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십일조와 초대장
스텐시아는 조용히 잠자고 있다. 방해받지 않는 자들의 잠을, 태평스러운 자들의 잠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자들의 잠을—흡혈귀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첨탑 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그들은 진정으로 잠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농민에게는 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는 거의 새로운 경험과도 같은 일이었다. 우리의 힘이 최고조인 이 때 잠을 잔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
그리 길지 않았다. 아마도 한 두 시간쯤이었다. 낮잠이랄까. 장난스러운 하나의 제스쳐랄까. 일시적인 흥미라고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스텐시아의 인간들에게 그것은 몇 주 만에 맞이한 최고의 시간이었다. 달이 하늘 높이 떠 있기에, 그들의 몸은 잠시 동안의 휴식을 갈구했을지는 몰라도, 그런 것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으니까.
흡혈귀들이 이 사소한 장난에서 깨어나면 의심할 여지 없이 배가 고플 것이고, 그들은 배고플 때 사냥을 하고, 그들이 사냥을 할 때는 사람들이 죽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리는 칼날을 어머니의 손목에 대고 눌렀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고, 몸을 뒤척이지도 않았다. 그녀 또한 꽤 오래 잠들어 있었다. 수확철의 대학살로부터 두 번의 밤이 지난 뒤 (이제는 밤을 세기가 어려웠다) 그의 어머니는 그대로
"이니스트라드는 견딜 거란다," 그녀는 그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천사들은 그 기도문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몇 주가 지난 뒤, 그는 여전히 잠들어 있는 그녀를 보고 있다. 살갗은 누렇게 떴고 몸은 비쩍 말라 있었다. 가슴이 위아래로 오르내렸다. 그의 어머니다.
그녀의 피가 작은 유리그릇 안으로 흘러내렸다. 그 그릇은 그의 인생에서 만졌던 그 어떤 것보다도 더—아마도 그가 만졌던 모든 것들을 합친 것보다도 더 가치가 있을 터였지만—그것은 그의 물건이 아니었다.
그의 문 밖에 걸려 있는 포고령은 그 부분을 매우 명확하게 표시하고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자에게 축복과 좋은 소식이 있기를, 찬란한 기쁨의 날이 다가오고 있으니.
십일조를 바쳐라: 잔치가 열릴 때까지 각 주민당 매일 밤 피 한 그릇씩. 아주 관대하게도 그릇은 우리가 제공한다. 그릇에는 마법이 부여되어 있다는 점을 주의하라.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짐승 같은 자가 그릇을 깬다면 알 수 있으니. 대리인이 수거를 위해 방문할 것이다. 그들을 적대시하거나 하는 실수를 범하지 마라. 그러한 바보같은 행동에 대한 결과는 충분히 알고 있을테니.
이 글이 잘 도착했기를. 그렇지 않다고 해도, 네 피는 징수될 것이다. 누구든 예외는 없다.
네 영원한 영주,
의문의 여지가 없는 이니스트라드의 군주, 올리비아 볼다렌으로부터.
그는 어머니의 피가 그릇에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녀라면 그 선언문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해했다. 그가 고려했던 것처럼, 그것을 불에 태워 버리려고 했을까.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함께 도망쳐서 떠났을까.
스텐시아.
한때 그는 이곳을, 이곳의 첨탑들과 세속적인 공기, 그 전통들을 사랑했다. 물론 이니스트라드에서는 어디를 가나 전통들이 있었지만, 스텐시아만이 그 전통들을 적절하게 적용하는 것 같았다. 케시그에서는 늑대인간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느낌만 들었다. 이곳에서 흡혈귀들의 존재는 역병의 존재만큼이나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렇게나 변한 역병을 어떻게 다루면 좋단 말인가?
마을 사람들 중 일부는 근처에 있는 성들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들을 위해 일하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끔은 성에서 일을 하다가 죽기도 하는데, 그러고 나면 그들의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제는 십일조가 있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타락한 자들의 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도 자신의 피를 바쳐야만 했다.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올바르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리는 어머니의 피가 담긴 그릇을 집어들었다. 그는 어머니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는 그릇을 밖으로 들고 나갈 때 피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손끝으로 그릇의 테두리를 닦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죽음과 공허함이 있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그의 친구들이 집 밖에서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불렀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창에서 인형들을 불태웠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집 밖으로 나갈 때마다 술에 취해 팔짱을 낀 채로 길을 따라 춤추듯이 걸으며 웃고 있는 여러 친구들과 마주치지 않는 순간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대부분은 일하느라 너무 바빴고,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죽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대학살처럼 한꺼번에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일어난 일이라는 점은 틀림없었다. 요즘에는 그가 길에서 본 사람들은 누구도 사람이 아니었다.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떠났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스텐시아의 상황은 확실히 더 나빠졌지만, 다른 곳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간간이 들려오는 얼마 되지 않는 소식을 모아 보았을 때, 안전한 곳은 더 이상 어디에도 없었다. 이 영원히 계속되는 밤 속에서, 그들은 쉴 필요가 없었다. 어디로 가면 달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다는 말인가?
생명을 불어넣어 주던 은색 달빛은 이제는 그저 창백하게 세상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리는 어머니의 피가 든 그릇을 한 시간 전에 자신의 피로 채워 둔 그릇 옆에 내려놓았다. 피를 잃고 희망도 잃어 피곤한 채로, 그는 주저앉아서 달을 올려다보았다.
시체 위에 모여든 까마귀 떼처럼 수없이 많은 검은 박쥐들이 은색 달빛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녔다. 그리고 그것들은 까마귀처럼 무언가를 옮기고 있었다: 흰색과 붉은색이 조금씩 보이는 장식으로 꾸며진 검은 봉투들이 보였다. 그는 박쥐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쳐다보았다.
몇몇 박쥐들이 무리로부터 떨어져나왔다. 둘은 곧장 그를 향해 다가왔고, 각각 그릇들 앞에서 멈춰섰다. 작은 입으로 그의 피와 그의 어머니의 피가 담긴 그릇들을 물어 들어올렸고, 잠시 동안 그리고리는 박쥐들을 죽이는 것에 대해 고려해 보았다. 그것들의 목을 꺾어 버리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일 터였다.
하지만 하루가 채 가기도 전에 (이제는 하루라고 말할 수나 있는 것인가?) 그들이 그와 그의 어머니를 찾아올 터였고,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이 죽는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바뀌는 것이 없을 터였다.
죽었든 죽지 못했든, 이니스트라드는 계속해서 나아갈 터였다.
박쥐들이 날아올랐다.
그리고리는 그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어머니를 돌보러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어머니가 편안하게 잠들어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델린은 자신의 삶에 서려 있는 어둠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사악함을 알고 있었다.교회가 그녀를 처음 받아들인 12살의 어린 나이부터, 그녀가 숨쉬고 내뱉은 모든 숨결은 인류를 먹잇감으로 삼는 자들을 쳐부수기 위한 것이었다.
매번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쉬웠다.
흡혈귀의 심장을 칼로 찌르면서 그녀는 아주 작은 승리만을 느꼈다: 최소한 그는 다시 사람을 죽이지 못할 거라고. 곧바로 수치심이 따랐다. 그녀가 여기서 하는 일은 중요한—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일이었지만, 이는 공허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갉아먹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불굴의 영웅을, 백마 탄 기사를, 정의의 등불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단어들의 의미가 오래 전에 잊혀진 세계에서 말이다. 그들은 빛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델린도 마찬가지였다.
흡혈귀가 땅에 닿자마자 찬드라의 불이 흡혈귀의 몸을 삼켰고 그 빛이 그녀를 환하게 비췄다. 불빛이 반사되어 주황빛으로 빛나는 아델린의 두 눈이 동료의 두 눈과 마주쳤다.
아델린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용감한 표정을 내보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그녀를 볼 수 있는 것은 찬드라뿐이었다.
그녀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녀의 눈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밤의 어둠 속에서 찬드라의 불길은 달빛보다도 밝게 타올랐다.
화염술사는 아델린이 괜찮은지를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것이 의미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대신 아델린의 어깨를 붙들었다.
"저기, 이 오래된 집들 중 한 곳에서 술을 좀 찾았어," 그녀가 말했다. "조금 즐겨도 될 것 같은데."
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찬드라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요즘에는 좀 수그러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했다. 아델린은 잠시나마 그 목소리가 자신을 이끌고 가게 두었다.
"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마실 수 있을 거야,"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좋아."
흡혈귀의 유해가 그들의 앞에서 검게 타면서 살점이 익는 악취가 그들의 콧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아델린은 칼을 칼집에 집어넣은 뒤 바람이 부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그들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괴물들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몇몇은 그녀처럼 무기를 사용해 이 피를 빠는 늙은 괴물의 악귀와 하수인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몇몇은 연민을 가지고 싸워나갔다: 마녀인 데이다마는 아파 하고, 상처 입고,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짊어진 자들을 돌보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마법이 그들의 모든 아픔을 달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도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이것은 이번주 들어 그들이 감행한 다섯 번째 반격이었다. 이 끝없는 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한 어린 소년이 들었다. 흡혈귀들이 카로 마을 위에 내려왔을 때, 그는 돌에 맨발이 부딪혀 살이 찢어지면서도 그들에게 달려갔다. 그가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아를린이었다—그리고 지금 그를 보호하며 마녀들 중 한 명이 그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동안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는 사람도 아를린이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가죽 옷 위로 흘러내려 말라붙은 피는 그녀가 소년을 위해 그릇에 스튜를 담는 모습과 기이하게 어울렸다.
아델린과 찬드라가 다가오자, 아를린은 그 쪽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소년과 헤어지기 전에 그를 쳐다보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인 뒤 그들을 맞이하러 갔다. 그녀의 곁에는 테페리, 카야, 데이다마, 그리고 대리 마귀사냥꾼들인 다른 마녀들이 몇 명 있었다.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모인 이 집단은 이삼십여 명 에 불과한 작은 집단이었지만 아주 매서운 무장 집단이었다. 이백 명 정도 되는 나머지 인원은 숲속에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고향이 파괴되자 갈 곳이 필요했다.
"어떻게 됐나요?" 아를린이 물었다.
"마귀들을 물리쳤어," 찬드라가 대답했다.
아델린은 그녀가 그렇게 명랑한 표현법을 찾아낸 것에 감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이 재건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안전할 거야. 적어도 오늘은."
"잘 했어요," 아를린이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거에요. 케시그 사람들의 장점은, 하루만 있으면 집을 세워 올릴 수 있다는 거죠. 한 일, 이 주만 있으면, 모두가 지낼 수 있을 만큼 많아질 거에요."
말하지 않은 부분이 훨씬 더 많았다—우선은 마을 사람들이 그만큼 오래 살아남아야 했고, 암흑 속에서 건물을 짓는 일은 더 힘든 것이며, 무언가가 세워지기 전에 더 많은 것들이 쓰러져내리라는 것 같은 부분들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들을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피곤했다. 아를린의 말이 옳았다: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다른 마을 사람들도 그들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회의를 소집하고 싶다고 했나요?" 그녀가 말했다.
아를린은 납작한 나무 그루터기와 손으로 만든 벤치에 둘러싸인 불구덩이가 있는, 급조된 야영지를 가리켰다. 용맹한 사람들이 한 명씩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 어찌된 일인지 두 명이 앉기에 적당한 가장 작은 벤치가 그녀와 찬드라를 위해 비어 있었다.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카야의 소행일 터였다.
좋다. 아델린은 말씨름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앉은 뒤에, 자신의 검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면
모든 시선이 아를린을 향했다. 그녀 또한 끝없는 밤으로 인해 지쳐 있었다—거기에 더해서 그녀가 토볼라르와 벌인 싸움도 말이다. 아델린은 그녀에게서 여자보다 늑대를 더 많이 보았고, 특히 이런 회동 바깥에서는 더 그랬다. 이번에 그녀가 내뱉은 한숨은 너무나도 인간적이었다.
"크게 호들갑 떨 일은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이렇게 계속해 나갈 수는 없어요."
"하지만 테페리의 시간 마법은 어떻게 하고?" 아델린이 물었다. "그라면 당연히 할 수
테페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는 위험해 보이는 달을 올려다본 뒤 다시 시선을 내렸다. "불행히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네. 이니스트라드의 태양계는 아주 복잡해. 달을 제자리에 붙잡아 두고 있는 마법이 고대의 마법인데다가 이 차원만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것이기도 하고." 그의 어깨가 축 처졌다. "게다가 내가 이 차원의 생태계를 해치지 않고 이를 되돌리는 방법을 알아낸다고 해도, 그러기 위해선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힘보다 더 많은 힘이 필요할 게야."
"어느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건 확실해," 카야가 말했다. "다른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합쳐야만 해."
"이해가 되지 않아," 아델린이 말했다. "우리는 이미 모여 있잖아, 그렇지 않아?"
"맞아요. 하지만 저희 집단은 대부분이 인간이죠," 아를린이 설명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남아 있는 울피르 두셋을 제외하면 모두 인간이었다. 하지만 왜 그러면 안 되는 것일까? 아델린은 아를린이 더 설명해 주기를 바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설명이 곧바로 뒤따랐다. "끝없는 밤은 인간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에요. 이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흡혈귀들도 결국은 식량이 바닥날 거에요. 아마도 10년 정도가 지나면, 이 차원 전체가 아주 말끔하게 청소되겠죠. 그들 중 아주 예전에 그걸 깨달았던 자가 있었어요. 그를 만나봐야만 해요."
찬드라는 불편해하는 듯한 소리로 웃었다. "제발 농담이라고 해 줘."
"찬드라의 말이 맞아," 아델린이 말했다. "소린 마르코프 이야기를 하는 거라면, 그는 이전에 우리에게 어떠한 친절함도 내비치지 않았어. 어째서 그게 이제 와서 바뀔 거라는 거지?"
아를린은 이 이야기가 나올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임이 분명했다—그녀는 막힘없이 그 질문에 대답했다. "모든 게 바뀌었으니까요. 거기다 은달빛 열쇠를 훔쳐간 자는 올리비아 볼다렌이에요. 그녀의 계획에 대해 누군가가 알고 있다면, 그건 바로 그겠지요."
"그리고 내가 들은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는 그녀를 끔찍하게 싫어하지," 카야가 덧붙였다. 그런 뒤, 잠시 후에: "스텐시아 사람 모두가 한입으로 말하더라고. 그녀는 그곳에 있는 모두에게 피를 한 그릇씩 바치라고 요구하고 있어."
"그 말은 그녀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이로군," 아델린이 동의했다. "하지만 왜 그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해야 하지?"
"다른 방법으로는 안에 들어갈 수가 없네," 테페리가 말했다. "소린의 기분이 안 좋을 지는 몰라도, 그는 언제나 실용적인 자였지. 자기중심적인 차원 수호자에 대해서 잘 아는 전문가로서 말하자면—"
"거기까지만 하자고," 카야가 끼어들었다.
"수 세기 동안 그를 알고 지냈던 사람으로서, 난 우리가 그를 이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네. 어쨌든 그의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사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가 다른 기분이었던 적이 있었는지도 확실하지 않군. 하지만, 최소한 그가 올리비아의 계획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말해 줄 것이라는 건 분명해."
"우리가 열쇠를 다시 손에 넣지 않는 한 이 모든 일은 끝나지 않아.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뿐이야," 카야가 말했다.
그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아델린에게는 그를 용서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를린, 지난번에 우리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시가르다와 싸우고 있었어."
아를린의 턱 근육들이 움직였다. "저도 알아요. 그건
"하지만 그는 양이 아니잖아," 아델린이 말했다, "그리고 늑대는 너고."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제가 사냥에 대해 한두 가지를 알고, 무리에 대해 한두 가지를 안다는 뜻이죠. 아델린, 전 당신도 저희와 함께 갔으면 좋겠어요—하지만 당신이 남기를 원한다면, 그것도 이해할게요."
아델린은 무엇이 옳은 일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정의로운 일을 선택한다는 것은 종종 가장 힘든 일을 선택한다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성전사들은 때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게를 늘린 검으로 훈련하기도 한다: 맨 처음부터 폭력을 사용하는 길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생명을 끊어내는 일이 쉽다고 생각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들이 그를 설득해낼 수만 있다면 그것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찬드라가 답을 기다리면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나도 가겠어. 그의 안에 조금이라도 아바신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 우리의 말을 들어 보겠지."
그 후로 그들이 길을 나서기 위해 모여들었을 때, 카로에서 온 소년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는 급조된 텐트 바깥에서 발에는 붕대를 칭칭 감고, 여기저기서 주워 모은 너무 큰 갑옷을 두른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갑옷 앞에 있는 아바신 문양의 길이가 그의 키와 거의 비슷했다. 그가 데려온 돼지—거의 말만큼이나 큰 거대한 녀석이었다—가 근처에 있는 땅에서 코를 킁킁댔다.
"저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아델린은 무릎을 꿇었다. "넌 이미 아주 많이 도와주었단다," 그녀가 말했다. 자신의 갑옷에 달린 천을 떼내어 막대기와 불이 붙지 않은 양초들을 조합해 문양을 만들어낸 뒤, 소년의 머리 위에 씌웠다.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집까지 안전하게 돌아가는 거야."
이니스트라드는 견뎌낼 것이다, 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말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데에는 창 밖을 한 번 내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니스트라드가 이것을 견뎌낼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소린 마르코프는 이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언제부터인지도 모르는 수 세기 전부터 이를 확신하고 있었다. 철학에 빠져 있던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그를 바꿔놓은지 얼마 되지 않아 진실을 파악했다. 만약 흡혈귀가 전혀 죽지 안는다 가정하고, 흡혈귀마다 보수적으로 말해서 한 달에 한 번씩 식사를 하면서 종종 그들의 "기증자"를 죽이고, 인간은 번식하는데 9개월이 걸리니까
그건 전혀 말이 되지 않았다.
질병으로 죽은 인간들, 흡혈귀가 된 인간들, 늑대들이 집어삼킨 인간들 등을 제외시킨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니스트라드가 견뎌내기 위해서는 (그 속담은 그 때에도 존재했었다), 생겨나는 흡혈귀들의 수를 극단적으로 제한하거나 인간들이 살아남게 해 주어야만 했다.
당시 젊었던 소린은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이 발견에 대해 알렸다. 에드가르는 오랫동안 연금술에 대한 소년의 흥미를 키워 왔고, 이 명확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이 저지른 중대한 실수를 깨달았다.
에드가르는 어린 소린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더 나아가서 그는 이야기의 분기점마다 통찰력 있는 질문을 했다. 그 두 시간 동안, 소린은 자신이 발표를 준비하면서 배웠던 것보다 세계에 대해서 더 많이 배웠다. 그의 할아버지는 소린의 모든 자료에 새로운 빛을 비췄다.
"소린, 너는 진정으로 내가 너와 같은 생각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하지만 할아버지," 소린이 반박했다, "그러셨다면, 왜 이렇게 하셨지요? 미래는 무형의 자산이 아닙니다. 필멸자로써 우리는 모두 그것을 마주해야만 해요. 이니스트라드는 견뎌내야만 합—"
"이니스트라드는 견뎌낼 거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야 한다는 필요를 느끼는 것은 농민이지," 그의 할아버지는 그의 말에 반박했다. "우리에게는 그걸 계획할 수 있는 영원한 시간이—아니면 영원에 꽤 가까운 시간이—있어. 해결책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게다."
"할아버지, 이건 기다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
"그 반대지. 넌 역사의 아주 일부분만을 응시하고 있는 게다," 에드가르가 말했다. 그런 뒤 그는 잉크가 묻어 있는 깃펜 하나를 집어들었다. 양피지를 긁는 깃펜의 소리는 묵살과도 같았다.
아주 일부분.
그는 할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해결책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터였다. 그는 더 크게 생각해야만 했고, 즉각적인 일들의 너머를 보아야 했다. 그 생각은 그가 어디를 가든 마음 한 구석에 남아서 해를 거듭할수록 복잡해져 갔다.
더 큰 그림이 그려지기까지는 6천년이 걸렸지만, 한 번 그렇게 되고 나자, 그것은 분명하고 올바르게 느껴졌다. 그는 그것을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느꼈다. 인간들에게는 수호자가 필요했다. 그는 그들에게 수호자를 주었다.
물론 그때쯤에는, 그의 동료 흡혈귀들이 차원 전체를 거의 다 말려 없앤 상태였다. 그가 이니스트라드를 구해낸 것은 아주 간발의 차이였다.
그럼에도 패배가 그를 찾아왔고, 패배가 그녀를 찾아왔으며, 이제는 이 차원의 공기를 들이마시기만 해도 그의 마음 속을 비통한 기분으로 가득 채웠다.
마음 속 일부분에서는 그의 할아버지가 아바신과 그녀의 결과적인 몰락을 계획한 것인지를 궁금해했다. 결국, 에드가르는 모든 것을 염두에 두었고, 그는 그의 손자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이 영원한 밤을 그가 계획한 것일까? 그게 흡혈귀들의 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알고 있었을까? 인간들의 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소린의 긴 삶은 여기에 대해서는 준비된 것이 없었다.
우선 그는 관찰자의 역할을 맡았다. 상처를 치유하고 저택에 틀어박혀, 그 모든 일이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다른 흡혈귀들 또한 자신들이 마음껏 포식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를 그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흡혈귀들에게서 맨 마지막에 없어지는 것이 조급함이라고 하면, 그 목록의 맨 앞에 있는 것은 절제였다. 소린의 계산에 따르면, 이 차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흡혈귀, 늑대인간, 신령, 아니면 그냥 죽은 시체가 될 때까지는 이제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
그의 할아버지는 충분히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다. 이 만일의 사태에 대한 계획이 그에게 있었다면, 지금이야말로 두 사람이 말할 때였다.
소린은 마르코프 저택의 계단을 따라 걸어내려갔다. 그가 자신의 실패한 제자인 나히리와 벌인 짧은 전쟁 때문에 많은 부분이 폐허가 되었지만, 가문 기록 보관소는 지하 깊은 곳에 묻혀 있는 채로, 거의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떠다니고 있는 비틀린 칼날들이 길을 비키자 우아한 하얀 아치형 구조와 매끄러운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는 유령불꽃이 밝게 불타오르고 있었고, 계단에 깔린 먼지도, 공중에 날아다니는 티끌들도 없었다. 소린 자신이 이 장소에 마법을 부여했다. 만약 이니스트라드 차원이 오늘 무너지게 된다면, 그의 가문 기록 보관소는 그들의 어리석음에 대한 증거로 남을 터였다.
그곳에서 그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물론 이 차원의 모든 지혜들을 세심하게 정리해 모아 놓은 책들이었다. 그의 할아버지의 일지는 황금색 표지로 제본되어 가장 투명한 유리 아래에 전시되는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소린의 일지들—그가 적극적으로 다시 읽거나 쓰지 않은 것들—은 책장 세 개에 걸쳐 흩어져 있었다. 장군들과 연금술사들, 심지어 성전사들과 아바신교의 사제들이 남긴 사색들이 선반 위에 자신들이 놓여 있는 자리에서 그를 향해 인사를 보냈다.
우리를 구해줘,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그에게 이런 말을 했는지. 그는 다른 사람들의 문제와 다른 차원들을 구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끝없는 삶 속에서 엮어 온 거대하고 복잡한 거미줄에 점점 더 싫증이 났다. 이니스트라드—최소한 그는 이니스트라드를 알고 있었다. 그는 여기에서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그의 가문을 정돈하고 나면 (이를 테면 말이다), 그는 다시 몸을 드러내 다른 차원들의 문제도 처리할 수도 있었다.
우리를 구해줘, 그것들은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노력하고 있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책 너머에는 초상화와 동상들, 그리고 무기고가 있었다. 그는 하얀 돌로 만들어진 좁은 회랑을 걸어내려갔고, 그의 형제들의 작품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니스트라드는 견뎌낼 터였다. 만약 그가 자신을 결코 포용해 주지 않았던 가문의 기억 속에 파묻히기를 바란다면, 그럴 시간은 나중에 충분히 있을 터였다.
이제 관까지 남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주변 세상에 싫증이 나면 세상이 너무 이질적으로 바뀌어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질 수 있을 때까지 쉬곤 했다. 만약 그가 평범한 흡혈귀였다면—이니스트라드를 떠날 능력이 없는, 단순히 불멸하는 흡혈귀였다면—그 또한 이곳에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들을 지켜줄 누군가가 있어야만 했고, 그 사람은 언제나 어김없이 소린이었다.
그는 그들을 원망했다. 그는 그것을 숨기지 않았다. 이 무덤의 차가운 침묵 속에서는 더욱 그러지 않았다. 그는 각각의 관 위에 있는 이름들을 노려보면서, 마음 속으로 왜 그들을 깨워서는 안 되는지를 자신에게 물었다.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은 그들의 퇴폐 때문인데, 그가 그들이 만들어낸 난장판을 치우고 있는 동안 여기서 그들은 쉬고—아마도 꿈까지 꾸면서—있었다.
피곤했다.
그에게도 관이 있었다. 어리석은 일이었다. 쉬겠다고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라니.
그 관이 부수는 것을 막아 주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그의 할아버지가 그것을 보고 어린애같은 짓을 했다고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뿐이었다.
소린은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할아버지는 거대한 돌문이 가로막고 있는 복도 끝에 있는 무덤에 안치되어 있었다. 종종 에드가르는 사소한 주문에 깨어나곤 했다. 소린은 그런 경우에 대비해 이니스트라드의 현재 상태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 내용의 책들을 남겨두었다. 때때로 할아버지의 조언이 필요할 때에는 그를 깨우기도 했다. 둘은 망자의 응접실에서 이야기를 나눴고, 대화가 끝나고 나면 에드가르는 다시 한 번 휴식을 취하곤 했다. 그것은 항상 소린이 자신을 어린애처럼 느끼게 만들었지만, 에드가르의 충고들은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체념한 채로 소린은 할아버지가 자신이 그를 위해 제작한 거대한 관에서 쉬고 있거나, 위풍당당한 책상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영묘 안으로 걸어들어갔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텅 비어 있는 방 뿐이었다.
그를 맞이해 주던 동상들도 모두 사라져 있었다. 탁자도 의자들도, 심지어 그가 이곳에 두었던 빈 찻주전자도 사라져 있었다. 그의 할아버지가 모아 두던 지식들이 자리잡고 있던 책장의 윤곽을 먼지만이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 어느 것도 이 방에서 없어진 것 중 가장 큰 것에는 견줄 수 없었다. 관 그 자체가 사라져 있었다.
그의 마음 속에서 분노가 불타올랐다. 그가 분노하는 일은 자주 있었지만, 이제는 태울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기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웃는 것이 전부였다.
역시 그랬다. 어제였다면, 그는 곧장 자리를 떴을 터였다. 자신의 두 눈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했을 터였다.
역시 그랬다, 그가 없던 사이에 누군가가 이곳에 왔던 것이 분명했다.
그는 코를 감싸쥐고, 자신에게 가능한 선택지들을 고려해 보았다. 그러자 그는 날개가 퍼덕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궁전 안의 공기가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누군가가 이곳에 있었다. 아마도 침입자가 한 명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는 몸을 돌리면서, 소리가 나는 무언가를 낚아챘다. 느낌으로 보아 박쥐인 것 같았다. 그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으스러뜨려 버렸다. 그의 손아귀 안에는—그것의 피로 얼룩져 있는—편지 봉투가 한 개 있었다.
오늘 날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가장 친애하고 소중한 소린 마르코프에게.
그는 그 손글씨를 알고 있었다.
그 편지 봉투를 으스러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수 세기만큼의 인내심이 필요했다. 대신, 그는 그 봉투를 열었다.
안에 적혀 있는 말들은 그의 기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말로 그랬다. 그의 이전의 우울함을 초승달의 어둠이라고 한다면, 이번의 우울함은 하늘에서 빼앗긴 달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 그런 어둠과도 같았다.
그는 축 늘어진 박쥐의 시체를 영묘의 한 구석으로 던져버린 뒤 황급히 계단을 올라갔다. 그곳에는 다른 침입자들이 있었다: 그는 그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이 조롱을 조금이라도 거들었다면
"조심해야지, 그 책은 인간의 살가죽으로 제본된 거야."
위에서부터 목소리가 메아리치며 그에게 들려 왔다. 여성이었다. 익숙했지만, 꽤 막연했다. 그들은 서재에 있었다. 그가 그들에게 다가갔을 때 그들은 그가 독서를 하는 책상 앞에 반원 형태로 늘어서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그가 아는 사람들이었지만, 새로운 얼굴들도 꽤 많았다. 보아하니 여행 중에 떠돌이를 여러 명 들인 것 같았다. 재빠르게 상황을 살피며 날카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일종의 도둑 같은 사람도 있었고, 화염술사는 무언가 끔찍한 것을 보았다는 것마냥 허공에 손을 치켜들고 있었다. 그런 뒤 그의 시선은 테페리에게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쾌활한 그는, 웃음을 감추고 있었다. 테페리는 소린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는 역사의 전모를 모두 볼 수 있는 사람도, 그렇게 쉽게 웃는 사람도 만나본 적이 거의 없었다. 늑대인 아를린 코르드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로 설교를 늘어놓고 있었다. 이전에 왔던 성전사도 있었다.
모두가 그의 서재에서, 그의 가문 기록 보관소 안에서, 이니스트라드에서 가장 촉망받는 봉합술에 대한 문헌을 접하고 아이들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당연히 인간의 살가죽으로 제본되어 있지 않겠는가, 그들은 도대체 뭘 기대했던 것이지? 그는 초보자들을 위해 이런 것들을 모은 것이 아니었다.
그의 마음 속 절반은 지금 바로 그들의 혈관을 붙잡아 마치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것처럼 걷게 만들어서 모두 이 곳에서 내쫓아 버리기를 바랬다. 나이 들고 인내심이 강한, 자신의 끔찍한 위치를 알고 있는 그의 나머지 절반은 그들이 분명 이유가 있어서 이곳에 왔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에 쳐들어온 이유를 설명하는 데 정확히 1분 주겠다," 그가 으르렁거렸다.
그들 대부분이 곧바로 몸을 곧추세운 것으로 보아, 그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아를린과 테페리만이 예외였다. 이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 같은 테페리의 편안한 모습이 그를 짜증나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늑대의 시선은 편지로 향해 있었다.
"우리가 왜 여기에 왔는지는 당신도 알고 있을 것 같네요, 소린,"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진짜 물어보아야 하는 건, 그게 뭐냐는 거에요."
그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실은—인정하기는 싫었지만—그녀의 말이 옳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가 왜 이곳에 왔는지를 알고 있었다. 영원한 밤은 그녀가 그토록 아끼는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나쁜 징조이니 말이다. 당연히 그녀는 도움을 청하러 그를 찾아올 터였다.
그리고, 지금 이 때에 해야할 최선인 덕목이 정직함이라면
그는 편지를 탁자 위로 던졌다. 도적이 가장 먼저 그것을 낚아챘고, 화염술사는 그녀의 어깨 너머로 기대어 그것을 읽었다. 후자는 마치 아이처럼 자신이 받은 충격을 그리 잘 감추지 못했다.
"그건 초대장이다," 그가 말했다.
"초대장이요?" 아를린이 되물었다. 그녀도 편지를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몸을 가까이 기댔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죄다 몰려들어 그녀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결혼식에 오라는 초대장이지. 올리비아 볼다렌의 결혼식 말이다." 그 이름은 그의 혀 위에서 마치 독과도 같이 느껴졌다. "그녀가 내 할아버지를 훔쳐 갔어. 그 둘이 결혼하게 되면, 가장 거대한 흡혈귀 가문을 형성하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그들은—그녀는 이니스트라드 전역을 지배하게 될 거다."
아를린은 화염술사의 손에서 편지를 낚아채 가져갔다. 그는 그녀가 편지를 읽어내리며 입을 들썩이는 것을,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런 뒤 그녀는 결의에 찬 표정을 한 채로 그를 쳐다보았다. "망쳐야 할 결혼식이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