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피렉시아 공습 | 에피소드 1: 제어되지 않는 하강
누군가가 카이토에게 뉴 피렉시아에서 무엇을 마주할 것 같냐고 묻는다면 그는 대답할 수 없었을 터였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어떤 곳에서는 너무 부족했고, 아직까지 살아 있는 자들 중에서는 완전히 완성된 차원을 목격했던 자가 없었다. 그들은 정보와 정찰, 그리고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확보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를 알지 못했다—다만, 어떤 것을 기대하지 않고 있는지만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단언컨대 그는 정전기적인 바람의 벽에 부딪히는 것 같은 느낌을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그것은 실제로 피해를 입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방향 감각을 잃게 하고, 주의력을 흐트러뜨리며, 불가피하게 의식을 잃게 만들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일이 일어난 이상, 그는 뉴 피렉시아가 카미가와의 멋진 관광용 해변 중 하나처럼 보일 것이라고는 확실히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뉴 피렉시아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일광욕보다 더 위험한 일이라고는 일어난 적이 없어 보이는 순백의 모래 뿐이었다. 그곳은 쾌적했다. 너무나도 쾌적했다. 뉴 피렉시아는 위험한 곳이 아니라 낙원이었고, 그는 그저 편안히 쉬면서 그곳이 환영하는 바다의 파도처럼 자신을 씻겨주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그가 눈을 감고 모래 속으로 더 깊이 가라앉자 그의 귓가에 그 바다의 파도가 철썩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는 마음 속 한켠으로 피렉시아가 곧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위험한 짐승이 침입자에게 반응하는 방식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의식 가장자리에 있는 흐트러지지 않은 일관성의 작은 반점이 그에게 소리쳤다. 일어나, 일어나, 정신 차려!
피렉시아는 위험했다. 피렉시아가 위험하지 않았다면 그는 여기에 있지 않을 터였다. 카미가와는 위협을 받고 있었고, 그는 자신이 아꼈던 모든 것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힘이 닿는 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했다. 그의 친구들, 그의 차원, 그의 누이
그러나 모래는 따뜻하고 매력적이었고, 그는 작고 강한 두 손이 그의 어깨를 잡고 홱 잡아채 앉게 만들 때까지 움직이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손들은 마치 그가 알고 있기라도 한 것마냥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 손들은 또한 공격을 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기에, 그는 몸을 뒤틀며 빠져나오려 했다. 그의 정신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던 조그마한 구석이 훨씬 더 크게 비명을 지르면서, 반격하는 것이 그의 첫 번째 생각이었어야만 했다고, 심지어 적대적인 행동의 기척이 들리기만 했어도 보여야 했던 첫 번째 행동이어야 했다고 알려주려 했지만, 아니었다: 헛된 몸부림만이 적합해 보였다.
그 작고 강한 두 손 중 하나가 그의 어깨를 놓아 주자 그는 잠시 동안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그 기회를 빌어 그가 다시 한 번 평화와 기쁨에 잠기려는 찰나, 그 손이 그의 뺨을 후려갈기며 눈 아래를 강타하는 것과 동시에 그는 고통만큼이나 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눈을 번쩍 뜨고 뒤로 물러섰고, 그제서야 처음으로, 그는 자신이 파도 소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금속이 금속과 맞부딪히는 소리라는 것을, 주문이 목표에 적중하는 소리라는 것을, 그리고 힘을 쓰며 끙끙대는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고, 그는 의심의 여지 없이 자신이 그것을 머리 위로 지나가는 바닷새의 일종이 내는 울음 소리라고 여겼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애초에 들을 수 있기나 했다면 말이다.
"됐군," 방랑자가 그의 다른 한 쪽 어깨를 놓아 주었고, 손가락 관절이 붉어지긴 했지만 상처를 입지는 않은 손을 털어 충격을 완화하면서 만족한 듯이 말했다. "언제쯤 우리와 합류할 건지 궁금해하고 있었네."
"합류—?" 카이토는 말을 하다 멈춘 뒤, 정전기적인 바람의 벽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가 기억하고 있던 벽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쾌적하고 심지어 평화롭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닌가? 그것은
그는 여태껏 있었어야 할 아드레날린이 갑자기 몸에 넘쳐흐르면서 본능적으로 검을 쥐려 했지만, 장비가 없어진 것을 깨닫고 얼어붙었다. 검도 없었고, 형태와 기능적인 측면에서 타누키 드론을 모방하고 있던 작고 친근한 신령도 없었다. 피렉시아는 그가 접촉 불가능해야 했던 때에 그를 때려눕히고 동시에 그의 장비를 벗겨낸 것이었다. 그의 눈이 빠르게 방랑자에게로 향했고, 때맞춰 그녀의 모습이 마치 죽어 가는 촛불처럼 잠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안돼," 그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돼. 네겐 시간이 더 필요해. 내겐 시간이 더 필요해. 내가 놓친 걸 말해 주기 전까진 가면 안 돼."
"방—어막," 그녀가 말했다. "우리는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그것이 내가—나를 고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방해한 것 같네. 이곳에—머무를 수 없어. 통제력을 잃고 있네. 자네에게—말해 줘야—" 그녀의 얼굴에 깊은 짜증의 기색이 서렸고, 그녀는 몸을 돌려 카이토의 오른쪽 어깨 너머로 소리쳤다, "나히리! 그걸—가지고 노는 건—그만두게!"
카이토는 방랑자가 사라질 것만 같은 시기에 그녀로부터 눈을 떼기 싫어하면서도 고개를 돌렸고, 그러자 힘을 써서 뺨이 희미하게 상기된 채로 손에 검을 들고 있는, 창백한 피부 너머로 피의 열기를 드러낸 나히리가 보였다. 발명가의 벤치에서 빠져나와 세상으로부터 잊혀진 기계적인 시에 적혀 있는 열정적인 꿈과도 같은 액체 금속이 철사 같은 케이블로 구성된 패널에 접합된 형체가 그녀와 춤추고—아니, 싸우고 있었다. 그 누구도, 심지어 암석술사조차도, 이 자동기계와 싸워 이기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내 공기가 그녀의 주위에서 번쩍이면서, 천둥처럼 요란한 충돌음과 함께 불이 붙었고, 나히리는 뉴 피렉시아의 반짝이는 금속 모래를 불러들여 자신의 춤에 참여하게 했다. 모래알 하나하나가 솟구쳐올라 그녀를 휘감았고, 그녀가 쏟아내는 암석 칼날들보다도 더 치명적인 폭풍이 되어 싸우고 있는 형체와 격돌하면서, 노출된 기계장치와 비강을 가리지 않고 침범해 가며 눈 깜짝할 새에 나히리의 상대를 제압했다.
그것이 쓰러질 때 나히리는 앞으로 걸어가 그녀의 검을 그 생물의 중심부에 꽂아넣었다. 그녀는 칼을 한 번 비틀었고, 모래 더미 아래에 깔린 형체는 더이상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히리," 방랑자가 말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충분히 힘이 실려 있었기에 카이토는 잠시나마 그녀가 안정을 되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가 그녀를 향해 돌아서자, 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고, 공허한 우주로 다시 끌려가기 일보직전인 것 같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머무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력이 필요할 터였다.
나히리는 마치 단단한 땅 위를 걷는 것처럼 손쉽게 금속 모래를 가로질러 와 멈춰선 다음, 방랑자에게 집중하기 전에 잠시 고개를 기울이며 카이토를 바라보았다. "불렀어?"
방랑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시간이 지체—되고 있네—그가 놓친 것이—무엇인지를—설명해야 하네," 그녀의 말은 깜빡이고 있었기에 단어들이 기이한 박자로 들렸다.
"그렇지," 나히리가 말했다. 그녀는 카이토를 쳐다보았다. "저것들이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편집증적인 괴물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뉴 피렉시아에 침투할 때 일종의 차원 장벽 같은 것에 부딪혔어. 우린 괜찮았어야 했지. 그렇지 않은 게 분명하고. 우리 팀 대부분이 어디에 도착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태야. 우리 셋은 여기에 추락했고. 모래에 붙잡힌 거야?"
카이토는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나도 붙잡혔어," 나히리가 말했다. "운 좋게도, 이 차원은 전체가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지—일반적인 종류는 아니지만, 내 목적을 위해서는 충분히 쓸만해. 이 물질이 우리를 돕기보다는 해를 끼칠 확률이 높지만 말이야. 수동적인 무기지. 네가 정신을 차리지 않고 있으면 여전히 널 죽일 거야. 나는 그걸 떨쳐냈고, 방랑자가 너와 함께 있으면서 차원을 이동할 것처럼 깜빡이는 것을 보았지. 얼마나 더 오래 버틸지는 확신할 수가 없네."
"당신이 싸우고 있던 그건 뭐였지?" 카이토는 잠시만이라도 방랑자를 공허한 우주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면서 물었다.
"현지인 중 하나지," 나히리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빠르고. 꽤 치명적이야. 큰 문제는 아니지만."
"다치지는 않았고?"
"긁힌 상처야. 좀 쉬면 돼." 그녀가 자유로운 손을 뻗어 그녀의 목 뒤를 만지자 손가락이 피로 물들어 갔다—심하게 다쳐서 피범벅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내 피는 여전히 붉어. 기름이 아니지. 난 괜찮을 거야."
그녀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피투성이가 된 손가락을 들어 그가 살펴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의 뒤에서, 방랑자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더 빠르게 깜빡였으며, 한 번 더 소리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나히리는 손을 내렸다. "자,"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용광로 계층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피렉시아가 우리가 있기를 원하는 곳에서 빈둥거리고 싶지 않아. 이곳이 보병 몇 명과 최면 모래 이상의 방어 수단을 내놓기 전에 어서 움작이자고."
"난 내 장비를 잃어버렸어," 카이토가 말했다.
"모래 안에 있는 거야?"
그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럴 것 같지 않네," 그가 말했다. "내 드론이 여기에 있었다면, 모래를 파헤쳐서라도 내게 돌아왔을 거야. 금속 탐지기는 내가 아니라 당신이잖아. 우리 근처에 카미가와 강철이 느껴지거나 하진 않아?"
"미안. 피렉시아 금속 뿐이야," 나히리가 말했다.
"찾게 되겠지," 카이토가 말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찾을 거고. 어디로 가야 하는 지는 알아?"
"이쪽이야," 나히리가 말한 뒤, 걷기 시작했다. "우리가 낙하하면서 원래 궤도에 머물렀다면, 다음 착륙 구역은 이쪽 방향이야. 그렇지 않다면, 우린 피렉시아에서 길을 잃은 거고, 그러면 네가 믿고 있는 게 뭐든 거기에 기도를 올리기 시작하는 게 좋겠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거지?" 카이토가 모래 건너편에 있는 방랑자를 도울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속도를 늦추려 하면서 물었다. 그녀가 평소에 도움이 필요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이 차원에 남아 있을 수 있는지가 불확실했던 만큼, 그는 그녀를 편하게 해 주기 위한 일은 어떤 것이든 할 작정이었다.
"연습을 했지," 나히리가 대답했다. "저쪽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걸 봤어. 저 너머는 혼란스러워진 것 같네." 그녀의 목소리에는 스산한 만족감이 서려 있었다. 그것이 파괴를 일으키고 있는 동료들이 자랑스러웠던 것인지, 자신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 부러웠던 것인지, 아니면 큰 어려움 없이 자신의 싸움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을 기뻐하는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었다. 나히리는 그런 식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직 그녀가 하는 모든 말 속에서 그녀가 의미하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을 만큼 그녀를 잘 알지 못했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가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도 확신하지 못했다.
그들은 모래를 가로질러 터벅터벅 걸어갔다—그것은 카이토가 더 자세히 살펴보았을 때에는 전혀 모래가 아니었다; 그가 해변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입자 모양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무한한 사막으로, 피렉시아의 힘에 의해 미세한 먼지로 분쇄된 미로딘의 조각이었다. 방랑자는 그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깜빡이며 침묵하고 있었고, 이 차원에 남아 있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 명확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나히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곳에 있는 것은 어떤 것도 보이는 대로인 게 없어," 그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피렉시아와 관련된 건 어떤 것도 믿을 수 없지. 알고 있던 모르고 있던, 그것은 언제나 거짓말을 하고 있어. 계속 움직여."
카이토는 계속 움직였다.
사막은 기하학을 뒤틀리게 모방한 개념에 따라 세워진 거대하고 이해할 수 없는 기념비의 먼 밑바닥까지 뻗어 있었다. 그들은 적대적인 대지를 통과하는 3인조 공격대가 되어 거대한 기념비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고, 다른 것은 그 어느 것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지만, 피렉시아의 짓누르는 듯한 무게가 그들 주변에 가득했으며 그들은 두 번 다시 혼자가 되지 않을 터였다.
그들이 앞으로 더 나아갈 수록 풍경은 점점 더 질서정연해졌고, 끔찍하고 생경한 대칭성을 드러냈다. 광활한 금속 구조물들이 빛나는 땅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승리를 축하했고, 살점이 드러난 부분이 번들거리는 모습은 카이토의 모공이 곤두서게 했다. 그것들은 미로딘에서 남겨진 구조물인가, 아니면 피렉시아의 골리앗들이 잠을 자고 있는 형태인 것인가?
어떤 미스터리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두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최소한 미로딘의 다섯 태양은 짙은 안개 너머로 희미게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일행은 반쯤 녹아내린 뼈와 은을 섞어 만든 듯한 낮은 벽으로 막힌 곳을 돌아 지나가다가 강철 케이블이 엉켜진 채로 만들어낸 두 개의 쇠기둥 사이에 매달려 있는 조각상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그것은 키가 작고 근육질인 엘프를 묘사하고 있었고, 조각상이 너무나도 완벽했기에 카이토는 그것이 숨을 쉬는 모습을 보았다고 확신할 정도였다. 그것은 금속과 뼈가 뒤엉켜 있는 피렉시아에는 완전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나히리가 날카롭게 쉿쉿거리는 소리를 냈다. 카이토는 혼란스러워하며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저 돌," 그녀가 말했다. "저건 젠디카르의 다면체야. 피렉시아가 젠디카르에 도착했거나, 아니면 여기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어."
방랑자는 형체를 가리켰다. 카이토는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조각상이 어째서 옷을 입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게다가, 조각상이 어째서 무장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양날검이 부착된 청동 팔보호구가 그의 왼팔에 묶여 있었다.
"그는 우리 같은 자들 중 하나야," 나히리가 불쑥 말했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카이토는 자신의 판단력과는 반대로 그녀의 팔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멈춰섰다.
"카미가와였다면, 이런 건 함정일 거야," 그가 말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미끼를 물면 되지," 그녀가 말했다.
카이토는 그가 발사체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나히리의 금속 칼들이 이상적이었겠지만, 그는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고대의 암석술사로부터 주괴 하나라도 억지로 얻어 낼 수 있을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조각상 아래에 널부러져 있는 잔해들이면 충분할 터였다. 카이토는 염동력을 뻗어내 자신 주변의 공중으로 금속 조각과 파편의 구름을 끌어당겼다. 그것은 그의 검이나 타누키인 히모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맨몸으로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는 한없이 나았다.
그들이 이것이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 조각상은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었고, 지금까지는, 그들은 공격받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세 사람은 조각상을 향해 나아갔다.
그들이 조각상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 조각상을 지탱하고 있던 케이블들이 마치 동면에서 깨어나는 뱀의 둥지처럼 갑자기 몸부림치면서 움직였다. 그것들 중 일부는 완전히 풀어져 우뚝 섰고, 마치 이무기와도 같아 보이는 인상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카이토는 긴장하면서, 그의 급조된 화살들을 정렬하며 공격할 준비를 했다. 방랑자가 손을 들어 그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손짓했다. 그는 멈춰섰고, 여전히 긴장했지만 공격을 하지는 않은 채로, 나히리가 조심스럽고 우아하게 앞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케이블들은 그녀의 움직임을 추적하면서 이리저리 비틀렸다. 조각상은 케이블들이 더 팽팽하게 당겨지자 눈을 뜨고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확실히 우리 중 하나야," 나히리가 말했다. "다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면 공격하는 건가?" 카이토는 방랑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해변에서부터 그가 가지고 있던 혼란스러운 분노를 파편들과 조잡한 칼날들에 담아 케이블들로 만들어진 둥지 위에 비처럼 퍼부어 작은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듯이 베인 자국들을 남겼다. 케이블들은 이에 반응하며 파편들의 구름을 내리쳤고, 그 격돌은 금속에 금이 가고 파열하는 불협화음을 형성했다.
한편, 나히리도 행동을 개시해, 카이토가 급조한 무기고로 시작한 일을 자신의 칼날들로도 계속하기 위해 앞으로 돌진한 다음, 예술가적인 정밀도로 케이블 생물을 베고 절단했다. 조각상은 그를 지탱하고 있는 팽팽한 금속 힘줄들이 잘려나가면서 점점 더 아래로 내려왔고, 마지막 하나가 끊어지자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방랑자가 앞으로 달려가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맥을 짚었다.
돌 인간은 방향 감각을 잃기는 했지만 강한 일격을 날리면서 그녀에게 응수했다. 그의 주먹은 백발인 여성이 마치 유령이기라도 한 것마냥 그녀의 몸을 관통했고, 그녀는 못마땅한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곳에 있는 게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카이토는 그렇게 말하며 방랑자 뒤로 따라와 돌 인간에게 손을 내밀었다. "또 때리지는 말아 줘."
"무슨—" 좀전까지 조각상이었던 사람은 몸을 일으킨 뒤 정신없이 주위를 둘러보았고, 마지막에는 카이토의 의료 키트에서 꺼낸 붕대를 목 뒤에 대고 마법으로 접착된 가장자리를 단단히 눌러내리고 있는 나히리에게 시선을 멈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싸움에서 나히리 부른 이후로 침묵하고 있던 방랑자는 감정을 억누르고 힘을 모았다. "방어막을—공격하게," 그녀는 간신히 말을 했고, 목소리는 그녀가 가까운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빠르게 멀어지는 것처럼 깜빡였다. "모두—흩어지게. 다른 사람들—찾아야."
나히리가 그들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를 찾을 때마다 매번 이래야 하는 거야?" 그녀가 물었다. "그래야 하면 아주 오래 걸릴 거야."
조각상은 그녀가 쏘아붙인 말에 기운이 났다는 듯이 웃었다. "우리가 적대적인 차원에서 길을 잃긴 했을 지 모르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긴 하지; 영웅들은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충돌하게 마련이야." 그의 피부에서 돌이 사라져 가면서, 약간 그을린 피부색이 드러났다. 그는 방랑자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나는 칼드하임의 왕자인 타이바르 켈이네. 당신의 조언을 감사히 받겠네."
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 짜증난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방랑자는 안정되지 않고 있어," 카이토가 말했다. "그녀가 어떻게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곧 그녀를 놓치게 될 거야."
"그녀는 돌아올 거야," 나히리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기다려 주지 않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나히리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카이토와 방랑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다시 말했다, "우리는 계속 움직여야 해."
그들 네 명은 한 그룹으로 뉴 피렉시아의 황량한 불모지를 지나는 여정을 다시 시작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는 음산한 기념비에는 아름다움이 있었지만, 타이바르를 붙잡고 있던 케이블들을 본 이후였기에, 카이토는 그들이 지나치고 있는 모든 것이 이 차원의 건축물들이며, 이 차원 본연의 힘에 의해 성장하거나 키워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것이든 언제든지 위협이 될 수 있었다.
방랑자는 계속해서 깜빡이고 있었고 다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카이토 가까이에 붙어 있는 채로, 걱정스러운 듯이 그들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무언가를 신경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는 자신에게 그녀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기를 바랬지만, 그들은 그가 그런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멈춰설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나아갔고, 마침내 지평선에 텐트들이 모여 있는 작은 덩어리가 보이기 시작했으며, 그것들 사이로는 작은 형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히리와 타이바르가 긴장했다. 방랑자를 휴식처로 데려가는 일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던 카이토는 그들에게 침착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들은 형체들이 더 명확하게 보일 때까지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들은 미로딘인들이었다. 대부분은 구릿빛 피부에 황금 갑옷을 두른 인간이었고, 갑옷 사이로는 흰 옷감이 살짝씩 드러나 있었다. 레오닌도 그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면서, 고양이 모습을 한 인물들을 돕고 있었다. 그들의 갑옷 사이로 거의 노출되지 않은 피부에서는 부드러운 금빛이 반짝였다.
그들 모두 완성된 자의 묘한 걸음걸이보다는 유기체가 가진 자연적인 우아함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카이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전한 곳. 이 차원에서 그러한 곳이 발견될 수 있기라도 한 것마냥, 그것은 그들 앞에 놓여 있었다.
그는 방랑자에게 몸을 돌리며, 그녀의 기운을 북돋고 힘을 더해주기 위해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그의 목소리는 대신 그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의 한숨으로 변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친구가 첫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래 버틸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녀는 돌아올 거야," 카이토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혼잣말을 했다. "언제나 돌아오지."
"힘내게, 친구," 타이바르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직 갈 길이 멀어."
"그래, 하지만
짧은 머리에 금속 장식이 없는 하얀 피부를 가진 강단 있는 인간 여성이 그들을 만나기 위해 걸어나왔고, 그녀의 옆구리에는 반짝이는 불빛이 위에 올려져 있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그것은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었지만, 언제라도 그렇게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당신들은 피렉시아인이 아니네요," 그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코쓰가 찾아올 거라고 말했던 사람들이 당신들이로군요. 저는 멜리라에요. 저는 친구고, 치유사죠. 다친 분이 있나요?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아니," 타이바르가 시원하고 고요한 대기를 밝게 울리며 말했다. "우리는 카른과 관문수호대의 부름을 따라 여기까지 왔지만 도착하자마자 길을 잃었고, 당신들이 우리가 만난 최초의 친절한 사람들이지. 우리와 같은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있나?"
"아," 여성이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엘레쉬 노른이 당신들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방어벽을 설치하고 있다는 소문들 들었죠. 그것을 완성해서 가동한 것 같네요. 나머지 사람들은 두 계층 아래에 있는 용광로에 모여 있을 거에요, 그들이 거기까지 도착했다고 가정한다면 말이죠."
그녀는 세 사람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면서 작은 야영지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기념비적인 겉면'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피렉시아인들이 미로딘을 점령했을 때죠. 그들은 우리 차원에 껍데기를 씌워서 살아남아 계속 맞서 싸운 사람들을 그 아래에 가뒀어요. 우리는 더이상 원래의 고향에서 태양들을 바라보는 것이 허용되지 않죠. 이곳은 그들이 장난감을 보내 서로 죽을 때까지 싸우게 만드는 곳이지만, 우리는 당신들을 찾기 위해 올라왔어요. 우리가 여기에 와서 시선을 끌면서 아무 것도 도망쳐서 우리의 위치를 보고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 않았다면, 당신들의 여정은 훨씬 힘들어졌을 거에요."
그렇다면, 피렉시아가 사방에 감시망을 설치한 것은 아니란 말인가? 카이토는 이를 그들이 이곳에 도착한 후에 처음으로 듣게 된 좋은 소식들 중 하나라고 받아들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미로딘은—진짜 미로딘은—우리 아래에 있어요," 멜리라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는 이상하리만치 평평한 지면의 중앙에 멈춰서서, 그들을 차례로 바라본 뒤 마지막으로 나히리를 쳐다보았다. "당신이 그들이 말한 암석술사겠군요, 그렇죠?"
"맞아," 나히리가 그녀 주변의 허공에 칼날을 만들어내며 말했다. "왜?"
"도움이 될 거라서요, 그게 전부죠," 멜리라가 말했고, 그녀는 지팡이의 아래쪽으로 탁 트인 공터의 한가운데를 두드렸다.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고, 그것은 멜리라가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어깨 너머로 힐끔힐끔 쳐다볼 정도로 긴 시간이었다. 그러더니, 이내 그들의 발 밑에 있는 땅이 꺼지면서 멜리라가 말했던 기념비적인 겉면에 10피트 정도 되는 사각형이 안으로 굽어지며 구멍이 뚫렸다.
폭발물은 훌륭하게 장착되어 있었다. 카이토는 자신이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들을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새롭고 불안한 전개였다. 그들의 머리 위로는, 차원의 얇은 껍질이 산산조각난 검은 금속판처럼 보이고 있었다. 그들의 아래에서는, 100피트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풍경이 빠르게 그들에게 다가왔다.
나히리는 조금도 걱정하는 기색이 없이 웃고 있는 멜리라를 쏘아보았고, 잠시 후, 그들과 함께 떨어져내리고 있던 흙덩어리들은 암석술사가 그것들을 붙잡아 하강 속도를 늦춰 부상당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하자 희미하게 뜨거워졌다.
멜리라는 실제로 그 광경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카이토는 눈을 깜빡였다. "왜 웃고 있는 거지? 다 죽을 수도 있었어!"
"코쓰는 당신들이 이 차원을 구하기 위해서 오는 강력한 마법사들이라고 했어요," 멜리라가 말했다. "뭐, 겉면의 껍질은 항상 부서지죠, 우리가 돕든 말든 말이에요. 이런 사소한 추락도 감당할 수 없으면, 어찌됐든 성공하지도 못하겠죠. 하지만 이건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낫네요. 일단 착지하고 나면, 로우라이트 근처가 될 거에요—틈새를 찾아 용광로 계층으로 가면 나머지 생존자들을 만날 수 있겠죠."
카이토는 그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불길한 예감처럼 느껴졌고, 방랑자가 이미 사라진 시점에, 그것은 그가 생각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음을 다스려 중립적인 표정을 지었다. "도와 줘서 무척 고마워," 그는 그렇게 말한 뒤, 나히리를 힐끗 쳐다보며 그녀가 방랑자와 함께 그를 모래 속에서 발견했을 때 부상을 당했다고 이야기하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그들을 착륙시키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고, 그런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결국 그것은 찰과상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치유를 필요로 하는 정도의 상처도 아니었기에 그녀의 집중력을 깨뜨리지 않는 편이 나아 보였다.
타이바르는 다른 질문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손을 흔들면서 그들 주변의 대지를 가리켰다. "더 내려간다고? 이곳이 용광로 계층이 아닌 건가?"
"아니에요," 멜리라가 말했다. "피렉시아인들은 이곳을 미렉스라고 부르죠. 그들은 우리가 진정한 이름을 가지는 것 조차 허락하지 않아요. 진정한 미로딘은 우리 아래에 있다고 했었잖아요. 이게 우리에게 남은 고향의 전부죠."
"그렇군," 타이바르가 우울한 듯이 말했다.
"우리 돌격대의 주력 부대가 로우라이트에 모여 있어요. 당신들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죠," 멜리라가 말했다. "자유로운 미로딘을 위해서는 어떤 대가도 비싼 게 아니죠. 이곳은 한때 아름다운 대지였어요. 운명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 번 그렇게 되겠죠."
"미로딘, 그리고 다차원을 위해," 카이토가 말하자, 멜리라는 그를 바라보며 짧게 미소지은 다음 이동해서 나히리가 급조한 플랫폼 가장자리를 쳐다보았다.
미로딘—남아 있는 것—은 그들 아래에 있는, 빛이 부족하여 시들어 버린 황무지였고, 표면에서 볼 수 있었던 외계의 아름다움조차 없었다. 피렉시아가 저항군의 사기를 꺾기 위해 이런 짓을 한 것이라면, 그들은 거의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나히리는 급조한 이동수단을 지표면으로 이동시켜 멈춰세운 뒤, 멜리라를 쳐다보았다. "모든 곳이 이런 거야?" 그녀가 물었다.
멜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계속 아래로 내려가고, 항상 새로운 끔찍한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죠." 그녀는 껍질 조각에서 땅으로 뛰어내렸고, 땅바닥에는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금속 육각형들이 돌멩이처럼 더 많이 흩어져 있었다. "최소한 예측 가능하기는 해요. 모든 게 당신들을 죽이거나 완성하려고 들죠. 예외는 없어요."
"너도 말이야?" 나히리가 물었다.
"저요?" 멜리라가 말했다. "제겐 면역이 있어요. 그게 바로 저항군이 제가 경비병 없이도 돌아다니게 해 주는 이유죠, 코스가 저보고 당신들을 맞이하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자. 로우라이트는 이쪽이에요."
그녀는 활기차게 황무지를 가로지르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플레인즈워커들은 그녀를 따라 심하게 공격을 받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 미란 야영지로 향했다. 그들이 경계에 도착하자, 그녀는 크게 손짓을 하면서 그들을 면도날로 베인 유리처럼 보이는 낮은 벽으로 안내했다.
"코쓰가 당신들이 온다고 했을 때 이 틈새를 확보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여기로 가면 용광로 계층에 도착할 거에요.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곧 풀어줄 예정이었죠."
"그러면 내려가야겠네," 나히리가 말했다.
멜리라는 반쯤 즐거워 보였다. "여러분 중에는 이런 걸 사용해 보신 분이 없나요?"
"없어," 카이토가 말했다.
"재미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내부에서 중력으로 게임을 하게 되니까, 처음 뛴 다음에 추락하지 않죠. 언제나 시작하는 게 계속하는 것보다 어렵답니다." 멜리라는 벽 옆에 쌓여 있던 상자들을 손쉽게 밟고 올라가 틈새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 뒤 뛰어내렸다.
플레인즈워커들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똑같은 상자 위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그녀는 창백하고 근원을 알 수 없는 조명이 빛을 비추고 있는 일종의 터널 바닥 위에 서서 피렉시아의 깊은 곳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어깨 너머로 그들을 돌아보았다.
"어때요?" 그녀가 물었다. "할 수 있겠어요?"
나히리는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고, 카이토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잠시 동안 속이 뒤집어지는 듯한 방향감각 상실이 있었고, 그리고 나서 그는 터널의 벽 위에 서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타이바르는 중력을 무시하는 위치에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였는데, 그가 크게 웃으며 틈새 속으로 뛰어든 것을 볼 때 그 또한 이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전진하세, 친구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카이토는 그와 함께 걸었고, 잠시 후, 그들 둘은 나히리를 지나 피렉시아의 땅 위에 내려섰다.
멜리라는 나히리와 함께 약간 뒤에 물러서 있는 채였고, 다른 여성의 목덜미에 있는 붕대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그것에 대해 묻지는 않았다—아직까지는.
나히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익숙했고 뼈와 세포가 좋은 흙 속 파묻힌 돌처럼 한데 엉겨붙어 있는 방식에 익숙했지만, 지금은 무엇인가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목 뒤에 나 있는 상처가, 그 작고 사소한 부상이 사소한 상처 치고는 너무나도 심하게 그녀의 의식을 방해하면서 욱신거렸다. 그녀는 조금 물러서서 멜리라가 지나갈 수 있게 한 다음, 카이토의 짐에서 꺼낸 붕대를 만져 보기 위해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거즈는 그 아래쪽에서 무언가가 그것을 밀어내고 있는 것처럼 이상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녀는 붕대를 떼어낸 뒤 섬세한 손가락으로 피부 표면을 만져보았지만 그곳에는 상처가 없었다. 오직 매끄러운 피부와 마치 뼈가 스스로 모양을 바꾸기로 결정하기라도 한 듯이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짧고 매끄러운 돌출부만이 만져졌을 뿐이었다. 그녀는 낙담하는 듯한 쉭 소리를 내면서 손을 빼냈고, 손 끝이 피렉시아인들의 창끝에서 보이는 번들거리는 기름과 똑같은 광택을 발하는 것을 보고서도 어째서인지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감염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녀는 다른 동료들에게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어떻게? 그리고 그들이 안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들은 그녀를 죽이지 못하고, 그들이 그러려고 한다고 해도, 그녀는 자신의 상태와 상관없이 반격할 터였다. 그녀는 떠날 수 없었다. 아니면 그녀가 이 암울하고 죽어가는 차원 바깥으로 이 오점을 가지고 나가 다른 곳을 감염시키게 될 터였기 때문이었다. 미란은 이른바 치유사였지만, 치유사조차도 이를 멈출 수는 없었다—멈출 수 있는 것인가? 아니, 그녀가 굴복해서 그들이 파괴하기 쉬운 무언가가 되기 전에 그들을 가능한 멀리까지 보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녀는 붕대를 다시 눌러 상처를 덮은 뒤, 앞으로 나아갔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쓴 백발의 여인이 검을 치켜든 채로, 산산조각이 난 작은 미란 야영지에 나타나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를 공격하려고 이동하거나 움직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카이토!" 그녀가 소리쳤다. "카이토, 여기에 있나?"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땅 한 조각이 안쪽으로 떨어져내려 있었고, 방랑자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채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안쪽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았지만 동료들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직 멀리 있는 미란 땅 위의 잔해들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들은 가고 없었다.
그녀는 공허한 우주에서 너무 늦게 돌아와 그들을 놓친 것이었다.
"경고했어야 하는데," 그녀가 신음했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어디로 걸어들어가고 있는 지를 전혀 몰라. 이 일을 그렇게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순진했어."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가 이 차원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짧을 터였다. 그들은 다시 보게 될 때 다시 볼 수 있을 터였다. 그때까지,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출발을 기다리며 그들의 안전을 바라는 것이 전부였다.
충분하지 않을 터였다. 충분해야만 했다.
그것이 그녀가 가진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