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울부짖음
"스퀄하르트 양, 제 말이 지루한가요?"
나는 깜짝 놀라 무릎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내 다리는 스트릭스헤이븐에 있는 모든 것들에 어울리지 않게 길었고, 우빌다의 사무실에 있는 의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완벽학과의 학과장이 그녀가 사용하는 멋지고 잘 조절된 마법에 들어맞는 모습으로 고상하게 손을 포개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상기 시켜 주길 바랬다면, 그녀의 사무실 또한 마찬가지였다. 코발트색 벽, 짙은 청색의 깔개, 그리고 차가운 산들바람에 떨리는 투명한 하늘색 커튼까지. 장식된 것들 중에서 유일하게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은 촛대뿐이었다. 그리고 아마 나도 마찬가지일 테고.
"죄송합니다," 내가 말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노래가 자꾸 생각나서요."
우빌다가 가느다란 눈썹을 치켜올렸다. "제가 아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네요." 그건 확실히 딱 잘라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곡조였다. 한 마디로 된 멜로디뿐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가사가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렇군요? 이번 학기에는 기억이 문제인 것 같아 보이는군요, 그렇지 않나요?"
나는 손목에 있는 팔찌 하나를 비틀었다. "일이 생기면 적어 둬야 하겠네요."
그녀는 내가 마치 농담이라도 한 것마냥 키득거리며 웃었다. 나는 다른 팔에 있는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난 내 발톱들을 물어뜯지 않기 위해 그것들을 차고 다니고 있다.
우빌다는 괜찮았다. 선배 마도사들처럼, 나는 그보다 더 심한 사람들도 만나보았다. 내 어머니의 친구와 추종자들이 잔뜩 모인 파티 속에 앉아 몇 시간씩 잡담과 등 뒤에서 찌르기, 그리고 사회적 등반을 견뎌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학장은 그저 사람들을 마치 정확한 구절을 이야기하면 풀어낼 수 있는 복잡한 마법의 계산처럼 대하는 경향이 있을 뿐이었다.
"당신을 좌절시키려고 부른 것은 아니에요, 스퀄하르트 양. 그 반대죠. 저는 당신이 이곳 프리즈마리 학부에서 가능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도우려는 겁니다."
"그건 알고 있어요."
"아직 비평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은 당신뿐인데, 교수들이 말하기로는 그 이유가, 당신이 아직까지 아무것도 끝마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더군요." 그녀는 내가 그에 대한 이유를 말하기를 기다리며 말을 멈췄다. 그런 건 없었다. "학기가 시작된 지 거의 한 달이 되어 갑니다, 스퀄하르트 양."
그녀는 내 짤랑거리는 팔찌를 지적하는 듯이 쳐다보았고, 나는 억지로 팔찌를 손에서 놓았다. "그건
"그렇다면 왜 제출하지 않았죠?"
나는 망설였다. "그건
"그 판단은 제가 하게 해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비평을 하는 이유이니."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학장님이 어떤 것을 비평할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면 날 무례하다고 생각하리란 것도 알고 있었다. 내 엄마는 항상 그러셨다. 책상에 앉아 있는 우빌다 옆으로, 촛불 하나가 내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다른 촛불들과는 다르게, 약간씩 박자가 다르게 펄럭이면서 기이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스퀄하르트 양?" 그녀가 나를 보고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머리속에 또 다른 노래가 생각났나요?"
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스트릭스헤이븐은 마법의 맛으로 푹 절여져 있지만, 이 건물은 특히 그 정도가 심했다. 나는 재채기가 나오려는 것을 참아냈다. "비평을 받기 위해 준비되어 있는 것도 없고, 좋은 변명거리도 없어요. 달리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나는 분노가 쏟아져 내려올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심한 것이었다. 우빌다는 할머니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건 힘든 일인 것처럼 보였다. "루타,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나요?
"
그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지느러미들은 짜증 난다는 듯이 퍼덕였다. 바람이 일렁이며 그녀의 책상 위에 놓인 촛불들이 모두 펄럭거렸지만, 단 하나는 그대로 있었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적인 동요라던가? 집에 문제가 있나요?"
했던 말을 취소해야겠다. 우빌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았다. 목 언저리까지 열기가 치솟아 올라왔다. "어머니랑은 상관없어요."
"당신의 어머니는 아주 재능있고 섬세한 주문술사였죠." 우빌다는 내 분노를 알아차리지 못했던가, 아니면 그냥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나는 사무실에 전시된 미술 작품 중 하나로 시선을 돌렸다. 섬세한 결정 구조까지 눈송이를 완벽하게 복제해 낸 작품이었다. 차갑지만, 절대로 녹지 않는. 완벽하고 확실한 마도제작술의 편린이었다. 내 어머니가 프리즈마리에 입학하고 첫 달 만에 그걸 만드셨다. 난 그걸 맨손으로 산산조각내고 싶었다.
"4대째에요," 내가 말했다. "4대째셨죠. 제가 5대째고요."
스퀄하르트 마도사가 심지어 과제를 끝마치지도 못하다니. 촛불이 다시 한번 산들바람에 춤추며 파르르 떨렸다. 나는 그 움직임에 빠져들어, 우빌다가 내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흘려 넘겼다.
"당신의 어머니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그리고 당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실한 재능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당신에게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같은 나이인 친구가 없이 자란 것에 대한 부작용은 권위를 가진 인물을 마치 자신의 동료인 것마냥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네?"
"내일까지 과제를 끝마쳐 가져오면—"
"내일이요?" 내가 화를 버럭 내자 촛불들도 그에 맞춰 거세게 타올랐다.
우빌다는 마음을 굳힌 것 같이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다.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스스로 이야기했지 않나요. 조금이라도 가져와 보세요. 그러지 않으면 프리즈마리 학부에는 더이상 당신이 있을 자리가 없을 것 같군요."
촛불들은 더 높이 타올랐다. 진정하자, 진정해. 이런 일이 일어나리란 것은 알고 있었으니, 여기서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촛불들이 잠잠해졌다. 계속 흔들거리고 있는 한 개만큼은 빼놓고 말이다.
우빌다의 사무실을 빠져나오자마자, 휙 하는 소리와 붉은빛이 번쩍이면서 그 직후에 성가시게 꽥꽥대는 소리가 났지만, 나는 놀라지 않았다.
"오, 진정하렴," 그 목소리는 말끝을 파지직거리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학장님," 나는 내 어깨 뒤를 흘낏 쳐다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학생 비평 중에 촛불에 숨어 있는 취미라도 있으신가요?"
"어휴, 나사리라고 부르렴. '학장(역주: Dean)'은 내 아버지의 이름이었지."
"잠시만요, 정말이에요?"
"아니." 프리즈마리의 또 다른 선임 마도사는 검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두드렸다. 내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구나. 어쨌든 간에, 나사리라고 부르렴. 이프리트는 격식을 차리지 않으니까."
나도 격식을 차리는 재주는 썩 없었기에, "나사리,"라고 말을 꺼냈다. "똑같은 질문이시겠군요."
"흠? 오, 아니야. 우빌다의 학생들 대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따분하지."
나사리의 발은 땅에 닿아 있지 않았고, 발뒷꿈치와 바닥의 모자이크 타일 사이에는 불길이 모아져 있었다. 나는 그을음 자국이 생기기를 반쯤 기대했지만, 그의 마법은 그런 일 따위는 생기지 않을 수준으로 통제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는 표현학과의 학과장이고, 그러한 표현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엄격하게 통제한다.
"하지만 넌 내 흥미를 끌었단다, 루타. 그래서 네게 도움을 주고 싶구나. 네가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좀 덜
"실용적인 부분으로요?"
"난 '귀찮을 정도로 지루한 거'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게 더 적절해 보이는구나."
우리는 계단 맨 위 칸에 도착했지만, 나사리가 나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려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의 사무실은 거주실 및 공방과 함께 콘쥬라트 전당의 상층부에 위치해 있었다. 나사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아마도 기간을 연장해줄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한 것을 해 줄지도 모른다. 아예 취소를 해 줄지도 모르지.
"네 가족의 마법은 특징적인 스타일을 과시한다는 걸 알고 있지," 그가 말했다. "하지만, 난 그게 네게 들어맞는다고는 생각 안 하는구나."
"무슨 말씀이시죠?" 그 말은 내가 의도한 것보다 더 쏘아붙이듯 튀어나왔다.
나사리가 내 쪽으로 몸을 가까이 기댔다. 나는 그의 울긋불긋한 피부와 그의 눈 속에서 피어나는 불길 때문에 몸을 뒤로 뺄 뻔했다. 이프리트는 까다롭고 예측하기 힘든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크들은 폭력적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넌 네 생각보다 더 많은 걸 가지고 있단다," 나사리가 거의 불탈 정도로 뜨거운 눈을 들이대며 말했다. "네 안에는 야생의 마법이 있어."
그 기억은 마치 내 뺨을 후려치는 것과 나를 때렸다. 나는 똑같은 말을 다른 목소리로 들은 적이 있었다. 야생의 마법. 초록색 나뭇잎, 파란 하늘, 그리고 붉은색. 붉은 광기, 붉은 피를. 내 귀에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내 혈관에서는 역겨운 황홀감이 흘러 다녔다.
나는 몸을 휘청였다. 내가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전에 나사리가 나를 붙들었다.
"전 괜찮아요," 나는 숨을 헉 들이쉬면서 묻기도 전에 대답했다. "제의해 주신 건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우빌다 학장님이 내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한 것 덕분에 좋은 일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한 가지는 생겼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던 노래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기억해낸 것이다. 가사나 이름은 아니었지만, 그 원천을 말이다. 내 어머니가 일을 하면서 그 노래를 흥얼거리곤 하셨다. 한 손에는 팔레트를, 다른 손에는 붓을 들고, 이젤에 가까이 기대 부드럽게 노래를 부르시곤 했다. 나는 형제들이 이웃 아이들과 밖에서 뛰노는 동안 양탄자에 앉아 어머니가 사용할 염료들을 섞곤 했다.
어머니는 "루티, 노란색. 네가 만들 수 있는 가장 밝은색으로 만들어 주렴."하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러면 나는 물감들을 어머니가 원하는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섞었다. 내가 물감들을 잘못 만들었을 때에도 그림들은 항상 아름다웠다. 어머니가 만드신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프리즈마리 학생들은 모두 자신을 위한 방들을 한 세트—거주 공간과 스튜디오—로 가지고 있다. 내 방은 캠퍼스 서쪽에서 오푸스 산책로 가장자리를 굽어보는 곳에 있었다. 내가 방에 도착했을 때에는, 태양 중 하나가 호수 위로 지면서 수면에 빛을 뿌리고 있었다. 나는 얼음 위에 달지 않은 자줏빛 술을 조금 따라, 술을 조금씩 홀짝거리고 어머니의 옛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우빌다의 비평에 어울릴 만한 후보작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충분히 취한다면, 그냥 짐을 싸서 달아나 버릴 수도 있었다.
작업실 한쪽 벽으로 일반적인 풍경과 초상화들을 그린 캔버스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지난달에 작업을 마쳤지만, 칠하는데 들인 염료가 아까운 것들뿐이었다. 이론적으로는 난 기술을 연마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여기에 있는 어느 것도 비평을 받을 만한 작품은 못 됐다. 우빌다에게 말했던 것처럼, 나는 이미 그녀가 무슨 말을 할 지를 모두 알고 있었다.
나는 초안이 휘갈겨져 있는 종이, 화필, 그리고 지난주에 벽에다 던졌을 때 망가진 끌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내 작업대로 걸어 올라갔다. 그 쓰레기 더미 한가운데에는 내가 비전 조각 수업에서 가장 최근에 만들었던 작품이 놓여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게 아마도 내가 낼 수 있는 최선의 패일 것이다.
그 작품은 깊고 시원한 파란색이었다. 우빌다의 사무실에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는, 추천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마치 혼란스러운 폭발처럼, 파도가 치다가 중간에 얼어붙은 것처럼 보인다. 바로 그게 정말로 그것이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양동이에 물을 가득 채워 작업실 바닥에 쏟은 뒤, 다시 튀어 오르는 물을 얼렸다. 그 효과는 어느 모로 보아도 내가 기대하던 것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내 어머니는 복잡하고 반짝이는 조각품을 만들어내는 데 물과 얼음을 이용하며, 각각의 분자들을 근본적인 수준에서 함께 엮어내 가장 섬세한, 빛나는 구조물을 만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것들을 한꺼번에 급속 냉동하는 것뿐이고, 이는 내가 이 작품이 어떻게 보이게 될지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뉘앙스나 예술성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날것의, 가공되지 않은 마법이 조율되지 않은 폭발을 일으켰을 뿐이었다. 야생의 마법.
나는 몸서리를 친 뒤, 술을 좀 더 따랐고, 표면이 좀 녹는 것처럼 보였기에 냉각 주문을 다시 발동했다. 내가 불러내면 마법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은 항상 느릿느릿하고 모호하다. 난 술기운 때문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내 어머니는 작업실에 구슬이 담긴 그릇을 가지고 계셨고, 나는 어머니가 작업하는 동안 그것들을 카펫 위에 부어 놓고 모양을 만들곤 했다. 전투 준비를 만반으로 한 고양이, 개, 용, 오크 같은 것들이었다. 나는 펼친 두 손을 뻗어 작은 유리구슬들을 손바닥으로 느끼고, 그것들을 뒤섞거나 함께 합쳐 놓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외곽선을 정확하게 만들고 싶을 때에는, 구슬들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한 개씩 놓아야만 했다.
그게 내 어머니의 마법을 따라해 보려고 할 때 내가 느끼는 기분이다. 느리고, 조심스럽고, 따분한 것 말이다.
취기가 돌기 시작할 때쯤 누군가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안에 있는 거 알아, 루트. 우울해 하는 거 다 느껴진다고."
나는 멍한 상태로 문을 열었다. 문가에는 회랑에 줄지어 있는 마녀의 불길에 검은 눈을 빛내고 있는 여성이 서 있었다.
"펠리사?"
그녀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씩 웃었다. "들여보내 주지 않을 거야?"
나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들어와."
그녀는 미끄러지듯이 내 옆을 지나갔다. 펠리사 팽은 은색과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머리를 높이 치켜올려 고정시켜 가느다란 목과 부드럽게 뾰족한 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옷은 우리 둘이 작년에 술집에서 다른 사람들을 하나도 모른다는 이유로 필요에 의해 서로에게 이끌려 함께 밤을 지새웠을 때 그녀가 입었던 것과 똑같은 옷이었다. 펠리사의 경우에는 세계의 반대편에서 왔기 때문이었고, 나 같은 경우에는 내 친구 사귀기 기술이 애처로울 정도로 형편없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심하게 취해서 서로에게 자신의 역사를 털어놓았다. 그게 아니면, 최소한 거짓말을 했던가. 나는 그녀에게 명망 있는 예술가 마도사인 사마라 스퀄하르트와 함께 자랐던 이야기를 화려하게 치장해 이야기해 주었고, 그녀는 내게 팽 일가와 스스로 뻗어 나가는 대저택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그녀는 그러한 허구에 걸맞은 삶을 살았다. 그녀는 우아하고 예민한 흡혈귀였고, 심지어 그녀와 같은 종족들 사이에서도 독특하게 드러나는 야만적인 재치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만났을 때 나는 그녀를 아주 좋아했다.
지금도 그렇다.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실제로는, 각자 학부를 선택하고 난 후로는 거의 말을 나눠 본 적이 없었다.
"와, 이거 참 대단한데!" 펠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방 한가운데서 빙글 돌았고, 그러자 치마가 활짝 펼쳐졌다. "방이 한 개가 더 있네! 불공평한 거 아니야? 학장한테 불만이 있다고 해야겠는걸
"막 마치려던 참이야." 우리는 작업대 양쪽에 마주 보고 섰다.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
"널 못 본 지가 너무 오래돼서—한번 보러 와볼까 했지. '뱃머리의 끝'에 안 온 지 꽤 됐잖아."
나는 그 즉시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안 좋게 헤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 대화가 반복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그렇게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펠리사는 내 손에 들려 있는 술잔을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요즘엔 사람들이 많은 데서 마시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어," 나는 말을 정정했다.
"으흠." 그녀는 조각상을 향해 손을 뻗었고, 나는 그녀의 손을 쳐내려는 충동을 억눌렀다. "이건 네가 만든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쁜걸."
"예쁘다고." 내 목소리는 내 가슴 바깥에 있는 어디에선가로부터 나오는 것처럼 들렸다.
"맞아." 펠리사의 눈이 작업실의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너만큼 예쁘지는 않지만." 그녀는 따스한 음악 같은 소리로 웃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중독성이 강해 나도 그녀를 따라 웃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여기 왜 왔는지 모르겠는걸." 그녀는 내가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너만큼 예뻤다면, 대학에 오는 것 따윈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내 뺨이, 그다음엔 내 가슴이, 그다음엔 배 속이 뜨거워지며, 주먹을 세게 움켜쥐는 것처럼 짜증이 밀려 올라왔다. "하지 마."
"뭐?"
"나한테 마법을 쓰지 말라고." 나는 그녀로부터 멀어졌다. "실버퀼이 하는 말은 누가 됐든 아무 말도 믿으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아."
펠리사의 송곳니가 성난 듯이 반짝였고, 그녀는 힘들여서 이빨을 추스렸다.
"와. 뭐, 좋아. 난 그저 기운을 좀 북돋아 주려고 했을 뿐이야—너한테 필요할 것 같았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되받아쳤다.
펠리사는 베인글로리였다—그녀는 용기를 북돋거나 비난하는 데 자신의 말을 이용하며, 이는 대상의 정서적 안정에 강력한 침체와 절정을 유발할 수 있었다. 이것은 가르치기가 쉽지 않은 복잡한 종류의 마술이다. 재능이 있던가, 아니면 없던가 둘 중 하나인. 내 눈꺼풀 안쪽과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부담감이 느껴졌다.
오늘 사무실에서 나온 이후로 계속해서 뱃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던 분노가 지옥 불로 만개했다. "멈춰! 거짓말도 격려도, 네가 해 주려는 것들은 필요 없어." 마법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면서 내 뼈의 구조를 밀어 댔다. 붉은 피와 푸른 하늘이 보이며 나를 둘러싼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것처럼 날 쳐다보고 있는 펠리사가 보였다. "가는 게 좋겠어."
그녀는 떠났다.
나는 몸을 떨고 있었다. 팔과 다리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나는 잔에 술을 더 부어 단숨에 들이켰다. 예쁘다고. 예쁘다고. 예뻐서 뭐가 되는데? 내 어머니의 예술은 예쁘기만 한 것 이상이야. 초월적이라고. 강력하지. 우빌다 학장한테 예쁘기만 한 걸 가져가면 뭐라고 할지를 난 정확히 알고 있다고.
내가 손을 뻗어 과제물을 만졌을 때, 그건 다른 누군가의 물건처럼 느껴졌다. 손톱들은 반짝였고 팔찌들은 서로 부딪혀 쨍 소리를 냈다. 내가 조각상을 산산조각내자 그것은 수천 개의 작은 종같은 소리를 내며 작업실 바닥에 흩어졌다
오푸스 산책로는 밤에는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지만, 마녀의 불길은 길을 따라 불타며 내가 가는 길을 안내해 주었다. 나는 대학에 감사하는 학생들이 기증한, 아름다우면서도 불가능해 보이는, 수없이 많은 과거의 예술 작품들 사이를 비틀거리며 지나갔다. 졸업하는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를 두고 갔다—그게 전통이었다.
내 어머니의 작품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머니의 마법은 그냥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어머니의 가장 위대한 작품은 허공에서 쏟아져 내려 다시 허공에서 사라지는 끝없는 폭포였다. 그 마법은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방해하기도 쉬웠다. 손가락 끝을 가져다 대자, 수십 년 동안 그 마법을 유지하고 있던 방법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을 한 가닥 한 가닥씩 풀어 버릴 수도, 아니면 그냥 뭉개 버릴 수도 있었다.
앙심을 품은 환희가 내 마음속에서 솟구쳐올랐다. 사마라 스퀄하르트는 유명하고, 사랑받았지만, 그녀의 작업물은 하찮은 딸의 것만큼이나 손쉽게 없어질 수 있었다.
"나라면 안 할 거야. 난장판이 될 테니까."
불이라고 하기엔 증기에 좀 더 가까운, 가느다란 줄로 된 불길이 내 손목을 휘감았다. 하지만 내가 그것에 저항하자 그것은 계속해서 뜨거워졌고, 나는 화상을 입으며 비명을 질렀다.
나사리 학장이 나를 놓아준 뒤 차분하게 손을 내밀었다.. "한 번 보자꾸나."
화가 난 목소리 같지는 않았지만, 힘들이지 않은 그 목소리에는 말을 듣지 않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할 정도의 명령이 실려 있었다. 마법이 아니었다. 그저 권위일 뿐. 그의 피부는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시원했고, 그가 엄지손가락을 내 손목에 부드럽게 문지르자, 화상이 사라져 있었다. "새것처럼 됐네."
나는 뒤로 물러났다. 내 자신이 너무나도 공허해서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절 따라오고 있던 건가요?"
"그래."
"오."
나는 정직한 대답을 기대하고 있지 않았고, 훈계하려는 말이 그 뒤를 따라오지 않는 일은 더더욱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내가 널 따라와서 다행이라고 말이다.
"펠리사도 학장님이 보내신 거예요?"
나사리의 석탄으로 된 빛나는 눈이 가늘어졌다.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실버퀼 학생이에요. 베인글로리죠. 우리는—우린 친구였어요. 갑자기 나타나서는 제게 격려 마법을 걸기 시작했죠."
나사리는 목구멍에서 양피지를 집어삼킨 불을 연상시키는 소리를 냈다. "그런 건 나보다는 우빌다가 할 만한 일처럼 들리는구나. 효과가 있었니?"
나는 코웃음을 쳤다. "전 누가 제 감정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누군가는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요," 내가 말했다. "아니면 실버퀼 학생들은 할 일이 전혀 없을 테니까요"
나사리의 눈이 더 밝게 타올랐다. "흠, 하지만 베인글로리를 만나는 게 원해서 하는 일일까, 아니면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그런 갈까?"
나는 이런 대화를 할 정도로 술이 깨 있지 않았다. "몰라요! 사람들이 하는 일에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아, 영원한 수수께끼로군. 이 섬세한 예술 작품들에서 좀 떨어져서 토론을 해 보자꾸나. 나도 파괴를 약간 즐기기는 하지만, 네가 잔디를 망치게 놔두면 정원을 가꾸는 골렘들이 나한테 엄청나게 화를 낼 테니까."
잠시 망설인 뒤, 나는 내민 손을 붙잡고 그를 따라 내 어머니의 폭포로부터 멀어졌다. "학장님 말에 따르면 우빌다가 내 친구를 시켜 내게 마법을 사용하게 했다는 말인데
"흠." 나사리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아마도 그녀가 원하는 것은 네 성공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알아차리는 것일 거야."
나는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석하기 위해 애썼고, 그러자 분노가 팽팽한 태엽을 감는 것처럼 다시 솟구쳐올랐다. "제 어머니로군요. 물론이죠."
"과거에 스퀄하르트는 기부에 아주 후했지," 나사리가 말했다.
나도 그건 알고 있었다.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내가 어머니의 명성 덕분에 스트릭스헤이븐에 합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전혀 없었다. 나는 스퀄하르트의 여성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기에 스트릭스헤이븐에 왔을 터였지만, 나는 아마도 바보처럼, 나 자신이 가진 장점으로만 여기에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사리가 함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없었다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나도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내 안에 억압되어 있는 폭력을 느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야생의 마법 말이다.
"비밀을 하나 말해 줄까?" 마녀의 불길의 화염이 유령의 그것처럼 변했다.
"
"그건 괜찮아. 난 널 믿는단다." 그는 손가락으로 입을 두들기며 속삭이는 흉내를 냈다. "난 네 어머니가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단다."
"뭐라구요?" 그가 말하리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 중에서, 그 말은 내가 예상했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사리는 어린애가 싫다고 하는 것처럼 녹아내린 주황색 혓바닥을 쑥 내밀었다. "에이. 물론이지. 하지만 그녀라는 여성 그 자체를 보면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누군가가 내 어머니를 그렇게 잔인하고 정확하게 요약해내는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이러고 계신 거죠?" 짜증이 차오르고 있었기에, 그 말은 내가 의도했던 것보다 더 큰 소리가 되어 나왔다. "제가 학장님의 학생이 아니고 학장님은 제 어머니를 신경 쓰지 않으면, 왜 저한테 시간을 낭비하세요?"
산들바람의 나사리의 발목에 있는 불길을 쓸고 지나갔다. "지진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고 있니? 그 진동 자체가 아니라, 지진이 시작되기 전의 전조 말이야. 폭풍이 치기 전에 공기의 맛이라던가, 파도가 치기 전에 썰물이 빠지는 것이라던가. 난 너를 그렇게 여긴단다. 네가 수업 중에 하는, 깨끗하고, 말끔하고, 정돈된 마법 말인데. 그건 네게 어울리지 않아."
그 말은 내 안의 구멍을 열어젖혔고, 그 안에서는 공포가 뭉게뭉게 퍼져 나왔다. 나사리가 그곳에 서서 이런 말들을 내게 할 수 있다는, 내 안 깊숙한 곳까지 다가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을 끄집어내 모두에게 보이도록 헤집어 놓을 수 있다는 공포 말이다.
나는 뒤로 물러났다. "학장님은 이해 못 하세요."
"그럼, 설명해 보렴." 또 그 명령이다. 강요는 아니지만, 불길로 강화된 의지일 뿐인 명령.
나는 몸을 떨며 거칠게 호흡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어디든지 괜찮아."
나는 가볍게 눈을 감았다. "저는 일찍 마법을 시작했어요. 여덟 살 때였죠. 그건 오크치고는 아주 어린 거예요. 전 어설픈 아이였어요. 큰 손, 큰 발, 그리고 마법 때문에 더 안 좋아졌죠. 성질이 아주 고약했거든요. 전
"전 너무 화가 났죠. 걔를 다치게 하고 싶었고, 그렇게 했어요."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그건 기분이—좋았어요. 옳은 것 같았죠. 그게 마치 제가 해야 하는 일인 것처럼 말이에요. 토믈린은 목숨을 건졌고, 건강하지만, 아무도 다시는 저를 믿지 않았어요. 이웃인 가족들은 아무도 자기 자식이 제 가까이에 오게 두지 않았죠. 그래서 형제자매들이 또래 아이들과 숲속을 뛰노는 동안, 저는 집 안에 있었어요. 제 마법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말이에요." 말해 버려, 루타.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 건 아니지만요. 전 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해 왔고요. 지금까지는 말이에요."
나사리는 내 옆에서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불안한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오푸스 산책로를 통째로 가로질러 프리즈마리 캠퍼스의 거주 구역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어둠 너머로는 마법의 안개인 분노돌풍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것은 버려진 작품들과 근원적인 입자로 되돌려지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는, 반쯤 발동된 주문들의 무덤이다. 여기에는 아무도 와서는 안 됐지만,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펠리사는 이곳에서 열리는 명예 결투에 정기적으로 참가하면서, 상급생들이 말로는 더이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마법으로 해결하는 일을 지켜봐 왔다.
작동해야 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는 망가진 물건을 버리기에는 딱 좋은 장소였다.
"그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한 적이 없지, 그렇지 않니?"
나는 어둠 너머를 응시했다. "전 동정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좋아. 나도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나는 씩 웃는 얼굴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몸을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그저 또 다른 농담이겠거니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농담도, 친절도 없었다.
당황스럽게도, 나는 마치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이 거세게 쪼그라드는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음, 잘됐네요! 기운을 내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사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격려를 해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면, 널 베인글로리에게 보냈겠지. 그런 이야기를 가진 마도사가 너 혼자뿐이라고 생각하니? 마법은 깔끔한 절제가 아니야."
"멋지네요," 나는 비웃었다. "제가 얼마나 평균적인지 알게 돼서 좋군요. 예상해 보자면 그 마도사들은 다들 어른이 돼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겠죠?"
"그 반대야." 나사리는 산책로의 끝과 분노돌풍을 갈라놓고 있는 밧줄을 들어 올린 뒤 그 아래로 우아하게 흘러 들어갔다. "많은 자들이 네가 여기서 했던 것처럼 자신을 망치게 놔뒀지."
그것은 마치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쓰라렸다. "전 아무것도 하지—!"
"넌 실수 하나를 하고, 너 자신을 지워 버렸어."
"실수 하나라고요?" 내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전 동생을 죽여버릴 수도 있었고, 그걸 즐겼다고요!"
나사리는 천천히 밧줄을 내려놓으며 우리 둘을 떨어뜨려 놓았다. "음, 넌 날 죽이지는 못해. 네가 얼마나 그걸 즐기든지 상관없이 말이야."
나는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 말 책임지실 수 있어요?"
그는 악랄함과 순수한 힘이 가득 찬 미소로 내 미소에 화답했다. "어디 해 보렴."
그는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나는 15년이 넘도록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해 왔지만, 그의 눈에 서릴 경멸은 참을 수 없었다. 실망했다고 낙심하며 보일 표정 말이다. 그는 내가 무언가 자격이 있는, 흥미로운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언가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나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테다.
그건 나를 화나게 했다. 그건 나를 불타게 했다.
내 횡격막으로부터 힘이 세차게 폭발하며 활활 타올라, 뜨거운 마법이 짧은 외침 소리가 되어 밖으로 나왔다. 주문을 실제로 읊은 것도 아니었고, 그저 감정을 그대로 내보냈을 뿐이었다. 그것은 전혀 통제되지 않은, 죽일 마음으로 가득 찬 마법이었다.
나사리는 내가 지금까지 보아 왔던 그 어떤 생물보다도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불길이 마른 풀에 불을 붙이는 것 같았다. 그는 허공으로 공중제비를 돌며 날아올라 두 손바닥 사이에 내 마법을 붙잡아 가뒀다. 그 마법의 힘은 그를 공중으로 더 높이 밀어 올렸고, 충격파들은 땅을 후려치며 내 땋은 머리칼들을 이리저리 흩날리게 만들었다. 그는 공중에서 우아하게 재주를 넘은 뒤 땅에 착지했다. 그가 잡아채 분노돌풍으로 던진 마법은 공중에 뜬 채로 정전기처럼 파지직거리는 소리를 냈다.
나는 땅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안돼, 안돼, 안돼." 뱃속에 들어 있는 것이 온통 거꾸로 역류하는 것 같았다. 나는 비블리오플렉스의 상층 회랑에서 소리가 울리는 것처럼 같은 말을 되뇌이고 있었다. 나는 학장을 공격해버린 것이다.
"일어나렴," 나사리가 말했다.
나는 눈 앞을 가리고 있는 머리칼을 휙 치웠다. 나는 그가 보이는 침착함에 화가 났다. "제가 학장님을 공격했어요!"
"그러라고 시켰잖니."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루타 스퀄하르트, 난 널 프리즈마리에서 내쫓지 않을 거란다. 우빌다 학장도 마찬가지고. 떠나고 싶으면, 직접 그렇게 하려무나."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고, 그는 내가 내보낸, 아직도 공중에 떠 있는 마법이 발산하는 빛을 등지고 서 있어 실루엣만이 비쳐 보일 뿐이었다. 내 평생 사람들이 내게 제공해 준 것이라고는 막연한 격려와 통제하기 위한 수단들뿐이었다. 나사리는 내가 일어서게 도와준 뒤 밧줄 너머에 있는 분노돌풍으로 데려가 주었다.
"저한텐 여전히 우빌다 학장님께 가져갈 과제물이 없어요," 내가 말했다. 나는 몸을 떨고 있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어 그걸 숨기려 했다.
어둠 속에서, 나사리의 전신이 불타올랐다. 그는 이곳에서 가장 밝은 존재였다. "아무것도 없다고?" 그는 내 마법이 흩뿌려져 있는 곳을 흘낏 쳐다보았다. "저게 있지 않니."
나는 코웃음을 쳤다. "저건 예술이 아니잖아요. 저건 그냥 짜증을 발산한 거예요."
"내가 첫 과제로 뭘 제출했는지는 알고 있니?"
"아뇨, 뭐였나요?"
녹아내린 혀가 나사리의 미소 뒤편에서 빛을 발했다. "지진이었단다."
나는 웃었다.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이번에도 확실하지 않았다. 나는 허공에 떠 있는 마법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건
그것을 뒤로 당겼다. 노래 소리. 내가 그 마법을 만지자 내 어머니의 노래 소리가 귓가에 들려 왔다. 그 소리는 너무 커서 거의 비명 소리나 마찬가지였고, 여전히 가사는 없었지만 내 안 깊숙한 곳 어디에선가 가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마법을 꺼낼 수 있었다—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룻밤 만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걸 우빌다 학장님께 가져가진 못하겠어요."
"당연하지." 나사리의 눈썹은 불길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아주 냉랭한 것처럼 보였다. "내가 말하지 않았니? 네가 있고 싶어 하는 한은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우빌다는 더이상 네 감독관이 아니야. 나지. 그리고 넌 합격이란다."
나는 잠시 동안 입을 뻐끔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빌다 학장님이 그리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하마."
"왜죠?" 그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왜 저한테 이런 일을 해 주시는 거죠? 전 특출나지 않아요. 독특하지도 않아요. 저는—"
"내 학생 중 한 명이지," 나사리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그 눈빛이 너무 강렬했기에 나는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었다. "네 안에 있는 마법은 내 몸과 영혼을 만들어낸 마법이야. 그리고 난 그게 그냥 타서 없어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란다."
나는 나를 에워싸고 몰려드는 의심들 속에서 침을 꿀꺽 삼켰다. "제게는 그럴만한 가치가 없어요."
"아직은 그럴지도 모르지." 나사리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하지만 난 장기적인 투자를 잘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