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어둠 속의 메아리
동굴 세 개는 떨어져 있는 곳이었는데도, 금속이 부서지는 비명 소리가 돌벽에 부딪쳐 메아리쳤다. 또 다른 굴착기가 하나 더 고장난 것이리라. 카른이 유기체였다면, 한숨을 내쉬었을 터였다. 대신, 그는 잠시 멈춰 서서 굴착기로부터 잔잔하게 들려오는 덜컥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자신의 기계들을 불쌍히 여겼지만 감람석 바위조차 사암처럼 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은 코일로스의 동굴이 가진 괴이한 지질학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은 단 한 곳도 없었지만, 그에게 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곳에서 그는 성배를 조작하기 위한 비밀을 밝혀낼 작정이었다.
그리고 피렉시아 요원들보다 먼저 밝혀내야만 했다.
그의 몸에 이슬이 맺혔고, 물방울들은 그의 금속 판금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아무도 그를 믿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피렉시아인들이 이곳, 도미나리아에 있었다. 그는 마치 차원을 초월한 기술이 이곳 광석에 켜켜이 쌓여 있는 비밀들을 풀어내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옆으로 몸을 돌려 좁은 통로 속을 비집고 들어갔다. 현무암이 그의 가슴에 부딪히며 덜그럭거렸지만, 그에게 흠집을 내지는 않고 길을 터 주었다. 그는 반투명한 석순 아래로 몸을 숙이며 낮은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투명한 석고가 트란 죄수들의 뼈와 조각난 트란의 기술들을 뒤덮고 있었고, 그것들의 금빛 무늬들은 훼손되어 있었다.
카른은 동굴 뒤편에 있던 망가진 굴착기를 찾아냈다.
그 불쌍한 굴착기는 마치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맡은 것이 짜증난다는 듯이 증기를 내뿜고 있었고, 과열되어 있던 케이스가 식어가면서 부드럽게 팅-팅-팅거리는 소리를 냈다. 카른은 정교한 보라색 광물 퇴적물을 부수거나 지금까지 어둠 속에서 살아온 민물 말미잘과 작은 맹어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종유석들과 물웅덩이들 사이를 가로질러 지나갔다.
카른은 굴착기 위에 손을 얹었다. "내가 고쳐 주면 되겠나? 그래?"
과열된 기계에서 한숨을 쉬듯이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가 손짓을 하자, 케이스를 연결하고 있던 나사들이 풀렸다. 그는 나사들을 한 켠으로 치운 뒤 케이스를 제거했다. 어긋난 기어가 그를 맞이했다. 그는 그것을 제거한 뒤 대체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마법으로 찌릿거렸고, 그 마력이 합쳐지자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무언가가 만들어졌다. 금속이 실체화하면서 겹겹이 층을 이뤄, 대체 부품이 만들어졌다.
그는 동굴의 고요함 속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태양이 없는 곳에서, 오직 메트로놈처럼 떨어지는 물방울만이 며칠이나 지났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는 이곳에 혼자 있었다. 다른 플레인즈워커들은 코일로스의 동굴에서 자신들의 감각을 거스르는 차원간의 왜곡을 경험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카른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그로 얻을 수 있는 고립감이 고마웠다. 그는 질문들에 대답할 필요나 피렉시아인들이 누군가에게 손을 뻗었는지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을 "완성"했는지를. 그는 고독 속에서 성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열쇠를 찾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는 혼자서 싸움에서 승리할 작정이었다.
"무슨 싸움?" 조이라는 짜증을 내면서 두 손을 자신의 엉덩이 위에 올렸다. "카른, 피렉시아인들은 수 세기 전에 격퇴되었어. 그리고 네가 이야기해 준 새로운 놈들은 그들만의 차원에 갇혀 있고."
"그들은 이곳에 있소," 카른은 그녀에게 말했다. "전투에서 피렉시아인들을 물리치는 것에는 아무 의미도 없소. 그것들은 군대가 아니오. 그것들은 증오가 구체화된 존재들이오. 그것들은 도미나리아에 확실히 파멸을 불러올 것이오."
그녀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벤서가 그랬다고 해서
카른은 벤서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기어를 축에 끼워넣고 그것을 단단히 조였다. 그는 케이스를 제 자리로 밀어넣은 뒤, 나사들을 다시 조였다. 소소한 즐거움. 그는 굴착기를 툭툭 두드린 뒤 미소지었다. "이제 나아졌지, 그렇지 않나?"
그는 그것이 살아있지 않다는 것을, 그에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레버를 밀자 굴착기가 앞으로 나아가며 동굴 벽을 파헤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마치 살아있기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암석이 몸서리치듯이 떨렸다. 굴착기의 평평한 삽에서 고운 흰 먼지가 뿜어져 나왔다. 만약 유기체가 이곳에 존재했다면, 카른은 먼지를 가라앉히기 위해 물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를 걱정해야 했을 터였다. 그들의 폐는 너무나도 연약했다.
혼자인 것이 더 나았다, 그렇지 않은가? 아무도 몇 시간 동안 먹고 자면서 그의 작업을 지체시키지 않았다. 아무도 잡담으로 그의 진전을 지연시키지 않았다.
분쇄된 바위가 보라색으로 변하자, 굴착기가 허공을 때렸고 굴착기의 우르릉거리는 소리는 낑낑거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굴착기는 뒤로 물러섰고, 카른은 굴착기가 열어젖힌 동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바위는 달걀 껍질처럼 얇았지만 매우 단단했다. 반대편에 있는 동굴은 내부가 오팔로 뒤덮여 있었다. 그의 눈에서 나오는 빛이 무지개색 반점들에 반사되면서, 동굴을 호박색 빛으로 가득 채웠다. 먼지가 뒤덮여 있는 작업장은 우르자가 필멸자이던, 또는 그 보다도 전인 마법의 이론과 사례가 덜 알려져 있고, 기술이 도미나리아의 진보를 이끌었던 시절에 만들어진 곳 같았다. 복잡한 유리관, 다양한 크기의 비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버너, 분말 형태로 남아 있는 고대 화학 물질의 잔재, 점토를 자르기 위한 와이어 커터와 롤러, 건조된 유리 코팅이 되어 있는 양동이, 기어, 톱니바퀴, 심지어 통풍구가 있는 작은 주조용 화로도 있었고, 집게는 마치 방해를 받은 대장장이가 미완성된 작업에서 손을 떼며 내려놓은 것처럼 무심하게 한쪽에 놓여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족쇄가 있었고, 이는 코일로스의 동굴이 한때 피렉시아로 변하기 전의 트란이 가진 추악함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이 작업장은 어떤 기능공의 안식처였으며 동시에 어떤 죄수의 악몽이었다. 카른은 실험을 위해 지각 있는 존재들을 수탈하기 위한 장치를 알아보았다. 그는 자신이 새롭게 형성되었을 때 그런 장면들을 너무나도 많이 보았었다.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이 이렇게 온전하게 보존된 것이지?" 그가 이 광경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만 있었다면
그는 정말로 혼잣말을 그만둬야 했다.
카른은 그의 육중한 몸이 허락하는 최대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사소한 진동이 이 민감한 물체들을 산산조각 내 데이터를 파괴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책장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보석으로 장식된 책들이 자신들에게 담겨 있는 지식으로 그를 유혹했지만, 그는 그 책들을 꺼내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가 만지게 되면 아마도 종이가 부스러지며 먼지가 될 터였다. 그는 액체가 말라붙어 변색된 비커들을 들여다본 뒤, 주조용 화로에 들어 있는 재를 살펴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도자기용 작업대를 살펴보고 그것을 발견했다. 양피지에 성배의 도안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손잡이가 달린 구리 그릇으로, 작고 검은 형체들이 바닥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도안 옆에는 회색 점토 조각이 놓여 있었고, 도안에 퇴색된 염료로 묘사되어 있는 것과 동일한 기호들이 새겨져 있었다. 어떤 것은 트란어였고, 어떤 것은 성배에 새겨져 있던 기호들이 연상되는, 인식 불가능한 곡선들이었다. 점토는 손상되어 있어서 부분적으로 알아볼 수 없었고, 그 옆에는 절단된 전선이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
"이것을 성배와 비교해야만 하겠군."
그의 말소리가 만들어낸 희미한 진동으로 인해, 책들이 무너져내려 먼지가 되었다. 카른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구워지지 않은 점토판을 손에 들고 조심히 고대 작업장에서 천천히 나왔다.
카른은 굴착기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동굴들이 좀더 안정적인 곳에 거점을 마련해 두었다. 은은하게 불이 켜져 있는 각각의 텐트는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로부터 장비들을 보호해 주었다. 카른은 그 빛을 안내 삼아 발걸음을 내딛었고, 그의 발소리가 텅 빈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안쪽에 불이 켜진 텐트들 덕분에, 거점에 돌아오는 일은 집에 돌아오는 것과 거의 같은 기분이었다. 카른은 몸을 숙여 가장 큰 텐트 안으로 들어가, 입구 앞에 놓아둔 큰 황금빛의 트란 유물로 다가갔다. 그는 안에서 다시 유용하게 만들 작정으로 며칠 전에 모아둔 깨진 금속 조각을 건드리지 않으려 몸을 비키며 지나갔다. 그는 마법석 파편 더미를 넘어간 다음 작업대에 앉았다. 그곳은 텐트의 나머지 부분과 마찬가지로 어수선했고, 그가 가장 최근에 발견한 물건을 내려놓을 공간이 없었다. 서류와 작은 유물들 위로, 그는 조이라가 보내왔지만 그가 답장은 하지 않은 편지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카른, 벌써 몇 달이 지났어, 한 편지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왜 이걸 해야 하는지를 검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편지는 이렇게 끝났다. 미로딘은 네 잘못이 아니었어, 그녀는 다른 편지에 그렇게 썼다. 제발 돌아와. 벤서였다면
카른은 유물을 한 손으로 옮긴 뒤 다른 손으로는 조이라의 편지들을 한쪽으로 쓸어 치웠다. 그는 유물을 작업대 위에 내려놓은 뒤 탁자 아래로 몸을 숙였다. 그는 성배를 작은 티타늄제 궤짝에 숨겨 놓았고, 그 자물쇠는 열쇠가 전혀 없었고, 텀블러와 핀들을 어떤 순서로 들어올려야 하는 지를 알고 있고, 무기 물질을 조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었다.
그는 궤짝에 손을 얹고 정신을 집중하면서 텀블러들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뚜껑이 불쑥 열렸다. 그는 성배를 꺼냈다. 그의 특별한 감각조차도 그것의 구리 같은 물질을 식별할 수는 없었다. 일반적으로 그는 무기물을 만지기만 해도 그 무기물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드러낼 수 있었지만, 성배에는 그러지 못했다. 그 기이함은 카른의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대부분은 그것이 트란의 유물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카른은 이 장치가 단순한 과거가 아닌 더 먼 곳에서 온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는 그것의 넓은 술잔 부분을 책상 위로 들어올렸다. 그것의 검은 글자들은 작업대의 불빛을 받으며 움직여 트란어에서 팔라지어로, 그리고 수미파어로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도구의 그릇 같은 넓적한 입구는, 수미파어로 미루어 볼 때, 그 대지에 대한 기억들로 채워져야 할 것처럼 보였다. 그는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확인도 없이 그것을 테스트하는 일을 꺼려 왔다.
성배가 그의 몸 속에 충격을 주었다. 카른은 움찔하면서 손을 뒤로 물려, 그것을 그의 몸으로 감싸안았다.
한때, 카른이 새롭게 만들어졌던 당시에, 그는 손을 뻗어 우르자의 화롯불에 붙어 있는 불을 만진 적이 있었다. 그는 그 감각에 충격을 받아 빨갛게 타오르던 석탄을 떨어뜨린 뒤 손의 손상 여부를 검사했다. 그는 아무런 손상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가 눈을 들자 우르자가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르자는 그를 막으려 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카른을 다치게 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제 인격을 가치있게 여기지 않으면서 왜 제게 지성을 준 것입니까? 카른은 그 질문을 하는 순간 부끄러움을 느꼈고, 우르자는 껄껄 웃었다. 네가 현명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이 내게 더 가치가 있지. 카른은 아프지만 상처는 없는 자신의 손을 응시했다. 그럼 제게 고통을 준 이유가 무엇이죠? 우르자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흰 수염을 쓰다듬었다. 카른은 이후 그 표정이 우르자가 자신이 특별히 영리하다고 생각했을 때 내비치는 표현이라고 인식하는 방법을 배웠다. 사람들은 어떤 것이 고통을 준다면 그것을 손상시키는 일을 더 꺼린다.
하지만 그건 오직 일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카른은 답장을 보내지 않은 조이라의 편지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벤서를 잃은 것처럼 조이라나 다른 플레인즈워커들을 피렉시아인들의 손에 잃게 되는 것이 걱정되었기에 그들을 끌어들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멤나크가 그 세계의 이름을 바꾼 후에도, 카른은 여전히 그 세계의 첫 번째 이름으로 그곳을 생각했다. 아르젠툼. 그가 그곳과 그곳의 작은 불가사의들을 만들었을 때, 그곳은 아르젠툼이었다. 수학적 정확성으로 반짝이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피렉시아인들이 그에게서 그것을 빼앗아 갔다. 그의 세계, 그의 아이들을. 그의 창조물인, 멤나크를.
그리고 그것은 전부 그의 잘못이었다.
그는 자신이 새롭게 발견한 구워지지 않은 점토판에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기에 근처의 더미에서 헝겊을 집어 들어 자신의 몸에 맺힌 이슬을 닦아낸 뒤 헝겊을 다시 더미 위로 던졌다. 그는 몸을 숙여 성배를 관찰하면서, 그 위에 새겨져 있는 기호들을 점토판의 그것과 비교했다. 패턴은 점토판의 가장자리가 더 거칠어지려는 바로 그 부분에서 변화했다. 그곳은 부서져 있었다. 한 조각을 빠뜨리고 온 것인가?
그는 지금 당장 그것을 찾으러 돌아가야만 했다. 그가 동굴의 입구를 열어 그곳이 다른 동굴들로부터 습기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므로, 그 안에 있는 유물들은 이제 손상되고 있을 터였다.
바로 그 때, 또 다른 굴착기가 움직임을 멈추며 덜컹거리는 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퍼졌다. 카른은 자신이 한숨을 내쉴 수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는 성배와 가장 최근에 발견한 물품을 다시 궤짝 안에 넣고 자물쇠를 잠갔다. 그는 고대 작업장 근처에 있을 굴착기를 수리한 다음 잃어버린 조각을 찾을 작정이었다.
굴착기의 케이스에서 기름 섞인 연기가 새어나왔다. 굴착기가 단단한 광상에 부딪히며 절삭 도구 뒤쪽에 있는 장치에 무리를 가한 것 같았다. 카른은 그것을 살짝 두드렸다. "네가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이었군?"
그 기계는 짙은 연기를 내뿜었다.
"나도 그 기분 안다," 카른이 대답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는 터널의 가장자리를 둘러보았다. 근처에 있는 작업장은 굴착기의 굉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괜찮군. 그렇다면, 굴착기는 유물들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것을 수리한 뒤에 작업장으로 가 점토판의 사라진 조각을 찾을 작정이었다.
그는 기계를 뒤로 끌어당긴 뒤 그것이 파고 있던 벽 안으로 손을 뻗었다.
그가 퍼올린 것은
카른은 자신의 특별한 감각으로 그 재료의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이 능력을 한번은 조이라에게 이를 설명해 보려 했는데 그에게 있어 이 능력은 시식을 하는 것과 비슷했다. 시식이 맛을 넘어서는 정보를 제공한다면 말이다. 그는 마치 그 물질이 유기물질이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어떻게 케이블들이 바위에 박혀 있었던 것일까? 그것들은 마치 사과 속을 파고든 벌레들처럼 거의 그들 자신을 그 안에 엮어 넣은 것처럼 보였다.
그가 옳았다. 그 기름은 피렉시아의 것이었다. 그는 다시 확인했다. 이 섬유들이 고대의 잔해일 수도 있는 것일까? "아니, 아니야," 그가 중얼거렸다. "이건 최근 것이야. 신선해."
카른은 시추공 안으로 손을 뻗어 케이블들 중 하나를 붙잡았다. 그것은 그의 손가락 안에서 몸부림치며 저항했고, 몸통에서 거미처럼 생긴 작은 집게를 펼쳐내며 바위를 그러잡았다. 그 케이블은 살아 있었다.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것은 마치 그의 손아귀에서 꿈틀거리면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그의 손가락 끝을 후려쳤다. 그는 그것을 힘껏 잡아당겨 뚫려 있는 공동으로부터 그것을 떼어냈다.
그것의 뿌리에서 흩뿌려진 검은 기름이 그의 상반신을 온통 뒤덮었다. 다른 케이블들은 벽 안에서 움츠러들었고 고대 작업장으로 향하는 통로의 천장이 굉음을 내며 땅바닥으로 쏟아져내렸다. 카른의 뒤에 있는 터널이 무너져 내리면서, 거점으로 향하는 통로가 사라져 버렸다.
그는 자신이 찾은 것들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이제 그 구워지지 않은 점토판의 파편을 절대로 찾지 못할 터였다. 그것을 끼워넣어 그것이 어떤 사실을 드러내주는 지를 알아내지 못할 터였다. 그는 이제 그 방 안을 완전히 조사해 성배의 제작과 관련된 다른 비밀들이 숨겨져 있었는지를 알아내지 못할 터였다. 이는 최근의 진전 덕분에 충분히 가능했었다. 이제 그에게는 고고학적 재앙보다도 우선시해야 할 더 긴급한 문제가 있었다. 피렉시아인들이 도미나리아에 있었다. 지금, 이곳에.
그는 작업장을 발굴하려고 시도할 수 있었다. 그는 통로를 파내고 거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할 수 있었지만, 도움을 구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고, 카른은 그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긴 생애 동안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단 한순간의 부주의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저 방치하는 것이 전 세계를 피렉시아인들에게 취약하게 만들 수 있었다. 지금 피렉시아인들은 카른과 함께 동굴 안에 갇혀 있었다. 오히려 괜찮군. 그는 한때 미로딘이 함락되었던 것처럼 도미나리아를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피렉시아인들을 저지할 작정이었다. 혼자서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는 지원군을 모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증거를 수집할 작정이었다. 조이라와 동료 플레인즈워커들이 그를 믿을 수 있을 정도의 증거를.
카른, 조이라는 이렇게 이야기하리라, 전부 네 말이 맞았어.
카른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은 오직 한 방향, 전진 뿐이었다. 그는 뻥 뚫린 피렉시아의 터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정맥이 몸 속을 돌아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위들을 휘감고 있는 벽은 마치 유기체인 것처럼 보였다.
그는 터널을 따라가다가 교차로와 마주쳤다. 이곳의 벽에는 좁은 띠 모양의 액자가 조각되어 있었다. 그가 작업장과 반투명한 바위들 뒤에 박혀 있던 것을 보았던 재료들과는 다르게 이 조각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세라의 사원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벽화와 같이 카른이 보통 종교적인 관습에 연관짓는 수준의 높은 품질을 보이고 있었다.
액자 안에서 피렉시아의 악마가 젊은 인간 여자를 붙잡고 있었다. 악마의 길쭉한 두개골, 드러낸 이빨, 그리고 작은 눈이 애정 어린 손길로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되어 있었다. 기계의 각 마디와 노출되어 있는 모든 근육 섬유는 빛이 날 정도로 연마되어 있었다. 작은 다이아몬드가 강조하듯이 박혀 있어서 악마가 카른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바위에 새겨진 사람의 모습은 거칠었고, 그녀의 이목구비에는 고통, 혐오, 두려움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조각했다가 일부러 훼손한 다른 인물과 손을 잡고 있었다.
천이 바위에 쓸리는 속삭임이 카른의 주의를 끌었다. 그는 여전히 벽화에 손을 댄 채로 몸을 돌렸다.
카른에게 인간은 항상 너무 작아 보였다. 가장 키가 큰 사람들만이 그와 키를 견줄 만했고, 다른 모두는 그와 비교했을 때 아주 작았다. 이들 둘,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은 둘 다 작았다. 햇빛에 굶주려 있는 창백한 피부와 너덜너덜한 갈색 머리칼을 가진 그 여성은 자신의 턱을 경첩이 달린 기계장치로 바꾼 상태였고, 원래 가지고 있던 이빨들 사이에 작은 칼날들이 함께 심어져 있었다. 피부가 금속과 만나는 곳에서는, 부스럼 같은 딱지에서 역겨운 노란색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희미한 회색빛이 도는 금발 머리칼을 가진 백인은 자신의 기술을 더 교묘하게 접목시킨 것이 틀림없었다. 그의 흰 셔츠는 활짝 열어젖혀진 상태로, 유리 같이 투명한 물질로 보호되고 있는 갈비뼈 사이에서 인공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손의 숫자를 늘리기도 했다.
양쪽 모두 끌과 큰 망치를 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조각가들인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예복이 진짜라면, 이들은 미쉬라 협회의 시종들이었다. 여성이 카른을 쳐다본 후, 그의 손이 액자에 놓여 있는 것을 알아차리자 화가 나서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그녀는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녀의 남성 동료가 곧바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그의 상반신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카른은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았고, 그러자 그녀는 그의 복부에 있는 정교한 기동성 판들을 향해 끌을 찔러 왔다. 그는 그녀의 반대쪽 팔도 붙잡았다. 그녀는 그를 노려보면서 으르렁댔다. 그녀의 동료가 어깨 위로 망치를 치켜든 채로 카른에게 달려들었다. 카른은 여성을 그녀의 동료에게 집어던져, 둘 모두를 벽으로 날려 버렸다. 그들은 부러진 곳은 없었고 사지가 뒤엉킨 채로 기절한 채 땅바닥에 떨어졌다.
카른은 그들 위로 몸을 숙여 그들의 팔다리를 가지런하게 정돈했다. 그는 두 손을 내밀어 그들이 다시는 그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에테르에서 끌어낸 철 입자가 그의 손 끝에서 윙윙댔고 금속을 겹겹이 쌓아 올려서, 팔과 다리를 연결하는 띠 모양의 구속구를 만들어냈다. 그는 열쇠 구멍이나 열쇠를 만들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 금속 띠들은 단단했다.
남성이 신음 소리를 냈다. 여성은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는 듯이 카른에게 침을 뱉었다. 침덩어리는 그의 발치에 떨어졌다. 그들은 아주 작았다. 그랬기에 그의 힘, 그의 반사신경, 그의 육체는 그들에게 불공평한 이점처럼 보였다. 카른은 우르자의 요청에 따라, 마치 납덩어리가 젖은 종이를 뚫고 지나가는 것처럼 이러한 생물들과 겹겹이 늘어선 병사들을 수없이 헤집고 다닌 적이 있었다. 그는 이제는 그러한 육체들이 처음에는 저항하다가 마침내 굴복하며, 그들의 피가 내뿜는 온기가 자신의 관절로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르자가 잠을 자는 동안, 그는 작은 철사 솔로 몸을 닦고, 마른 고름을 긁어내고, 무릎 뒤에 뭉친 응어리를 파내는 데에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자신이 충분히 깨끗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너희들은 피렉시아인이 아니군," 카른이 말했다, "그럼에도 너희들은 이곳에 있고, 내가 잘못 알아본 게 아니라면, 너희는 그들을 섬기고 있어. 무엇을 성취하려고 하는 거지?"
"이 텅 빈 살 없는 껍데기 같으니. 너는 그 손으로 우리의 거룩한 일을 모독했다." 그 여성 시종의 분노가 약간 누그러지면서 자기만족의 의기양양함으로 변했다. "다른 자들이 장벽이 무너진 것에 반응할 것이다. 긱스가 그들에게 축복을 내리셨다. 그들이 올 것이다. 그들이 올 것이다."
아, 그렇다, 벽에 있는 전선들의 망. 그가 그것들을 뚫고 들어왔을 때, 아마도 경보 체계를 건드린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이 첫 시종들은 동물이나 자연적인 사건이 케이블을 절단했다고 여기고 대응했을 터였지만, 이 두 사람이 다시 보고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었다. 카른은 여성의 얼굴 쪽으로 손을 뻗은 뒤, 손가락을 비틀어, 금속으로 된 재갈을 만들어냈다. 동굴 속에서는 소리가 더 잘 전달될 것이 분명한데 그녀가 도와달라고 소리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아직 그녀에게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를 노려보면서, 욕설처럼 들리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남자 시종을 향해 몸을 숙였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
그 남자는 카른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의 두 동공은 서로 다른 크기로 확장되어 있었다. 그는 뇌진탕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로 인해, 그의 말도 어눌해진 상태였다. "카른. 나는 너를 알고 있다. 이곳에 잘 왔군."
카른은 얼굴을 찌푸렸다.
"속삭이는 자가 너를 위한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 시종이 활짝 웃었다. "그분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고, 너는 그녀를 섬기게 될 것이다. 시올드레드가 너를 환영하노라! 카른, 우리를 위해 창조하는 것이 네 운명이다. 우리를 도우며 우리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 말이다."
카른은 그가 제정신을 차렸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없도록 또다른 재갈을 만들어냈다. 그 시종은 마치 고맙다는 듯이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그 재갈을 받아들였다.
카른은 뒤로 물러났다.
시올드레드가 어떻게 차원을 넘나드는 것으로부터 살아남았단 말인가? 그것은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볼 질문이었다. 일단, 그는 피렉시아의 침공이 시작되기 전에 그것을 끝내기 위해서 그녀를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 일은 그가 혼자서 할 수 있었다. 그러는 편이 더 나았다. 그는 그들에게 함락되지 못하니 말이다. 벤서의 불꽃이 그들에게 함락되지 않도록 그를 구해 주었다.
카른은 시종들이 결박되어 재갈을 물고 있는 채로 내버려두고 이리저리 뻗어 있는 동굴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이 통로의 습기는 그의 거점 주변의 공기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숨결과 비슷한 온기를 띠고 있었다. 뜨겁고 축축한 공기가 그의 차가운 몸 위에서 응결되어, 땀처럼 쏟아져내렸다. 희미한 비명 소리가 공중에 울려퍼졌다.
터널은 거대한 동굴로 이어졌고, 그 안에서는 인간의 온갖 비참함이 뒤섞인 불협화음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크레바스의 반대편에는 동굴 바닥의 넓고 평평한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는 피렉시아의 집결지가 있었다. 개미처럼 생긴 일꾼들이 크레바스 위에 걸려 있는 밧줄 다리를 이리저리 건너면서 수술대 위에서 완성되고 있는 인간들에게 고깃덩어리와 피묻은 케이블과 살점을 날라다 주고 있었다. 동굴의 반대쪽 벽에는, 피렉시아의 차원문 함선이 거대한 낫처럼 어둠을 가르고 튀어나와 있엇다. 코일들이 이 구조물에 매달려 있었다. 움찔거리는 고리들이 막을 형성하며 발하는 보라색 빛은 카른에게 창자를 생각나게 했다.
시올드레드가 그곳에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튜브들이 그녀의 검고 조각난 몸에 불그스레한 우유빛을 띠는 물질을 공급해 주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에서 아래로 뻗은 아래턱은 벌려진 채로 편안히 놓여 있었다. 가슴 윗부분에 용접된 그녀의 인간형 상반신은 꿈틀거리는 검은 줄이 두텁게 엉켜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뿔 달린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녀의 아래에서 숭배자들은 한데 달라붙어 황홀한 찬가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존하지 않는 피렉시아의 차원문 함선과 시올드레드의 잠자는 모습이 동굴을 지배했다. 회색 로브를 입은 미쉬라 협회의 시종들은 사람들을 피렉시아의 흉물로 바꾸는 수술 기계들을 살피고 있었다. 완성된 괴물들은 기괴한 예술품처럼 동굴 바닥에 점점이 흩어진 채로 많은 팔다리를 움직여 가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또다른 시종들은 피렉시아의 비행선 옆에 무기를 쌓아올렸다. 접합자들로 구성된 한 무리가 용 엔진을 수리하기 위해 그 위로 기어올랐는데, 그들은 너무 작아서 그들의 용접용 토치가 엔진의 금속 골격 위에서 빛나는 하얀 별처럼 보였다.
그는 피렉시아 침공의 집결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한 인물이 시올드레드의 곁에 서 있었다. 백금빛 갈색 피부에 짙은 암갈색 곱슬머리를 한 여성이었는데, 톨라리아 아카데미의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서자, 카른은 기계적인 눈의 빨간 점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아래에서 시종 한 명이 급히 앞으로 나아가 살점 덩어리를 내밀었다. 젊은 여성은 그것들을 뒤적이면서, 시올드레드를 받치고 있는 수렁 속으로 몇 개를 밀어넣었다. 카른은 거대한 괴물로부터 시올드레드와 그녀의 조력자까지 재료를 운반하는 시종들이 늘어선 행렬을 훑어보았다. 그녀는 시올드레드의 손상된 생물학적 요소를 수리하기 위해 그 괴물을 채굴하고 있었다.
다른 플레인즈워커들이 이 광경을 볼 수 있었다면, 그들도 카른의 두려움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터였다. 조이라라면 이렇게 말했을—
아니, 조이라가 어떤 말을 했을 지는 상관없었다. 카른은 이 위협에 홀로 직면해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할 필요가 있는 것도 맞았지만, 이 집결지를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그는 피렉시아인들이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게 되기 전에 그들을 파괴해야만 했다.
행동을 결정한 카른은 손바닥을 위로 해 손을 내밀었다. 그는 다른 손을 그 위로 치켜들었다. 그는 자신이 만들려고 계획한 소이탄 장치를 완벽하게 시각화했다. 그는 그것의 모든 부품과 화학물질들이 마치 입체적인 청사진처럼 설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창조 마법이 그의 손끝에서 윙윙거렸고 허공에서 물질이 겹겹이 쌓였다. 그것은 성배는 아니었지만, 시올드레드는 끝장낼 수 있을 터였다.
경적이 동굴 안을 높은 음조의 고함 소리로 가득 채웠다.
시종들, 숭배자들, 그리고 피렉시아 요원들이 작업을 멈추는 것과 동시에 카른은 그 소리의 근원지를 발견했다. 그를 공격했던 여성 시종이 뿔피리를 불고 있었다. 그녀가 발견되어 풀려났거나 아니면 스스로 구속을 해제했던가 둘 중 하나였다. 그것은 카른이 자신을 공격한 사람들을 살려두는 일이 가진 단점이었다.
날카로운 소리가 행동을 촉구했다. 시종들은 비행선에 무기를 실었다. 피렉시아의 외과의사들은 피 묻은 수술대를 비행선에 올렸다. 다른 사람들은 대피하면서 비행선에 올라탔다. 완성된 피렉시아의 괴물들은 금속 섬유를 몸에서 뿜어내면서 몸서리를 치며 살아났다. 다른 것들은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발톱 같은 팔다리가 그들의 복부에서 터져나왔고, 그들의 벌어진 입은 마치 파충류가 먹이의 냄새를 맡는 것처럼 맹목적으로 벌어졌다.
붉은 광선이 카른의 가슴에 점처럼 찍혔다.
카른이 바위 위에 넙죽 엎드리는 것과 동시에 전기 화살 한 줄기가 그의 머리 위를 날아갔다. 그는 손바닥을 땅에 대고 몸을 약간만 들어올려 앞으로 기어갔다. 절벽 끝에서, 그는 폭발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동굴 바닥을 살펴보았다.
시올드레드를 돕고 있던 톨라리아 사람이 그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눈을 소형화된 광선포로 교체했고, 그 붉은 광선이 카른을 향하고 있었다. 카른은 한쪽으로 몸을 굴렸다. 그의 옆에 있는 바위가 탁탁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폭발했다. 조금 전까지 그가 엎드려 있던 곳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완성된 피렉시아인들이 그를 향해 몰려들었고, 톨라리아 사람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시올드레드의 축 늘어진 발톱 위에 손을 올렸다. 시올드레드는 마치 젊은 여성이 자신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진정제를 맞고 있는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없이 축 늘어져 무기력한 상태로 있었다.
그리고 카른은 여전히 그가 만들어낸 소이탄 장치를 들고 있었다.
시올드레드에게 가는 가장 가까운 다리는 가깝긴 했지만 폭이 좁았다. 황홀경에 빠진 열 두 명의 숭배자들과 칼을 든 젊은 여성이 그가 총독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아섰다. 하지만 시올드레드는 동굴 바닥에 위치해 있는 피렉시아인들과 톨라리아의 시종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카른이 빠르게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는 시올드레드를 공격하기 위해 그녀의 추종자들을 전부 상대할 필요 없이 열 두명의 숭배자들에 톨라리아 사람 한 명을 더해 열 세 명만을 상대하면 될 터였다.
카른은 땅을 박차고 일어나 좁은 돌다리를 향해 돌진했다. 시올드레드의 숭배자들은 그들의 찬가를 멈추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둘이 다리에 도착했지만 카른은 그들을 어깨로 밀쳐내 크레바스의 깊은 심연 속으로 떨어뜨렸다.
다른 숭배자들은 함께 모여들어 길을 막고 섰다. 두 명은 그를 향해 창을 겨눴고, 만일 그가 살점을 가진 생물이었다면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했을 터였다. 하지만 관통하는 무기는 그저 칼날이나 봉이 관절에 끼어 그의 움직임을 제한하게 되는 경우에만 그를 짜증나게 할 뿐이었다. 마찬가지로, 회전톱을 들고 있는 젊은 남자 두 명 또한 그를 멈추지 못했다. 그 칼날들은 그의 몸에 흠집도 내지 못할 터였다. 아니, 카른은 피스톤 끌과 용접용 토치를 들고 있는 숭배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쉽게 다시 떠올랐다. 그는 무감각해지면서 우르자가 그를 만들었을 때 처럼 능률적이게 되어 가는 자신을 느꼈다. 카른은 창끝에서 1인치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섰다. 숭배자들은 불안한 듯이 움직였다. 카른은 한 걸음 나아가, 창을 움켜쥔 뒤 들어올렸다. 숭배자는 여전히 자신의 무기를 붙든 채로, 입을 쩍 벌리고 매달렸다. 카른은 적들을 향해 그를 휘둘러 던졌고, 몇 명을 다리에서 쓸어내 떨어뜨리면서 저지선을 무너뜨렸다. 그런 후 그는 창을 들고 있던 사람을 크레바스 깊숙한 곳으로 던졌고, 그 남자의 비명소리는 아래로 떨어지면서 점점 희미해져 갔다.
다른 창잡이인 나이든 여성이 그녀의 창 끝을 그의 몸통에 있는 틈 사이로 찔러 넣었다. 소이탄 장치를 들고 있기는 했지만, 그는 주먹을 내리쳐서 창축을 부러뜨려 자신의 안으로 들어온 칼날로부터 그것을 떼어냈다. 그것은 나중에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는 그녀가 붙들고 있던 창축의 부서진 끝 쪽을 잡은 뒤, 그것을 사용해 그녀를 옆으로 던져 버렸다. 그녀는 땅에 쓰러져 축 늘어졌다.
이제 남아 있는 전투원은 여섯 뿐이었다.
회전톱을 들고 있는 사람이 카른을 향해 그 윙윙거리고 있는 장치를 휘둘렀다. 카른은 뒤로 물러나며 그것을 피했다. 톱이 다시 돌아오기도 전에, 그는 회전톱을 들고 있던 사람의 범위 안으로 들어가 그의 손가락에서 도구를 떼어냈다. 그 남자는 저항하려 했지만, 카른은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남자의 손아귀를 펴게 만드는 일은 불안할 정도로 쉬웠다. 카른은 그를 들어올려 또다른 두 명의 숭배자들에게 던졌다. 그 힘은 세 사람 모두를 바닥에 깔아뭉개면서 부러진 팔다리들이 누구의 것인지 모를 정도로 뒤섞이게 만들었다.
피스톤 끌을 들고 있는 사람이 측면에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끌이 카른에게 쿵 하고 부딪힌 뒤, 그의 팔을 따라 미끄러져 내리면서, 끌을 들고 있던 사람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카른은 그에게 주먹을 날렸고 그 남자는 멀리 날아갔다. 남아 있던 두 숭배자들은 도망쳤다. 이러한 육체적인 손상 앞에서 그들의 믿음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이 인간들은 모두, 피렉시아의 강화 시술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있어서는 마치 나비의 튼튼함 정도를 지니고 있었다. 카른은 이 일이 그렇게 쉽지 않았기를 바랬다.
그는 시올드레드를 향해 성큼성큼 걸었다. 그녀는 자신의 요람 안에 축 늘어진 채로 걸려 있었지만 더이상 조용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의식을 찾으면서, 그녀의 분절된 팔다리가 거미의 그것처럼 씰룩거렸다. 그녀의 흉곽 위에 붙어 있는 인간형 상반신이 부들거렸다. 그녀의 긴 손가락이 톨라리아 로브를 입은 젊은 여성을 향해 아래로 뻗었다. 하지만 아직 그녀는 아직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아직은.
"카른." 톨라리아 사람이 경멸하듯이 말했다. "네 이야기는 아주 많이 들었지."
"어째서지?"
그녀의 시선이 축 늘어진 시올드레드의 모습으로 휙 쏠렸다가 다시 그에게로 돌아왔다. "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인상적이지 않네."
카른은 그의 손에 들고 있는 소이탄 장치를 들고 시올드레드를 향해 걸어갔다.
"너는 누구지?" 카른이 톨라리아 사람에게 물었다. "왜 이것을 여기로 가져온 거지?"
"로나야. 그리고 이분은," 그녀는 시올드레드를 향해 손짓했다, "이분이 도미나리아를 구원해 줄 거야."
로나는 칼을 손바닥에 비스듬하게 쥐고서는 카른과 시올드레드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로나는 인간 쪽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자신의 기계식 눈으로 카른의 상체에 레이저를 집중시켰다. 그녀는 두 손으로 칼을 쥐었다. 칼날이 푸른 전기로 파직거리면서 빛을 발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자네와 싸우고 싶지 않네," 카른이 그녀에게 말했다.
"그건 안 됐네."
로나가 그를 향해 칼을 겨눴고, 그녀의 칼날에서 전기가 터져나왔다.
전기가 그의 몸을 가로지르며 춤을 추면서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카른은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칼날에서 더 많은 전기의 파도가 쏟아져 나왔다. 카른은 멍해진 채로 잠시 멈춰섰다가, 로나가 계속해서 공격해 오자 그 고통을 떨쳐내려고 애썼다. 그녀는 칼을 아래로 휘둘러, 그의 어깨를 내리쳤다. 카른은 몸을 돌려, 그것을 그녀의 손에서 빼낸 뒤, 자신의 몸에서 그것을 제거했다. 그는 칼을 옆으로 던졌다. 그가 다른 일에 신경을 쓰는 동안, 로나는 단검을 꺼내 그의 복부 이음새 중 한 곳에 그것을 꽂았다. 그녀는 마치 몸 속에 있는 장기를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가 몸을 구부릴 수 있게 해 주는 장갑판들의 사이에 단검을 꽂아넣었다. 카른은 얼굴을 찌푸렸다.
카른은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꽉 잡았다. 그는 엄지손가락을 기계식 눈에 가져다 대고 광선이 나오는 렌즈를 산산조각냈다. 로나는 비명을 지르며 발길질을 했다. 카른은 그녀를 벽으로 집어던졌고 그녀의 뼈들이 으스러졌다. 그녀는 벽에 부딪힌 뒤에 땅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손을 머리로 감쌌고, 다리는 인간으로써는 부자연적인 각도로 구부러져 있었다. 그녀의 눈구멍에 있는 부서진 기계 부품에서는 기름과 피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 사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왜 나를 죽이지 않는 거지?" 로나가 그를 도발했다. "끝장을 내."
"나는 무기가 아니다."
카른은 자신의 소이탄 장치를 들고 시올드레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의 인간 부분이 평범한 여성의 크기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카른의 세 배는 족히 되는 전갈 형태의 몸에 붙어 있었다. 그 잘 다듬어진 아름다움과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인간 상반신에 이식된 유기 재료들은 조잡하고 피투성이인 것처럼 보였다. 로나는 시올드레드가 세계 사이를 오가는 동안 공허한 우주에서 불타 없어진 유기체 부분을 교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 누더기같은 작업의 본성이 드러난 것이었다.
그는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작정이었다. 그는 그녀가 아직 약한 동안 그녀를 짓밟아 버릴 작정이었다. 그는 시올드레드가 이 세계를 피렉시아화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무엇이든할 작정이었다. 카른은 이 일을 끝내기로 결심하고 손을 뻗어 시올드레드의 몸통을 움켜쥐었다. 그는 이 장치를 그녀의 몸에 있는 취약한 장갑판 사이에 넣어 그녀를 파괴할 작정이었다.
그의 손길이 닿자, 시올드레드가 몸을 떨었다. 헬멧을 쓴 그녀의 머리가 그를 향해 아래로 내려왔다. 그는 화합물의 기본 성분을 결정할 때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감각으로 그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무기물적인 요소들이 책의 페이지처럼 그의 앞에 펼쳐졌다. 그녀의 생물학적인 부분들은 금속의 빛나는 영광 안에 놓인 검은 종양처럼 놓여 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 중 일부를 읽을 수 있었다.
환영합니다, 아버지, 시올드레드는 한 기계적 존재로서 다른 기계적 존재인 그의 마음 속에 속삭였다. 당신을 위한 계획이 있지요.
카른은 그녀의 끈적끈적한 속삭임에서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를 깨달았다.
피렉시아의 비밀 요원들이 도미나리아의 모든 대지에 잠들어 있었고, 알려지지 않은 스파이들은 모든 정부에, 군대에, 일반인들 속에 침투해 있었다. 그는 양조업자가 대형 통 안에 홉을 쏟아넣는 것을 보았으며 바로 스파이였다. 그는 서기가 책상에 앉아서 편지 위에 손을 올려놓은 것을 보았다. 또한 그는 실제로는 괴물인 사춘기 소년이 괴물인 척 행세를 하면서 사촌들과 술래잡기를 하지만 그의 등 뒤에서는 피렉시아인의 육체가 언제든 뛰쳐나올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피렉시아 요원들은 누군가의 연인, 동지, 직장 동료들이었다. 그들은 어디에든 있었고 누구든 될 수 있었다.
환영합니다, 그녀의 속삭임이 그의 머리 속에서 메아리쳤다. 환영합니다.
카른은 그녀의 흉곽에 있는 장갑판들 사이로 손을 뻗어 그녀의 몸 안에 소이탄 장치를 넣었다. 그는 장치 안에 들어있는 두 화학물질이 서로 섞여 연소가 시작되게 하는 스위치를 켜기 위해 엄지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관절은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지만, 그의 목조차도 경직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는 몸을 돌리려 했지만 팔, 다리, 상반신 그 어느 것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마비된 것인지, 아니면 제자리에 갇힌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의 시야 가장자리에서, 그는 산산조각난 렌즈와 부러진 다리를 이끌고 있는 로나가 만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낯선 마법적인 장치를 향해 기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뒤에 기름, 피, 그리고 푸른 형광 빛을 발하는 액체의 흔적을 남겼다.
카른은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이상한 마법에 저항했다.
로나는 지렛대를 붙잡고 몸을 일으켜 앉은 자세를 취했다. 그녀의 신음소리로 미루어 볼 때, 그 자세는 고통스러워 보였다.
"네 실수는," 그녀가 말했다, "기회가 있었을 때 날 죽이지 않은 거야. 네가 오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 카른. 우린 준비되어 있었어."
그가 다시 움직여 보려 하자, 그의 내부 장치가 애를 쓰면서 신음소리를 냈고, 금속에 부하가 걸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힘으로 로나의 마법에서 벗어나기 전에 부서질 것만 같았다.
로나는 시올드레드를 수리하기 위해 사용하던 수북이 쌓인 부품들을 뒤적거렸다. 그녀는 결절 한 개를 집어들고, 미소를 지은 뒤, 그것을 한 켠에 두었다. 얼굴을 찌푸린 채로,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을 손상된 눈구멍에 집어넣어 망가진 결절을 잡아당겨, 눈썹 근처에 있는 생체조직과 빛을 발하는 두개골 조각을 노출시켰고 맑은 액체 덩어리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찰칵 소리를 내며 새 결절을 제자리에 놓았다.
동굴 속에 굉음이 울려퍼졌다. 돌멩이들이 아래로 떨어져내리면서, 카른의 몸에 부딪혀 띵 하는 소리를 냈다.
"저건," 로나가 말했다, "우리 함선들이 이제는 쓸모없으니 집결지에서 병력을 철수시켜 2차 집결지로 후퇴하는 소리지. 우리는 도미나리아 전역에 수많은 기지를 가지고 있어. 그것들을 전부 찾을 수는 없겠지."
로나는 자신의 다리에 칼을 박아넣었다.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옷과 살점을 잘라냈다. 그녀의 눈, 심지어 그녀가 교체한 눈에서조차도 눈물이 새어나왔다. 숨을 헐떡이면서, 그녀는 자신의 근육과 부러진 뼈를 동굴의 공기에 노출시켰다.
카른은 실패했다. 로나의 마법으로 붙잡혀 있는 상태이니, 그는 친구들에게 경고를 할 수도 없었고, 그들의 편에 서서 싸울 수도 없었고, 완성된 피렉시아 요원들이 분출해 나와 그들의 가장 친한 동료들을 죽일 때에 그들을 구할 수도 없었다.
동굴은 충분히 비워지고 조용해져서, 카른은 로나가 기계장치를 자신의 다리에 밀어넣을 때 딸깍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금속 위로 살점을 덮었다. 그녀는 허벅지 위에 다른 판넬을 고정하고, 상처를 봉합한 뒤에, 몸을 일으켜 섰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름다운 시올드레드, 속삭이는 자께서는," 로나가 말했다, "나날이 더 강해지고 있고, 우리를 승리로 이끄실 거야."
여전히 시올드레드의 몸통 깊숙한 곳에 팔을 집어넣고 있는 카른은 자신의 몸을 따라 딸깍거리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시올드레드는 갈기갈기 찢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의 조각들이 떨어져 나갔고, 각각에서 수 십개의 청록색 다리들이 돋아났다. 그 무리는 카른을 뒤덮었고, 그를 다리처럼 사용해 바닥으로 내려갔다. 그 거미처럼 생긴 괴물들은 카른의 팔, 등과 몸통, 무릎과 종아리의 뒤쪽을 따라 내달렸다. 그들의 금속 발톱이 내는 팅-팅-팅하는 소리가 그의 온몸에 울려퍼졌다. 타란튤라 크기 정도의 조각이 케이블에서 카른의 얼굴로 뛰어내렸다. 그것은 그의 머리에 달라붙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그것의 변형된 흉곽 중심부에는 심장과 비슷한 살덩어리가 이식되어 있었다. 그것은 그의 머리 위를 기어갔다. 그는 그 축축한 몸체가 그의 등을 타고 미끄러져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쏜살같이 움직여 사라졌다.
"내가 우르자의 창조물인 너를 막을 수는 없을 지 몰라도, 로나가 말했다, "네가 우리를 막는 일을 저지할 수는 있지."
카른의 시야 가장자리에서, 그는 로나가 절뚝거리며 터널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임시적으로 한 수리에도 불구하고 로나는 심하게 피해를 입은 상태였고, 그녀는 칼에 몸을 기대어 그것을 지팡이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가 노란 액체를 내뿜었고, 그녀는 비틀거렸다. 그녀는 잠시 멈춰서서 숨을 가다듬었다. 새로 끼워넣은 부품에서 피가 섞인 기름이 뚝뚝 떨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카른을 마비시키고 있던 역장이 약화되어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로나가 물러났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를 제자리에 고정시키던 장치를 그녀가 가지고 간 것인가? 카른은 그의 팔을 들어올려 보려고 했다.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노력했다. 그는 손가락 한 개만을 들어올릴 수 있었다.
로나는 자신의 어깨를 터널 벽에 기대고 섰다. 그녀는 칼로 자신의 망토에서 천 조각을 잘라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차지하고 더 완벽하게 만들면, 그때는 네가 다시 한 번 날카로운 실패의 감각을 느낄 수 있겠지."
카른은 자신을 붙잡고 있는 힘에 저항했다. 그의 턱이 아파 왔다. "무슨
로나는 액체가 새어나오는 다리에 천 조각을 묶어 지혈했다. "네가 영겁의 시간 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변모하고 네게서 등을 돌리는 것을 볼 때, 아주 많은 고통이 있기를 바래."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카른은 어떻게든 말을 했다. 그는 그녀가 계속해서 말을 하게 붙잡아 두어야 했다. 그가 풀려날 수만 있다면
"미란들이 피렉시아인이 되었을 때," 로나가 말했다, "그것은 그들에게 일어났던 최고의 일이었지. 그들은 자신들의 창조자로부터 독립했어. 하나가 되었고. 아름다웠지."
카른을 붙들고 있던 힘이 약해진 것 같았다. 그는 탈출해야 했다. 코일로스의 동굴에 있는 피렉시아의 집결지가 텅 비어 있다고는 해도, 카른이 로나를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시올드레드의 오른팔인 그녀가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터였다. 아직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넌 그들을 죽이겠지," 로나가 말했다, "그들이 완벽함에 다다랐다는 이유 때문에."
그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단 한 순간뿐이었다.
"넌 멤나크에게 네 능력인 지성을 주었어. 하지만 그에게는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경험도 가르침도 없었지. 그는 혼란스러울 뿐이었어." 로나의 미소가 일그러졌다. 그녀는 그가 괴로워하는 것을 즐겼다. "난 나쁜 부모를 보면 견딜 수가 없어."
카른은 멈춰섰다. 그녀가 그를 때렸다고 해도 이보다 큰 반향이 생기지는 않을 터였다.
로나는 벽에 있는 스위치를 조작했다. 작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런 뒤, 머리 위에서 일련의 펑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동굴이 무너지면서, 굉음이 그를 삼켰다. 수 톤은 되는 바위들이 그의 위로 쏟아졌다. 바위가 동굴 벽에서 굴러 떨어지더니, 그의 가슴으로 튀어올랐다. 그것은 그를 뒤로 넘어지게 만들었다. 그는 여전히 로나의 장치에 의해 마비된 채로, 무너져 내리는 동굴을 올려다보았다. 바위가 켜켜이 무너져 내렸다. 주먹 크기의 돌멩이들이 그의 몸을 강타했다. 작은 조약돌들은 쨍 소리를 내면서 그에게 부딪혔고, 굴러다니면서 빈 공간을 채웠다. 그의 시야는 먼지로 인해 회색이 되었다가 바위들이 모든 빛을 가리면서 깜깜해졌다. 바위가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는 로나의 마법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움직일 수 있었다. 아니, 최소한 바위들 아래에 깔린 상태이지만 움직이기 위해 손가락을 움찔거려 보려고, 시도를 해볼 수는 있었다. 그게 그에게 어떤 도움이 되든 간에. 그조차도 이 바위들을 들어올릴 수는 없었다. 그조차도 이 함몰된 동굴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다.
부서진 암석층은 그조차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카른은 자신이 차원 이동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불꽃에 정신을 집중했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반자였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 그것은 그의 안에서 밝고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가 정신을 집중할 수만 있다면.
소용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카른은 손끝을 통해 자신의 특별한 감각을 바깥으로 뻗어 주변의 무기물질들을 분석했다. 감람석, 화강암, 석영, 운모. 평범한 돌들이었지만, 고대의 차원 간 기술과 피렉시아의 기술이 질 낮은 간섭을 일으키고 있었기에, 그는 차원 이동을 할 수 없었다.
그는 갇혀 버렸다. 오직 그만이 시올드레드가 도미나리아에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아무에게도 경고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