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숲은 우리들의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리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녀에게는 말을 했다. 아마도 그건 이번이 그녀의 첫 번째 사냥이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 때 그녀는 먼지와 피와 흙이 여기저기 묻어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희미하게나마, 그녀는 이런 일이 계속 생기게 된다면 머리를 땋는 걸 고려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케시그 사람들은요?" 그녀는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토볼라르는 툴툴거렸다.

그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고, 그녀도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물어보는 게 당연했다. 그녀는 다리를 끌어모아 가슴으로 가져갔다. "그냥—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Tovolar, Dire Overlord
Tovolar, Dire Overlord | Art by: Chris Rahn

피를 뒤집어쓴 채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운 마을의 사람들을 걱정하는 그녀가 얼마나 이상하게 보였을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이제 그 마을을 지키려고 하고 있었다. 토볼라르는 그녀가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후에도 그녀와 함께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것이 좋았다—지금 혼자가 된다는 생각은 자신의 가족을 마주한다는 생각보다도 더 안 좋게 느껴졌다. 어쨌든, 상황이 얼마나 나쁘든간에,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녀가 이를 좀더 받아들이기 쉽게 해 주었다.

토볼라르는 케시그 사람들만의 귀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녀는 지난 4, 5년 사이에 줄기차게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그가 한 일들, 그리고 그가 하지 않은 일들도 수없이—들었다. 가축 무리가 통째로 죽임을 당했다던가. 집들이 부서져 산산조각이 났다던가. 그가 흡혈귀들을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사악한 마법을 다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아침에 그녀가 여느 때처럼 잠에서 깼을 때, 그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 준 채로 조용히 그녀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옆에 앉아 있는 이 존재는 온통 근육과 이빨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작아 보이게 만들어 그녀를 겁주지 않으려 했다.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했다.

그녀가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자신이 죽인 사람이 있는지였다. "오늘 밤에는 없었지." 그가 말했다. 그리하여, 그들의 대화는 시작됐다. 불편한 침묵으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곧바로 그 뒤를 따랐으니까.


그녀는 모습을 바꾸며 마녀가 근처에 있는 숲으로 뛰어들었고, 그러는 와중에 옷가지들은 이리저리 떨어져 내렸다. 늑대들은 그녀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줄무늬가 그들의 앞에서 겅중겅중 뛰어다니다가, 한순간 그녀를 돌아보았고, 그녀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울부짖는 소리는 숲의 침묵을, 침묵이지만 침묵이 아닌 침묵을, 그 안에서 바글거리는 수천 개의 생명의 침묵을 관통했다. 그녀는 그 울음소리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알고 있었다.

물론, 토볼라르도 그녀가 이곳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어째서 다른 일이 생길 거라고 기대했는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와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생길 지를 예상할 수 없었다.


"사냥하는 것이 우리의 본질이다,"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그녀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말에는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었다—무언가 사악한 마법이 서려 있었다. 이른 아침에는 그녀들은 누가 됐든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숲에는 분명히 사냥꾼들이 있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확실했다—심지어 마을에서 온 사람들이 그녀가 그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알아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냥 사냥할 뿐이라면,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사람들을 죽일 필요는 없어요."

그녀 또한 다른 케시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을 두려워 할만한 이유를 보아 왔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마다 숲에서 시체들을 끌어냈다. 그래야만 했다. 특히 보름달이 뜬 다음날에는 말이다. 늑대인간을 상대하는 일만으로도 버거웠다—케시그의 복잡한 상황들에 심령 문제까지 얹어 놓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사냥꾼들은 종종 새로운 무기를 얻으려 대장간에 있는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갔다. 때때로 그들은 자신들이 본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사람 둘을 쌓아올린 것 보다도 더 큰, 나이 많은 코르드가 종이를 찢는 것 처럼 생살을 쉽게 찢어발길 수 있는 야수에 대해서 말이다. 그들의 집 안에는 무기가 한가득 장식되어 있었고, 팔리지 않는 성스러운 문양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문양들이 그녀를 지켜 줄 거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를린은 그 마을의 음침한 전망에서 그다지 위안을 받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과 있으면, 늘 그녀가 할 수 없는 일들로만 가득했다—그녀는 숲에 들어갈 수도 없었고, 피리는 너무 큰 소리로 불어선 안됐고, 여행자들이 마을을 찾았다가 떠날 때도 낯선 이에게 인사를 하거나 여행자들을 친구로 사귈 수도 없었다. 경계와 천사가 마을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리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지만, 그녀의 세계를 작고 지루하게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널 믿지 않아. 가까이 오지 마—그녀의 마을이 세계를 향해 한 말이었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을까?

그녀가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그 이상의 것이 있음을느꼈다.. 그 소리는 너무나도 행복하고, 매우 차분하고, 정말. . .그리운 친구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벽 안으로부터 자유로운, 성스러운 문양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공포로부터 자유롭고 다른무언가로 가득차 있는 삶을 바랬다.

밤의 장막을 두른 채로, 그녀는 떠났다.

토볼라르는 그녀를 응시했다. "그게 네가 생각해낸 것이냐?"

"네," 그녀는 자신의 온 마음을 다해 대답했다.

그는 고개를 저은 뒤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녀는 그 뒤를 따랐다.


첫 사냥을 마친 그녀의 눈에는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그녀는 늑대가 되어 보고 나서야 자신이 가졌던 인간의 눈이 얼마나 제한되어 있는 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이 세계의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인간의 눈으로는 덤불 속을 꿈틀거리는 벌레들을 볼 수 없고, 인간의 코로는 수 마일 떨어진 곳에서 풍기는 피 냄새를 맡을 수 없고, 인간의 혀로는 밤의 날카롭고 톡 쏘는 맛을 맛볼 수 없다.

하지만 늑대가 되면,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그가 보이기도 전부터 그의 냄새를 감지했다. 그의 주변에 있는 자들의 냄새도 말이다—몇몇은 익숙했지만, 몇몇은 확실히 생소했다.

무슨 일인거지?그녀는 생각했다.

마침내 나무들이 길을 비켜 주어 토볼라르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미끄러지듯이 멈춰 섰다. 그는 언제나처럼 밤을 꿰뚫을 듯한 두 눈을 부릅뜬 채로, 거대한 늑대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아를린도 왜소한 체격은 전혀 아니었지만, 이 낯선 이들의 팔은 그녀의 주변에 서 있는 나무들만큼이나 두꺼웠다. 그중 한 명은 배의 쇠사슬을 탄띠처럼 어깨에 메고 있었다. 변신하기엔 아직 이른 밤이 아니었던가?

무리동료들 곁에 서 있던 토볼라르는 크기가 인간 남자와 비슷해 보였지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다가오는 아를린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려 하는 그의 거친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왔구나."

"조사를 하려고 온 거에요," 아를린이 말했다. 그녀는 낯선 자들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본능적으로 나오려는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억눌렀다. "이 자들은 누구죠?"

토볼라르는 붉은이빨 근처에서 멈춰섰다. 아를린의 목 뒷가의 털이 곤두섰다.

토볼라르는 그녀를 쳐다본 뒤,그녀를 지나쳐 걸어갔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을 따라오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아를린의 배 속이 울렁거렸다. 달콤하고 톡 쏘는 은근한 향기가 아를린의 목을 타고 내려왔다. 그녀는 자신들의 앞에 무엇이 놓여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토볼라르가 모두를 그곳으로 데리고 가지 않기를 바랬다. 그녀는 그를 따라가는 일을 당장이라도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이제 아를린은 토볼라르와 마찬가지로 늑대였다. 무슨 일이 있든 간에, 그녀를 내버려 두었다간 폭주해 버릴 확률이 높았다.

그녀는 그냥 떠나 버릴 수는 없었다.

결국그녀는 그 뒤를 따랐고, 마침내 토볼라르가 그녀를 보면서 시체를 가리켰을 때, 그녀는 최선을 다해 밀려오는 구역질을 참아냈다. 그다지 소용이 없었다. 사냥꾼 세 명이 짐승처럼 갈기갈기 찢어져, 밝아오는 빛 아래에서 갈비뼈를 드러낸 채로 놓여 있었고, 그들의 얼굴은 공포에 일그러진 채로 굳어 있었다. 석궁과 은화살들이 솔잎처럼 그들 주위에 흩어져 있었다. 손에는 피에 젖은 아바신의 문양을 꼭 쥐고 있었다. 그녀가 다른 곳을 보아도 더 끔찍한 모습이 보였고, 이리저리 보던 그녀의 배는 점점 울렁거리다가, 전에 먹었던 날사슴 고기를 밖으로 게워내면서 마침내 텅 비어 버렸다.

토볼라르는 툴툴댔다. 그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은 뒤 그녀의 시선을 시체들로 향하게 다시 돌렸다.

"제발요," 그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보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계속 붙들고 있었다. "넌 이해해야만 해."

그녀는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어째서죠? 뭣 때문에 이런. . .?"

그는 그제서야 시체들 너머로 지나갈 수 있도록 그녀를 놓아 주었다. 그녀에게 세 걸음 정도의 거리였지만 그에게는 한 걸음으로 충분했다. 시체들 곁에서 무릎을 꿇으면서, 그는 다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어젯밤에, 어떤 느낌이었지?"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유롭게 느껴졌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럴—"

"자유에는 어떤 대가든 치를 만한 가치가 있지," 그가 대답했다. 일어서면서, 그는 발끝으로 시체들 중 하나를 걷어찼다. "숨어서 지내는 건 질렸어."

이상하게도, 아를린이 원하는 것은 숨어서 지내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그들이 보이기도 전부터 그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늑대들이 더 오고 있었다. 아주 많이. 지금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는 바뀌지 않고, 그들이 느끼는 굶주림도 여전하며 , 마을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 또한 변함이 없다. 그들은 늑대였다—그리고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를린은 그들이 성전사들로부터 훔쳐낸 갑옷을 비교하는 모습을, 자신의 털가죽에 선명한 무늬를 그리는 것을, 마치 갓 태어난 새끼처럼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너무 많은 낯선 얼굴들과 새로운 냄새가 그녀를 어지럽게 만들었고, 그로 인한 공포로 그녀는 다시 인간 형태로 되돌아갔다.

그녀의 눈이, 물론,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 늑대들은 몬드로넨같은 냄새가 나지 않았다. 즉 토볼라르와 함께하는 무리의 일부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저들은 왜 이곳에 있는 것인가? 그리고 저 다른 자들—토볼라르를 지키고 있는 이들과 비슷한 일반 늑대인간보다 머리 하나씩은 더크고 얼굴은 변신 도중에 멈춘 것 같은 모습의—저들은 누구인가?

이건 단순한 사냥이 아니었다.

그녀의 귓가에 들리는 울음소리가 그렇게 말해 주고 있었다. 어렸을 때에는 저 소리를 멀리하기 위해 귀를 막았지만, 이제는 그렇게도 못했다. 밤하늘 속에서 늑대들 수십, 어쩌면 수백 마리가 서로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사냥하겠다.

달이 뜰 때가 가까워지자 아를린의 목 언저리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토볼라르의 경비병과 같은 일부의 열정적인 자들은 이미 변신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뼈가 갈라지고 터지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박자를 실어 주었다.

토볼라르가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미소를 지은 표정으로 자신을 둘러싼 늑대들을 향해 넓게 손짓을 하는 그의 눈에는 자부심이 깃들어 있었다. 그들이 무리 속으로 더 깊이 걸어 들어가자, 높은 울음소리들이 그들을 맞이했고 그 소리는 아를린의 피부 속에 새겨질 정도로 강렬한 느낌이었다.— 예전의 몬드로넨 포효떼가 경례를 하던 방식이었다.

"이 사람들은 다 누구죠?" 그녀는 그에게 물었다.

"가족이지," 그가 대답했다. "우리의 새로운 무리야."

아를린은 얼굴을 찡그렸다. "제게는 그다지 가족의 상봉같이 여겨지지 않네요. 그보다는 당신이 뭔가를 하려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는 박장대소하면서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 소리가 여기저기에 메아리쳤다. 그녀에겐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가 할 대답을 좋아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을 기다렸다.

"우리의 것을 되찾으려는 거야," 토볼라르가 말했다. 그의 뒤에서는 이미 모습을 바꾼 늑대 두 마리가 몽둥이로 사용하기 위해 나무를 뜯어냈다. "예전에는 숲 뿐이었지. 이제는 밤도 우리의 것이다."

줄무늬가 코를 들이댔다. 토볼라르는 잠시 멈춰서서, 무릎을 꿇고 쓰다듬어주었다. 바위는 마치 자신도 거기에 끼게 해 달라는 허락을 구하는 듯이 아를린에게 머리를 부딪혔다. 아를린은 침을 꿀꺽 삼켰다.

"토볼라르,"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뭘 사냥하는 거죠?"

나무들이 쓰러져 내렸다. 늑대들은 울부짖고 있었다. 한 남자는 어깨에 오벨리스크를 걸치고 있었다. 굶주림의 냄새가 주위에 짙게 깔려 있었다. 피 냄새다. 누군가가 이미 죽었다.. 턱이 살을 찢어발기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멀지 않은 곳이다.

달은 점점 더 높이 떠올랐다.

토볼라르는 줄무늬의 코를 만진 뒤, 줄무늬의 귀 뒤를 쓸어넘겼다. 줄무늬는 그녀에게는 이렇게 얌전히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심지어 꼬리조차도 흔들지 않고 있었다. 토볼라르는 자신의 이마를 줄무늬의 이마에 댄 뒤,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지시를 받은 굶주린 늑대가 뛰쳐나갔다.

아를린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건 허기를 채우기 위함일 뿐이다. 그는 돌아올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더이상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토볼라르는 몸을 일으켜, 언제나 그랬듯 그녀 앞에 우뚝 선 채로, 모여든 자들을 쳐다보다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우리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피를 빠는 자들도, 찾아낸다면 말이야. 끔찍한 혈통은 그것들이 애걸복걸하게 만드는 걸 정말 재미있어 하거든."

"끔찍한 혈통이요?" 그녀는 이미 그가 누구를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었다—그의 주변에 있는, 거대한 괴수 같은 늑대들임이 분명했다. "흡혈귀를 사냥하는 것도 그렇지만, 당신이 그렇게 해선—"

날카롭게 짖는 소리가, 아니면 거기에 딸려 오는 본능적인 반응이 그녀의 말을 멈추게 했다. 그의 미간은 좁아졌고, 입술은 이빨을 드러내며 뒤로 젖혀졌으며,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자 이빨이 더욱 길어졌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가 말했다. "난 네게 그걸 가르쳐 주려 했지."

더 많은 울음소리가, 더 가까이에서 들려 왔다. 아를린의 심장이 그녀의 가슴 속에서 쿵쾅거렸다. 그녀는 사냥하고 싶었다. 그녀는 달리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의 발을 굳게 디디고 섰다. "아뇨, 그럴 순 없어요.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숲 속에서 살면서 자신들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왔어요. 그들이 원하는 건 두려움이 없는 삶이 전부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는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가까이 다가왔다. "네 말 속에는 교회가 너무 많이 들어 있다," 그가 으르렁댔다. "늑대는 너무 적고."

그가 그녀를 내려다보자, 그녀는 다시 숲 속에 그와 함께 서 있는 자신을, 다시 성전사들의 시체를 쳐다보고 있는 자신을, 다시 두려워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아를린이 그 날 아침에 돌아왔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월은 그녀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날 밤이 그 어느때보다도 더 무겁게 느껴졌다 .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눈 아래에는 깊은 주름이 늘어져 있었다. 아를린을 감싸 안는 어머니의 두 팔은 작고 연약했다.

"어디에 있었던 거니?" 그녀가 쉰 소리로 말했다. "아를린, 사람들이 숲속에서 아이들 네 명을 발견했단다. 다른 사람들처럼 갈기갈기. . ."

그녀는 그때 어머니에게 말을 털어놓을 수도 있었다. 정직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를린의 시선이 아버지가 직접 만든 천사의 문양들 중 하나로 향했고, 이내 그녀는 진실을 말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아를린은 더이상 어린 늑대가 아니었다. 그녀는 더이상 두렵지 않았다.

달빛은 쉽게 변신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뼈는 갈라지고 재정렬되면서, 단번에 그녀의 모습을 새롭고 오래된 것으로 변화시켜 주었다. 토볼라르는 그녀를 보고 안도했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싫었다.


첫 사냥에 나섰을 때, 그녀는 토볼라르와 함께 달렸다. 두 번째 사냥에서는, 토볼라르 그리고 다른 셋과 함께 달렸다. 세 번째에는, 무리와 함께 달렸다.

숲속을 헤집고 사냥의 스릴에 잠기면서, 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사슴의 호화로운 고기에 자신의 이빨을 박아 넣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사슴을 마을로 끌고 갈 수 있을 만큼—어쩌면 아버지의 대장간 앞에 가져다 둔 뒤에 사냥꾼들이 자신들을 위해서 놓아두고 간 것일 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을 거라고—오래 인간의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외양간에 쥐가 들끓는다면, 고양이를 구하기 마련이며 숲에 늑대인간들이 가득하다면, 최고의 사냥꾼들을 보내기 마련이다. 그게 자연스러운 행동이니까.

아를린은 사슴을 본 순간을 기억해냈다. 그것은 달처럼 하얗게 물든 털가죽을 가지고 있었고, 피처럼 붉은 눈을 한 채로 강을 거닐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사슴에게 달려들었던 일을 기억해냈다. 뒤따른 고통과 갑작스럽고 날카로운 숨소리, 그리고 그녀의 등이 거친 땅에 부딪혔던 것을 떠올렸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자신의 가슴에 화살이 박혀 있던 것을 기억해냈다. 나머지 일들은 별다른 기억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예전 어머니의 집 창가에서 파이를 훔치던 아이들의 끔찍한 시체들에 둘러싸여 있던 것을 제외하면.. 근처에 널부러져 있는 석궁을 보니, 이제는 그 아이들이 사냥꾼이 된 듯했다.

그녀의 입가는 그들의 피로 칠갑이 되어 있었다.

아를린은 비명을 질렀다.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그녀가 토볼라르보다 더 크게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는 지금 뿐이었다.그녀는 변신을 했고 그는 아직 변신하지 않은 순간이다... 이번에는 그녀가 그에게 으르렁거리는 쪽이 되었다. 다른 이들은 원을 그리며 모여들었고, 일부는 흥분하며, 일부는 단순히 피맛을 갈망하며 모습을 바꾸었다. 무기와 짐승과 사람의 발소리가 땅을 울렸다: 쿵, 쿵, 쿵.

그녀는 그의 주변을 빙빙 돌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너는 사냥을 원해," 토볼라르가 말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아찔한 기분이었다. 이 늑대들은 그녀를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들을 몰랐고, 그들은 이런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죽기를 원하는 세상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힘을 사용해야만 한다고 해도, 자신의 삶을 되찾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였든간에,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멈춰야만 했다. 만약 그녀가 지금 그를 쓰러뜨린다면, 누가 사냥을 지휘하느냐를 두고 서로 다투는 동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시간을 끌 수도 있을 지도 몰랐다.

발톱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발톱이 닿기도 전에, 바위가 움직여, 그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아를린은 마지막 순간에 뒤로 물러났고, 그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일인지 알아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위의 다정했던 얼굴이 기대감에 차서 배고파하는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줄무늬와 붉은이빨도 마찬가지였다. 인내심만이 아를린의 곁에 남아 있었다—하지만 그녀 또한 기대감에 차서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사냥을 원했다.

토볼라르는 씩 웃었다. "네 무리는 이해하는군."

하나씩, 그들 주변의 늑대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미 변한 자들은 얼마나 많이 있는 것인가? 얼마나 많은 자들이 그녀가 피를 흘리기를 바라며 앉아 있는 것인가?

인내심은 한때 매일마다 그녀를 기다렸다. 이제 남아서 기다리는 쪽은 아를린이었다.

Art by: Sam Rowan

교회 안에는 사방에 문양들이 깔려 있었다. 새벽빛이 처음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아침에는 이 성스러운 모양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를린은 다른 무엇보다도 새벽을 소중히 여겼다. 해가 뜰 때는 자기 안에 있는 짐승에 대항하는 새로운 승리였고, 깨끗한 손으로 맞이하는 아침은 미래의 자신에 대한 다짐이었다. 짐승은 사라졌다고 말이다.

예배는 태양이 케시그 언덕 꼭대기에 걸린 순간에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예배를 할 수 있게 허락받지 못했지만, 그녀는 안전에 대한 열띤 욕구를 안고 매일 예배에 참석했다. 마치 빛나는 천사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아마도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사람들 때문이었을 지도 몰랐다.

예배 때마다 보이던 똑같은 사람들 말이다. 신성한 글귀들을 가운데 두고 모여든 같은 사람들 말이다. 바나비는 항상 성당에 가장 먼저 도착하겠다고 그녀를 놀렸지만, 항상 2등으로 머물렀다. 아를린은 루시아나와 하룻밤을 지새며 함께 빵을 만들 만큼 자신을 믿었고 자신의 요리법이 더 낫다고도 생각했지만, 제빵사의 딸과 내기를 거는 일은 없었어야 했다. 자카리아스 신부님은 그녀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항상 참회하고 싶은 건 없냐고 부드럽게 물었다.

안전과 따스함. 좋은 사람들. 아침 빛은 이 모두와 그 이상을 약속해 주었고, 몇 년 동안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윽고, 그녀는 자신을 이곳으로 오게 만든 이유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멈췄다.

토볼라르가 아침 예배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그의 야성이, 그가 빼앗아 입은 갑옷에 묻은 흙이, 흰색과 그을린 노란색에 스민 녹슨 붉은 빛이, 불과 피와 소나무의 향기가, 그녀에게서 야성을 불러냈다. 그가 한 것이라곤 그녀의 옆에 앉은 것뿐이었다. 아무 말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음에 닥칠 일을, 무미건조하고 가라앉은 공포를 느꼈다..

그는 그 후 떠났고, 아를린이 새로 사귄 친구들은 모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떠나고 싶었다. 자신만의 시간이 좀 필요했지만 괜찮아질 거였다..

그날 밤, 아를린은 자신을 방 안에 가뒀다—창문들은 커튼으로 가리고, 제의로 단단히 몸을 감싸고, 눈에 닿는 곳에는 어디든 신성한 문양들을 놓아 두었다.

하지만 문양들은 어둠 속에서 그리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일이 일어난 이유가 이것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충분하지 않았을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왜 그런 일이 그런 식으로 일어났는지, 어떤 이해할 수 없는 친절함이 루시아나가 그녀의 안부를 확인해 보려 했는지를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피를 기억해냈다. 그녀는 사냥을 떠올려냈다. 그녀는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어 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바램대로 되어 있었다.


과거를 다시 사는 일은 상처를 열어제낀 뒤 그것이 다른 식으로 치유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과 같다.

그는 사냥을 원했다. 그녀의 늑대들은 사냥을 원했다. 무리는 사냥을 원했다.

그녀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능한 최선을 다해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했다.

아를린은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인내심의 머리를 쓰다듬고, 두 귀 사이에 있는 부분을 긁어 준 다음, 마지막 포옹을 해 주었다.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 줘,"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어색한 주둥이로는 단어들이 잘 발음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인내심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알아들어 주었길 바랬다. 엉덩이를 두드린 것이 마지막 허락이었다. 아를린은 일어섰고, 인내심은 그를 향해 걸어갔다.

모여든 늑대들은 컹컹 짖고 울부짖었으며,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아를린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토볼라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세계를 맞이할 준비가 되면, 우리를 찾아와라."

그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것을 지켜보지 않았다.


그녀는 마녀에게로 돌아갔다. 이제 냄새를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포효떼에서 그녀의 늑대들 중 하나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멈춰섰기에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다.

겉치레로 건네는 인삿말 같은 건 없었다. 그녀는 거기에 들일 시간도 에너지도 없었다.

"열쇠를 가져다 줄게," 그녀가 말했다.

카틸다가 만약 늑대들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라면, 그녀는 거기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그녀는 아를린을 따뜻한 불가로 데려와 앉혔다.

이곳에는 늑대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사람들이 있었고, 신성한 빛에 가까운 무언가가 있었다. 오늘 밤에는 그정도면 충분할 터였다.

Dawnhart Wardens
Dawnhart Wardens | Art by: Joshua Raphael

아침의 햇살은 새로운 친구들을 데려와 준다.

고대의 마녀 치고는, 카틸다는 인기있는 사람이었다. 날이 밝자, 그녀와 그녀의 마녀들은 캠프 중앙에 모여들었다. 마법이 그들로부터 시냇물처럼 쏟아져 나와, 공중으로 흩어졌다. 카틸다는 그녀에게 그것이 마녀들의 집회가 선택한 용사들에게 이제 모일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부름이라고 말해 주었다.

아를린도 자신만의 부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집회가 볼 수 있는 무언가는 아니었다. 그들이 그러고 있는 동안, 그녀는 남모르게 라브니카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는 무엇 하나도 간단한 것이 없었다. 제이스의 집에 들어가기만 하는 것에도, 그녀는 세 번 서류를 작성하고 두 번 선서를 해야 했다—그러고 난 뒤에 집에 들어갔을 때, 그는 거기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여전히 친구가, 그리고 전설이 있었으니 말이다.

아를린은 지나가는 말로 테페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대부분은 그가 다른 사람들과 세우고 있는 계획들에 대한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이렇게나. . .다가가기 쉬운 사람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적개심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제일 먼저 그녀를 맞이한 것이 바로 테페리였다. 편한 미소는 중요하다—그녀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을 상대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가 그녀와 비슷한 나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는 무척 더 나이가 많았다. 거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나이가 더 많았다. 그는 그녀에게 차 한 잔을 따라 주었고, 그녀는 그 의미에 연연하지 않으려 애썼다.

"내 말상대가 되어 주려고 여기에 온 건 아니겠지, 아를린," 그가 말했다. "잠을 안 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티가 나나요?" 그녀가 대답했다. 차는 맛이 좋았다—우려내는 시간이 얼마나 짧았는지를 생각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향이 그윽했다. 그럼에도, 그녀의 어머니의 차 쪽이 더 나았다. 그녀는 그것이 그리웠다.

"밤을 늘려서 네가 쉴 수 있게 해 줄수 있냐고 물으러 온 거면, 그건 안돼," 그가 말했다. 그는 따뜻한 어조로 말했지만, 아를린은 움찔하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테페리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정곡을 찌른 것 같은데."

아를린은 귀찮게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 "이니스트라드의 밤이 길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사람들이 쉴 수 있다는 뜻은 아니죠. 그게 제가 찾아온 이유에요. 무언가가 일어나려 하고 있어요—늑대들이. . ."

그녀는 그 말을 어떻게 끝내야 할 지도,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 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최소한 다음 몇 분간은 말이다. 누군가가 계단에서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켜며 나타났고, 이내 손님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흥분해서 날뛰기 시작했다. 찬드라가 난간(그리고 계단도)을 뛰어넘어 그들에게 재빨리 다가왔다.

"아를린!" 그녀가 그들 옆에 있는 테이블 중 하나에 털썩 주저앉으며 소리쳤다. "지난번에 그 요리법은 가지고 온—"

아마도 아를린이 우울해 보인다는 것을 그녀도 눈치챈 것 같았다—찬드라는 말을 하다가 중간에 멈췄다. 아를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좀 기다려야겠어," 그녀가 말했다. "테페리에게 말한 것처럼—"

하지만 그때 문이 다시 한 번 열렸고, 또다른 새로운 얼굴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곧바로 두 눈썹이 치켜올라간 것은 덤이었다. "보아하니, 잉크만 써서 작성해야 하는 서류에 연필을 쓴 게 너로군?"

모든 것이 너무나도 이상했지만, 그건 그녀가 바랬던 방식의 이상함이었다.

그것은 약간이나마 바나비와 루시아나와 함께했던 아침들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이번 한 번만, 아를린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를 기억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웃음을 허락했다.

인간들 또한 무리를 지어 달린다.


그들은 귀기울여 들었다. 그녀는 감사했다. 낯선 사람의 이름은 카야였고, 낮과 밤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말이 그녀를 놀라게 해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들이 같이 가 주기로 했다. 도와 주기로 했다. 하지만 우선, 그들은 카틸다의 사람들과 만나야만 했다.

그들이 함께 숲속에 다시 나타났을 때, 아를린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그 즉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언제가 됐든 라브니카에 꽉 들어차 있는 건물들보다는 케시그의 우뚝 솟은 떡갈나무들을 선택할 터였다—그녀는 그곳에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들은 나무들과 셀레스투스의 아치들 아래로 집회를 향해 걸어 갔다. 찬드라는 순수한 경이와 호기심이 가득찬 눈으로 오래된 유물을 올려다보았다. 아를린은 그 모습이 약간은 부러웠다—사실, 그녀 또한 지금까지 그 경이로움을 약간은 느끼고 있었다.

그들이 도착할 때쯤, 그곳에도 새로운 얼굴이 수십 명 정도 모여 있었다. 하루에 만나기에는 너무 많은 수였다—모두를 정확히 기억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익히게 될 터였다. 그리고 그녀도 그러고 싶었다. 그녀의 등 뒤에 서 있는 셋은 그녀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고, 그중 그 누구도 두려움에 찬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지 않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건 그녀의 앞에 모여 있는 성전사들과 마도사들에게도 마찬가지일 지 몰랐다. 아를린이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녀는 성전사들과 사제들의 의복을 통해 그들을 알고 있었다—누군가의 입장에 충분히 오랫동안 서 있다 보면, 그들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마녀를 중심으로 무리를 이루어 서 있었다: 성전사가 여섯 명 남짓, 사제가 서너 명, 그리고 나머지는 특별히 계급은 없지만 건장해 보이는 케시그 사람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은 하얀 갑옷을 입은 까무잡잡한 피부의 여자로, 어깨에는 눈가루가 약간 묻어 있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자기가 아는 가장 용감한 성전사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부탁한다면 대답으로 튀어 나올 것 같은 사람이었다: 잘 광을 낸 갑옷, 고상한 용모, 넓은 어깨, 부드러운 눈매가 그랬다. 그녀는 카틸다가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이내 둘 모두 다가오는 낯선 사람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Adeline, Resplendent Cathar
Adeline, Resplendent Cathar | Art by: Bryan Sola

"아를린 코르드, 맞습니까?" 성전사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풍부하고 낭랑했다—그녀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맞아요," 아를린이 대답했다. "이 사람들은 제 친구들이에요—카야, 테페리, 그리고—"

"찬드라 날라르야," 화염술사가 끼어들었다, "난 찬드라라고 해. 이름은 뭐야?"

성전사는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키득댔다. "아델린이면 됩니다. 만나서 반갑군요, 아를린, 카야, 테페리, 그리고 찬드라 날라르도. 카틸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수확철을 도와 주러 오셨다면서요?"

아를린은 찬드라가 아델린이 이야기한 것은 무엇이든 들어 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지만 자신들의 목표에서 너무 멀리 눈을 돌리게 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열쇠를 찾으러 온 거에요," 아를린이 대답했다. "축제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서 죄송하네요."

카야가 그녀의 뒤에서 헛기침을 했다. "축제에 대한 건 한 마디도 안 했잖아."

"카틸다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 아를린이 대답했다.

"실제로 그렇지," 카틸다가 말했다. 그들 사이에는 거리가 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또렸하게 들렸고, 영웅들이 더 큰 무리와 합류할 때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아를린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의식은 실수를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정확한 행사야. 고대 마법에서는 단계를 건너뛸 수 없어."

"고대 마법이란 건 변덕스러운 녀석이니까," 테페리가 말을 받았다. "마법이 더 오래될 수록, 그 방식은 더욱 고착화되지."

"그는 이해하는군," 카틸다가 말했다.

테페리가 이미 끼어들기 시작했은니 아를린은 이에 맞서 싸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정확히 뭘 해야 하지? 의식 이야기는 아를린이 해 줬어." 그는 자신이 들고 있던 지팡이로 머리 위에 있는 셀레스투스를 가리켰다. "은달빛 열쇠를 찾으면, 그걸로 뭘 해야 하는 거지?"

"그걸 셀레스투스의 정중앙으로 가져오면 돼. 아를린이 길을 알고 있지," 그녀가 말했다. "나는 집회와 함께 그곳에서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겠어. 그곳에서, 우리는 그걸 황금태양 자물쇠와 결합하고 의식을 완성할 거야."

"그리고 그 열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는 알고 있어?" 카야가 물었다. "단서나, 마지막으로 알려진 행방 같은 거 말이야."

카틸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새벽수사슴 집회는 수 세기 전에 그걸 빼앗겼지."

"그렇군," 카야가 말했다. "그러면 탐색을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아를린, 뭐 생각나는 거 없어?"

그녀는 어젯밤까지 은달빛 열쇠라는 것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녀가 셀레스투스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오래된 전설들 뿐이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트레이벤에 무언가가 있는 건 확실해. 열쇠를 가져간 게 교회일 수도 있어."

"만약에 그렇다면, 안전하게 숨겨져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아델린이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트레이벤으로 가야겠네."

"어. . .너희들 트레이벤이 안전하다는 거 확신해?" 찬드라가 말했다. "거기에 정말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게 맞아? 지난 번에 거기 갔을 때는 그렇게 좋지도, 그렇게 안전하지도 않았단 말야." 아델린이 그녀를 곁눈질로 쳐다보자, 찬드라가 빨리 말을 덧붙였다: "무섭다는 건 아니야."

아를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하지만 지하묘지들은 괜찮을 거야."

아를린이 성당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도 이제는 오래 전이었다.

그때보다는 일이 더 잘 흘러가기를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