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그가 지금 자기 방에 있다는 것을, 방구석에서 어슬렁거리는 그림자 같은 형상들은 그가 꾸던 꿈의 잔재들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잠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여전히 교복을 입고 있었고, 교복은 이제 구겨져 있었다. 그의 앞에 있는 책상에 놓인 마지막 숙제는, 아직 끝마치지 못한 채로 남아 있었다. 밖에는 아르카비오스의 밤 풍경이 보였고, 캠퍼스 여기저기에서 평소와 같은 이상한 빛들이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로완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가 사용하는 방 반쪽은 몇 주 동안 그래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정돈이 되지 않은 채로 있었다. 그는 일어나면서, 목의 가벼운 통증에 눈을 찡그리다가, 마침 복도에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들었다.

"—쪽 문이야!"

"얼마나 많이—?"

"다들 무사—"

빠르게 지나가는 학생들 속에서, 윌은 마도사의 탑 프리즈마리 팀의 선수 한 명을 알아차렸다—퀸트가 대지 마법을 보고 감탄한 포인트가드인 아를로 위클이었다.

"이봐! 무슨 일이지?"

위클이 복도 반대편을 가리켰다. "이봐 초년생!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우빌다 학장님이 지정된 피난처로 데려다주실 거야."

"하지만 무슨 일인데?"

"오리크가 나타났어," 그는 퉁명스럽게 말한 뒤, 뒤돌아서서 젊은 학생들의 무리를 쫓아 달려갔다. 윌은 충격을 받고 잠깐 그곳에 서 있었고, 그의 뱃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오닉스 교수님의 말이 옳았다.

밖으로 나간 윌은 말 그대로 혼돈 속의 한 장면과 마주했다. 기숙사에서 쏟아져나온 학생들이 점점 불어나고 있는 인파는 안뜰의 한쪽 끝에서 얼어붙어 있었다. 반대편에서는, 그들의 겁에 질리고 놀란 표정 너머로, 윌은 검은 형상을 한 벽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형상이 아니었다. 생물들이었다.

<이미지1>

그것들은 좁고 뾰족한, 포도주빛 살점을 곤충의 껍질로 덮은 다리로 깔끔하게 손질된 잔디밭을 스치듯이 가로질렀다. 빛나는 보라색 가시가 그들의 등을 따라 눈이 달리지 않은 머리까지 이어져 있었고, 그것들은 벌어져 있는 틈으로 이빨이 가득하게 보이는 아가리 말고는 특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끔찍한 새된 소리가 하늘을 가득 메웠다.

그것들은 배고픈 것처럼 들렸다.

처음에는, 윌은 자신의 무릎에서 힘이 빠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게 아니라 지면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위클이 전신을 에너지로 가득 채워 진동시키면서 무리에서 걸어나와 자신의 양손을 그의 아래에 있는 흙에 꽂아 넣는 것을 보았다. 그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 반원형의 흙더미가 물결치듯이 퍼져나면서, 그 생물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솟구쳐오르며 튼튼한 흙의 벽이 되었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초년생들에게 몸을 돌렸다. "달려! 어서 달리라고!"

서둘러서 그 말을 듣긴 했지만, 윌은 그 무시무시한 생물들의 첫 집단이 흙벽을 손쉽게 넘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누이를 찾아야 했다. 로완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스트릭스헤이븐의 캠퍼스 반대편에서, 로완은 고함을 내지르며 칼을 휘둘렀다. 칼날은 그 생물의 두꺼운 껍데기 사이의 이음매를 파고들면서, 그녀의 교복과 위더블룸 기숙사를 둘러싸고 있는 풀이 무성한 정원 위에 검은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게 했다. 그녀의 뒤에서, 플링크는 겁에 질려 꺅꺅거리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고, 아우버나인은 땅에서 가시가 돋친 뿌리들을 불러내 그 생물의 다리를 감싸서 땅속으로 끌어당겼다.

"사방에 쫙 깔렸어!" 플링크가 땅속에 파묻힌 생물에 넘어질 뻔 하면서 말했다. "포위됐다고! 배를 버리자! 항복해야 돼!"

로완은 위더블룸 학부 건물로 뻗어 있는 마당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친구 말이 맞았다. 그 생물들은 으시시한 빛을 발하는 키틴질 벽처럼 진격하면서 학생들을 기숙사로 밀어넣고 있었다.

"교수님들을 기다리면—" 아우버나인이 말을 꺼냈다.

"안돼. 그냥 기다리고만 있으면, 저것들에게 압도되고 말 거야. 저것들을 지나가야만 해. 여기서 빠져나가자," 로완이 말했다.

"그런 다음엔 어디로 가?" 아우버나인이 절박하게 물었다.

로완은 비블리오플렉스 쪽을 힐끗 쳐다보았고, 윌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윌이라면, 그곳이 바로 그가 있을 만한 곳이었다. "저기," 그녀가 밤하늘에 그려진 큰 실루엣을 가리키며 말했다.

"와, 이제 와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거야?" 플링크가 그녀 쪽으로 비틀거리며 다가오면서 거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곳으로 이끌리는 이유가 윌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곳은 캠퍼스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었기에, 학장들과 교수들이 방어선을 구축하려 한다면 그곳이 최적일 터였다—게다가 윌은 그곳에 있는 먼지로 뒤덮인 고서들에 얼마나 강력한 주문들이 있는지를 쉴 새 없이 떠들어대기도 했고 말이다. 네 말이 맞길 바래, 윌.


"오닉스 교수님, 조심하세요!"

릴리아나가 학생의 고함 소리에 몸을 휙 돌리자 오리크 요원이 그녀에게 쉭쉭대는 소리를 내는 에너지 고리를 날려 보냈다. 그것은 그녀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려는 사악한 주문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마법에 꽤 익숙했다. 그녀는 손바닥을 내뻗어 자신의 몇 인치 앞에서 주문을 멈춘 뒤, 그것을 차가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뒤에서는, 조금 전까지 그녀의 강의실에 있던 학생 무리가 입을 딱 벌리고 겁에 질린 채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학생들을 맞출 수도 있었어, 그녀는 생각했다. 뭐. 받은 건 되갚아 줘야겠지. 릴리아나가 손짓을 하자, 그것은 마법을 발동한 자에게 방금 전보다 두 배는 더 큰 소리를 내며 되돌아갔다. 그는 주춤거리며 물러나려 했지만, 그 게걸스러운 마법은 그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를 집어삼켰다.

키안 학장과 임브라함 학장이 콴드릭스 학부 건물로 이어진 길을 따라 학생들 한 무리와 함께 달려 내려와 그녀와 합류했다. "오닉스 교수님," 임브라함이 자신의 새되고 이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매우 기이한 적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다른 임직원들과 모여서 재정비를 하려면—"

그의 말은 비명 소리에 가로막혔다. 학생 한 명이 뒤처져 있었다. "가세요!" 임브라함이 소리쳤다. "이 학생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키안과 릴리아나는 걷는 속도를 같이 맞춰 출발했다. 다른 비명 소리가 그 뒤를 이었고, 이번에는 학생이 땅바닥에 쓰러져 몸을 웅크리고 있고 곤충처럼 생긴 괴물이 그를 위에서 덮치려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도사 사냥꾼들입니다," 키안이 낮은 목소리로 식식댔다. 릴리아나는 그것들이 뾰족한 다리로 자갈이 깔린 땅바닥 위에서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며 어둠 속에서 점점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생물은 몸의 각 부분을 빛내며 뒤로 물러났고, 그와 동시에 키안이 기하학적인 힘의 창을 날려보내 그곳을 꿰뚫었다. 릴리아나는 겁에 질린 학생을 일으켜 세워 그녀의 등 뒤로 보냈다. "어서 가거라."

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기어 다니는 것들이 사방에 들끓고 있는 어둠 속에서, 기이한 붉은 옷을 입고 있는 인간의 형체가 보인 것 같았다. 최소한 처음에 힐끗 보였을 때는 그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얼굴은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곤충의 큰턱같은 형체가 그의 광대뼈에서부터 길고 날카롭게 뻗어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자, 다른 모든 마도사 사냥꾼들이 무시무시하게 조화로운 동작으로 그들을 향해 밀려들었다.

"저건 누구죠?" 키안이 말했다.

"저도 모릅니다," 릴리아나가 말했다. "하지만 저자가 어떤 식으로든 이 생물들을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키안 학장의 얼굴이 공포로 뒤틀렸다. "저것들 전부를 말입니까? 저런 마법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항상 주문은 있기 마련이죠," 릴리아나가 중얼거렸다. 그녀가 손을 내뻗자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검은 마법이 여러 가닥의 밧줄처럼 앞으로 내뿜어졌지만, 그 마법들이 그에게 닿기도 전에 생물들 중 하나가 자신의 몸을 날려 가로막았다. 주문은 그것의 껍질 사이를 파고들었고, 키틴질 껍질을 쪼개고 부스러뜨려 먼지로 만들었다.

Defend the Campus
Defend the Campus | Art by: Izzy

그녀의 옆에서, 키안 학장이 자신의 손을 치켜올리자, 그녀 주변이 빛으로 환해졌다. 몇 초 만에, 뼈가 앙상한 고양이 같은 모습을 한 프랙탈 한 무리가 조립됐다. 그 구조물들은 그녀의 지시에 따라 앞으로 뛰어나가서, 다가오고 있는 마도사 사냥꾼들의 무리와 맞닥뜨렸다. 붉은 코트를 입은 남자는 뒤로 물러나면서 몰려드는 삐죽삐죽한 생물들 속으로 몸을 숨겼고, 릴리아나는 그를 뒤쫓으려 앞으로 나아가려는 찰나에 다른 생각이 들어 멈춰 섰다.

모든 곳이 혼란스러운 이 상황. 파괴와 혼란 외에는 뚜렷한 목표가 없는, 캠퍼스 전역에 대한 공격. 어째서?

릴리아나는 그 이유를 깨달으며 점점 더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것은 공격이 아니었다—이것은 시선 분산이었다.


윌은 달렸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 달리면서, 그의 뒤에 있는 끔찍한 생물이나 그 생물의 수많은 다리도, 숨이 차올라 터질 것 같은 가슴도, 그의 발밑에 있는 축축한 풀들 때문에 미끄러지기 쉽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

잠시만.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로, 윌은 땅바닥을 향해 손을 내린 뒤 정신을 조금 집중했다. 그의 뒤에서, 저녁의 이슬이 모여 단단한 얼음으로 변했다. 그는 몸을 돌렸고, 어깨 너머로 괴물의 긴 다리 중 하나가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그 아래에서 넘어지는 것을 보았다.

"좋았어!" 윌은 소리를 쳤고, 잠시 후 뭔가 거대하고 뾰족뾰족한 것에 부딛혔다.

그가 두 번째 생물의 껍데기에 부딛히며 튕겨 나오는 것과 동시에 그것은 한쪽 발톱을 휘둘렀고, 발톱은 그의 교복을 찢었지만 중요한 부분을 맞추지는 못했다. 땅에 넘어진 그는 한쪽으로 몸을 굴렸고, 다른 발톱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머리가 있던 곳을 파고들었다. 윌은 무작정 팔을 내밀어 두꺼운 껍데기를 두르고 있는 몸을 만졌고, 그것으로부터 열을 아주 빠르게 뽑아내 껍데기가 한가운데부터 갈라지게 만들었다. 그 생물은 새된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지만, 다른 생물이 몸을 일으킨 뒤 그에게로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Mage Hunter
Mage Hunter | Art by: Mathias Kollros

갑자기, 포효하는 소리가 하늘 가득히 울려 퍼졌다. 더 많은 포효 소리가 그에 화답했고, 그 불협화음에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생물은 윌에게서 도망쳐 수많은 다리로 빠르게 달리려 했지만, 충분히 빠르지는 않았다.

하늘에서 불기둥이 떨어져 내려와 지면을 휩쓸었다. 이내 윌의 주변은 온통 침입해 온 생물들의 비명 소리와 그것들의 껍질이 타들어가고, 터지고, 검게 그을린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순식간에, 그것들은 잿더미가 되어 있었고, 그마저도 거대한 날개가 퍼덕이며 만들어내는 바람에 이리저리 흩어져 버렸다.

윌은 두 팔을 머리 위로 치켜올리며 자신의 주변에 얼음을 둘렀고, 그와 동시에 불길이 또 한 번 안뜰을 휩쓸고 지나갔다. 윌은 몸이 불타버릴 것만 같은 열기를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지만, 자신에게서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용들이 온 것이다.


로완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섰고, 그녀의 친구들은 그런 그녀를 지나 먼저 메인 캠퍼스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교복 앞섶이 웃긴 모습으로 잘려나가 있는, 그녀의 남매가 얼음으로 만든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윌!"

그들은 서로를 향해 달려가 서로를 꽉 끌어안았다. 로완이 뒤로 물러섰을 때, 그녀는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조잡한 무기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네 검은 어디 있어?"

"우리 방에," 윌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가능한 한 빨리 온 거야."

"조심해!" 누군가가 그들의 뒤에서 소리쳤다. 로완은 수풀 뒤에서 걸어 나오는 오리크 요원들을 간신히 알아차렸고, 그가 손을 내밀어 그들을 향해 치명적인 핏빛 에너지의 가시들을 쏘아낸 것과 동시에 그녀는 윌을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컥컥대는 소리가 나더니, 곧 침묵이 흘렀다. 로완은 잠시 후에야 비로소 그녀가 눈을 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눈을 뜨자, 오리크 요원은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엄격한 모습을 하고 있는 오닉스 교수가 옆에 서 있었고, 그녀는 냉정한 보랏빛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그들 주변을 빙빙 돌았다. "너희 둘. 왜 대피소로 가지 않는 거지?"

"저희는 공격을 받았어요," 그들은 거의 동시에 말했다.

"프리즈마리 기숙사에서요," 윌이 말했다.

"전 위더블룸 기숙사에서요," 로완이 말했다. "그것들은 저희를 포위하고 있었어요—마치 그것들이 저희를 한 곳에 가둬두려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려고 한 게 맞으니까," 오닉스 교수가 말했다. "이건 일종의 시선 분산이야."

"뭐로부터 시선을 돌리게 하려는 거죠?" 윌이 물었다.

"그에 대한 답은 가지고 있지 않구나," 그녀가 말했다. "아직은 말이지. 하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지—저 마도사 사냥꾼들이 그저 학생들을 몰고 있기만 한 건 아니야. 비블리에플렉스 주변에 경계선을 만들었어."

경계선이라. 로완은 그 말의 어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시들과 빛나는 보라색 촉수와 물어뜯는 이빨로 가득 찬, 살아 있는 벽이었으니. "저흰 어떻게 해야 하죠?"

오닉스 교수는 그녀의 보랏빛 두 눈을 로완에게 돌렸다. "내가 책임감 있는 교수였다면 너희 둘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줬겠지. 이 사태 속에서 너희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테니까."

"하지만 그러시지 않을 거잖아요," 로완이 말했다. "그렇죠?"

교수의 입꼬리가 살짝 흔들렸다—로완은 그 모습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뻔 했다. "그래. 난 그렇게 책임감이 있지는 않지. 그리고 도움도 필요하고."


"이렇게 들어가는 게 맞나요?" 윌이 바위들로 만들어진 원형 구조물을 만지며 말했다. 그것은 위더블룸 캠퍼스의 야생 지역에 있는 언덕들 중 하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 이건 내가 학생일 때 발견한 오래된 정비용 통로지." 교수는 문에 손을 올려놓고 낮은 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윌에게 있어서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면서, 원형으로 둘러서 있던 바위들이 천천히 움직여 갈라져 언덕 한켠으로 물러났다. 그 반대편에는 길고 어두운 터널이 있었다.

"학생들이 여기에 들어올 수 있었나요?" 그가 물었다.

로완과 오닉스 교수 둘 다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니군요," 윌이 말했다. "그래, 아니겠지."

로완은 한 손으로 파직거리며 빛을 발하는 구체를 불러낸 뒤 조심스럽게 통로 안으로 몇 발짝을 걸어갔고, 교수와 윌이 그녀를 바짝 뒤따랐다.

"여기에 그러니까," 윌이 말을 꺼냈다, "뭐가 있거나 하나요?"

"나도 모르지," 오닉스 교수가 말했다. "가능하긴 해. 스트릭스헤이븐에 있는 사람들은 이 터널을 아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지만, 나만 이곳을 알고 있다고 하기엔 힘들지. 나는 엑스투스가 이곳을 통해 지난 몇 달 동안 그의 하수인들을 침투시켰다고 생각하고 있어."

"엑스투스요?"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지. 오리크의 수장이기도 하고."

윌은 잠시 말을 멈췄다. "아. 그러면 저희가 걱정해야 하는 건 사악한 마법을 휘두르면서 저희를 죽이려 드는 마도사 집단뿐이라는 거로군요."

"배짱 좀 키워, 윌" 로완이 말했다. "안 겪어본 일도 아니잖아."

"그래?" 오닉스 교수가 흥미로워하는 것 같았다. "너희 둘이 이 사태에 영웅이 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만. 내가 그런 말을 할 입장도 아니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윌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엑스투스는 한쪽 손으로 잘 손질된 나무 선반들을 어루만지면서 비블리오플렉스의 구부러진 복도들을 거닐었다. 이 오래된 책들에는 수많은 지혜가 담겨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것들 중 어느 것도 도움이 되어 줄 것 같지 않았다. 이곳의 조용한 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따금씩 들려 오는 학생들의 비명 소리가 그러한 정적을 깨뜨리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엑스투스님!"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섰다. 그의 요원들 중 하나가 색이 누렇게 바래고 너덜너덜해진 무거운 책을 들고 다가왔다. 목소리로 판단해보건대, 그 요원은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대의에 충실한 오리크 구성원인 타베르였다. 그는 이미 학교의 심장부에 깊숙이 침투하는 임무를 여러 번 수행해 왔다.

"말씀하셨던 대로, 이 책을 동쪽 구획에서 찾았습니다."

"잘했다." 엑스투스는 책을 받아들고 먼지를 쓸어냈다. 금박을 입힌 글자들이 어두컴컴한 불빛을 반사했다.

"무슨 책입니까? 제가 여쭤봐도 괜찮다면 말입니다만," 타베르가 말했다.

"다른 천재적인 지성이 남긴 작품이 간과된 채로 썩어 없어지게 놔둔 것이지. 저들은 자신들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빠르게 내치니까." 그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자네는 오늘 이뤄낸 모든 일에 대해 응당한 보상을 받게 될 거야."

그 요원이 엑스투스의 손을 잡은 것과 동시에, 엑스투스는 그의 등 뒤에 실버퀼의 로브를 입은 학생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한쪽 팔을 옆으로 늘어뜨린 채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몹시 격노한 표정으로 그들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짜내는 주문으로부터 증오가 퍼져나오는 것을 느꼈고, 그녀는 그 완벽한 암흑으로 만들어진 구체를 그를 향해 집어 던졌다.

엑스투스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타베르의 손을 더 세게 붙든 뒤 그를 잡아당겨 주문을 가로막았다. 주문에 맞은 요원의 몸은 충격으로 허리를 구부렸고, 가면 안쪽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도록 비명이 지르면서 도서관 바닥에 널부러졌다. 그 학생은 팔을 쳐들고 더 많은 에너지를 모으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기진맥진해 있었다. 엑스투스는 파직거리는 에너지의 화살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 그 학생을 명중시켰다. 그녀가 쓰러져 내리자, 도서관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는 이제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가면 쓴 요원을 힐끗 내려다보았다. 더이상 관심이 없다는 듯이, 엑스투스는 계속해서 걸어갔다.


"학생일 때 여기를 발견하셨다고요?" 윌이 놀라며 말하자, 그의 목소리가 터널의 돌벽에 반사되면서 으시시한 소리를 냈다.

"그게 얼마나 오래전 얘기죠?" 로완이 물었다. 그녀가 들고 있는 불빛이 그들의 유일한 광원이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불꽃 마법은 그들의 그림자를 이상해 보이게 만들었다.

"아주 오래전이지," 오닉스 교수가 말했다. "그때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시기였고, 나도 매우 다른 사람이었어."

그들은 이내 동굴 속 방 같은 곳에 도착했다. 위쪽으로는 잿빛 돌 천장을 어둠이 뒤덮고 있었다. 그들이 서 있는 방 가장자리에는 깊은 골짜기가 패여 있었고, 그것이 반대편에 희미하게 보이는 터널과 그들을 갈라놓고 있으며, 그 사이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만이 덩그러니 매달려 있었다.

"어, 여길 건너가는 다른 방법은 없나요?" 윌이 다 낡아빠진 밧줄과 엄청나게 오래된 널빤지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너도 눈치는 챘겠지만, 못 찾았지." 오닉스 교수는 다리 가장자리에 가볍게 발을 올렸다. 로완이 그녀의 뒤를 따랐고, 썩어서 부석부석해진 나무판자들 위에 걱정이 되는 속도로 발을 내디뎠다.

"천천히 가," 윌은 그녀의 뒤에서 발걸음을 천천히 유지하면서 말했다.

"우리가 여기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만큼 오리크가 사람들을 더 많이 해치게 되는 거야," 로완이 어깨 너머로 말했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나무 조각들이 아래에 있는 골짜기로 떨어져 내렸다.

무언가가 쪼개지는 소리가 벽에 반사되면서 울려 퍼졌다. 돌무더기가 굴러떨어지면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로완이 한 발을 내딛자 그녀의 발밑에서 나무가 부러졌다.

윌은 아래로 떨어지려는 로완에게 달려들어,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들었다. 더 많은 널빤지들을 떨어뜨리면서, 그는 로완을 끌어올려 다시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 그들은 다리 바닥에 딱 붙은 다음, 다리 나머지는 기어서 건넜다.

"고마워," 로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똑같이 했을 거잖아."

"얼른 와라," 오닉스 교수가 반대편에서 말했다. 그녀는 그들이 거의 죽을 뻔한 경험을 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빨리 따라와."

"그자는 뭘 원하는 걸까요?" 윌이 말했다. "그러니까, 엑스투스 말이에요. 왜 이곳에 온 거죠?"

"그가 노릴 만한 건 얼마든지 있어. 엄청난 가치를 지닌 고서들, 마법이 깃든 유물들—비블리오플렉스는 야심 찬 과대망상증 환자가 원할 만한 것들로 가득 차 있지."

"그러면 저희는 어디로 데리고 가시는 거죠?"

"나라면 가장 큰 피해를 입히고 싶을 때 이곳으로 갈 거라고 생각되는 곳에 가고 있지."

윌은 그녀가 터널 아래로 계속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계속 움직여야 해," 로완이 그를 앞으로 밀며 말했다.


엑스투스는 예언자들의 전당으로 연결되는, 양쪽으로 여닫히는 문의 시원하고 매끄러운 나무 부분에 손을 올려놓았다. 문은 잠겨 있었지만, 고맙게도, 오리크의 공격이 아주 빠르게 일어났기에 보호진들이 활성화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는 짧게 정신을 집중해 문을 폭발시켜 날려 버린 뒤 그 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Hall of Oracles
Hall of Oracles | Art by: Piotr Dura

방을 빙 두르고 서 있는 것들은 돌에 새겨져 있는 근엄한 얼굴들—죽은 지 오래지만, 잊혀지지는 않은 예언자들—이었다. 엑스토스는 그들의 무감정한 눈에서 경멸이 느껴진다고, 마치 그들이 무덤에서조차 그가 이곳에서 하는 일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치 그가 그들과 같은 위치에 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그들은 죽은 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가 일을 마치고 나면, 그들은 자신들이 죽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될 터였다.

그의 시선은 이제 천장 쪽을 향했고, 가면을 쓰고 있기는 했지만 빛을 쳐다보면서 눈을 가늘게 떠야 했다. 스트릭스헤이븐 얽힘이 공중에 떠 있었고, 꿈틀거리는 에너지의 촉수들이 뻗어나와 전당 여기저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 세계가 탄생하던 태고 시대로부터 유래한 마나가, 여전히 힘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그 소용돌이만큼이나 오래된 돌로 만들어진 고리들이 늘어서 있었다—엑스투스는 그것들이 봉쇄의 고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방 전체를 부드러운 푸른 빛으로 가득 채웠고, 방바닥에는 그림자들이 이리저리 일렁이고 있었다.

그래, 그는 생각했다. 이거면 될 거야.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펼쳐, 자신이 찾는 내용이 나올 때까지 누렇게 바랜 페이지들을 휙휙 넘겼다.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 오면서, 오리크 요원들이 방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각자 책이나 두루마리를 들고 있었다. 엑스투스는 가면이 들뜬 미소가 만연해 있는 그의 얼굴을 감춰 주는 것에 기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미리 얘기했던 대로 늘어놓아라. 때가 되었다."

요원들은 한 명씩 그들의 수장의 앞에 책과 두루마리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면서, 고대의 글귀들이 그의 앞에서 반원 형태로 펼쳐지도록 그것들을 배치했다. 잠깐 그 순간을 음미한 뒤, 엑스투스는 그것들을 읽기 시작했다.


릴리아나는 얽힘으로 향하는 도중에 싸우면서 길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오리크가 그들의 가장 큰 전리품을 무방비한 상태로 둘 리는 전혀 없었다—자신이 "모험"의 이 부분에 이렇게 열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거의 아무도 죽일 필요가 없었다. 가면을 쓴 오리크가 등장하기만 하면, 로완이 에너지를 쏘아내 그들이 경련을 하며 땅바닥에 쓰러지게 만들었다. 심지어 윌도 꽤 유용했는데, 그는 쓰러진 오리크 요원들을 얼음 덮개로 덮어 버려 근육이 경련을 멈춘 뒤에도 추위에 벌벌 떠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그들이 예언자들의 전당에 도착했을 때, 문은 이미 뜯겨나가 있었다. 그 안에서, 그녀는 안에 있는 소용돌이로부터 나오는 일렁이는 빛이 가면을 쓴 형체들의 실루엣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한가운데에서는, 그들 중 한 명이 크고 무거운 고서에서 무언가를 낭독하고 있었다.

그녀는 대기에 떠도는 비전의 흐름이 이를 들으며 변화하는 것을, 그녀가 이전에 너무나도 많이 느꼈던 그 감각을 느꼈다. 강력한 암흑 마법이 이미 작동하고 있었다. 켄리스 가의 쌍둥이마저도 무언가를 알아차리고서는, 그녀의 양옆에서 아주 조용히 있었다.

"너무 늦었어," 릴리아나가 말했다. "그는 이미 스스로를 얽힘과 연결시켜 버렸어."

"아직은 아니에요." 그들 모두가 사로잡혀 있는 듯한 무아지경을 깨면서 방으로 가장 먼저 뛰어든 사람은 로완이었다.

"기다려!" 릴리아나가 채 막기도 전에 윌이 그녀를 뒤따라 달려가며 소리쳤다. 멍청한 녀석들—저 아이들은 저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자의 상대가 못 돼! 그녀는 생각했다.

가면을 쓴 마법사들은 이미 그들을 향해 몸을 돌리면서, 그들의 손을 밝게 빛나는 불길과 거품이 이는 독액, 그리고 다른 거칠고 사악한 주문들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로완은 번개가 그녀의 살갗을 타고 기어오르는 것과 함께 분노와 무시무시한 기쁨이 뒤섞인 비명을 지르면서 오리크 무리에게 뛰어든 뒤 그녀의 억눌리지 않은 힘을 해방시켰다. 그들은 후드 아래에서 연기를 내뿜으면서 쓰러졌다. 저 애는 이미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군, 릴리아나는 생각했다. 몇 년만 더 있으면, 정말로 무서운 존재가 되겠지.

그러나 로완은 아직 경험이 너무 부족했기에, 오리크 요원이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죽이려는 힘이 파직거리고 있는 손을 뻗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다. 릴리아나는 정신을 집중했고, 그녀가 공중에 휘몰아치는 비전 에너지 너머로 그 남자의 영혼이 내뿜고 있는 작은 빛을 느끼는 순간 동안에는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의지를 맹렬하게 불어넣어 그 영혼을 육체로부터 밀어냈고, 그는 힘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때 주문이 그녀의 온몸을 덮쳤다. 뭐지? 릴리아나는 공격이 날아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생각했다. 무거운 책을 들고 있는 남자, 엑스투스가 한 손을 이쪽으로 내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공격 마법이 형성되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불길의 뜨거움도, 죽음 마법의 역겨운 감각도 느끼지 못했다. 그는 그녀에게 무엇을 맞춘 것인가?

갑자기 방이 일그러지며 그녀의 발밑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불편하게 빙글빙글 돌았고, 그녀는 뱃속에서 어지러운 감각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차원을 이동할 때와 다르지 않은 감각이었지만, 더 메스껍고 뒤틀려 있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켄리스 가의 남자애였다—그는 릴리아나가 아니라 자신의 누이를 보고 있었다. 그는 겁에 질려 있었지만, 릴리아나는 그것이 그녀를 걱정해서인지 그녀에게 겁을 먹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 뒤 그녀의 시야는 캄캄해졌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얽힘의 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릴리아나는 눈을 깜빡였고, 그녀의 눈은 어둠에 점점 익숙해졌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앉은 뒤 흙과 나뭇잎들 사이로 손을 더듬으며 주위를 살폈고, 마침내 그녀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숲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정신이 맑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강제 전이 마법이야. 그녀는 그 마법에 적중당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앞쪽에 스트릭스헤이븐으로 향하는 길을 비추고 있는 횃불들 중 하나가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캠퍼스 자체는 그녀의 시야에 보이지 않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었다.

너희 둘, 죽지 마라. 내가 지금 갈 테니까—하지만 오래 걸어야 하겠군.


로완은 오닉스 교수가 있던 자리를 쳐다보다가 엑스투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교수님께 뭘 한 거지?"

가면을 쓴 인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로완은 짜증이 난다는 듯이 으르렁거리면서 한쪽 손을 그에게 뻗었다. 허공을 찢는 큰 소리와 함께 그를 향해 벼락이 날아갔지만, 오리크의 수장은 그녀를 향해 손짓을 했을 뿐이었다. 번개는 간단하게 멈춰선 뒤, 허공에서 땅으로 떨어져내려 마치 유리인 것마냥 박살이 났다. 그는 마치 파리를 쫓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었고, 로완은 허공이 구부러지고 왜곡되면서 힘의 파도가 그녀에게 밀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두 손을 치켜올렸다—하지만 주문에 갈기갈기 찢기는 대신, 윌이 그녀의 앞에 얼음벽을 만들어냈고, 그 파편들이 그녀의 얼굴에 흩뿌려졌다.

"로완, 내 말 들어!" 윌이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말했다. "우린 예전에 했던 것처럼 마법을 일치시켜야 해."

"네가 말했잖아—난 더이상 내 힘을 제어하지 못한다고!" 로완이 짧게 내뱉었다. "이젠 뭔가가 달라졌어. 우리의 마법은 변하고 있어."

"맞아," 윌이 말했다. "넌 더 강해졌어. 하지만 난 더 제어할 수 있게 됐지. 우리가 함께하면 해낼 수 있어. 다른 방법은 없다고!"

하지만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로완이 엑스투스 쪽을 돌아보자 그의 등 뒤에서 맹렬한 마법의 폭풍이 휘몰아치며 빛을 내고 있었다. 얽힘, 오닉스 교수는 저걸 그렇게 불렀다. 그녀는 그것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힘을, 그 어떤 마법사 한 명이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큰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프리즈마리 학생의 물 정령에서 힘을 끌어냈던 것처럼, 그녀는 저것의 힘도 끌어내 가져올 수 있을 터였다. "우리도 저자가 하는 걸 할 수 있어—얽힘으로부터 힘을 끌어내는 거야. 저자가 하고 있는 걸 똑같이 해 주자고!"

"그건 너무 위험해!" 윌이 말했다. "그건 너무 강력한 힘이야—죽을 수도 있다고! 스트릭스헤이븐 전체를 파괴할 수ㄷ—"

엑스투스가 서 있는 곳에서 또 다른 힘의 파동이 굉음과 함께 쏟아져나오면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윌은 다시 얼음 방패를 내보냈지만, 이번에는 주문이 그 방패를 꿰뚫고 지나가 둘을 공격해 방 반대편으로 날려 버렸다.


로완은 머리가 핑핑 울리는 상태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윌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언가가 그녀의 발치에 웅덩이를 만들면서 그녀의 신발을 적시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피라는 것을 깨닫고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피도, 윌의 피도 아니었다. 방 전체에 피의 물줄기들이 퍼져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들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마지막에는 엑스투스의 위에 떠 있는 얽힘을 쳐다보았다. 좀 전까지는 파랗게 빛나고 있던 것이, 이제는 짙은 빨간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뼈를 흔드는 것 같은 굉음이 전당을 뒤흔들기 시작하면서, 벽에는 금이 이리저리 가기 시작했고 서까래에서는 수백 년은 된 먼지들이 떨어져내렸다. 방 한쪽이 부서지면서, 천장 조각 하나가 그들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로완은 윌을 향해 뛰어들었고, 그들은 돌 천장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리는 것과 동시에 휘청이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또다른 바위가 떨어지며 근처에 축 늘어져 있던 오리크 요원을 깔아뭉개자 로완이 몸을 움찔했다.

돌로 만들어진 고리들이 마치 분수라도 된 것마냥 그곳에서 더 많은 피가 부글거리며 솟구쳐나와 엑스투스의 앞에 있는 바닥으로 흘러갔다. 졸졸 흐르던 개울 같던 것이 이제는 큰 홍수처럼 변해 있었다. 달콤한 피비린내의 악취가 그녀의 콧속을 가득 채웠다.

얽힘 아래에서, 엑스투스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깨어나라, 위대한 존재여! 피의 화신이여, 지금 너를 소환하노라! 이 불공평한 세계 위에 네 분노를 쏟아내라!"

돌 고리로부터 솟구치는 피의 분수 속에서, 두 뾰족한 봉우리가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고, 이내 뿔과 같은 형상으로 길게 늘어나며 휘어졌다. 무언가가 자신을 잡아 끌어올리면서 풀려나려 하고 있었다.

로완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다가 벽에 가로막혔다. 그것은 뿔이 아니라 고대의 황동으로 만든 투구였다. 피칠갑을 한 채로 나타난 것은, 인간의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생물이었다. 근육질인 팔 네 개는 각각 잔인해 보이는 무기를 움켜쥐고 있었고, 그것들은 로완이 전부 알아보기에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칼날과 가시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전쟁을 위해 태어난 생물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것은 여태껏 수 세기 동안 존재해 온 것을 무로 되돌리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인 존재였다.

이것이야말로 엑스투스가 이제껏 계획해 온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막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이 실패하면 모두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