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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게 한 마리가 테페리의 손 위를 걸어갔다.

파도—그가 뭐라고 말했던가?

"우리의 시간은 끝난 것 같군," 우르자는 테페리의 머리 위에 있는 공허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게는 저 바깥에 있는 무언가가 보인다네."

도미나리아의 파괴자가 잘피르의 파괴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항상 그자의 그늘에 있는 늙은이었다. 그가 밖깥에서 무엇을 보았는지가 궁금하군.

일어나. 해변에서 떠나. 잊어버려. 눈을 깜빡이면 사라져 있을 거야. 이번이 아마 네가 두 번째로 죽은 것일 거야, 하지만 어쨌든, 너는 이제 돌아왔어—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거지?

전쟁이 다가오고 있어. 너는 거기에 대해 어떻게 할 거지?

삽화: Chase Stone

테페리는 벌거벗은 채 홀로 해변에서 내륙으로 걸어갔다.

온화하고 따뜻한 날이었다. 태양은 지평선 위의 낮은 구름과 안개 사이로 뿌옇게 금빛으로 퍼져나가며 빛났다. 태양에 대한 기억, 테페리는 그의 꿈 속에서 어떻게 빛을 보았는지.

테페리는 모래가 해안의 억센 잔디와 사구 숲의 가장자리로 바뀌어 가는 곳에서 잠시 멈춰섰다. 바람은 수면 위로 잔잔하게 불었다. 고운 모래알이 그의 발목을 스쳤다. 이곳에는 다른 곳에서 온 붉은 돌로 만들어진 아치가 있었고, 오랜 시간 동안 매일 날아온 모래알들에 의해 여기저기가 패여 있었다. 아치 표면에 있는 규칙적으로 움푹 패인 자국들은 한때는 그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알려 주는 글, 언어, 표지였을 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닳아 있어서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 너머에는 사람들이 자주 오간 흔적이 있는 오솔길이 있었는데, 서 있는 기둥과 쓰러진 기둥들을 아래에서 솟아나오는 뿌리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테페리는 숨을 고르며 돌 아치에 몸을 기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분 좋게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던 곳에 고통이 밀려들었다. 숨쉬는 것이 아팠다. 그의 폐는 마치 수 마일을 달리는 일을 막 끝마친 것마냥 팽팽하게 조여 왔다. 그의 몸이 아팠다. 중심부부터 맨 끝단까지, 그는 물에 젖은 헝겊이 비틀어 짜이는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는 무엇을 알고 있었지? 테페리의 생각은 소지품을 조사하면서 빠르게 움직였다.

너는 더이상 카야와 연결되어 있지 않아. 너는 더이상 영혼이 아니라 온전한 상태고, 그 말은 그들에게 무언가가 일어나서 네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해. 계획되지도 않았고, 설명되지도 않았어: 좋지 않군. 돌아가려고 노력해 봐.

테페리는 손을 뻗고, 마음 속으로 들어가, 차원 이동의 익숙한 움직임을 떠올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절뚝거리는 움찔거림, 마비된 사지의 경련. 그는 쪼그리고 앉아, 몸을 돌려, 주저앉았다. 공포와 메스꺼움의 물결. 그는 아치길에 머리를 기대고 바다를 응시하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한낮의 빛과 반짝이는 수면을 쳐다보았다.

아지랑이가 수평선에 달라붙었다. 파도는 잔잔했고, 철썩이는 대신 부스러지면서, 해변의 새들과 게들이 종종이는 곳으로, 사냥감과 사냥꾼이 뛰어다니는 곳으로 밀려들었다. 멀군, 테페리는 생각했다. 아름답군,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는 바다 위에 드리워진 빛을 바라보았다. 그는 상상 속의 태양에 손을 내밀어 그것이 숨겨진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게 만들어, 손쉽게 낮을 밤으로 만들려고 했다. 시간은 그의 의지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다시 무릎 위로 떨어뜨렸다.

"그렇군," 테페리는 바람과 새들, 그리고 게들에게 들리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이겼어."


밤이 찾아왔다. 테페리는 잠을 잤다. 매미들의 울음소리는 윙윙거리는 악몽이었다. 그는 그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깨어났을 때 그와 함께할 것들을 꿈꿨다:

크룩. 참호가 이리저리 패인 진흙 밭은 도미나리아의 가장 어두운 역사에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곰보 흔적을 가진 얼굴이었고, 움푹 파인 입술은 신선한, 썩어 가는, 그리고 되살아난 시체들로 축축하며 그 피부 아래에는 전선이 흐르고 있었다. 아르고스는 불타며 기름이 흘러내리고 엘프와 인간들이 기계 짐승들의 발 밑에서 으스러지며, 그것들의 전기톱은 그의 어금니를 흔들었지만, 그것들은 그저 그의 꿈 바깥에 있는 매미들에 불과했다.

그가 깨어났을 때 기억할 것들:

피렉시아인이 그를 찔렀을 때의 차가운 압력. 포위된 우르자의 탑의 어두운 복도들은 그에게 수 년 전에 불타오르며 고통의 합창이 울려퍼졌던 톨라리아의 복도들을 떠올리게 했다.

가장 아픈 것:

수비라는 더이상 방황하지 않았다; 방황은 지금 그가 하고 있었다. 언젠가 다시 만나자, 수비.


차가운 안개가 바다에서 밀려들어와 테페리에게 닭살을 돋게 했다. 그는 깨어나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달빛 아래에서 은청색 파도가 부스러지던 곳에서 이제는 파도가 부딪치는 것을 보았다.

테페리는 몸을 일으켰다. 달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옅은 푸른 빛이 완강한 모습의 풍경을 비추고 있었다. 이상했지만, 그는 움직여야 했다. 내륙 어딘가로 가자, 더 따뜻한 곳으로. 경로를 따라가. 사람들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어—사람들은 먹고, 자고, 웃어야만 해. 여분의 옷도 있겠지, 그는 추위에 맞서 몸을 감싸안으며 생각했다. 그는 팔을 비벼 온기를 만들어내며 길을 따라 내륙으로 향했다. 사구 숲은 그를 최악의 바람으로부터 보호해 주었고, 그가 더 멀리 걸어갈 수록 밤은 더 따뜻해졌고 공기는 더 고요해졌다. 썩어 가는 나무와 조수 습지, 삶과 죽음의 풍부한 냄새.

테페리는 사구 숲에서 낮고 넓은 지붕처럼 자라나 있는 나무들이 우거진 관목 지대로 들어섰다. 곤충들과 바람이 밤하늘을 채웠고, 아주 시끄럽게 웅웅거리는 소리는 침묵이나 마찬가지였다. 달이 아닌 흐릿한 빛으로, 그는 풍경이 멀리까지 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어두운 특징들이 지평선을 어슴푸레하게 가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그것들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낮은 산맥이었다.

길은 이곳에서도 계속되었고, 더 명확해져 있었다. 창백한 모래는 달빛 아래에서 봉화처럼 빛났고, 초원 안쪽으로 십여 야드 뻗어나간 뒤 흙길에 자리를 내주었으며, 비에 쓸려나간 것처럼 보이는 가벼운 수레 자국이 나 있었다.

테페리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모래 위로 손을 뻗었다. 그는 오래된 발자국 위에 손을 얹은 뒤, 천천히 손을 빙빙 돌리면서 시간에 접근해, 먼지 속에서 역사를 끄집어냈다.

사람들이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사구 숲 너머의 해변은 한때 가족들이 부드러운 파도를, 그리고 그 주변을 즐기며 긴 오후를 보내는 행복한 장소였다. 아이들은 이 길을 따라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다니고, 붉은 아치길 아래를 지나가며 뛰어오르면서, 언젠가는 그 꼭대기에 있는 쐐기돌을 손바닥으로 때릴 수 있을 정도로 커지고 싶다고 바라기도 했을 터였다. 부모들은 먹을 것들, 물, 담요, 소설, 홍합을 발견하거나 작을 물고기를 잡을 때를 대비한 바구니, 해안을 돌아다니는 상인들과 흥정하기 위한 동전 같은 그날의 준비물로 가득 찬 손수레나 부드럽게 뜨개질한 가방을 끌고 그 뒤를 따라갔다.

테페리는 눈을 감았다. 다른 손으로, 그는 더 큰 원을 그렸다. 그물을 더 넓게 던지면서, 파도의 거품과 물가까지 범위를 넓혔다. 환상이 기억처럼, 꿈처럼 그에게 다가왔다.

한 때는 밝은 색으로 칠한 길고 넓은 낚시배들이 해변에 늘어서 있었다. 오후가 되면, 대부분의 선원들은 자신이 낚은 것들을 가지고 돌아와 더 먼 내륙의 시장으로 향했을 터였다. 어떤 사람들은 연인과 친구들과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른 사람들은 남아서 배에서 따개비를 떼내거나 선체에 새로 칠을 하거나 할 터였다. 거대한 그물들이 건조탑 위로 펄럭였다. 이곳에서 몇몇 노동자들과 선원들은 배를 뒤집은 배들의 그늘 아래에서, 부드러운 비와 건조망의 머리털 같은 바다 향기 아래에서 긴 하루의 잠을 잤다.

한 바퀴 더. 과거를 더 가까이 끌어오자.

더 적은 가족들이 이곳을 찾아왔다. 찾아온 사람들은 함께, 서로 가까이 걸었고, 부모들 중 몇몇은 단검이나 쇠로 끝부분을 덮은 단단한 나무로 만든 지팡이 같은 구식 무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배에는 따개비가 하나도 붙어 있지 않았고, 페인트는 햇볓에 탈색되어 있었다. 선원들이 그것들을 바다로 끌고 나간 지가 꽤 된 상태였다; 오래된 선체에는 금이 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말리기 위해 널어 놓은 그물들은 희어지고, 뻣뻣해지고,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되어 있었다. 선원들은 그물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이상 그것들을 꺼내지 않았다. 선원들의 두려움은 부모들의 두려움과 같았고, 그것은 테페리의 두개골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그에게 내면의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는 그의 두려움이기도 했다: 바다를 두려워해라. 밤을 두려워해라. 네게 보이지 않는 것을 두려워해라.

한 바퀴 더. 더 가까이.

공포. 그 당시의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와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높은 곳에서 들려오는 무시무시한 비명소리가 현재의 곤충들의 붕붕대는 소리와 어우러졌다. 대재앙. 쇄도와 함께 대지가 흔들렸다. 땅이 위로 솟구쳐올라, 휘청거리며 움직였다.

한 번 더.

텅 비어 있었다. 사구의 측면을 때리는 파도에 빗방울들이 쓸려나갔다.

한 번 더.

해변이 돌아왔다. 물은 유리처럼 잔잔했다. 산들바람이 사구의 풀을 휘젓고는 사라졌다.

한 번 더.

길의 반대편 끝에서, 테페리의 회상이 실패하고 어둠이 짙게 깔린 가장자리에서, 안개로 만들어진 손가락이 앞으로 파고들어왔다. 그것은 느껴지지 않는 바람이 붙들려 휘어졌다가 사라졌다.

그 길에는 한때 자신만의 박자가 있었다; 바다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렌은 그것을 노랫소리라고 했겠지, 테페리는 생각했다. 그는 일어서서 마법을 끝냈다. 시간 마법의 악취가 사라졌다. 테페리는 뒤를 쳐다보았다. 그 길 또한 시체였다. 그가 알고 있는 시체가 멀리 있는 지평선을 향해 뻗어 있었고, 그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시간과 다른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되어 있는, 공허, 무.

잘피르. 거의 400년이 지난 후, 그는 잘피르에 돌아와 있었다.


잘피르

내륙 안쪽으로 수 마일을 이동하자, 테페리가 따라간 단순한 길은 해안과 평행하게 지평선에서 지평선으로 이어지는 넓은 자갈길과 합쳐졌다. 바닷바람이 없어지자, 밤은 낮의 열기를 그대로 유지했다. 길에는 키 큰 풀들이 늘어서 있었고, 곤충들의 울음소리는 생각을 몰아냈다.

테페리는 거의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왼쪽으로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몇 시간 뒤에 새벽이 다가오자, 달구지와 발굽 소리가 그를 깨웠다. 테페리는 잠들기 위해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그는 통증을 느끼면서 두터운 수풀에 몸을 숨기고 가까이 다가가, 마차가 터덜터덜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각각을 황소나 버팔로 같은 유순한 짐승들이 끌고 있는, 마차 열 대로 이루어진 긴 행렬이었다. 마차몰이꾼들은 가벼운 옷을 겹겹이 입고 녹색과 빨간색이 보이는 흙빛 망토를 두른 채로 마차의 그늘진 벤치 위에 앉아 있었다. 그들의 태도는 피곤하면서도 침착해 보였다—많은 사람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나 다른 음료를 들고 있었다. 테페리는 그들이 캔버스를 씌운 수레 안에 들어 있는, 그들이 옮기고 있는 상자와 짐가방 사이에서 자고 있는 동료들을 대신하기 위해 한두 시간 쯤 전에 일어나 교대한 주간 근무자들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선두에 있는 수레가 지나가기를 지켜보면서 기다렸고, 후방에 타고 있는 무장한 경비원들을 살폈다. 일부는 일어나 앉아서 마차가 흔들려도 떨어지지 않도록 지지대에 몸을 묶어 두고 있었다. 이 경비병들은 테페리가 기억하는 아킨지가 아니었다—그들의 갑옷은 통일되어 있지 않았고, 그들의 무기는 평범한 철이었으며, 그들은 염색하지 않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마차몰이꾼들에 의해 값싸게 고용된 길 위의 용병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테페리의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자신이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고프고, 피곤하고, 목마르고, 길을 잃었다는 것을—그는 혼자였다. 그는 도움이 필요했고, 신뢰의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있었다.

테페리는 또다른 마차 한 대가 지나가게 한 뒤에 도로로 나섰다.

"안녕하시오," 테페리가 다라고는 마차몰이꾼에게 소리쳤다. 그는 손을 들어 흔들었다.

다가오던 마차몰이꾼이 비명을 질러 부조종사를 깜짝 놀라 깨게 만들었다. 그는 팔을 휘둘러 동료의 커피를 공중으로 쳐내면서 뛰어내렸다. 수레를 끄는 소들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기쁜 듯이 멈춰섰다. 선두에 있는 황소는 코웃음을 쳤고, 고개를 돌려 테페리를 바라보더니 눈을 깜빡였다.

그 소동은 마차를 멈춰세웠다. "정지!"와 "공격!"의 고함과 외침이 마차가 늘어선 줄을 앞뒤로 오갔으며, 경비병들은 엄청난 불협화음과 함께 초소에서 쏟아져나왔다. 몇몇은 얼굴에 잠자다 눌린 자국이 있는 채였지만, 대부분은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테페리를 포위하고 창을 겨눌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넌 누구냐, 벌거벗은 남자?" 경비병 중 한 명이 소리쳤다. 그는 테페리 또래의 목쉰 목소리를 가진 여성이었고, 낡았지만 잘 손질된 갑옷을 입고 있었다. 수선된 파란색 왕실 망토 위에 달린 모피 깃은 그녀가 한때 군악대의 일원이었다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무리의 대장일 가능성이 높겠군. 다른 경비병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테페리의 가슴에 창을 겨누고 있었다.

"여행자요," 테페리가 말했다. "도적들에게 공격을 받았소," 테페리는 거짓말을 했다. "이틀 전에, 해안가 근처에서. 내 옷과 음식을 가져가면서 나는 죽게 남겨두었소. 부탁이오—남는 게 있다면 부디."

경비대장은 긴장을 풀었다. "도적이라," 그녀는 동료들에게 물러나라고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누군가 그에게 망토를 가져다 줘라. 해안가 근처라고 했나요? 그렇다면 걱정하지 말아요, 여행자님—그들은 더이상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가 바로 어젯밤에 그 반역자들을 처리했죠."

"그렇소?" 테페리가 물었다. 그는 자신의 놀라움을 잘 숨겼다. 경비병 중 한 명이 그에게 여분의 망토를 건네주었다. 테페리는 잠시 경비병을 훑어보며 그것을 걸쳤다. 많은 사람들이 팔다리, 옆구리,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거친 싸움이었다.

"그들은 이제 대담해지고 있어요," 경비대장이 얼굴을 찌푸렸다. "사람들은 매달려 있는 칼 아래에서 살아갈 수 없죠—그들은 화를 냅니다. 배고파지죠. 희생하려고 하는 위장은 없어요."

"어려운 시대지," 테페리는 동의했다. 희생하려고 하는 위장이 없다고? 그는 그들의 시간이 얼마나 오래 지난 것인지가 궁금했다—순간인가, 아니면 몇 년인 것인가?

대장은 그녀의 다음 말을 생각하며 단호하게 고개를 숙였다. "당신의 일행 중에서 살아 있는 사람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직접적이고, 사실이었다. "그들의 시체는 마지막 수레에 있습니다—저희는 그들을 키잉갈로 다시 데려갈 예정입니다. 당신은 저희와 함께 가서 그들을 대변해줄 수 있습니다." 경비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정을 내린 그녀는 짧고 날카로운 휘파람을 불었다: 다시 일할 시간이었다. 마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녀도 걷기 시작하면서 테페리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테페리는 망토를 여며쥐고 따라갔다. 이제는 동이 완전히 텄고, 태양과 함께 낮의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당신은 낯이 익어 보이는군요," 경비대장이 말했다. "저는 에셰입니다. 당신은 어디 출신이시죠? 이름은 어떻게 되시나요?"

"세푸," 테페리는 다시 거짓말을 했다. "키암푸 출신이네. 그쪽 얼굴이 티가 나지," 테페리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덕분에 좋은 상인이 됐다네—다들 자기 친구는 신뢰하니까."

"그렇군요."

에셰와 테페리는 굴러가는 커다란 수레와 나란히 서서, 안정되고 편안한 걸음거리를 유지하며 말없이 걸었다.

"당신은 죽은 사람들에 대해 묻지 않았어요."

"죽은 사람들?"

"당신의 동료들 말이에요," 에셰가 말했다. "그들이 몇 명이나 있었는지 한 번 더 말씀해 주시죠?"

제기랄. 수레가 너무 뒤에 있었기에, 테페리는 뒤돌아서 확인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재빠르게 미묘한 주문을 외워 에셰의 기억에서 답을 끌어냈다. 그는 결코 점술에 재능이 없었다. 관문수호대의 오래된 수호자들 중에서, 정신을 읽는 것은 제이스의 영역이었다. 누군가의 내면의 영역을 백과사전처럼 여는 일—테페리는 그 사적인 장소에 뛰어드는 일이, 잘못된 가닥을 뽑아 인간의 정신이라는 퍼즐 상자를 풀어헤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불편했다. 게다가, 그는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침략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었고, 그는 절박했으며, 시간은 모두에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의 귀에서 들리는 약간의 울림 소리. 풀이 타는 매캐한 냄새. 나뭇잎날 창에 의해 짧게 끊어진 단 한 번의 비명.

"열 명이네," 테페리가 말했고, 기억은 희미해졌다.

"열 명이 죽은 겐가?" 에셰는 고개를 저었다. "비극이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잘 보살펴 드리겠어요."


마차는 다음 날 아침 키잉갈에서 하루 정도 떨어진 거리에 멈춰섰다.

"정렬, 정렬," 경비병들이 소리치면서, 마차몰이꾼들에게 길 한켠에 대열을 지어줄 것을 촉구했다. "서둘러요, 도적들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소리치면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상인들을 재촉했다.

테페리는 경비병들이 요구하는 대로 몸을 일으켜세울 때 약간 휘청였지만 마차몰이꾼들과 함께 일렬로 섰다. 악몽은 지나간 뒤였지만, 그날 밤도 자다 깨다 자다 깨다의 반복이었다. 그는 옆에서 하품을 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마차몰이꾼에게 화답하듯이 하품을 했다.

"이게 평범한 아침인 겐가?" 테페리가 마차몰이꾼에게 물었다.

"아뇨,"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몸을 떨었지만, 따뜻한 아침이었기에 그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 도적들을 믿지 마세요," 그녀는 속삭이면서 빠르게 말했다. ""그자들은 우리 경비병들을 죽이고 그들의 자리를 차지했어요, 우리의 물건을 팔아치우려고—"

"조용," 에셰가 쉿쉿댔다. 마차몰이꾼은 흠칫 하며 놀랐다. 에셰는 그들 둘 사이를 바라보았다.

테페리는 에셰와 시선을 마주했고, 그 순간 이해했다. 그녀는 순수한 증오가 서린 시선으로, 알아보았다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다.

"뒤로 들어가세요, 세푸," 에셰가 테페리에게 말했다. "더 움직이지 말고."

테페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열 안에 서 있었다. 다음에 일어날 일은 아직 기록되어 있지 않았고, 단순한 충돌 외에도 탈출구가 있을 수 있었다. 그는 침묵을 지키면서 기다렸다.

경비병들은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무장한 상태로 마차몰이꾼들의 맞은편에 늘어서서, 에셰가 포로들에 대한 검토를 끝내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아주 정확하게 걸었다.

"잘 들으십시오," 에셰가 줄의 끝에 다다르면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외롭게 뻗은 길에서 아침의 벌레가 붕붕대는 소리 위로 맑고 밝게 전달되었다. "여태껏 여러분은 저희를 잘 참아 주셨습니다. 저희가 여러분을 대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저희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셨죠. 이제, 한 가지만 더 도움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여러분 중에 뱀이 있습니다."

마차몰이꾼들은 서로 걱정스러운 눈길을 마주쳤다.

"잘피르는 전쟁 중입니다," 에셰는 말을 이어 갔다. 그녀는 몸을 돌려, 천천히, 줄지어 서 있는 마차몰이꾼들을 따라 다시 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대대로 전쟁을 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미라지 전쟁이었고, 그 다음에는 켈드 전쟁이었고, 지금은 이 긴 기다림이죠. 야그모스의 무리들에 맞서 도미나리아를 지키기 위해, 피렉시아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우리의 들판, 우리의 도시, 우리의 대지, 우리의 사람들—수 세대에 걸쳐 전쟁에 몰두했습니다." 에셰는 마차몰이꾼들 중 한 명 앞에 멈춰섰다. 그녀는 처다보지도 않고 그 사람을 가리켰다. "당신은," 그녀가 말했다. "가족 중 몇 명을 잃으셨습니까?"

"미라지 전쟁 중에 세 명," 마차몰이꾼이 두려움에 떨면서 마른 목구멍으로 더듬거리며 말을 꺼냈다.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였습니다."

"당신은요?" 에셰는 그 옆에 있던 마차몰이꾼을 가리켰다.

"두 명이요, 켈드인들이 공격해왔을 때," 그 사람이 말했다. "남편과 동생이었죠."

"당신은?"

"미라지 전쟁 중에 케어벡의 군대에게 형, 여동생, 그리고 내 딸 둘 모두를 잃었습니다. 저는 테펨부루에서 부상을 입었죠."

삽화: Daarken

에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잠시 압도되어 있던 마지막 마차몰이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의 이마에 머리를 기대어 그에게 사적인 말을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런 뒤, 그녀는 그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물러났다. 그녀는 그녀의 도적 동료들을 보고, 그들을 가리킨 다음, 마차몰이꾼들을 돌아보았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슬픔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에셰가 말했다. "우리는 상실과 굶주림, 공포 속에서 형제이자 자매입니다."

테페리는 자신의 맨발 아래에 있는 붉은 대지를 바라보았다. 눈물은 없었다. 그들은 그가 울어 주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잘피르는 홀로, 우리 홀로, 우리에계 겨눠진 모든 칼날을 막아냈습니다." 감정이 실린 에셰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죽더라도, 아무리 무서운 적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침묵. 에셰는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듯이 침착한 리듬으로 자신의 창 밑부분을 도로의 포장된 흙 위에 두드렸다. 그녀는 몇 걸음을 더 걸어와 테페리 앞에 섰다.

"홀로," 에셰가 말했다. 다른 모든 소리가 그 따뜻한 아침으로부터 도망친 것 같았다. "여기 있는 우리들 중 한 명은 그 고통을 겪지 않았습니다. 그는 빠져나갔죠. 하지만 그는 돌아왔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에셰는 팔을 들어올려 테페리를 가리켰다. "여기에 테페리가, 뱀이 있습니다."

마차몰이꾼들과 경비병들은 양쪽 모두 이 폭로에 소리를 지르고 숨을 헉 들이마시며 소란을 피웠다. 마차몰이꾼들은 테페리에게서 물러나고 경비병들은 무기를 꺼내들고 그에게 다가오면서 모든 질서가 잊혀졌다. 몇몇 마차몰이꾼들 또한 주먹을 쥐고 그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테페리는 그들이 그를 붙잡았을 때 저항하지 않고, 그저 두 손을 들어올렸다.

"에셰, 부탁이네."

"아뇨," 에셰가 말했다. 그녀는 창을 들어, 힘을 모은 다음, 그의 심장을 찔렀다.

"정지," 테페리가 말했고, 시간은 그의 말을 따랐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심스럽게, 그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시간에 묶인 마차몰이꾼들로부터 자신을 풀어낸 다음, 지쳐서 몸을 웅크렸다. 그는 주저앉았다.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어," 테페리가 중얼거렸다. "에셰, 내 말 들리나?" 그가 물었다. 그는 에셰를 올려다보았고, 그녀는 완전히 얼어붙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추진력에 갇힌 상태로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낮은 신음소리가 그녀의 목구멍에서 우르릉댔다—그녀의 살인을 위한 외침이 느려진 것이었다.

"그렇군." 테페리는 완만한 호를 그리며 손가락을 흔들어 손짓했다. 에셰의 찌르기가 속도를 올렸고, 테페리는 그녀의 외침 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눈이 마침내 그녀의 정신에게 테페리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리자 그녀의 얼굴에는 혼란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아래에 있네," 그가 말했다.

에셰는 잠시 후에 그의 말을 들었다. 혼란이 분노로 바뀌고 있었지만, 이제 그녀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테페리는 느려진 시간에 맞서 애쓰는 그녀가 창의 손 보호대를 돌리려 하는 것을, 창의 칼날을 아래쪽으로 내려 볼썽사납지만 기능적이기는 한 베기를 하려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마차몰이꾼을 사랑했었다네," 테페리가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수비라였네. 그녀도 자네처럼 날 만났을 때 내가 살인자라고 생각했지. 바보라고. 그녀는 나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했지. 하지만 그녀는 내게 자선을 베풀어 주었다네. 그녀는 내 말을 들어 주었어," 테페리가 말했다. 그녀는 에셰가 아니라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여 눈물을 참았다. "그녀는 내 말이 들려질 자격이 없을 때 내게 귀를 기울여 주었네. 우리는 서로 사랑했고, 함께 가족을 만들었지." 그는 눈물을 닦았다. "내가 잘피르를 보냈을 때 그녀는 아무도 잃지 않았네. 그녀는 그녀의 가족이 대대로 그래 왔던 것처럼 길에서 자랐지—잘피르는 그녀에게 이야기에 불과했다네. "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가 다음에 하려는 말은 아팠지만, 그는 자신이 그 말을 하는 것을 들을 필요가 있었다.

"내 생각엔," 테페리의 입에서 짙고 차가운 말이 튀어나왔다, "그녀의 사랑이 내가 자네들에게 끼친 고통을 용서받게 해 준 것 같네. 내가 잘피르에, 우리의 고향에 준 고통을. 수비라가 나를 받아준 것은 큰 은혜가 필요한 일이었지. 하지만 그녀가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준 것이—" 테페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사랑은 영혼을 구해 주지만, 이건 치유해 주지 못한다네." 테페리는 붉은 대지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두 손으로 흙을 한 웅쿰 집어든 뒤, 그것들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게 했다. 그 색이 그의 손바닥을 칠했고, 그의 손톱 밑을 파고들었다.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터였다. "그녀는 내가 이것을 고칠 방법을 찾기도 전에 떠났네."

에셰의 창이 마침내 방향을 돌려, 날이 그를 향했다. 그것은 1피트 가량 떨어져 있었고, 테페리는 몸짓이라고 할 것도 아닌 것으로 그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는 전혀 위험하지 않았지만, 에셰는 여전히 싸웠다. 그는 받은 옷 위에 손바닥을 닦은 다음, 손을 뻗어 창의 날을 붙잡았다.

"나는 용서받을 수 없네," 테페리가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옳은 일 뿐이네." 그는 칼날을 꽉 쥐어, 그것이 그의 손바닥을 베게 했다. 선홍색 피가 그의 팔을 타고 흘러내렸고, 팔꿈치에서 떨어져 흙과 섞였다. 잘피르가 그의 안에, 그리고 그가 잘피르 안에 있었고, 고통은 대가였다. "나는 이 대지를 사랑했던 것만큼 그녀를 사랑했다네," 그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다음에 일어날 일을 통해 안전해진 잘피르를 볼 것이네. 이것이 내 약속이라네. 그게 내가 이걸 고치는 방법이지."

에셰가 그의 목소리에 담긴 고통을 들을 수 있었을까? 그녀의 전쟁이 여기서 끝나지 않으리라고 그녀에게 말하고 있는, 미래에서 찾아온 절박한 남자를, 잘피르의 파괴자를 죽이려 하는 순간에 갇힌 채로. 최근 우르자와 겪은 경험의 울림은 여전히 그의 안에 남아 있었다; 그는 그들이 수영을 했던 작은 호수 바깥의 어두운 모양들이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그들이 지금 이 순간으로 그들의 방대하고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을 돌리고 있는지를. 그들이 이곳에도 침입해서 그를 다른 곳으로 보낼 것인지를.

나중에, 테페리는 생각했다. 피렉시아가 우선이었다.

"에셰, 이제 이 주문을 멈추겠네," 테페리가 말했다. "하지만 날 보내주겠다고 약속해 줘야 하네." 이제 잘피르에 알려지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테페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높은 관리가 그를 찾기 전에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이 사람들은 도적들과 그들의 포로들로 구성되어 있었을 지 몰랐지만, 그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면 그들의 범법 행위를 지워 줄 폭풍을—또는 그들이 소란 속에서 자리를 벗어날 수 있을 만한 혼란을—야기하게 될 터였다.

에셰의 신음 소리가 계속되었다. 테페리는 창을 놓고 일어서서, 베인 손바닥을 확인했다. 그는 자신이 서 있던 곳에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마차몰이꾼들과 에셰의 창이 닿는 범위에서 벗어났다. 그는 두 손을 들어올려 무시무시한 푸른 빛을, 코를 욱신거리게 하고 목덜미의 털이 곤두서는 가공되지 않은 마나의 흐름을 불러냈다—이것은 드러낸 송곳니였고, 불길의 파직거리는 핵이었으며, 어떠한 예술에도 얽매이지 않고 원시적이며 깊게 내재되어 있는, 순수하게 불타오르는 힘이었다. 만일을 대비한 시위.

테페리는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르게 되돌렸다.

그녀의 외침은 분노에서 고통으로 바뀌며 끝났다. 그녀는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나, 그에게서 창끝을 들어올렸다. 테페리는 그의 손에서 푸르스름한 힘을 털어내, 그것을 다시 대지로 되돌려보냈다.

"에셰, 고맙네."

"가세요," 에셰가 말했다. 땀이 그녀의 검은 피부를 타고 흘러내렸고, 그녀는 그의 마법에 맞서 싸우려 애쓰면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팔을 덜덜 떨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테페리는 그녀 쪽으로 손바닥을 향해 두 손을 들어올렸다. 에셰는 움찔하지 않았지만, 마차몰이꾼과 경비병들 대다수는 허둥지둥 뒤로 도망쳐 마차 뒤에 몸을 숨겼다.

"당신이 우리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은 없어요," 에셰가 말했다. "그냥 가세요."

테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천천히 일어서서,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에셰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앉아 있던 땅을, 그가 흙을 한 웅큼 퍼내 흐트러진 땅을 응시했다.

테페리는 혼자서 길을 따라 서둘러 떠났다. 한참 후, 에셰와 그녀의 마차들은 함께 반대 방향으로 출발했다.


다른 곳

테페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었다.

사건들의 사슬이 있었고, 처음에는 멀리 있는 불길에서 만들어졌다. 모든 것들은 이 사슬에 연결된 채로 그것을 따라 이동했지만, 그것들은 뒤쪽으로만 이동하면서 과거의 사슬만을 볼 수 있을 뿐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볼 수 없었다. 테페리는 우르자와 만났던 순간에 그에게 이것을 설명해 보려 노력했지만, 현실을 분명히 설명하는 일은 힘들었다. 아마도 그가 최초로 자신의 불꽃을 포기하기 전에는 모든 것을 더 잘 요약할 수 있었을 터였다.

시간과 다차원에 걸쳐 있는 이 거대한 지각 있는 생명체들의 덩어리에 있는 대부분의 존재들은 계시나 목격이라는 사치를 누리는 법이 없었고, 하물며 역사 그 자체를 붙들어 그것을 자신의 의지대로 구부릴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테페리는 자신의 불꽃을 포기하고 그것을 복원했다—그가 가지고 있던 힘은 신과 같을 수도 있었다. 시간은 그만의 것이었다.

어쨌든, 이 사슬은 많은 손에 의해 만들어졌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역사의 적절한 순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사슬의 더 뒤쪽으로 내려갈수록, 이 흔적들은 더 희미해졌다. 그렇다면, 그 반대도 사실이다: 사슬의 신선한 쪽 가장자리에 더 가까워질수록, 만든 사람의 표시가 더 선명했다. 고리를 주조하거나, 연결을 접합하거나, 분기를 강제한 사람들의 서명은 모두 쇠가 차가워지는 것처럼 식어 가면서 빛을 발했다.

꿈을 꾸고 있는 테페리는 사슬이 덜컹거리며 그의 중심부를 통과하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고통은 전혀 없었고, 그저 무한한 선이,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뻗어 과거의 어둠 속으로 향하고 있었고, 각각의 고리에는 그의 이름이 찍혀 있었다.


잘피르, 여러 달 뒤

강물은 차갑고 맑았으며, 리틀 테렘코 산맥에서 내려온 반가운 냉기를 가져다주었다. 빛이 어두워진 동안에도, 광활한 차원은 낮의 열기를 머금었다.

테페리는 허리까지 옷을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린 다른 노동자들이 늘어선 긴 줄의 중간 지점에서 강을 헤치면서, 길고 얕은 강 안쪽 굽이의 폭을 가로질러 던진 촘촘한 그물을 함께 끌어당겼다. 끝에 서 있는 어부 너머로는 물살이 모래 양토를 꾸준히 깎아나가는 곳에 다다랐기에, 강바닥이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그물이었고, 오늘의 마지막이었다.

분과 시간이 함께 뒤섞였다. 모든 순간이 하나였다: 그의 다리 주위에서 콸콸 흐르는 물은 멀리 있는 거대한 강이 우르릉대는 소리이기도 했다. 완만한 물살은 그의 손에 쥐어진 거친 밧줄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부른 간단한 노래에 맞춰 줄을 당기면서, 그의 목소리를 더했다.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함께 거친 밧줄을 당기는 동료들의 허파에서 흘러나오는 공기였고, 그들은 잔잔한 물살에 등을 대고 있었고, 그들 역시 강물이 멀리서 우르릉대는 소리와 부드럽게 콸콸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노동을 공유했고, 시간을 공유했다. 강에서의 아름다움, 이 단순한 작업, 수많은 팔들이 당기는 이 노동, 수많은 목청의 노래, 날렵한 손가락을 가진 장인들이 만든 이 그물에 얹힌 수많은 손, 차갑고 맑은 강에서 낚아올린 통통한 은빛 물고기. 실을 잡아당긴 손에, 꿰맨 능숙한 손가락에, 시간을 가로질러 희망을 끌어당긴 태양에 검게 탄 팔들에 희망을. 하나의 그물이 수백의 생명을 하나의 끝기지 않은 시간과 노동으로 감싸, 그 모든 것의 끝에서 삶을 생산해냈다.

"변형사님," 그의 옆에 있떤 노동자가 그에게 소리쳤다. 줄의 위아래로, 노랫소리 아래에서, 작은 대화들이 계속되었다. 강과 마찬가지로, 그 노래에는 소용돌이와 회오리들이 있었다. "전쟁이 나면, 전쟁부족들과 함께 갈 건가요, 아니면 여기에 있는 마을에 머물 건가요?"

"머물고 싶소," 테페리가 말했다. 그는 끙끙대면서 그가 맡은 부분의 그물을 끌어당기려 애썼다. "하지만 나는 여왕님의 뜻을 섬긴다오. 그분이 말씀하시는 곳으로 가지."

"당신은 이 물고기들처럼 사는군요," 노동자가 말했다. "저는 전쟁이 나면 누이들과 함께 아킨지에 합류할 생각이에요."

테페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렸고 힘을 내기 위해 어깨에 칠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 일을 하면서 배운 것이 그녀의 창을 인도해 주고 그녀의 활을 당겨 줄 터였다.

"자네는 누이가 몇 명이나 되나?"

"세 명이요," 노동자가 답했다. "니마, 카니, 그리고 아나마에요."

"그리고 자네의 이름은?"

"오야나에요. 그리고 전 당신이 누구신지 알아요," 오야나가 말했다. "당신은 조용하지만, 말을 해야 알 수 있는 건 아니죠. 당신은 더 말해야 해요."

테페리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그에게 더 많이 말을 하라고 제안한 것은 친절한 일이었지만, 그는 그가 충분히 말을 했다고 느꼈다. 침묵을 지키는 것은 신중하며 참회하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우리 마을에 숨으러 왔다고 해요," 오야나가 말했다. "카니는 당신이 도시에 갔을 때 사람들이 당신에게 침을 뱉고 욕을 했다고 말해 주었어요. 저는 그곳에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지만, 카니는 도시의 아름다운 사람들이 입을 다문 채로 이야기한다고도 말하죠."

테페리는 신음소리를 탰다. 그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왕님이 준비를 요청했을 때 제 누이인 니마는 이미 마제타 장군을 섬기고 있었어요. 카니, 아나마, 그리고 저는 이걸 하면서 여기 남아 있어야 했죠," 그녀는 자신 몫의 그물을 끌어당겼다. "이제 우리는 모두 싸울 나이가 되었고, 이 일은 저를 강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오야나는 일어나서 근육에 힘을 주었다. "우리가 돌아오면, 저는 맨 앞에 있을 거고, 도미나리아에 있는 모두에게 우리가 누구이고 그들은 누구인지를 보여 줄 거에요."

테페리는 몸을 구부려 그물의 다음 부분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잘피르는 준비가 됐어요," 오야나가 말했다. 이제 그녀는 주변에 있는 다른 노동자들의 주의를 끌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준비됐어요. 제 형제자매들은 준비됐어요. 피렉시아인들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해요."

다른 노동자들은 강물 소리와 함께 우르릉대며 동의하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조용히 있을 필요가 없어요," 오야나가 변형사에게 말했다. "당신은 잘피르의 아버지에요. 우리의 신조는 당신에 의해 형성되엇죠. 우리의 대지는 당신에 의해 옮겨졌고요. 입을 크게 벌리고 말하세요, 테페리."

테페리는 그물의 다음 부분을 그러잡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야나가 쳐다보는 시선을, 모든 노동자들의 시선을, 지는 해와 그의 다리 주변의 물이 서늘함에서 차가움으로 변하는 것을 의식하면서 일했다. 그는 몇몇 노동자들의 시선에서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희귀하고 장엄하며 위험한 생물을 쳐다보는 것마냥 호기심에 차서 그를 응시했다.

"그건 뭐였죠?" 오야나가 물었다. 다른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로 돌아갔지만, 오야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테페리가 대답하기를 기다리면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그 질문이 그녀가 자신의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아주 조용한 목소리가 강물 소리에 묻혀 사라졌기 때문인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아무도 준비되지 않았네," 테페리는 자신의 말을 반복했다.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네. 용감한 자들조차도."

오야나는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고, 테페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떠나갔다.

테페리는 자신의 일로 돌아갔다.

잡은 물고기들이 춤을 추며 뛰어오르는 하류에서는 강물이 굽어지면서 키 큰 풀과 넓게 자란 나무, 대지와 지평선이 드러났다. 멀리 있는 산맥이 석양의 빛을 받아, 능선들은 낮의 끝에 반항하면서 밝게 빛났고, 계곡은 이미 다가온 밤으로 어두워져 있었다. 하늘 위의 구름은 여름의 풍부하고 따뜻한 색조로 하늘을 가로질렀다. 하늘이 높은 여름의 차원 위에는 천장이 없었다. 그리고 그 하늘 너머에는, 공허함이 있었다. 그들 모두에게서 저 너머의 공포를 숨긴 공허한 암흑.

위를 쳐다본 테페리는 마치 작업이 끝나지 않은 얇은 페인트가 발라진 아래로 맨 돌이 보이는 것처럼 하늘 뒤의 공허함만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테페리는 고향에 온 것이었다.


테페리와 어부들은 긴 그물을 거대한 뱀의 시체처럼 둘둘 말아 어깨에 멘 채로 해질녘 즈음에 마을로 돌아왔다. 그들은 잡은 것을 나르면서 횃불을 들고 길을 밝혔다. 대화는 거의 없었다—밤이 찾아오자 하루의 노동이 마무리되었고, 모든 사람들은 음식, 가족과의 재회, 그리고 휴식에 집중했다.

마을은 대지에 녹아들어 있었고, 흙벽돌로 만든 집들과 수풀로 엮은 지붕을 얹은 공동체 건물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었다. 곡물 저장소, 가마, 훈제장, 단조소, 제혁소, 공공 마굿간—이곳은 이 지역에 사는 농부, 어부, 사냥꾼, 그리고 징발원들의 중심지였고, 그 자체가 서쪽으로 십수 마일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도시의 위성이었다. 작은 돔 모양 사원의 모습을 한 신조실이 다른 건물들보다 눈에 띄는 유일한 건물이었다. 초원에 녹아든 다른 건물이나 집들과는 달리, 그 신조실은 보여지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었고, 잘피르를 인도하는 믿음과 철학인 마법의 다섯 가지 신조에 대한 겸손한 사원이자 동시에 잘피르를 여행하는 어떤 신조의 구성원이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삽화: Ilse Gort

테페리는 건물 안으로 몸을 숙이고 들어가, 신조실의 입구에 있는 타일이 깔린 수조에서 잠시 발을 씻었다. 간단한 가림막이 내부의 돔 공간을 입구로부터 분리하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과 소리를 차단해 주었다. 테페리는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풍부한, 희미하게 달콤한 향을 들이마셨다. 잘피르산 나무가 신조실의 중앙부에 있는 마나 우물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의 폐에 있는 공간과 그의 심장이 다시 채워질 수 있다는 것조차 잊혀질 정도로 오랫동안 비어 있던 후 다시 한 번 채워지는, 그 진정된 고통과 경외의 순간. 그는 발을 말렸다. 입구 가림막을 지나 본당으로 들어갔다.

돔 아래에 있는 방은 오각형이었고, 각각의 면이 마법의 다섯 색 중 하나를 상징했다. 입구 맞은편에는 간단한 문이 설치된 어두운 벽이 있었다; 그 너머에는 신조의 구성원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변변치 않은 숙소가 있었다. 연기를 내뿜고 있는 숯이 적당히 쌓여 있는, 중심부의 얕고 넓은 돌 그릇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낮은 벤치가 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희미한 열기는 이 공간의 유일한 빛이었고, 그 공간은 돔 아래에서 보니 마나 우물의 외관이 암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테페리는 조용하고 느리게 움직이면서, 입구 바로 왼쪽에 있는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변형사의 신조의 호 앞에 멈춰서서, 무릎을 꿇고 그릇의 가장자리를 잡은 뒤, 이마를 그것에 대고 눌렀다. 마나의 웅웅대는 소리가 그를 통해 울려퍼졌고, 따뜻하고 친숙한 느낌이 이 우물을 통해 몰려와 넓은 돌 대야로 모여들었다. 그의 아래, 그의 주위, 그의 내부 어딘가에, 수맥이 있었다.

"카야," 테페리는 속삭였다. "내 말이 들리는가?"

아무 일도 없었다. 숯이 파직거렸고, 쌓아놓은 나무들이 무너져내렸다.

"내 이름은 테페리 아코사다. 나는 빼앗기고 잊혀진 사람들을 위해 수호하겠다. 나는 니암비의 아버지이고 수비라의 남편이다. 나는—" 테페리는 암송을 멈췄다. 방 반대쪽에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그릇 가장자리 너머를 보자 젊은 견습생 한 명이 자신의 뒤에 있는 문을 조심스럽게 닫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평범한 흰색 로브를 입고 있었고, 그것으로 미루어 시민 신조의 초년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래가 기대되는 치유사인 그녀는 테페리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그에게 붙어 다녔지만, 그것은 그에게서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파멸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디아," 테페리는 견습생에게 인사하면서 말했다.

"변형사님," 아디아가 중얼거렸다. 신조실에서 더 크게 말하게 되면 소리치는 것처럼 들리게 될 터였다. "돌아오셨군요. 오늘 하루는 잘 보내셨나요?"

"잘 보냈네," 테페리는 일어서면서 말했다. "할당량에 비해 많이 잡았지—농업 조합원들은 항의할 수도 있지만, 여왕님의 명령을 충족하고도 교역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남아 있을 걸세."

아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키암푸의 병사들이 당신을 찾아서 왔었어요."

"언제?"

"당신이 강으로 떠난 지 얼마 안 돼서요. 그들은 여기서 당신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들이 이유는 말해 주던가?"

"전쟁이요," 아디아가 말했다. 그녀는 손바닥을 위로 해서 두 손을 펼쳤다. 더 말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여왕은 잘피르의 모두를 동원하라고 명령했고, 다섯 명의 고위 마법사와 마제타 장군이 이에 동의하여, 잘피르는 동원될 터였다. 완벽한 장기, 논리적이고 냉정한 상태,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동기가 부여된 사람들, 그리고 구해져야 하는 차원. 깔끔하고 깨끗한, 쓰여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신화, 영웅들의 동상을 기다리고 있는 텅 빈 주춧둘로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광장, 위대한 전투의 모자이크를 기다리고 있는 밋밋한 벽.

저 골목, 저 도시, 훌쩍이는 저 소년, 저 피, 저 시체들, 그 모든 것 위로 솟구치는 불, 살아 있는 강철의 엔진.

"그들에게는 당신이 강으로 갔다고 말했어요," 아디아가 말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돌아올 거라고요."

"순종적이구나," 테페리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디아는 큰절 대신 작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먼저 씻고, 밥을 먹어야겠네," 테페리는 견습생을 지나쳐, 자신의 작은 방으로 향했다. "병사들을 찾아가 내가 여기 있을 거라고 전해 주게나. 그게 전부야. 고맙네," 그가 아이다를 손짓해 물리면서 말했다. 그는 젊은 견습생이 떠나는지를 확인하려고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먹을 것과 깨끗한 옷, 쉴 시간이 필요했다. 아디아가 병사들을 데리고 돌아왔을 때, 그런 것들은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았다.


병사라는 단어는 매우 절제된 표현이었다. 테페리는 엄마 오리를 따라다니는 아기오리들처럼 중간급 직책의 아스카리를 뒤따르는 아킨지 몇 명을 예상했다; 그가 신조실의 본당으로 걸어나왔을 때 그를 맞이한 일행은 그보다는 전쟁 평의회에 더 가까웠다. 푸른 예복과 곱게 무두질한 갑옷을 입은 근육질의 시다르 십수 명이 강철 같은 눈매를 하고 칼을 뽑아들 준비를 한 채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다르들은 자신들의 대장을 에워싸고 있었고, 그는 빛나는 은색 갑옷을 입고 붉은 날개가 붙은 투구를 자신의 팔 아래에 끼워두고 있는 장교였다.

"테페리 플레인즈워커," 장군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포효했다. "이 망할 자식, 내가 널 찾았어!"

"난 이제 그냥 테페리 아코사라네, 자바리," 테페리가 말했다. 그는 잠시 안심하고 작게 미소를 지었다. 여왕이 그에게 사형 집행인을 보낸 것이라면, 최소한 그는 친구였다. "너무 오랜만이로군."

"그런가?" 자바리는 껴안으면서 물었다. 그는 테페리의 등을 두들기고, 그를 꽉 끌어안은 뒤, 테페리의 뒤통수를 감싸며 뒤로 물러났다. "자네에게는 그렇겠지," 그가 지적했다, "하지만 난 아니야. 흰머리가 좀더 나긴 했지만, 자네만큼은 아니라고." 자바리는 다시 웃으면서 그를 놓아주었다. "자네는 돌아왔지만, 차원의 나머지는 어디에 있나? 우리의 선원들은 여전히 해안 너머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안개 속으로 올라간 레인저들은 돌아오지 않는다네."

"잘피르는 여전히 혼자라네," 테페리가 말했다. "미안하군."

"그러지 말게. 더 이상 사과하지 말아," 자바리가 말했다. "자네가 참회의 순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피곤하게 들리더군." 그는 손을 저어 수행원들을 물린 뒤 테페리를 신조실에서 데리고 나왔다. "자네는 항상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있지. 기운을 차리게. 자네는 잘피르의 대마도사이고, 잘피르에는 당신이 필요하네."

"웨즈나 여왕이 날 죽일 걸세."

"뭐, 그렇겠지," 자바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먼저 자네가 잘피르를 돕고 난 다음에 말이야."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군," 테페리가 말했다. "난 내 스스로를 도울 수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네."

"그게 무슨 말인가?"

"난 내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모르네. 불가능했어야 해. 잘피르는. . ." 테페리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잊혀졌네. 홀로 남았지. 자네도 말했지: 해안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네."

자바리는 팔짱을 끼고 턱을 가슴까지 파묻은 채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고, 몇 걸음 걸어가 멈춰선 뒤, 테페리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테페리와 자바리는 장군의 아스카리와 신조실로부터 멀리 걸어갔다. 그들을 둘러싼 마을은 활기가 가득했으며, 노래 소리와 웃음소리, 행복한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테페리가 생각했던 대로, 어획량은 풍부했다—전쟁을 위한 마을의 공물도 충분했고, 축하하기 위한 분량도 많았다.

"자네도 이건 알아야 하네," 자바리가 조용히 말했다. "내 아스카리는 우리가 여왕님을 위해 새로운 병사들을 모집하고 자네를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이유는 모르네."

"그래?"

"밖에서 이곳에 온 사람은 자네뿐만이 아니야."

"뭐라고?"

"잘피르는 그렇게까지 홀로인 상태가 아니네," 자바리가 말했다. "오랜 벗이여, 이게 자네가 우리를 돕는 방법이네; 자네는 나와 함께 아쿠로 가서 자네 같은 다른 방랑자를 만날 걸세."

"아쿠라."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기둥 밭과 무덤들, 고대 도시 아쿠는 우세르크의 광활한 늪지대였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렁 위에 늘어서 있었다. "케어벡이 아니라?"

"아니야," 자바리가 말했다. "이 사람은 위엄 있는 태도를 가진 여성이네. 우리는 그녀를 호박 안에 확보했지만, 그러기 전에," 자바리는 다시 테페리에게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두드리며 한 마디 한 마디를 강조했다. "그녀가 자네를 요청했네."

위엄 있는 태도를 가진 여성. 그는 그런 사람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카야와 사힐리가 공허를 건너와 잘피르에 도달할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일까? 이 공간 바깥에서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일까? 이곳 안의 시간은 밖의 시간과 다르게 흘러갔고, 그는 그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앵커를 다시 구성했을 수도 있고, 카른을 찾았을 수도 있고, 또는 그가 보내진 것처럼 다른 플레인즈워커를 보냈을 수도, 하지만 이번에는 둘 다 돌아올 수 있는 방식으로 보냈을 수도 있었다.

"그녀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줘 보게."

"젊지만 흰 머리를 하고 있네," 자바리가 말했다. "얇은 검을 찼고, 훌륭한 황금 갑옷을 둘렀지. 전승대가들은 그녀가 마다라 사람 같다고 하더군. 거기다, 이건—" 그는 테페리 너머를 쳐다보며 그의 병사들 중 한 명을 향해 휘파람을 불어, 그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천으로 싼 물건을 들고 있던 병사가 달려왔다. 그는 경례를 하고 테페리와 자바리에게 천을 내밀었다.

테페리가 그 보따리를 받았다. 그가 그것을 풀어헤치자, 정교하고 챙이 넓은 모자가 드러났다. 그것은 광택이 나는 금색과 녹색으로 옻칠이 되어 있었다—가볍지만 견고했고, 방어와 장식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이상한 모자지만, 여행에는 좋지," 자바리가 말했다.

"방랑에 좋은 물건이지," 테페리가 중얼거렸다. 그는 그 여성의 인상착의를 알아보았다. 그냥 아무 방랑자가 아니었다: 바로 그 방랑자였다. 또다른 플레인즈워커가, 이곳 잘피르에. 카야나 사힐리는 아니었지만, 그를 찾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는 또다른 사람이었다.

"얼마나 빨리 떠날 생각인가?" 테페리가 물었다.

"내일," 자바리가 말했다. "서둘러야 할 걸세: 여왕님은 이미 그곳에 계시고, 당신의 대마도사가 도착하는 걸 기다리고 계시니까."

"내일," 테페리가 말을 반복했다. 내일 그들은 아쿠로 향해, 방랑자를 만나 그녀가 어떤 메시지를 가져왔는지를 확인하게 될 터였다. 이 느낌은 무엇이란 말인가? 테페리는 그것이 희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희망은 잠시였고, 진실의 자가운 속삭임이 그 뒤를 따랐다: 이것은 행복한 계시였지만, 좋은 계시는 아니었다. 잘피르가 다시 한 번 다차원에 연결되었다는 것은 잘피르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음 날 아침, 자바리의 시다르는 동트기 전에 일어나 보급 수레와 개인 짐을 챙겼다. 나중에, 태양이 아침의 안개를 없애기 시작하자, 신병들이—마침내 부대에 합류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젊은이들이—그들과 합류했다. 테페리는 이 무리와 함께 도착했고, 마을의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였다. 어부들은 이미 동트기 훨씬 전에 강으로 갔고, 소수의 노인들과 마른 땅 장인들만이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 남아 있었다.

므텐다 평원을 가로질러 잘피르의 북쪽에 접해 있는 바위 고원을 향해 가는 긴 여정이 될 터였다. 젊은 시절에, 테페리는 테렘코 산맥의 거대한 뾰족봉우리들로 향하는 길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그들이 따라간 길은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꺾여 불레우시 만의 해변을 건너 남쪽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다. 그 길의 끝에는 키파무의 빛에서 멀리 떨어진 우세르크 습지에 숨어 있는 무덤 도시 아쿠가 있었다.

"변형사님?"

테페리가 땅바닥에서 눈을 들어올리자 마나 우물의 견습생인 아디아가 보자기를 들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이건 당신이 가지고 계셔야 할 것 같아요," 아디아가 말했다. 그녀는 보따리를 테페리에게 내밀면서 얼굴을 부드럽게 찡그렸다.

"이게 뭔가?" 테페리가 부드러운 보따리를 받아들면서 물었다. 그는 그것을 펼친 다음, 로브를 앞으로 들어올렸다.

"옛 변형사님의 로브였어요, 당신 이전 분이요." 아디아가 말했다. "깨끗할 거에요. 나방이나 쥐가 쓸어서 낸 구멍들은 제가 수선했어요. 당신의 계급에 적합하죠. 좀 구식인 스타일이긴 하지만"—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당신도 그렇잖아요."

테페리는 미소를 지었다. "고맙네, 아디아."

"저는 신조를 지키기 위해 살아요," 그녀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인사를 하고, 서서, 두 손을 자신의 앞에 포갠 채로, 여전히 테페리를 쳐다보지 않았다.

"내게는 딸이 있다네, 아디아," 테페리는 로브를 둘둘 말면서 친절하게 말했다. "그 아이도 한때는 네 나이였지."

"네?"

"보아하니 더 할 말이 있는 것 같군."

아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페리는 로브를 그의 배낭에 고정시키면서 아디아가 필요한 만큼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

"잘피르가 돌아가게 된다면, 그건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걸 의미하죠," 아디아가 말했다. "진정한 시작이요. 더이상은 기다림이나 훈련이 아니고요. '홀로인 잘피르'는 끝나게 될 거고, 저희는 현실 세계로 돌아가게 되겠죠."

"그렇네," 테페리가 말했다.

아디아는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려 주변을 살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은 모두 사소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노인들은 어른이 된 손자들을 배웅했고, 열정적인 신병들은 자바리의 아스카리에게 힘 자랑을 했으며, 자바리는 수행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서 홀로 있엇다.

"저는 잘피르가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 전쟁의 시작을—진정한 시작을—의미하는 거라면, 그게 정말로 좋은 일인지 모르겠어요," 아디아는 마치 입에 물고 다녀야만 했던 악취나는 사탕을 뱉어 버리는 것처럼 단숨에 빠르게 그 말을 뱉어냈다. "이 상태는 나쁘지만, 그래도 평화로워요; 미라지와 켈드 전쟁은 모든 가족에게서 누군가를 데려갔고, 그 전쟁들은 당신이나 저 같은, 사람들을 상대로 한 전쟁이었죠." 그녀는 테페리를 올려다보았다. "저는 켈드 전쟁 때문에 고아가 됐어요. 저는 그 전쟁이 제게서 가져간 것 때문에 시민 신조를 섬겨요. 저는 우리 민족이 피렉시아와의 전쟁을 시험이라고만 상상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자신의 힘을 증명하고 도미나리아에게 해가 어디서 뜨는지를 확인시켜 줄 수 있는 훌륭한 시험이라고 말이죠. 저는 우리 모두가 더이상 무언가를 잃는다는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전쟁이 어떤 것을 가져가는지를, 심지어 아무 것도 남지 않았을 때에도 그것을 가져가는지를 잊어버리죠."

테페리는 손을 뻗어 아디아를 일행에게서 조금 떨어진 쪽으로 살짝 옮겼다. 신병들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고, 시다르들은 대열을 맞춰 서기 시작했다.

"저는 이 전쟁의 대가를 치르기가 두려워요," 아디아는 계속해서 속삭였다. "저는 걱정에 신물이 나요—진다는 건 물론 파멸을 의미하지만, 이기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녀는 뒤에 있는 시다르들과 신병들을 가리켰다. "잘피르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검을 갈고 닦았기에, 피렉시아를 물리치고 나면 우리가 할 줄 아는 게 전쟁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거에요."

테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죠?" 아디아가 물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테페리!" 자바리가 대열의 선두에서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외쳤다. "또 몰래 빠져나갈 생각 말게, 플레인즈워커, 아니면 내 정찰병들을 훈련시키는 데 자네를 이용할 테니까!"

테페리는 손을 흔든 뒤, 그의 가방을 들어올렸다. 아디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견습생은 테페리도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신, 그에게 생각나는 것은 자신의 딸 니암비가 전부였다.

한때, 니암비가 꽤 어렸을 때, 그들은 수비라가 없는 동안 안뜰에서 놀고 있었다. 웃으면서, 자유롭게, 두려움 없이, 니암비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테페리가 미처 경고를 하기도 전에 발을 헛디뎠고, 테페리는 부지불식간에 그녀를 시간 속에 얼어붙게 해 넘어지는 도중에 그녀를 붙잡았다.

그는 그녀 주위를 걸어다니면서 시간 속에 얼어붙어 있는 그녀를 해방시킴으로써 도출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결과를 측정하려고 노력했던 것을 기억했다. 그가 원했다면 그는 그녀를 영원히 그 안에 가둬 놓을 수도 있었을 터였지만—그리고 그의 일부는 그녀를 그곳에, 안전하게,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고 싶어했다—그는 그 어두운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의 결정은 추락과 안전의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를 잡았다.

그가 지금 그들 모두를 잡을 수는 없었지만, 그들 모두와 함께 그곳에 있을 수는 있었다.

"어떤 것들은 너무나도 커서," 테페리가 말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 나나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하지."

"당신은 아니에요," 아디아가 말했다. "당신보다 큰 건 없어요. 당신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를 멀리 보냈으니, 계속 이렇게 떨어뜨려 두세요. 우리를, 잘피르를 보호해 주세요."

"난 못 하네." 테페리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셨잖아요!"

"그 당시의 나는 다른 사람이었다네," 테페리가 말했다. "나는. . .더한 존재였지. 덜한 존재였고. 나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였다네." 그는 길을 바라보았다. 아쿠와 그 너머로 이어진 길을. "잘 듣게, 아디아, 나는 오랫동안 이곳을 떠나 있었지만, 내가 이곳에 있었던 짧은 시간 동안에도—잘피르는 전쟁뿐만이 아니네. 우리는 그냥 싸우기만 하는 게 아니야. 우리는 이 모든 일 전에 다른 존재였다네," 테페리가 말했다. "우리가 다가오는 일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후에 일어나는 일을 통제할 수는 있지." 테페리는 병사들을, 신병들을, 대지를 향해 손짓했다. "엄청난 공포가 다가오고 있는 건 맞네, 하지만 그건 우리가 거기에 매달려 있는 동안에만 남아 있게 되겠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운명에 얽매여 있지 않네," 테페리가 말했다. "우리의 과거에만 얽매여 있지. 우리가 항상 군인이었던 것은 아니야. 우리가 항상 혼자였던 것도 아니고."

아이다는 대답을 하려고 손가락을 들어올리다가, 이내 멈췄다.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목적지에 도착하시기를," 그녀가 말했다. 아디아는 테페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재빨리 마을로 걸어갔다. 테페리는 그녀를 멈춰세우지 않고, 그녀가 열성적인 신병들의 대열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구름처럼 하얀 그녀의 로브가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니암비가 쓰러졌을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아무리 영혼을 탐구해도 잘피르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뭐, 어느 정도의 영혼 탐구가 그를 다시 데려오기는 했지만, 그것을 통해 알아낸 것은 아무리 사과를 하더라도 그가 한 일을 고칠 수는 없다는 것뿐이었다. 그것은 잘피르를 다시 되돌리는 것만큼 쉽지 않을 터였다; 잘피르는 그저 지도상의 이름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이자, 민족이자, 역사이자, 미래였고, 그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아무리 구하고자 해도 스스로는 아무 것도 구할 수 없는. 그것은 좋은 부모의 표시가 아니었던가? 아이들이 그들을 가장 필요로 할 때 그 옆에 있어 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때를 아는 것이? 그는 그들 모두에게 잘못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는 그들과 함께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는 그들에게 추락에 대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그 다음에 일어서는 일을 도와줄 수 있었다.

"테페리!"

"자바리," 테페리가 소리쳐 대답했다. 그는 잠시 기다렸다. 그는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입맞춤을 한 뒤, 자신의 이마로 가져간 다음, 손을 가슴 위에 얹었다. 오래된 몸짓. 그에게 준 것에 대한, 그에게 내려 준 가르침에 대한 감사.

테페리는 병사들과 신병들과 함께 아쿠로 가는 긴 길을 따라 행진했다.


아쿠, 몇 주 후

아쿠로 가는 여정은 길지 않았지만 위험을 동반했음에도, 자바리와 그의 병사들은—테페리의 도움을 받아—손실 없이 길의 끝에 도달했다. 도시에 도착하자, 목욕이나 식사를 할 시간도 없이, 전령들이 테페리와 자바리를 데리러 왔다.

아쿠의 전당들은 따뜻하고 엄숙했다. 여왕의 존재로 인해 태피스트리가 매달리고 윤이 나는 바닥에는 풍성한 양탄자가 깔렸으며, 화로에는 연기가 나는 나무와 섬세한 향이 나는 연료가 채워졌다; 아쿠는 무덤의 도시였을지 몰라도, 경멸받는 장소는 아니었다. 이 장식들은 산 자와 죽은 자 둘 모두를 위한 것이었다: 잘피르의 왕가가 이곳에 잠들어 있었고, 여왕은 영감을, 편안함을, 영적 지도를 얻기 위해 그들을 찾았다—엄숙함은 두려움이 아니라 존경의 표시였다. 국민의 지혜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그러나, 이러한 평화적인 느낌은 도시 전체로 퍼져나가지 않았다. 잘피르의 선조들이 전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지혜인 강한 마법들이 과거의 어두운 비밀들을 지키고 있는 호박색 무덤들은 불안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복도 곳곳에 남아있는 그림자들을 없애기 위해 여분의 횃불과 야광석이 놓여 있었다; 이는 잘피르에 대한 가장 위협적인 대상을 감시할 수 있는 호박색 무덤의 주요 돔 내부에서 특히 그랬다.

테페리와 자바리는 전령들을 따라 아쿠의 중앙 구역에 있는 구불구불한 복도를 지나 여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호박색 무덤으로 향했다. 아쿠 거리의 좁고 높은 복도들을 돌 때마다 여왕의 경비대원 한 쌍이 순찰을 돌고 있었고, 종종 변형사 신조나 걱정스럽게도 갑옷을 입은 시민 신조의 성직자들이 그들과 동행하고 있었다.

"정상적인 배치는 아니군, 그렇지 않나?" 두 사람이 경례를 하는 성직자들 앞을 지나가면서, 테페리가 자바리에게 속삭였다.

"전혀," 자바리가 중얼거렸다. "무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네."

"아마도 여왕님이 내 사형 집행을 유예해 주시려고 하나 보군," 테페리가 말했다. "농담일세, 탄원하는 게 아니라," 그가 덧붙였다. "확실히 해 둬야지."

자바리는 미소가 없는 얼굴로 투덜대더니 걸음을 옮겼다.

테페리와 자바리가 호박색 무덤에 도착하자 입구는 군인들과 성직자들로 붐비고 있었고, 그들은 무기를 뽑아든 채로 어떤 이들은 그들 쪽을, 다른 이들은 안쪽을 향해 서 있었다. 아스카리 상급자로 보이는 장교 두 명이 속삭이면서 논쟁을 벌이고 있었고, 메아리치는 복도 안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아스카리," 자바리는 단호하고 크지만 소리치지는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소음을 가르고 지나갔다. "무슨 일인가? 여왕님이 위험에 처하신 겐가?"

시다르들은 논쟁을 멈추고 일제히 자바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케어벡이 탈출했습니다," 아스카리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녀는 침착했지만, 이미 심각한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감옥이 산산조각났습니다. 장군님은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언제 말인가?" 테페리가 물었다.

"적어도 한 시간 이내입니다," 아스카리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마제타 장군이 한 시간 전에 부상을 입었다고?" 자바리는 충격을 받은 채로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저희는 방금 그분을 발견했을 뿐입니다," 아스카리가 손을 들어 자바리를 진정시키려 하면서 말했다. "그분은 케어벡의 감옥이 산산조각나면서 부상을 입으셨지만, 살아남으실 겁니다—나쁘기는 하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우리를 지나가게 해 주게," 테페리가 명령했다. 말을 할 시간이 없었다.

경비병들은 양쪽으로 물러섰다. 테페리는 자바리를 이끌고 호박색 무덤의 중앙에 있는 크고 어두운 돔 안으로 들어갔다. 벽은 일정한 간격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고, 그 안쪽 깊은 곳에서는 희미한 불빛들이 빛나고 있었다. 모든 칸이 비어 있었지만, 한때 그들이 수행했던 목적을, 즉 호박색 감옥을 알아보기에는 충분했다.

이 방은 아주 오래되었고, 전설들은 이곳의 어두운 기원을, 그리고 가둬놓아야 하는 사람들을 가둬놓기 위해 잘피르의 선조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실행한 마법과 의식을 속삭였으며, 돔의 꼭대기에는 경고 시스템의 역할을 하는 보호 진자가 매달려 있었다. 잘피르의 학자들은 이러한 역사들을 신화와 희망적인 환상으로 치부했다—하지만 무덤의 중앙 돔을 방문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방문을 했던 사람들은 방 안에서 느껴지는 어떤 불안한 특성을 부정할 수 없었다. 돔이었기에 공연장처럼 소리가 울려퍼질 실내를 적막이 뒤덮고 있었다. 저 둔탁한 광택이 나는 진자가 조금이라도 떨리는 순간, 파멸이 뒤따르리라는 깊고 확실한 느낌이 들었다.

테페리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진자가 끊어져 돔의 광택을 낸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진자의 끝은 땅에 박혀 있었고, 그것의 큰 사슬은 거대한 뱀의 시체처럼 그것을 휘감고 있었다. 거울처럼 반짝이게 닦여져 있던 바닥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검은 액체—테페리는 그것의 마제타 장군의 피라고 추측했다—가 진자 근처에 고여 있는 채로, 그것을 닦으려는 병사들의 노력에 저항하고 있었다.

웨즈나 여왕은 옆으로 비켜서서, 각각 하늘색 로브와 검은색 로브를 입은 인물 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흰색 갑옷을 입은 세 번째 인물은 한켠으로 비켜선 채로, 떨어진 진자와 산산조각난 땅을 살펴보고 있었다. 테페리는 로브를 입은 인물들—그는 그들이 각 신조의 지도자들이라고 확신했다—은 전혀 알아보지 못했지만, 여왕은 틀림없었고, 그녀는 수 세기 전에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이후 10년 정도밖에 나이를 먹지 않았다.

"전하," 자바리는 그녀가 몸을 돌리자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방금 막 도착했습—"

"삼백 육십 년," 웨즈나 여왕은 테페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며 말했다. 그녀는 소리치지 않았다—그녀는 선언을 했고, 그녀의 목소리가 돔 안에 울려퍼졌다. "3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와 그들이 맞서야 하는군," 여왕이 말했다. "피렉시아는 국경으로 다가오고 있고, 케어벡은 탈출했고, 마제타 장군은 부상을 당했다." 그녀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섰고, 신조의 지도자들 셋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자네가, 우리에게 돌아왔지. 자네가 저지른 행위에 합당할 정도로 큰 처벌은 아무 것도 없다—내가 지금 당장 자네에게 형을 선고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말해 보아라."

"저를 죽이신다면," 테페리가 말했다, "그들이 이기게 될 겁니다."

여왕은 숨을 들이마신 뒤, 내쉬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시다르 자바리," 웨즈나 여왕은 테페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늙은 장교에게 말했다. "기둥 구역에 시민 신조의 병원이 있다; 장군은 그곳에서 회복 중이지. 가서 그를 만나보아라. 그가 회복될 때까지는 자네가 군을 지휘하게 된다."

"네, 전하," 자바리가 말했다. 테페리는 그가 걸어나가는 것을, 광택이 나는 돌 위를 서둘러 걸어나가는 그의 부츠 소리를 들었다.

웨즈나 여왕은 손을 등 뒤로 모으고 생각에 잠긴 채로, 몸을 돌려 떨어진 진자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테페리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신조 마도사 세 명 앞에 멈춰섰다.

"자네는 내가 소환하지 않았다," 웨즈나 여왕이 테페리에게 말했다. "자네의 죄가 크든 작든 아직 자네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는 없지만, 내게도 자존심이 있다." 그녀는 뒤로 돌아 그를 마주보았다. "나는 자네를 이곳으로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 있습니까?" 테페리가 물었다.

여왕은 로브 안으로 손을 넣어, 손바닥 크기 정도인 호박색 장신구를 꺼내 그것을 그에게 던졌다. 호박색 감옥이 튕겨져서, 광택이 나는 돌바닥 위를 미끄러지다가, 테페리의 발치에 멈췄다.

테페리는 몸을 굽힌 다음 집게손가락과 엄지로 그 감옥을 집어들었다. 그는 그것을 빛이 있는 쪽으로 들어올려서 안에 들어 있는 인물을 비췄다. 작고, 시간에 얼어붙어 있으며, 마치 차원 이동을 한 직후인 것 같은, 공격을 내리치는 중인 전사가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관찰하던 테페리는 그녀의 얼굴에 서려 있던 결의가 혼란으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굳게 뜬 눈은 부드러워졌고, 눈은 놀라서 크게 벌어졌으며, 그녀의 입은 질문을 하려고 벌어지고 있었다.

방랑자.

"다 보고 나면, 땅에 내려놓아라." 여왕이 말했다.

테페리는 그대로 따랐다. 그녀는 감옥을 땅바닥 위에 살며시 내려놓은 후 뒤로 물러섰다.

웨즈나 여왕이 손가락을 퉁기자, 하얀 갑옷을 입은 신조 지도자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장황한 동작 없이 조용하게 주문을 속삭였다. 감옥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한 걸음 더 물러나라, 대마도사," 그가 환해지는 빛 너머로 테페리를 향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테페리가 뒤로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감옥에서 불똥이 이리저리로 튀기 시작했다. 감옥이 날카로운 폭발음과 함께 터지는 것과 동시에 그는 눈을 가리고 뒤로 돌았고, 잠시 후 방랑자가 칼을 끝까지 휘두른 뒤 놀라서 소리를 지를 때 짧게 숨을 내쉬었다.

방랑자는 몸을 추스려 자세와 경계를 다시한 뒤 숨을 몰아쉬었고, 그녀의 침착함에는 빈틈이 있었지만 그것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방랑자," 테페리는 두 손을 위로 높이 쳐들고 소리쳤다. "날세."

"테페리?" 그녀는 과할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방랑자는 경계하면서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나는 어디에 있는 겐가? 얼마나 오래 됐지?"

"여기는 아쿠다," 웨즈나 여왕이 말했다. "잘피르에 있지. 자네가 도착한 지는 한 달이 되었군."

"한 달이라고?" 방랑자가 그 말을 되뇌었다. 그녀는 검을 내리고, 그녀만이 볼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그들 사이에 있는 공간을 살폈다. "그건 불가능해—테페리, 당신은 불과 며칠 전에 사라졌다고!"

"시간 고정축이 고장났군," 테페리가 혼잣말을 했다. 어떻게? 세라의 마법석—그의 몸 안에 있는, 차원의 잠재력—은 성배와 뭔가 관련이 있었다. 그것이 폭발한 뒤에 그와 우르자가 갔던 그 공간—그 모든 잠재력은 어딘가로 가야만 했고, 매달려야 할 무언가를 찾아야만 했다. 우연, 운명, 또는 그 둘의 어떤 조합.

"우리에게는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르네," 방랑자가 속삭였다. 그녀의 형체가 떨리면서, 깜빡거렸다. 그녀는 이 차원에서의 유지력을 잃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웨즈나 여왕이 물었다.

"뉴 피렉시아의 침략이 임박했소," 방랑자가 말했다. 그녀는 여왕을, 그리고 테페리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공격은 차원 전체에 흩어져 있었고, 니사는 사라졌지—우리가 너무 늦은 것 같네. 우리가 그들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군."

냉랭한 순간이 뒤따랐다. 테페리는 물러나면서, 뒤로 손을 뻗어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고개를 떨구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의 주변에 있는 모든 무덤들이 작동하며 폭발했다. 여왕은 세 신조 지도자들에게 소리쳐 명령했고, 그들은 명령을 받들어 그들의 수행원들과 부관들을 파견하고 서둘러 떠났다. 방랑자는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우르자의 탑에서의 전투, 뉴 피렉시아 공습, 자라나는 나무, 필사적인 계획에 대해 그에게 말해 주려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자주 끊기고 더듬거리면서 일관성을 잃었다. 그녀는 자신의 불안정한 불꽃에 의해 끌려가면서 사라졌다.

아마도 그것은 돔 구조인 방의 기묘한 음향 구조나 그가 무의식적으로 발동한 어떤 주문 때문이었는지도 몰랐지만, 모든 것이 마치 너무 무거운 코트가 미끄러져내리는 것처럼 한켠으로 사라졌다. 자바리의 목소리가 그의 기억 속에서 메아리쳤다. 더 이상 사과하지 말아. 테페리는 두 손을 얼굴에서 떼고 자신의 손바닥을 쳐다보았다. 길 위에서의 그 날 이후로 그는 여러 번 손을 씻었지만, 두 손은 여전히 잘피르의 붉은 흙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는 결코 이 대지를 씻어낼 수 없었다. 그는 결코 혼자일 수 없었다.

오랜 기간 역경을 견뎌낸 에셰.

용기를 갖고 위험을 마주한 오야나.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고자 했던 아디아.

그가 사랑했던, 그리고 그를 사랑했던 수비라.

그가 사랑한, 그리고 그를 사랑한 니암비.

그와 함께 서 있는, 신조들의 아버지이자 한 국가의 아버지인 잘피르.

"너무 늦지 않았어," 테페리는 얼굴에 성난 미소를 띄우면서 말했다. 피렉시아의 다차원 탐사는 그들의 기계 정신이 두려워하게 될 무언가를 일깨웠다: 그들에게 태양은 잘피르에서 떠오른다는 것을 보여 줄, 테페리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