락사가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무기를 만들었다. 그게 바로 너지."

"저도 압니다. 제 생각은 그저—"

아트락사는 그녀가 적들에게만 들려 주었던 거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완성되지 못한 자들에게만 들려 주던. "네 생각?"

그 말은 유리창과도 같은 고요함을 깨뜨리며 복도에 울려퍼졌다. 그 말은 당신의 중심부를 할퀴었다. 확신 앞에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당신은 이를 알고 있었다. 당신은 그녀가 당신에게 하고 있는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것을 없애라, 그—"

"비쉬그라즈입니다." 어떤 목소리가 이름을 말했다. 잠시 후, 당신은 그것이 당신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누구도 그 이름을 알지 못했다.

"뭐라고?" 그 말은 일격을 가하는 것처럼 당신을 뒤덮었다.

"그의 이름입니다." 당신은 바닥에 납작 엎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당신은 여태껏 이렇게 질식할 것만 같은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당신은 그럴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었다. 명령에 따르는 것은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비쉬그라즈입니다."

아트락사는 오랫동안 반응을 하지 않아서 당신은 그녀가 떠났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지만, 당신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없애라," 그녀가 내뱉었다.

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당신을 내버려둔 채로, 빈 왕좌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당신의 옆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웃기 시작했다. 가볍고, 음악 같이 키득대는 소리였다. 그것은 이 밝은 곳에는 어울렸지만, 당신의 내면에는 흠집을 냈다.

"다른 것을 기대한 건가요?"

당신이 지휘관의 앞에서 눈을 떨구고 난 후 처음으로, 당신은 그를 바라보았다.

한때는 격분하게 만들던 그 얼굴이, 이제는 신비한 애정으로 당신을 채웠다. 그것은 인식할 수 없었고 완성의 단단한 장갑판으로 덮여 있었지만, 당신은 그 아래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당신이 손에 쥐고 있던 반역자의 머리였다. 구근 모양의 몸으로부터 은색과 녹색의 장갑판으로 강화된 거미 다리가 돋아났다. 그의 꿰뚫는 듯한 녹색 눈은 이전 주인의 생기나 고통을 전혀 담고 있지 않았다.

그 팔다리 중 두 개는 한때 희고 붉은 뼈로 만들어진 섬세한 날개였다. 당신이 당신 자신의 등 뒤에서 그것을 떼어낸 곳은 여전히 뜨거운 통증으로 불타올랐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당신은 거칠어진 목소리를 내뱉었다.

비쉬그라즈는 약간 아이러니한 화려함으로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신은 그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나 같은 것을 만들었다고 그들이 당신에게 감사할 거라고 생각했나요?"

"그분도 같은 것을 만드셨다," 당신은 그것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를 알면서도 그렇게 주장했다. 기계 정교회 앞에서 위선을 주장하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무엇이 사실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엘레쉬 노른이고, 아트락사는 그녀의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원한 건—" 당신은 말을 끝마치지 않았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당신은 그 말이 당신의 이빨을 떠나기 전에 그것을 느꼈다. 당신은 원했고, 원함으로써, 당신은 실패했다.

당신은 그들을 구하고자 했다고 말하려 했다. 그들에게 당신이 가진 것을, 곧 모두가 가지게 될 것을 주려 했다고—게스의 어리석음을 저지하고 벨락시스의 신경질적인 주의력을 높이기 위해, 하지만. . .그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거짓말일 터였다.

당신은 게스를, 그가 한 말들이 당신의 머리 속에서 불협화음처럼 쨍그랑거리는 것을 싫어했다. 당신은 벨락시스를, 아니면 그의 완성되지 못한 육체의 우아한 선을, 그의 밝은 눈과 창백한 몸에서 빛이 반사되는 방식을 좋아했다.

왜 그런지는 알지 못했다. 당신은 그들 둘 중 어느 누구도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았을 뿐이었다. 당신은 그들을 데리고 오고 싶어했다. 당신은 비참한 생물이었다.

"나는 너를 구하고 싶었다,"가 당신이 소리내어 말한 전부였다.

비쉬그라즈가 아까와 똑같은 음악적인 웃음으로 반응할 때, 당신은 그것을 예상하기도 했고 그것을 참을 수 없기도 했다. 당신은 그에게서 몸을 홱 잡아끌며 물러났다. "조용!"

"날 구한다고요?"

당신은 손을 치켜올렸다. "말했지, 조용하라고!" 그는 움찔하지도 않았고, 당신을 막으려 하지도 않았다. 당신은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더 이상은 당신이 그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구해졌다고요?" 그는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왔고, 팔다리에서는 딸깍딸깍 소리가 나며 눈에서는 빛을 내뿜고 있었다. "제 안에서, 저는 이 몸이 스스로를 찢어발기고 싶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제 예전의 모습이었던 모든 부위들에서 이질적인 것들을 느끼죠."

그는 당신에게 다가왔고, 너무나도 거대한 몸으로 당신을 비추던 빛을 가렸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당신을 으스러뜨려 버릴 수도 있었다.

"나는 예전의 내 모습을 기억하지 못해," 당신이 말했다. 당신은 포옹을 흉내내면서 그에게 기댔다. 당신은 몸을 떨었다. 그것은 마치 벨락시스가 못에 관통당한 것처럼 당신 또한 관통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당신은 빠르게 그에게서 돌아섰다. "나와 함께 가자."

비쉬그라즈는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어디로 가는 거죠?"

당신은 뒤를 돌아보았다. "너를 없애러."


찌꺼기 채취장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당신은 사령용액의 안개가 소용돌이치는 똑같은 갱도 아래 서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똑같은 장소였지만, 당신은 몇 마일은 떨어진 곳에 있는 것처럼 느꼈다. 변한 것은 이 차원이 아니었다.

당신의 옆에서, 비쉬그라즈는 마치 공격을 기대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의심스러운 소리를 냈다.

"가라," 당신이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

"가라고!"

천천히 숨을 내쉬는 소리. "당신도 저와 함께 가셔야 해요."

그 말에 당신은 위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은 웃음을 터뜨렸다. "안돼."

삽화: Andrew Mar

비쉬그라즈는 당신을 향해 불완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시잖아요, 익스헬. 당신이 알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별들을 읽었고, 다차원이 피렉시아의 지배 하에 있어야 할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죠. 완성의 조화가 널리 퍼질 것이고, 그것이 선하고 올바른 일이라고 말이에요." 또 한 발짝. "하지만 당신은 그 모든 말이 잿더미인 것을 알고 있죠. 당신은, 당신들은, 당신들이 하기로 결정한 모든 것들은—그 모든 것은 폭군의 변덕에 의해 존재하는 거에요."

당신은 그 말을 부인했어야 했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의 기계 정교회는 제 계약만큼이나 중요하죠."

"넌 그자가 아니다," 당신이 으르렁댔다.

"그럼 전 뭐죠?"

당신은 균열이 생겨난 땅을 응시했다. "넌 내 첫 번째 반항이다. 이제 가라."

그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고, 그가 반응했을 때에는, 당신이 그에게 준 사지가 조용히 삐걱거리는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당신은 그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 지 한참이 지난 뒤에도 그 갱도 밑에 서 있었다. 당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그를 따라가고 싶어하는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