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하는 사슬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 모르겠네," 마라프가 차를 홀짝 들이키며 말했다. "난 개인 교습 같은 건 필요 없고, 심지어 그걸 다른 학생한테 받는 건 더욱 필요 없다고—기분 나쁘라고 한 말은 아니야."
"신경 안 써," 디나가 티바쉬 교수가 남긴 쪽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콴드릭스 지망생이기는 하지만, 마라프는 소환에 비상한 친화력을 보임.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쉽게 실수한다는 점이 유감임. 그녀는 마라프의 빈 찻잔이 받침 접시에 부딪히며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자 위를 올려다보고 시들어가는 불씨에 데워지고 있는 찻주전자에 손을 뻗었다. 일반적으로, 세지무어 내포는 너무나도 습해 불이 붙지 않지만, 윌로우더스크 교수가 이 공간에 마법을 걸어 디나의 임시 개인 교습 사무실이 되게 해 주었다. 이곳은 디나에게 어울렸다. 그녀는 위더신스에 있는 따분한 강의실보다는 내포에 있는 붕붕거리는 소리와 거품들을 더 좋아했다.
"차 더 줄까?" 디나가 제안했다.
마랄프는 찻잔을 내밀었다. "고마워," 그는 그렇게 말하며 가득 찬 잔에서 차를 벌컥 들이켰다. "티바쉬 교수님이 나한테 복수를 하려는 걸 수도 있어. 난 의심의 여지가 없이 가장 뛰어난 학생이잖아. 그게 아니면 왜 날 상급반에 넣어 주지 않겠어? 다른 초년생들을 상대하는 건 갓난아이들로 가득 찬 방에 있는 거랑 똑같은데."
집중이 필요함, 티바쉬의 마지막 메모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동기가 필요함.
디나는 마라프의 찻잔을 한 번 더 채웠다.
"넌 상담하는 데 진짜로 재능이 있네," 마라프가 호박색 음료를 열심히 마시며 말했다. "마법은 모두에게 잘 맞지는 않잖아. 촉이 잘 맞는 내 느낌에는 넌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디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마라프의 컵을 채워 주었다.
이 정도는 괜찮아, 그녀는 생각했다.
대략 3분 30초 후에, 마라프는 좀 전에 그랬던 것처럼 허풍을 떠는 기색 없이 땅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나 죽네!" 그가 비명을 질렀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디나는 그가 재료들을 뒤지는 것을 쳐다보며 서 있는 채로 말했다. "귀에서 나오는 거미들은 그리 치명적이지 않아." 그녀는 잠시 동안 생각했다. "독성을 가진 건 빼고. 그건 독을 가지고 있는 거야?"
"그건 네가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마라프가 새된 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난 꽤 아닐 거라고 생각해," 그녀가 말했다. "꽤 말이야
"쑥이랑 양치식물 뿌리?"
"아주 좋아!" 디나가 말했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 마라프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가 어린애처럼 울고 있기는 했지만, 그녀는 최소한 그가 애터코프 현혹 마술에 대한 해독제를 쉽사리 잊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네가 그러고 있는 동안, 난 다음 일정을 잡을게. 다음 주 같은 시간에 볼까?"
디나는 위더신스 전당의 매끄러운 벽을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복도를 걸어갔다. 스트릭스헤이븐에 있는 각 학부의 주 전당은 학부의 사명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와 관련해 위더신스는 아주 큰 성공을 거뒀다. 최소한, 위더블룸 학부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삶과 죽음. 성장, 부패, 그리고 재탄생. 디나는 그들에게 교실과 숙소를 제공해 주는 나무들이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위더블룸 학생들이 알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디나는 위더블룸 학부의 학장인 리세트 교수와 발렌틴 교수가 떠 있는 푸른 불꽃에 의해 가열되는 중인 도가니를 응시하고 있는 실험실로 들어갔다.
"당신이 될 거라고 했던 것처럼 되지 않는군요," 발렌틴이 툭 내뱉었다. 그는 특유의 성질을 내며 제자리에서 빙빙 돌더니 방 뒤쪽으로 가 버렸다.
"기다려 보시죠," 리세트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꿀과 같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발렌틴은 자신의 손가락의 날카로운 두 끝을 부딛히며 딱딱거리는 소리를 냈다. "얼마나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거죠?"
"충분히요—오, 왔구나, 디나."
"마라프와의 일정은 끝냈어요. 티바쉬 교수님은 계신가요?"
"학부 간 회의에 참석 중이야," 리세트가 말했다. "그가 왜 그렇게 참석하려고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발렌틴은 발뒤꿈치를 빙글 돌려, 도가니로 돌아가, 안을 다시 들여다본 뒤 투덜거렸다. 그는 디나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그녀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티바쉬는 다과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리세트. 라임 케이크나, 엘더베리 파이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가 원하는 거라면 지욤이 얼마든지 부엌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맞아요, 하지만, 티바쉬는 대접받기를 좋아하죠," 발렌틴이 설명했다. "간식들이 마치 자비로운 우주의 은총에 의한 것처럼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에요. 사소한 정신이 사소한 것들로 진정되는 거예요."
"그의 공책은 우리에게 맡겨도 된단다," 리세트가 말했다. "우리가 그에게 가져다줄게."
디나는 티바쉬의 책을 중앙에 있는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도가니 안에서 휘몰아치며 거품을 내고 있는 은빛을 띤 액체를 흘깃 쳐다보았다. 리세트가 화산재를 한 꼬집 집어넣자, 혼합물이 쉭쉭 소리를 내며 짙은 주황색으로 색을 바꿨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디나는 그들이 어떤 주문을 발동하고 있는지를 설명해달라고 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때만큼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해야 할 다른 일이 있었다.
"그럼," 디나가 말했다, "전 가볼게요."
"프리즈마리 파티에 가는 거니?" 리세트가 소리쳤다. "교수들도 다 갈 거란다. 서두르는 게 아니면 같이 가도 돼."
"흠," 발렌틴이 말했다.
"교수들 대부분이지," 리세트가 말했다.
디나는 창밖으로 아래에 있는 안마당을 내려다보았다. 학생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화려한 위더블룸 옷을 입고서는 전당의 거대한 뿌리가 만들어내고 있는 아치형 통로 아래에 모여 있었다. 몇몇은 이야기를 할 때마다 거미줄처럼 흔들리는 얇게 비치는 베일을 가면처럼 둘렀고, 다른 사람들은 주문 재료들을 넣어 둔 주머니와 허리띠들로 자신을 꾸미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들은 이렇게 화려함을 자랑하는 행사에 특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 드라이어드들이었다. 그들의 광활지 집에서는 옷을 입을 필요가 없고, 스트릭스헤이븐에서는 예의상 옷을 입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종류의 사회적 행사들은 그들이 패션의 참신함에 빠져들 수 있게 해 주었다. 드라이어들이 자신이 태어난 수풀과 계곡을 기리는 이국적인 옷감들로 자신들을 치장한 채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이제 관례와도 같은 행사가 되었다.
디나는 어깨에 자신의 심플한 갈색 망토를 둘렀다.
"아뇨, 괜찮아요," 그녀가 말했다. "할 일이 있거든요."
"일? 이렇게 늦게?" 리세트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야지."
그녀가 2년 전에 디나를 스트릭스헤이븐에 데리고 온 후로, 리세트는 포자와 이끼, 그리고 균사체들을 수집하기를 좋아하는 디나와 조금이라도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쉴새 없이 그녀를 소개하고 다녔다(그렇게 많지도 않았지만, 그들 대부분도 혼자 있고 싶어 했다). 이 임무는 이제 숨을 쉬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로까지 확장되어 있었다.
"담당 학생들 전부한테 그렇게 끔찍한 조언만 해 줍니까?" 발렌틴이 끼어들었다. "젊은 디나 학생은 다른 불행한 몇몇 학생들과는 다르게,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친구를 사귀라는 게 끔찍한 조언이라고요?" 리세트가 말했다. "당신조차도 친구가 있는데요!"
"오? 누가 있습니까?"
"저요!"
발렌틴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생각에 빠졌다. "음, 오해하게 만들었다면 참 미안하군요. 제 사과를 받아 주시길 바랍니다."
리세트는 고개를 저었다. "디나, 가서 좀 즐기렴."
디나는 리세트 학장에게 있어서 세지무어를 가로질러 벌 받는 늪지 안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는 일은 아마도 "재미있는 일"로 여겨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프리즈마리 학부의 파티에 참여하는 일에는 디나가 좋아할 만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리세트는 디나가 다른 학생들을 위로하기를 바랐다면 그곳에 그럴 기회가 전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물의 끝에서 벌어지는 술판은 항상 그 다음날 아침에 의심스러운 의사결정 과정의 결과물과 마주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었다. 그리고 막바지 벼락치기를 위해 파이어졸트 카페에서 밤을 새우는 학생들도 있었다.
디나는 리세트가 자신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녀는 그들이 매 주마다 마주 앉아 차를 마실 때마다 그녀에게 많은 것을 말해 주었다. 하지만 아마도 디나는 그런 것들을 하고 싶지 않은 것뿐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더 중요한 일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안녕," 디나가 아세나스 나무 위에 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녀가 바로 이 나무를 처음 발견한 때부터 한 달이 지났고, 그녀가 자신만의 비밀 프로젝트를 시작한 때부터 한 달이 지났다. 그것의 가느다란 가지들은 느리게 흐르는 개울물 위로 드리워져 있었고, 넓고 속이 빈 그루터기는 풍선처럼 부풀어 있어 비좁긴 하지만 완벽한 작업장이 되어 주었다. 나무의 위치가 늪지 깊숙한 곳이라는 점도 그녀의 작업물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비밀에 부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곳은 지역 전체가 마법으로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거나 안에서 바깥을 확인할 수 없게 마법이 걸려 있었다—학생들이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나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입구를 가리는 마법을 재설정했다.
"넌 취미가 뭐니?" 그녀는 자리에 앉으며 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나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무가 대답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디나는 간단한 유령불빛 주문을 발동해, 그녀의 주위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주문 시약들을 비췄다. 중앙에는 오래된 고서가 놓여 있었고, 그 표지에는 얇은 금속판이 기사의 견갑인 것 마냥 장식되어 있었다. 섬세한 쇠사슬이 아르카비오스에 있는 누구와도 비견될 수 없는 장인의 솜씨로 탄력 있는 양피지로 만들어진 페이지들을 하나로 묶어 놓고 있었다. 그녀는 책을 열어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스트릭스헤이븐의 비블리오플렉스가 다우주에서 가장 완벽한 마법의 보관소라는 말이 있다. 하찮은 얼간이 마법사의 가려움 방지 주문에서부터 죽어가는 태양의 힘을 이용하기 위한 악마의 의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주문들이 기록되어 도서관의 금고 아치 아래 어딘가에 저장된다. 설립자 용, 그리고 아마도 아르카비오스의 예언자 본인 정도를 제외하면, 아무도 비블리오플렉스가 어떻게 그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후원자들은 그들이 찾아 헤매는 마도서들이 그들을 찾는 일이 그 반대인 일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디나가 바로 이 책을 선반에서 찾아낸 날에, 책은 그녀를 유혹하며 안에 적힌 내용을 읽어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처음에는 호기심에 이끌려, 그다음에는 자신이 우연히 발견한 것의 중대성에 이끌려 그렇게 했다. 일부는 설명서이고 일부는 일기인 그것은 삶과 죽음, 그리고 그 둘 사이에 갇혀 있는 세계들에 매료된 이름 없는 마법사의 명상을 담아내고 있었다.
나는 강력한 군주들의 해골을 밟고 전진했으며, 내 말에 충실히 복종하는 규모를 알 수 없는 군대를 지휘했다. 그러나 그 어떠한 정복도 내가 원하던 것—내가 항상 원했던 것—에 대한 나 자신의 욕망을 사그라들게 해 주지는 못했다. 단순히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도, 그저 복제가 되는 것도 아닌, 생명이 없는 것으로부터 진정한 생명을 얻는 것을. 그것은 힘을 증명하는 궁극의 수단이자, 신적인 존재라는 것을 증거하는 대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나는 자신이 현명하다고 자칭하는 자들로부터 가장 손에 넣고자 하는 결말은 손에 넣지 못할 때만 달콤하다는 말을 들어 왔다.
나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테다.
이 단어들은 산 자들의 세계와 공허(책에 따르면, 절망적인 영혼들이 깃들어 있는 형언할 수 없는 어둠)간의 전환을 연결하기 위한 주문의 서문을 이루고 있었다.
디나는 주문 구성 요소를 하나씩 읽으면서 둥글게 놓여 있는 시약들 중에서 해당되는 재료를 꺼내 그릇에 담았다. 달이끼 같은 몇몇 재료들은 내포에서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털북숭이 슬로어의 손가락 뼈와 같은 다른 재료들은, 디나가 위더블룸 교수들의 개인 실험실에 접근해야만 했다. 이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특히 리세트와 발렌틴처럼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그렇게 몰두하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그들은 자신들의 재료가 조금씩 사라진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것 한 꼬집, 저것 한 조각.
"에시스 나무 뿌리," 그녀는 재료 목록의 맨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속삭였다. 아르카비오스에 있는 어떤 나무도 에시스라는 이름을 가진 것은 없었고, 그녀가 알고 있는 어떤 나뭇잎도 이 페이지에 그려져 있는 것처럼 섬세한 깃털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몇 주 동안, 디나의 탐색에는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아마도 에시스라는 건 다른 식물 종류에 대해 고대인들이 붙인 이름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그림이 그렇게 정확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모든 방면으로 검토를 해 보았지만 저마다 막다른 길과 마주칠 뿐이었고, 그녀가 아르카비오스에 에시스 나무라는 것은 없다고 포기하게 만들었다. 아르카비오스 바깥에 있는 장소에서 그것을 가져온다면 어떨까? 디나는 이론적으로는 한 차원에서 다른 차원으로—아르카비오스에서 에시스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는 장소로—이동할 수 있게 해 주는 비전의 의식 쪽으로 그녀의 연구를 전환했다. 거의 확실하게, 이러한 주문들은 이해할 수도 없었고, 그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벗어나 있었으며,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스러운 운명을 약속하고 있었다.
그녀의 탐색은 중단되었고, 그녀가 마라프와의 일정을 진행하기 직전에 참석했던 물약 수업 시간까지 그런 상태로 남아 있었다. 오닉스 교수가 검은색과 무채색 영약을 구별하는 특징들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동안, 디나의 눈은 교실 뒤편에 있는 테라리움에서 신경 쓰이는 무언가를 엿보고 있었다. 빛의 비춰진 각도 때문이든 초자연적인 본능에 의해서든, 디나의 시선은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양치식물 무리에게 이끌렸다. 그것들 중에 귀신처럼 새하얀 잎사귀가 에시스 나무의 잎에 딱 들어맞는 모종 한 그루가 있었다. 수업이 끝났을 때, 그녀는 행동을 개시했고, 그날 밤에 있을 사교적인 모임에 대해 떠들어대며 웅성거리는 학생들 속에서 뿌리 한 조각을 뽑아냈다.
디나는 자신의 작업실에 앉은 채로 자신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는 에시스 뿌리를 응시했다. 그것은 사람의 손톱보다 아주 약간 큰 정도였고, 창백한 흰색을 띠고 있었으며, 여전히 탄력이 있었다. 엄청나게 작구나, 그녀는 그렇게 생각한 뒤 그것을 나머지 재료들이 담겨 있는 그릇 안에 넣었다. 남은 일이라고는 주문을 정착시키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칼을 집어 들어 손가락 끝을 딴 뒤에 피 한 방울을 섞여 있는 재료들 위에 떨어뜨렸다. 그녀는 몇 분 동안 재료들을 가루로 만들어 희미한 달빛처럼 빛나는 연고를 만들었다.
한 손에는 책을 들고 다른 손에는 그릇을 든 채로, 디나는 밖으로 나와 다음 목적지로 향했고, 그녀의 유령불빛은 충실하게 그녀의 앞길을 비췄다. 저녁이 늪지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젖은 나무껍질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시야 바로 바깥에 있는 것들이 진흙 웅덩이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머리 위에 있는 젖은 나뭇잎들이 떨리면서 누군가가 나뭇가지들 위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더 어렸을 때 겪었던 이런 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조용하게 장엄하지만 곧 닥쳐올 파멸의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그런 밤 말이다. 아르카비오스 전역의 많은 사람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숲속 빈터에도 불안정역병이 찾아왔을 때, 그 효과를 알아차린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숲속 빈터를 고향으로 삼았던 사람들은 은은하면서도 사라질 줄 몰랐던 우울함의 희생양이 되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것은 조용히, 점점 강하게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꿈을 훔쳐내고 그 빈 자리를 절망으로 대체했다. 정신이 불행에 사로잡히자, 육체가 그 뒤를 따랐다. 짐승들은 몸을 눕힌 뒤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드라이어드들은 약해지면서 껍질만을 남기고 썩어 없어졌다.
마지막에는, 풀조차도 남지 않았다.
꽃도 없었다.
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 소리도 없었다.
벌레들은 잽싸게 돌아다니기를 멈췄다.
모든 색이 잿빛으로 변했고, 모든 것이 침묵했다.
아르카비오스 전역의 학자들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 병의 기원이나 어떻게 지금의 서식지에 도착하게 되었는지를 알아낼 수 없었다. 리세트 또한 그런 학자들 중 하나였으며, 그 병이 영원히 디나를 붙잡기 전에 숲속 빈터에 찾아와 디나를 구해 준 사람 또한 그녀였다. 하지만 리세트의 방대한 전문 지식조차도 숲속 빈터 자체를 구하게 해 주지는 못했다. 이제 디나는 쉽지는 않겠지만 잠재적으로는 그 상황을 바꿔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디나는 개울을 따라 해충들이 자신들의 집으로 사용하기 위해 잔가지와 진흙들로 만들어 놓은 굴로 향했다. 대부분의 위더블룸 학생들은 그저 해충들을 참아내기만 할 뿐이었다.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해충들은 훌륭한 마법 에너지 원천이 되어 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사마귀 투성이인 녀석들은 곁에 두기에 썩 유쾌한 생물은 아니었다. 이것들은 차갑고 끈적끈적했으며 매너와 개인위생에 대한 예절을 노골적으로 위반했다. 디나는 그런 것들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안녕 바스티온, 베드레디, 키아라, 네니옥," 그녀가 물가를 따라 퍼져 있는 진흙들에서 뒹굴고 있는 해충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오늘은 좀 어때?" 해충들도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디나의 망토에 진흙을 튀겼다. "좀 도와줬으면 하는 게 있어," 그녀가 말했다. "나랑 같이 잠깐 어디를 좀 가 줬으면 해." 그녀는 주변에 모여든 해충들—모두 해서 열 마리—에게 연고를 발라 주면서 약간 불안해졌다. 그것들은 그녀를 믿었고, 아마도 그것들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했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몇 년 전에 숨을 거둔 그녀의 숲속 빈터 누이의 이름을 붙인 네니옥을 툭 쳤다. 그 해충은 꺼억 하는 소리를 내고선 디나의 손을 핥았다. "내가 성공하면, 다시 여기로 돌아올 수 있어. 아예 처음부터 가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야."
그녀는 주문서를 땅바닥에 내려놓은 뒤, 해충들 하나하나에 모든 생명이 하나의 점에서 발산되어 나오는 것을 형상하는 기호인 나선을 그렸다. 그런 뒤 그녀는 단어들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처음 몇 음절은 발음하기가 쉬웠다. 하지만, 그다음에 이어지는 단어들은 마치 둔탁한 망치가 그녀의 두개골 내부를 두드리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디나는 자신에게 기쁨을 가져다주었던 감각—그녀가 태어난 후에 그녀를 최초로 맞이해 준 존재인, 아버지 나무의 거친 나무껍질—에 집중하면서 끈질기게 버텼다.
그녀의 실험이 성공하기만 한다면, 그녀는 숲속 빈터가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 그 감각을 되찾을 수도 있을 터였다. 그들 모두를 되돌려 놓을 수도. 식물들, 동물들, 그리고 드라이어드들 모두를 그녀가 기억하고 있던 그대로 말이다. 생명 없는 것으로부터 생명을.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에 그녀의 집중이 흩어졌다. 공터 반대편에서, 죽은 나무가 쿵 하고 쓰러졌고, 그루터기는 무언가에 의해 깨끗하게
늪지에 사는 생물 중에 나무 그루터기에 저렇게 정확하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스트릭스헤이븐의 누군가가 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불만족스러워?" 목소리가 고함을 쳤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 잠시 후, 매끈하고 검은 발사체가 그녀 앞의 땅바닥에 부딛혔다. 잉크 마법인가? 그녀는 생각했다. 또 다른 검은 화살이 밤을 뚫고 나와 해충들이 행복하게 놀고 있던 진흙탕 근처를 위험천만하게 맞추며 진흙을 사방으로 튀겼다. 그것은 실버퀼 학부의 대표적인 주문 스타일인 잉크 마법이 확실했다. 하지만 실버퀼 사람이 벌 받는 늪지에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명확했다: 그는 학생이었고, 벌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넌 거기 있지도 않았잖아! 어디에 있었는데?"
검은 고리들이 어둠 속에서 발톱처럼 뻗어 나와, 높이 솟은 나무의 가지들을 잡아채 찢어 땅바닥으로 던져버렸다. 이번에는 나무들이 말을 했다. 그들의 비명 소리가 디나의 정신을 가득 채웠다. 우리가 뭘 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그들의 비명 소리가 그녀에게 행동을 취하게 했다. 그녀는 숨어 있던 곳에서 기어 나와 다른 학생이 있다는 것을 그 침입자가 눈치채고 멈추기를 바라며 유령불빛을 밝혔다.
불행히도,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정반대의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거기 누구야?" 그 목소리가 고함을 쳤고, 잠시 후, 검은 힘이 디나를 향해 몰려들었다. 본능적으로, 그녀는 여름 마법의 음절을 외쳤다. 그것은 드라이어드들로부터 유래되긴 했지만 그 이래로 모든 자연 계열 마법사들이 자신의 레퍼토리에 넣어 둔 주문이었다. 그것은 그녀를 밀려드는 주문의 파도에서 보호해 주기엔 충분했지만, 그 엄청난 힘 때문에 그녀는 뒤로 넘어졌다. 디나가 쓰러져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 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잠시 후, 두 손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실버퀼 학생들이 입는 검고 하얀 옷을 입은 청년이 충격을 받은 표정을 한 채로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난
"어두웠으니까," 디나가 말했다. "인간의 눈은 빛이 없는 곳에 잘 적응하지 못해."
"아니, 내 말은
해충들! 디나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애들이 다쳤으면
"이건 무슨 마법이지?" 청년이 속삭이며 질문했다.
디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구체가 몸을 떨다가 촉수들을 만들어내 늪지의 부드러운 땅속에 그것들을 박아넣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발밑에 있는 흙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마치 작은 손가락들이 그녀의 신발을 타고 기어오르려고 하는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머무르고 있으면 안 되겠어," 그녀가 말했다.
"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 청년의 손목을 붙잡아 있는 힘껏 잡아당긴 다음, 그 청년을 계속해서 끌어당기면서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의 대답에 답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나중에 해도 충분할 터였다. 의식은 섬세하고 정확하게 수행되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것이 더럽혀진 것이다. 나무들이 귀를 찢는 듯한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공허! 우리를 어디로 보낸 것이냐? 너무 고통스럽다
그들의 고뇌에 디나는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는, 청년이 그녀를 일으켜 세워 몸을 숨길 수 있는 덤불까지 그녀를 부축해 갔다.
그들 주변에서는 나무들이 몸부림치며 들리는 소리만이 들려 왔다.
"이제 내 질문에 대답해 줘," 그가 말했다.
가까이에서, 디나는 그 청년이 실버퀼의 학장들 중 가장 강경하고 카리스마 있는 루 학장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말을 할 때 짓고 있는 강철같이 단호한 표정이 빼닮은 듯이 닮아 있었다. 디나는 루 학장이 대학 총회에서 헌신과 의무에 관한 불꽃이 튀는 듯한 연설을 하는 것을 여러 번 (물론 뒷줄에서) 보아 왔다.
"넌 킬리안이지," 그녀가 말했다. "네 아버지는—"
"아버지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그가 쏘아붙인 뒤, 표정을 약간 부드럽게 했다. "지금은 그거 말고 처리해야 할 게 있잖아, 진실부터 시작하자고. 아까 거기 있던 건 뭐였어?"
숨기는 것은 소용없었다. 디나는 그녀의 가방에서 주문서를 꺼냈다.
킬리안은 책을 펼쳐 페이지들을 죽 훑어 넘겼다. "금지된 마법이잖아," 그가 말했다.
"나도 알아," 디나가 말했다. "그게 내가 여기에 숨어 있던 이유야,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다고 뭐가 바뀌지 않아."
"네가 내 기회를 날려 먹은 걸 빼면 말이야—"
"뭐에?" 그가 말했다. "뭘 하려고 했던 거야?"
디나는 말하려던 것을 급하게 참았다: 내가 이 세계에서 사랑했던 것들을 구하려고 했어. 그것은 비록 진실이기는 했지만, 과대망상적이거나 적어도 아주 우스꽝스럽게 들리는 일종의 진술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질문을 회피했다.
"잠깐만, 지금 들었어?" 디나가 말했다.
킬리안은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아니."
"바로 그거야. 다시 돌아가서 확인해 보자."
나무에서 나온 디나와 킬리안은 이번에는 킬리안이 광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낸 빛나는 구체를 이용해 그들의 발자국을 되따라가 해충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짧은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지만, 디나의 주문의 효과는 분명했다. 마치 거대한 야수가 지형을 가로지르며 발톱을 훑고 간 것처럼, 나무줄기와 부드러운 땅에 깊은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그 주변에 있는 나무들은 그루터기부터 잘려 나가 있거나 뿌리부터 완전히 뽑혀 있었다. 해충들의 흔적은 없었고, 그들의 소굴의 잔해만이 개울의 수면 위에 파편이 되어 떠 있을 뿐이었다.
"가야 해," 디나가 말했다. "발렌틴 학장님이 위더신스에 있어. 그분이 우리를 도와주실 수 있을 거야."
킬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난 아버지 덕분에 여기에 오늘 밤 내내 있어야 해." 그는 오른팔을 뒤집어서 그의 손목에 있는 실버퀼의 표식을 디나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학생들이 벌 받는 늪지에서 의무적으로 머물러야 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인장인 벌 토큰이었다. 학생들이 탈출을 시도하면, 토큰이 지형과 반응해 학생들을 늪지의 중심부로 돌려보낼 터였다. "프리즈마리 선수가 내 잉클링을 턱밑에서 훔쳐 가게 놔둔 대가로 받았지. 나 때문에 팀이 점수를 잃어서, 그 마도사의 탑 경기에서 실버퀼이 졌고. 그게 내 아버지야."
"경기 때문에 벌을 받는 거라고?"
"아니, 내가 더 잘하지 못해서 벌을 받는 거지," 그가 말했다. "넌 돌아가. 난 내 앞가림은 할 수 있으니까."
"널 여기에 혼자 남겨두고 가진 않을 거야."
"그럼 내가 네 실수를 고치는 일이나 도와줘."
"우리의 실수지," 디나가 말했다. "소리치면서 부주의하게 주문을 날린 부분 기억해?"
"좋아," 킬리안이 말했다. 그는 공터의 반대편 끝부분을 가리켰다. 늪지 한가운데로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흩뿌려져 있는, 새로 생긴 오솔길이 나 있었다. "그건 움직이고 있어. 내가 앞장을 설게."
"뭔가가 우릴 앞쪽에서 공격하면 네가 먼저 맞을 거라는 건 알고 있는 거지," 디나가 말했다.
"맞아, 하지만—"
"그러니까, 네 입장에서는 내 앞에 서는 게 최선이 아니고, 내 입장에서는 광원이 너무 멀리 있는 게 최선이 아니야. 내가 뒤에서 습격을 받으면 어떻게 하게?" 그녀는 오솔길의 넓이를 재는 자세를 취했다. "나란히 걸어갈 수 있겠어. 그게 더 합리적이지 않아?"
"난 그저
디나는 한 손에 주문서를 들고서는 걸어가면서 페이지들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의식의 의도는 분명했다. 해충들은 마법적인 에너지의 보고였기 때문에, 그녀의 교수들은 해충의 정수가 정령들만큼 원시적이며, 그것들이 아르카비오스의 모든 생물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위더블룸 학생들 모두가 알고 있는 가장 간단한 주문들 중 하나는 해충의 마법적인 정수를 끌어내, 그것의 몸과 영혼 모두를 순수한 마법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었다. 책에 쓰여져 있는 의식은 이러한 마법을 사용하여 그것을 원래의 살아 있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통로를 제시하고 있었다.
돌아올 수 있어. 아예 처음부터 가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야.
"뭔가 찾았어?" 킬리안이 물었다.
"아니," 디나가 말했다. 책 안에서는 주문을 해제하는 방법이나 무효화하는 방법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건 마치 이 마법사가 계속해서 같은 일을 시도하려고 해 왔던 것 같아."
"죽은 자들을 되살려내는 거 말이야?"
"산 자들을 되돌리는 거지."
"누구를 잃었는지가 궁금하네," 킬리안이 말했다.
"네가 잃은 사람은 누군데?"
"그걸 어떻게
디나는 그의 태연한 태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게다가 결코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아픔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바닥이 없는 틈으로 빠져나가는 소용돌이처럼 자신이 항상 공허했다는 것에 대한 깊은 자각이었다. 얼마나 넓게 미소를 짓고 얼마나 깊게 웃어제낀다고 해도, 그와 같은 상처를 지녔던 사람들로부터 이를 숨길 수는 없었다.
"나도 내 엄마를 몰라," 디나가 그를 따라잡으면서 대답했다. "내 숲속 빈터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어."
"네 가족들 전부가 말이야?"
"드라이어드한텐 가족이 없어," 디나가 설명했다. "삶을 마칠 때가 되면, 드라이어드는 자신과 비슷하게 닮은 나무를 찾아. 그런 다음 그 나무의 발치에서 영면을 취하고, 대지가 육신을 되찾아가게 하면, 새로운 드라이어드가 자신의 이름—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것과 똑같은 이름—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나무로부터 태어나게 되지. 우리한테는 너처럼 부모가 있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도 공동체는 있어—우리 숲속 빈터의 누이들, 그리고 식물들과 동물들이 그렇지."
"하지만 다 사라진 거고."
"그래. 역병이 찾아왔을 때, 살아남은 사람들은 몇 명이 채 안 돼."
그들은 오솔길을 따라 걸어서 또 다른 공터에 도착했다. 그들이 공터 안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덤불에서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그거야?" 킬리안이 위협을 향해 손을 치켜올려 잉크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며 말했다.
"아니," 디나가 말했다. 그녀는 공기의 냄새를 맡았다. "저건 덩굴타기야."
"뭐라고?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사향 레몬. 저것들은 그걸 먹거든. 그것 때문에 저런 냄새가 나지."
킬리안이 숨을 들이쉬었다. "이 냄새가 그래서 나는 거였어?"
덤불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온 것은 거대한 생물이었고, 강해 보이는 팔과 크고 검은 발톱 이외에 다른 특징들은 길고 지저분한 털로 뒤덮여 있었다. 그것은 그들을 발견하자마자 포효하려 했지만, 고통스럽게 꺽꺽대는 소리만이 새어 나왔다.
"다쳤어," 디나가 털에 묻은 핏자국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와줘야 해."
"저건 야생 동물이라고!"
"나도 알아." 그녀는 평화롭게 덩굴타기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킬리안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그것의 걸음걸이는 불안정했고, 동작은 느렸다. 무엇이든 갑자기 움직이게 되면 그것을 놀래킬 수도 있었다. 덩굴타기가 약해져 있다고는 해도 그녀나 킬리안의 전신에 있는 뼈 따위는 팔을 한 번 휘둘러서 모조리 으스러뜨릴 수 있었다. "좀 도와줄래?"
킬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디나는 속삭이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도와줄게." 그녀는 짐승의 몸 위에 손바닥을 올려놓고 덩굴타기의 몸 안으로 침입하고 있는 마법을 진정시키기 위한 주문을 읊었다. 하지만 그 부패는 그녀의 힘만으로 뿌리 뽑기에는 너무 강했다. 디나는 독소를 배출하기 위한 노력을 두 배로 늘렸지만, 이는 덩굴타기의 큰 팔을 긴장시키면서 고통에 찬 비명을 유발했을 뿐이었다. 그것은 발톱을 꺼내 디나에게 팔을 휘둘렀다.
재빨리, 킬리안은 한쪽 팔로는 그녀를 잡아당기고 다른 팔로는 덩굴타기의 얼굴에 잉크 마법을 뿌렸다. 그것은 비명을 질렀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다가 한쪽으로 쓰러져, 미동도 없이 가쁜 숨만을 몰아쉬었다. 킬리안은 디나가 일어나게 도와주었고, 그런 뒤 그들은 함께 짐승에게 다가갔다. 킬리안이 마법으로 만들어낸 검은 조각들이 덩굴타기의 몸에서 흩어지며 사라졌다.
디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 덩굴타기의 얼굴에 엉켜 있는 피 묻은 털을 한쪽으로 쓸어넘겼다. 그것은 신음소리를 냈고, 눈으로 그녀의 움직임을 쫓아다녔다. "네가 뭘 봤는지 알아야겠어," 그녀가 짐승에게 말했다.
"그건
"내 마법은 저걸 치유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지 않아," 디나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덩굴타기의 이마에 그녀의 손등을 올려놓았다. 드라이어드들은 천성적으로 식물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이는 그들이 완벽한 자연 마법사가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물들과 친분을 쌓는 것은 훨씬 더 힘들었다. 디나는 자신이 길고 어두운 터널을 따라 떠내려가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끝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자신이 나무 꼭대기에서—즉, 덩굴타기의 눈을 통해—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갑작스럽게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의 시선이 아래쪽에 있는 공터로 기어들어 오는 생물에게 다시 집중되었다. 그것은 마치 큰 웜처럼 움직이면서 부드러운 땅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것은 움직이면서 흙과 썩은 초목, 그리고 반쯤 썩은 고기들을 자신의 안으로 집어넣으며 크기와 힘, 속도를 늘려나갔다.
디나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덩굴타기가 그 생물과 맞서기 위해 나뭇가지들 사이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땅에 내려선 덩굴타기는 그것에게 달려들어 이빨과 발톱을 그것의 몸통에 박아넣었다. 디나의 혀끝에서는 흙 맛이 났고, 그녀의 이빨 사이에서는 뼛조각이 느껴졌다.
침입자도 재빠르게 반격했다. 그것의 몸통에서 길고 검은 촉수가 뻗어 나와 덩굴타기를 꿰뚫은 뒤 나무에 집어 던져 버렸다. 디나는 덩굴타기가 견뎌내야 했던 모든 육체적인 고통을, 자신이 광풍 속에서 날아다니는 나뭇잎인 것마냥 내던져진 사실에 대한 혼란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똑같이 경험했다. 마침내, 그 생물은 덩굴타기를 수풀 안에 내버려 두고, 계속해서 자신이 가려던 길을 갔다.
디나는 현실이 아닌 골절과 열상이 가져온 통증을 온몸으로 느끼는 채로 덩굴타기를 놓아 주었다. "그건 북동쪽으로 향했어," 그녀가 몸을 추스르면서 말했다. "세지무어 쪽으로."
"학교 쪽이라고? 마법적인 에너지에 이끌리는 건가?"
"아니면 뭔가 목적을 찾고 있는 걸 수도 있고," 디나가 말했다. "그건 막 태어났으니까, 왜 여기에 있는지나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모를 거야."
"거대한 살인자 아기 같은 걸 말하는 거야?"
"우리가 만든 거대한 살인자 아기지."
킬리안은 빛나는 구체를 오솔길 안쪽으로 더 내려보냈고, 둘은 그 뒤를 따랐다. 디나는 덩굴타기의 기억을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그것이 늪지를 빠져나갔다면, 이미 위험에 빠진 야생동물들은 두말할 것도 없는 데다가 셀 수 없이 많은 학생들이 위험에 처할 터였다. 그렇긴 해도, 그 실험은 어느 정도는 성공적이었다. 그 생물은 에테르로부터 생겨난 새로운 생명의 형태가 아니던가? 이러한 마법이 진정한 부활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징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숲속 빈터에 있던 드라이어드들이 아르카비오스에 얼마나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을까? 그들이 심연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지혜를 되찾아 사람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되돌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녀는 누구를 기꺼이 희생할 수 있을까?
킬리안의 손이 그녀의 손을 움켜잡으면서 사색에 빠져 있던 그녀가 제정신을 차리게 했다. "봐봐! 내가 본 것 같아!"
디나는 앞쪽을 쳐다보았다. 멀리서, 정말로 킬리안의 구체가 주변에 있는 키 큰 고대 실바티카 나무들로 몸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형체에 빛을 비추고 있었다. 어둡긴 했지만, 그녀는 그것의 실루엣이 덩굴타기와 싸웠을 때보다 두 배는 커져 있다고 확신했다. 왜 저것이 늪지의 이 부분에서 멈춰서서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들이 자신을 뒤쫓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킬리안은 자신의 빛 주문을 끄고 디나를 오솔길 바깥으로 잡아당겨 쓰러진 나무들 뒤로 몸을 숨겼다. "저기에 그냥 뛰어들 수는 없어," 그가 말했다. "기다려—우리가 처음에 봤던 그 검은 구체 말이야. 저것의 육체는 늪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그 심장은—"
"네 마법이지," 디나가 말했다.
"네 것도 들어 있고," 킬리안이 말했다. "우리가 저것의 심장에 다시 접근할 수만 있다면, 주문을 부수고 그 파편 중 하나를 상쇄해서 모든 것이 무너지게 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잠시 동안 생각했다. "잉크 마법은 지워버릴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내가 구체 바로 옆에 있어야만 해. 육체를 태워서 없애 버릴 수는 없을까?"
"아니, 늪지는 그러기엔 너무 습해," 디나가 말했다. "하지만 계획은 있어."
킬리안이 미소를 지었다. "알려 줄 생각은 있고?"
"너한테 말이야?" 디나가 물었다. "아. 아마도 그러는 게 좋은 생각이겠지, 그렇지?"
디나와 킬리안이 각자 떨어져 행동하기 전에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한 말은 "이걸 먹어," 였고, 그러면서 그의 손에 마른 찻잎을 한 웅큼 쥐여 주었다. "어두운 데서 더 잘 보이게 될 거야."
킬리안은 찻잎을 입속에서 으적으적 씹은 뒤 그것들을 삼켰다. 잠시 후, 그의 눈에서 희미한 푸른 빛이 피어올랐다. 그는 눈을 낌빡이고는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멋진데! 이걸 왜 이제껏 안 쓴 거야?"
"사자 앞발은 사람이 사용하면 부작용이 있어," 디나가 말했다.
"예를 들면?"
"내일은 화장실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는 게 좋아."
"오."
"그다음 날도."
그런 뒤 그들이 계획에서 각자 맡은 부분을 실행하기 전에, 그녀가 마지막으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죽지 마, 알았어?" 디나가 킬리안에게 말했다.
"그럴 일은 없어. 내가 성공할 가능성은 꽤 높거든."
"가능성" 같은 단어 따위는 킬리안을 조금도 망설이게 만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충동적이고 무모했고, 그것들은 디나가 항상 부정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특징들이었다. 동시에, 그녀는 저런 자신감을 가지고 무언가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감각일지가 궁금했다. 맹목적이든, 어리석든, 자격이 있든 간에, 그 태도는 디나가 결코 가져 본 적은 없지만 항상 원했던 특징이었다—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확신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 그녀는 다시 한번 혼자가 되어, 엉겅퀴 덤불들을 밟아 가며 흉칙한 생물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수풀 반대편 어딘가에서는 킬리안이 자신의 차례가 될 때까지 시야가 잘 확보된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썩은내가 디나의 코안을 가득 채웠다. 괴물의 몸체에 이렇게 가까이 접근한 느낌은 마치 죽은 식물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곳 아래에 깔려 있는 것과 비슷했다. 그녀는 그것을 직접 만져 보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그것을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자극하게 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어 있었다. 대신, 디나는 그 생물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있는 땅에 손을 찔러넣은 뒤 그녀가 스트릭스헤이븐에서 맨 처음 배웠던 주문들 중 하나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자연은, 리세트의 설명에 의하면, 균형에 이끌린다. 단순하게 말해, 마법은 이용하려는 원소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이 균형을 아주 약간 변형하는 방법이다. 요점은 작게 시작하는 것이다. 조약돌이 쌓여 산이 될 수 있다. 바다는 빗방울 하나로부터 시작된다.
디나는 숨을 들이마시면서, 모든 호흡과 함께 자신의 정신이 물과 흙, 식물과 뼈의 가장 작은 원소들—저 생물의 육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을 향해 바깥쪽으로 뻗어 나가는 것을 상상했다. 그녀는 나무 파편들이 서로 휘감기며 팽팽하게 얽히고, 흙덩어리들이 서로 부딛히며 화강암처럼 굳어지는 것을 상상했다.
너무 과하지 않게 주의해야 해, 리세트가 경고했다. 대가가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수업에서, 디나는 흙 한 줌을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꽃인 사마귀난초의 조각상이 되게 할 수 있었다. 그 기술을 사용하려면 해충 여러 마리가 그녀의 주문에 힘을 불어넣어 주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추가적인 마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없었기에, 그녀는 그다음으로 최선인 동력원—그녀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악물고 있는 이 사이로 단어들을 억지로 밀어내면서 계속해서 주문을 읊조렸다. 그녀의 전신은 피부 아래에서부터 수천 개의 쐐기풀 가시가 솟구친 것처럼 털이 곤두섰다.
그 생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을 둘러싼 나무들로부터 몸을 자유롭게 하려고 했지만, 몸체의 일부분이 부서져 지면과 부딛히면서 산산조각났을 뿐이었다. 그 깊은 상처로부터 검은 촉수가 튀어나와, 아주 굼뜨게 움직이면서, 움직일 때마다 썩어 가는 식물들을 잘라냈다. 디나가 주문을 유지할 수 있는 한, 그 생물은 느리고 부서지기 쉬운 상태로 남아, 이 계획에서 킬리안이 맡은 부분에 대한 완벽한 목표물이 되어 줄 터였다. 그녀는 자신의 동료를 찾기 위해 앞에 있는 검은 형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흔적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불규칙한 부속물 한 쌍이 그것의 몸에서 돋아나, 나무들 사이의 틈새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시간만 충분하면, 그것이 결국 그녀를 찾게 될 터였다. 그녀 자신의 주문이 그녀를 먼저 죽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내가 최선을 다 안 한다고, 응?" 킬리안의 고함소리와 함께 낫 모양을 한 순수한 잉크 마법의 날 두 개가 그 생물의 몸을 파고들었다. 그것의 몸에서 파편들이 흩뿌려졌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드리지 못하는 거겠지!" 어둠 속에서 두 개의 화살이 더 날아와 그 생물의 더 많은 부분을 잘라냈다. 계획이 먹히고 있었다! 그가 맡은 일은 저 괴물의 핵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빠르게 이를 해내야만 했다. 디나는 마치 수천 개의 불타는 칼이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항상 자기 말만 옳다고 하고!" 킬리안은 쓰러진 통나무 위로 뛰어올라 다른 잉크 마법의 화살을 쏘아냈고, 이번에는 망치 모양을 한 마법이 괴물을 향해 날아갔다. 더 많은 몸체가 떨어져나와 산산조각났다.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자격이 없다고, 자기 학교에는 맞지 않다고 얘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그는 통나무를 반대편으로 뒤집었다. "여기는 당신 학교가 아니야! 여기는 우리 학교라고!" 킬리안은 빙글 돌면서 그의 팔에서 뻗어 나온 잉크색 칼날로 그 생물을 내리쳤다.
디나는 마도사의 탑 경기를 구경해 본 적이 없었다. 선수들이 죄다 킬리안처럼 매끄럽게 움직이는 걸까? 그의 행동은 절묘한 패턴을 이루면서 강력한 만큼이나 눈부시기도 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불행히도, 킬리안의 마지막 움직임은 그를 그 생물로부터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자신의 몸체를 변형 시켜 검은 발톱 한 쌍으로 그의 가슴을 할퀴기에는 충분한 거리였다.
"킬리안!" 디나는 그가 땅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보며 소리쳤다. 그녀는 주문을 멈춘 뒤, 괴물에게서 쏟아지는 공격들을 피해 가면서 킬리안 곁으로 달려갔다. 디나는 그를 그 생물로부터 떼어내 가까이에 있는 나무의 발치로 끌고 가서, 큰 소리로 과성장 주문을 외쳐 나무의 뿌리가 그를 감싸게 했다. 그런 뒤 그녀는 일어서서 몸을 돌리고 그녀 자신이 만들어낸 이 호적수를 마주 보았다. 그 괴물은 디나의 석화 마법의 효과를 떨쳐내려 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것은 그녀의 키를 훌쩍 넘기는 큰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아래쪽에 쪼개진 뼈들이 비죽비죽 솟아 있는 거대한 아가리를 드러냈다.
그런 뒤,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그 생물은 그녀를 덮쳤다.
디나는 그녀의 코를 간지럽히는 높은 갈대들 사이에 서 있었다. 물결은 그녀의 발을 발목 언저리까지 어루만졌고, 차가운 진흙은 그녀의 발가락을 폭 감싸 주었다. 공기 중에는 달콤한 감귤의 향기가 스며들어 있었고, 그녀는 심호흡하며 이를 들이마셨다.
집이야.
"넌 항상 딸기가 열리는 계절을 좋아했지," 누군가가 그녀에게 말했다. 디나의 왼쪽에 있는 수풀 너머에서, 낯설면서도 동시에 친숙한 모습을 한 형체가 걸어 나왔다—거의 공기를 타고 흘러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키가 크고 아름다운 드라이어드였다. 그녀의 머리를 휘감고 있는 나뭇가지들의 끝은 검고 갈라져 있었다. 그녀의 녹색 피부는 황갈색, 호박색, 얼룩무늬 회색이 지저분하게 섞여 있는 색으로 변해 있었다. "이 장소를 알아보는구나," 그녀는 자신의 옆에 있는 나무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디나가 이곳을 알아볼 수 없을 리는 만무했다. 이곳은 그녀의 숲속 빈터였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태어났을 때 빠져나온 바로 그 나무였다. 모든 것들이 그녀가 기억하고 있던 것과 똑같았다. 완벽하게.
너무나도 완벽하게 말이다.
"우리가 정말로 여기에 있는 건가요?" 디나가 말했다.
"그게 상관이 있니, 아가야?" 드라이어드가 말했다. "이게 네가 원한 것이었잖니, 그렇지 않아?"
"맞아요," 디나가 말했다. "모든 게 불안정역병이 찾아오기 전의 모습 그대로죠. 제가 원한 건
"나지," 드라이어드가 나무의 발치에 앉으며 말했다. "사실 같지 않은 것들을 추구하기 시작하면, 불가능한 것들도 그리 불가능해 보이지 않게 되지."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랬는지 아세요?" 디나가 말했다.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찾아다녔는지를요?"
"그래. 잘못된 장소에서, 이미 알고 있는 답을 찾아다녔지."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전 저만이 유일하게 남겨진 이유를 알고 싶어요! 왜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저죠? 거기엔 이유가 있어야만 해요!"
"이유?" 드라이어드가 말했다. "네가 보이지 않는 설계자의 계획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는 증거를 말하는 거니? 내가 쉬운 대답을 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그걸로 네가 편해질 수 있다면 말이야."
"하지만 제가 다른 사람들을 되살려야 하는 게 아니고서야 왜 여전히 살아있는 거죠?" 디나가 말했다. "전 그 방법을 발견했어요!"
"그래?" 드라이어드가 말했다. "그들이 그걸 원하는지는 어떻게 알았니?"
"전
"지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우면 되지." 드라이어드는 자신의 왼쪽을 쳐다보았고, 디나도 따라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뿌리로 감싸져 있는 킬리안이 있었고,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저 아이가 네게 무슨 의미라도 있니?"
"우린 막 만났을 뿐이에요," 디나가 말했다. "쟤는
"괜찮은 시작이네. 물론, 지금 직면하고 있는 문제도 있지." 드라이어드는 나무에 머리를 맞대고 눈을 감았다. "다시 완전해질 때란다, 아가야."
디나는 깨달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가능한 한 멀리 바깥까지, 이 기억의 경계를 지나 그녀가 세상에 태어나게 만든 생물의 검은 심장에 닿을 수 있게 그녀의 마음을 투영했다. 이 공허 속에서 떠다니고 있는 자신의 몸을 상상하면서, 디나는 주문을 하나로 묶어 주고 있는 자신의 피 한 방울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는 그 피 한 방울이 자신의 바로 앞에 떠 있게 될 때까지 그쪽으로 몸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것을 손가락 끝으로 만졌고, 날카로운 이빨이 손을 타고 올라오는 감각이 느껴졌다. 갑자기, 그녀의 팔 전체가 얼음 바닷속에 던져진 것처럼 느껴졌다. 냉기가 그녀의 목덜미로, 그녀의 얼굴로, 그리고 그녀의 코, 눈 그리고 입으로 달려들었다.
그런 뒤 그녀는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끝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영원히 떨어지고 있었다.
디나는 숨을 헐떡이며 벽에 드리워진 어두운 모습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그녀는 침대 커버를 움켜쥔 채로 주변을 살폈다. 그녀는 더이상 벌 받는 늪지에 있지 않았고, 침대 옆의 테이블에 놓여 있는 등불이 부드러운 황금빛을 내뿜고 있었다. 디나는 이 긴 방이 위더신스 전당의 양호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리세트와 함께, 그녀는 상급 치유를 위한 수업의 일환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학생들을 돌본 적이 있었다.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아 있던 발렌틴 학장이 뒤집어쓴 후드 아래에서 디나를 응시했다.
"아까는 널 너무 성급하게 칭찬한 것 같다," 그가 말했다.
"킬리안
"자기 방에서 회복하고 있다," 발렌틴이 말했다.
"전 어떻게 여기로 온 거죠?"
"그 애가 심각한 상처를 입고서도 끈질기게 널 늪지에서 여기까지 끌고 왔다. 거기다가 사자 앞발에 중독된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
"늪지는 어떻게 됐죠?"
"네가 간섭하려던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냐?" 그가 말했다. "안심해라, 그곳에 아직도 학생들에게 위협이 될 만한 게 있으면, 넌 지금 여기에 있지 못했을 거다. 넌 죽었을 테고, 루도 마찬가지였겠지."
발렌틴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킬리안도 수렁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그의 관점에서 실버퀼의 학장들에게 말해야 했을 것이다. 아마도 퇴학을 당하지는 않겠지만, 아버지가 내리는 벌이 그에겐 충분히 고통스러울 터였다. 그 반면에, 디나는 자신이 더이상 스트릭스헤이븐에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자신의 왜 그러한 선택들을 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결과가 나왔기를 바랬다. 한편으로는, 어쩌면 그것이 그녀가 과거를 내려놓는 법을 배울 유일한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대가는 치렀다.
"실망하신 것 알아요," 디나가 말했다. "전 그러려던 게—"
발렌틴이 한숨을 내쉬었다. "실망했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난 아주 안 놀랐다. 너희 학생들은 일이 잘못되기를 바라면서 뭘 하지 않지, 특히 그게 잘못될 때는 더욱 말이다."
"가능한 한 빨리 짐을 챙겨서 떠날게요." 디나는 한쪽으로 몸을 기울여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전신에서 고통을 느끼며 다시 침대로 쓰러졌다.
"여기가 배움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거겠지, 음?" 발렌틴이 말했다. "네가 오늘 밤에 뭔가 배운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너는 배우는 사람이고, 우리는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우리는 힘들여서 수업을 만들어내고, 너는 그걸 단어 하나하나까지 따라야 한다는 것도. 이 관계를 넘어서는 영역을 탐험하는 일은
"그러면
"흠," 그가 툴툴댔다. "스트릭스헤이븐은 그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장소지. 그것들은 종종 두 번째 기회라는 모습으로 찾아오고. 디나 양, 우리 중 아무도 흠 없는 사람은 없어." 그는 말을 멈추고 손가락들을 딸깍거리며 부딛혔다. "그리고 난 다른 사람들의 실수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도 하고."
세라피나 오닉스 교수가 불꽃에 바람을 불자 불꽃이 춤추는 듯이 흔들렸다. 밤이 시작될 무렵에는, 그녀의 책상 위에 놓인 촛불이 높고 단단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완전히 녹아버렸을 때 즈음이 되었는데도, 그녀는 학생들의 시험지들 중 몇 개만 채점을 마친 상태였다. 그녀 자신이 강사의 판단이 대상이 되었던 날들로부터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일까? 아나 여사는 엄격한 스승이었고, 치유술에서 그녀의 기량을 널리 인정받은 분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에게 어떤 것을 가져다주었나? 그녀를 떠난 남편. 그녀를 외면한 아이들. 그녀의 치료를 받다가 목숨을 달리한 환자들. 그리고 가장 최악인, 그녀를 가장 증오했던 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완전히 잊혀졌다는 사실. 오닉스는 깃펜을 잉크병에 담근 뒤 그녀 앞에 있는 시험지들에 전부 줄을 긋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백에 단 한 단어를 남겼다: 한심함.
그녀의 스트릭스헤이븐 동료 교수이자 위더블룸 학부의 학장인 리세트가 교실 문을 세차게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오닉스의 책상으로 걸어와 그 위에 무거운 고서를 털썩 내려놓았다.
"이건 당신 것 같군요," 리세트가 눈에서 분노에 찬 빛을 내뿜으며 말했다.
오닉스는 자신의 앞에 있는 물건을 보고 숨을 헉 들이쉬었다. 그 책이 그녀를 영원히 피해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는 아니었다. 그녀는 비블리오플렉스의 선반들을 샅샅이 훑고 다닐 시간이 얼마든지 있었다. 오히려, 그녀는 그것이 이렇게 손쉽게 자신의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제 그것은 그녀의 것이었다—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스트릭스헤이븐에 와서 자기들이 이미 존경받는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배은망덕한 녀석들에게 자신의 노력을 낭비하고 있던 이유들 중 하나였다.
그녀는 리세트에게 자신이 신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는 침착하게 처신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특히 잠재적인 적 앞에서는 더욱 그랬다. 누구든—친구든, 가족이든—순식간에 적이 될 수 있었다. 오닉스는 이 사실을 너무 잘, 그리고 너무 자주 익혀 왔다.
"당신의 협력에 감사드리죠," 오닉스가 얼굴에 엷게 미소를 띠고 말했다.
"난 당신이 누군지—당신이 뭔지—알아요," 리세트가 위협하는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난 이 학교에서 당신을 가능한 멀리 떨어뜨려 놓기 전까진 죽지 않을 거요."
오닉스는 의자에 등을 기대면서 그녀의 손가락으로 책의 표지를 어루만졌다. "그건 일정을 조율할 수 있겠군요, 교수님."
리세트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닉스와 그녀의 책만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그녀는 책을 휙휙 넘기면서, 이따금씩 멈춰 그 내용을 읽으며 추억에 잠겼다. 그녀는 자신의 실험 대상이 되겠다고 자원한—살아 있지 않으면, 죽어서라도—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오닉스는 마지막 페이지에 멈춰서 그 주문을 읽었다.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실패작이었다. 생명 없는 것으로부터 생명을. 그녀는 손끝으로 에시스 잎의 윤곽을 훑으면서, 그 잎의 가장자리를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랑하는 연인의 뺨인 것처럼 어루만졌다. 그녀가 만진 자리가 검게 썩기 시작하더니 바깥쪽으로 퍼져나가면서 책에 있는 페이지들을 전부 먹어 치워, 그것들을 한데 묶어 놓고 있던 쇠사슬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