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올리비아 볼다렌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만큼 기분이 얹짢아 졌다. 물론 그녀가 누군가를 죽이고 싶지 않았던 적은 없었지만, 때때로 사람들은 스스로 나서서 문제를 악화시키곤 하고,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녀가 할 역할은 무엇이겠는가? 이런 일은 종들에게 반항심을 불러일으키게 할 뿐이기에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불러일으켜도 재미있게 반항적이지도 않고 말이다.

"들어와라, 내 시간을 들일 만한 일인지 보자꾸나," 올리비아가 말했다. "내 아름다움을 위한 휴식 시간을 방해받는 일은 참을 수가 없으니까."

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 만약 눈을 뜨게 되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될 터였기 때문이었다. 한 처녀의 얼굴 가죽을 벗겨내는 데에만 15분이 걸렸고, 올리비아는 그것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피가 정착해서 색이 나게 하려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가장 고귀하고 강력한 올리비아 볼다렌 마님."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들어올려지며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좋아.

"인간들의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녀의 미소와 좋아졌던 기분도 사라졌다. 올리비아는 자신의 얼굴 위에 놓여 있는 처녀의 얼굴 가죽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 주의하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렇게나 중요한 소식이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전령이 말했다. 목소리로 미루어 보아, 포이어인 것 같았다. 그에게는 뼈나 다시 짜맞추어야 할 일이 있지 않았던가? 그는 올리비아에게 훌륭한 납골 가구를 조달해 주는 자인데, 왜 그가 여기에 온 것이란 말인가? "인간들이 뭔가를 꾸미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낮과 밤의 균형을 회복시키려고 하는 것 같더군요."

Sunset Revelry
Sunset Revelry | Art by: Antonio José Manzanedo

그녀는 잠시 동안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다가 곧 멈췄다. 이 마스크를 얻기 위해 아주 고생을 했으니, 움직이게 놔둘 수 없지. "인간들이 그러려고 한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느냐?" 그녀가 말했다. 손짓에 맞춰서 그녀가 몸을 담그고 있는 욕조 안의 피가 목욕물처럼 첨벙댔다. "태양에 쇠사슬을 감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가장 고귀하고 강력한 볼다렌 마님, 인간들은 축제를 이용해 그렇게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축제라."

"네, 축제 말입니다," 그는 올리비아의 불신 어린 목소리를 들은 뒤에도 더 확고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저는 최근에 일종의 신체적인 자원을 찾기 위해 가보니를 방문했고—"

왜 그냥 뼈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지?

"—그때 무언가 기이한 광경과 마주했는데, 바로 흡혈귀 인형이었습니다. 크고 가증스럽게 꾸며진 저희의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마님의 과장된 모습도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 모습이라고? 그건 허용할 수 없지."

"마땅히 그렇습니다. 가장 고귀하고 강력한 올리비아 볼다렌 마님, 마땅한 말씀입니다. 저는 방랑하는 용병 검객으로 교묘하게 변장한 뒤에, 무엇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한 친절한 여성이 수확철을 위해 준비하는 것들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례로 저는 여성을 그 자리에 선 채로 죽이고 인형은 불태웠습니다."

올리비아는 얼굴을 찡그렸다. "불태웠다고? 포이어, 좀 상식을 가져야겠구나. 이리로 가지고 왔어야지. 환영 연회에 사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의 목소리가 공포로 인해 아주 가볍게 떨렸다. "알겠습니다, 가장 고귀하고 강력한 볼다렌 마님. 다음번에는 그리 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포이어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저들이 축제를 사용할 방법에 대해 들으신다면 더 흥미가 생기실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표본을 발굴하고 있을 때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들은 외부인처럼 보였지만, 저는 그들의 지도자를 알아보았습니다. 그건 아를린 코르드—"

"으. 그 잡종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녀가 수색대를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길이 타오르는 머리칼의 여성이 있었는데—"

올리비아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계속해서 은달빛 열쇠라는 물건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그 물건을 더 자세히 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열쇠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 그 낡아빠진 것. 그걸 다시 파내야 할 정도라면 인간들이 절박한 상태임에는 틀림없었다. 올리비아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수확철이라고 했던가?"

"예, 수확철이라 하였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른 발굴 전문가들에게도 이야기를 알리시겠습니까?"

올리비아는 손등을 자신의 입술에(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젊은 처녀의 입술에도) 가져다 댄 채로 생각에 잠겼다. "그럴 필요는 없다. 축제를 하도록 놔 둬라."

"하지만 볼다렌 마님—"

"가장 고귀하고 강력한 볼다렌 마님이지," 그녀가 정정했다. "포이어, 너는 누군가가 네가 아끼던 표본을 꺼내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죽일 것입니다."

포이어는 그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당연하지. 하지만 언제 그들을 죽이겠느냐?"

"곧바로 죽이겠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제게 수치를 주었으니 말입니다."

올리비아는 웃었다. "그 부분이 바로 네 생각이 너무 짧다는 증거란다, 꼬맹이 녀석." 그녀가 말했다. 마침내 그녀는 자신의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겨낸 뒤, 메마른 살갗에 피를 문질렀다. "다른 이가 너 대신 일을 해 주고 있을 땐 절대로 방해를 하면 안 되는 거란다."


모여든 축제 참가자들의 생각은 한마음이었다. 이니스트라드는 견뎌내야만 한다.

케시그 근처의 산기슭에서, 가보니의 오래된 첨탑과 탁한 황무지에서, 네팔리아의 항구와 터널에서 그리고 스텐시아의 해가 뜨지 않는 거리와 뒤틀린 탑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왔다. 고대 셀레스투스의 움직이지 않는 바늘들 아래에서 그들은 인형과 촛불, 한해살이 생화와 과일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행진했다.

이니스트라드는 견뎌내야만 했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는 없었다.

모여서 구경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호박 조각가가 말했다. "뭘 만들어 줄까?" 그녀가 묻자, 아이들은 태양을 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태양 말이지, 태양—호박 조각가의 손이 우아함과 희망과 기쁨을 띤 채 움직였다. 그녀는 호박의 속은 미리 비워 놓았다고, 지금과 같은 때에는 그런 것들을 미리 생각해서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이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면 똑같은 말을 해 줄 터였다. 이건 햇빛이고, 이건 태양—호박 조각 덩어리들이 서리가 내린 땅 위로 떨어져내렸다. 가운데는 촛불이 들어갈 자리가 있었다. 마녀이기도 한 호박 조각가는 머리 위를 떠다니는 촛불들 중 하나를 내려오게 했다.

"소원을 빌어 보렴," 호박 조각가가 아이에게 말했다. "아무 거나 빌어도 된단다. 얼마나 큰 소원이든 상관없어."

물론 아이는 태양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빌었지만, 그것을 마녀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소원은 입 밖으로 내게 되면 이룰 수 없게 되니 말이다.

마녀는 소녀에게 양초의 밀랍을 만져 보라고 말해 주었다. 소녀가 만진 자리에 태양과 달이 저절로 새겨지기 시작했고, 소녀는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시며 손을 거둬들였다. 마녀는 미소를 지었다. 양초는 호박 안에 놓였다. 조각가는 마무리된 작품을 소녀에게 건네주었다.

"자," 그녀가 말했다. "너만을 위한 태양이란다, 꺼질 일도 없지. 즐거운 수확철 되렴!"

소녀는 자신만의 개인적인 태양을 들고 세상이 조금 더 밝아졌다고 생각하면서 종종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렇고 말고.

특히 지금처럼 누구나 자신만의 태양을 가지고 싶어할 때는 말이다.

마녀 데이다미아는 소녀가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이니스트라드가 견뎌내야만 하는 이유라고, 이것이야말로 이번이 마지막일 수 없는 이유라고 자신에게 되뇌었다.

카틸다는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셀레스투스를 올려다보면서, 데이다미아는 그 말이 진실이기를 바랬고, 촛불의 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것처럼 그 바램을 키워나가야만 했다.

그 노력이 그저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는 일에 그친다고 해도 말이다.

행사장에 얇게 서리가 내려앉았다. 불과 몇 야드 떨어진 곳에서는 동료 마녀들이 반항적인 노래를 지휘하면서 멈칫거리는 목소리들을 달래며 선율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데이다미아로부터 두 부스 떨어진 곳에서는 친구인 샤나가 향신료를 넣은 따끈한 사과주가 담겨 있는 컵을 들고 있었다. 축제가 좀 음울한 면이 있을 수도 있고, 만일 태양이 제자리를 찾지 않는다면 몇 달 안에 모두 죽을 수도 있지만, 지금만큼은 향긋한 사과주가 가져다 주는 기쁨이 있었다.

데이다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샤나는 짧은 주문을 읊조려 데이다미아의 테이블 위로 컵을 둥실 띄워 보냈고, 또 다른 태양을 조각하면서 재빨리 한 모금을 들이마셨다. 샤나의 눈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가면을 쓰기 전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카틸다의 말은 명확했다. 열쇠를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는 눈을 크게 뜨고, 축제 참가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데이다미아는 아이들에게 태양을 가둬주는 일을 계속해 나가면서, 군중과 숲을 살폈고 보호진을 신경썼다. 아이들 뒤에 지친 표정으로 서 있는 부모들도 말이다.

영웅들을 먼저 발견한 것은 데이다미아가 아니라 샤나였다. 그녀의 흥분된 고함소리는 곧 주위의 환호로 이어졌다. 음유시인들은 그들을 환영하기 위해 낙관적이고 의기양양한 곡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군중이 너무나도 많이 몰려들어 데이다미아로서는 축제의 반대편 끝에 도착한 영웅들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흥미로운 불길이 치솟아오르는 것이 그녀에게도 보였다. 영웅들 중에 화염술사도 있지 않았던가?

자신만의 태양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소년이 데이다미아에게 서둘러 달라고 소리쳤고, 그녀는 그렇게 했다—호박이 카운터 위에 놓이자마자, 소년은 영웅들을 보려고 떠났다. 그렇게 나머지 군중들도 사라졌다. 축제가 시작된 이래로 처음, 그의 테이블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사냐의 테이블도 마찬가지로 텅 비어 있었다. 데이다미아는 셀레스투스 중심부로 가는 영웅들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사과주를 좀 더 마신다고 그리 큰 일이 나지는 않을 터였다. 샤나도 이해해주지 않겠는가?

그들은 몇 걸음을 걸어간 뒤에 서로에게 새 잔을 따라 주었다. 바로 그 때, 사과 향기가 대기를 가득 채워짐과 동시에, 데이다미아는 보호진이 무너지는 듯한 날카로운 고통을 느꼈다.

늑대의 울음소리가 이내 그 뒤를 따랐다.


사과 향 때문이었을까. 향신료 때문이었을까. 그 많은 호박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들의 죽음과 맞서기 위해 모여든 수천명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냄새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었든 간에, 아를린은 그들이 오는 냄새를 맡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고, 아를린이 그들을 보았을 때엔 이미 주술사 늑대들이 가까이 다가와 장벽을 두드리고 있었으며, 그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이미 문 앞까지 도착해 있었다. 사람들의 감사하는 환호성은 곧 울부짖는 비명 소리로 바뀌었고, 영웅들을 보기 위해 모여든 아이들은 자신들의 어머니 곁으로 되돌아갔다.

마녀들 또한 나무와 뼈로 만든 가면을 쓴 채로 소리치면서, 군중들을 인도하며 셀레스투스의 품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여기는 안전하지 않습니다—어서 이동하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지시를 따라, 육신과 공포가 한데 모여 흘러가는 큰 강이 되어, 조심스럽게 나열되어 있는 부스와 테이블들을 넘어뜨렸고 발밑에 있는 호박과 사과주 병들을 짓밟으며 움직였다. 케시그의 땅 위를 물들이는 것은 피인가 아니면 포도주인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늑대들은 코앞에 있고 셀레스투스는 그들에게서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 아를린은 그들이 모두 보였다. 포효떼의 주술사들은 해친 사람들의 피로 붉게 물든 가죽을 뒤집어쓴 채로 나무들 사이에 서 있었고, 주술사들의 마법이 발하는 칙칙한 주홍빛은 그들이 주문을 외울수록 점점 더 밝아져 갔다. 그들 중 가장 발이 빠른 자들은 바리케이드의 가장자리를 배고픈 듯이 빙글빙글 돌아다녔고, 말도 안 되게 큰 덩치의 늑대인간들은 최후의 위협을 가하려는 듯이 서 있었으며, 그들은 튼튼한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다.

아를린은 그들을 모두 볼 수 있었고, 적어도 수백명은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가슴이 꽉 조여져 왔다.

Storm the Festival
Storm the Festival | Art by: Yigit Koroglu

"아를린," 카야가 말했다. "심각한 상황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면 괜찮을거야." 아를린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더 긴장되어 있었다. 지도자라면 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카야, 열쇠를 받아. 꼭 카틸다에게 전해 줘야 해."

"알았어," 그녀가 말했다. 카야에게는 두 번 말할 필요가 없었다—테페리가 열쇠를 넘겨주자마자, 그녀는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잘 됐다, 늑대들이 그녀를 찾을 수 없을 테니까.

아를린의 목구멍에 덩어리가 생기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그런 것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붉은 불빛이 사람들의 극심한 공포를 끔찍한 그림자로 그려내고 있었다. 공성탑보다 조금 작을 정도의 거대한 늑대인간이 마법의 장벽의 가장자리를 주먹으로 두들겨댔다.

빠직.

아를린은 늑대인간들 곁에서 함께 달리고 있는 늑대 무리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충분히 오래 살펴본다면 익숙한 얼굴들이 몇몇 보일 것이 분명했고, 그 생각은 그녀를 공포로 가득 채웠다. "찬드라, 아델린—"

"우리한테 말하지 안 해도 돼," 찬드라가 말했다.

그리고 아를린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미 말에 올라탄 아델린은 찬드라에게 손을 내밀어 그녀가 안장에 올라타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 둘은 다른 말 없이 최전선으로 달려나갔다.

언제, 어떤 경우든 보호자이자 인도하는 빛이 되는 것: 그것이 아를린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믿음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보호자가 되기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시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왜 아를린의 일부분은 늑대들과 함께하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일까? 왜 그녀의 가슴 속에 있는 야생의 심장은 그녀의 세심한 통제에 저항하면서 맥박치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시선이 이내 그 답으로 향했다.

그가 있었다.

빠직. 빠직. 빠직.

아를린의 머리 위에서, 마법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의 옷은 피에 흠뻑 젖으며 두 뺨에서는 눈물이 흐르는 상태로 계속 위를 쳐다보았다.

네팔리아의 암초들에 부딪히는 파도처럼 늑대인간들의 벽이 낙오한 축제 관람객들의 위로 떨어져내렸다. 공중에 흩뿌려지는 피와, 죽음으로 변신한 거대한 턱 밑에서 으스러지는 뼈, 그리고 그녀를 자기 혐오와 배고픔으로 들뜨게 만드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를린."

그녀의 고막에서 쿵쿵대는 전쟁의 북소리가 옆에서 그녀를 부르던 테페리의 목소리를 파묻히게 했지만, 테페리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자 아를린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고개를 휘저은 뒤, 눈을 꾹꾹 눌렀다. "테페리, 나는—내가 도와야 하는 사람들이—"

"알고 있네," 그가 말했다. 그도 겁에 질린 듯 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용기가 실려 있었고 그녀에게도 같은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자네에게 아주 긴 석양을 빚졌다고 말 하려는 참이었지."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지만, 테페리는 이미 자신의 지팡이를 땅에 깊숙히 박은 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자신감 어린 미소를 그녀에게 보냈다. "새벽수사슴 집회의 마녀들께 알리네!" 그가 소리쳤다, "이 의식을 시작하게나!"

그의 지팡이가 지면에 닿자마자 충격파가 퍼져나가면서, 테페리의 온 몸이 힘껏 긴장하며 뻣뻣해졌다. 이번에 그가 그녀를 보았을 때는 아를린은 이 빌린 시간을 낭비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이니스트라드의 마지막 일몰이 비추는 태양빛이 사라져 가는 것과 함께, 그녀의 꿈도 시시각각 죽어 가고 있었다.

아를린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만 했다.


아델린은 타고난 지도자였다.

임시 변통으로 만들어낸 전열들 사이를 달리고 있는 아를린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모여든 경비병들은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녀의 명령을 따랐다. 겹겹이 모인 성전사들이 창과 방패를 든 채로 서로 등을 맞대고 서서, 자신들의 무기를 늑대의 강력한 가슴 속에 밀어넣고 있었다. 그녀가 성전사들에게 전선을 유지하라고 명령하면, 그들은 뒤로 물러나서, 아직까지 남아 있는 몇몇 축제 참가자들이 숨을 수 있도록 방패의 벽을 만들어냈다.

토볼라르는 이와 같은 명령을 전혀 내리지 않았다. 그는 그럴 필요가 없었고, 아를린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야생의 사냥을 원했고, 거기에는 아무런 법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달린다는 것은 자신의 심장에서 들려 오는 야성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그 자연스러운 결말에 순응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녀는 그와 함께 사냥을 하면서 이를 익혔다. 사람들은 그가 벙어리라서 조용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자연의 섭리가 그대로 흘러가게 두는 것을 좋아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섭리는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흘렀다. 아델린이 고함치며 내리는 명령, 찬드라의 장갑에서 나오는 불덩어리, 태양이 내뿜고 있는 황금빛 광선들. 이런 것들이 없다면, 인간들에게는 가망이 없었다. 늑대인간들은 심지어 인간 형태일 때에도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강했으며, 인간 형태의 끔찍한 혈통들은 어떤 대장장이보다도 키가 크고 건장했다. 어떤 면에서는 대다수의 늑대인간들이 아직 변신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너무나도 강한 팔로 휘두르는 무기를 상대하는 것도 일이었지만, 살아 있는 근육의 벽을 상대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었다.

하지만 변신하지 않은 덕에 상대하기가 쉬웠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오른쪽에서 끔찍한 혈통의 늑대인간 하나가 성전사들이 버티고 선 방패의 벽 위로 망치를 내려치자, 남자 세 명이 꼼짝없이 땅바닥에 널부러졌다. 그 늑대인간은 계속해서 망치를 내려쳤고, 성전사들은 고통 속에서 힘겹게 헐떡이면서 가능한 한 방패 안으로 몸을 숙였다.

기이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만이 그들의 목숨을 살려 놓고 있었다. 아를린이 어린 시절에 아주 가끔 겪었던 일 중 하나는 여행을 하던 상인이 마을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가 취급하는 물건들 중에는 옆쪽을 길게 잘라 틈을 낸, 일종의 종이등불이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말을 탄 성전사가 있었다. 등을 빙글 회전시키면 성전사가 말을 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가 말하기로는 그것은 마법이 아니라 빛을 이용한 단순한 기술이었다. 아를린은 그 등불을 정말로 가지고 싶었지만, 그녀의 부모에게는 그것을 사 줄 만한 여력이 없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성전사의 멈췄다 나아갔다 하는 기이한 움직임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저 끔찍한 혈통의 늑대인간 또한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망치를 머리 위로 들어올려 아래로 내려치는 동작—두 동작 사이에는 그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소중한 몇 초의 시간이 있었다. 넘어진 성전사들이 몸을 꿈틀거려 공격을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심지어 그 끔찍한 혈통의 그림자조차 그의 동작과 일치하지 않고 있었다.

테페리 덕분이다. 그녀는 나중에 그에게 꼭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Borrowed Time
Borrowed Time | Art by: Andreas Zafiratos

반사적으로 아를린은 그녀의 늑대들을 호출했지만, 그녀는 늑대들이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격해 오는 무리에 늑대들이 너무나도 많이 섞여 있었다. 자연은 한쪽 편을 들어줬다.

그렇기에 그녀는 인간의 편을 들어줬다.

쓰러진 성전사의 메이스를 들어올린 뒤, 그녀는 끔찍한 혈통의 늑대인간에게 달려들었다. 근육으로는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힘을 낼 수 있지만, 관절은 항상 약한 부분이였다. 늑대인간은 자신의 잠재적인 희생자들을 향해 아우성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기에 자신의 무릎 뒤쪽으로 날아들어오는 메이스를 눈치채지 못했다. 아를린은 공격에 자신의 체중을 실었고, 빠드득 하는 소리와 길게 울려퍼지는 비명 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그 늑대인간은 휘청이다가 몸을 돌렸고, 그의 뒤편에 있던 성전사들은 몸을 일으켰다.

늑대인간은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인간의 형상이었을 지 몰라도, 그의 눈은 이미 사람이 아닌 무언가로 변해 있었다. 그들은 이미 송곳니가 길게 자라나서 반쯤은 변신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너. 토볼라르가 가장 좋아하는 녀석이군."

아를린은 성난 표정으로 쏘아보았다. "넌 나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 그녀는 메이스를 들어올리면서 대답했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때 사라져. 이건 네가 이길 싸움이 아니니까."

웃음소리가 그의 거대한 가슴 속에서 울려나오면서, 그에게 들이닥치는 성전사들의 칼날로부터 그의 주의를 돌렸다. 다리에 첫 번째 일격이 가해졌을 때에는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상처를 입은 무릎에 두 번째 일격이 가해졌을 때에는 비명을 질렀다. 그는 갈비뼈 사이에 세 번째 일격을 맞고 몸을 수그렸지만, 그 전에 가까이 있던 세 번째 성전사의 머리를 거대한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아를린은 기다리지 않았다.

메이스가 뼈를 파고들었다.

그 여파를 견디면서, 손에 피를 묻힌 채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것뿐이었다. 성전사가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했을 때, 그녀는 올바른 일을 한 것처럼, 혹은 그녀가 정의로운 일을 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 중에 옳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토볼라르가 가장 좋아한다니.

그녀는 난투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 깊숙히 달려들어갔다.

아를린은 그 말이 틀렸기에 달렸고, 틀렸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자였던 적이 없었고, 또한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그에게서 2년 동안 지도를 받고 난 후에, 한밤중에 그를 상처입혀 피 흘리게 만든 뒤 도망친 그녀가?

그녀는 기억으로부터 도망쳤다. 하지만 기억은 훌륭한 사냥꾼이었다. 그녀의 발 밑에 흥건한 피는 그날 밤에 그가 흘린 피와 똑같았고, 축제 참가자들의 비명 소리는 케시그 나무꾼들의 비명 소리와 똑같았으며 그녀의 손에 묻은 피는 진정 사라진 적이 없었다.

"우리가 이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될 수는 없나요?" 그녀는 그에게 그렇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이것이야말로 그들을 규정하는, 그리고 그녀를 규정하는 존재였다.

땅 위에 흘린 피, 고기의 맛, 그리고 공포의 냄새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존재 말이다.

아를린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가 보고 있는 시체들은—그녀가 보고 있는 사람들은—나무꾼들과 같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또다시 토볼라르가 있었다. 공습의 혼돈 속에서, 그는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그의 눈은 타오르는 불길보다도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토볼라르!" 그녀가 소리쳤다. "싸움을 멈춰요!"

그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안돼."

Tovolar, the Midnight Scourge
Tovolar, the Midnight Scourge | Art by: Chris Rahn

아를린은 여전히 메이스를 든 채로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녀의 뒤에서 혼돈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성전사들은 늑대인간들의 목을 베었고, 마녀들은 낙오된 자들을 보호했으며, 갑옷을 두른 습격자들은 우뚝 서서 상대와 맞섰다. 찬드라의 불길이 그 장면을 호박색 빛으로 밝혔다.

"이제 거의 해질녘이 됐다, 아를린. 아직 우리와 함께할 시간은 있다." 토볼라르가 말했다. 그는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무기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했다. 아니면 무기 따위는 두렵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래야 마땅했다.

그녀는 뱃속에서 힘을 끌어올리며 소리치며 무기를 휘둘렀다.

토볼라르는 메이스의 머리 부분을 붙잡았다.

"제가 왜 당신의 무리에 합류하길 원하겠어요?" 그녀가 으르렁거렸다. 그녀는 점점 더 메이스에 자신의 몸무게를 실어 눌렀지만, 그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그것을 붙잡고 있었다.

"너도 한때는 그러길 원했지," 그가 대답했다. 그는 메이스를 뒤로 밀쳤고, 그녀는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그게 네가 있을 자리였고."

"내가 어디에" 있을지는 당신이 정할 일이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한 번 더 메이스를 휘두르자 이번에는 그가 자루를 붙잡아 그녀의 손에서 떼어 놓았다. 메이스는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쓰러져 있는 경비병의 방패에 부딛혀 쨍그랑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토볼라르는 신경쓰지 않았다.

태양이 하늘 아래로 저물고 있었다. 테페리조차도 영원히 버틸 수는 없었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네가 그들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를 좋아할 뿐이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난 네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

"당신은 절 몰라요," 그녀가 쏘아붙이듯이 되받아쳤다.

이번에는, 그가 그녀에게 공격을 해 왔다—머리 위로 크게 팔을 휘두르자 손톱이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아를린은 몸을 숙이며 공격을 피했지만, 그는 자신의 어깨에서 허리까지 이어져 있는 흉터의 가장자리가 보일 정도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나?"

"그래요,"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며 그의 턱에 주먹을 날렸다. 그의 우쭐했던 표정이 사그라드는 것으로 보아, 그녀의 팔에 가해진 충격이 충분히 전달된 듯 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턱에 공격을 퍼부었고,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싸움을 멈춰요, 토볼라르. 아직 시간은 있어요."

피가 흘러내려 그의 이빨을 적셨다. 그는 땅바닥에 입에 고인 피를 뱉었다. "농담을 하는군."

"농담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싸움을 멈춰요. 의식을 마치게 해 줘요. 밤을 되찾아 가고, 원하는 대로 사냥을 해도 좋지만, 인간들은 내버려 둬요."

"저들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지?" 그가 선 채로 말했다.

"살아는 있을 거잖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게 제일 중요한 거니까요."

그는 다시 공격을 해 왔다. 이번에는, 그녀도 준비되어 있었다. 아를린은 그의 두 주먹을 자신의 맨손으로 붙잡았다. 그를 막아내기 위해 그녀의 근육이 온 힘을 다하며 신음소리를 냈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이렇게 계속 막아내고 있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 생각이 얼마나 갈지 한 번 보자. 네 늑대들은 진실을 알고 있지—이건 우리와 그들의 싸움이라는 것을. 언제나 그래 왔어."

그녀는 그 뒤를 따르는 울음소리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알고 있었고, 그의 눈에서 눈을 떼면 무엇을 보게 될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보지 않았고,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녀의 가슴은 이미 찢어진 듯이 충분히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보게 되면 그녀의 찢어진 마음이 안에서 욱씬거릴 뿐일 터였다.

그리고 그녀는 다른 데에 정신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서는, 자신의 이마를 그의 코에 들이박았다. 그가 비틀거리는 동안, 그녀는 한번 더 주먹을 내지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육체를 따라 흐르듯이 퍼지는 잔물결은 그녀가 두려워하며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알려 주었다. 더이상은 시간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피에 젖은 토볼라르의 이빨이 점점 더 길어졌고, 씩 웃고 있는 그의 표정은 주둥이로 변하자 보기가 더 불편해졌다. 그들 주변의 사방에서 들려오는 다른 늑대인간들의 울음소리는 그 순간의 혼돈에 더 큰 불길을 지폈다.

"아를린! 도움이 필요해!"

찬드라의 목소리는 알아듣기 쉬웠다. 아를린의 대답은 그것보다는 덜했다. 토볼라르를 내려다보면서, 그녀가 해줄 수 있었던 최선의 말은, "노력 중이야, 모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집중해 줘!" 였다.

그는 점점 더 커져 갔다. 그녀의 몸은 그녀의 통제와 맞서 싸웠다. 그녀의 이빨이 시큰거렸고, 다른 무기를 찾기 위해 허겁지겁인 그녀의 손은 아직 사용되지 않은 힘으로 떨려 왔다. 쓰러진 경비병이 쥐고 있던 검이 적당했다. 그를 위한 기도는 나중에 해 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는 게 우선이었다.

그는 기쁜 듯이 그녀에게 달려들었고, 즐거운 듯이 팔을 휘둘러 그녀를 베어넘기려 했다—모두 야성적이고 무모한 짓이었다. 그녀는 들어오는 공격들을 칼날로 막아냈다. 이런 모습이 된 그는 재빨랐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를 막아내는 것 뿐이었으며,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그녀의 팔, 어깨, 등, 그리고 그녀의 피곤하고 지친 영혼이 아파 왔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한순간 무방비한 상태가 되었고, 그의 손톱이 그녀의 뺨에 상처를 남겼다. 피 냄새가 고통을 거의 잊게 해 주었다. 그녀의 코가 벌겋게 달아올랐고, 입에서는 시큼한 쇠 맛이 났으며, 깊고 원시적인 갈망은 그녀가 조심스럽게 얻은 통제력을 압도하려고 위협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되도록 두지 않았다.

"너는 늑대다, 아를린," 그는 으르렁댔고, 그가 내뱉은 단어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지 않은 입 속에서 짓눌렸다. "그렇지 않은 척을 하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는 상관없이 말이다!"

"늑대가 아니라고 한 적 없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는 다시금 그녀에게 달려들었고, 그녀는 간신히 그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그렇다면 내게 증명해 봐라!"

그는 몸을 일으켜세웠고, 이제는 희미한 빛 속에서도 그녀가 그에게 남긴 상처를 아주 잘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다시금 그 때로 돌아가 있었다. 토볼라르가 그녀에게 인간들을 죽이라고, 그래서 그녀가 자신들과 같은 부류라는 것을 증명하라고 재촉하던 그 시절. 불가능한 선택이지만 간단하고 지저분한 해결책을 내밀던 때로 말이다. 그녀가 해야 했던 일은 그를 죽이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그랬다면 포효떼의 우두머리는 그녀가 됐을 터였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그는 죽지 않았고, 그녀는 이기지 못했다. 그 둘은 이를 증명하는 흉터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흉터들이 화끈거렸다. 모든 흉터들이 그랬다. 전투의 소음 속에서 그녀는 그날 밤 그에게 도전했을 때 연주되었던 북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무리의 시선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홀로 서 있는 외톨이였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옳았고, 그는 끔찍하게 잘못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녀의 한쪽 팔에서 경련이 일어나며 부들부들 떨렸고, 근육들이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기 위해 긴장했지만, 그녀는 남은 한 손으로 팔을 움켜잡았다. 그녀의 입에서 기도문이 흘러나왔다. 그녀가 이럴 작정이라면—그가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려줄기 위해선—여기서 항복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포기해라. 왜 망설이는 거지?"

"왜냐면—왜냐면 여전히. . ."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점점 더 말을 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다시금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너와 함께 있다. 사냥에 참여해라. 다시금, 살과 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다시금, 그녀가 여태까지 알았던 최고의 자유가 그곳에 있었다. 너무나도 가까웠다. 너무나도.

그녀는 힘주어 눈을 감았다. 감각이 먼저 느껴졌고, 그녀는 곧바로 눈을 떴지만 그때는 이미 늑대들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줄무늬, 인내심, 붉은이빨, 그리고 바위.

모두가 이빨을 드러낸 채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인내심만큼은 예외였다.

인내심은 아를린에게 다가와 다리에 몸을 비비며, 그녀의 바지를 잡아끌고 올려다보면서 간청했다. 우리와 함께해라. 사냥에 참여해라.

토볼라르가 그녀를 반으로 쪼갠다고 해도 이보다는 덜 아플 터였다. 사냥에 참여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의심하는 눈초리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인간들이 선한 쪽이고 함께 뛰놀고 사냥하는 다른 늑대들이 잘못된 쪽이라고 인내심에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그녀는 몸을 휘청였다. 눈물이 그녀의 눈을 따끔거리게 했다. "난 못해,"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바위에게는 그 말이면 충분했다.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자신의 몸무게를 실어 그녀에게 달려들었을 때, 그녀는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의 공기가 모두 빠져나간 채로 땅에 쓰러졌다. 흙 속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늑대들이 접근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이었고, 토볼라르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잡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결론을 내던가 네가 죽던가 둘 중 하나다." 그가 말했다.

그는 무릎으로 그녀의 등을 받친 뒤, 손톱을 그녀의 목으로 가져갔다. 숨쉬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입을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내게 진정한 아를린을 보여라. 우리 모두 그녀를 보고싶어하니까."

그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었나?

원하는 대로 해줄 터였다.

그가 시켰기 때문도 아니었고, 그녀의 늑대들이 보고 싶어 했기 때문도 아니었고, 그녀가 무언가를 증명하길 바랬기 때문도 아니었다.

어떤 의미로는 그가 옳았기 때문이다—그들은 늑대였고, 그녀는 이제 이 일이 이렇게밖에 끝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닳았다.

피와 송곳니와 손톱으로.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았다. 낮이 밤으로 변했다.

그리고 아를린 코르드도 함께 변했다.

Arlinn, the Moon's Fury
Arlinn, the Moon's Fury | Art by: Anna Steinbau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