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y: Bryan Sola

카른은 혼자 있고 싶었다. 그는 수학 공식의 상쾌함 속에 빠져들 수만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몸에서 기름과 피가 말라붙어 가고 있는 것을 잊어버릴 수만 있다면 연구를 계속해서 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는 도망칠 수 없었다. 그는 신 아르기브의 감시탑 위에 있는, 강철 덧문이 굳게 닫힌 창문들로 둘러싸인 작고 둥근 방 안에 갇혀 있었다. 머리 위에 있는 마법석이 발하는 희미한 노란 빛이 그 아래에 제어판이 놓여 있는 받침대를 비추고 있었다. 그 만이 탑의 봉쇄를 끝낼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었고, 그는 피렉시아인을 잡아내고 그의 동료들인 조다, 자야, 테페리, 그리고 스텐이 뉴 피렉시아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확신하기 전까지는 그 열쇠를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성배는 어디에 있지?" 자야가 물었다.

"안전한 곳에 있습니다," 카른이 대답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몸을 돌렸다. 그에게는 천이 필요했지만 그는 그것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에테르에서 입자들을 불러들여, 오래 전 우르자가 그를 전쟁터에 보낸 뒤에 자신을 청소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작은 철사 브러시를 만들어냈다. 그의 손바닥이 마법으로 웅웅대면서 금속이 축적되기 시작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 주지 그래?" 자야가 물었다.

테페리는 여전히 천장을 쳐다보며 피렉시아의 스파이 생물을 찾고 있다는 듯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이제는 플레인즈워커들도 타락할 수 있네. 기름에 면역을 가진 자는 카른이 유일해."

카른은 테페리가 자신을 변호해 준 것에 감사했지만, 마치 자신이 방에 없는 존재인 것처럼, 자신이 마치 물건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오래된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테페리는 카른이 태어나기 전부터 우르자의 제자였으니 말이다.

"난 스파이가 아냐." 자야는 이 상황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맞다고 해도 그걸 알 수 없을 거요," 스텐이 말했다.

"내게는 시올드레드를 찾아 물리칠 계획이 있습니다," 카른이 말했다. "탑의 안전을 확보하고 나면 그 계획이 무엇인지를 말하겠습니다."

조다는 짜증나고 초췌한 표정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카른은 그들 모두를 차원문으로 이동시킨 것이 그의 마법사로써의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생각했다. 조다가 말했다, "자네를 믿겠네. 애초에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카른, 난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쇼를 하는 일을 좋아한다고는 못 하겠어," 자야가 말했다. "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그게 마음에 들지는 않아. 내가 서커스를 하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고, 난 묘기를 부리는 일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지도 않았거든."

"우선은 피렉시아 생물을 찾아야 하네," 조다가 말했다.

"팀을 나누는 것이 이 생물을 찾아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카른이 말했다.

"자야와 내가 위층을 맡지," 조다가 말했다. "테페리와 카른이 아래층을 맡게."

"그렇게 되면 지하에는 나 혼자 있게 되지 않소." 스텐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군. 그곳에 있는 것은 그냥 큰 보일러실 하나뿐이니. 점점 이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는구려."


카른은 테페리와 함께 좁은 금속 계단을 내려갔다. 쇠창살은 1톤 가까이 되는 금속이 아니었고 가벼운 사람들을 위해 제작된 것이었기에, 카른의 발 밑에서 삐걱거렸다.

3층에 있는 회랑은 좁았고, 마법석은 잿빛을 띠고 있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기계 램프가 희미한 생명을 얻어 깜빡거렸다. "불빛을 제어하는 스위치가 문 옆에 있군," 테페리가 기뻐하며 말했다.

"그것이 이 쪽으로 지나갔을 지도 모릅니다." 카른은 그의 어깨 높이에 나 있는 피와 점액의 흔적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다. "따라가 볼까요."

그 흔적은 "저장고: 급수장"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는 문에서 끝나 있었다. 마치 생물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것처럼 점액 덩어리가 경첩을 뒤덮고 있었다. 테페리는 웅크리고 앉았다. 그는 그것을 만지지는 않았지만, 손으로 그 점액 덩어리 위를 휘저어 보았다. 그는 카른을 올려다보았다. "다른 이들을 불러야 할 것 같은가?"

"아직은 아닙니다." 카른은 잠시 말을 멈췄다. "우리는 그 생물이 여전히 이곳에 있는지를 모릅니다."

테페리는 문을 아주 조금만 열고 잠시 기다렸다.

틈새에서 아무것도 뛰쳐나오지 않자, 테페리는 문을 휙 열어젖히고서는 안으로 들어갔다. 카른이 그 뒤를 따랐다. 사용되지 않은 구리 파이프들이 쌓여 있는 높다란 선반들이 한쪽 벽에 늘어서 있었다. 반대편에는 톱니바퀴, 바퀴 테두리, 밸브들로 가득 찬 나무 상자들이 놓여 있는 강철 선반이 있었다. 카른은 더이상 그 생물이 지나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말했다. "테페리, 방 안을 탐색해 보겠습니다."

수납장 사이에 있는 좁은 통로들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설계되어 있었다. 카른은 자신이 크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그의 팔꿈치는 파이프들에 부딪혔고, 좁은 통로를 통과할 때에는 상자들이 이리저리 밀렸다. 그는 잠시 멈춰서서, 무릎을 꿇고, 낮게 드리워진 증기 파이프 아래로 어색하게 몸을 숙였다. 선반 아래쪽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내렸다.

그는 그 액체의 근원을 찾아 위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것은 마치 여러 개의 파이프들이 . . . 피를 흘리고 있다고? 움찔거리는 고기 덩어리가 따개비처럼 구리관에 딱 붙어 있었다. 그것은 산을 내뿜어 금속을 녹인 뒤, 옆쪽에서 금속 가시들을 토해냈다. 카른은 살점 덩어리 쪽으로 손을 뻗어 그것을 으스러뜨렸다.

"카른, 이쪽으로 와 보게."

카른은 테페리의 목소리를 따라가, 테페리가 밀폐용 접착제 통이 쌓여 있는 나무 선반 근처의 구석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테페리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여 "들어 보라"는 몸짓을 했다.

"난 이게 마음에 들지 않네." 조다가 하는 말이 파이프를 통해 맑은 소리로 들려 왔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 자야가 말했다.

카른은 테페리를 쳐다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테페리는 환기구를 가리켰다.

"카른이 계획을 알려주기 전에 우리에게 수색을 시키고 있는 것 말이네." 조다의 목소리는 짜증이 나 있는 것처럼 들렸다. "한 팀이 되어 이 문제를 상의하고, 세부 사항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게 아니겠나?"

카른은 눈으로 환기구를 쫓았다. 파이프들은 천장 속으로 들어가 사라지고 있었다.

앞서 이런저런 일을 하는 것이 싫다고 하던 자야의 말에도 불구하고, 카른은 그녀의 낮은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 보아하니 당신은 당신의 방법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군? 누군가 생각이 나는 것 같지 않아?"

"자야 이건 그것과는 다른—"

"계속 말해 봐." 자야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좀더 항의해 봐. 그러면 당신 주장이 먹혀들 테니까."

목소리가 사그라들었다.

카른은 머리 위에 있는 환기구를 유심히 살폈다. "피렉시아의 스파이가 이 환기구들을 이용해 층 사이를 이동하는 게 가능해 보입니다."

테페리는 환기구 모서리에 있는 검은 기름을 만지지는 않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그 다음에는 바닥에 있는 환기구를 가리켰다. 카른은 몸을 웅크리고 그것을 살펴보았다. 그것은 마치 금속이 눈알을 만들기 위해 재구성되었거나 변형된 것처럼 보였고, 속눈썹이라기보다는 작고 날카로운 이빨들이 주변을 두르고 있었다. 작은 추가적인 눈들 여럿이 그 옆에 달려 있는 채로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 무언가가 달려가는 소리가 나더니, 금속 발톱이 짤깍거리는 소리가 환기구를 따라 울려퍼졌다.

테페리가 목을 쭉 뻗었다. "우리가 뭘 해야 할 것 같은가?"

카른은 몸을 돌리며 그 소음의 근원을 찾으려 했다. 소리가 멈췄다. 그는 그것을 놓쳐 버렸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당신은 제가 일방적으로 세운 계획을 그리 문제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르자는 자네를 도구처럼 사용했지," 테페리가 말했다. "난 한 번도 거기에 질문을 하지 않았어. 그랬어야만 했지, 그리고 최근에 . . . 니암비 덕분에 생각하게 된 게 좀 있다네. 젊은 시절의 내가 좀더 주의가 깊고 생각이 깊었더라면, 그리고 자네도 더 잘 대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카른은 파이프를 따라 들려오는 팅-팅-팅 소리를 추적했다. 그는 그 소리를 쫓아 창고 구석으로 이동한 다음, 바닥에 있는 작은 환기구를 찾아냈다. 두껍게 응고된 점액과 피가 금속 틈새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계단으로 돌아가서 2층으로 가야 합니다."

카른은 테페리를 데리고 다시 계단으로 향했다. 금속이 그의 무게로 인해 삐걱거렸지만 구부러지지는 않았다. 그것들을 돌에 고정시켜 주고 있는 나사들이 버텨 주었다.

테페리의 말은 사과라고 부르기엔 애매했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카른은 그들이 방금 나눴던 대화에서 미루어 보았을 때 지금 자신이 하려는 일이 남을 조종하려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느꼈다. "고맙습니다, 테페리.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조차도 점술 도구를 사용해 성배를 계속 감시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그것을 톨라리아 웨스트에 있는 바다 동굴 안에 숨겨 두었습니다."

테페리는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날 믿어 준 것에 감사를 표하지. 자네가 그것을 보호할 수 있게 돕겠네."

고함소리가 계단 아래로 울려퍼졌다. 그 목소리는 조다였다.

카른은 방향을 바꿨다. 그는 계단 위로 뛰어올라갔고, 그의 발밑에서는 철제 받침대가 덜컹거리는 소리를 냈다. 테페리는 그의 뒤를 따라 달렸고, 인간이라는 제한 때문에 카른보다는 속도가 약간 느렸다.

카른은 4층의 중앙 복도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작은 사무실에서 조다와 자야를 발견했다. 조다는 오징어처럼 생긴 피렉시아인을 떨쳐냈고, 그것은 벽에 부딪혔다. 자야는 두 손을 모아 하얗게 빛나는 불꽃을 뿜어냈다. 그리고 그 생물은 반으로 갈라지며 그 불길을 피했다. 피칠갑을 하고 있는 각각의 반쪽으로부터 다관절 형태를 가진 다리 여러 개가 돋아났다. 그것의 껍데기를 따라 굶주린 입들이 피어났고, 안에는 아주 작고 날카로운 이빨들이 돋아나 있었다.

자야는 두 손을 나눠 불꽃을 반으로 갈라 각 반쪽의 뒤를 쫓았다. 그 생물은 다시 쪼개져, 이번에는 케이블로 휘감겨 있는 중앙의 살덩어리로부터 수십 개의 다리가 자라나 있는 네 마리의 작은 짐승으로 갈라졌다. 그 생물들은 각각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Art by: Justyna Dura

카른은 그의 옆을 지나 문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놈을 짓밟았다.

자야는 자신의 두 손을 하나로 합쳐, 이글거리는 불덩어리 사이에 한 놈을 가뒀다. "먹을 생각은 없지만," 그녀가 말했다, "잘 익기는 하네."

그 생물은 죽으면서 소리를 질렀고, 높은 음조의 소음은 곧 웅얼대는 징징거림으로 가라앉았다. 조다는 두 손 사이에 더 많은 백색 기운을 모았지만, 다른 생물들은 도망쳐 버렸다.

테페리는 숨을 헐떡이며 문가에 도착해 손을 내밀었다. 바로 그 때 그 생물들은 돌 틈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갔으며, 그 자리에는 그것들이 탈출했다는 표시로 번들거리는 기름과 점액만이 남아 있었다.

넷은 부서진 사무실을 쳐다보았다. 서류들은 불탔고, 의자는 부서져 있었다. 스텐이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도착했다. 그는 테페리의 어깨 너머로 주위를 둘러보려다가, 몸을 굽히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소매로 자신의 이마를 닦았다.

"계단이 너무 많더군," 그가 씩씩댔다.

"그것들이 그런 식으로 갈라진다면," 테페리가 말했다, "이 건물 안에 그놈들이 몇 마리나 되는 지를 알 방법이 없네."

카른은 발을 들어올려 발밑에 곤죽이 되어 있는 시체를 조사했다. "흥미롭군요."

"몇이나 있는지도 모르고 벽을 뚫고 다니면서 언제든 공격해올 수 있는 적에게 맞서 싸우는 게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자야가 말했다," 난 내가 저녁에 하고 싶은 다른 일을 수백 가지는 생각해낼 수 있을 거야."

"카른," 조다가 말했다, "부탁이네 . . . 자네의 계획을 말해 주게나, 그리고 성배의 위치도."

테페리는, 조심스럽게, 카른을 쳐다보지 않았다. "카른,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조다가 말했다, "우리 중에 아무도 믿지 못하는 겐가?"

"그렇습니다."

"현명하군," 스텐이 말했다. "시올드레드가 성배의 위치를 알았다면, 그녀는 그것을 얻기 위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을 거요. 우리 중 누구라도 잠입 요원일 수 있기에, 그러한 정보를 모두에게 알려 주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소. 그리고 우리는 저 . . .이 얼마나 잘 듣는지를 모르지 않소."

"자네는 가장 완고하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임에 틀림없군—" 조다가 말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처럼 말이지." 자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이 생물의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을 개발하는 거요. 맹목적으로 찾는 일은 아무 소용이 없을 테니."

"우리에겐 생물학적 샘플이 있습니다," 카른이 말했다.

조다는 무릎을 꿇고 살덩어리를 살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저 물질을 사용해서 일종의 . . . 추적 장치를 만들게 되면, 비슷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유기체를 따라갈 수는 있을 걸세. 하지만 그게 뭐랄까 . . . 피렉시아인 탐지기가 되지는 않겠지. 그 장치는 그 생물 하나만을, 그리고 그 생물이 쪼개진 것들만을 찾아낼 수 있을 걸세."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단 낫지," 자야가 말했다.

조다는 카른을 올려다보았다. "이 물질 주변에 관통이 불가능한 금속 껍데기를 만들어 줄 수 있겠나? 저것을 다루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지만, 주문을 유도하고 힘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유기 물질이 필요하니까."

"알겠습니다," 카른이 말했다. "물체의 구조와 관련해 추가적인 지침이 있습니까?"

조다는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바늘도 달아 주게. 거기에 직접 마법을 부여해서 안내가 되게 해 보지."

"나침반과 비슷하군요," 카른이 말했다.

조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른은 조다가 말해 준 내용에 맞춰 금속 물체를 만들었다. 그는 각각을 조개껍질만한 크기로, 사람의 손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들어, 그것이 피렉시아인의 살점 조각을 감싸게 했다. 그는 그것들을 조다에게 건네주었다.

조다가 그것들을 붙들고 중얼거리면서 빛 주문을 엮어내는 동안, 카른은 한쪽으로 물러났다. 상자들 사이에 있는 작은 틈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과 등을 맞대고 그가 오이스터 만에서 만들었던 것과 비슷하지만 그것보다는 작은 소형 점술 장치를 만들었다. 그가 작업을 마쳤을 때, 그는 그것을 자신의 목에 있는 웨더라이트 신호등 옆에 걸어 두려 했다. 그는 아자니를 그리워하면서 그 레오닌이 곁에서 자신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지랑이가 부적의 수정체 표면을 가득 채웠다. 카른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자니,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점술 장치가 웅웅거리며 작동했다. 아자니는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카른은 아자니가 공격을 주고받고 있는 형체의 그림자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그는 그것들이 피렉시아인이라고 생각했으며, 이는 점술 장치가 그것들에게 촛점을 맞추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설명도 되어 주었다. 영상이 선명해졌고, 카른은 아자니가 어깨를 자신만만하게 치켜올린 젊은 카파셴 여기사와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톨라리아 웨스트에 있는 바다 동굴을 찾았다. 어떤 피렉시아인도 해안가를 수색하지 않았다. 그 지역은 평온해 보였다. 테페리가 스파이였다면, 그는 아직 시올드레드에게 보고하지 않은 상태였다. 카른은 얼굴을 찌푸렸다.

"카른, 나는—" 자야가 말을 멈췄다. 그녀의 얼굴에 짜증난다는 기색이 서렸다. "그게 뭐지?"

스텐이 그녀의 어깨 너머로 쳐다보았다. "그래, 그게 뭔가?"

카른은 그것을 목걸이에 매달았다.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조다가 부적을 완성했어." 자야는 그것을 카른에게 넘겨주었다. "거의 끝나 가."

카른은 추적기를 검사했다. 그것의 바늘은 혼란스러워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두 점 사이를 휙휙 오갔다.

조다는 자신의 추적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난 다시 돌아가서 위층을 확인하겠네."

자야는 그를 뒤쫓아가기 위해 움직였지만, 카른이 손을 들어올려 그녀를 제지했다. "그와의 오랜 우정은 차치하더라도, 당신의 빠른 말재간이 그를 진정시켜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맞아," 자야가 수긍했다. "스텐, 이 생물이 벽을 통해 지나다닐 수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우리가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정비 구역이 있나? 기어다니는 공간이라던가?"

"사실, 그렇소," 스텐이 말했다. "도시가 방어를 위해 땅으로 대피해야 하는 경우를 위해, 낮은 층에서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게 해 주는 정교한 환기 시스템이 있지."

테페리가 감명을 받았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었다. "난 조다와 함께 가겠네."

"그렇다면 지하에는 제가 혼자 가야겠군요," 카른이 말했다.

"나보단 자네가 낫지," 스텐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 방은 안 좋은 기분이 드네. 보일러에서 나는 소음이 너무 심해서, 뭔가가 몰래 다가와도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으니 말이야."

카른은 스텐, 자야, 그리고 테페리가 방을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손바닥 위에 추적기를 올리고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이미 함락된 자가 조다라면, 그 부여마법이 작동하기는 할 것인가?

지하층은 가장자리를 따라 파이프들이 지나가고 있는, 짧지만 넓은 복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위층의 창고에 있던 파이프들과는 다르게, 이것들은 살아 있었다. 그것들은 쉭쉭거리며 증기를 내뿜고, 차단기가 여닫혔으며, 밸브들에서는 물이 새고 있었다. 방에는 구리와 강철로 아름답도록 정교하게 세공한 보일러와 유압 장치가 위치해 있었고, 설치된 리벳들은 트란의 기술과 융합되어 있었으며 하나하나에 애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 카른!" 조다가 보일러실로 들어오면서 소음을 이겨내려 고함을 쳤다. 테페리가 그의 뒤를 따랐다. "자네를 찾고 있었네. 바늘이 가장 가까운 생물만을 가리키도록 추적기를 다시 보정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위쪽과 아래쪽을 구분하는 데에도 애를 먹고 있었고. 자네가—"

자야와 스텐이 문을 열었다.

"여기 있었군," 자야가 말했다. "조다, 당신이 만든 게 작동하질 않아. 쓸모가 없어. 마치 결정을 못 내리는 것처럼 계속 멈췄다 움직였다를 반복하네."

하지만 조다는 그녀를 응시했다. "피를 흘리는 겐가?"

자야는 자신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상처난 거 본 적 없어?"

"왜 말해 주지 않았나?" 조다가 물었다. 그는 의미심장하게 카른을 힐끗 쳐다보았다.

카른은 조다에게 추적기를 건네주었다.

"왜 그래야 하지? 난 다섯 살이 아냐." 자야는 모욕적이라는 듯이 말했다. "그냥 긁힌 상처라고."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네." 조다는 손가락들을 추적기 위로 뻗어, 그 장치에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주문을 끌어낸 뒤 그것을 조정했다. 그가 손가락을 아래로 튕기자 주문이 다시 금속 안으로 들어가 정착되었다. 조다는 추적기를 카른에게 돌려주었다. "번들거리는 기름이 자네의 안으로 들어갔다면 어쩌려고?"

"그런 일 없어," 자야가 얼음처럼 차갑게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조다가 말했다, "왜 숨기지?"

"난 숨긴 게 아니야," 자야가 말했다. "그저 중요하지 않았을 뿐이지."

위층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 폭발음이 들려왔다. 무언가가 파이프들로 가득 찬 선반들 중 하나를 뒤엎은 것 같은 소리였다. 카른은 그런 소음을 내려면 수십 개의 파이프가 바닥을 굴러다녀야 한다고 계산했다. "위층에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테페리, 스텐, 당신들은 자야와 함께 가서 조사하십시오."

테페리는 엄숙한 표정으로 자야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는 자야의 상처 때문에 카른이 자신에게 그녀를 지켜보도록 의도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 카른은 번들거리는 기름이 그렇게 빨리 감염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 . . 어떻게 확신을 할 수 있겠는가?

조다는 추적기를 카른에게 넘겨주었다. "바늘이 베어링 위에 놓이도록 바꿔줄 수 있겠나? 아니면 최소한 회전을 할 수 있는 무언가에라도? 원형 동작에 더해 위아래도 가리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카른은 고개를 끄덕이고 기계장치를 변형하기 시작했다. 조다가 추적기 위로 몸을 숙였다. 그는 자신의 손을 그 위에 두고 주문들을 끌어당겨 그것들이 섬세하게 빛나는 마법의 그물망이 되어 공중에서 맴돌게 했다. 그는 결절과 색이 연결되는 방식을 변경하면서 추적기를 고쳐나갔다.

보통 카른은 다른 사람과 함께 기계 관련 작업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조다와는 그다지 그렇지 않았다.

조다는 뒤로 기대며 앞으로 헝클어져 내려온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그는 유감스럽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것은 그의 젊어 보이는 겉모습과 대조되었다. "자네는 . . . 뉴 피렉시아에서 돌아온 후로 달라 보였지."

카른이 돌아와 자신이 없는 동안 조다와 조이라의 사이가 가까워진 것을 보고, 그는 . . . 놀랐다. 그리고 불편했다. 조다와 조이라의 관계가 지속되지는 않았음에도, 그 후유증은 계속 남았다. 카른은 좀 더 재치있게 대응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정직해짐으로써 무언가를 드러낼 수도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최근, 당신이 조언을 하는 방식을 보면 우르자가 생각나더군요."

"아, 그리고, 고대의 현명하고 강력한 마법사인 나는 . . .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거만해졌을 수도 있지." 조다는 주문을 두 손으로 밀어, 마법을 금속에 다시 집어넣었다. "조이라는 자네가 연약하다고 생각하네. 그 때문에 난 내가 자네를 돌봐 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지, 그녀를 위해서 말이네."

추적기의 바늘들이 떨렸다. 각각이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빙빙 돌았다.

"저는 이 모험에서 당신의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카른이 말했다.

"파트너들은 서로에게 비밀을 털어놓지," 조다가 말했다.

카른은 주저하는 척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당신이 함락되었다면, 당신의 분노와 조급함을 그렇게 명백히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성배는 에스타크에 위치한 창고에 있습니다."

조다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음. 고맙다고 해야겠군."

바늘들은 서로 다른 방향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든 방향을.

조다는 낙담하면서 추적기들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내가 두 번이나 잘못할 수가 있는 게지?"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카른이 말했다.

벽이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부스럭거렸다.

생물들이 케이블을 내뻗고 입을 쩍 벌린 채로 카른과 조다에게 달려들었다. 조다는 마법을 준비하려고 시도했지만, 그의 손 주변의 마법은 희미하게 깜빡거릴 뿐이었다. 그는 그들을 탑으로 전이시킨 일로, 그리고 그런 뒤 추적기들을 만든 일로 지쳐 있었다.

대여섯 마리는 되는 생물들이 또다시 나타나, 축축하고 퍼덕이는 몸을 조다에게 날렸다. 카른은 조다를 보호하기 위해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는 허공에서 생물 하나를 붙잡아 그것을 반으로 찢었다. 그는 그것을 다른 생물들을 향해 집어던졌다. 그는 공중에서 다른 생물 하나를 낚아챘다. 하지만 수가 너무 많았기에 일부는 그의 방어를 통과했다.

조다는 창백한 빛을 내뿜어 한 마리를 불태워 버린 다음, 지쳐서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생물들이 그의 몸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하면서, 툭 튀어나온 입으로는 그의 피부를 찾아 헤맸다. 카른의 본능은 벽 쪽을 보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음에도, 그는 조다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는 달라붙어 있는 촉수들을 찢으며 생물들을 벗겨내 그것들을 옆으로 내던졌다. 끊어진 촉수들이 한데 뭉쳐 조다에게 엉겨붙었다. 그 덩어리에서 빨아들이는 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불길이 포효하며 방 안을 휩쓸었다. 카른은 그 소리에 귀가 멍해졌다. 열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어와 내부를 말끔히 소독하면서, 그의 몸 위를 겹겹이 덮었다. 그것은 기분 좋고, 따뜻하고, 간지러웠다. 불길은 앞으로 쏟아져내리며 조다를 부드럽게 휘감았다. 그의 몸에 달라붙은 생물들에서 부글부글 거품이 일었다.

카른은 앞으로 손을 뻗었고, 이번에는 달라붙어 있는 생물들을 한 번에 하나씩 제거할 수 있었다. 조다의 사지가 자유로워지면서 축 늘어졌다. 그는 엎드려 있는 조다의 몸에서 부스러기들을 걷어올린 뒤, 자신들을 구해 준 사람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자야였다. 하얗게 빛을 내는 뜨거운 불길이 그녀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채로 그녀의 얼굴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빛이 그녀의 피부 가장자리를 따라 부드럽게 선을 그려냈으며, 열기가 공기를 물결치게 하면서 그녀의 흰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했다. 그녀의 눈은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미소지었다.

스텐이 방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자야의 화염이 그를 건드리지는 않고 감싸면서, 그에게 공격해 오던 피렉시아인들을 떨쳐냈다. 그는 바닥을 돌아다니는 게 같은 작은 생물을 칼로 찔러 고정시켰다. 그것은 다리를 쭉 내뻗고 경련하면서 몸부림쳤고, 그는 단검을 꺼내 그것을 절단했다.

"그는 괜찮은 거야?" 자야가 조다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카른이 말했다. "좋은 소식은 여러분의 추적기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카른은 추적기들을 들여다보았다. 그것들은 위쪽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공격해 오기 전 순간처럼 긴장된 상태로 떨리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추적기를 집어든 뒤, 피렉시아인 생물들이 어떻게 자신들에게 다가올 수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벽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그렇게나 많은 숫자가 어떻게 발각되지 않고 접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벽 안쪽에서는 트란의 기술이 금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아마도 마법석에 연결되어 유압장치를 작동시키는 것 같았다.

"정말 다행이군." 조다의 웃음이 기침 소리로 변했다.

"테페리는 어디 있소?" 스텐이 물었다. "이런 소란이 났으니 분명히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고요한 정적이 점점 불쾌해져 갔다. 만약 이 집단 공격이 테페리가 성배의 위치를 피렉시아인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시선 돌리기에 불과했다면? 피렉시아인들이 이제는 톨라리아 웨스트를 수색하면서 그 해안가를 초토화시키고 있다면? 카른은 자신의 점술 장치를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자신의 전술적 이점을 내던질 수는 없었다.

"내가 가서 찾아보겠어," 자야가 말했다.

카른은 그녀의 옆으로 가 그녀에게 합류했다. 아마도 그의 점술 장치를 조사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저도 가겠습니다."

스텐은 조다 곁에 웅크리고 앉았다. "난 여기 남겠네. 그는 . . .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군."

조다는 힘없이 스텐에게 손을 내저었다. "나는 잠깐만 쉬면 힘이 회복될 걸세. 가게나. 테페리가 혼자 있고, 우리가 방금 겪었던 것과 같은 공격을 받는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걸세. 그는 완성되었을 수도 있네. 아니면 죽었던가."

"그리고 당신은 혼자서 두 번째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너무 약해져 있소," 스탠이 합리적으로 말했다.

"당신은 자존심이 너무 높아, 이 노인네야," 자야가 말했다. "도움을 받아들이는 걸 배우라고."

조다가 얼굴을 찌푸리는 것을 보면서, 카른은 이것이 그와 자야 사이에 오랫동안 논쟁거리가 되었던, 하지만 공연히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 않은 화제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자야는 카른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을 흔들었고, 둘은 지하실을 떠나 덜컹대는 계단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조용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카른의 발소리는,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금속이 금속과 맞닿으며 요란하게 울리는 것 같았다. 자야는 마치 고양이인 것처럼 잽싸게 위로 올라갔다.

"당신의 마법은 피렉시아인 생물들에게 매우 효과적이군요," 카른이 말했다.

자야의 얼굴이 보이지 않기는 했지만, 카른은 그녀의 목소리에서 히죽거리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말은 꼭 해 둬야겠네. 통제된 불장난은 화염 마도사가 되어 누릴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부분이지. 뭐가 타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거든."

"당신의 불은 그것들을 소독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카른이 말했다. "마치 그것들이 해로운 존재인 것처럼 말이죠."

자야는 손을 들어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카른은 입을 다물었다. 자야의 어깨가 긴장하며 움츠러들었다. 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자야는 고개를 저은 뒤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그런 마법을 가진 사람이 피렉시아의 스파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군요," 카른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실은 그것을 믿을 수 있었다. 피렉시아인은 어떠한 속임수도 쓸 수 있을 터였다. "당신은 우리들 나머지 모두를 합친 것보다 그 생물들을 더 많이 죽였습니다. 제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누군가는 성배를 기폭시킬 수 있도록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만 합니다."

"드디어 날 믿기로 결정한 거야?" 자야가 웃었다. "영광인걸."

"네," 카른이 말했다. "그것은 스콰타에 숨겨져 있습니다."

자야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야 그 말을 해 주는구나. 성배의 위치를 한 명만 알고 있는 건 위험해. 벤서의 스파크가 있든 없든, 누구도 무적은 아니지. 너조차도."

그녀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위층에서 테페리가 소리를 쳤고, 둘은 즉시 전력 질주를 했다. 그들은 테페리가 배고픈 거미처럼 그의 위를 뒤덮고 있는 피렉시아의 괴물에게 짓눌려 땅바닥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입은 로브는 배에 나 있는 상처에서 흐른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카른은 그 생물을 테페리의 몸에서 떼어냈다. 테페리의 살점에 박혀 있던 발톱이 근육을 찢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는 그것을 벽에 집어던져서 으스러뜨려 버렸다.

자야갸 방 안으로 달려들어왔다. "엎드려!"

카른은 방향을 돌려 테페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위로 몸을 구부렸다.

자야가 방 안을 불길로 가득 채웠다. 수십 마리의 피렉시아의 괴물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소리는 절망적인 부글거리는 소리로, 그 다음엔 훌쩍거리는 소리로, 그 다음엔 정적으로 변했다. 불길은 카른의 등을 태우면서, 그의 금속 몸체 위에 묻어 있던 피와 내장들을 태웠다.

"처리했어," 자야가 말했다.

카른은 몸을 일으켰다.

"카른, 고맙네." 테페리는 자신의 머리 위를 두드리며 머리칼이 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스텐의 목에 팔을 두른 조다가 그들과 합류했다. 조다는 지친 것 같았다. 그는 방 안의 잔해를 훑어보았다. 그곳은 한때 사무실이었고, 서류 캐비닛이 한가득 있었다.

"이건 생물 한 개만 관련이 되어 있다고 하기엔 너무 거리가 있군," 조다가 말했다.

"맞소." 스텐이 조다의 겨드랑이에서 빠져나왔다. "우리는 아르기비아에서 수많은 트란 기술들을 사용했고, 보아하니 피렉시아인들이 . . . 어떤 식으로든 그것들과 융합한 것 같소. 그것들에 통합된 게지. 그것의 손아귀가 이 감시탑 전체에 뻗친 게요."

카른은 테페리의 상처를 살폈다. 그는 치료를 받아야 했다. "테페리를 의사에게 데려가기 위해서 장벽을 낮추는 일을 고려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심각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안전하다고 결정한 겐가?" 테페리가 물었다.

"그에게 그럴 여유가 있겠나?" 조다가 말했다. "그는 기다릴 수 있겠지. 영원히 자신의 질문을 되짚을 수 있네. 우리를 수천 번 시험해 볼 수도 있고. 어떻게 알아낼 수 있겠나? 누군들 알 수 있겠나?"

자야가 말했다, "난 장벽을 낮추기 전에 탑 안에 있는 모든 피렉시아인들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 생물이 탑 하나에도 그렇게 쉽게 융합된다면, 도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겠소?" 스텐이 물었다.

"마법석이 있는 곳으로 가야지," 자야가 말했다. "뿌리를 뽑아내야 해. 그 근원부터."

테페리가 얼굴을 찡그렸다. "누군가가 나를 그곳까지 데려다 줄 수만 있다면, 나는 자야의 계획을 따르는 데 찬성이네. 시도는 해 봐야 하겠지."

"제가 당신을 옮기겠습니다," 카른이 말했다.

테페리가 그를 오랫동안 쳐다본 뒤,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결정됐군," 조다가 말했다.

자야가 깔깔댔다. "오, 그 말을 하려고 여태까지 기다린 거지, 안 그래?"

조다에게는 여전히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어 보일 만한 힘이 남아 있었다. 카른은 그들의 대화에 고개를 저으며 무릎을 굽히고 테페리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맨 위에 있는 방 안에서는 마법석의 빛이 중앙 받침대에 있는 제어 장치에 빛을 직접적으로 비추고 있었고, 그 빛이 좁고 둥그런 방 안을 역겨운 느낌의 노란색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방을 두르고 있는 아치형 창문은 여전히 강철 덧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카른은 창문을 열고 밤의 시원한 공기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는 금속제 접속 패널을 발견했고 그것을 열어젖혔다. 마법석은 전선들의 둥지 속에 융합된 것처럼 보였고,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봉쇄 시스템, 보일러실, 환기구, 그리고 탑 내부의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었다. 스텐이 몸을 가까이하며 패널을 살펴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군."

카른은 스텐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각 플레인즈워커에게 성배의 잘못된 위치를 알려주었지만, 아직 스텐에게는 이를 시험해 보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성배의 위치를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손상되어 그곳에 갈 수 없다면, 그 지식을 잃어서는 안 되니 말입니다."

"이해하네," 스텐이 근엄하게 말했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시선은 벽에 있는 전선들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카른이 말했다, "당신은 플레인즈워커들 중에서 누구를 믿을 수 있는지를 결정해, 그가 성배를 뉴 피렉시아로 가져가 피렉시아인들을 그들의 중추에서부터 파괴하게 해야 합니다. 이런 요청을 하기가 망설여지는 이유는, 제 실수를 고치기 위해 플레인즈워커가 자신을 희생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 ."

"엄청난 책임이 되겠지," 스텐이 말했다.

카른은 망설이는 척을 한 뒤, 말했다. "저는 그것을 사르파디아에 있는 트로케어의 폐허에 숨겨두었습니다."

"그거면 됐다," 스텐이 말했다. 갑작스럽게 쉭쉭 하는 소리를 내는 그의 목소리는 끔찍하게도 귀에 익숙했다.

스텐은 어깨에 두르고 있던 로브를 벗어던졌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수술선이 그의 피부 위에 깊게 패여져 있었다. 셔츠의 단추가 터져나오며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것과 동시에 가슴이 나비 날개처럼 활짝 열리며 갈비뼈들이 튀어나왔다. 그의 상체에서는 내장이 아니라 철제 전선들이 쏟아져나오며 점액과 피를 뿜어댔다. 이 모든 공포 앞에서, 그의 얼굴은 황홀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그가 마침내 자신의 목적을 찾아 그것을 성취한 것처럼. 그는 고개를 들고, 눈을 위로 향한 채로, 기도하듯이 입술을 움직였다. 그의 눈에서 손 같은 모양을 한 발톱들이 나타나 그의 두개골 주위로 뻗어나간 뒤, 그것을 움켜잡았다. 그의 금속 창자가 바닥을 가로질러 미끄러져가 트란의 마법석에 접속했고, 그러자 그의 몸 전체가 뻣뻣해졌다. 스텐이 마법석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마법석의 빛이 요동치다가 사그라들었다. 그는 입을 벌린 채로 소리 없이 속삭이는 모습으로 얼어붙었다.

카른은 스텐이 자신의 몸 전체를 안테나로 변환시켜, 그가 어렵게 구해낸 정보를 시올드레드에게 전송해 성배의 위치를 알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의 잘못된 위치를.

"그를 멈추게," 테페리가 소리쳤다. 그는 배에 난 상처를 움켜쥔 채로 분노에 차서 눈을 빛냈다. "저자를 그냥 두면—"

자야가 손을 내뻗으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불길이 타올랐다.

스텐은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의 피묻은 전선들이 땅에서 솟아올라 그녀를 마치 아나콘다처럼 감싸, 자야의 손을 구속하면서 그녀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자야는 자신을 불태우지 않고서는 마법을 쓸 수 없게 되어, 두 손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스텐과 씨름했다. 하지만 그녀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카른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그녀의 몸에서 전선들을 떼어낼수록, 그보다 더 많은 전선들이 그 자리에 엉켜들었다. 작고 촘촘한 선들은 그의 손가락 사이로 엮여들어가면서 그를 거역했다. 자야의 눈이 아주 크게 뜨이며 공황 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테페리가 일어나 앉아 마법을 내보냈지만, 그렇게 약해진 상태에서 발동된 주문은 깜빡이는 푸른 안개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로 곧바로 사라져 버렸다. 테페리는 신음소리를 내며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옷을 흠뻑 적시고 있는 피가 이제는 천 밖으로 새어나오며 그 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조다는 테페리의 곁으로 달려가, 낮은 목소리로 치유 주문을 읊조렸다.

"여기에서 나가야만 하네!" 조다가 소리쳤다.

카른은 이에 동의했다. 제어 패널의 구조는 간단했다. 그는 스텐이 준 열쇠를 받침대에 꽂았다. 그는 금속 뚜껑을 열고 스위치를 내렸다. 강철 셔터가 위로 움직였고, 벽 안에 있는 사슬들이 덜컹대다가, 기어들이 멈췄다. 시원한 밤 공기가 탑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그 신선한 공기와 함께, 아래에 있는 도시에서는 무언가가 지껄이는 소리와 새된 비명소리도 함께 들려 왔다.

카른은 자야를 휘감고 있는 전선들로부터 그녀를 자유롭게 할 수 없었기에, 몸을 돌렸다. 그는 스텐, 아니, 스텐이 아니었다, 그를 완성시키고 그의 자리를 차지한, 스텐을 죽인 피렉시아인을 능률적으로 토막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는 마치 연회장에서 닭을 발골하는 것처럼 뼈를 관절들에서 제거해 그 조각들을 한쪽으로 던졌다.

자야는 어둠 속에서 쇳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마신 뒤, 스텐이었던 것에게 진홍색 불길을 내뿜었다. 불길은 카른 너머로 쏟아져내려, 스텐이었던 것의 살점을 태우며 그의 유기체로 된 부분들을 튀겨 버렸다.

피렉시아인은 검게 그을린 금속과 바스러져 내리는 유기체가 모인 물체가 되어 바닥으로 쓰러져내렸다. 조다는 자야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손을 뻗어 테페리의 복부를 덮고 있었다. "테페리를 치유하기에는 내가 너무 지쳐 있네. 출혈을 막을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야. 도움이 필요하네."

"제가 웨더라이트를 부를 때가 되었군요," 카른이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는 건 어때? 상황이 정말 절박하게 될 때까지 말이야?" 자야가 말했다.

카른은 소환 부적을 펜던트인 것처럼 열었다. 그는 안에 있는 스위치를 켰다.

조용하고 갸냘픈 샤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무슨 일이지, 아자니?"

"저는 카른입니다. 조다, 테페리, 자야, 그리고 저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 주십시오. 테페리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반대편의 말소리가 잠시 멈췄다. "위치는 어디지?"

"아르기비아입니다. 감시탑 안이죠. 피렉시아인들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피렉시아인이라고?" 카른은 웨더라이트가 바람에 삐걱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다시 말했을 때,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단호하게 들렸다. "운이 좋네. 우린 그리 멀리 있지 않아. 바람이 도와준다면, 곧 그곳에 도착하게 될 거야."

"알겠습니다."

"곧 만나. 통신 종료."

피렉시아인들의 소음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듯했다. 환기구에서, 그리고 벽들 사이에서, 삐걱거리는 소리와 알아듣기 힘든 말을 지껄이는 소리가 기계적으로 찰칵대는 소리와 살점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메아리쳤다. 탑 전체가 감염되어 있었다. 아니, 어쩌면 도시 전체일 수도 있었다. 아르기비아에서 피렉시아 요원들을 뿌리뽑는 일을 감독하는 사람이 스텐이었다. 그가 일을 정확히 그 반대로 했다고 가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였다.

"테페리는 부상이 너무 심해 움직일 수 없습니다. 샤나가 도착할 때까지 버텨야만 합니다," 카른이 말했다. "자야, 우리 중에서는 당신이 가장 컨디션이 좋은 것 같군요. 지휘를 맡으십시오. 저는 테페리를 보호하기 위해 가운데에 자리를 잡겠습니다. 조다, 뒤쪽을 지켜봐 주십시오."

조다가 입을 열었다. 자야가 양손에 불덩어리 두 개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그것들을 살펴본 뒤 조다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 조다는 겸연쩍은 듯이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그는 온화하게 말했다. "훌륭한 계획이라고 말하려 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