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스, 카이토, 카야가 씨앗핵 안에 엘레쉬 노른의 성채를 소형화해 재구축한 건물로 더 깊이 다가가는 것과 함께, 그들의 뒤에서 들려오는 전투의 소리가 희미해졌다. 그 공간은 바람이 잘 통하고 끝이 보이지 않았으며, 그것이 여과해 낸 공포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버터 같은, 외설적인 황금색 빛의 축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리 애를 써 보아도 카야는 그 빛의 기원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미로딘이었던 것의 표면 아래로 이렇게 깊숙한 곳에는 태양이나 명백한 광원이 없었지만, 여전히 그들 주변의 복도와 방들이 빛났고, 대기는 보이지 않는 피렉시아 성가대의 불협화음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삽화: Marta Nael

제이스는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의 살과 뼈를 통해 자라나는 전선들이 피부를 뚫고 나오기 시작했고, 마치 섬모인 것처럼 흔들리면서 스스로를 섬세한 고리로 엮어내 그의 팔 주위에 껍질을 형성했다. 그는 다같이 서두르는 와중에 성배가 들어 있는 가방을 몸 반대편으로 옮겨 엉덩이 위에 걸쳤다.

카야는 그가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는 환상을 만들어내지 않고 자신이 어떤 상태까지 다다랐는지를 그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나쁜 징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보면 그는 마치 고양이 같았다; 제이스는 그가 다쳤을 때 아무도 그것을 보기를 바라지 않았고, 손상된 부분을 감춰 완전히 괜찮아 보이게 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부상을 입은 채로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그들 나름대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카이토는 주변 환경과 어깨에 매달린 육각황금으로 도금된 드론 두 곳에 주의력을 나눠 집중한 채로 빠르고 효율적인 걸음걸이로 걸었고, 드론은 불안해 보이는 플레인즈워커를 달래 주기 위한 것이 분명한 듯이 낑낑대는 소리를 내며 그의 뺨을 부볐다. 카야가 전투의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곰돌이 인형이 필요하다는 농담을 했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그녀는 친구를 데려왔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작은 것이라도.

물론, 그녀는 친구들을 데리고 왔었다. 그녀는 타이바르, 브라스카,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왔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수많은 낯선 이들을 죽일 수 있는 폭탄을 터뜨리는 것을 돕기 위해 낯선 사람과 죽은 남자와 함께 적의 영토를 통과하고 있었다. 피렉시아의 위협은 매우 현실적이었고, 그녀가 우려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그럼에도, 가슴에는 희망을 품고 손에는 칼날을 쥔 채로, 싸움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멜리라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얼마나 죽었는지는 헤아릴 수 없었다. 미로딘의 사람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이미 공정하게 되갚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아진 상태였다. 그들은 훨씬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카야는 다차원에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전면적인 결정을 내리는 영광스러운 설계자나 친절한 신 따위가 없다는 것을 의심의 여지 없이 알고 있었다. 그 설계자의 마음 속에 친절함이 조금만이라도 있다면 미로딘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이런 짓을 할 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누군가는 피렉시아 또한 다른 나머지와 마찬가지로 존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기계의 전염은 기껏해야 기생적이고 최악의 경우 포식적이라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었다. 피렉시아를 포함하는 다차원은 그들의 끔찍한 '하나'에 의해 소비되어, 필연적으로 피렉시아가 터였다. 오직 한 가지 버전의 현실만이 이 대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어느 쪽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서 전투 소리가 희미해졌다. 카야는 그들 세 사람만이 남은 것이 아닌가가 무척이나 두려웠다. 차원파괴자—타이바르를 존중해, 그녀는 그것을 세계수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완성되었다. 그들의 친구들은 죽었다. 슬퍼할 시간은 없었고, 그들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기에, 그녀는 앞으로도 그런 시간이 있을 것일지를 확신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곳에서 죽는다면, 그녀를 애도해 줄 사람이 있을 것인가? 그들 중 아무라도?

"난 이곳이 싫어," 카이토가 조화로운 침묵을 깨뜨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카야는 거의 놀란 모습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제이스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계속 앞을 똑바로 바라보았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건 옳지 않아," 카이토가 카야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영혼에 특별히 민감한 건 아니지만, 카미가와의 위대한 나무인 보세이주는 그 주변에 있는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며 존재해. 그것은 카미와 영혼들으로 가득 차 있지. 카미가와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래. 이 장소는. . .영혼들은 다른 모든 것들과 함께 소모되었거나, 그렇지 않으면 끝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을 거야. 그걸 이해하기 위해 민감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맞아," 카야는 인정했다. 카이토가 말한 영혼들은 자연적으로 태어난 불사신이었고, 그녀가 상대해 왔던 종류인 죽음에서 태어난 영혼들과는 달라 보였다. 이 차원이 목도한 만큼의 죽음이라면, 그녀는 이곳의 대기가 유령들로 가득 차 숨쉬기조차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녀는 피렉시아의 어떤 부분도 무균적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는 심지어 먼지조차도 부주의한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소비하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곳의 영혼에 대해 묘사하려 할 때에 떠오르는 단어는 '무균'뿐이었다. 피렉시아는 희생자들을 놓아 주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이 죽고 난 뒤에도.

그들 주변의 홀들은 텅 비어 있었고, 그것은 행운의 한 줄기가 아니라 이 모든 임무가 통째로 변해 버린 거대한 함정의 또다른 탈출할 수 없는 한 조각처럼 느껴졌다. 카야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제이스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아직 성배가 있었다. 아직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무력한 희망 속에서 움직였다—그 무력감은 엘스페스를 뒤로하고 나서부터 더 강해졌다. 불가능한 것도 결국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준, 다른 플레인즈워커의 그 어떤 것.

그것은 이제 엘스페스와 함께 사라졌고, 그들이 이 모든 일을 치른 후 이겼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승리에 대해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른 후였을 터였다. 그 어떤 것도 피렉시아에 의해 초래된 피해를 깨끗이 씻어낼 수는 없을 터였다.

그 어떤 것도.

그들 위의 천장이 바뀌어 마치 거대한 잠든 파리의 날개 같은 유리판으로 변했다. 그것은 반투명하고 유기적이었으며—이 끔찍한 장소의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기이하게 생기가 넘쳤고, 번들거리는 기름이 맥박치는 약간 더 어두운 혈관들로 갈라져 있었다. "하늘빛"을 손상시키면 그들의 위로 감염의 비가 쏟아질 터였다. 유리판들을 통해, 그들은 거대한 침략선으로 이어져 있는 붉은 힘줄로 만들어진 다리들과 적색과 백색을 띤 엘레쉬 노른의 진영의 전사들이 끝없이 줄지어 서서 정박 중인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피렉시아에 만연해 있었고, 이 끔찍한 씨앗을 멀티버스 전체에 퍼뜨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발사 준비를 하는 동안 붉은 안개가 배들로부터 흘러내려, 하늘빛에 피투성이의 색조가 더해졌다. 투명한 막은 붉은 입자들을 흡수했고, 몇 초마다 스스로를 깨끗하게 하고 이내 다시 얼룩지게 하면서 회복과 학대의 끝없는 순환을 반복했다. 카야는 몸을 떨었다.

"막다른 골목이군," 제이스가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돌아가서 다른 방향을 시도해야 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카이토가 말했다, "그런 것 같지 않아. 카야, 제이스—이쪽이야."

그들은 유연한 닌자 쪽으로 움직여, 바닥에 난 구멍 주변에서 그와 합류했다. 그것은 누군가가 실제로 계단을 만드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계단으로 향하는 입구처럼 보였다. 대신, 약 10피트 아래쪽을 보니 그들이 서 있는 바닥과는 주변의 벽이 없는 것으로 구별되는, 광택이 나는 하얀 금속으로 된 원반이 있었다.

그 구멍은 원반의 아래쪽에 있는 더 큰 구멍으로 이어져 있었고, 그 구멍은 번개로 얼룩져 있는 안개 너머로 차원파괴자의 그루터기를 드러냈다. 이곳이야말로 그들이 나무의 뿌리 핵심부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추락하게 설계된 차원이잖아," 카야는 그 말이 가볍게 들리도록 노력하며 말했고, 그러면서 자신을 투명하게 페이징해 아래쪽 원반으로 뛰어내렸다.

그녀가 착지하자마자 오존, 미코신스, 그리고 달콤한 칼드하임 공기의 끔찍한 왜곡처럼 보이는 것의 냄새가 그녀의 코 안으로 들어왔고, 그녀는 다시 한 번 몸을 떨면서 구멍 아래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 그녀는 제이스가 뛰어내릴 때 그를 잡기 위해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이 일을 끝내 버리자."

카이토는 제이스를 도와 그를 구멍 가장자리에 앉혔다. 지칠 대로 지친 정신술사는 여전히 성배를 움켜쥔 채로 털썩 주저앉았고, 다리는 그네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는 아이처럼 달랑거렸다. 마침내 그는 가장자리에서 몸을 밀어내자 카이토는 내내 그를 안정시켜 주었고, 카야에게는 한 발짝 비켜서서 그를 그냥 떨어지게 하고 싶다는 부끄러운 생각이 잠시나마 스쳐지나갔다. 그는 이미 패배했다; 그녀는 도망갈 곳이 없는 구멍 속으로 괴물을 초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었고, 그가 그녀의 품으로 떨어져내렸을 때, 그녀는 그의 팔에 달린 전선을 보며 간신히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것들이 감염을 퍼뜨리겠다는 피렉시아의 필요성을 드러내며 자신의 맨살에 코를 들이밀자 페이징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제이스는 균형을 잡기 위해 몸을 휘청이면서도 이해한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거의 다 끝났어," 그가 말했고, 그 목소리는 그녀의 귀를 거치지 않고 그녀의 머리 속에 메아리쳤다.

카야는 개인적으로 그것을 의심했고, 제이스로써는 대단하게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그런 의심을 가지게 해 주었다. 그는 몸을 움직여 성배를 가방에서 꺼내, 처음으로 그것을 피렉시아의 공기 속에 드러냈다. 카야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두 사람 중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내려와 있던 카이토가 한 발짝 앞으로 걸어나갔고, 곧바로 카야가 그의 팔을 붙잡으며 제지했다.

"해야 할 일을 하게 둬," 그녀가 말했다. "이건 섬세한 일이야."

"우리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게 정말 안전한 거야?" 카이토가 물었다.

"우르자는 첫 번째 성배를 자기 무릎 위에서 터뜨렸고, 그는 살아남았잖아," 카야가 말했다. "우린 괜찮을 거야. 아마도." 이 차원이 살아남는다는 가정 하에.

나무를 따라 올라가는 충격파가 뉴 피렉시아를 핵부터 지각까지 찢어 놓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그것은 남아 있는 미란들을, 그리고 이 차원에 있는 플레인즈워커들도 그들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 수 있었다. 만약 나히리가 살아남았고 여태까지의 자신에 매달려 있는 상태라면, 그녀는 폭발로 인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터였다. 엘스페스, 타이바르,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심지어—

카야는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생각해낼 수조차 없었다. 그녀는 유령들 사이에서 춤을 추면서 여러 해를 보냈다. 그녀가 이곳에서 죽는다면, 그녀의 유령이 남지는 않을 터였다.

"잠깐만," 제이스가 성배 옆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손을 테두리에 올려놓을 때 그녀가 말했다. 그의 팔에서 거미처럼 움직이고 있는 전선들은 마치 다가오는 재앙을 인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금속으로부터 뒤로 물러났다.

제이스는 가볍게 놀라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힐끗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해야 하는 게 확실한 거야?" 카야가 물었다. "침략의 나무는 연결되었어. '깨끗이 지워라'—그게 성배가 말하는 거잖아, 그렇지? 조각 말이야? 그걸 기폭시키면, 폭발은 나뭇가지를 따라 이동할 거야. 그건 현재 나무가 접촉해 있는 모든 차원을 손상시키거나 심지어 파괴할 수도 있어.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이 어떤 차원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브린, 톨바다, 익살란—심지어 라브니카마저도, 모두 희생자가 될 수 있어."

"피렉시아가 그곳에 도달했다면, 이미 그렇게 된 거야," 제이스가 말했다.

"기다려," 카이토가 말했다. "난 카미가와를 구하러 온 거지, 파괴하러 온 게 아니야."

"성배는 자신에게 닿는 모든 것을 소멸시켜," 카야가 말했다. "우르자가 원래 성배를 사용했을 때에는 심지어 시간에도 균열이 생겼지. 나무가 완성되기 전에는 미로딘이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있었어—그랬으면 폭발은 이 차원만으로 억제되었을 거야. 이제, 그게 타이바르가 나뭇가지들에서 형성되는 것을 본 오멘패스들을 통해 전달되게 된다면. . .제이스, 우리는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릴 수도 있어. 공허한 우주를 날려 버릴 수도 있다고. 기다려야 해."

"브라스카는 죽었고, 나는 죽어가고 있어," 제이스가 침착하게 말했다. "내 육체는 그 안에 담겨져 있는 힘을 여전히 살아 있는 너희들 아무나에게 향하게 만들 수 있어—그리고 내가 너였다면 난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날 죽일 거야. 넌 내가 그냥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 주변의 정신을 파괴하지 않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지, 끝없는 피해를 입히지 않고 다차원 안에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모를 거야. 나는 피렉시아의 지배를 위한 엄청난 무기가 될 거라고." 그의 눈은 평상시보다 더 밝게 비인간적인 푸른 빛으로 번쩍였고, 그는 눈에 띄게 자신을 추스르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것들이 나를 통해 말하기 시작했어, 카야,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우리가 기다리는 순간마다, 네가 구원자가 아니라 영웅이 되고 싶어하는 것 때문에 망설이는 매 순간마다, 또 다른 차원이 잠재적으로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해. 우린 아무 것도 파괴하지 않아. 우리는 더 큰 죽음을 막고 있는 거야. 피렉시아를 비난해, 우리가 아니라."

그는 갑자기 지친 모습으로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른 방법은 없어. 다차원 전체를 잃는 것보다, 성배의 약속을 이행해 나뭇가지들을 태워버리고, 저것들을 싹 쓸어 버리는 게 더 나아. 끝을 내는 거지. 제국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모든 것을 새롭게."

삽화: L.A Draws

그는 성배를 들어 무릎 위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카야는 그가 그 동작을 마치기도 전에 앞으로 달려나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성배를 놓고 그녀의 손아귀에서 손을 빼냈다.

그녀는 허리띠에서 단도를 뽑았다. 제이스의 두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이토는 잠시 당황한 채 그들 사이를 바라보다가, 칼을 빼들고 카야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미안해 제이스, 하지만 난 네가 카미가와를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 없어," 그가 말했다.

"그렇다면 좋아," 제이스가 말했고, 그는 천천히, 아주 힘들게 일어났다.


공허 위로 놓인 다리 위에서 아자니의 도끼가 엘스페스의 칼에 부딪혔고, 그녀는 근육으로 뒤덮인 표면에 발을 단단히 고정하고 버티려 했지만 아자니는 자신보다 작은 플레인즈워커를 뒤로 밀어냈다.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 어린 녀석아," 아자니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침착하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마치 그녀가 너무 많은 사탕을 훔치려고 했던 어린아이인 것처럼, 건강하지 못한 욕망에 대한 설교를 들어야 하는 것처럼 그녀에게 말했다. 그의 어조는 고요함 속에서 애정과 진정한 걱정만을 담고 있었고, 만약 그의 어조가 평소의 그와 조금이라도 덜 비슷하게 들렸다면, 엘스페스는 그녀의 칼로 그의 발목을 절단하여 그를 깊은 구덩이 속으로 던져 버릴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노력해도 소용없다. 우리와 함께해라. 우리는 불가피한 존재다. 우리야말로 이상적이다. 우리는 하나고, 네가 우리와 하나가 되면, 우리는 결함이 있던 불완전한 육체로 살아온 동안에는 네가 결코 꿈꿀 수 없었던 방식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그럴 일은 절대로 없어," 엘스페스는 간신히 그렇게 내뱉었고, 그녀의 반항은 그녀 자신에게도 약하게 들렸다. "아자니, 내 말이 들린다면, 미안해."

"사과할 것 따윈 없다," 아자니가 말했고, 그는 그녀의 칼을 더 세게 밀치며 그녀의 공간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는 아직 그녀에게 공격을 휘두르지 않았고, 그녀의 모든 공격을 허용하고 있었다. . .하지만 이제 그녀는 빈틈을 크게 만들지 않고서는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심지어 방어조차도 함정이 될 수 있었다.

"그러면 우리와 싸우는 걸 멈춰!"

"피렉시아는 누구의 적도 아니다," 아자니가 말했다. "우리는 오직 네게 하나가 되는 평화와 완벽함을 가져다주려는 것이다. 우리는 오직 너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모두의 적이야," 엘스페스가 말했다.

"그러라지," 아자니가 말했다. "피렉시아와 함께하기 위해 살아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아자니는 마침내 도끼를 휘둘러 잔인한 호를 그리며 공격을 했고, 파괴적인 마법적인 힘이 엘스페스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 폭발하면서 그녀의 뒤에 있는 다리에 큰 구덩이를 만들었다. 그녀는 몸을 빙글 돌리며 그의 무릎을 칼로 그었지만, 그는 숨막힐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면서 재빠르게 뛰어올라 피했다. 전투는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이제, 그것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엘스페스와 아자니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타이바르는 그의 칼을 휘둘러 티볼트의 꼬리에 달린 두 개의 가시를 막아내면서, 거의 짐승 같은 이 플레인즈워커를 가능한 한 붙잡아 두고 있었다. 타이바르의 피부는 여전히 금속성 빛을 띠고 있었다; 그의 몸 전체는 티볼트의 몸에서 독처럼 흘러내리는 번들거리는 기름으로부터 약간이라도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반짝공허 금속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찮은 왕자로군," 티볼트가 일그러진 얼굴에 악의적인 미소를 띄우면서 쉭쉭댔다. "하찮은 허세꾼에, 영웅이 되고 싶은 하찮은 놈, 네 이름을 기리는 서사시는 없을 거다. 네 전설이 오늘날까지 살아남는다면, 그건 실패로 가득한 이야기가 되겠지. 받을 자격이 없는 위대함에 의해 선택된 남자의 서사시 말이다. 칼드하임의 마지막 왕자가 된 기분이 어떤가?"

"너는 거짓말의 신이 아니다," 타이바르가 으르렁대면서, 팔을 들어 티볼트의 꼬리 중 하나를 막았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네가 하는 말은 무엇 하나 믿을 수 없어."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넌 너무나 멍청해서 언제 두려워해야 하는 지도 이해하지 못하잖나," 티볼트는 그렇게 말하며 타이바르가 붇잡고 있던 꼬리 하나를 휘둘러, 가시로 타이바르의 어깨에 있는 금속을 비스듬히 쳐내리면서 다른 사람을 찔렀다.

타이바르는 고통으로 쉭쉭댔고 티볼트는 기쁨에 차 쉭쉭댔다; 그것이 아마도 처음이자 유일하게 둘의 행동이 겹친 순간이었을 터였다.

"고통이지, 그래," 티볼트가 매우 만족스러운 듯이 말했다. "는 내 매력에 저항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그건 네 머리가 너무나도 텅 비어 있어 언제 네 신념을 의심해야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모든 사람이 아무 걱정 없이 사는 건 아니니까."

그는 전투 중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모욕으로 타이바르에게서 눈을 돌렸고, 그와 함께 자신의 예전 스승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는 엘스페스에게 입을 꾹 다문 끔찍한 미소를 보냈다.

"의심," 티볼트가 입꼬리에서 기름 같은 연기를 흘리면서 말했다. "그 어느것보다도 훌륭한 무기지."


엘스페스는 아자니의 일격을 막아내면서 거의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비참함과 의심의 물결이 그녀에게 엄습했다. 이것은 그녀의 잘못이었다. 그녀가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그녀가 더 나은 학생이었다면, 그녀가 자신의 문제에 정신을 덜 팔았다면, 애초에 미로딘이 피렉시아에게 함락되게 하지 않고 미로딘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면 아자니는 감염되지 않았을 터였다. 그녀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이중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터였다.

그녀가 용광로 계층에 좀더 빨리 내려갔더라면, 그들이 나무가 연결되기 전에 나무에 도착할 수 있었을 터였고, 브라스카가 완성되기 전에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을 터였고,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그들 모두를 구할 수 있었을 터였다. 이 모든 것이 그녀의 몫이었다.

아자니의 다음 일격에 그녀는 손에서 무기를 떨어뜨렸고, 엘스페스는 그를 막기 위해 손바닥을 내밀며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그녀를 짓누르고 있는 고통으로 인해 구걸조차 할 수 없었다.

티볼트는 엘스페스의 후퇴를 보고 충격을 받아 휘청거리는 타이바르를 계속해서 찌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싸움에서 자신의 믿음을 잃는 것을 보게 되니. . .

마치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카야는 제이스를 향해, 아니, 제이스가 있었어야 할 공간으로 달려들면서 정신술사가 투영한 이미지의 빈 허공을 헤집으며 비틀거렸고, 가짜 제이스는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카야, 제발," 그가 말했다. "우린 플레인즈워커들이야. 그 말은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에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 그게 편리하거나 이상적이지 않을 때에도 말이야. 우리는 다차원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어. 성배를 기폭시키면 십수 개의 차원이 파괴될 수도 있겠지. 아니면 그것들을 그냥 약간 흔들기만 할 수도 있어. 어느 쪽이든, 나머지는 살게 돼."

"다차원은 죽어 가지 않아, 이 무정한—" 카야는 심호흡을 하며 몸을 추슬렀다. 그녀가 항상 알고 있던 제이스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정신들의 사생활을 세심하게 여기면서 그의 텔레파시를 철저하게 통제했다. 그는 결코 그녀의 가장 깊은 두려움을 찾아내려 하지도 않을 터였고, 그녀의 약점을 그렇게 그녀의 면전에 던져놓지도 않을 터였다. 그가 나히리와 대결을 했을 때에도 그는 그녀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기색이 담긴 말을 하지 않으려고 주의했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읽고 있는 것인지를 수 없었지만, 그러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였고, 그녀는 그것이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호리호리한 몸매를 마치 장벽인 것마냥 사용해 그녀와 성배 사이를 가로막고 섰다.

이내, 갑작스럽게, 그가 세 명이 되었고, 그중 원래 제이스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형체는 하나도 없었다. 카야의 물리적인 형체가 반투명의 보라색으로 번쩍이면서 차원으로부터 약간 페이즈 아웃했다. 그녀는 제이스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생각을 감지할 수는 없었지만 영혼의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었고, 제이스들 중 둘에는 영혼이 없었다. 그것들은 진짜가 아니었다. 그녀의 현재 위치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세 번째 제이스만이 실제로 존재했다.

그녀는 카이토 쪽으로 돌아섰다. "저거야," 그녀는 바로 그 제이스를 가리키면서 짧게 말했다. "그를 막아."

카이토에게는 두 번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셔츠 안에서 표창 한 움큼을 꺼내 진짜 제이스를 향해 던졌고, 그의 염동력이 그것들을 붙잡아 목표물을 향해 곧장 날아가게 만들었다. 그는 살육이 아닌 저지를 노렸고, 투사체가 제이스의 상처입은 팔에 남아 있는 맨살에 적중하자 가짜 이미지 두 개가 깜빡이며 사라졌다.

카야는 단검을 칼집에 꽂은 뒤 진정한 제이스와 성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기다려 줘," 그의 목소리가 말했다. "제발."

카야는 멈춰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진짜 제이스를 노려보았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리고 창백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전능한 플레인즈워커가 아니라 쓰러져내리기 일보 직전인 남자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의 팔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전선들—그것들의 구불구불한 곡선과 나른하게 흔들리는 가닥들은 브라스카의 머리카락에 있는 촉수들과 놀라울 만큼 똑같아 보였다—은 마치 눈을 뜨는 것처럼 끝부분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의 팔 주위에 바구니 같은 격자를 더 촘촘하게 짜넣고 있었다. 이미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곧 모든 순환계통을 차단해 버릴 터였다.

카이토의 표창은 제이스의 피부에 피가 나지 않는 선을 얕게 그으며 전선 몇 가닥을 잘라냈고, 그것들은 바닥에 떨어져 몸부림치며 죽었다. 피렉시아의 완성이 진행되는 속도는 카야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악몽이었고, 그녀는 그 악몽으로부터 깨어나기만을 바랬다.

"우린 이걸 해야만 해," 그가 말했다.

"아니, 이걸 해야만 하는 건 야," 카야가 말했다. "우리는 다차원을 보존해야만 해. 피렉시아가 손대지 않은 차원들은 이 빌어먹을 나무와 마찬가지로 공허한 우주에도 연결되어 있어—우리가 지금 그걸 날려버리면, 우린 모든 걸 쓸어버리게 될 거야."

"황제," 카이토가 끔찍하다는 듯이 말했다.

"현재 이동 중인 모든 플레인즈워커도," 카야가 말했다. "우리 모두도야. 난 네가 이걸 하게 두지 않겠어." 그녀는 성배로 달려가 두 손으로 그것을 잡았다. "끝났어, 제이스. 네 패배야. 우리 모두의 패배야."


엘스페스는 티볼트로부터 쏟아져나오는 절망의 물결에 맞서지 못하고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실패했고, 그들 모두가 실패했다. 아자니는 패배했고, 뉴 카펜나가 패배했고, 그녀도 패배했다. 이렇게 끝나는 것이었고, 항상 이렇게 끝나 왔으며, 그녀는 이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거부했다—

의심이 그녀를 찢어발겨, 그녀가 쌓아올리기 위해 그토록 오랫동안 노력해 왔던 미덕과 연민의 장막을 벗겨내며 엘스페스 티렐의 핵심이 드러나게 했다. 어떤 희망의 기도도 없던 차원에서 엘레시 노른에게 반항했던 아이; 피렉시아의 공포 앞에서 부서지지 않을 수 있었던 아이. 아자니는 그 틈을 보고 그녀의 드러난 목덜미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엘스페스의 검이 그들 사이로 느닷없이 치켜올려지며 그 일격을 막았다. 그는 놀라서 눈을 깜박이며 잠시 멈춰섰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표정은 궁지에 몰린 야생 동물의 그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티볼트가 웃음을 터뜨렸다. "오, 예쁘장한 박애주의자가 반격을 하는군, 그렇지 않나? 네가 그녀를 더 빨리 찾지 못해서 유감이로군, 어리석은 왕자. 그녀는 네 옆에 앉기에 충분할 정도로 쓸모가 없었을 수도 있었지. 네 형이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도 낚아채 갔겠지만 말이야. 형만 없었다면 네가 휼륭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

타이바르는 으르렁댔다. 티발트가 다시 꼬리의 가시로 그를 찌르자, 그는 단검 하나를 떨어뜨린 뒤 공격해 오는 부속물의 침 뒷부분을 붙잡아, 그것을 뒤로 꺾으며 자신의 몸을 덮고 있던 반짝공허 금속을 흘려보냈고, 그것은 티볼트의 살점을 뒤덮으면서 거의 피렉시아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그를 변화시키려 했다.

티볼트는 쉭쉭대면서 몸을 빼려고 했다. 타이바르는 그를 놓아 주지 않았다. 반짝공허 금속은 점점 더 퍼져나가 티볼트의 몸을 덮어 갔다. 아직 변화되지 않은 살점은 이 독성이 담긴 변화로부터 도망치려고 애쓰며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뭘 하는 거냐?" 티볼트가 확연하게 놀라면서 물었다.

"내 마법은 삼키는 모든 걸 억제하지," 타이바르가 위협처럼 금속 이빨을 드러내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네 의심은 닿지 않는 것을 만질 수 없어."

실제로, 그 순간 엘스페스의 자세에서 보이는 자신감이 커져 가면서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 반짝공허 금속이 티볼트의 마지막 살점을 집어삼켰고, 희망의 맥박이 공허한 우주를 밝히겠다는 것처럼, 피렉시아의 감염을 완전히 태워버리겠다는 것처럼 그녀의 몸 속에서 솟구쳐올랐다.

"의심은 아무 것도 아니야," 엘스페스가 말했다. "의심이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바꾸지는 않아. 난 당신이 말하는 하나가 되지 않을 거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하얀 빛이 그녀의 칼날에서 뿜어져나오며, 아자니를 움츠러들게 했다. 그녀는 일어서서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자니는 소리를 지르며 비틀거렸다. 엘스페스는 그녀의 칼자루로 그의 목 뒷덜미를 내리쳐, 그를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아자니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힘이 풀린 손가락에서 도끼가 굴러떨어졌다.

엘스페스는 눈을 부릅뜨고 타이바르와 발버둥치고 있는 티볼트를 향해 몸을 돌렸다. 타이바르는 고개를 저었다.

"이 악령은 내가 상대할 수 있네," 그가 말했다. "그가 내 차원에 한 짓은 죽음으로 갚아야 하지. 가게. 다른 사람들을 찾게나. 난 괜찮을 테니."

삽화: Kieran Yanner

반짝공허 금속은 그의 피부와 티볼트에게서 사라지고 있었고, 타이바르의 마법이 솟아나오는 우물 또한 고갈되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티발트는 자유로운 꼬리로 그를 찔렀고, 타이바르는 그것 또한 움켜쥔 뒤 두 꼬리 모두를 끙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구부렸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 지를 깨달은 티볼트는 몸을 홱 빼려고 했다.

엘스페스가 다리를 뛰쳐나가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은 타이바르가 티볼트의 꼬리에 난 두 개의 침을 그 피렉시아인의 심장이 있어야 하는 곳에 밀어넣는 것이었다. 티볼트는 고통에 찬 비명 소리를 질렀고, 타이바르가 그를 다리에서 밀어 떨어뜨렸을 때에도 여전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티볼트가 아래쪽 다리에 부딪히자 구역질나는 소리가 들려 왔고, 뒤이어 정적이 흘렀다.

엘스페스는 달렸다.


카야는 성배를 움켜잡았고, 그것의 견고함에 안심하면서 페이징을 풀고 다시 한 번 실체화했다—성배는 이내 그녀의 손 안에서 안개처럼 녹아내렸다. 그녀는 제이스의 또다른 환상에 넘어간 것이었다.

"카야!" 카이토가 소리쳤다.

그녀가 몸을 돌려 제이스를 바라보자 그의 얼굴에 전선들이 뒤덮히는 것이, 그의 눈이 그 어느때보다도 푸르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안돼," 그녀가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제이스는 음울한 얼굴을 한 채로 여전히 그의 두 손 안에 들고 있는 진짜 성배의 가장자리 너머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그래. 카야, 미안해. 카이토, 미안해. 모두," 그리고 그는 키득대며 웃었고, 흥미없다는 듯이 건성으로 어둡게 말했다, "정말 미안해."

그는 자신의 마법으로 모습을 가리며 사라졌다.

환영의 반대편에서, 제이스는 자신의 이마에 엄지손톱을 그어 보면서, 그의 피부가 얼마나 빨리 갈라지는지를 보고 놀랐다. . .상처에서 성배 위로 떨어져내린 것이 정확히는 피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다. 잃을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거의 한순간이나마 그를 보이게 할 뻔했던 육체적인 노력과 함께, 그는 자신의 슬픔과 분노를 그릇 안에 밀어넣었다. 그의 슬픔뿐만이 아니라, 모든 미로딘의 고난과 슬픔에 젖은 고통을. 다차원에 대한 후회를. 브라스카에 대한 사랑을. 그것은 마치 가장 좋은 꿀처럼 성배 안으로 쏟아져내렸고, 그것은 너무나도 짙고 순수했기에 그는 거의 그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말은 중요하지 않았다. 제이스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것이 올바르게 느껴졌다. 아주 오래 전에 우르자가 그 말을 했다. 테페리가 그것을 보았고, 카야는 테페리를 통해, 제이스는 카야를 통해 그것을 보았다. 끊어지지 않은 선—그때부터 지금까지.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이 대지를 깨끗하게 쓸어내라. 종말을 가져와라," 그가 중얼거렸다. "미안해."

밀폐된 공간 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메아리쳤고, 성배의 그릇 안쪽에서부터 빛이 피어나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가장자리 쪽으로 기어올라왔다. 카야가 공포와 절망에 휩싸여 소리쳤고, 카이토는 피어나는 빛과 다른 플레인즈워커 사이에 몸을 끼워넣었다. 둘 중 어느 누구도 엘스페스가 천장의 구멍을 통해 떨어져내려 제이스를 향해 방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제이스는 그녀를 향해 돌아섰고, 그의 눈은 무자비한 푸른 빛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제이스가 결심한 것이 무엇인지를, 미로딘 뿐만 아니라 다차원 그 자체에 어떤 일이 일어나려는 것인지를. 엘스페스는 해야만 하는 일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단숨에 칼날을 제이스의 안에 밀어넣어 그를 옆으로 밀쳤고, 그가 칼과 함께 넘어지게 내버려두면서 두 손으로 성배를 움켜잡았다.

그녀는 카야와 카이토를 힐끗 쳐다볼 틈이 있었고, 그와 함께 빛이 성배의 가장자리로 흘러나오며 날카로운 파열음이 방 안에 메아리쳤으며, 그녀는 사라졌다. 성배는 그녀와 함께, 공허한 우주 너머 어딘가에 있는 미지의 목적지로 향했다.

다시 맨살을 드러내고 피칠갑을 한 타이바르가 구멍에서 떨어져내려 카야와 카이토, 그리고 제이스의 타락한 형체가 있는 곳에 합류해, 카야의 곁으로 이동했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그에게로 몸을 돌렸다.

타이바르가 말하려던 것은 일련의 거대한 폭발음이 모든 소리를 삼키면서 씻겨나갔고, 그것은 빛과 함께 맥동하면서 그 압력의 물결로 차원파괴자의 그루터기를 짓눌렀다. 각각의 맥동은 불가능한 색조를 띤 기름처럼 매끄러운 배열로 허공을 밝혔고, 심장박동처럼 빠른 밤과 낮의 순환을 통해 그들 주변의 세계를 끌어당겼다. 나무는 완전히 활성화되어 다차원을 통해 전송되고 있었다.

그 충격은 세 사람 모두를 바닥에 쓰러뜨렸고, 빠르게 진동하는 불빛 속에서, 벽이 마치 눈처럼 열리면서 그 전까지는 밀폐되어 있던 방 안에 에테르의 냄새가 채워지는 순간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타이바르는 휘청이면서 몸을 일으켰고, 카야도 함께 일으켜세웠다. 카이토는 이미 스스로의 힘으로 균형을 되찾은 채로, 넋을 잃고 섬뜩하게 위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차원파괴자의 나뭇가지들이 나무에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사라진 채로, 불가능해 보이는 빛으로 번쩍거리는 것을 보았다. 타이바르는 낭패라는 듯이 나지막한 소리를 냈다.

"오멘패스를 이동하고 있군," 그가 말했다. "저것들은 재앙을 옮기고 있네."

각각의 나뭇가지는 새로운 차원에 그들의 끔찍한 열매를 떨어뜨려 새롭고 비옥한 토양을 환성하기 위해 피렉시아 침략자들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다른 차원을 향해 뻗어나갔다.

"성배는 사라졌어," 카야가 신음했다. "엘스페스도 사라졌고, 제이스도 사라졌어, 다차원은 파멸을 맞이할 거야. 우리는 실패했어, 타이바르, 우린 실패했다고."

"나는 오늘 희망을 보았네," 타이바르가 말했다. "우린 아직 실패하지 않았어."

"어, 저기?" 카이토는 그렇게 말하며 두 손으로 검을 움켜쥐고 타이바르 쪽에 가서 섰고, 그들 둘은 카야와 벽의 열린 틈 사이에 서서 벽을 만들었다. 반대편에서 희미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곧 손님이 올 것 같아."

세 명은 새로운 문으로부터 카야의 어깨가 차원파괴자의 번쩍이는 그루터기에 거의 닿을 때까지 뒤로 물러났다. 셋은 모두 무기를 들어 싸울 준비를 했고, 타이바르는 강인한 닌자의 곁에 서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맨살을 반짝공허 금속으로 변화시켰다. 그들은 똑같이 엄숙한 표정으로 마지막 눈길을 주고받았다.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서, 피렉시아에서 접근해오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친구가 될 수 없었다.

발소리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메아리치면서, 벽과 천장으로부터 반사되며 들렸다. 거의 뼈만 앙상한, 주름진 붉은 조직과 반짝이는 도자기처럼 하얀 금속으로 만들어진 형체가 방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엘레쉬 노른이 남은 플레인즈워커들을 향해 그녀의 눈이 없는 얼굴을 돌리며 미소를 지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 피렉시아의 전사 부대가 안으로 들어왔다. 카이토는 그들 사이에서 움직이는 타미요의 모습에 날카롭게 숨을 헉 들이마셨다. 그녀의 부드러운 움직임은 칼날처럼 날카로워져 있었고, 그녀의 눈에서는 번들거리는 기름의 검은 자국이 보였다.

"피렉시아에 온 걸 환영하지, 지친 여행자들아," 엘레쉬 노른이 말했다. 그녀가 제이스의 시체를 쳐다보며 미소를 짓자, 제이스가 부들거리며 일어나 새로운 주인에게 합류하기 위해 움직이자 엘스페스의 검이 그의 시체에서 미끄러져 빠져나왔다. 카이토는 칼이 무방비 상태가 되자마자 그것을 집어들어, 비어 있던 손으로 칼을 잡았다.

엘레쉬 노른은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이 너무 많군," 그녀가 말했다. "우리는 너희에게 어떤 위협도 제공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직 화합과 평화만을 제공한다. 우리는 하나다. 모든 것은 하나가 되리라. 왜 저항하느냐? 네 친구들은 이미 이곳에 있다."

그녀는 자신의 부하들이 서 있는 곳으로 미소지은 얼굴을 향했다. 그들이 갈라지면서, 새로운 형체가 그들을 지나 빛 속으로 이동했다.

나히리는 추락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등과 어깨를 뚫고 나오던 가시들이 이제는 더욱 두드러져, 그녀 주위를 떠다니던 칼날들의 모습을 그로테스크하게 패러디한 것처럼 그녀의 윤곽을 바꿔 놓았다. 그녀의 손은 사라지고 없었고, 팔은 팔꿈치부터 아래쪽으로 금속 칼날들이 대체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의 금속성 피부 위로 균열들이 나 있었고, 그 아래로는 녹은 금속이 보였으며, 그녀의 눈 또한 그와 똑같이 끔찍하고 타는 듯한 열로 빛났다.

카이토는 자신이 두려워했던 바로 그 상대가 눈앞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이빨 사이로 쉭 하는 소리를 냈다. "예전이 더 나아 보였는데," 그가 말했다.

나히리는 반응하지 않았다. 채찍처럼 얇은 케이블들이 무수히 달려 있는 다른 형체가 그녀의 뒤를 따랐고, 하체의 케이블들을 촉수처럼 사용해 뿌리가 얽혀 있는 모습을 만들며 다른 피렉시아인의 옆에 멈춰섰다. 그녀의 맨살을 뒤덮고 있는 나무 재질의 돌기에서 추가적인 사지가 돋아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타미요와 마찬가지로, 번들거리는 기름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카야는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가 알고 있던 니사는 사라지고 없었다. 부드러운 말투를 가졌던 정령숭배자는 더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타이바르는 이빨을 드러내며 단검을 움켜쥐었다. 만난 시간은 짧았지만, 다른 엘프가 이런 식으로 불구가 되어 학대되는 것을 보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이것은 공포보다 더한 일이었다. 이것은 범죄였다.

"나히리는 우리와 맞서 싸웠지만, 그녀는 평화를 찾았고, 하나가 됨으로써 더 나은 길을 발견했지," 엘레쉬 노른이 말했다. "그녀와 니사는 같은 곳에서 왔지만, 그들은 결코 친구였던 적이 없었다. 이제 그들은 자매가 되었고, 연합했으며, 마침내 모든 면에서 같은 편이 되었다. 저들은 하나다. 너희 또한 하나가 될 수 있다. 굴복해라, 그러면 금방 끝날 테니까."

"아니," 타이바르가 말했다.

"사양하겠어," 카이토가 말했다.

"지옥에나 가," 카야가 말했다.

"아주 적대적이로군," 엘레쉬 노른이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이는구나. 너희들이 우리의 적이 되려는 거라면, 아주 좋아. 적으로 대해 주지."

그 말과 함께, 엘레쉬 노른이 손을 치켜들어 그녀의 완벽한 손톱을 딸깍거리자, 침략이 시작되었다.

삽화: Chris R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