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수업 중
수많은 세계들에서 전해진 비전의 지식이 여러 제국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선반들에 켜켜이 늘어서 있는, 끝이 없이 연결되어 있는 것만 같은 비블리오플렉스의 복도에서, 돌바닥에 구두의 굽이 부딪히며 또각이는 소리만이 아르카비오스 차원에서 들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소리인 것마냥 울려퍼졌다. 오닉스 교수(여기에서는 그렇게 알려져 있다)는 걸어가면서 깊이 숨을 쉬어 언제나 마법이 깃들어 있는 것 같은 오래된 종이, 그리고 익숙한 오존의 냄새를 들이마셨다. 그녀는 감내하기 힘든 또다른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잠시 휴식이 필요했다. 온갖 지혜와 학업이 망라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곳은 엄청나게 우둔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좋은 사례가 하나 있다: 다우주 전역에 잘 알려져 있는 그녀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스트릭스헤이븐에 있는 다른 교수들은 릴리아나 베스가 자신을 완전히 다른 이름으로 소개했을 때 그녀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학교는 그녀가 오래 전에 이곳의 학생이었을 때부터 항상 그래 왔었고, 항상 이곳만의 사소한 문제들에 칭칭 매여 있었다.
그녀를 에워싸고 있는 모든 책들, 고서들, 두루마리들의 무게에는 무언가 진정되는 것이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그곳을 조용히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학생들이 도착하고 나면, 캠퍼스가 그렇게 조용하지는 않을 터였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책더미들 사이를 거닐며 고독감을 즐겼다.
앞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약간 짜증을 내면서, 릴리아나는 끊임없이 재잘대는 고문서를 떠올렸다. 아마도 이제 곧 모퉁이를 돌기만 하면 마주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다음 커브를 돌았을 때, 그곳에 있던 것은 학교의 책더미들 사이에 있는 마법적으로 살려낸 책이 아니었다.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녀가 말했다.
그 형체는 발치에 쌓여 있는 책더미에 더 얹어 놓을 책을 향해 손을 뻗다가 얼어붙은 듯이 멈춰섰다.
릴리아나는 앞으로 걸어갔다. "학생들은 도착하려면 아직—"
그 형체의 손에서 자주색 빛 한 줄기가 날아오면서 그 말을 가로막았다. 그 빛이 그녀의 팔을 스치고 지나가자, 그녀의 온몸에 역겨운 느낌이 퍼지는 것과 동시에 방이 갑자기 찌그러지며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의지가 담긴 손짓을 해 주문의 효과를 분리한 다음 그것을 깨부쉈다. 아마추어의 소행이긴 했다—하지만 스트릭스헤이븐의 다섯 학부 중 어떤 곳도 저런 속성을 가진 마법을 가르치지는 않았다.
"그러면," 그녀는 자신의 마법을 불러일으켜 손에 죽음의 에너지를 휘몰아치게 만들면서 말했다, "여기에 여름 수업을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니라고 받아들이지."
그녀는 이제서야 그 형체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눈이 있어야 하는 공간을 매끄럽고 평평한 금속이 뒤덮고 있었다. 그녀도 물론 오리크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었다. 학교는 금지된 마법과 권력에 사로잡혀 그 어떤 대가도 기꺼이 치르려 하는 마법사들의 비밀스러운 조직에 대한 걱정스러운 속삭임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빨리 그중 한 명을 마주하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네가 뭔지는 알고 있어," 그녀가 말했다.
침입자는 복도 쪽을 쳐다본 뒤, 다시 릴리아나에게 시선을 되돌렸다. "그렇다면 네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알고 있겠군."
"오닉스 교수님?" 근처에 있는 복도 중 한 곳에서 막연히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릴리아나는 주문이 준비된 손을 치켜든 채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셰일 탈론룩 학장이 얼굴을 찌푸린 채로 복도 반대편에 서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그녀가 몸을 돌리자, 침입자는 사라져 있었다. 바닥에 쌓여 있는 책과 두루마리들만이 침입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 줄 뿐이었다.
릴리아나는 마법을 흩어지게 하며 몸을 추스렸다. 지금은 자신에게 이목이 더 많이 집중되게 할 때가 아니었다. "아 네, 전 그저—책 더미에서 뭔가를 봤다고 생각했어요. 교수진은 당면한 다음 주제로 넘어갔나요?"
탈론룩 학장은 그녀의 거대한 검은 눈알에 짜증을 가득 담아 부리를 딸깍거렸다. "나사리 학장이 이번 학기 마도사의 탑 기간을 연장하자고 고집하고 있어요."
릴리아나는 자신의 팔에 주문이 스치고 지나간 부분을 만지며 얼굴을 찡그렸다.. 탈론룩 학장의 뒤를 따라 예언의 전당으로 돌아가며, 그녀는 책들을 흘낏 처다보았다. "확실히 마도사의 탑보다 중요한 문제들이 많지요."
"맞습니다, 그렇고말고요!" 탈론룩 학장이 흥얼댔다. 릴리아나는 그녀가 말한 다른 것들은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윌 켄리스는 카일렘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침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책들을 힘없이 바라보았다. 그는 어떤 것을 가지고 갈 지를 고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녹아내린 예언에 대한 고서가 가장 어울릴 것 같지만, 그는 곧 그가 가장 좋아하는 역사 문헌인 치유사 타두스의 이야기를 기억해냈다. 이제는 한 시간이 지나 있었고, 그는 여전히 선택을 하지 못한 채였다. 그는 짧은 금발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올린 뒤 방 안을 둘러보았고, 이내 테이블 위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올빼미 모양의 카드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카일렘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 지는 알 길이 없었다. 돌아오기는 한다면 말이다.
앞문이 쾅 하며 열리자 윌은 얼굴을 찌푸렸고, 곧 로완 켄리스가 뽐내듯이 안으로 들어왔다.
윌의 누이는 그와 비슷하게 키가 컸고, 그녀의 어깨에 둘러져 있는 붉은 망토 위로는 금발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윌의 앞에 널부러져 있는 책들을 응시하며 윌을 향해 얼굴을 찌푸렸다. "어째서 아직도 준비가 안 된 거야?"
"그냥
로완은 방 반대편에 있는 테이블에서 초대장을 집어들었다. 초대장에서 황금빛 불꽃이 피어오르며, 올빼미 모양을 한 카드가 그녀의 손에서 희미하게 빛을 냈다. "시간은 2주나 있었잖아, 윌. 어서 출발해야 해."
"역사에 의하면 스트릭스헤이븐은 그곳에 수천 년이나 존재해 왔다고 하잖아. 장담하지만 몇 분 정도는 기다려 줄 걸." 그는 다시 책 더미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타두스 이야기를 두고 갈 수 있겠는가? "아니, 몇 시간 정도는 가능할걸."
로완은 짜증난다는 듯이 신음 소리를 냈다. "아마 지금 카스미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란 말이야."
윌은 한숨을 내쉬었다. 카스미나. 스트릭스헤이븐에서 배울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준 여성. 그러나 그녀의 초대는 난데없었고, 개럭이 충분히 만족해 그들을 더이상 귀찮게 하지 않게 된 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그들은 카일렘에서 그녀와 그리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음에도, 이제는 그녀의 말 한 마디에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가야만 한다는 것인가? 윌은 자신의 책들로 몸을 돌렸다. "장담하지만, 그녀도 괜찮을 거야."
"우린 출발한다고."
"그래, 알고 있어. 오늘이지, 맞아. 난 그냥 이걸—"
"아니, 윌." 로완은 자신의 손에 든 초대장을 구겼다. "지금 당장 말이야."
윌은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빛이 방 안에서 터져나오며, 그림자로 만들어진 덩굴손들이 공중에서 휘몰아쳤다. 그는 실눈을 뜨고 그 촉수들이 자신의 누이를 둘러싸려는 듯이 펼쳐지는 것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뒤에서는, 초록빛으로 우거진 푸른 잎사귀들 사이로 밝고 푸른 하늘의 조각들이 빛나고 있었다.
로완은 씩 웃은 뒤 빛 속으로 걸어들어가 사라졌다.
윌은 입을 앙다물고 마음 속의 욕망과 싸웠다. 하지만 그와 누이와의 연결 관계는 너무나도 강력했다. 이내 빛과 그림자로 만들어진 똑같은 덩굴손이 그의 주변에서 솟구쳐올라, 침대를 천상의 빛으로 휘감았다. 그는 빛이 자신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당기기 전에 필사적으로 치유사 타두스의 회고록을 집어들었다. 이내, 그의 주변은 카일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빛과 색과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아무 것도 아닌 것을 헤쳐 나가고 있었다.
로완이 그들 둘을 이끌고 간 곳에서 윌이 가장 처음으로 들은 것은 높은 비명소리였다. 그 소리는 깃털과 발톱으로 이루어진 흐릿한 형체로부터 나오고 있었고, 그 형체는 그를 향해 곧장 다가오고 있었다. 윌은 고함을 내지르며 회고록을 방패처럼 치켜올렸다. 새는 충돌하기 직전에 공중으로 날아올라, 머리 위에서 넓은 원호를 그리며 솟구쳤다.
그들은 작고 부드러워 보이는 나무들로 둘러싸인 공터에 서 있었다. 공터의 가장자리에는 이리저리 휘어 있는 지팡이를 들고 있는 낯익은 모습이 서 있었다. 잠시 후, 새는 하늘에서 내려와 여성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안녕, 윌. 로완." 햇살이 그녀를 비추며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더 밝게 만들었다. 카스미나는 희미한 미소를 띠고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왔구나. 시간도 딱 적당해. 수업이 곧 시작될 테니까."
윌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황무지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어, 그러니까. 학교가 가까운 곳에 있겠네요?"
"그래. 카스미나는 몸을 돌려 공터의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이 숲 바로 너머에 있지. 곧 첫 번째 횃불이 보일 거야."
첫 번째 횃불? 윌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가 궁금했다.
"이곳은 어떤 곳이죠?" 로완이 윌에게서 떨어져 그녀를 따라가며 물었다.. "우리 같은 다른 사람들도 있나요? 세계 사이를 건너다닐 수 있는 사람들 말이에요."
"여긴 아주 큰 캠퍼스란다," 카스미나가 말했다. "다른 차원에서 온 사람들도 있을 거야. 넌 안 올 거니, 윌?"
윌은 입을 악물고 그들을 뒤따라 걸어갔다.
카스미나가 이야기했던 대로, 횃불이 있었다. 그녀가 말해 주지 않은 건 그것이 거대했다는 것이다—사실, 탑에 더 가까웠다. 나무들 위로 솟구친 은빛 기둥이 맑고 푸른 하늘을 꿰뚫고 있었다. 지면에서 올려다보고 있었음에도, 윌은 그 건물의 꼭대기에서 불길이 춤추듯이 타오르며 하늘 위에 떠 있는 두 태양과 경쟁하듯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건물의 아래쪽에 도착하자, 윌은 그 부드러운 금속을 쓰다듬어 보았다. "어떻게 이걸 계속해서 켜 두는 거죠?"
"아르카비오스에 있는 다른 많은 것들과 같아," 카스미나가 말했다. "마법이지."
윌은 짜증이 나서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여기가 당신의 고향인 세계인가요?"
"대학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아니란다." 카스미나는 지평선 쪽을 바라보았다. "다음 횃불은 저쪽이야."
윌도 같은 방향을 쳐다보았지만, 그에게 보이는 것이라고는 그들의 앞에 펼쳐져 있는 녹색 벌판에 나 있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만들어 낸 오솔길 뿐이었다.
"횃불들이 더 있는 거면, 그것들에 감탄할 시간은 나중에도 있을 거야, 윌. 어서 가자," 로완이 앞으로 달려나가며 말했다.
"로완, 천천히 가," 윌이 말했다. "우린 여기에 누가 있는지, 아니면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르잖아."
"바로 그거야!"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몇 마일 정도 걸어간 뒤 그들은 다음 횃불에 도착했다. 윌은 이 차원 곳곳에 이런 횃불들이 몇 개나 있는 지가 궁금했다—그리고 그것들은 어떤 신기한 대지 위에 솟아 있을지도 말이다.
"스톰라이트 평문이 훨씬 더 상세했지," 카스미나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윌은 카스미나 근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얼굴을 찌푸린 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옆구리에 있는 책을 쳐다보았다. 그는 책을 손으로 쓰다듬었고, 낡은 표지는 그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음, 스트릭스헤이븐에 도착하고 나면 언제든 비블리오플렉스에 문의해 볼 수 있을 거야."
"뭐라고 하셨죠?" 로완이 물었다.
"비블리오플렉스 말이야," 카스미나가 대답했다. "마법에 대해서는 그 어느 차원, 그 어느 곳과도 비견될 수 없는 방대한 수집 목록을 자랑하는 곳이지."
"오," 로완이 실망을 감추려는 기색도 잊은 채 말했다. "책이 많다는 거로군요.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요?"
"지금 농담하는 거야?" 윌이 소리쳤다. "아무 거나 배울 수 있을 거라고! 모든 걸! 어서 속도를 내야겠어!"
로완은 눈을 흘겼다. "언제는 좀 천천히 가자고 하던 게 누구더라? 짐승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면서?"
"위험한 게 다가오면 내 올빼미가 경고해 줄 거야," 카스미나가 말했다. "너희 둘 다 겁낼 필요 없단다."
윌은 새를 힐끗 쳐다보았다. 하얀 날개를 펼치고 있는 그것의 둥그스름한 눈에 태양빛이 반사됐다. 그것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윌은 얼굴을 찌푸렸다. "저건 왜 저래요?"
카스미나는 앞을 쳐다보았다. "별 일 아니야. 좀 나이를 먹긴 했지."
그들은 조용히 길을 걸었고, 윌은 이따금 올빼미와 그 주인을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새는 항상 언제 그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지를 알고서 윌이 견디지 못하고 눈길을 돌릴 때까지 그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들이 이동하는 동안, 그는 멀리 솟아 있는 회갈색 산등성이를 보고 지형이 변화한 것을 알아차렸다.
마침내, 그들이 다음 횃불을 지나치자 카스미나가 침묵을 깼다. "스트릭스헤이븐에 온 걸 환영해."
세 명이 산등성이에 올라서자, 윌은 자신의 앞에 펼쳐진 광경에 거의 엉덩방아를 찧을 뻔 했다. 캠퍼스는 지평선까지 뻗어 있었고, 빛을 반짝이는 탑과 평평한 지붕들이 정교하게 서로 뒤엉켜 있었다. 시설의 중심부였음에 틀림없는 곳에는 들쭉날쭉한 돌로 만든 거대한 아치가 떠 있었고, 각각의 돌은 마치 거대한 칼날이 아래쪽을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바닥을 향한 쪽이 매끄럽고 평평하게 되어 있었다.
윌은 로완의 곁으로 걸어갔다. "이건
"우리 성보다 크네," 로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었다. 넓게 펼쳐져 있는 스트릭스헤이븐은 엘드레인의 다섯 성을 모두 합쳐 놓은 것보다도 컸다. 그 중심부에는 거대한 건물이 다른 것들 위로 우뚝 솟아 있었다. 뾰족한 아치들은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더 작은 건물들 위로는 커다란 구체들이 떠다녔다.
"저게 비블리오플렉스야," 카스미나가 그들의 곁으로 걸어와 서며 말했다. 윌은 교내를 내려다보면서 여전히 말문이 막힌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완이 짧은 웃음을 터뜨렸고, 덕분에 그는 몽상에서 깨어났다. "재미있겠는걸."
윌은 그의 누이를 따라 거대한 관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미소를 지었다. 도착하려면 아마 한 시간 정도는 더 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관문들은 가까이 있다고 생각될 만큼 충분히 컸다.
몇 발자국을 떼지 않았을 때 그는 갑자기 카스미나가 자기들을 뒤따라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와 로완은 궁금해하며 몸을 돌려 뒤를 쳐다보았다. "안 오시나요?"
"아, 난 안 가," 카스미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녀가 자신의 올빼미를 쳐다보자, 새는 날아올라 비블리오플렉스를 향해 날아갔다. "해야 하는 다른 일들이 있거든. 마빈다 샤프비크라는 오울린을 찾아 봐. 너희들이 적응할 수 있게 도와 줄 거야."
"아." 로완이 목을 가다듬었다. "음, 어, 고마워요 그럼."
윌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저도 누이와 마찬가지에요. 여기까지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단다," 카스미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천만에."
윌은 몸을 일으켜세운 뒤 여성을 다시 한 번 쳐다보고는 그의 누이와 합류했다. "로완," 그가 속삭였다. "'오울린'이 뭐라고 생각해?"
관문의 반대편에서는, 활기를 띤 캠퍼스 안에서 사람들이 스트릭스헤이븐의 돌로 만든 넓은 길을 따라 제각각 갈 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어린 학생들 몇몇은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고, 회색 망토를 펄럭이면서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더 나이가 많은 학생들은 마치 색들이 같이 몰려다니는 것처럼 각각 독특한 의상을 입고서는 무리지어 움직였다.
적색과 청색의 주름 장식과 프릴은 흑색과 백색의 코트와 각반의 각도와 회오리 문양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녹색과 흑색의 오버코트와 무거운 부츠는 적색과 백색의 우아하고 좁은 단코트와 높은 옷깃과는 정반대인 것처럼 보였다. 윌은 갑자기 앞으로 걸어나가며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색과 모양들을 음미했다.
"그녀도 참 이상해, 그렇지 않아?" 로완이 멍하니 말했다. 그녀는 윌만큼 그들 주위의 광경에 정신을 빼앗기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오히려 그녀는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누구?"
"카스미나 말이야. 그녀랑 그 올빼미."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더이상은 상관없을 것 같네. 그녀가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 줬으니, 그렇잖아?"
윌이 대답을 하기 전에, 캠퍼스 안쪽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 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로완은 그 목소리를 향해 달려나갔다.
"야!" 윌이 그녀의 뒤를 따르며 소리쳤다. "기다려!"
그들은 모퉁이를 돌자 나온 작은 안마당의 입구에서 갑작스럽게 멈춰섰다. 그 안에서는, 학생들 두 무리가 풀밭을 가로질러 주문을 퍼붓는 것을 군중이 지켜보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화살들이 목표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면서 허공을 가르며 공중에서 소용돌이쳤다. 주문 하나가 적색과 청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를 맞추자 그녀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녀는 하릴없이 손발을 휘젓기 시작했다. 군중으로부터 웃음과 박수 소리가 치솟았다.
윌은 겁에 질려 이 광경을 쳐다보았다. "난 이곳이 학교라고 생각했어. 이건—"
"아주 멋져!" 로완이 씩 웃으며 그의 말을 끝냈다. 그녀는 근처에 있는 흑색과 녹색의 옷을 입고 있는 드라이어드 학생의 소매를 끌어당겼다. 누가 이기고 있어?"
"아직까진, 프리즈마리가 유리한 것 같아," 학생이 말했다. "하지만 내가 쟤네들이라면 그렇게 안심하진 않을 거야. 실버퀼 녀석들은 꽤 악랄하거든."
"캠퍼스 한가운데에서, 피에 굶주린 싸움이라고?" 윌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드라이어드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그냥 결투야. 아무도 정말로 다치거나 하진 않아. 그러니까, 너무 심하게 다치진 않는다고."
"좋아, 난 이제 됐어," 윌이 단호하게 보이려는 듯이 노력하며 말했다. "로완, 이제 가자. 입학 관리자—그런 게 있겠지—를 만나야 하잖아. 아마도 학교 선생님일 수도 있고. 수업에도 참여해야 하고, 필요한 책도 있을 거야, 그리고—"
로완은 그를 완전히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운동장에서, 한 학생이 적색과 청색 옷을 입은 프리즈마리 학생 한 명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는 손을 치켜올리고, 낮고 집중하는 음조로 주문을 읊조렸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검은 잉크가 휘몰아치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조심해!" 로완이 소리쳤다. 그녀는 잉크 주문을 준비하고 있던 학생에게 번개를 쏘아보냈다. 그는 번개에 맞으며 소리를 질렀고, 자신이 불러모으고 있던 검은 잉크를 자신에게 끼얹으며 제복을 흠뻑 적셨다. 관중으로부터 더 많은 웃음과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프리즈마리 학생은 놀라서 몸을 돌려 로완을 쳐다보았다. "고마워!"
로완은 씩 웃으며 날아드는 공격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윌이 경고를 하기도 전에, 살아 있는 잉크의 고리가 그녀의 아래에서 그녀의 발목을 휘감아 넘어뜨렸다. 그녀는 뒤로 넘어져, 잠시 동안 기침을 한뒤, 누가 자신을 공격했는지를 올려다보았다—흑색과 백색으로 된 옷을 입은, 그녀가 번개를 날린 바로 그 학생이었다. "넌 빠져 있어, 신입생," 그 학생이 식식댔다.
로완이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자 그녀를 둘러싼 대기가 전기를 띠며 딱딱거리고 파지직거렸다. "또 한 번 맞아 보겠어?"
사이드라인 쪽에서는, 드라이어드가 윌 쪽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쟤는 네 누이인 거야?"
"안타깝지만 그래," 그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는 학업을 위한 정숙함을 기대하고 있었다—지금까지는, 이곳도 카일렘만큼이나 좋지 않았다.
"네 누이는 전공을 선택한 것 같네."
그건 사실이었다—로완은 이제는 프리즈마리 학생들 편에 서서 다른 이들을 향해 불꽃을 쏘아내고 있었다. 윌은 마지못해서 운동장에 발을 디뎠고, 앞뒤로 날아다니는 불꽃과 빛의 화살을 피해 가면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을 뚫고 지나갔다. 그가 마침내 그녀에게 다다랐을 때, 그는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로완, 이건 우리가 싸울 일이 아니야. 가자."
그녀는 그저 웃었다. "윌 너도 해 보면 재미있을 거야!"
"우리는 재미 때문에 여기 온 게 아니야, 로완! 더 나은 마법사가 되려고 온 거라고!"
"비켜, 신입생!" 그의 뒤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 왔다. 그가 몸을 돌리자 잉크로 만들어진 구체가 그의 가슴에 부딪혔고, 그 구체는 곧 폭발해 그를 날려버리며 로완에게 부딪히게 했다. 둘은 기침을 하며 땅바닥에서 몸을 일으켰고, 윌은 공포에 질린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여행 가방에 넣어 두었던 타두스 회고록이 밖으로 떨어져서는 검은 잉크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는 이내 그것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좋아," 윌은 이를 악물고 그르렁댔다. "우리가 싸울 일일 수도 있겠어."
로완이 그를 잡아당겨 일으켜세웠다. "비트루스랑 고름을 상대했던 일 기억나?"
윌은 고개를 끄덕였고, 마법을 발동하려 에너지를 끌어모았다. 그의 주변을 둘러싼 공기의 온도가 순식간에 몇 도는 내려갔다. 그가 숨을 내쉬자 하얀 김이 내뿜어졌다. "해 보자고."
로완은 몸을 돌려 그녀의 손을 치켜올렸고, 그녀가 쏘아보낸 번개의 구체는 길게 늘어나며 뱀처럼 구불구불거리며 파지직거리는 소리를 냈다.
윌은 로완의 번개 주위로 냉기의 바람과 얼음 회오리를 내보내며 숫자를 셌다. "하나
윌과 로완은 동시에 움직였고, 그들의 마법은 하나로 합쳐져 호를 그리며 다른 학생들을 덮쳤다. 그들은 더 이상 그렇게 거만하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 마법이 실버퀼 학생들에게 닿기 직전에, 로완의 번개가 번쩍이며 부러지면서 윌의 얼음 마법의 띠를 잘라 버렸다. 윌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조정을 하기에는 너무 늦어 있었다. 최소한, 로완의 공격은 강력했다. 그 마법은 실버퀼 상급생이 불러낸 빛의 방패를 꿰뚫어, 그녀를 휘청이며 뒤로 물러나게 했다.
로완은 그의 옆에서 환호성을 내질렀지만, 곧 환호를 멈추고 몸을 돌려 번개를 쏘아내 다른 마법사의 공격을 쳐냈다.
윌은 그들의 합체 마법—그들이 항상 해낼 수 있었던, 서로 엮어낸 주문—이 실패한 장소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었다.
릴리아나는 비블리오플렉스 바깥에 서서 지나가는 학생들의 퍼레이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오래된 위더블룸 제복의 무게를 거의 느낄 수 있었고 무심코 교수 코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길 반대편에서, 나사리 학장이 비블리오플렉스의 문 사이로 거드름을 피우며 걸어오고 있었고, 그의 옆에는 리세트 학장이 있었다. 릴리아나는 학장들과 걸음걸이를 맞췄다.
"오닉스 교수님." 리세트 학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수업에는 적응하고 계신가요?"
"그럭저럭이요," 릴리아나가 말했다. "그래도 학생들에게서 좀 불편한 소문이 들려오기는 하네요."
나사리 학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프리트의 웃음 소리는 마치 수정 위로 물이 흐르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였다. "음, 젊은 사람들은 정교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버릇이 있지요. 좋은 징조라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인 상상력이죠."
릴리아나는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자신의 어조를 가볍게 유지하려 노력했다. "학생들이 복장을 갖춰 입고 복도를 숨어 다니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저 순진한 장난이라기엔 좀 심각하다고 말하고 싶군요."
"숨어 다닌다고요?" 리세트 학장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리고 그런 자들 중 한 명을 보셨다는 겁니까?"
그녀는 말을 멈췄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인가? "캠퍼스에서 가면을 쓴 이방인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자가 그 오리크라는 자들 중 하나일지는
"또 그 단어로군요. 그 말은 언제나 심각하게 들리죠. 저희는 이런 소문들이 그저 무해한 장난 이상인지를 알 길이 없어요," 리세트 학장이 말했다.
그 가면을 쓴 이방인이 그녀에게 휘두른 마법은 무해한 장난을 훨씬 넘어서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그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학장님들과 교수님들에게도 경고를 해야 해요. 학교에도 저희가 이용할 수 있는 방어선이 있겠지요."
"알리보 말고 말입니까?" 나사리 학장이 씩씩댔다. "전 분명 그가 심심풀이로 뭔가를 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러고 난 뒤에는 나에 대한 원한을 풀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골렘 한 개 보다는 좀더 많아야죠."
"뭐라고 부르든지 간에, 그것들이 위험을 초래한다고 해도—우리 학생들이 힘없는 양하고는 거리가 멀지 않습니까," 리세트가 말했다. "학생들은 충분히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요."
"하지만 누가 그들을 서로에게서 보호해 주죠?" 나시리가 근처에 있는 안뜰을 가리키며 말했다. 릴리아나는 환호성과 고함소리가 주변을 가득 메운 것을, 그리고 교칙을 위반한 주문들이 하늘 위로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다른 결투였다. 리세트는 한숨을 쉬었고 나사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보셨습니까? 저런 재능이 있으면, 오리크를 걱정할 일 따윈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사리 학장님," 릴리아나가 말을 꺼냈다. "저희는 정말로—"
"좋습니다, 좋아요."
그들은 함께 싸움을 말리려고 이동했다. 나사리는 군중들 사이로 넓은 물줄기를 내보내서 프리즈마리 학생들을 가뒀다. 리세트 학장이 명령을 내리자 땅 속에서 덩굴과 뿌리들이 쏘아져 나와, 아이들을 서로에게서 떼어 놓으며 마법을 더 날리지 못하게 그들의 손을 구속했다.
한 어린 소년이 금발의 소녀를 따라 운동장을 떠나면서 투덜거렸다. "여긴 카일렘이 아니라고, 로완."
릴리아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그들의 옷을 훑어보았다. 그들은 제복을 입지 않았고, 허리띠에는 칼을 차고 있었다. 그의 짧은 머리칼도 그녀만큼이나 밝은 색을 띠고 있었고, 그들의 눈과 코는 서로를 거울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는 카일렘이라고 말했다. 그녀도 카일렘이라는 장소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곳은 아르카비오스에 위치한 곳이 아니었다
소녀가 얼굴을 찌푸렸다. "나도 그건 알아, 윌. 하지만 여긴 엘드레인도 아니야. 네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고 말이야."
"그냥 가면 안 돼? 문제에 휘말리기 전에."
릴리아나는 쌍둥이가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았고, 잠시 소년과 시선을 교차했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며 불편한 듯이 미소를 지은 뒤, 자신의 누이를 잡아당기며 서둘러 지나갔다.
아마도 그들은 오리크 요원들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그들이 플레인즈워커라면, 유용할 수도 있었다. 만약—언젠가, 그녀는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스트릭스헤이븐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 말이다.
윌은 학생 기숙사 안쪽의 벽을 경이롭게 쳐다보았다. 돌을 따라 새겨져 있는 복잡한 선들이 부드러운 빛을 내며 빛나고 있었다. 그가 손을 뻗어 그 선들 중 하나를 만져 보자, 마법이 그의 손가락 끝을 간지럽혔다.
"여기가 확실해," 로완이 복도 반대편에서 말했다. 그녀는 윌을 향해 손을 흔든 뒤 문을 밀어젖혔다.
윌은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가면서 튼튼한 벽과 유리 창문을 감상했다.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 그 공간을 따뜻한 빛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침대 두 개가 방 양쪽에 놓여있었고, 각각은 금색 선들이 교차하는 회색 담요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문 뒤에 있는 벽에는 제복 두 개가 옷장에 걸려 있었고, 제복에 입는 신발은 그 밑의 바닥에 놓여 있었다.
로완은 문에서 가까운 침대에 몸을 눕혔다. "이건 좋은걸. 카일렘에서 침대라고 불렀던 그 바윗돌들보다 훨씬 나아."
윌은 키득키득 웃으며 자신의 책들을 다른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자리에 앉아 푹신한 매트리스 속으로 가라앉은 다음, 반짝이는 실밥을 쓰다듬어 보았다. 똑같은 빛줄기가 돌 벽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었다. 모퉁이에는 기호가 새겨져 있었고, 불길과 나무와 별들이 천장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그의 관심이 불꽃에 쏠렸고, 이는 그에게 바깥에서 있었던 치열한 결투를 생각나게 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우리가 같이 발동했던 주문 말이야
로완이 다른 침대에서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이야?"
"나도 모르겠어. 그저 카일렘에서 했던 거랑 똑같지가 않았거든."
"음, 우린 카일렘이 있는 게 아니잖아, 잊었어?" 로완은 어깨를 으쓱한 뒤에 이불 속으로 발을 집어넣었다. "게다가, 효과는 있었어, 안 그래? 문제될 거 없잖아?"
윌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효과는 있었어, 하지만
"뭐, 책들은 재미있게 읽도록 해." 로완이 말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다가갔다.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냐, 로완," 윌이 항의했다. "이 세계에 있는 존재가 우리의 마법에 영향을 주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거라면 어떻게 할 거야?"
"내 마법은 괜찮아."
"아니, 그렇지 않았어. 윌은 누이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여기에선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어. 카스미나의 말을 들었잖아—이곳은 다우주에서 가장 방대한 마법적 지식을 보유한 곳이라고! 우린 한심한 학교 내 분쟁에 끼어들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니야."
로완은 눈을 흘겼다. "아, 그러셔? 그럼 우리가 여기에 왜 온 건데?"
"배우려고 온 거지. 더 강해지려고. 스트릭스헤이븐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혜를 이용하려고 말이야." 윌은 양 손을 내렸다. "우린 그걸 전부 엘드레인으로 가지고 돌아가서 우리 백성들을 도울 수 있을 거야."
로완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건 네가 여기에 온 이유야, 윌. 하지만 난 네가 아니라고. 우리가 쌍둥이일 지는 몰라도, 난 내 자신만의 삶을 살수 있어."
"그야 물론이지." 윌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한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로완은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윌은 자신의 책을 집어들고 서둘러 그녀를 뒤따랐다. 하지만 점점 더 복도 저편으로 가고 있는 로완의 뒤에서, 윌의 발걸음은 느려졌다. 아마도 그는 자신 혼자서 답을 찾아내야 할 지도 몰랐다.
카스미나는 경치 좋은 캠퍼스의 안마당을 따라 줄지어 있는 벤치에 앉아 기숙사에서 돌아오고 있는 그녀의 부엉이를 지켜보았다. 새의 눈을 통해 보는 것이었기에 형체가 약간 왜곡되기는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녀의 정신을 통해 쌍둥이를 볼 수 있었다. 스트릭스헤이븐은 그들 둘 모두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 줄 터였다. 그녀는 그저 그들이 어떤 것을 선택할 지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무언가가 그녀의 관심을 끌어당겼고, 카스미나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녀의 정신은 어둠 대신 붉은 색으로 가득찼다.
그녀의 또다른 올빼미가 돌 투성이인 사막 위를 솟구쳐올라 공중을 날았다. 그녀는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움직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한 남자가 바위를 기어오르고 있었고, 그가 입은 옷의 붉은 색과 갈색은 그가 지형에 녹아들수 있게 돕고 있었다. 그의 옆에서는 여우처럼 생긴 생물이 대형을 이뤄 날렵하게 뛰어올랐지만, 이내 갑자기 멈춰서서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주변에 있는 언덕들에서 여러 형체가 그림자로부터 불가능한 각도로 미끄러지듯 걸어나왔다. 그들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금속으로 만든 가면이 떠 있었다. 그들이 치켜올린 양 손에는 역겨운 자주색 빛이 뭉쳐 있었고, 그것들은 모두 여우 같은 것과 함께 있는 남성를 향해 있었다. 그는 항복의 표시로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카스미나는 정신으로 명령을 내렸고, 마법사들이 남성의 팔을 구속해 그들의 앞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 속으로 그를 끌고 가는 동안 그녀의 올빼미는 머리 위 높은 곳에서 그 뒤를 따라갔다.
루카는 마법사들이 그를 동굴 안으로 밀어넣자 끙 하고 신음 소리를 냈다. 밀라는 그의 옆을 어슬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내고 목의 털을 곧추세웠다. 그는 조용히 그들의 연결고리를 통해 밀라를 달랬다. 밀라가 공격을 했다면, 마법사들은 그가 적이라고 생각했을 터였다. 그가 그 싸움에서 이길 수는 있었겠지만, 그것은 그가 이곳에 온 이유가 아니었다. 밀라는 그를 올려다 본 뒤, 천천히 경계하는 자세로 되돌아갔다. 그녀는 루카와 보조를 맞추며, 벽에 쌓여 있다가 그대로 쏟아져내린 오래되고 곰팡이가 뒤덮인 책들을 밟고 지나갔다.
마법사들은 그를 더 넓은 방으로 데리고 갔다. 석순과 종유석들이 들쭉날쭉한 이빨처럼 공간을 가르고 있었고, 천장은 그림자로 뒤덮여 있었다. 루카는 툭 튀어나온 돌멩이 하나를 밟고 몸을 휘청였고, 앞으로 뻗어 있는 내리막길로 조약돌 몇 개를 굴려보냈다.
"조용히 해," 가면을 쓴 마법사 한 명이 그에게 쉭쉭 댔다. 그는 루카의 어깨를 밀었다. "계속 움직여."
루카는 짜증을 달래려 노력하면서 숨을 들이쉬었다. 이내 석순 하나가 움직였다.
그는 처음에는 어둠이 정신에 장난을 쳐서 자신이 헛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내 루카는 자신의 감각을 확장하고 나서 얼어붙었다—자갈 같은 울퉁불퉁한 질감은 돌이 아니라 일종의 껍데기였다. 그것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것은 천천히 펼쳐지면서 길고 가는 다리를 어둠 속으로 뻗었다. 그의 뒤에서, 다른 석순 하나가 원래 있던 자리를 벗어나면서 낮게 찍찍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들은 포위당해 있었다.
"계속. 움직여," 가면을 쓴 마법사가 말했다.
그들은 길을 골라 나아갔고, 찍찍대는 돌들은 하나같이 천장으로 시선을 보냈다. 루카는 그 생물들이 활발할 때에는 어떤 모습일 지를 상상해보려 했다. 그것들 중 한 녀석의 실물과 마주한다는 생각은 이코리아 지하에 있는 동굴들 속에 잠복해 있는 수많은 괴물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냈다. 그러나, 공포와 함께한다는 것은 기이하게 친근감이 들었다—그는 자꾸만 자신이 그들과 비슷한 종류와 만났던 적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마법사는 루카를 잡아끌어 멈추게 한 뒤, 강제로 그를 무릎꿇렸다. 밀라는 동굴의 반대편을 향해 몸을 돌린 뒤, 자세를 낮게 하고 으르렁댔다. 루카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봐. 조용히 해."
정적 너머로 뼈가 부스러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그림자로부터 키가 크고 깡마른 형체가 나타났다.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거의 새의 형상을 한 가면 주변으로 사악하게 빛을 내는 에너지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루카는 그 남성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생물들 중 한 마리에게 다가가 그 껍데기를 껴안기 위해 잠시 멈춰섰을 때 자신의 표정을 중립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아르카비오스에 온 것을 환영하지, 이코리아의 루카여."
"날 알아?"
"난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네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것들 말이야." 가면을 쓴 남자는 기이한 생물로부터 멀어지며 루카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그 대가로, 네가 내게 해 줄 수 있는 일도 있을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