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여행자들
그들은 세발그르의 주민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배를 타고 왔다. 영광스러운 전투와 약삭빠른 승리에 대한 이야기가 새겨져 있는 길고 가는 배가, 그 뱃머리에 조각되어 있는 드레이크와 이무기들처럼 파도 위를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더이상 숲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이래로 마을에 식량을 공급해 주던 유일한 수단인 빈약한 어선들과는 전혀 달랐다.
이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 그 누구도 세발그르 사람들처럼 굶주림과 두려움에 허덕이며 몸을 웅크리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과 동행하고 있던, 어깨 위에 까마귀가 앉아 있는 노인조차도, 지팡이에 그렇게 심하게 몸을 기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들은 두건과 스카프, 물고기 가죽 조끼, 갑옷을 입고 있었다—그들이 물에 빠진다고 해도 그들을 바다 밑바닥까지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들은 몸에 항해 지도를 문신으로 새겨 놓고 있었다. 이들을 몰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오멘패스탐색꾼들이다.
헤르시르가 그들을 롱홀로 초대해, 여행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음식을 차려내려 했다. 이는 칼드하임의 전통이었다. 문 앞에 선 이방인이 정체를 숨긴 신들 중 하나일지도 모르니. 하지만 부족의 지도자—눈이 멀었으면서도 좁고 진흙투성이인 길을 거니는 데 아무런 도움이 필요치 않았던 여성—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들은 소금에 절인 생선과 딱딱한 빵을 구하려 온 것이 아니었다.
"언제부터 사라지기 시작했자?" 그녀가 물었다. 마을 사람들은 부족의 지도자인 룬의 눈을 가진 잉가를 만나본 적이 없었지만, 그들은 그녀의 기이한 동공 없는 시선을 통해 자신이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사라진 게 아닙니다, 살해당한 거에요," 모여든 군중의 앞쪽 부근에 있던 한 여성이 말했다. 그녀는 지난 달에 딸 둘을 잃었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울어서 눈이 시뻘겋게 퉁퉁 부은 다른 남성이 소리쳤다. 그는 자신의 남편을 잃었다.
"시체는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잖은가," 잉가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렇지?"
둘 다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체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냥꾼들 중 한 명이 보았죠," 헤르시르가 말했다.
"무엇을 보았지?" 잉가가 물었다.
"어서, 흐라스," 마을 의원이 말했다. "말해 봐."
열여섯 살이 채 되어 보이지 않는 젊은이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화롯불 중 한 곳에서 석탄이 불꽃을 튀기며 타닥거렸고, 그는 그 소리에 움찔했다.
"아이야, 무엇을 보았느냐?" 잉가가 물었다. 그 청년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 하면서 천천히. "네 마을에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게 무엇이지?"
그는 춥기라도 한 것처럼 팔을 문질렀다. 그녀를 올려다 보지도 않았다. "괴물이요. 그건 괴물이었어요."
잉가는 놀란 것 같은 내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아시," 그녀가 새를 데리고 있는 노인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한 시간 내로 전투 부대에 출발 준비를 시키게. 해골 승무원들은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배에 타고 있고. 다른 일이 없는 사람은 전부 알더가르드 숲으로 들어간다."
그때까지 계속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노인이, 끄덕이던 고개를 잠시 멈췄다. "그러면
물론, 마을 사람들도 그녀를 보았다. 기이한 옷을 입고서는 오멘패스탐색꾼들이 돛을 내리고 세발그르 부두에 배를 정박하고 있는 동안 여기저기를 배회하던 여성. 그들을 마치 심해에서 건져 올린 신기한 물건인것마냥 바라보던 사람 말이다.
"카야 말인가?" 룬의 눈이 말했다. "애초에 이건 전부 그녀의 생각이었네."
그래, 좋다—그녀의 생각이었다. 황무지로 여행을 떠나, 마을 사람들을 잡아먹고 있던 끔찍한 야수를 처치하는 것. 그건 영웅들이 할 만한 일 같았고, 그녀는 이제 자신을 영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것에 대한 대가를 받는 일은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니었다. 누구에게서 돈을 받는 것인지를 확실히 알고 싶어하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섯 개의 다른 차원에서 만들어진 출처를 알 수 없는 동전은 거절하기 힘들었고, 거기에 더해, 이 일은 쉽고 간단해 보였다. 라브니카에서 있었던 그 지저분한 일과는 전혀 다르게 말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단 한 가지는 이 황무지가 이렇게나
"이곳은 항상 이렇게 조용한 거야? 난 여기보다 더 활기찬 무덤에도 있어 봤다고," 그들이 거대한 나무가 드리운 가지 아래에서 잠시 쉬기 위해 멈췄을 때 그녀가 말했다.
노인—그는 자신의 이름이 아시라고 했다—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영혼을 사냥하는 자에게는 활기찬 무덤이 그리 희귀하지 않겠지."
"그 말도 일리는 있네." 오멘패스탐색꾼들의 지도자인 잉가는 카야가 이 차원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었고, 충분히 괜찮은 사람 같았다. 하지만, 잘 알기는 어려웠다—그녀는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 마치 더 긴급한 일에서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는 행동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항상 정신이 산만해 보였다. 노인이 그나마 더 나은 말상대였다.
"알더가르드는 오래되고 기이한 장소지. 오멘패스탐색꾼들은 전설적인 탐험가들이지만, 그들도 이렇게 숲속 깊은 곳까지 들어오는 일은 자주 없다네. 바다에서, 자신들의 배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지. 룬의 눈을 가진 잉가는 대부분의 필멸자들을 뛰어넘는 시야를 가지고 있지. 그녀는 자신의 부족원들이 다녀온 모든 위치를 알고 있다네. 심지어 그녀조차도 이곳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말이야."
"이상하네—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그래도 동물이 좀 있거나 할 줄 알았는데. 최소한, 다람쥐라도 말야. 여기에도 그런 게 있지 않아?"
"오, 그렇지. 사실, 신들의 전령인 토스키는 보통 다람쥐의 사촌이라네. 토스키가 세계수의 나뭇가지들을 타고 날쌔게 돌아다니며 칼드하임의 여러 세계들에 소식을 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지."
그의 목소리는 카야에게 다 늙어 몸을 가누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했지만, 그녀는 이러한 "이야기"가 아마도 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에게 되뇌었다. 그녀는 브레타가르드의 하늘에 뻗쳐 있는—헤아릴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지나가는 구름이 모습을 가리던—세계수의 가지를 본 적이 있었다. 거대한 다람쥐라. 뭐, 왜 없겠어? 그녀는 더 이상한 것도 본 적이 있었다.
"그래도, 확실히 이상하긴 하군. 이렇게나 숲 속으로 들어왔는데 생명의 흔적이 전혀 없다니. 마치 새들과 짐승들이 이 장소를 피하려는 것처럼 말이야," 아시가 말했다.
"우리보다 감이 좋을 수도 있지."
"그런 게 얼마나 많은 지 알면 놀라게 될 걸세."
"밤중에 숲 가장자리에서 사라진 사람들"—오멘패스탐색꾼 한 명이 그들 근처에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에 실린 두려움은 담백했다—"마치 양처럼 사라진 사람들 말입니다. 당신도 그 사냥꾼이 말했던 것을 들었죠—괴물을 봤다고 했습니다. 이게 그냥 좀 크게 자란 짐승이 아니면 어떻게 할 겁니까?"
"우리가 뒤쫓는 게 뭐라고 생각하는 겐가, 젊은이?" 아시가 말했다.
"사룰프," 그는 마치 그 이름을 말하면 그것이 당장이라도 나타나게 된다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공포스러운 늑대. 세계를 집어삼키는 자."
"늑대라고? 그거 때문에 눈밭을 헤치고 다니는 거야?" 카야가 말했다.
"사룰프는 일반적인 동물이 아니네," 아시가 말했다. 우주 괴물들 중 하나지. 이 세계가 탄생할 때 창조되어, 세계들 사이의 공허한 공간에 머무르고 있다네. 맞서기에 강대한 적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나라면 걱정은 안 하겠어," 아시가 말했다. "알더가르드의 어두운 구석에 몸을 도사리고 있는 건 그런 존재가 할 만한 일이 아니지. 그것들이 브레타가르드를 찾아온다면, 그걸 비밀스럽게 하지는 않을 게야."
그들의 머리 위에서 까마귀가 거칠게 깍깍댔다. 카야의 손이 그녀의 허리띠에 있는 단검들 위로 옮겨졌다. 까마귀 한 마리가 눈처럼 하얀 하늘과는 대비되는 검은 날개를 펼치고 그들의 위에서 크게 돌면서 점차 고도를 낮췄다.
"아," 아시가 말했다. "하카가 돌아왔군."
하카는 그의 팔에 내려앉아, 그의 어깨로 뛰어오르더니, 그의 귀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 같았다. 카야는 새의 부리가 여닫히며 노인이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그녀에게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음," 그가 말했다, "내 친구가 단서를 찾은 것 같군."
카야에게, 그곳은 괴물과 마주하기에 최적인 장소인 것처럼 보였다. 동굴이 그들 앞에서 크고 검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구름과 숲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비쳐든 희미한 빛은 처음 몇 발자국 너머를 비추지 못하고 사라졌다. 동굴 앞에 쌓여 있는 눈에는 피와 흙이 뒤섞인 얼룩이 길게 나 있었다. 무엇인가가 안으로 끌려들어간 것이다.
오멘패스탐색꾼들은 무기에 손을 올린 채로 각자의 신에게 나즈막이 기도를 올렸다. 카야는 그들을 비난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그 때 자신에게도 기도할 신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괴물 사냥이라니. 애초에 이 멋진 생각이 누구한테서 나온 것이었던가?
오, 맞아, 그녀는 생각했다. 나였지.
"준비는 됐나, 카야?" 잉가가 물었다. 그녀는 무기는 하나도 없이, 오로지 푸른 불길이 일렁이는 등불만을 들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뭔가를 비추는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그녀라는 사실은 좀 우스운 일이기도 했다. "여기에 오려고 오래도록 여행해 왔지 않은가."
"그래, 맞아. 시작하는 게 좋겠네," 그녀가 말했다. 그녀가 정말로 느꼈던 것보다 더 많은 자신감을 가지고, 카야는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동굴 안은 좀더 따뜻했다. 그건 최소한의 위안거리가 되어 주었다. 카야는 지금껏 자신을 꽁꽁 싸매고 있던 무거운 모피를 약간 느슨하게 해 놓을 수 있었다. 그녀와 오멘패스탐색꾼들은 함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고, 신발이 돌바닥에 끌리는 소리나 강철이 가죽에 비벼지는 소리가 메아리치며 심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곧, 지상으로부터 비춰지던 약한 빛마저 사라졌고, 잉가가 들고 있는 등불의 푸른 빛만이 그들을 둘러싼 어둠을 밝혀 주고 있었다. 등불이 동굴 벽의 한 부분을 스쳐지나가자, 무언가가 반짝였다.
"잠깐," 카야가 말했다. "등불을 다시 비춰 봐."
등불 아래에서, 카야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일종의 광맥이 동굴의 벽과 천장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보아 왔던 어느 광물과도 닮지 않아 있었다. 그것은 군데군데마다 그물처럼 엉켜 있는 뿌리 모습을 띤 프랙탈 구조로 갈라지면서 돌 위에 넓은 격자 구조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광산이 있었던 적이 있어?" 그녀가 물었다.
"아니," 잉가가 중얼거렸다. "이곳은 척박한 바위 뿐이네."
"음, 그건 확실히 아니야. 더이상은 말이지."
그녀 옆으로, 오멘패스탐색꾼들 중 하나가 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카야가 그의 손목을 잡아챘다. "나라면 저건 안 만지겠어."
그는 손을 뒤로 물렀다. "왜죠?"
"감이라고 해 둘게."
아무 말 없이, 그들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얼마나 오랫동안 전진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고, 사방의 어둠은 그들의 숨결을 압박하려는 듯이 조여드는 것 같았다. 아주 길고 긴 시간—몇 분이 아니라, 몇 시간 말이다—이 흐른 뒤에 통로가 널찍한 방으로 바뀌며 흙으로 된 천장이 그들의 머리 위에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을 때, 안도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동굴 방 한가운데에서 그것을 보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처음에, 카야는 곰의 시체 위에 웅크리고 있는 덩치 큰 형체가 그저 먹이를 먹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가 목구멍을 넘어가는 소리, 고기가 뼈에서 뜯겨져 나가는 소리, 모든 정황이 그녀의 생각이 옳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잉가의 등불이 그 생물을 훑고 지나가며 그 생물이 그들 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카야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괴물의 팔이 곰의 옆구리에 박혀서는, 곰의 살덩이와 접합되어 있었다. 카야는 그 괴물이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팔을 빼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저건," 카야가 속삭였다, "확실히 늑대는 아니네."
그것은 12피트 정도, 어쩌면 그것보다 더 커 보였고, 몸통은 선홍빛을 띠고 있었다. 어깨는 듬성듬성 털로 뒤덮여 있었고, 십수 개의 다른 색깔들이 뒤엉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곰의 몸 속에 들어갔던 팔은 길고 힘이 있어 보였고, 그 끝에는 끔찍한 모습의 구부러진 발톱이 달려 있었다. 그것의 가슴에서 막대기 같은 팔 두 개가 더 뻗어나와 있었고, 그 끝에 있는 발톱 달린 손은 거미처럼 움찔거렸다. 모든 것이 기이했지만, 머리가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했다. 해골처럼 생긴 얼굴에는 면도날같은 엄니와 넓고 가느다란 뿔이 달려 있었고, 그 모든 것이 뼈의 색을 띠면서도 잉가의 등불이 비추는 빛에 금속 같은 광택을 보였다.
그것의 얼굴 아래에 있는 붉은 힘줄들이 움직이며 입을 열자, 카야가 지금껏 어떤 유령과 마주해도 느꼈던 적이 없는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소리—곰의 포효와 비슷하지만, 확연히 틀린 소리—를 냈다. 서투른 흉내. 그런 뒤 그것은 그들을 향해 천천히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카야는 뛰쳐나오며 동굴 바닥에서 한 바퀴 구른 뒤 단검을 손에 들고 일어났다. 오멘패스탐색꾼들 두 명은 그렇게 재빠르지 못했다. 한 명은 그 생물 아래에 깔려, 막대기 같은 팔이 그의 얼굴을 마치 그저 물인 것마냥 뚫고 들어가는 동안 비명을 내질렀다. 다른 한 명은 거대한 손에 붙잡혀 들어올려진 채로 그곳에서 빠져나오려 애쓰고 있었다.
그것은 미숙한 전사들이라면 겁에 질려 도망칠 정도로 끔찍한 광경이었고, 오멘패스탐색꾼들은 뼛속까지 전사는 아니었다. 키르다 지주부터 그들과 함께 여행한 카야는 이들이 앞으로 나아는 원동력이 탐험과 발견의 스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그 일부분으로써 전투를 하려는 의지는 가지고 있었지만, 결코 이를 즐긴 적은 없었다. 그래도, 칭찬할 만한 일은, 아무도 등을 돌려 달아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어차피 멀리 가지도 못하겠지, 그녀는 생각했다.
괴물을 중심으로 반원을 이루며, 몇몇은 창을 던졌고, 다른 사람들은 검과 도끼로 뻗어나온 사지를 공격해,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괴물에 엄청난 피비린내를 풍기는 상처가 생겨났다.
"만지지 마!" 카야가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붙잡힌 남자가 비명을 질렀고, 이내 그 비명은 무언가가 꿀꺽대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그녀의 눈 앞에서, 그 상처들은 서로 옭아매며 닫혀지고 근육들은 서로를 다시 붙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깊은 상처에서 채찍같은 촉수들이 빠져 나와, 한 검사의 팔을 붙잡고서는 그녀를 괴물의 살 속으로 어깨 깊숙이 끌어당겼다. 붙잡힌 채로, 그녀는 허리띠에서 칼을 뽑아 그 끔찍한 생물이 자신을 놓아줄 때까지 계속해서 그것을 찔렀다. 그녀는 자신의 팔을 붙잡고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살점을 베어내기엔 충분하지 않아, 카야가 그녀의 칼날에 힘을 불어넣으면서 생각했다. 그녀는 더 깊숙히 베어내야만 했다.
그 생물은 다시금 달려들었고, 상처는 이미 닫혀 있었다. 많은 근육과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무서운 속도로 움직였다. 그러나, 다른 공격이 적중하기 전에, 그것의 발톱이 느려지다가, 몸을 움찔거리는 도끼꾼으로부터 1피트 떨어진 곳에서 동작을 멈췄다. 카야는 푸른 기운이 그것의 팔 주위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것은 그녀의 눈 앞에서 점점 더 짙어지면서 반투명한 크리스탈처럼 굳어지는 것 같았다. 카야는 빛이 나오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잉가의 등불이었다. 그 생물이 몸부림치려 애쓰며 정체 주문에 저항하자, 잉가의 얼굴이 힘겨운 듯이 일그러졌다.
나쁘지 않군, 카야가 생각했다. 지금이 그녀의 기회였다. 카야는 그녀의 단검을 마법으로 진동시키며 앞으로 돌진했고, 붙잡혀 있는 괴물의 팔을 일직선으로 잘라 어깨로부터 분리해냈다. 살점, 뼈, 영혼—영혼도 절단할 수 있다면, 그녀는 그것도 절단했을 것이다.
팔은 동굴 바닥에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카야가 잘라낸 부분부터 검게 변하며 재가 되기 시작했다. 그 생물은 다시 포효했고, 그 곰 같은 소리에는 그 밑에 무언가—금속을 갈아대는 것 같은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그것이 고통에 몸을 뒤틀자, 여전히 그 앞쪽 발톱에 붙어 있던 죽은 오멘패스탐색꾼이 마치 물고기처럼 생기 없이 펄떡거렸다.
그 괴물은 마치 포옹하는 것 같은 메스꺼운 동작과 함께 펄떡거리던 남자를 자신의 몸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는 서서히 흡수되어 가면서 분홍빛 생살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그것의 팔이 있었던 부분에서 또 다른 팔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 일은 놀라운 속도로 일어났다—그녀가 끔찍한 광경에 사로잡혀 있던 단 몇 초 만에, 근육은 서로 엮이고 발톱은 미숙한 반투명색으로부터 단단한 검은 칼날처럼 굳어졌다. 완전한 손이 되고 나자 무언가가 조용히 딸깍거리며 제자리를 찾아갔고, 그런 뒤 뻥 뚫려 있는 눈구멍이 그녀를 향했다.
오, 신들과 괴물들이라니, 카야는 생각했다. 이내 그것이 달려들었다.
그녀는 아래로 몸을 숙여 그것의 첫 번째 공격을 피한 뒤, 자신의 상반신을 유령처럼 에테르화시켜서 두 번째 공격을 통과시켰다. 최소한 반영구적으로 상처를 입힐 수는 있군, 그녀가 생각했다. 그게 어디야. 이제 그녀는 또 다른 기회를, 이 끊임없는 타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는 대신 자신의 칼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순간을 찾기만 하면 됐다. 그녀는 그녀의 적만큼이나 빠르게 춤추듯이 몸을 움직였다.
갑자기, 그녀의 발뒤꿈치가 바위에 부딪혔다. 동굴 벽이었다. 그녀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것은 아무 생각 없이 공격해 오던 것이 아니었다—그것은 그녀의 재빠른 몸놀림이 쓸모없어지는 구석으로 그녀를 몰아넣고 있었다.
그 괴물이 끔찍한 발톱을 쳐드는 것과 동시에 푸른 빛이 그 주위를 둘러싸면서 공격을 허공에서 붙잡았다. 전열을 정비하는 오멘패스탐색꾼들 사이에서 잉가가 등불의 빛을 사용해 또다시 억제 주문을 발동한 것이다. 잘 했어, 룬의 눈. /em>또다른 빛이 다른 발톱도 그 위치에 고정시켰다.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그녀가 그 괴물을 붙들어 놓고 있었다.
그러자 괴물이 그녀를 놀래키는 행동을 했다: 그것은 자신의 팔을 잡아뜯어 붙잡힌 팔을 허공에 띄워 놓은 채로 남은 팔 뭉치를 카야에게 휘둘렀고, 근육들이 꿈틀대면서 그녀를 향해 뻗어 왔다.
p>닿으면 안 돼,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카야는 동굴 벽 쪽으로 물러났고, 페이징하는 날카로운 충격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것은 아주 순식간이었다—하지만 얼마나 긴 순간인 것처럼 느껴졌는지. 그녀의 심장이 멈췄다. 그녀를 살아있게 해 주는 모든 것이, 그녀를 카야로 만들어 주는 모든 것이 잿빛으로 색이 바랬다.
이내 그녀는 괴물의 왼쪽으로 몇 피트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동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카야는 그것이 자신을 향해 몸을 돌리는 것을, 유인원의 것 같은 육중한 다리들이 움직이는 보았고, 다시 자신의 폐에 공기를 불어넣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일어나. 일어나!
"그만!" 고함 소리가 동굴의 벽을 타고 메아리쳤다. 카야로서는 놀라우면서도 안심이 되게, 그 생물은 실제로 느려졌으며, 주의가 한 순간이나마 그 소리 쪽으로 돌려졌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는 자신이 끌어낼 수 있는 모든 비전력을 칼날에 집중시켜 괴물에게 달려들어, 괴물의 다리 중 하나를 절단했다.
그 목소리, 그녀는 소리를 지르고 있는 생물의 반대쪽으로 구르며 빠져나와 전투 자세를 취하며 생각했다. 익숙하게 들리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그제서야 그녀는 무지개 빛깔로 변화하는 광채가 동굴을 가득 채운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등 뒤에 있는 오멘패스탐색꾼들과 아시를 쳐다보았다.
아니—아시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말이다. 그가 쓰고 있던 두건은 뒤로 젖혀져 있었고, 그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녹색과 파란색과 보라색이 뒤섞여 변화하는 빛은 동굴 벽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저 매력적인 노인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면, 그것 뿐인 게 아닐수도 있고.
"감히 이런 오물이 이 세계를 훼손하는 것을 내 눈으로 보게 되다니! 이머스투름의 악마들조차도 저렇게 불경하지는 않았거늘."
카야는 그들의 앞에 서 있는 괴물에게 가한 공격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다리 하나가 재가 되어 사라진 상태로 남아 있는 사지 세 개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고, 작은 손들은 가슴께에 접어 두고 있었다. 웅크리고 있는 그것은 전보다도 더 짐승 같아 보였다. 카야는 사냥의 달인은 아니었지만, 그녀도 동물이 가장 위험한 때가 상처를 입었을 때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괴물은 다시금 카야에게 달려들었지만, 카야는 이번에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다음 기회에는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 목을 한 번 긋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할 터였다.
갑자기, 그 괴물이 허공에 부딪혔다. 그것은 뒤로 물러나더니, 다시 앞쪽으로 무게를 실어 돌진했다. 깊은 울림 소리가 나면서, 부딪힌 곳의 공기가 물결치듯이 퍼져나갔다. 카야는 그것이 아주 강력한 마법적인 보호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조차도 저것을 페이징해 통과하려면 꽤 고생을 해야 할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몸을 돌렸다. 그녀의 뒤에서, 아시가 팔을 내뻗고 있었고, 그의 손 주변에는 생명력이 넘치는 에너지가 물결치고 있었다. 그 괴물은 그녀와 아시 사이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그런 괴물의 모습이 무언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내, 포효하는 소리와 함께, 그것은 몸을 돌려 달아났다.
"기다려!" 카야가 말했다. "저걸 멈춰!"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이상한 세 발 걸음걸이로, 그 괴물은 곰팡이 같은 금속이 퍼져나오고 있는 듯한 동굴 벽 쪽을 향해 곧장 달려갔다. 속도를 전혀 늦추지 않은 채로, 그것은 자신의 몸을 그 은빛 표면에 부딪혔다. 그것은 멈춘다기보다는—또는 머리로 동굴을 들이받는다기보다는—마치 짙은 점성이 있는 액체처럼 금속 속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후, 그것은 살과 광석이 뒤섞인 구체로 변해 있었고, 조금 뒤에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동굴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오멘패스탐색꾼들은 눈을 가리고서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는 아시로부터 몸을 뒤로 물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잉가조차도 동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보이지 않는 하얀 눈이 그녀의 옛 조언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알룬드," 잉가가 속삭였다. "물론 나—나도 전설을 통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이런 일은
"그렇네, 룬의 눈을 가진 잉가여. 때때로 필멸자의 모습을 하고 여행을 함으로써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칼드하임을 관찰하는 것이 신들에게 어울리는 일이지," 아시가 부자연스럽게 울리는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내가 본 것에 심히 걱정이 되는구나. 세계들에 걸쳐서—"
"네가 그걸 도망가게 놔 뒀어!" 카야가 자신의 단도들을 거칠게 칼집에 밀어넣으면서 화를 냈다.
아시—알룬드라고 해야 하나? 뭐든 간에—는 그때 잠깐 말을 멈췄다. 그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던 사람이 아주, 아주 오랫동안 없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놈을 약하게 만들었다고," 카야가 말했다. "그녀석이 느려지는 걸 봤어. 다음에는 그놈이 우리가 자신을 뒤쫓는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우리에 대해서 준비를 하고 있을 거라고. 그녀석은 보이는 것처럼 멍청하지 않아."
"자네는 그것이 뭘 할 수 있는지를 보고 나서도 그녀석을 계속 뒤쫓을 생각이로군," 알룬드가 말했다.
"일이 끝나지 않았어. 난 이미 돈을 받았고." 직업적인 의례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그것에 대해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것은 위험했다—그리고 그녀는 그것이 이곳의 생물이 아니라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말이 되지 않았다. 플레인즈워커들이 저렇게 추한 몰골로 나타나던가?
"그 짐승은 이미 브레타가르드로 도망쳤네. 보통 수단으로는 그것을 추적할 수 없어," 알룬드가 말했다. "그것은 우주 괴물들처럼 세계를 오가며 이동하지. 그 괴수가 우주 괴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지만 말이야."
"그럼 좋아. 어떻게 그걸 추적하면 되지?" 카야가 말했다. "나한테 갚을 빚이 있잖아. 애초에 그걸 도망가게 해 준 것 말이야."
신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내 일족과 의논해봐야 하네. 대답해야 하는 수수께끼가 너무 많아. 하지만 자네가 그 생물을 뒤쫓겠다고 결심했다면, 그 모험에는 코시마의 배가 자네를 도울 걸세." 그건 내가 처리해 주지."
카야는 오멘패스탐색꾼들이 여기저기서 숨을 헉 들어마시는 소리를 들었다. 코시마—그녀의 이름은 그들이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올리는 기도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들려 왔다.
"세발그르에 돌아가면 배가 정박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네. 돌아가는 길은 오멘패스탐색꾼들이 안내해 주겠지만, 거기서부터는 자네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할 것이야." 그 배는
"내가 어디로 가는 줄은 어떻게 알 수 있는 거지? 난 그렇게 숙련된 선원이 아니라고," 카야가 말했다.
"세계수의 가장 높은 가지 위에 위치한 스타른하임의 빛을 따라가게나. 그 빛이 자네가 가려는 어떤 길이든 안내해 줄 걸세."
카야는 그 말에 한숨을 내쉬려던 것을 참았다. 신들과 그들의 수수께끼. 한 번만이라도 곧바로 알 수 있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난 가야만 하네." 알룬드는 동굴의 벽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돌로 된 벽이 물결을 일으키며, 흩날리는 빛의 파도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였고, 알룬드로부터 뿜어져 나온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섬광이 서로 매듭을 짜듯이 엮여 문의 윤곽을 형성했다. 이내 돌이 사라졌고, 돌이 있던 곳에는—아무 것도 없었다. 별들이 느리게 깜빡이는 것 같이 멀리 떨어진 빛이 약간 보이기는 했지만, 문 안쪽에 있는 것은 광대하고 텅 빈 어둠뿐이었다. 갑자기, 카야는 저 해안을 건너는 일을 도와 줄 마법의 배가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게 느껴졌다.
알룬드는 자신이 만들어낸 문을 향해 걸어가다가, 잠시 멈춰섰다. "룬의 눈을 가진 잉가. 먼 곳에서 온 여행자 카야. 나는 이 생물의 도착이 징조—끔찍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표시—라고 생각하네. 내가 점친 모든 미래에서, 칼드하임 전역에 걸친 죽음과 파괴를 보았지. 나는 살아 있는 자들이 겪어본 적 없는 둠스카르가 도래할 지를 우려하고 있다네."
오멘패스탐색꾼들이 숨죽여 헉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처음도 아니지만, 카야는 자신만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다. "둠스카르라. 그렇게 멋지게 들리는 말은 아니네," 그녀가 말했다.
"세계들이 격돌하는 사건이야," 잉가가 말했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전쟁과 혼돈이 찾아오게 되지. 엄청난 고통의 시간이 될 게야."
아주 완벽해, 카야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괴물을 사냥하고. 마을 사람들을 구해 주고. 간단하고 쉬웠을 터였다—라브니카에서 있었던 그 지저분한 일과는 다르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