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은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뉴 피렉시아의 심장부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둘러싸인 벽들은 너무 빠르게 지나쳐가 자세히 볼 수 없었기에, 변형된 차원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와 끔찍한 경이로움을 감춰 주었다.

엘스페스는 단 한 번 덜컹거리기만 해도 그녀가 튕겨나가 이 적대적이고 숨막히는 어둠 속 깊은 곳에 홀로 남겨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카트에 매달렸다.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이 미란들 대신 다른 플레인즈워커들과 함께 카트를 타고 있었기를 바랬다. 그녀의 주의를 분산시켜줄 수 있는 누군가와. 대신, 하강과 어둠, 그리고 조종 장치를 그녀만큼이나 꽉 붙잡고 있는 엘프들만이 그녀와 함께 있었다.

그들의 출발과 그녀가 추락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대화할 시간이 조금 있었고, 두 조종사들은 그들이 잠재적인 구원자일지도 모른다고 들어 왔던 사람에게 이 속이 비워내진 차원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해 주었다. 오, 그녀가 얼마나 그 칭호를 얻고 싶어했던지! 그들은 엘스페스가 그들을 낯설어했던 것만큼이나 엘스페스를 낯설어했다. 그녀는 그 낯섬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사람들은 당신이 실패하는 것을 본 적이 없을 때 당신을 영웅으로 보기가 더 쉬워진다.

그녀는 이미 미로딘을 한 번 잃었던 적이 있었고, 이 부서진 장소는 그 실수에 대한 그녀의 벌이자 보상이었다. 그녀는 다차원이 똑같은 운명을 겪게 할 수 없었다. 만약 해야만 한다면, 그녀는 그것을 막기 위해 죽기까지 불사할 작정이었다.

"저희는 사냥꾼 미로와 수술실을 우회할 겁니다," 그들이 말했다. "감사하세요. 절대로 볼 필요가 없는 것들을 보지 않게 해 드리는 거니까."

"사냥꾼 미로. . . ?"

"당신은 탱글이라고 기억할 수도 있겠네요. 보린클렉스는 거대한 변화 동안 그곳의 최악을 표면 아래로 운반해서 그것을 그의 새로운 제국의 씨앗으로 사용했어요." 대답한 사람은 거의 그 일을 슬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아마도 탱글에서 태어났을 터였다; 그는 아마도 그곳을 자유롭고 활력 있으며 아름다웠던 곳으로 기억하고, 다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의 추락은 그 직후에 시작되었고, 조종사들은 그녀가 볼 필요가 없는 풍경에 대한 설명을 계속하기에는 너무 바빠졌다. 엘스페스는 밀려드는 바람에 눈을 감고—어차피, 카트의 중앙 조종 장치에서 빛나는 희미한 금속 빛 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뉴 피렉시아의 어둠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고, 틈새의 중력 마법조차 그들의 하강을 부드럽게 해 주지 않았다—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이내, 조금씩, 그들은 수평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고, 거의 즉시 그러지 않았기를 바랬다.

하늘은 그 자체로 끝없이 휘몰아치며 변화를 계속하는 병들어 있는 구름의 바다였는데, 어째서인지 공중에 떠 있음에도 안에서 바깥으로 썩어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사령용액이라고 인식한 빛나는 녹색 액체의 웅덩이들이 섬뜩한 녹색 빛을 발하며 풍경을 뒤덮고 있었다. 피렉시아 이전에도 그것은 치명적이었고, 부주의한 자를 언데드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이제 그것은 그렇게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피렉시아화를 유발할 수도 있었으며, 그녀는 어느 쪽 선택지도 원하지 않았다.

엘스페르는 그녀의 손을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사령용액의 빛이 그녀가 썩어가고 있는 것처럼 창백하게 보이게 했다. 그녀와 동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창백한 안색이 그녀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이 장소에 관한 한, 그들은 이미 죽은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썩고 있지요," 운전사들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는 줄의 끝까지 카트를 운전해 가는 데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연기를 들이마시면서 너무 오래 있으면, 당신도 썩게 될 겁니다."

"수술실만큼 나쁘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이 수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곳에서는, 분수들 중 하나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물보라를 조금 들이마신 것 만으로도 피렉시아화가 시작될 수 있죠. 연기는 당신을 변하게 하기 전에 당신을 죽일 거에요."

엘스페스는 움켜쥐고 있던 막대기에서 손가락을 풀고 일어나, 경련을 일으키는 손을 털었다. "끔찍하군요," 그녀가 말했다.

"그게 뉴 피렉시아죠," 첫 번째 조종사가 말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은 죽이고, 그런 다음 폐허를 그들만의 이미지로 바꿉니다."

그들은 여전히 속도를 늦추고 있었고, 이제는 거의 멈춰서고 있었다. 다른 카트들은 그리 멀리 앞서 있지 않았고, 그곳의 승객들은 각자 장비를 모으거나 내리는 다양한 단계에 있었다. 코쓰의 철거 팀은 긴 금속 막대기로 사령용액 웅덩이 사이에 있는 검게 그을린 땅을 시험해 보면서, 이 악몽 사이를 지나갈 수 있는 안전한 길에 최대한 가까운 것을 정찰하고 있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페어 바실리카로 바로 갈 수 있는 터널이 있어," 코쓰는 엄숙하지만 음울하지는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엘스페스는 그가 이 시점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면 절대로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듣기에는 아주 쉬운 것처럼 말하네," 나히리가 카트에서 뛰어내리면서 발뒤꿈치로 땅에 쿵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녀가 사령용액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지만, 그녀는 금속과 돌의 언어를 구사했다; 구체는 아마도 지금 이 순간에조차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비밀을 말해 주고 있을 터였다. 망설임 없이 코쓰에게 걸어나가고 있는 나히리를 걱정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

"맞아," 코쓰가 말했다. "우리가 가장 직접적인 경로를 택하면, 트리식의 병력 대부분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몰라. 피할 수 없다면, 그들은 가능한 당신을 생포하려고 할 거야. 그는 자신의 구축함을 건조하는 동굴을 만들고 있고, 강력한 마도사는 최고의 건축 재료지."

나히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하반신을 보랏빛 반투명한 상태로 페이징함으로써 사령용액을 피하는 문제를 해결한 카야가 코웃음을 쳤다. "그래 그래, 우리는 어딜 가든 최고의 목표로군."

"적어도 혼돈이 우리에게 약간의 은폐를 제공해 주겠지." 플레인즈워커들의 멍한 표정을 맞이한 코쓰는 짧게 끔찍한 미소를 지었다. "일곱 호족이 찌꺼기 채취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그들은 결코 연합한 적이 없어. 넷은 우라브라스크와 한 편이지. 록시스, 게스, 브란, 그리고 시올드레드는 노른의 피렉시아에 대항하는 반란군에게 자신들의 병력을 빌려주고 있어. 나머지 셋은 영토를 차지한 채로 배신을 감시하면서 정신이 팔려 있을 가능성이 높지. 이건 목표를 성공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야. 하지만 지금 움직여야만 해."

"지금이 우리가 발각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시기라면, 어서 여기서 나가야겠군," 카이토가 그렇게 말하며 카트에서 내려섰다. 타이바르가 그의 바로 뒤를 따랐고, 그의 반짝공허 금속 조각을 동전처럼 돌리면서 카야를 보고 씩 웃었다.

"내 친구는 들키지 않는 것을 좋아하지," 그가 말했다. "감탄할 만한, 이해가 안 되는 욕망이야."

엘스페스는 그녀의 등에 짊어진 짐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과 합류했다. 공격 팀에서 남은 사람들은 그들뿐이었다: 그들이야말로 피렉시아가 가져올 대재앙으로부터 다차원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들은 승리해야만 했다.

"자," 그녀가 가방을 열고 코르크 마개를 단단히 끼운 유리 헤일로 병들이 가죽 밴드에 길게 묶여 있는 줄을 꺼내며 말했다. "이게 대기 중에 있는 사령용액으로부터 우리를 잠시나마 보호해 줄 거야."

그녀는 병을 다른 사람들에게 건넨 다음, 모두가 병을 하나씩 가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이 들고 있던 병의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들이켰다. 언제나처럼, 그 맛은 기운이 넘쳤고 깨끗했으며, 너무 지나치지 않은 감귤류의 밝고 달콤한 맛이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닦고 주의를 둘러보면서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하는 것을 보았다.

제이스는 자신의 헤일로를 끝까지 들이킨 뒤 날카롭게 숨을 들이마셨고, 손가락에서 병을 떨어뜨리면서 이내 그의 뒤에 있는 카트 위로 쓰러졌다. 카야가 달려가 웅크리고 앉아 그의 맥박을 더듬는 동안 그의 주변에 있던 미란들은 당황해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맥박이 마구 요동치고 있어," 그녀가 말했다. "엘스페스, 뭘 거야?"

"아무 것도 안 했어—사령용액이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는 걸 막고 있던 게 아닌 한은 말이야." 엘스페스는 재빠르게 카야의 곁으로 다가갔다. 제이스는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심하게 몸부림을 치지는 않았지만 그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제가 봐 볼게요."

멜리라가 바짝 다가왔지만 제이스를 보자 걸음을 멈췄다. "이건 피렉시아화가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전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

"헤일로는 사람들을 해칠 수 없어," 엘스페스가 황급히 말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제이스를 만졌다가, 얼굴을 찡그리며 얼어붙었다. "그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어. 너무나도 큰 고통이야. 마치 온 몸이 불타고 있는 것 같은. 우리가 더 높은 곳에 있었을 때 그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했다면 내가 그때 알아차렸을 거야. 이건 새로운 일이야. 이건 여기서 그가 쓰러졌을 때 시작됐어. . ."

"저희는 나가야 합니다," 카트 운전사 중 한 명이 코쓰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희는 찌꺼기 채취장에서 여러분들을 내려 주는 데 걸린 시간보다 더 오래 머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미안합니다. 저분의 마법 주스가 있다고 해도, 저희는 여기에서 나가야 해요."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코쓰가 말했다. "당신의 친구를 다른 사람들과 다시 올려 보내든가 아니면 그를 들고 옮기든가, 우리도 움직여야 해."

"내가 옮길 수 있네," 타이바르가 말했다. "계획을 실행하려면 그가 필요해."

"하지만 그가 성배를 조작하는 방법을 아는 유일한 사람인 건 아니지." 나히리는 카야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도 훈련을 받았어. 둘 다 할 수 있지."

"나는 예비 수단이야,' 카야가 말했다. "그가 무력화되었을 때에만 내가 맡기로 되어 있었어."

"내가보기엔 지금이 꽤 무력화된 것처럼 보이는데," 나히리가 말했다.

제이스가 숨을 헉 들이쉬며 일어나 앉았고, 그 동작이 카야를 옆으로 넘어뜨리는 것과 함께 푸른 기운을 띤 백색 빛이 그의 주변에서 빠직거렸다. 그는 아무 것도 쳐다보지 않고 마구 몸을 비틀더니, 검게 그을린 풍경을 가로질러 떠나기로 결심한 듯이, 벌떡 일어나 카트에서 뛰어내렸다.

타이바르는 그가 사령용액 웅덩이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그의 팔을 붙잡아 그를 홱 잡아당겨 멈춰세웠다. "놀라게 해 주는군, 친구," 그가 말했다. "무슨 일이지?"

제이스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지만, 완전히 그를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헤일로가 내 머리를 맑게 해 주었고, 나는. . .그녀가 고통받고 있어," 그가 말했다. "그녀는 내게 자신에게 오라고 부르고 있어. 나는 그녀를 도와야만 해. 나는 지금 당장 그녀를 도와야만 해! 날 보내 줘!"

타이바르는 얼굴을 찡그리며 제이스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 '그녀'가 누구지?"

"브라스카," 제이스가 말했고, 그 이름은 마치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고, 그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었던 말이었던 것처럼 그에게서 끌려나오는 것처럼 들렸다. "그녀는 여기까지 왔고, 그녀는 혼자이며 겁에 질려 있어. 나는—나는 그녀의 고통을 어디에서든 들을 수 있어."

카트 조종사들은 출발 허가를 받기 위해 코스를 쳐다보면서 조종 장치로 돌아갔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펌프를 작동시키기 시작했고, 간단한 기계들이 그들을 사령용액의 녹색 광채로부터 그들을 어둠 속으로 몰아내기 시작했다. 제이스는 다시 한 번 타이바르로부터 멀어지려고 시도했다.

"날 보내 줘야 해," 그가 말했다. "그녀에게 가야 해. 그녀에겐 내가 필요하고, 우리가 그녀를 돕지 않으면 그녀는 살아남을 수 없을 거야."

"우리에게는 임무가 있다—" 코쓰가 말을 꺼냈다.

제이스가 고개를 홱 돌렸고, 처음으로 시선이 집중되는 것처럼 보였다. "브라스카에게 내가 필요해," 그는 으르렁거리더니,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심호흡을 했다. "당신들은 내가 없어도 전진할 수 있어. 난 그녀를 도울 거고, 그런 다음 함께 당신들을 따라잡을게. 제발."

"분열된 힘은 힘이 아니야," 타이바르가 말했다.

제이스는 논리에 호소하는 그의 시도가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번에는 더 거세게 타이바르로부터 몸을 비틀어 그에게서 벗어났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검게 그을린 불모지를 가로질러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건 경솔한 짓이야," 코쓰가 중얼거렸다.

"그는 그녀를 사랑해," 엘스페스가 말했다. "그에게는 다른 어떤 것도 들리지 않을 거야."

"그를 보낼 수는 없어," 나히리가 말했다. 카야와 카이토가 그녀를 향해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성배를 가지고 있어. 그걸 잃게 되면, 우린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거야. 오지 않는 편이 나았을 수도 있겠지. 고향에 머무르면서 각자의 차원에 대해 걱정을 하고 미로딘에 남은 건 불타게 놔뒀을 수도 있었어. 일행은 찌꺼기 채취장의 구덩이를 통과하는 안전한 길을 버리고 제이스의 뒤를 쫓았다. 계획은 아직 잊혀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손 안에서 무너져내리고 있었고, 그들이 그것을 빠르게 정상적인 궤도로 돌려놓을 방법을 찾지 못하게 된다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게 될 터였다.

그들은 플레인즈워커와 미란들로 구성된 무리를 이뤄 제이스를 뒤따라갔다.

"이건 끔찍한 생각이야," 카이토가 중얼거렸다. "난 끔찍한 생각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것들은 보통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죽게 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제이스에게는 특별한 나쁜 생각이 있는 것 같네."

그럼에도,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걸었고, 그들 중 누구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 황량하고 사령용액이 여기저기에 얼룩져 있는 풍경 속에 있는 것이 그들뿐인 것처럼 보였다. 이내 전쟁 중인 형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붉은 힘줄과 노출된 뼈를 뒤덮은 검게 그을린 금속 껍질, 몸에 있는 모든 표면에서 튀어나온 팔다리, 강력한 외골격을 쪼개기 위해 설계된 거칠게 깎은 칼 같은 무기들이 보였다. 몇몇은 플레인즈워커들과 비슷한 크기로 작았지만, 다른 것들은 그것들보다 훨씬 큰, 금속과 내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거상들이었다.

찌꺼기 채취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그들의 대부분은 껍질이 부식성 환경에 노출되어 검게 변하고 부풀어올라 있었으며, 다른 것들은 붉게 과열된 금속 형태로 빛을 내며 진격하면서 적들과 싸웠다. 우라브라스크의 반란이 잘 진행되고 있었다.

피렉시아의 군대는 엘스페스의 뱃속을 뒤집어 놓았다. 그녀는 미로딘을 위한 전쟁에서 함께 싸웠던 모양들을, 비리디언 엘프의 팔과 록소돈의 강력한 가슴을 알아보았다. 그들이 취한 형태의 다른 요소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어서, 그들을 더욱 불안해 보이게 만들었다. 그녀가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안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녀는 그것을 기이하고 낯설게 만드는 다른 것을 발견하곤 했다. 너무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아팠다.

잠시 동안, 피렉시아인들은 금속 풍경 속에서 무거운 발을 휘저어 가며 사령용액 웅덩이를 철벅거리면서 서로와 벌이는 전투에 몰두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엘스페스는 싸움 중 하나가 가까운 거리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머리를 홱 돌려 제이스를 쳐다보았다.

"우리를 저것들로부터 가려 주고 있는 거구나," 그녀가 말했다.

"저것들이 우리를 볼 때, 저것들은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거야," 그가 말했다. "가리는 게 아니야. 저것들의 환경을 완전하게 바꾸는 거지."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게 브라스카에게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야. 그녀는 너무나도 겁에 질려 있고, 혼자 있는 상태야."

주변에 있는 것들만큼이나 부패하고 검게 그을린 거대하고 끔찍한 구조물이 썩어 가는 안개의 구름 위로 비죽 솟아올라와 있었고, 그것은 너무나도 커서 어떤 생물의 것도 아니었을 것만 같은 흉측한 "날개들"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다. 카야는 나즈막이 혐오감에 찬 소리를 내뱉었다. 코스는 좀더 크게 경멸 섞인 소리를 냈다. 카이토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시올드레드의 콜로세움이야," 코쓰가 말했다. "그녀는 그녀의 즐거움을 위해 그곳에서 그것들이 싸우게 만들지."

"'그것들'?" 카이토가 멍하니 물었다.

"피렉시아인들. 용사든 그녀를 불쾌하게 한 사람들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들어가서 대부분은 다시 나오지 않지. 때로는 그녀가 우리 같은 사람들도 그곳으로 데려가. 그들이 생포되어 피렉시아의 '선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엔 말이지." 코쓰는 더욱 역겹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살아서 변하지 않은 채로 콜로세움을 떠나는 자는 없어. 나는 도망쳤지. 거의. 내 일부는 내가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싸울 거야."

"브라스카," 제이스는 그렇게 말한 뒤 다시 뛰기 시작했고, 나히리와 카야가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나히리는 성배를, 카야는 나히리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의 환영이 그와 함께 이동한다면, 뉴 피렉시아의 군대가 곧 우리를 보게 될 거야," 타이바르가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긴장한 것 같았다. 무언의 동의 하에, 그와 다른 사람들은 제이스를 뒤쫓았다. 콜로세음의 관문들은 빗장이 걸려 있지 않았고, 너무나도 좁았기에 그들은 한 줄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제이스가 첫 번째로 통과했고, 나히리와 카야가 바로 뒤따랐다.

다른 사람들이 채 들어가기도 전에, 그들은 나히리가 욕을 하는 소리와 암석술사가 전쟁을 준비하면서 땅으로부터 금속이 떨어져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걸음을 재촉했고, 이동하면서 무기를 꺼냈다.

카이토는 엘스페스가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우린 이럴 수 없어," 그가 말했다. "제이스는 우리의 친구지만, 이건 어리석은 짓이야. 우리는 성배를 확보해서 계속 움직여야 해."

엘스페스는 가능한 한 냉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우리 자신조차 구할 수 없다면, 싸우는 것에 어떤 가치가 있지?" 그녀가 물었다.

그는 분한 표정으로 손을 놓았다.

엘스페스는 다시 입구 쪽으로 돌아선 뒤 시올드레드의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넓고 움푹 패인 그릇 같은 형태였고, 그 주변을 높게 둘러싸고 있는 등받이가 없는 좌석들은 조심하지 않으면 열성적인 관중들이 굴러 떨어질 것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가팔랐다. 새까만 금속 바닥은 움푹한 그릇의 중심부를 뒤덮고 있었고, 그 중앙과 가장자리 주변에는 거품이 일고 있는 사령용액 웅덩이가 보였다. 그것은 공포의 구덩이였다.

그리고 그릇 안에는 십수 개의 끔찍한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브라스카가 서 있었다. 그 고르곤은 한 손으로 그녀의 복부를 움켜쥐고 있었고, 내장의 중요한 부분들을 붙잡고 있는 손가락 사이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 위에 있는 뱀 같은 촉수들은 축 늘어져 있었고,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피렉시아인들은 석화된 동료들의 시체를 밟아 가며 그녀를 향해 거리를 좁혀 갔다.

땅에 있는 시체들이 그들만의 것은 아니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기 전에 십여 명의 미란들이 학살되었다. 엘스페스는 그들을 보면서 적어도 그들이 완성되지는 않고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죽음은 깨끗하고 빨랐다.

제이스는 자신을 보호해 줄 환영을 믿고 곧장 브라스카로 향하고 있었다. 피렉시아인들은 여전히 그를 보지 못했지만, 그것 또한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터였다. 전장을 유령처럼 지나가는 것만도 힘든 일이었다. 포식자와 먹이감 사이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엘스페스가 검을 빼들자 카이토도 검을 치켜들었다. 타이바르는 허리띠에서 검은 금속 육각형을 꺼내 손가락 사이에서 돌렸고, 그가 그것의 본질을 자신에게 빌려오자 그의 피부가 새롭게 구성되며 잔물결을 일으켰다.

코쓰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하자는 거로군," 그는 그렇게 말한 뒤, 음산하게 소리쳤다, "미로딘을 위해!" 그는 달려나갔고, 돌갑옷을 활성화하자 그것이 하얀 빛을 내며 뜨거워졌다. 그는 달려가면서 쓰러진 사람들 중 한 명이 떨어뜨린 창을 움켜잡았고, 열기가 무기의 금속 축을 따라 퍼져나가면서, 끝내는 과열된 막대기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의 바로 뒤를 쫓아가고 있었다. 나히리의 칼날은 그녀의 주변 허공을 소용돌이치면서 죽음의 노래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회전을 마치기도 전에 남아 있는 피렉시아인들 중 둘을 베어 버렸다. 카야도 앞으로 나아가려 했고, 그때 나히리가 눈빛을 불태우며 그녀에게 몸을 돌렸다.

"안돼," 그녀가 딱 잘라 말했다. "그 바보가 자살을 하고 싶은 거면, 우리는 너를 의지해야 해. 너희들 중 하나가 없으면, 우린 끝장이야. 넌 뒤에 남아 있어."

카야는 전에는 나히리를 두려워했던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고, 피부가 움츠러드는 것을, 갑자기 공포가 그녀에게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 다른 사람들이 피렉시아인들과 교전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피렉시아인들은 다른 플레인즈워커들에게 주의가 분산되어 브라스카로부터 시선이 멀어졌지만, 외골수처럼 고르곤을 향해 가고 있는 제이스는 여전히 보지 못했다. 카이토는 갑옷을 두른 생물들 중 하나의 공격을 막기 위해 칼을 치켜올렸고, 히모토는 경고음을 울렸으며, 그 충격으로 인해 비틀거렸다. 타이바르가 갑자기 그곳에 나타나, 카이토와 그 생물이 또다시 휘두르는 검 사이로 몸을 밀어넣은 뒤, 그의 금속 장갑을 두른 등에 칼이 내려쳐지자 끙 하는 소리를 냈다.

그 공격은 표면에 거의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그는 야성적으로 씩 웃으면서 그 짐승에게 무기를 휘둘렀다. 그의 뒤에서는 카이토가 고개를 까딱거렸다. 공격으로 인해 타이바르의 변형된 피부 위에 남아 있던 번들거리는 피렉시아 기름의 막이 벗겨진 뒤 공처럼 뭉쳐져, 타이바르의 머리 위 공중에 떠올랐다.

코쓰는 공격을 이리저리 피해 가면서 과열된 주먹으로 피렉시아인들의 갑옷의 틈, 관절, 노출된 부위들을 노렸다. 피렉시아인들 중 하나—열두 개 이상의 작은 인간형 시체를 하나로 용접해 만든, 금속성 바닷가재처럼 보이는 끔찍한 형체—가 포효하면서 반쯤은 갑각류의 것 같은 발톱으로 그를 잔인하게 찌르려 했다. 코쓰는 그것의 발톱 끝부분이 자신의 갑옷에 닿기 전에 그것을 붙잡아, 자신으로부터 그것을 떼어놓으려고 애를 썼다.

엘스페스가 내려친 칼이 발톱을 산산조각냈고, 그 일격에서는 휘황찬란한 황금빛이 번쩍였다. 그녀가 계속 검을 휘둘러 그 짐승의 목을 베자, 코쓰는 그녀를 보며 씩 웃었다. 그 후 그는 몸을 돌려 그 다음 전투원에게 발톱을 던져, 그것을 목구멍에 박아넣었다. 전투원은 거의 웃길 정도로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눈을 한 번 깜빡이더니, 생기를 잃고 곧장 쓰러져 축 늘어졌다.

카이토가 만들어낸 기름덩어리가 갑자기 빨라지면서, 가장 가까운 피렉시아인의 눈에 적중했다. 그 큰 형체는 순간적으로 눈이 멀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그것은 타이바르가 그것을 공격해 쓰러뜨리기에는 충분한 빈틈이었다. 그는 쓰러지는 시체를 발로 차면서 카이토를 향해 돌아섰다.

"잘 겨냥했군!"

"편법을 좀 썼지," 카이토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 와중에, 나히리가 끝없는 파괴를 가져오는 휘몰아치는 금속의 구름과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남은 피렉시아인들은 그녀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하물며 모여 있는 플레인즈워커들의 힘에는 더욱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그녀의 칼들이 그녀의 주변에 있는 공중에 멈춰서자 마지막 피렉시아인들이 쓰러졌고, 제이스는 마침내 브라스카에게 도달했지만 그녀는 한 발 뒤로 물러나 그에게서 멀어지면서 자유로운 손을 쳐들어 그에게 경고를 했다.

그는 피렉시아로부터 몸을 숨기려는 노력에 의해 아직도 희미한 푸른색으로 빛을 발하는 눈과 함께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멈춰서서 그녀를 응시했다. "브라스카?" 그는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목소리에서 숨기려 하지도 않은 채로 말했다. "브라스카, 우리는 엘스페스와 함께 있어. 우리에겐 헤일로가 있어. 우리에겐 멜리라가 있어. 그녀는 피렉시아화를 고칠 수 있어. 우리는 네 상처를 치료할 수 있어. 그건 네 생각만큼 나쁘지 않아.. . ."

"아니야," 브라스카가 말했고, 평상시라면 한결같았을 목소리는 속이 텅 빈 것처럼 들렸다. "아니야, 제이스, 안돼. 너를 여기로 불러내서 너무 미안해. 그럴려던 건 아니었어. 우리는 연결되어 있었고, 너는—너는 그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어."

제이스는 눈을 깜빡이면서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뭐라고? 아니야. 나를 부른 게 옳은 일이었어. 넌 이제 안전해, 안전하다고. 우리가 널 구했어—"

"아니야!" 브라스카가 잃어버렸던 힘이 단 하나의 강력한 단어로 돌아왔다. 그녀는 몸을 비틀거리더니, 축 쳐져서 그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어째서인지 원래 모습보다 작은 것처럼, 어째서인지. .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넌 날 구하지 않았어, 제이스. 그럴 수 없어. 넌 너무 늦었어. 그건 이미 내 안에 있어. 피렉시아는 나조차도 물리칠 수 없는 독이야. 너무 늦었어."

제이스는 공포에 질려 그녀를 응시했다. 멜리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에서도 느껴져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가 여전히 이 정도라는 사실은. . .그녀가 산도 움직일 수 있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게 분명하죠. 너무 심하게 다치지만 않았어도, 아마도요,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 . ."

나히리가 없으로 걸어나왔고, 칼날들이 그 뒤를 따랐다. "우린 네게 깨끗한 탈출구를 줄 수 있어," 그녀는 어떤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네가 너인 채로 죽게 해 줄 수 있어."

"그녀를 건드리면 내가 널 죽이겠어," 제이스가 으르렁대면서 브라스카에서 시선을 돌려 나히리를 노려보았다.

나히리는 멈춰서서 냉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제이스는 다시 브라스카에게 돌아섰다.

"제발," 그가 말했다. "최소한 시도는 할 수 있잖아. 우린. . .우린 뭔가 해 봐야 해."

"넌 도망쳐야 해," 브라스카가 말했다. "당신들 모두. 지금 바로 도망쳐, 아직은 이 일이 우리가 의도한 대로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우린 손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손실이 생길 것을 알고 있었어. 도망쳐. 도망쳐, 제이스 벨레렌, 그리고 뒤돌아보지 마. 제발. 사랑해. 내가 널 사랑하는 게 널 파괴하게 하지 마. 가. 다차원을 구하고, 살아남아. 그게 날 행복하게 해 주는 거야."

"난 널 떠나지 않을 거야," 제이스가 말했다.

"우리들 나머지는 그렇게 할 거야." 카이토가 말했다. "제이스, 넌 원한다면 브라스카와 함께 있어도 돼. 네 선택은 네 스스로 내리는 거니까. 하지만 성배를 가지고 그렇게 할 수는 없어."

나히리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의 칼이 앞으로 쏜살같이 날아가, 제이스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가방 끈을 잘라냈고, 카야는 그것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것을 낚아채 가슴에 끌어안고 뒤로 물러났다.

"그냥 그녀를 포기하려는 거야?" 제이스는 절망적으로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가 몇 년 동안이나 알고 지내며 함께 싸웠던 사람들을, 그가 거의 알지 못하던 사람들을. "엘스페스, 넌 희망의 봉화가 되기 위해서 온 거잖아—"

"모두를 위해 말이지," 엘스페스가 말했다. "피렉시아는 사람들을 놓아 주지 않아."

"제이스, 부탁이야," 브라스카가 말했다. "난 이제 끝이야. 날 놓아 줘." 그녀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잠시 말을 멈췄다. "내가 혼자서 죽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네.'

"넌 혼자서 죽지 않아," 제이스가 그녀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넌 죽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렇게 되고 있지," 브라스카가 말했다.

둘은 다른 플레인즈워커들이 그들을 뒤로 하고 카야가 성배를 붙든 채로 콜로세움에서 도망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세계 속에 빠져 있었다.

이내 제이스가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고, 이번에는 브라스카가 물러나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피 묻은 손을 붙잡았을 때에도 가만히 있었다.

"눈을 감아," 그가 말했다.

브라스카는 그대로 했다.


일행은 브라스카와 제이스를 뒤로 한 채로, 꽉 막힌 통로를 한 줄로 통과해 가면서 콜로세음 바깥의 검게 그을리고 썩어가는 풍경으로 빠져나왔다.

그들은 전쟁의 한가운데로 곧장 걸어들어갔다.

콜로세움 안에서의 싸움은 결코 조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연히 들리게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서로 죽이면서 비명과 고함 소리를 내질렀다. 제이스는 여전히 안에 있었기에, 그들을 전장에 있는 전투원들로부터 숨겨 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전투원들 대부분은 더이상 흩어져 있지 않고 콜로세움 밖에 모여들어 있는 상태였다. 그것들은 다리가 여러 개 덜린 인간 크기의 생물에서부터 힘줄과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자동기계에 이르기까지, 순서대로 늘어서 있었다.

삽화: Lie Setiawan

플레인즈워커들과 미란들은 이를 응시했다. 그들은 브라스카를 구하기 위한 싸움에서 너무 많은 힘을 소진했다. 타이바르의 금속 껍질 사이로 피부 조각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나히리의 주변을 도는 칼들은 조금 더 천천히 소용돌이쳤다.

이제는 돌아간다고 해도 막다른 골목에 처하게 될 뿐이었다. 전장을 쓸어 버리지 않고는 전진할 수도 없었다.

엘스페스는 자신들로써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으려 코쓰에게 손을 뻗어 그의 손가락을 세게 움켜쥐었다. 이곳에서 실패할 지도 모르고, 이곳에서 쓰러질 지도 모르지만, 시도는 해 본 것이었다.

"미로딘을 위해?" 그녀는 싸움을 받아들이는 듯이 물었다.

덩치 큰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로딘을 위해!" 그가 고함을 치자, 모두가 앞으로 달려나갔고, 마지막까지 싸울 작정인 그들은 마치 바위에 부서질 운명을 가진 파도와도 같았다.


"이제 눈을 떠도 돼," 제이스가 말했다.

브라스카는 눈을 깜빡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콜로세움은 사라져 있었고, 햇빛에 흠뻑 젖은 라브니카의 거리로 바뀌어 있었으며, 그들 위의 하늘은 드물게 구름 한 점 없는 완벽한 날씨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서 제이스를 힐끗 돌아보고는 다시 눈을 깜빡였다. 전투의 징조와 전투 준비의 징조가 모두 함께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는 머리카락을 단정히 빗어넘기고 오후의 산책을 위한 옷을 입고서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피렉시아에게서 너를 구할 수 없을 지는 몰라도, 우선 너와 하루를 더 보낼 수는 있지," 그가 말했다. "이렇게 하게 해 줘."

"제이스," 그녀가 말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가까이 끌어당기자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모든 것이 훌륭했고, 아무 것도 문제가 없었다.

그녀는 이 환상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거의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척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라브니카의 거리를 배회하면서 길드 홀과 박물관들을 방문했고, 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면서 다차원이 그들에게 조금 더 친절했다면 가졌을 수도 있었던 미래에 대한 그의 꿈 속을 만끽했다.

그녀는 그녀의 완벽한 세계—그들의 완벽한 세계—의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고마워,' 그녀가 속삭였다. "아주 멋져."

"사랑해," 그가 말했다.

브라스카는 얼굴을 찡그렸다. "이제는 가야 할 때야. 그렇지 않으면, 피렉시아아가 내 정신에 닿았을 때 널 해치게 될까 두려워. 제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생각해서, 날 위해 그렇게 해 줘."

"아니, 난 널 떠나지 않을 거야. 적어도 여기서만큼은 네 정신을 구할 수 있어. 우리는 피렉시아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함께 지낼 수 있어—" 그들 위에 있는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 제이스," 그녀가 그의 이름을 말할 때쯤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한숨이 되어 있었다. "나쁘게 생각하진 마. 넌 언제나 답을 찾아내는 영웅이 되려고 하지만, 가끔은 답이 없을 때도 있어. 네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 ."

만일 엘프와 카야가 표면에서 더 빨리 내려왔다면—그가 그들을 기다려 주지 않기로 선택했다면—미란 야영지에서 나히리가 그를 논쟁에 끌어들이게 놔두지 않았다면.

만일.

"너무 늦지 않았어,"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래." 그녀는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건 네 안에도 있어. 넌 이미 패배했어."

"뭐라고?"

"찌꺼기 채취장에서, 감염을 퍼뜨리는 기름은 사령용액 웅덩이 위의 공기에 머금어져 있어. 도망쳤어야 해, 내 용감한 바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너도 나만큼이나 운이 다했어."

"난 네게 오기 전에 헤일로를 마셨어. 내겐 시간이 있어. 우리에겐 시간이 있어."

제이스는 한숨을 내쉬며 가까이 다가왔다. 브라스카는 몸을 숙여 그를 맞이했고, 그들의 입술이 포개졌다. 그것은 종말의 그림자 위로 겹쳐진 그들의 마지막 키스였다.

그가 그녀의 입술에서 거짓의 맛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얼음처럼 타오르는 무언가가 그의 오른손을 찔렀고, 그가 그토록 공들여 만들어낸 환상은 그들의 주위에서 산산조각났으며, 그들은 다시 황량한 피렉시아의 하늘 아래 서 있었다. 제이스는 뿌리치려 했다. 브라스카가 여전히 손을 맞잡고 있는 채로 그를 붙잡았으며, 그 어느때보다도 감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피렉시아의 영광을 위해," 그녀가 가르랑댔다.

그녀에게는 전갈의 꼬리처럼 길고 구부러진 꼬리가 자라나 있었고, 그 끝에는 가시가 돋아 있었다. 그것이 그를 공격해 대량의 번들거리는 기름을 주입한 것이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그에게 눈을 번뜩이는 시선을 던지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제이스는 불타는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린 뒤, 몸을 돌려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알고 있는 피렉시아인을 피해 달아났다.

달려가다 타이바르의 금속 쪽에 부딪힌 그의 뒤로 그녀의 웃음소리가 따라왔다. 그 엘프는 입구를 통해 후퇴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와 함께 피렉시아 군의 맹공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브라스카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들은 여기서 죽게 될 터였다. 전부 다.

나히리가 이빨 사이로 쉭 하는 소리를 내며 거대한 짐승에게 칼을 휘둘렀다. "우린 끝났어!" 그녀가 소리쳤다. 그녀의 목에 감긴 붕대는 싸우던 와중에 언젠가 풀리면서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펄럭이고 있었다. 그녀는 뒤로 손을 뻗어 그것을 떼어내, 그녀의 척추 위에 자라나 있는 기이한 뼈 같은 물건을 드러냈다. 그녀는 누가 그것을 보았는지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몸을 돌려 다른 사람들을 마주했다.

"여기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어,"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나아가야만 임무가 진행돼. 그러니 너희들은 나아가. 뭐라도 붙잡고 있어."

그녀는 대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열기를 뿜어내며 춤추게 할 만큼 힘을 끌어모았고, 이내 그녀의 마법이 불타오르는 파도처럼 솟구쳐올랐다. 나히리의 힘은 무궁무진하고 가차없어 보였다. 그녀가 애쓰면서 이 계층의 물질로부터 불러낸 칼들이 힘을 잃고 하나씩 땅으로 떨어져내렸고, 그와 동시에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이 더 밝게 타올랐다. 그녀의 주변을 둘러싼 콜로세움이 그녀의 거침없는 부름을 뿌리치지 못하고 뒤틀리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척추에 있는 뼈 같은 물건의 성장이 퍼져나가고 있었고, 그것은 마치 피렉시아로부터 이만큼의 힘을 뜯어내는 것 자체가 어떤 끔찍한 변화를 재촉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피부가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피가 있어야 할 곳에서 붉게 타오르는 깊은 혈관들을 드러냈다.

그녀는 파괴된 전장 너머에서 제이스와 시선이 마주쳤고, 이제 그녀의 눈은 마치 불이 꺼진 석탄처럼 전체가 검게 변해 있었다. "이걸 헛수고로 만들지 마," 그녀가 말했다. "맡은 일을 끝내."

그녀는 칼을 휘둘렀고,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전설에서 뛰쳐나온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차원을 반으로 가를 수 있었다. 그 후, 거대하고 끔찍한 굉음과 함께 그녀는 정확히 그렇게 했고,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사령용액으로 검게 그을리고 불가능한 빛을 밝게 빛내는 먼지가 대기를 가득 메웠다. 조금씩, 먼지가 걷혔다.

엘스페스는 잔기침을 하며 일어나 앉았고, 상반신을 누르고 있는 커다란 파편을 밀어낸 후, 황급히 일어나 다른 사람들을 찾아 정신없이 두리번거렸다. 순백의 땅에 부딪힌 충격이 그녀의 가방을 으스러뜨렸고, 그녀는 소중한 남은 헤일로가 땅 속으로 스며들어 무지개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울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만 했다.

지금까지 그것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들은 지고 있었다. 그들은 여기서 죽게 될 터였다—운이 좋다면 말이다. 운이 나쁘다면, 그들은 피렉시아의 무기고에 들어가는 끔찍한 새로운 도구가 되어, 여러 차원에 파괴를 초래하게 될 터였다.

아니, 그녀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고, 코쓰가 잔해 속에서 몸을 일으켜세우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그는 입을 약간 벌린 채로 위쪽을 쳐다보았다. "훌륭한 바보같으니라고," 그가 숨을 내쉬었다.

"뭐?" 엘스페스가 물었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봐."

그녀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은빛 하늘에 누군가 박살을 낸 것처럼 어둡고 들쭉날쭉한 거대한 구멍이 나 있었다.

"그녀가 콜로세움 전체를 페어 바실리카에 떨어뜨렸어," 그가 말했다. "믿을 수가 없군."

다른 사람들은 잔해 속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었으며, 타이바르는 카이토가 일어서는 것을 도왔고 카야는 제이스를 부축했다. 엘스페스는 성배가 들어 있는 가방이 그녀의 가방보다 더 잘 기능한 것을 보고 안심했다; 그것은 여전히 확연하게 멀쩡했다.

나히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위에서, 피렉시아인들이 구멍으로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거의 즉시 서로를 상대로 전투에 참여했다. 그것들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고, 대학살을 유리하게 해 줄 중력을 무시한 채로 하늘의 은빛 표면에 매달려 있었다. 더 많은 피렉시아인들이 벽을 가득 메웠고, 이번에는 페어 바실리카의 거주자임을 표시하는 빛나는 은색과 흰색 껍질을 두르고 있었다.

엘스페스가 고개를 돌리고 숨을 헉 들이마셨다. 다른 사람들도 그녀의 시선을 뒤따랐다. 그곳에는 날개를 넓게 펼친 아트락사가 인공적인 지평선을 배경으로 밝게 빛을 내면서, 그녀의 주인의 영역을 침범한 검게 그을린 침입자들과 싸우고 있었다.

"움직여야만 해," 코쓰가 말했다. "엘레쉬 노른의 군대는 이 전투로 인해 한동안 혼란에 빠지겠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내게도 그런 시간이 없어," 제이스가 말했다. 그는 브라스카의 독에 의해 물집이 잡히고 화상을 입은, 피부가 갈라져 피와는 상관없는 매끄러운 밝은 빛으로 번쩍거리는 조직을 드러낸 팔을 들어올렸다. "내 몸 안에 있는 헤일로가 속도를 늦춰 주겠지만, 멈춰 주지는 않을 거야."

"멜리라," 엘스페스가 말했다.

작은 미란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움직이지 못하게 될 거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를 다시 표층으로 끌어올리지 못할 거에요," 그녀가 말했다. "여기서는 할 수 없어요."

제이스는 전혀 놀라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카야, 성배를 다시 돌려줘. 나는 현재 상태로는 살아남지 못할 테고, 그렇다면 폭발을 시작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

"그 말이 먹혀들 거라고 생각한다면,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간 거야," 카야는 가방을 보호하겠다는 듯이 움켜쥐면서 말했다.

"논쟁은 걸어가는 동안 할 수 있지," 코쓰가 말했다. "우리는 제단 가까이에 있어. 너희들의 암석술사 친구가 우리를 목표 가까이에 데려다 주었고, 우리는 그녀의 희생을 헛된 것으로 만들 수 없어."

"나히리가 나를 구해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는군," 제이스가 말했다. 그는 자신의 팔을 힐끗 쳐다보면서 입을 비틀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들은 돌무더기가 가득 쌓인 길을 가로질러 노른의 제단이 우뚝 솟은 모양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이스는 카야에게 계속 속삭이면서 가방을 건네달라고 설득했고, 마침내 그녀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품에 가방을 밀어넣은 뒤 앞으로 걸어가 몸을 보라색으로 깜박이며 큰 바위 덩어리를 통과했다. 제이스는 기쁘지도 불쾌하지도 않은 표정으로 가방을 허리에 걸쳤다; 브라스카와 자신의 미래를 동시에 잃었다는 사실이 그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부숴 버린 것 같았고, 그의 눈에 담겨 있는 절망은 엘스페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그를 오래 쳐다볼 수 없었다.

그들은 이미 두 사람을 잃었고—제이스를 목록에 포함시킨다면 셋이었다—거기다 헤일로도 전부 잃었다. 그들은 뉴 피렉시아의 심장부에 갇혀 있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확실한 길도 없었다.

그들에게 더이상 잃을 것이 정말로 얼마나 더 남아있겠는가?

페어 바실리카의 불타는 하늘과 아트락사의 타락한 빛 아래에서, 그들은 계속해서 길을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