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5: 바람 속의 속삭임
테페리는 피렉시아의 괴물을 카른의 작업대에 쾅 내리친 후 칼로 그것을 고정시켰다. 그 생물은 분노에 차 몸부림쳤고, 문어처럼 생긴 몸에서 검고 번들거리는 기름을 뿜으며 비명을 질렀다. 카른은 무표정하게 그것이 몸부림치는 것을 지켜보았다.
"내가 찾아낸 두 번째 파괴공작원이네." 테페리는 장군이자 병참장교의 역할을 하면서 부대를 관리했다—이는 수많은 종들이 동맹으로서 함께 행동하고 있는 새로운 연합에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것이 어떤 피해를 입혔습니까?" 카른이 물었다.
"저건 식품 상점에 있었지," 테페리가 말했다. "조이라가 그것들의 부패 여부를 확인하고 있고, 허가가 날 때까지는, 저녁식사는 물 건너갔다네. 부대가 그걸 어떻게 생각할지는 짐작할 수 있을 걸세."
카른은 유기적인 존재와 음식과의 관계를 추상적인 용어로만 이해했지만, 그는 조이라가 며칠 동안 굶는 것도 아니고 식사를 한 끼만이라도 걸렀을 때 그녀가 얼마나 화를 낼 수 있는지를 목격했었다. 그것을 더 큰 규모로 상상해 보면
"이것이 조이라의 진척상황을 방해하고 있습니까?" 그 생물은 우연히 식품 상점을 찾아낸 것일까? 아니면 스파이가 시올드레드에게 그 위치를 알려준 것일까? 카른은 스파이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었다. 자야, 조다, 그리고 아자니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카른은 그들이 도착하기만 하면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이라는 마나 장치의 조타실에 자폭 장치를 설치하는 데 몰두해 있었고, 이는 시올드레드의 군대가 집결하기 시작했기에 최우선 사항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시올드레드가 마나 장치를 차지하고 그것을 개조하는 일을 허락할 마음이 없었다. 그녀가 그렇게 하게 된다면, 그녀는 마법석을 만들어 그녀의 괴물 같은 창조물들에게 거의 파괴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는 트란 강철을 적용할 수 있게 될 터였다.
테페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설치가 되었네. 그녀는 지금 마나 장치의 동력원에 대포들을 연결하고 있지."
카른은 지금 자신의 눈 앞에 고정된 채로 꿈틀거리고 있는 괴물이 시올드레드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는 그것의 위에 한 손을 얹고, 칼날을 제거한 뒤, 그 생물을 도가니 안에 던져넣었다. 그것은 몸부림쳤고, 피가 끓어오르는 것과, 기름이 타오르는 것과, 살점이 익고 금속이 녹아내리는 것과 함께 쉭쉭대는 소리를 냈다.
"자네의 성배 작업은 어떤가?" 테페리는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가슴 갑옷 아래로 어깨를 집어넣었다. 버클이 느슨해져 있었지만, 아직 다 낫지 않은 부상 때문에 그는 손을 뻗어 그것을 조절할 수 없었다.
그 작업은 완료되어 있었다. 카른은 그것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큰 소리로 말하는 일이 망설여졌다. 카른이 찾아야 했던 것이 스파이가 아니라 마나 장치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스파이 장치였다면? 그는 앞으로 걸어가 테페리의 가슴 갑옷을 조여 주면서, 자신에게는 그런 장비가 필요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유기적인 존재들의 상반신이 자신들의 장기를 담는 거대한 그릇이 되는 것은 명백한 설계상의 결함이었다. "가만히 계십시오. 갑옷이 몸에 맞지 않아서 부상을 당하게 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자네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았기에 자네를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너무 쉬웠다네." 테페리는 고개를 숙였다. "카른,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내가 과거에 자네를 대한 방식에 대해 사과하네."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상부 갑판에서 경적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부대를 소집했다.
테페리는 달려나갔고, 카른은 그를 따라 상부 갑판으로 올라갔다. 조이라의 작업장은 이물 쪽에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카른은 마나 장치 전체를 살펴볼 수 있었다. 하부 갑판은 두 개의 반구가 마나 장치의 다리를 지탱하는 조립체에 의해 결합되어 있었고 마치 갈라진 지구본처럼 보였다. 카른의 시점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그것들이 사막의 붉은 바위에 부착되어 마나 장치를 절벽에 고정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멀리 있는 고물의 반구는 응급조치를 한 다리에 의해 시브 산맥과 연결되어 있었다. 양쪽 갑판 모두에 도시의 건물들이 솟아올라와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 있는 상부 갑판은 앞쪽 반구가 내려다보이는 돌출부에 위치한 조타실을 향해 위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고블린들과 비아시노들이 건물들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음식 노점들을 분해하고 공성 장비들을 꺼내 그것들과 바꿔 놓았다. 옆쪽으로 늘어뜨려진 마나 대포들은 아래쪽의 사막을 조준했다.
사막이 들끓었다. 마나 장치 아래에 있던 피렉시아인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그것은 마치 밝은 시브의 불빛을 반사하는 무지개빛 웅덩이를 생각나게 했다. 그것의 표면은 마치 고래가 수면을 박차고 나올 것 같은 바다처럼 부풀어올라, 물결치더니, 그 깊은 곳으로부터 거대한 괴물이 솟구쳐오르면서 부서져내렸다.
이것은 또다른 소규모 교전이 아니었다.
테페리가 고함을 쳤다, "대포의 상태는?"
"아직입니다!" 한 여성이 소리쳤다.
한 무리의 피렉시아인들이 마나 장치의 측면을 기어올랐다. 연합의 투사들이 사다리를 뒤로 밀치고, 갈고리를 잘랐으며, 뒤틀린 짐승들에게 창을 찔러넣었다.
고래처럼 거대한 피렉시아 드레드노트가 무리로부터 솟구쳐올랐고 카른은 여태껏 지네의 다리나 앞턱을 가진 고래를 본 적이 없었다. 번쩍이는 검은 몸통에서는 돌멩이들이 굴러 떨어졌고, 장갑판 사이사이에서는 마치 공기의 맛을 보기라도 하는 듯이 꿈틀거리는 작은 섬유들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것은 아래턱을 달그락거리면서 마나 장치 쪽으로 달려들었다.
"오 세상에," 테페리가 중얼거렸다. "드레드노트에게 조준해라! 흉곽을 노려라! 대포를 활성화시킬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라."
조이라가 하부 갑판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인간 기술자 두 명이 그녀의 뒤에 있었다. 그녀는 대포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마지막 연결을 확인했다. 그녀의 조수들은 대포 뒤에 앉아, 대포를 돌려서 대포가 드레드노트를 향하게 했다. 대포들은 힘을 축적했고, 타는 듯한 푸른 에너지가 그것들의 주둥이를 휘감았다.
조이라가 손을 휘둘렀다. "발사!"
대포는 파직거리는 폭탄을 발사해 피렉시아인의 흉곽을 강타했고, 그것의 금속을 까맣게 태우면서 피렉시아 군대 속으로 그것을 다시 밀쳐냈다. 그것의 장갑판 사이에서 푸른 에너지가 불타올랐다. 조이라는 손을 다시 휘둘렀고, 대포는 다시 한번 드레드노트를 향해 불을 뿜어 그것의 약해진 장갑판을 찢어발겼다. 그것은 자신의 부대 위로 쓰러져 내리면서 그것들을 짓뭉갰다.
"흠," 조이라가 말했다, "저건 효과가 있군."
마나 장치의 갑판을 따라 그림자가 지나갔다. 웨더라이트가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올랐고, 잠시 동안, 카른은 안도감을 느꼈지만 비아시노 무리에게 집중 포화를 쏟아내며 그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드는 것을 보기 전까지 만이었다.
"오 이런," 그가 중얼거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는 이전에는 배를 위장하는 역할을 맡았던 코일과 촉수들이 이제는 더 이상 미동도 하지 않는 비활성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심지어 그것의 조종석조차 딱딱한 껍질 같은 것으로 뒤덮인 상태로, 한때는 빛을 받아 반짝이던 유리창은 피와 고름이 말라붙어 가죽으로 코팅된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피렉시아인들이 웨더라이트도 완성해 버린 것이었다.
비행선은 낮게 급강하하면서 갑판 위에 뒤틀린 괴물들을 떨어뜨렸다. 어떤 것은 고양이처럼 작고, 어떤 것은 곰처럼 몸집이 크고 느릿느릿했으며, 완성된 인간들도 군데군데 섞여 있었다. 카른은 시올드레드가 조이라가 마나 장치에 자폭 장치를 설치하는 일을 완료하기 전에 자신들을 압도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피렉시아인들이 테페리와 비아시노들을 후방에서 공격한다면, 대포는 무방비하게 노출될 터였다.
카른은 대처하기 위해서 이동했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실루엣을 가진 인간형 피렉시아인이 웨더라이트의 갑판에서 마나 장치로 뛰어내렸다. 그는 두 배로 늘어난 팔을 벌린 채로 카른을 향해 걸어갔다. 금속 가시들이 늘어서 있는 창백한 머리칼은 뒤로 넘겨져 있었고, 그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름은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카른을 쳐다보면서 입을 벌리고 씩 웃었다. "오랜만이군, 옛 친구여."
그럴 리 없었지만 그것은 에르타이였다.
카른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었다. 피렉시아인들이 수백 년이 지난 이후에 그를 되살리기 위해 사용한 모든 기술들은 그를 그답게 만들어준 것들을 온전히 남겨 두고 있었다. 그가 어깨를 세우는 방법,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카른을 바라보는 방법, 그가 자신의 손을 푸는 방법 같은 버릇들은 예전과 똑같이 남아 있었다.
머리 위 높은 곳에서, 하늘의 검은 점들이 다가오면서 용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용들은 완성된 웨더라이트를 향해 급강하했다. 비행선은 간신히 불덩어리들을 피해 선회하면서 용들과 교전하기 위해 고도를 높였다. 다리가즈는 웨더라이트의 선체를 들이받았고, 비행선에 달라붙은 채로 그것이 하늘 위에서 뒹굴게 했다. 그는 뒷발톱으로 웨더라이트에 늘어져 있는 전선들을 마치 고양이가 토끼의 내장을 걷어내는 것처럼 긁어냈다.
카른은 에르타이를 마주했다.
에르타이는 조롱하는 듯한 환영의 표시로 두 배로 늘어난 두 팔을 들어올렸다. "웨더라이트가 날 죽게 놔두고 떠난 이후로 오랜만이로군. 다들 날 위해서 돌아올 수도 있었어.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 그리고 이제는 누가 그걸 조종하고 있는 지 봐. 운명이 얄궂다고 해야겠군."
"운명이 아니다," 카른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녀가 설계한 것이다."
"그녀는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할 지도 몰라, 카른," 에르타이가 말했다, "하지만 난 진실을 알고 있지. 만들어진 것은 무엇이든 분해될 수도 있다고 말이야."
에르타이는 미소를 지으며 네 손으로 이중 곡선을 그려, 먼지가 자욱한 허공에 빛나는 마법을 새겨넣었다. 카른은 그에게 다가갔고, 에르타이는 자신의 손목을 휙 튕겨 칼을 던지는 것보다도 더 빠르게 주문을 쏘아냈다. 명멸하는 빛이 카른에게 적중했다. 카른은 그 주문이 자신에게 부여해 둔 보호진에 의해 거부되어 자신의 몸으로부터 튕겨나가리라고 예상했지만, 대신에 그는 마치 자신이 녹슬어서 굳어 버린 것처럼, 관절들이 갑자기 기능하지 않게 되는 것을 느꼈다.
"난 부활하는 동안에 이 일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가졌지," 에르타이가 말했다. "계획을 세우고, 나 자신을 재설계해서
"무슨—짓을—한—거지?" 카른이 삐걱거리면서 말했다.
에르타이는 자신의 두 팔을 벌려, 카른이 마치 민들레 솜털 한 조각만큼의 무게도 되지 않는다는 듯이 그를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그 움켜쥠이 강해지면서 그를 쥐어짰다. 카른이 폐로 숨을 쉬는 존재였다면 그는 기절했을 터였다. 그는 그에 대항하며 이를 악물었지만, 그것은 자신의 장갑판에서 뿜어져나와 그의 전신을 따라 흐르는 고통에 조금의 위안도 되지 않았다. 그의 금속 몸체가 압력을 받아 우그러지면서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에르타이는 천천히 손을 펼쳤다. 그는 주먹의 손가락을 하나씩 펼쳤지만, 카른을 놓아 주지는 않았다.
"아무도 널 몰라보게 될 거다," 에르타이가 말했다. "아름답고, 새로워지겠지."
카른의 몸 위로 서리가 피어올라, 그의 금속을 덮는 하얀 막이 되었다. 그는 냉각되었다. 그는 금속이 수축되면서 시브 사막의 열기와 마법적인 얼음 사이의 온도 차이에 의해 압력을 받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에르타이는 네 손을 비틀어 쥐어짜는 듯한 행동을 한 다음 팔을 양쪽으로 벌렸다. 에르타이가 카른의 사지를 몸에서 떼어놓으려 하자 압축하려던 힘이 이제는 늘리려는 힘으로 바뀌었다. 그는 마치 잔인한 아이가 곤충을 고문하는 것처럼 카른의 사지를 하나씩 떼어 놓으려 하고 있었다. 카른의 관절들이 압력을 받아 삐걱거렸다. 카른의 어깨와 무릎에 있는 금속들이 부러지면서, 관절들이 구부러지고 엉망이 되었다.
죽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카른은 그것이 자신에게 현실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죽음은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었고, 그가 어쩔 수 없이 살아남게 된 것은 비극이며, 그는 항상 자신은 다시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에르타이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마나 장치는 압도당하고 있었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에르타이는 히죽거렸고 압력은 더욱 강해졌다.
그는 자신이 곧 죽는 다면, 먼저 성배를 보호해야 했다. 카른은 공허한 우주로, 그 마법으로 웅웅대는 소리에 정신을 뻗어, 그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물질의 입자들을 끌어냈다. 그는 멀리 조이라의 작업장에 있는 성배를 시각화했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물질을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잘 해내기를 바라면서 억지로 그것을 만들어냈다. 그는 에테르에서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밀도가 높은 탄소 필라멘트를 자아내 그것으로 티타늄제 잠금창치에 들어 있는 성배를 감쌌다. 그는 잠금장치 주위에 그 필라멘트를 엮어 그것을 관통할 수 없는 덩어리로 만들어냈다. 이 정도 거리에서 그것을 해내기에는 엄청난 의지가 필요했다. 그는 몸이 뒤틀려가는 감각보다는 그것을 창조하는 행동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굴착기가 돌을 부수는 듯한 굉음 같은 포효 소리가 들려 왔다.
황금 상선이 시브의 붉은 산맥을 휩쓸고 돌멩이들을 이리저리 흩날리면서 마나 장치에 가까이 다가왔다.
아자니가 상선의 갑판에서 뛰어내려 에르타이의 등 뒤에 착지했다. 그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등 뒤에서 양날 도끼를 꺼내 그것을 에르타이에게 휘둘렀다. 피렉시아인 마도사는 집중력을 잃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그리고 비명 소리와 함께 마나 장치 한켠으로 발을 헛디디며 떨어져내렸다.
카른을 붙들고 있던 마법이 느슨해졌고, 그는 두 발로 내려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무릎이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쓰러졌다. 일어서 있기에는 너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아자니는 이빨을 드러내고 그의 도끼를 아래로 낮게 휘둘러 인사를 했다. "자네의 편에서 싸우기 위해 돌아왔네, 내 친구여."
카른은 강한 압력을 받아 삐걱거리는 몸으로 고개를 약간 숙였다. 그는 그만큼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기뻤다. 그는 더이상 전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기쁘군요. 우리는 조이라의 작업장을 방어해야만 합니다."
"그녀의 작업장을?" 아자니가 물었다. "조타실은 어쩌고?"
"조이라가 막아낼 수 있습니다." 카른은 싸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높은 곳에서 갑판들이 내려다보이는 조타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성배. 성배가 그녀의 작업장에 있습니다."
아자니는 그에 대답하듯이 야만적인 울음 소리를 내면서 몸을 돌려 피렉시아인들을 때려눕혔다.
황금 상선이 마나 장치에 가까이 다가오는 것과 함께 갈고리들을 발사했다. 여전히 벽면을 기어오르고 있던 피렉시아인들은 마나 장치의 고물 부분에 자리를 잡는 황금 상선에 끼어 으스러졌다. 상선의 선원들이 판자를 던져 빈 틈을 메웠고, 자야가 돌격을 주도했으며, 가문의 색을 두른 다니사 카파셴과 자신의 민족의 전투함성을 내지르는 라다가 그 뒤를 따랐다. 켈드의 전사들과 베날리아의 기사들이 상선에서 마나 장치의 갑판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거대한 칼날로 피렉시아인들을 공격했고 그 생물들은 자잘한 부품으로 쪼갰다.
자야는 화염의 장막을 불러내 갑판 주위를 둘러, 피렉시아인들을 상선과 그녀의 부대에게로 유도했다. "카른! 네 초차원 괴수들은 어떻게 요리해 줄까?"
"저는 영양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카른이 말했다.
그녀는 눈을 굴리며 불길로 호를 그렸다. "살아 생전에 인정을 제대로 받는 법이 없다니까." 진홍빛 불길이 그녀의 주위를 칼날처럼 빙빙 돌면서 피렉시아 괴물들을 썰어냈다. 그녀가 손을 들어올려 손가락을 힘주어 구부리자, 그녀의 주위에 전기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굉음과 함께, 번개가 줄줄이 늘어선 적들을 관통했다. 당연히도, 카른은 이것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녀가 다음에 그를 향해 돌아섰을 때, 그녀는 씩 하고 웃었다. "왜? 나도 신기술을 좀 배웠지."
그들의 뒤, 마나 장치의 가장자리 너머에서, 윤기나는 청록색을 띤 거대한 형상이 사막의 모래 속 깊은 곳으로부터 솟구쳐올랐다. 저 얼굴, 저 갈라진 뿔의 모습, 카른은 그것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시올드레드였고, 그녀는 이제 도미나리아에서 벌어졌던 고대 전쟁의 악몽과도 같았던 자동기계 중 하나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인간형 몸통 부분이 마나 장치와 비슷한 높이에 위치하게 해 주었다.
"카른." 시올드레드가 이야기하자, 그녀의 전신이 공명하면서 묘한 화음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가 전장을 가득 채웠다. "네가 내 성배를 가지고 있구나."
시올드레드를 끌어내기 위해 성배를 이용하겠다던 카른의 계획은 효과가 있었다.
"자야, 작업장으로 가서 성배를 확보하게," 아자니가 말했다. "그것을 이곳에서 탈출시켜야만 하네."
자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의 퇴로를 화염으로 덮으면서 작업장으로 후퇴했다. 아자니와 테페리는 둘 다 출입구의 측면을 지키고 섰다.
시올드레드는 그녀의 수많은 다리로 걷는다기보단 자신의 군대 속에서 헤엄을 치는 것처럼 앞으로 전진했고, 그러면서 괴물들을 그녀의 몸으로 끌어들여 흡수해 자신에게 동화시켰다. 그녀는 마나 장치의 옆쪽으로 다가왔다. 대포 사격이 그녀의 무쇠 껍질에 빗발치듯이 쏟아졌지만, 그녀의 몸체를 타고 미끄러졌다. 그녀는 아무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녀는 마나 장치의 구획들을 연결하고 있는 관절 부분을 노리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시올드레드는 자신의 용 엔진 몸통에 있는 아래턱을 활짝 열연 채로, 마나 장치의 이물 구획에 마치 공성추처럼 그녀의 가슴을 들이박았다. 쿵 하는 소리가 마나 장치에 울려퍼졌다. 선체에서는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혀 갈려 나갔고, 진동이 마나 장치 전체를 훑고 지나갔다. 그녀는 피렉시아 군대를 향해 자신의 다리들을 뻗었다. 군대가 그녀에게 몰려드는 것과 함께 그녀의 몸부림치는 전선들은 그녀의 몸 안으로 다시 들어갔고, 군대는 그녀의 다리들을 사다리 삼아 그녀의 용 엔진 몸체에 올라탄 뒤 이를 마나 장치의 상부 갑판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처럼 이용했다.
카른은 작업장의 문 앞에 웅크리고 앉았다. 왜 자야는 아직까지 성배를 가지고 차원 이동을 해서 이곳을 떠나지 않은 것일까? 카른의 손상된 손가락들은 너무나도 휘어져서 주먹을 쥘 수 없었기에, 그는 자신의 뒤에서 플레인즈워커 두 명이 싸우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두 손바닥으로 피렉시아인을 짓뭉갰다. 그는 아자니와 테페리를 가능한 한 보호해야 했다. 그는 테페리가 싸우는 방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는 플레인즈워커로써의 결단력뿐만 아니라 아버지로써의 결단력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딸의 차원과 자신의 차원을 구하겠다고 결심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카른이 인간과 말, 그리고 오징어를 합쳐 놓은 것 같은 괴물을 한켠으로 던져버렸을 때애도, 그는 아자니 또한 의식하고 있었다. 그는 아자니의 도끼 공격을 피하기 위해 충분히 거리를 벌리고 앞쪽에 머물러야 했다. 아자니는 그 쌍두도끼를 휘두르며 금속과 살점을 아주 부드럽게 쓸어낼 수 있었고, 이 덕분에 피렉시아인들은 자신들의 몸이 분리되기 전에 정확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아채기까지 잠시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피렉시아 군대의 후방에서 드레드노트 두 개가 더 증원군으로 나타났지만, 카른의 생각에 그들에게는 증원군이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금속 장갑판이 케이블, 꿈틀거리는 내장, 그리고 살점을 덮고 있었고, 그 위에는 사람 셋은 족히 관통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가시가 달려 있었다. 드레드노트들은 거대한 다리를 움직이며 느릿느릿 앞으로 전진했다.
"이런 세상에
"우리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 지 모르겠군," 아자니가 말했다.
지평선 위로, 그림자가 짙어졌다. 그것은 갑자기 우뚝 솟아난 녹색의 줄이었다. 카른에게 그것은 거의 숲의 가장자리인 것처럼 보였다.
높은 곳에서, 다리가즈는 용들을 이끌고 몸을 휙 돌려 드레드노트들을 향해 급강하했다. 다리가즈는 자신의 몸을 그것들 중 하나에 부딪힌 뒤 그것과 몸싸움을 하며 그것의 장갑판을 하나씩 뜯어 내기 시작했다. 웨더라이트는 이를 추격하기 위해 선회했고, 박쥐처럼 생긴 돛은 시브의 바람에도 민첩하게 움직였으며, 역겨울 정도로 초록색 빛을 발하는 광선이 계속해서 용들을 괴롭혔다.
마나 장치가 진동하더니, 쿵쿵대는 소리가 났다. 카른은 자신의 핵에 들어 있는 심장석이 마치 호출과 응답처럼 그것에 대응해 이중주를 시작하듯이 웅웅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이라가 그녀의 작업을 마무리하고 마나 장치를 깨운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느리게, 그리고 방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섰다.
갑판에 있던 모든 사람들과 심지어 피렉시아인들조차도 균형을 되찾기 위해 싸움을 멈춘 채로, 마나 장치가 일어서는 동작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카른은 자신의 몸체가 갑판 쪽으로 더 강하게 눌려지는 것을, 깨끗하고 뜨거운 기류가 자신의 손상된 관절들 사이를 지나가며 삐걱대는 소리를 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그의 움푹 패인 금속 장갑판을 아프게 했다. 마나 장치와 사막을 연결해 주고 있던 다리의 잔해가 찢겨나갔다. 시올드레드의 아래턱이 마나 장치의 벽을 긁으며 내려갔고, 카른은 그녀가 마나 장치를 더이상 붙들고 있지 않게 되자 구조물 전체가 휘청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나 장치는 자유로워졌다.
시올드레드는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넘어졌다.
마나 장치는 바위가 많은 사막의 풍경을 따라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것은 우아하지는 않지만 효율적이었고, 균형이 잘 잡혀 있었으며, 그 아래에 있는 피렉시아인들을 짓뭉개고 있었다. 그것은 걸어가면서 바위들을 들어올려 들끓고 있는 피렉시아 군대 위로 녹아내린 용암을 흩뿌렸다. 카른은 세부적인 것들을 볼 수 없었지만, 결과는 볼 수 있었다. 타오르면서 비명을 지르는 군중들은 쪼그라들기 시작하더니 곧 녹아내린 바위의 두꺼운 파도 속으로 잠겨들어갔다.
피렉시아 군대는 후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른이 지평선에서 보았던 검은 구름은 이제 나뭇잎과 나무의 모습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수많은 마그니고스들의 대열이 줄지어 앞으로 전진하면서, 자신들의 시원한 그림자와 우거진 나뭇잎으로 시브의 사막을 어둡게 뒤덮었다. 마나 장치의 용암이 피렉시아인들을 마그니고스들의 가지 아래로 몰아넣었다. 마그니고스들이 그것들을 공격했다. 그리고 야비마야 엘프들은 마그니고스의 수족인 것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아래쪽에 있는 괴물들에게 화살의 비를 퍼부었다.
날아온 카부가 갑판 위에 미끄러지듯이 내려앉았고, 조다가 그것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창백한 피부와 뺨을 가로지르는 얼룩이 있는 엘프가 그의 뒤를 따라 굴러떨어졌다. 메리아였다. 조다가 그에게 그녀에 대해 말해 준 적이 있었다. "플레인즈워커들이 아주 많네요," 그녀가 말했다. "여러분과 함께 싸우게 되어 영광이에요. 그리고 마나 장치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네요!"
갑판 여기저기에서 더 많은 카부들이 떨어져내렸고, 그것들의 등 위에는 야비마야 엘프들이 타고 있었다. 야비마야 엘프들이 피렉시아인들에게 돌격하면서 그것들을 창으로 꿰뚫었고 포위되어 있던 수비병들을 풀어주자 전투에 다시 불이 붙었다. 조다는 불타오르는 하얀 빛을 불러내 그것으로 만든 보호막으로 대포와 조종사들을 둘러싸, 그들이 무기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게 해 주었다. 대포들이 더 큰 피렉시아인들을 향해 발사되어, 마나 장치의 방어선을 돌파하기 전에 그것들을 쓰러뜨렸다. 메리아는 라다와 다니사에게 합류해, 야비마야의 궁수들이 베날이아와 켈드의 전사들 뒤에서 전열을 가다듬도록 그녀의 군대를 조율했다. 화살의 물결이 켈드인과 베날리아인들의 머리 위로 호를 그리며 날아가, 다가오는 괴물들에게 박혔다.
"우리는
그의 목소리의 어조로 보아, 그는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것은 카른도 마찬가지였다.
자야가 조이라의 작업장에서 모습을 드러내, 테페리와 아자니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걸어나왔다. 그녀는 카른이 성배 주변을 감싸기 위해 만든 티타늄 덩어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힘들게 그것을 옮겼다. 카른은 그 정도의 크기와 무게를 가진 물체를 인간이 옮기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난 혼자서 이걸 공허한 우주로 가지고 갈 수 없어," 자야가 인정했다. "이건 내가 가지고 차원 이동을 하기에 너무 무거워."
카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구부러진 손을 상자 위로 올려, 내용물을 보호하고 있는 금속 코팅을 벗겨냈다. 그런 뒤 그가 다시 손을 흔들자, 자물쇠가 없는 상자가 열렸다. 상자 안에서 성배가 빛나고 있었다. 그것만이라면 자야가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울 터였다.
"마침내." 아자니의 목소리는 일그러져 있는 것처럼 들렸고, 그것은 피에 굶주린 신음 소리가 아니라, 마치
카른은 자신의 친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자니는 고통에 차 얼굴을 찡그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그는 귀를 납작하게 눕히고 성한 쪽 눈을 꼭 감았다. 털가죽 아래에서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있는 것처럼, 그의 피부가 꿈틀거렸다.
자야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소리를 냈다. 테페리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아니, 아자니가 그럴 수는—
아자니의 성한 눈이 공포로 휘둥그래졌다. 그는 부인하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아니, 아니, 안돼라고 말하려는 듯이 입을 우물거렸고, 피부 아래에 있는 피렉시아의 전선들을 저지해서 그것들이 나타나지 못하게 할 수 있기라도 하다는 듯이 자신의 팔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의 근육과 털가죽을 찢어발기면서, 그의 살가죽 아래에 설치되어 있던 매끈하고 촘촘한 피렉시아의 근육 조직을 드러냈다.
아자니는 완성되어 있었다. 그가 스파이였고, 배신자였다. 그가 그들을 배신해 시올드레드에게 넘긴 것이었다.
자야는 성배를 보호하려는 듯이 자신의 가슴팍에 끌어안았다. 여전히 망연자실한 채로, 그녀는 작업장 쪽으로 후퇴하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불길이 그녀 주위에서 피어올라 그녀를 감쌌다. 이 동작이 아자니의 반응을 유도한 것 같았다. 그는 도끼를 휘둘러 그것을 그녀의 몸 안으로 찔러넣었다. 자야의 등이 꺾였고, 고통으로 입을 벌렸다. 그녀는 쓰러졌다.
테페리가 두 손을 들어올려, 그의 마법으로 아자니의 공격을 늦췄다. 카른은 레오닌에게 달려들어 자야의 앞을 막아서면서, 누군가가, 아무나가 축 늘어진 그녀의 몸에 치유 주문을 걸어 줄 수 있기를 바랬다. 아자니는 카른의 상체에 도끼를 휘둘렀다. 카른은 칼날이 자신의 금속 몸체를 타고 미끄러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마치 그 또한 고기와 마찬가지인 것처럼 그를 깊이 파고들었다. 상처로부터 고통이 퍼져나왔다. 카른은 도끼의 손잡이를 잡고 그것을 비틀어 빼내려 했지만, 칼날이 그의 몸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아자니는 힘들이지 않고 그를 지나쳐 갔고, 테페리 또한 너무나도 지쳐서 더이상 그의 속도를 늦추지 못했다.
"시올드레드께서 네 힘을 잘 계산하셨다." 아자니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적인 목소리는 그가 평소에 으르렁거리던 소리와는 전혀 다르게 들렸다. "성배와 카른, 속삭이는 자께서 도미나리아에서 손에 넣고자 했던 유물 중 두 가지지."
"그러기—전에," 자야가 가쁜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날—먼저—죽여야—할—"
"그래," 아자니가 한 손으로 그녀를 들어올리며 무심하게 말했다. "너는 곧 죽는다."
자야는 기침을 했다. "아마도. 하지만 혼자서 죽지는 않아." 자야의 몸이 불로 뒤덮이면서 백색과 진홍색 불길이 치솟았다. 아자니는 털가죽이 불타 피부 아래의 검게 그을린 전선과 케이블들을 드러낸 채로 으르렁거리면서 뒤로 물러났고, 그을린 기름의 악취가 공기를 가득 채웠다. 그는 불탄 손을 내밀어 자야를 마나 장치 바깥으로 내던졌다.
테페리가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조다는 맥없이 소리질렀다.
카른은 아자니의 도끼를 자신의 몸에서 빼내려 했지만, 그의 손상된 관절들은 압력을 받아 휘어질 뿐이었고 칼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성배는 그의 바로 앞에 있었다. 그는 그녀의 복수를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아자니의 말이 옳았다. 시올드레드는 그의 힘을 완벽하게 계산했다. 아마도 그는 코일로스의 동굴에서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내 준 것일 수도 있었다. 아자니는 우정을 표현하는 척하면서 카른에게 팔을 두르고, 카른을 들쳐멨다. 다른 한 손으로, 그는 성배를 들어올렸다. 그리고서는 마치 그 고대 유물이 종이로 만들어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것을 손으로 우그러뜨려 버렸다. 카른은 그 장치에 새겨져 있던 정교한 룬들이 짧게 반짝였다가 빛을 잃는 모습을 공포에 질려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시올드레드가 마나 장치에 몸을 부딪히면서 자신과 산 사이에 마나 장치를 끼워넣어 그것의 이동을 멈췄고, 그 충격은 거대한 유물의 선체 전체를 덜컹거리게 만들었다. 피렉시아인들이 산허리에서 갑판 위로 몰아닥치면서 다시 한번 전세가 역전되었다. 베날리아인, 켈드인, 야비마야 엘프, 고블린, 인간, 그리고 비아시노들은 힘든 압박을 견뎌내며 싸웠다.
카른은 아자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조다와 테페리는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이 모든 일이 몇 초 사이에 일어났다.
시올드레드의 작은 인간형 상반신이 거대한 용 엔진의 숙주 몸체에서 떨어져 나와, 그녀가 더 큰 숙주 몸체에 자신을 삽입하기 위해 사용한 뱀 같은 척추를 드러냈다. 그녀의 인간형 부분이 자신의 거대한 몸통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마나 장치의 갑판으로 뛰어내렸다. 그녀는 플레인즈워커들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뿔 달린 헬멧은 뒤로 접혀 있었다. 그것은 카른이 예상했던 선혈과 금속이 아니라 오히려 창백판 피부를 드러내 주고 있었다. 시올드레드는 고운 코와 풍만한 입술, 그리고 마치 사슴의 눈망울 같이 슬퍼 보이는 크고 검은 눈을 드러냈다.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오래 전에 죽은 어떤 불쌍한 여성으로부터 수확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작고 창백한 손 하나를 카른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나는 마나 장치를 가졌다. 나는 너를 가졌다. 도미나리아는 침략에 취약하다. 내 백성의 모든 경이로움이 너희의 경이로움이 될 것이다. 우리의 모든 아름다움이 너희의 아름다움이 될 것이다. 진실은 하나뿐이다. 진화의 다음 단계는 완성이 될 것이다."
전장 곳곳에서, 피렉시아인들이 중얼거렸다, "진실은 하나뿐이다." 피렉시아인들로부터 들려 오는 중얼거리는 소리는 일그러진 입을 드나드는 바람보다 부드러웠고, 훨씬 더 섬뜩했다.
"카른, 네 노력 덕분에 내가 계획한 대로는 되지 않았지." 그녀는 카른의 목 언저리에 있는, 점술 장치, 위치추적기, 그리고 그가 웨더라이트와 통신할 때 사용했던 장치가 매달려 있는 사슬을 움켜쥐었다. "아니, 이건 더 나아. 내게는 계획이 있다, 카른. 너를 위한 계획이, 그리고 도미나리아를 위한 계획이. 모든 차원을 위한 계획이."
"실망하게 되겠네," 조이라의 말 소리가 장치의 구조물에 의해 증폭되어 울려퍼졌다, "오늘은 원하는 걸 얻지 못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긴 침묵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조이라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억지로 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카른은 그녀를 믿었다. 이내, 마나 장치의 중앙 구조물에서 불길하게 똑딱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조이라가 마나 장치의 자폭 장치를 가동시킨 것이었다.
황금 상선은 모래 속으로 질주하며 멀리 떨어졌다.
"조다," 조이라가 소리쳤다, "모두를 차원문으로 이곳에서 이동시켜! 지금 당장!"
조다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 마나 장치의 갑판 주변에서, 차원문이 회오리치며 나타나, 근처에 있는 부대들을 집어삼켰다. 틈새에 있어 빨려 들어가지 않은 병사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친구들에게 떠밀려 그 안으로 들어갔다. 조다는 차원문을 불러내 그 안으로 다니사, 라다, 그리고 메리아를 던져넣어, 그들을 폭발 반경에서 떨어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켰다. 그는 심지어 메리아가 아끼는 카부가 뒤에 남겨지지 않게 신경써서, 그것을 회오리치는 차원문으로 감쌌다. 마지막으로, 조다는 카른을 쳐다보았다. 그는 후회하는 눈빛으로 마지막 차원문을 향해 뒷걸음질쳤다.
갑판은 으스스하게 조용해졌다. 시올드레드의 훔친 얼굴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고, 아자니는 지배되고 있었으며, 그의 한쪽 팔은 자야가 태워 뼈만 남은 채로 그을려 있었다.
카른은 기다렸다.
"목표물을 획득했군. 돌아갈 준비가 됐다." 그녀는 숨을 내쉬었고 카른은 그것이 실망의 한숨인지 아니면 만족의 한숨인지를 알 수 없었다. 진홍색 빛이 그녀의 뒤에 있는 허공에 나타났다. 그것은 처음에는 작은 구슬 정도의 크기였지만, 번개가 휘몰아치는 것과 함께 빛이 커져 회오리치는 진홍빛의 구체가 되었다. 그것은 주변의 공기와 환경을 먹어치우며 힘차게 포효했다. 그것은 대기를 갉아먹으면서 그들을 향해 커졌다.
시올드레드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면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아쉽구나. 이건 마음에 들었는데."
카른은 아자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그의 몸은 손상되어 있었고 아자니의 힘은 강화되어 있었기에, 그는 아자니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흉측한 붉은 빛이 시올드레드를 집어삼켰다. 그녀는 그 빛이 자신을 뒤덮는 것과 동시에 작은 숨을 들이쉬며 그 힘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것의 불길이 아자니와 카른을 뒤덮으며 타올랐다. 그것은 지독하게 뜨거웠으며, 카른은 그것이 자신을, 자신을 카른으로 만들어주는 바로 그 정수를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고, 그것은
마치 그가 어떤 유물에 지나지 않는 도둑질의 대상이 된다는 것처럼.
밤이 사막의 공기를 식혀 줄 때쯤, 조이라와 테페리는 생존자들의 조율을 마쳤다. 그는 부상자를 위한 텐트를 세웠고, 그녀는 생존자들을 찾고 피렉시아인 시체를 태우기 위해 전쟁터를 수색하는 인원을 모았으며, 그런 후 그들 둘은 모두 자신의 고향을 떠나 대피하는 일을 거절한 고블린과 비아시노 시민들의 일부와 함께 물자를 파악하고, 마고니고스의 가지 아래에 캠프를 설치하고, 모든 사람이 필요에 따라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게 일했다.
그들은 둘 다 지쳐 있었다.
이 모든 일을 마친 뒤에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힘을 쥐어짜냈다. 니암비라면 그에게 그렇게 해 줄 터였다.
조다는 툭 튀어나온 바위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메마른 눈으로 전장의 참상을 살펴보고 있었다. 생존자들 중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을 골라내고 있는 부대, 흩어지는 독수리들, 깊어지는 밤하늘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검은 용암 둑이 보였다. 그는 양손에 카른의 목걸이를 들고 있었다. 점술 장치, 피렉시아인 위치 추적기, 웨더라이트 통신기 그리고 자야의 흰 머리칼 한 줌.
"오게." 테페리가 그의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좀 먹고 자야 하지 않겠나."
조다는 점술 장치의 뒷판을 열고 그것이 마치 수납함인 것 마냥 자야의 머리칼을 안에 넣었다. "난 그녀를 보낼 수가 없네. 이제야 그녀를 막 되찾았는데. 그녀는 아직 떠날 수 없어. 아직은. 나는 그녀를 평생 동안 알고 지냈지만, 우리는 아직도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다네."
테페리는 자신의 내면에서 엄청난 공허함을 느꼈다. 그에게는 아픔을 느끼기 위한 충분한 힘이 없었다. 그는 수비라가 죽은 후에도 이 무감각함을 유지했었기에 그것을 잘 알아차렸다. 그 껍데기의 가장자리가 닳아 없어져 그가 슬퍼하는 감정을 드러낼 수 있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다. 그는 오랫동안 그녀를 애도했다. 항상 그럴 터였다. 그녀는 그의 인생을 바친 사랑이었고, 그의 아이의 어머니였다.
조이라가 부츠를 신은 발로 자갈들을 소리내어 밟으며 그들과 합류했다. "조다, 아직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살아 있는 친구들이 있어. 시올드레드의 계획이 뭐지? 그녀는 카른과 아자니로 뭘 하려는 거야?"
"모르네," 조다가 말했다. "성배 없이 어떻게 그들과 싸울 수 있겠나?"
조이라가 다리를 꼬고 조다 옆에 앉아, 조다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테페리는 가만히 풍경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자야를 위해 오랜 세월을 견뎌낼 추모비를 세울 거야. 그녀의 힘, 그녀의 업적, 그녀가 한 경이로운 일들이 잊혀지지 않게. 시브는 순례자들이 찾는 장소가 되겠지."
조다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내가 같이 있을게," 조이라가 말했다.
시브의 붉은 사막에서 바위들이 솟아올라, 허공에 떠 있는 채로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는 불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피라미드들이 되었다. 조다 자신이 직접 그 주문을 걸었다. 제대로 된 빛과 시브의 바람이 합쳐지면, 그 불길은 미소를 감추기 위해 몸을 돌리는 여성의 모습을 연상시켰으며, 그녀의 흘러내리는 흰 머리칼은 끝으로 가면서 희미해지며 사라졌다.
다니사, 라다, 그리고 메리아는 그들의 궤멸된 부대를 회복시켜 피렉시아인이 언젠가 돌아왔을 때를 대비해 더 많은 부대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각자의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조다와 테페리, 그리고 조이라는 남아서 자야를 위한 추모비를 세웠다.
테페리는 그녀를 그리워할 터였다.
"자야와 내가 만난 건 그녀가
조이라는 조다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고, 조다는 그 오랜 친숙함에 몸을 기댔다.
"내가 이렇게 해야 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네," 마침내 조다가 말을 꺼냈다.
테페리는 목청을 가다듬었지만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가 그녀의 재치를, 그녀가 심각한 임무에서도 보여 준 유머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를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기에, 오로지 고개를 저었을 뿐이었다. 자야는 말장난을 하지 않고서 차원을 구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돌 피라미드 중 하나에 그녀에 대한 기억인 찬드라를 가르치는 그녀의 인내심, 그녀가 정말 멋있는 말을 하기 전에 미소를 지은 모습,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만났는지를 불어넣었다. 그는 잘피르에서 그녀를 전문 요리사라고 착각해 계란 요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던 날을 결코 잊지 못할 터였다. 그녀는 씩 웃으면서 순순히 카운터 뒤로 넘어간 뒤 손가락을 튕겨 모든 화로에 불을 붙였고 그 부스의 원래 주인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소스도 같이 줄까??" 그는 그녀를 절대로 잊지 못할 터였다.
테페리는 둥글게 원을 그리며 기념비 주위를 걸었다. 피부에서 땀이 피어올랐고, 그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을 닦아냈다. 그는 잠시 멈춰서서, 만약 카른이 돌아온다면, 아니, 일단 그가 돌아오고 나면 그가 가지고 있는 자야에 대한 기억을 심을 수 있도록 남겨놓은 텅 빈 피라미드를 만져 보았다.
테페리는 어깨를 폈다. 사힐리가 존중을 표하는 거리를 두고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의 보석 박힌 옷은 바람에 나부끼면서 간간이 황금빛으로 반짝거렸으며, 그녀의 갈색 피부에서는 윤기가 흘렀고 검은 머리칼은 등 뒤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가 준비됐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몸을 돌렸고, 그들은 함께 떠났다.
테페리가 입구의 창살문을 통과할 때, 그는 떨림을 억눌러야 했다. 그들은 우르자의 탑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를 떨게 만든 것은 전날 밤의 추위를 발산하고 있는 닳아빠진 판석들보다도 더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일이 또다시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사힐리는 그를 태양으로부터 잘 보호되어 지붕이 아직 손상되지 않은, 원형 천장 처리가 되어 있는 고대의 회랑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는 테페리가 마법의 힘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했던 장치에 손을 얹었다. 그 발받침과 가죽 끈과 전선들은 마치 지하감옥에서 자백을 유도하는 장치에 더 가까워 보였고, 플레인즈워커의 타고난 재능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마법적인 물건처럼은 보이지 않았고 그는 그 안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카른이 코일로스의 동굴에서 발견한 점토판은 유실되었지만, 그가 그려둔 그림은 유실되지 않았다. 자야가 성배를 꺼냈을 때 그녀는 그것도 함께 꺼냈었다. 하지만 성배와는 다르게, 그림은 그녀의 옷에 있는 비밀 주머니에 담겨진 채로, 그녀의 몸에 남은 채로 있었다.
사힐리는 그것들이 성배의 작동방법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했다. 오직 카른만이 그것을 알아냈었다. 하지만 그녀는 성배가 언제 가동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고 그녀만의 완벽한 복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이것은 이제 테페리의 임무가 되어 있었고, 그것은 바로 언제로 되돌아가 카른이 이미 결정한 것, 즉 어떻게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작동시켰던 것일까?
"행운을 빌어요, 테페리," 사힐리가 말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그는 억지로 긴장을 풀었다. 작은 갈색 종달새 한 마리가 아치형 창문에 앉아 있다가, 바닥으로 떨어져내려 먼지를 뒤집어썼다. 카른이었다면 그것의 종과 습성을 알았을 터였다.
자신의 고향과 다우주를 구하기 위해, 테페리는 그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단 한 가지 일을 할 작정이었고, 그것은 바로 시간 그 자체를 넘나드는 일이었다.
차원의 다리의 붉은 빛이 사라졌다. 어둠 속에 메아리치는 찍찍대는 소리들을 통해, 카른은 자신이 광활한 동굴 안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석영 종유석의 무게와 광물 퇴적물을 감지할 수 있었고, 차갑고 축축한 바위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는 마치 공허한 우주를 통과하게 해 준 격동의 통로가 그의 금속 표면을 더러운 필름으로 감싼 것 같은 불편하고도 잘못된 느낌을 받았다 그는 마나 장치에서 벌어졌던 전투로 인해 구겨진 채 여전히 아픈 몸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 조다, 조이라, 테페리가 자신보다 더 나은 상황이기를 바랬고, 자야는
하얀 빛이 불타오르며 그의 감각을 압도했다. 찍찍대는 소음이 멈췄다.
엘레쉬 노른이 그의 앞에 서 있었고, 그녀는 마치 별을 품고 있는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가느다란 그녀의 사지에는 곤충 같은 섬세함이 있었고, 그녀의 긴 얼굴은 절지동물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음에도, 그녀의 미소는 좁고 자기만족적이었다.
"환영합니다, 아버지." 엘레쉬 노른의 목소리는 목이 멘 듯한, 기쁜 알토의 음색을 띠었다. "고향에 잘 오셨습니다."
카른은 주위를 둘러보며 아자니와 시올드레드를 찾았다. 그는 차원의 다리가 총독과 함께 그의 완성된 친구를 삼킨 것을 보았지만, 그는 이곳에서 그들의 흔적을 전혀 보지 못했다. 그들은 차원의 다리가 다른 곳에 내려놓은 것이 분명했다. 하얀 모래만이 수북이 쌓여 있는 이 고원에는 그와 엘레쉬 노른만이 서 있었다. 고원 아래에는, 곤충처럼 생긴 피렉시아인들이 반짝이는 백금 덩어리인 것마냥 들끓었다.
노른은 그의 턱을 움켜쥐고 그의 주의를 억지로 그녀에게 돌렸다. "당신은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녀가 쉭쉭댔다. "우리는 당신이 그리웠습니다. 당신에게는 앞으로 찾아올 영광을 함께 나눌 자격이 있습니다."
카른은 일어나려 했지만 자신의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뿐이었다. 카른은 자신의 스파크를 불러내 그를 어딘가로, 아무 곳으로든 이동시키려 했지만, 그는 너무나도 망가져 있었고 너무나도 지쳐 있었다. 노른의 발톱이 그의 뺨의 금속 부분을 파고들면서 그의 고개를 돌렸다. 그의 목은 그 동작조차 힘겨워했고, 관절들이 삐걱거렸다. 그리고 그는 발육이 잘 되지 않은 작은 묘목이 하얀 모래 위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울퉁불퉁하고 섬세한 나뭇가지들은 그가 산의 수목 한계선 위쪽에서 보았던 작은 나무들을 생각나게 했다. 그것의 창백한 사지가 무지개빛 광채를 발하며 빛났다. 기름 방울이 마치 꽃봉오리처럼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이 순간, 이 지옥 속에서, 괴물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상황 속에서조차, 그는 그 나무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생존을 위해 모든 역경에 맞서 싸우는 살아 있는 것에. "저게 뭐지?"
노른은 그를 내려다보며 음흉하게 웃었고, 줄지은 그녀의 이빨이 활짝 벌려지며 조롱하는 듯한 일그러진 미소를 만들어냈다. "위대한 일의 시작입니다, 아버지. 모든 것의 시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