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5: 전쟁의 가닥
건물 안은 피와 금속이 혼란스럽게 뒤범벅되어 있었지만 방랑자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녀는 춤의 일부였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싸움 속에 있는 인물이었다.
그 근처에서는 카이토의 칼이 진-기탁시아스가 고용한 심복들의 맹공에 맞서 몇 번이고 맞부딪혔다. 타미요는 먼 곳에서 떠올라 있는 상태로, 두루마리를 펼쳐 테제렛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붙잡아두고 있었다.
반으로 갈라진 진-기탁시아스의 시체가 쓰러져 있는 바닥에는 깊은 발톱 자국이 길게 나 있었다. 그것은 그가 다시 일어나기를 실패했다는 표시였다.
이제 그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방랑자는 그가 여전히 살아있는 지를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싸움은 마치 무아지경에 빠진 것 같았다. 그것은 그녀의 모든 생각을 사로잡았고, 이 위험이 지나가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터였다.
하나 둘씩, 적들이 쓰러져 갔고 방랑자와 카이토는 확실하게 했다.
혼돈이 사그라들었을 때, 방랑자의 귀에는 고요한 울림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녀는 아드레날린이 몸 속에서 요동치고 있음에도 숨을 고르면서 돌아섰고, 카이토의 웃음에서 안도의 빛을 보았다.
"우린 좋은 팀이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칼자루를 비틀어 들쭉날쭉한 칼날이 평평해지면서 매끄러운 검이 되게 만들었다. "2라운드를 벌일 녀석들이 남아 있지 않은 게 아쉽군."
"전쟁을 그렇게 좋아하게 됐는지는 몰랐네," 방랑자가 모자를 고쳐쓰며 말했다. "내가 기억하는 소년은 궁궐 부엌의 전리품을 더 좋아했을 텐데."
카이토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단숨에 칼을 등 뒤에 꽂았다. "아직도 카미가와에서 최고인 음식이 궁중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오랫동안 떠나 있던 게 확실하네. 토와시에 있는 한 가게를 알려줄게. 말 그대로 입 안에서 녹아 버리는 훈제 게살 롤을 만드는 곳인데—"
타미요가 마법으로 묶어 둔 테제렛 쪽을 가리키며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분홍빛 눈동자에는 생명력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카이토는 멋쩍어하며 짧게 민 머리를 쓸어올렸다. "맞아. 일이 먼저고, 먹을 건 나중이지."
타미요는 그를 잠시 쳐다본 후 방랑자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이 자가 카미가와에 위협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를 가두기 전에 그의 계획에 대한 진실을 알아내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방랑자는 자신의 이마를 가린 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그의 계획이 무엇이든 간에 그는 카미에게 상처를 입혔네. 그리고 그자가 대답해야 하는 대상 또한 카미일 것이네."
카이토는 얼굴을 찌푸렸다. "쿄다이에게 데려가려고?"
그녀의 목소리는 바위처럼 굳건했다. "그렇네. 우리는 함께 그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네."
황제는 전투 중에도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그녀의 불꽃이 그녀를 다른 차원으로 보냈을 때 그녀는 아직 어린 아이였다. 아주 오랫동안 그녀는 혼자였다. 혼자서 슬퍼했다.
그랬기에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했다. 마음의 자물쇠를 단단히 걸어잠근 뒤 자신의 통제된 태도를 생존 수단으로 바꿨다.
이제 고향에 돌아온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자유로워지기를 열망하며 그녀의 가슴을 두드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방심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카미가와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녀가 만약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국민들을, 카이토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기쁨을 느껴버리게 된다면, 그것을 또다시 빼앗기게 되었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 상심으로부터 회복하는 데에는 평생이 걸릴 지도 몰랐다.
방랑자는 테제렛을 향해 걸어가면서 검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가 10년 전에 쿄다이에게 한 짓은 의도치 않게 방랑자의 불꽃에 불을 붙였다. 그것은 그의 프로토타입 칩이 입힌 손상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 열쇠 또한 그가 쥐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녀는 그에게서 답을 얻어낼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쿄다이와 함께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당장 에이간조로 향하세." 방랑자가 명령했다.
타미요는 긍정하며 몸을 가볍게 숙였고 카이토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테제렛은 새로운 에너지와 함께 그들을 쳐다보았다. 타미요의 이야기 마법에 의해 그의 목에 있는 핏줄들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그의 시선은 방랑자의 손등에 현실 칩이 박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의 정신은?
아마도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정신이 전부였을 수도 있었다.
차가운 전율이 방랑자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녀는 테제렛이 현실 칩을 장악하기 전에 경고의 외침조차 내뱉을 시간조차 없었다.
방랑자는 비명을 질렀고, 장치가 에너지를 내뿜기 시작하자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감싸쥐었다. 금속 전선들이 힘차게 꿈틀거리며 그녀의 살갗 속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하얀 빛이 번쩍였고, 그녀는 자신의 정신이 건물에서 황궁으로 쿄다이가 방 안에서 통곡하고 있는 곳으로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그들의 정신이 하나로 합쳐진 것 같았고 그 연결은 쿄다이 또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방랑자는 자신의 영혼이 한 차원과 다른 차원을 연결하고 있는 출입구 사이에서 깜빡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현실 칩이 그녀의 불꽃에 간섭해 그녀를 강제로 차원 이동하게 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방랑자와 쿄다이 간의 유대감을 강화시켰고, 이를 통해 방랑자는 쿄다이와 마치 같은 방 안에 있는 것처럼 쿄다이의 생각을 명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에이간조가 공격받고 있어, 쿄다이가 소리쳤다. 리소나가 군대를 데려왔다네. 다시 차원 이동을 해서는 안 돼. 궁에는 자네가 필요해.
방랑자는 쿄다이에게 테제렛과 현실 칩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모든 신경을 통해 고통이 퍼져나갔고 그녀의 불꽃이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방랑자의 정신이 흔들렸다.
"안돼!" 카이토가 쉰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멀리 놓여 있는 상자 쪽으로 손을 내뻗은 다음 정신으로 그것을 잡아끌었다. 필사적인 신음 소리를 내면서 카이토는 그 물체가 방을 가로질러 날아오게 한 뒤, 테제렛의 등에 거세게 부딪히며 쾅 소리를 내게 했다.
그는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지만, 카이토는 그가 회복할 틈을 주지 않았다. 두 번째 상자가 첫 번째보다 더 빠르게 날아와 더 큰 소리를 내면서 테제렛의 뒷머리를 강타했다.
그 충격으로 테제렛은 기절했다.
타미요는 입을 굳게 다물고 다시 마비 주문을 읽었다. "기술을 조종하는 그의 힘이 현실 칩을 조작할 수 있게 해 주고 있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방랑자 쪽을 향했다. "그자가 한 짓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당신의 불꽃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카이토는 걱정스러운 듯이 얼굴을 찌푸린 채로 방랑자 옆에 무릎을 꿇었다. "칩이 황제를 카미가와에 계속 있게 해 줄 거라고 했었잖아?"
타미요가 가까이 날아왔다. 천사와 같은 우아함으로 그녀는 몸을 숙인 뒤 방랑자의 손을 들어올려 장치를 더 가까이 살펴보았다. "테제렛이 장치 내부에 있는 무언가를 활성화한 것 같습니다. 이 기술은 제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뛰어넘고 저는 이것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나는 느낄 수 있네. 마치 내가 안쪽에서부터 반으로 쪼개지는 것 같지," 방랑자가 괴로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발 이걸 제거해 주게."
"그렇게 하면 차원 이동을 해 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타미요가 말했다.
"이 칩은 더 이상 내가 이곳에 머무르게 해 주지 않을 걸세. 더 이상은 말이야. 그리고 내가 이것과 함께 차원 이동을 하게 되어 버린다면, 나는 불안정한 현실 칩과 함께 다차원에서 긿을 일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지를 누가 알 수 있겠나?" 방랑자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자신을 이 차원에 묶어두는 방법을 찾기 위해 힘겹게 싸웠다. "칩이 쿄다이로 향하는 길을 열었네. 내 에너지를 그녀에게 집중하고 우리의 유대감을 이용해 내 불꽃을 조절할 수 있을 게야."
"그걸로 충분하겠어?" 카이토가 희망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방랑자는 그의 눈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갈라진 틈을 볼까봐 두려웠다. "그래야만 하겠지," 그녀가 말한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타미요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뒤 현실 칩을 손가락으로 눌러 기이한 전선들이 꿈틀대면서 방랑자의 살갗에서 떨어져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방랑자는 입술 끝을 깨물면서 고통에 숨을 헐떡이지 않으려 애썼다. "다른 것도 있네," 그녀는 그렇게 덧붙이면서 타미요가 그 칩을 무기가 아니라 고대 도서관에 있는 책인 것처럼 살펴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치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물건인 것처럼. "쿄다이는 에이간조가 이미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네. 리소나가 쿄다이와 마주하기 전에 우리가 도착한다면 반란군을 막을 수 있는 희망이 있을걸세."
카이토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가 카미를 해치진 않겠지, 안 그래?" 그리고 쿄다이는 여느 카미가 아니라, 모든 카미가와의 신령 수호자였다.
방랑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리소나는 제국을 무너뜨리고 제국의 통치를 종식시키기를 원하네. 무력으로 왕좌를 차지하면 제국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녀가 쿄다이의 축복 없이는 카미가와가 결코 급진적인 공화국 체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쿄다이를 완전히 제거하려고 할 수도 있다네. 어느 쪽이든, 나는 사원을 지켜야만 해."
"에이간조에 가려면 몇 시간은 걸릴 거야." 카이토는 여전히 정신을 잃고 있는 테제렛 쪽을 향해 손짓했다. "그리고 타미요의 두루마리 중 하나가 공중부양 주문이 아니라면, 우리는 저 포로를 그곳까지 옮겨야 할 테고.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저자는 오로지 금속과 근육 뿐이라고."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 말은 지금이 허리 부상을 감수하기엔 최적의 시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야."
"나는 에이간조에서 이곳으로 차원 이동을 해 올 수 있었지," 방랑자가 말했다. "같은 방식으로 궁으로 돌아갈 수 있네."
"하지만 그러면 혼자가 되잖아." 카이토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칩이 없다는 것도 두말할 나위 없고. 안 되면 어떻게 하게?"
"그렇다면 이동수단이 필요하겠군." 방랑자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진지했다. "하늘 수송선보다 빠르고, 우리 넷 모두를 태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카이토는 입술을 비틀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타와라 전역을 감시 메크들이 뒤덮고 있지. 하지만 그것들은 탑승용이 아니야. 누군가가 제어장치를 해킹해서 수동으로 에이간조로 가는 경로를 설정해야 해."
타미요가 생각에 잠겨 중얼거렸다. "대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현실 칩은 방랑자의 불꽃처럼 이미 존재하는 힘을 증강시켜 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카이토를 쳐다보았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제게도 염동 능력이 있습니다."
카이토는 여전히 방랑자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고, 걱정스러운 듯이 이마를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내가 당신이 제안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 제안하는 게 아니라고 해 줘."
타미요는 현실 칩을 자신의 손등에 올려놓은 뒤 그녀의 살갗 위에서 패널을 눌렀다. 전선들이 그녀의 피부 속으로 파고들었고, 그녀가 숨을 빠르게 들이쉬는 것과 함께 장치의 가장자리가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테제렛 쪽을 향해 손짓했다. "저 자를 가까운 메크까지 옮기는 것만 도와주십시오. 제가 에이간조까지 우리 모두를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들은 적을 어깨에 들쳐메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오타와라의 가장자리에 도착했고, 그곳에는 거대한 종이접기 파충류 모양의 감시 장치가 높은 단상에 앉아 있었다. 그것의 시선은 아래에 있는 하늘 수송선에 고정되어 있었다.
카이토는 한 쌍의 발사체가 어깨에 부착되어 있는 장갑 기계 쪽을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나 말고도 문제가 보이는 사람 있어?"
"내가 하겠네," 방랑자가 친근한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처럼 말했다.
그녀는 메크의 카메라들에게 발각되지 않으면서 보도를 가로질러 빠르게 이동했다. 검을 손에 든 방랑자는 칼자루를 어깨 위로 치켜들어 날이 하늘을 향하게 한 뒤, 그 금속 짐승의 척추 맨 윗부분에 있는 두 장갑판 사이의 틈을 향해 곧장 무기를 내리쳤다.
칼은 강하게 부딪혔고, 그것의 목에서 튀어나온 전선들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그 메크는 들쭉날쭉한 신음 소리를 내다가 땅 위로 쓰러지면서 동면 상태에 빠졌다.
방랑자는 그것의 부채처럼 생긴 갑옷을 계단처럼 이용해 그것의 등 뒤로 올라가 검을 회수한 뒤 몸을 돌려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서둘러야 하네. 감시 장치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군가가 알아채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야. 그리고 우리에겐 그런 질문에 대답할 시간이 없고."
카이토와 타미요는 메크의 등 위로 테제렛을 끌어올리는 것을 도우면서 척추를 따라 겹겹이 쌓여 있는 금속 원반들에 자신들을 고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테제렛을 한쪽 팔로 감싸안은 채로 카이토는 방랑자를 조심스럽게 바라본 뒤, 다시 타미요를 쳐다보았다. "좋아, 이제 셋 까지 셀 거야, 아니면—"
타미요는 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깊을 숨을 들이마신 뒤, 현실 칩의 힘이 그녀의 혈관 속을 흘러다니게 했다.
그들의 아래에서 파충류 모양의 메크가 흔들렸다. 방랑자는 한 손을 앞으로 내밀어, 어깨뼈 중 하나에 몸을 기댔다. 하늘이 반으로 갈라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니 메크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타미요가 기계를 오타와라의 가장자리 너머로 날려보내자 방랑자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구름 사이를 날았고, 바람이 그들의 얼굴을 두들겼다. 카이토는 매 순간을 즐기며 활짝 웃고 있는 반면에, 타미요는 깊게 집중하며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었다.
그들의 아래에서 메크가 부들부들 떨었다. 그것은 통제하기에는 엄청난 양의 금속이었고, 방랑자는 현실 칩이 타미요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확신하지 못했다. 방랑자는 자신이 차원 이동을 하는 데에 도움을 받기 위해 그것을 사용했지만, 그것은 오직 몇 초 뿐이었다. 에이간조에 도착하려면 그것보다는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터였다.
그녀는 테제렛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바람이 그들을 더 빠르게 옮겨주기를 바랬다.
그들이 마침내 구름을 뚫고 나왔을 때, 방랑자는 멀리서 희미한 전쟁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금속들이 부딪히는 소리. 부상당한 자들의 비명.
아래로 보이는 땅 위에서, 방랑자는 황궁의 외벽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리소나와 아사리 반란군은 에이간조에 와 있었고 그들은 이미 성문을 돌파했다.
테제렛이 몸을 움찔했을 때, 방랑자는 빠르게 검을 뽑지 못했다.
그는 사납게 손을 휘둘러, 카이토의 벨트에 있는 모든 연막 장치를 꺼낸 뒤, 그것들을 메크의 등 뒤에 흩뿌렸다. 그것들은 흰색과 회색의 연기를 내뿜으면서 폭발했고, 카이토와 타미요, 그리고 방랑자는 심하게 기침을 하며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메크가 좌우로 흔들거리며 우르릉거렸고, 방랑자는 그녀의 손이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카이토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팔목에 필사적으로 손가락을 걸었다. "잡았어!"
그러나 방랑자의 시선은 테제렛의 분홍색으로 빛나는 눈에 꽂혀 있었다. 그는 비웃음을 흘린 뒤 메크에서 뛰어내렸다. 그와 동시에 타미요가 불편한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혼자서 메크를 제어할 수 없었고 그들은 지면과 너무 가까웠기에 몇 초 후면 충돌할 것이 분명했다.
방랑자는 다급하게 카이토를 쳐다보았다. "뛰어내려야 하네," 그녀가 명령했다.
그녀는 그의 공포에 질린 눈빛을 통해 카이토가 손을 놓고 싶지 않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방랑자는 그에게 선택권을 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친 뒤 지표면을 향해 뛰었다.
방랑자가 착륙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몸을 비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은 메크가 제국의 아파트 건물 측면에 부딪히며 폭발하는 것이었다.
연기가 자욱한 안개가 걷히자, 카이토는 사지에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일어섰고 황제의 흔적이 있는지를 찾아 다니며 메크의 잔해 근처를 수색했다.
그는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시체를 찾지 못한 것이 다행일 수도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그 추락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었으니까.
나방 기수들이 머리 위를 쓸고 날아가 근처에 있는 전장에 뛰어들었다. 벽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게속해서 격렬해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잔해에는 관심이 없었다.
테제렛은 어디로 가 버린 것인가?
타미요가 공터에서 나타나자, 카이토는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건 뭐였어? 그자는 마비되어 있는 게 아니었어?!"
타미요는 손을 들어올려 그곳에 남아 깜빡이고 있는 현실 칩을 보여주었다. "칩을 사용한 것이 제 마법을 방해한 것이 분명합니다. 주문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메크를 날릴 수는 없었습니다."
카이토는 손으로 깍지를 끼어 뒷머리에 가져다 댔다. "그자는 플레인즈워커야. 지금쯤이라면 어디에든 있을 수 있지."
"테제렛은 현실 칩없이 이 차원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타미요가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황제가 그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카이토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금속에 금속이 부딪히는 쇳소리가 카이토의 주의를 끌었다. 그는 잔해의 반대편으로 달려가 난간 앞에 미끄러지듯이 멈춰서 제국의 궁정 안으로 밀려드는 혼돈을 내려다보았다.
거대한 메크가 자신을 접어 사자 모양으로 변신한 뒤 부서진 벽 사이로 돌진하는 반란군을 향해 입을 벌려 불타는 에너지를 뿜어냈다. 쿄다이의 사원은 여전히 보호받고 있었지만 이미 첫 번째 벽은 돌파되었고 정원에는 수많은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기에 카이토는 어느 쪽이 이기고 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는 멀리서 황제를 보았다. 둥근 모자가 그녀의 흰 머리칼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고 그녀는 쿄다이의 방으로 가고 있었다. 그녀는 결심하고 집중한 채로 돌풍처럼 움직였고, 카이토의 시선이 더 높은 곳을 향하자 그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리소나가 건물 몇 채 앞에서 반란군 여러 명과 함께 벽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전투를 교란으로 이용해서 경비가 삼엄한 지역을 빠져나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황제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가 방해를 받지 않는다면 그녀는 반란군이 사원에 도착하기 전에 리소나를 막을 수 있을 터였다.
테제렛이 그녀를 먼저 찾지만 않는다면.
타미요가 가장자리로 다가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아래쪽에 있는 지붕을 가리켰다. "저 곳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그는 황제를 뒤쫓고 있습니다."
카이토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검은 기왓장들을 훑어보았다. 검은 옷에 검은 머리를 한 테제렛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햇빛이 그의 금속 팔에 반사되어 반짝이자, 카이토는 이빨 사이로 쉬익 하는 소리를 냈다.
"제가 더 가까이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타미요가 말했다. 단숨에 그녀는 카이토를 두 팔로 감싸서 그를 공중으로 들어올린 후, 에이간조의 내벽을 향해 날아갔다.
그들은 불쾌한 쿵하는 소리를 내면서 지붕들 중 하나에 거세게 부딪혔다. 카이토는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발뒤꿈치를 뒤로 젖혔고, 그러자 기와 여러 개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거칠게 착지한 것은 사과드립니다." 타미요는 침착함을 되찾으면서 일어섰다. "나는 것은 혼자서 하는 쪽인 훨씬 쉬워서 말이지요."
카이토는 가면을 벗었다. 히모토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종이처럼 계속해서 접혀 가면서 익숙한 타누키 모양으로 변했다. 한 손으로 히모토를 앞으로 날려보내자, 드론은 아래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돈 속으로 날아 내려갔다.
"뭘 하는 겁니까?" 타미요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그는 눈을 깜빡이면서 드론이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예비 계획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거야." 황제가 위험에 처해 있는 이 때 설명할 시간 같은 건 없었다.
카이토는 지붕을 가로질러 뛰어갔고, 계속해서 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그와 적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고 했다. 테제렛은 황제에게 너무나도 집중하고 있었기에 타미요가 그의 위에서 날면서 두루머리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카이토는 간절히 싸움을 바라고 있었다. 그는 근처 정원에 놓여 있는 석등을 한번 보고는 정신력을 써서 테제렛을 향해 날아가게 했다. 그 물체는 테제렛의 어깨에 부딪혔고, 그는 기왓장 위에서 크게 몸을 기우뚱했다. 그는 격노해서 몸을 돌렸고, 타미요를 먼저 발견했다.
그의 눈빛으로 보아, 그가 그녀의 노출된 손 위로 현실 칩이 보인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 틀림없었다.
타미요는 자신의 두루마리를 읽을 틈이 없었다. 테제렛은 자신의 힘을 사용해 벽 반대편에 있는 모래 정원에서 선풍기를 불러들여 그녀에게 던졌다. 팔이 닿을 정도인 거리가 되었을 때 테제렛이 주먹을 쥐자, 그 장식물이 터졌다.
모래가 타미요의 눈에 박혔고, 그녀가 뒷걸음치자 두루마리는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카이토는 지붕 위로 뛰어올라 그들과 합류했지만 검을 빼어들지는 않았다. 모두가 미래주의적인 기술로 강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의 무기는 지금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카이토는 두 손을 앞으로 뻗어 지붕에서 기왓장들을 여러 장 뽑아, 쏟아지는 화살처럼 테제렛 쪽으로 날려보냈다. 타미요는 뒤쪽으로 날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정원에 떨어진 두루마리를 찾았다.
카이토는 테제렛이 회복하기 전에 그에게 달려들어, 다리를 크게 휘둘러 테제렛의 턱을 발로 후려쳤다. 다시 테제렛은 비틀거리면서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쥐었다.
카이토는 테제렛의 힘이 요동치면서 자신이 몸에 지니고 있는 모든 무기와 방어구를 끌어당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카이토의 고향인 카미가와였다. 그리고 그는 테제렛을 다시 만날 날만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바쳐 지붕들을 오르내리는 준비를 확실히 해왔다.
보복은 오히려 카이토를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의 마음은 테제렛보다도 훨씬 이 싸움에 준비되어 있었다.
카이토는 자신의 강화 장비 대부분을 털어내 그의 칼과 주머니 크기의 장치들이 폭우가 내리듯이 지붕 아래로 떨어트렸다. 이번 싸움에서는 그것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카이토의 주먹의 테제렛의 뺨을 강타했다. 그는 망설이지 않는 힘을 실어 테제렛을 지붕 너머로 밀어내면서 계속해서 주먹을 날렸다.
테제렛은 자신의 금속 팔을 들어올려 방어했다. 이번에는 카이토가 주먹을 휘두르자 테제렛이 그의 옷깃을 낚아채 그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들 사이에는 금속 주먹만이 남아 있었다.
"너와 나는 전에 이곳에서 만난 적이 있었지," 테제렛이 성내며 말했다. "그리고 그 일은 네게 좋게 끝나지 않았고."
"글쎄, 이런 말도 있지. 만약 처음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테제렛은 잠시 멈춰서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다가 입을 벌리고 고통에 겨운 울부짖음을 내뱉었다. 그는 카이토를 놓은 뒤 비틀거리며 지붕 가장자리로 물러났다. 그의 허벅지에는 제국의 상징이 새겨져 있는 금색 칼자루가 달린 단검이 반짝이고 있었다.
카이토는 사무라이와 반란군이 이끼 정원의 질서를 어지럽혀 놓은 안뜰을 내려다보았고, 그곳에서 에이코를 발견했다. 그녀의 곁에는 카이토의 드론이 공중에 떠 있었고, 똑같은 단검이 그녀의 한쪽 손에 들려 있었다.
그는 누이에게 간단한 손인사를 한 뒤 부상당한 다리에서 칼날을 막 빼낸 테제렛을 향해 몸을 돌렸다.
타미요가 공중에서 아래로 내려왔고, 마비 두루마리가 그녀의 앞에 펼쳐져 있었다. 테제렛은 순식간에 마치 돌이 된 것마냥 굳어 버렸다.
타미요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고, 강철과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국민에게 적절한 수용실을 준비하라고 알리십시오. 기술이 없는 곳으로 말입니다."
카이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벼운 발에게 이야기할게." 그가 돌아서서 가장 가까운 덩굴나무를 타고 기어내려갈 준비를 하려는 찰나, 테제렛의 냉혹한 목소리가 마지막 불씨가 폭발하는 것처럼 터져나왔다.
"나를 에이간조에 가둬둘 필요는 없다," 그가 부드럽고 느리게 말했다. "나는 이미 피렉시아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
카이토는 눈썹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고, 타미요의 손이 번쩍이면서 현실 칩이 살아나는 것을 공포에 질려 지켜보았다.
타미요는 테제렛에게 붙잡히는 것에도, 그것이 그녀의 이야기 마법으로부터 그녀를 단절시켜 놓게 되는 것에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휘청였고,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카이토가 그녀의 고통을 이해하기도 전에 테제렛이 앞으로 뛰쳐나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타미요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테제렛이 고함 소리와 함께 허공을 금속 팔로 내리치자 거칠고 들쭉날쭉한 선이 하늘을 갈랐다. 포탈은 테제렛의 키만큼 커지고 있었고 그를 보고 있는 카이토의 귀 속으로 전기가 빠직거리는 소리가 파고들었다.
테제렛은 닫히는 빛 안으로 타미요를 잡아당겼고, 그들 둘은 모두 지붕에서 사라졌다.
카이토는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듯이 눈을 깜빡이면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포탈은 쉬익 하는 금속성 마찰음과 함께 닫혀 버렸다.
타미요가 그리고 테제렛이 함께 사라진 것이었다.
리소나는 계산된 발걸음으로 원을 그리며 움직였고, 얼굴에 흥건한 땀에는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굴복하지 않겠어."
방랑자는 그녀와 박자를 맞췄다. "항복은 필요없다." 그녀의 목소리가 방 전체에 메아리쳤다.
바닥에는 리소나의 반란군들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그들이 사원에 들어왔을 때에는 이미 방랑자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지만, 리소나는 완고했고 그녀의 검술은 잔인하고 가차없었다. 제국민 대부분은 여기에 진땀을 흘렸을 터였다.
하지만 방랑자는 여느 제국민이 아니었다. 그리고 리소나와는 달리 그녀는 여러 차원에서 훈련을 해 왔다. 이제 적응하는 것은 방랑자가 가진 제2의 천성이었다.
리소나는 공중에서 검을 빙글 돌리면서, 다음 공격을 위한 기세를 올렸다.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을 터였다. 방랑자는 아주 오래 전에 칼로 리소나의 심장을 관통해서 이 싸움을 끝낼 수 있었지만 그녀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녀는 불필요한 유혈 사태를 원하지 않았고 단지 리소나가 이 필연성을 받아들이고 사형 집행을 피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항복하기에는 리소나의 눈이 너무나도 강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쿄다이의 겹겹이 쌓인 목소리가 방 반대편의 안개를 가로질러 전해졌다. 상황이 반대였다면 자네의 자비는 보답을 받지 못했을 것이네, 그녀는 방랑자의 정신을 통해 말을 했다. 그녀는 제국민과의 평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
리소나는 칼을 힘껏 휘둘렀고, 방랑자는 그들이 서로 상상하고 있던 가상의 전장 반대편 끝자락에서 위치를 맞바꾸며 여유롭게 그것을 피했다. 지쳐서 숨을 헐떡이면서도, 리소나는 그녀의 칼자루를 더 세게 쥘 뿐이었다.
방랑자의 입이 씰룩거렸다. 그녀는 리소나의 비틀거리는 걸음걸이와 검의 무게로 인해 어깨가 처지는 모습에 집중하고 있었다.
리소나는 지쳐 있었다. 그리고 방랑자는 더 이상 그녀를 모욕하고 싶지 않았다.
방랑자는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칼을 놓아라. 네가 이렇게 죽을 필요는 없다."
"넌 10년이 넘게 네 국민들을 내버려 뒀어," 리소나가 씩씩댔다. "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무 것도 몰라."
방랑자는 내색하려 하지 않았지만 리소나의 말은 얼음으로 만든 송곳처럼 그녀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떠난 것은 결코 내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었다."
"상관없어," 리소나가 맞받아쳤다. "넌 사라졌고 필멸자와 신령 세계의 합병을 감독하는 데에는 약해진 카미만을, 널 대신해 이곳을 통치하는 데에는 설교를 늘어놓기만 하고 권력에 굶주려 있는 궁정을 남겨놓았지. 제국민들은 항상 너무 많은 통제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네가 실종되면서 카미가와에 불안정이 퍼져나갔지. 네게 쿄다이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진정한 지도자를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믿음이라고. 그리고 사람들은 오래 전에 네가 돌아올 것이란 믿음을 잃었지. 그들은 널 예전처럼 보지 않을 거다."
"너는 궁전을 습격해서 수십 명을 살해했다." 방랑자의 목소리는 강철과도 같았다. "그런 짓을 한 후에 회복될 수 있는 믿음은 아무 것도 없다."
"아마도 그렇겠지," 리소나가 거칠게 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황제가 머무르게 하는 것보다는 아예 없는 게 훨씬 나아." 그녀는 방랑자의 검에 맞서 자신의 검을 치켜들었다. "시작한 건 끝내야 하겠지."
리소나는 달려들었다. 바로 그 때 무언가가 방을 가로질러 날아와 그녀의 머리에 부딪혔고,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방랑자가 축 늘어진 리소나 옆에 놓여 있는 돌을 보고 눈을 깜빡인 뒤 몸을 돌리자, 얼마 떨어진 곳에 카이토가 서 있었다. "지금—지금 아사리 반란군의 수장에게 돌멩이를 던진 겐가?"
카이토는 얼굴을 붉히며 어깨를 으쓱했다. "들어오는 길에 정원에서 발견했어. 연막탄이 떨어졌거든.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오늘 겪은 일을 생각해봤을 때 금속으로 된 걸 사용하는 게 그리 편하지가 않아서 말이야."
방랑자의 표정은 경악에서 흥미로움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그녀가 웃었을 때에는 그 경쾌한 소리가 마치 너무 오랫동안 갇혀있었다는 것처럼 그녀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반란군이 패배했다는 것에 대한 증명으로 리소나가 구속된 채로 바깥으로 끌려나가자, 전투는 빠르게 끝났다. 도망친 자와 항복한 자들 사이에서 제국의 사무라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배반자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카이토는 사원의 창문에 서서 아래에 있는 지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멀리서 에이코가 명령을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위기 속 상황에서도 황실의 삶이 어울렸다.
"모든 것이 잘 통제되고 있는 것 같네," 카이토가 중얼거렸다. "질서가 다시 회복되었으니 기쁘겠군." 그는 황제가 여전히 승리의 안도감을 느끼고 있는 모습을 보기를 기대하면서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황제는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린 채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의 불꽃이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현실 칩 없이는
카이토는 방 한가운데로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타미요가 칩을 가지고 있어." 그의 배 속은 지금이라도 증발해 없어져 버릴 것 같았다. "테—테제렛이 어디로 그녀를 데려갔는지 모르겠어." 뭘 해야 도움이 될 지를 모르겠어, 그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황제는 고개를 저으면서 그의 팔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내게는 시간이 많지 않네."
카이토의 눈이 따끔거렸다. "뭔가가 남아 있을 거야. 연구실에 가면 널 이곳에 머무르게 해 줄 수 있는 연구 같은 게 있을 거야."
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익숙한 통증이 목구멍을 조이는 것을 느꼈다.
죄책감이 물밀듯이 밀려들면서 결코 사그라들 기색이 없는 해일이 되어 그를 덮쳤다.
카이토는 이를 악물고 이마를 문질렀다. 그의 인생에서 두 번째로 그녀를 보호하는 데 실패한 것이었다. "미안해."
그녀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자네 잘못이 아니야, 카이토. 그랬던 적은 한 번도 없다네. 그리고 미안해할 것도 아무 것도 없네. 자네는 내가 알던 자들 중 가장 충직한 친구였어. 자네에게는 감사하고 있네."
쿄다이의 목소리에는 혼란과 슬픔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녀가 몸을 흔들자 그림자가 그녀의 아래에서 춤을 췄고 그녀는 마루 바로 위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이마에 있는 검은 구체가 빛이 꺼지기 시작하는 것처럼 깜빡거렸다.
황제는 카미를 바라보았고 카이토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생각으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무슨 말이 오갔던 간에 황제에게는 주저하는 기색이 없었고, 이는 쿄다이가 거세게 항의하며 통곡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카이토는 황제의 몸짓에서 끝이 다가왔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마침내 카미가 고개를 숙였다.
황제는 안간힘을 쓰면서 다시 몸을 일으킨 뒤, 여전히 갈비뼈를 움켜쥔 채로 카이토를 바라보았다. "가벼운 발을 찾게. 그리고 서두르게."
카이토는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됐다. 가벼운 발과 에이코는 이미 황제를 찾기 위해 사원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짤막한 문장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그는 그들에게 카미가와의 황제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쿄다이가 마치 신비로운 수호자처럼 황제의 머리 위를 지키고 서 있는 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위대한 카미와 황제 사이의 유대감은 언제나 강했다. 바로 그 유대감이 황제가 마지막 순간 동안 에이간조에 머무르게 해 준 유일한 이유였을 것이다.
"가벼운 발," 황제는 그렇게 말하면서 참모에게 가까이 오라는 듯이 손을 들어올렸다.
가벼운 발은 허리까지 고개를 숙인 채로 빠르게 움직였다. "말씀하십시오.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황제는 고개를 쳐들었다. "내가 없는 동안 카미가와를 다스릴 사람이 필요하네. 쿄다이와 내 백성들이 진실하고 정당한 권위를 우러러볼 누군가가 필요하지.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땅을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카미가와에는 황제가 필요하네."
가벼운 발은 눈을 깜빡이지도, 숨을 들이쉬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수 천년 동안 고대 숲의 석조 유물들이 서 있던 것마냥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가벼운 발의 두 눈이 가볍게 흔들렸다. "설마 제가
"쿄다이가 축복을 해 주었고 나도 마찬가지네,"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나의 대리인이 되어 내가 다스릴 수 없는 동안 카미가와를 다스리게 될 것이야."
그때 가벼운 발이 무릎을 꿇은 뒤 이마를 땅에 가져다 댔다. 엄청난 존경의 표시였다. "그 명을 받을어 돌아오실 때까지 매일 당신의 유산을 기리겠습니다."
황제는 움찔하면서 마치 카미가와와 자신을 연결해 주던 끈이 마침내 끊어진 것처럼 입을 벌렸다.
카이토는 자신의 마음속에 공포가 밀려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고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아직 작별인사를 말할 준비가 되저 있지 않았다.
황제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 기쁨이 서려 있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그녀가 할 수 있는 한 조금이나마 위로를 주려 했다. "카이토—" 그녀가 말을 꺼냈다.
하지만 카이토는 나머지 말을 듣지 못했다. 불꽃이 그녀를 사로잡았고, 황제는 다시 한 번 카미가와에서 사라졌다.
카이토는 자신의 심장이 산산조각나는 것 같았다. 에이코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쿄다이는 이별의 아픔으로 울부짖었다.
가벼운 발은 꼬리 일곱 개를 바닥에 내리깐 채로 황제가 남기고 간 빈 공간을 향해 계속 절을 했다. 마침내 그녀는 일어서서 카이토와 에이코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녀의 등 뒤에서 새로운 꼬리 하나가 생겨났다.
그리고 햇살이 그녀의 키츠네 모양을 비추는 것과 함께, 카이토와 그의 누이는 카미가와의 새로운 섭정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타메시의 시설에도 오타와라나 에이간조에도 진-기탁시아스의 흔적은 없었다. 카이토가 생각해낸 최선의 추측은 테제렛이 타미요를 데려간 후 포탈을 통해 그 또한 데려갔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고작 시체 하나를 회수하기 위해 이곳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였다. 이는 진-기탁시아스가 살아남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카이토는 타미요 또한 다차원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벌써 떠났을 줄 알았는데." 에이코의 목소리가 근처에서 들려 왔다.
카이토가 난간에서 손을 떼고 발코니 반대쪽을 바라보자 여동생이 전통 복장을 입고 서 있었다. "가족이 크게 승진한 일을 축하해주고 싶었지. 선임 참모라고 했던가?"
에이코는 눈을 굴렸다. "네가 이걸 우습게 생각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게 놀릴 필요는 없잖—"
"놀리는 거 아니야," 카이토가 정직하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 한 손을 올려놓았다. "난 네가 자랑스러워, 에이코. 진심으로."
"오." 그녀는 망설였다. "어—고마워."
카이토는 어깨 너머를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외벽도 거의 다시 재건된 것 같네."
에이코의 입장이 누이에서 왕실의 참모로 바뀌면서, 그녀의 목소리도 그에 걸맞게 한층 높아졌다. "아직도 치워야 할 게 많아. 반란군은 우리가 리소나를 포로로 붙잡은 일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지. 궁정 내부의 권력 구도도 조정되었고."
"쿠데타를 걱정하고 있는 거면 난 그런 데 개입하는 일에 좀 경험이 있거든. 던지기도 잘 하고," 카이토는 씩 웃으며 말했다.
"카이토," 에이코가 천천히 말했다. "네가 집에서 더 가까운 곳에 머무는 일을 고대하고는 있지만 황실의 구성원에게 돌을 던져도 되게 허가하지는 않겠어."
카이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이코는 카이토의 옆에 앉아서 구름을 올려다보았다. "머무르지 않을 생각이구나, 그렇지?"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너한테 약속을 했었지." 카이토는 그녀의 손을 잡고 힘을 주었다. "작별인사 없이는 떠나지 않겠다고."
그녀는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다시 황제 폐하를 찾아 나설 거야?"
카이토는 다른 차원에 대해 상상하고 있는 것마냥 그녀를 따라 구름을 올려다보았다. "맞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찾아야 하는 다른 사람이 있어."
그는 이미 타미요의 집에 다녀왔다. 그는 그녀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말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그녀를 다시 찾기 위해 모든 차원을 뒤지겠다고 말해 주어야 했다.
그는 그만큼 타미요에게 신세를 졌다. 그리고 만약 그녀가 여전히 현실 칩을 가지고 있다면, 황제를 추적하는 일이도 그것을 사용할 수 있을 지 몰랐다.
카이토가 집을 떠나기 전에 나시 또한 자신이 어른이 되자마자 타미요를 찾는 일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카이토는 그런 약속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고 있었기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나 나시가 다른 차원으로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한지 따위를 지적하지 않았다. 대신 카이토는 그에게 희망을 남겨주기 위해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네가 가려는 곳에 드론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카이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를 두 팔로 껴안았다. "그래," 그는 그녀의 머리칼에 대고 속삭였다. "하지만 다음에 우리가 만날 때에는 토와시에서 만나는 게 좋겠어. 카미가와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카레와 국수를 잔뜩 먹는 일이어야 하거든. 우선 순위라던가 뭐 그런 거지."
에이코는 웃음을 터뜨렸고 그가 손을 놓자 가볍게 그의 팔을 밀었다. 그녀는 웃음기를 거두며 말했다. "가기 전에 만나뵙고 가도록 해."
카이토는 목이 메이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가 누구를 말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는 며칠 동안 가벼운 발을 피해 다니고 있었다. "그녀가 참모였을 때에도 충분히 어색했어. 그런데 이제는 카미가와의 섭정이잖아." 카이토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도 우리는 화해를 할 운명이 아닐 지도 몰라."
"시도는 해 본다고 해 줘, 언젠가는." 에이코가 재촉했다.
카이토는 잠자코 선 채 손으로 목 뒤를 문질렀다. "널 위해서 말야? 언젠가는 약속할게." 그런 후 그는 손을 들어올렸다. "또 보자, 에이코."
그녀는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로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작별인사의 전부였다.
카이토는 그의 인생에서 두 번째로 돌아올 계획 없이 궁전을 떠났다. 그는 차원 이동을 숙달할 작정이었다. 그는 다차원 속에서 타미요를 찾아다닐 작정이었다.
그는 자신이 시작한 일을 끝내고 황제를 고향으로 데려올 작정이었다.
에필로그
"일어나라, 최초의 피렉시아 플레인즈워커. 너는 마지막이 아니리라."
진-기탁시아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타미요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는 일어나 앉아 주변의 모양들을 둘러보았다. 그녀가 연구실에서 깨어난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그것이
얼굴을 찌푸린 채 타미요는 주머니를 집어 들고 자신의 이야기 두루마리 중 하나를 꺼냈다. 그녀는 양피지를 응시하면서 그곳에 쓰여진 단어들이 금속 광택으로 번쩍이며 완전히 다른 언어로 변형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마치 평생 동안 읽어 온 것처럼 피렉시아의 글귀를 읽어내렸고, 그러면서 기이한 만족감이 자신을 뒤덮는 것을 느꼈다.
피렉시아는 그녀의 새로운 고향이었다. 그녀의 정신도 육체도 영혼도 그것의 일부분이었다.
타미요는 마치 기워붙이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의 팔에서 번쩍이고 있는 크롬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진-기탁시아스의 재건된 가슴 부분 만큼이나 새롭게 광택을 낸 상태였다.
그 괴물은 밝은 액체가 흐르는 케이블 같은 전선들을 살펴보면서 이빨을 맞부딪치며 근처로 다가왔다. 그것들은 타미요의 살갗에서 근처에 있는 기계로 이어져 있었다.
타미요는 그 괴물에게 감사함만을 느낄 뿐이었다. 그녀는 항상 그녀의 가족을 사랑했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터였다. 이제, 그녀는 그것과 똑같은 변함없는 충성심으로 피렉시아를 보호할 터였다.
수술용 유리 비커 중 하나에 테제렛의 모습이 비치자 진-기탁시아스는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턱을 치켜세우며 인사를 건넸다.
"최근 며칠 동안 네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괴물의 목소리에서 날카로움이 묻어나왔다.
테제렛은 은근한 비난을 일축하면서 금속 팔을 들어올렸다. 그것은 희미한 분홍색 에너지를 발하며 빛났다. "차원의 다리를 사용하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저는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불쾌하다는 듯이 타미요를 흘낏 쳐다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한쪽으로 젖혔다. 그가 짜증을 내며 숨기려고 했던 무언가가 그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당신은 저를 좋아하지 않는군요. 저는 당신의 진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피렉시아에 충성을 바치지 않는다면, 그녀는 그 이유를 알아낼 작정이었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는 방식에는 어딘가 취약함이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그의 손상된 몸 때문만은 아닐 터였다.
테제렛은 그의 불안을 무심함으로 대신하며 입을 다물었다. "너와 네 친구들은 피렉시아의 계획을 방해하려고 했다. 널 좋아해야 할 이유도 없고, 심지어 널 믿어야 할 이유도 없지."
그의 말에서 진실만이 느껴졌기에, 타미요는 자리에 앉아서 그녀가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철로 봉인되어 있는 두루마리 세 개를 잠깐 훑어보았다. 그녀는 항상 그것들이 너무 강력해서 큰 파괴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녀는 또한 만약 자신이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곳과 그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생긴다면 개입하겠다고도 맹세했다.
피렉시아는 이제 그녀의 가족이었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라면 그녀가 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
진-기탁시아스가 으르렁댔다. "이전에 살덩이였던 자에 대한 네 의심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험 대상은 자격이 있는 후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제 이 플레인즈워커를 믿는 것은 피렉시아를 믿는 것이다."
테제렛은 엄숙하게 눈을 깜빡였다.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당신이 최초의 피렉시아화된 플레인즈워커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엘레쉬 노른도 알고 계십니까?"
"그녀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졌고 그녀는 내 지능을 과소평가한 것에 대해 적절한 비난을 받았다." 진-기탁시아스는 금속으로 된 몸뚱이를 번쩍이면서 옆으로 물러났다. "작업에는 계속적인 진척이 있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연구. 더 많은 데이터. 진보.
타미요는 지식을 얻기 위해 다차원을 여행했다. 그리고 그게 피렉시아를 보호해 줄 방법이라면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방법으로든 도울 작정이었다.
그녀에게는 항상 가족이 먼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