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 수업
타베르는 비블리오플렉스 지하에 있는 좁디좁은 터널 속에서 웅크린 채로 얼마나 기다렸는지를 알 수 없었다—몇 시간이 지나갔다는 건 분명했지만, 느낌은 그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낮에 이동하는 것은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지하 통로에서 나와 주변의 삼림지대와 학교를 분리하고 있는 계곡을 건너야만 할 터였다. 그 후엔 대부분 나무 덮개를 덮어쓰고 있을 테지만, 그것조차도 눈에 띄지 않도록 보호해 주지는 않을 터였다. 이곳은 마법사들로 가득찬 학교이니 말이다—그놈들 모두가 엿이나 먹기를! 다른 오리크들이 그놈들은 쓸모없는 악동들이니 뭐니 해도, 그들은 아르카비오스를 통틀어서 최고인 마법사들이었다. 거기다 설립자들 중 하나가 머리 위를 날아가기라도 한다면? 그는 용의 불길에 불타 죽는 일만은 사양하고 싶었다. 아니, 타베르는 항상 자신을 실용주의자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매우 실용적이게도, 그는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엑스투스를 다시 만나는 일이 그리 신나지 않았다—그의 임무를 실패한 뒤에는 더욱 말이다. 하지만 그건 살아서 빠져나가고 난 뒤에 걱정해도 될 일이었다. 타베르는 그 교수의 보랏빛 눈동자에서 진정한 어둠을 보았다. 그녀는 그를 죽이려고 했다—무엇을 위해서? 엑스투스가 몇 년이나 지났는지도 기억하지 못달 정도로 예전에 기억해냈던, 먼지로 뒤덮인 오래된 책을 가져갈 수 있게?
마침내, 어둠이 찾아오자, 그는 숲을 통과하고 바위투성이의 절벽 위를 넘어 집으로 가는 힘든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긴 밤이 될 터였다.
3주 전에, 루카가 오리크 마법사들을 만나기 전에—정확히는, 그들이 그를 납치하기 전에—그는 차원 이동의 여파로 여전히 울렁거리는 배를 부여잡은 채로 실눈을 뜨고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코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다. 그의 앞에 있는 풀이 무성한 들판 너머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 몇몇이 서성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여자는 갈아 놓은 밭 위에서 손을 휘저으면서 성장 주문을 중얼거리고 있었고, 또 다른 여자는 진흙 구조물로 보이는 것에게 명령을 내려 쟁기를 끌어 밭을 갈게 했다.
그는 포장되지 않은 흙길을 따라 걷다가 음식 냄새에 이끌려 여관으로 들어갔다. 앉은뱅이 나무 탁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시선과 속삭이는 소리를 무시하면서, 루카는 나무로 된 카운터 앞에 앉았다.
"뭔가 찾는 거라도 있나, 이방인?" 풍성하게 말린 머리칼을 가진 둥글둥글한 여관 주인이 말을 걸었다.
"따뜻한 식사," 루카가 말했다. 여관주인은 뭔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향했다.
"그런 옷은 본 적이 없네," 루카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예상해 보자면, 이곳 출신이 아니겠군."
그는 몸을 돌렸다. 다른 마을 사람들처럼 거친 옷을 입은 키 큰 남자가 앉아 있던 테이블에서 일어나 걸어오고 있었다.
"맞아," 루카가 그에게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아닌 것 같군."
"이상한 옷차림을 하고 이방인처럼 행동하는 게 누군지 알아? 여기 같은 작은 마을에 와서 사람들을 모집하는 게? 오리크야," 그의 뒤에 있는 남자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전혀 친근하게 들리지 않았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아마도 그렇겠지. 아닐 수도 있고. 그럼, 당신은 어디 출신인 거지?"
루카는 이 목청 큰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앞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들려줘도 모를걸."
그는 그 남자가 입술 사이로 싯싯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여관주인은 아직 부엌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루카는 그가 돌아오기는 할 건지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좋아, 이 오리크 자식아, 이야기는 충분히 들은 것 같군. 우리는 이 마을에 참견하려는 녀석이나 평화를 해치려는 녀석들을 친절하게 대하지 않아. 여기가 제대로 된 도시였으면, 근처에 있고 바쁘지 않은 용 수호자에게 널 처리해 달라고 했겠지. 하지만 여긴 그저 작은 농촌 마을이야—그래서 우린 직접 이방인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배웠지."
루카는 그 남자가 주문을 발동하기 시작하자 마법이 밀려드는 것을 보았다기보단 느꼈다. 이 차원에 있는 놈들은 하나같이 망할 마법사들인 건가? 그는 몸을 돌린 뒤, 매끄러운 동작으로, 그 남자의 턱을 주먹으로 갈겼다. 남자는 맥없이 쓰러졌고, 한 손에 모여들고 있던 희미한 에너지는 흩어져 사라졌다. 루카가 숨을 고르기도 전에 다른 남자 한 명이 여관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고, 그가 내뻗은 한쪽 손에는 화염 덩어리가 떠 있었다. 루카는 몇 발짝 뒤로 물러섰지만, 그의 등 뒤에서 화염구가 날아와 코트에 부딪히면서 근처에 있는 창문을 깨며 그를 거리로 날려버렸다.
검게 그을린 가죽의 냄새가 그의 콧속을 가득 메웠고, 어깨의 불타는 듯한 통증이 그 냄새와 한데 뒤섞였다. 루카는 으르렁대며 마을 전체에 감각을 확장해 나약한 정신들을 가능한 한 찾아냈다. 그는 휘청이며 몸을 일으키면서 그것들을 호출했다.
화염구를 던진 남자는 여관에서 나와 다른 건장한 마을 사람 둘과 함께 서 있었다. "네 친구들은 어디 있지? 오리크 놈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닌다는 건 잘 알고 있어."
"오, 잠깐만 기다리면 금방 올 거야," 루카가 말했다.
남자는 손을 치켜올리고 다시 불덩어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 마무리를 하기도 전에, 개 한 마리가 허공을 가르고 뛰어올라, 날카로운 이빨을 번쩍이며 그의 팔뚝에 찔러넣었다. 남자는 비명을 질렀고, 불길은 개를 떨어뜨려 놓으려 애쓰는 동안 이리저리 흩뿌려졌다. 그는 간신히 팔에서 개를 떼어놓았지만, 곧바로 말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한쪽으로 비켜섰지만, 말은 루카의 분노에 이끌려 그들을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말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가, 말굽을 세차게 내려찍었다.
루카의 배고픔을 느끼면서 능글맞은 미소를 거뒀다. 그는 비틀거리면서 길을 따라 걸으면서, 그의 등 뒤에서 소리가 사그라들 때까지 무작정 짐승들의 싸움을 따라갔다.
릴리아나가 생각하기에는, 사람들은 보통 자발적으로 용의 소굴에 걸어 들어가지 않는다—그러는 경우에는 죽는 게 소원이거나 아주 날카로운 칼날을 가지고 있는 게 태반이었다. 그녀가 벨레드로스 위더블룸이 둥지를 만든 이리저리 얽혀 있는 덤불에 다가갔을 때, 그녀에게는 그 둘 중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는 대답을 들어야만 하는 질문들뿐이었다.
그녀는 낮게 늘어뜨려져 있는 가지를 한쪽으로 젖히면서, 가능한 큰 소음을 만들어내려 했다. 용에게 몰래 접근하는 것은 용을 만나는 것보다 더 안 좋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둥지는 텅 비어 나뭇잎들이 땅바닥에 납작하게 눌려 있는 공간이 넓게 퍼져 있을 뿐이었고, 릴리아나는 이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안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니콜 볼라스는 사라졌어. 내가 뭐 때문에 위축되어야 하지?
검은 잎이 달려 있는 나무들이 흙더미 위에서 마치 배심원들처럼 용의 소굴을 둘러싸고 있었다. 썩는 냄새가 신선한 흙의 냄새와 뒤엉켜 있었지만, 릴리아나는 벨레드로스가 방대한 비전 문서들을 수집해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양한 크기를 가진 여러 빛나는 구체들이 나무뿌리로 이루어진 구조물에 끼워진 채로, 축축한 공기로부터 그 안에 든 내용물을 지켜내고 있었다. 아마도 이곳의 책과 두루마리들에 그녀가 기디온을 되살려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었다. 릴리아나는 발 아래의 진흙에 빠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구체들 중 하나의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녀가 다섯 번째 구체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 하늘로부터 날개 소리가 들려 왔다. 릴리아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자신의 교수 제복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고, 그와 동시에 벨레드로스 위더블룸의 그림자가 그녀 위를 지나갔다.
벨레드로스는 상공에서 두 바퀴를 돈 뒤에야 지축을 울리는 진동과 함께 땅에 내려앉았다. 그녀는 으스스한 빛을 내며 밝게 빛나는 눈으로 릴리아나를 살펴보며 그녀의 검은 깃털이 나 있는 날개를 접었다. "타비아도 가끔은 혹독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를 상대하는 게 여기까지 오는 것만큼 힘들지는 않은가 보군, 교수."
"제게 필요한 건 국장님이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벨레드로스는 릴리아나가 보기엔 호기심이 서린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에테르 재병합에 대한 당신의 작업물을 몇 가지 찾아냈어요." 릴리아나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뾰족한 금속 조각을 꺼냈다. 그것은 그녀가 기디온과 관련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물건으로, 수랄의 칼날들 중 한 개의 칼끝이었다. "그러한 수단이 인간에게 작용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벨레드로스는 우르릉거리는 소리를 냈고, 그녀의 아래에 있는 땅이 그 소리에 진동했다. "이건 위험한 참견 같은 냄새가 나는군. 대답을 듣지 않는 게 좋은 질문도 있지."
"강의를 들으러 여기까지 온 건 아닙니다. 간단한 답이면 돼요."
"에테르와 관련된 것이면, 간단한 답이란 건 없어." 벨레드로스는 릴리아나를 지나 걸어가며, 분화구 안쪽의 더 후미진 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몸을 돌린 뒤, 꼬리를 그녀의 거대한 몸에 두르며 엎드렸다. "지금 하는 이야기는 생명의 정수와 관련되어 있어. 애완동물에게 명령을 내리는 이야기가 아니야. 부활—당신도 알겠지만, 사령술과는 다르게—은 끔찍하게 어렵네. 심지어 나라고 해도 말이야."
릴리아나는 턱을 내밀었다. "그렇다면 글레이드펠 교수님의 아이는 어떻게 된 거죠?"
용의 말이 없어졌고, 거대한 검은 눈 두 개는 끝을 알 수 없는 구멍처럼 보였다. "아니, 그건
"저는 세상 물정 모르는 학생이 아닙니다, 벨레드로스." 릴리아나는 손에 있는 기디온의 칼날의 차가움을 느끼며 용을 향해 걸어 나갔다. "당신이 보살펴줄 필요도, 당신이 보호해줄 필요도 없어요."
"아마도 아니겠지," 벨레드로스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호하려는 건 당신이 아니야."
"애초에, 인간들에 대해 당신이 무엇을 신경 쓰는 거죠? 제가 생각하기에 인간들은 당신에게 벌레보다 좀 더 나은 것들일 텐데요. 설립자들 중 그 누구도 이미 몇 년 동안 대학에 온 적이 없지 않습니까."
용은 고개를 돌린 뒤 그녀의 거대한 눈꺼풀을 닫았다.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는 일이라면 학장들이 아주 잘하고 있네. 용 수호자와 예언자들도 마찬가지고." 그녀는 희미하게 웃었고, 지면에 있는 썩어 가는 낙엽들과 뿌리 덮개들을 휘저었다. "고대인들마저도 자신들의 몫을 하고 있지."
릴리아나의 손톱이 그녀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용은 말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기디온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부탁드려요. 그가 제 죽음을 대신 가져갔어요. 그를 되살릴 수 있게 도와주세요."
벨레드로스는 한쪽 눈을 떠 그녀를 잠시 쳐다보았다. 분화구 가장자리의 벽 너머로부터 바람이 불어 들어와, 둥지를 둘러싸고 있는 검은 나무들을 휘저어 놓았다. 마침내,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난 못 하네."
손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통증이 릴리아나가 수랄 조각을 너무 세게 쥐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피가 흘러내리는 손바닥을 내려다보면서, 그녀의 감정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이 싸움은 단순한 의지의 힘만으로 그녀가 이길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릴리아나는 칼 조각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은 뒤 몸을 돌려 떠났다. 그녀가 분화구를 반쯤 올라갔을 때 벨레드로스가 말을 꺼냈다.
"때로는 고통을 참을 수 없는 경우도 있지. 하지만 마지막에는, 죽은 자들을 어떻게 기리느냐를 통해 산 자들을 어떻게 대하느냐를 볼 수 있다네."
릴리아나는 뒤돌아봤지만, 용은 여전히 분화구 한쪽에 몸을 웅크린 채로, 천천히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루카는 몸을 휘청이면서 깎아내린 듯한 절벽의 가장자리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 멀리 아래쪽에서는, 짧은 풀과 앙상한 나무들이 열심히 자신들의 생명을 붙잡고 있었다. 그의 배고픔은 점점 더 심해졌고, 흔들리는 발걸음을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뱃가죽이 등에 더욱 달라붙는 것 같았다. 그가 사냥을 해서 구한 소량의 음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몇 시간 전에는 물도 바닥이 났다.
절벽이 갑자기 느슨한 돌멩이들로 부스러지면서 그의 발밑에서 무너져내렸다. 발목이 뒤틀리는 것과 함께, 루카는 크게 울부짖었다. 그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무엇이라도 붙잡으려 손을 뻗었고, 날카롭고 평평한 돌에 그의 손가락이 걸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발을 이리저리 휘적여 가며 디딜 곳을 찾아 몸을 절벽 위로 끌어올렸고, 마침내 다시 돌 선반 위에 몸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면서 공기를 들이마시며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 동안 그곳에 누워 있었다.
그의 시선이 그를 구해준 바위에 쏠리자 죽음이 임박했다는 그의 생각이 사그라들었다. 그것은 공중에 떠 있었고, 그를 향해 있는 끝부분은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루카가 일어서자, 절벽 주변에 그런 기이한 바위들이 더 많이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 함께, 그것들은 마치 나머지가 절벽 그 안에 파묻혀 사라진 것 같은 반원형을 이루고 있었다.
작은 소리가 들려오자 루카는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긴장했지만, 다시 들려온 소리는 부드럽고 약한, 애처로운 소리처럼 들렸다.
루카가 그 소리를 따라가자 돌무더기가 그를 맞이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돌 한 개를 옆으로 치웠다. 황금빛 눈 한 쌍이 그 속에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생물은 빛에 눈이 부신 듯이 눈을 깜빡이면서 절박한 소리로 외쳤다. 루카가 나머지 돌들을 한쪽으로 치우자, 그는 그 동물의 회색 털가죽이 그녀의 등을 따라 나 있는 위장색 같은 반점을 덮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생물의 주둥이에는 긴 상처가 나 있었고, 그녀의 뾰족하고 끝부분이 검은 두 귀의 한쪽 일부분은 무언가에 의해 잘려 나가 있었다.
이제 자유로워진, 여우처럼 생긴 그 생물은 절뚝이면서 루카가 치워 둔 돌들 옆을 지나쳐 갔다. 그는 마침내 다리의 힘이 풀리면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어지러웠다. "그럼, 가려무나. 가."
그 여우는 루카의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과 함께 몸을 돌려 절벽의 커브를 달려 나갔다.
정신이 들었을 때, 그가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그녀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천천히 한쪽 눈을 떴다. 그녀는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쭈그리고 앉아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내 그녀의 두 눈이 그의 옆에 있는 땅을 흘낏 쳐다보았다.
루카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곳을 쳐다보았다. 딸기와 견과류들이 그의 다리 한편에 봉긋이 쌓여 있었다. "고마워."
여우가 네 발로 일어서며 긴장했다.
루카는 한 손을 치켜올리려고 했지만 이내 그러기를 멈췄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았고, 멀리서 해가 떠오르는 것과 함께 긴 침묵이 이어졌다. 마침내, 루카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대자의 감각을 내보냈다.
둘 사이의 연결이 정착되자 따뜻한 모피의 털이 그의 정신을 어루만졌다. 그가 이 점잖은 마법을 쓴 지는 꽤 오래되었다—하인이 아니라, 동료를 위한 것 말이다. 그는 자신이 이것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조차 깨닫지 못했었다.
릴리아나는 빈손인 채로 우뚝 솟은 금속 횃불의 한쪽 벽에서 몸을 일으켜 스트릭스헤이븐으로 되돌아갔다. 이 시점에 그녀는 며칠 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는 것이었다—며칠 동안 가르치지 않은 수업, 참석하지 않은 회의, 하지 않은 교수로서의 임무 같은 것들이 밀려 있을 터였다. 벨레드로스가 그녀를 돕지 않겠다고 거절한 뒤, 그녀는 고대인에 대한 소문을 쫓아 카에르둔의 폐허로 갔다. 그러나 그녀는 고대의 비밀을 잔뜩 가지고 있는 거대하고 신비로운 거인 같은 존재는 보지 못했다. 사실, 그녀는 거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전부 헛수고였다—그리고 이제 그녀는 다른 교수들로부터 질문 공세를 받아야 할 터였다. 아니면 더 심각하게, 발렌틴과 리세트 학장으로부터 질문이 쏟아질 터였다.
멀리서 동물의 새된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그 목을 졸린 듯한 울음소리는 앞쪽 어딘가, 길에서 벗어난 곳에서 들려왔지만, 릴리아나는 켜켜이 겹쳐 있는 무성한 나뭇잎들 너머를 볼 수 없었다. 그녀는 몸을 낮추고 덤불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길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터에, 일곱 명이 원형으로 둘러서 있었다. 그들이 내뻗은 손에서는 보랏빛 마법이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들의 가면 주위를 휘감고 있는 연기의 흔적도 똑같은 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릴리아나는 오래된 나무의 뒤틀린 줄기에 몸을 기댄 채로 오리크 요원들의 무리가 커다란 흰 수사슴을 에워싸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짐승은 메에 하고 울면서 몸을 뒤로 젖히더니, 발굽으로 요원들 중 한 명을 후려갈겼다. 한 사람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지만, 다른 사람들은 앞으로 밀고 나가 뒤에 놓여 있는 입구가 열려 있는 금속 상자에 그것을 밀어 넣으려 했다. 서서히, 수사슴은 상자 쪽으로 물러났고, 울음소리만이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이내 그 울음소리조차도 금속 상자의 문이 세차게 닫히며 더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릴리아나는 조용히 움직이지 않는 채로 그들이 붙잡은 사슴을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차에 싣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마차 바퀴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멀어지다가 사라졌다.
멀리, 루카는 숲 저편 어딘가에 있는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둥글게 말려 올라가며 피어오르는 것을 알아보았다. 다른 세계, 다른 차원이었다면, 안도를 느꼈을 터였다. 마침내 그의 머리를 눕힐 수 있는 편안한 곳을 마주할 수 있었을 테니. 토끼들의 정신을 조종해서 자기 목을 부러뜨리게 시키지 않고서도 멋진 음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을 테니. 하지만 그는 이곳 아르카비오스에서는 다른 곳에서 겪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의심을 받게 될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차원에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이라면,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증오했다. "스트릭스헤이븐 대학에 의해 금지된" 마법—그게 무슨 의미이든 간에—을 사용한 가면 쓴 마법사들인 오리크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침대 밑에 오리크 요원이 숨어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는 그에게 고향을 떠올리게 했다. 루카가 쿠드로 장군에게 자신의 유대자 마법을 처음으로 보여주었을 때 그가 보여주었던 표정도 그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공포가 지배하는 장소였다.
언성을 높인 소리가 들려오자 루카는 제정신을 차렸다. 그는 그 목소리를 따라 능선의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저 아래쪽에서, 그는 깔끔한 옷을 입은 한 여성이 가면을 쓰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신을 감싸 정체를 숨기고 있는 그들의 형체 주변으로 보랏빛의 희미한 연기가 춤추듯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모두가 후드를 뒤집어써 자신의 실루엣을 기이하고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 여성은 4대 1로 자신이 수적으로 불리하다는 사실 따위는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루카는 그녀의 로브에 자수로 새겨져 있는 양식화된 용의 형상을 알아보았다. 아, 질릴 정도로 들었던 용 수호자로군. 그 비늘 달린 늙은 파충류들을 위해 지금껏 연구해 온 정예 마법사들 말이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어," 여성이 말을 하고 있었다. "지금 바로 자수를 하고—"
가면을 쓴 인물들은 그녀가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한 명이 손을 내뻗었고, 보랏빛 에너지를 뚝뚝 흘리는 고리가 그녀를 향해 튀어 나갔다. 용 수호자는 힘들이지 않고 손목을 휙 저었다. 밝은 빛이 번쩍인 뒤, 갑자기 사악한 마법의 고리가 튕겨 나가며—
루카에게 정면으로 날아왔다.
그는 간신히 몸을 숙여 피했고, 주문은 끔찍한 소리를 쉭쉭 대며 그의 머리 위를 지나 오른쪽에 있는 나무를 맞췄다. 단숨에, 나뭇등걸이 시꺼매지며 마법이 닿은 부분부터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죽은 나뭇잎들이 조각나 공터 위로 쏟아졌고, 나무는 쓰러지며 아주 큰 쿵 소리를 냈다. 루카는 나무 꼭대기 부분이 둘로 갈라져 자신이 서 있던 곳에 떨어지기 직전에 그곳에서 뛰쳐나왔다.
죽을 수도 있었어. 그는 자신이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지를 정할 수 없었다—애초에 주문을 발동한 자여야 할지, 아니면 그걸 자신에게 쳐낸 사람이어야 할지 말이다. 그는 둘 모두로 하기로 결정했다.
루카는 자신의 감각을 숲속에 펼쳐내, 딸기 덤불을 파헤치고 있는 곰을 잡아챘다. 더 먼 곳에서, 그의 감각은 해질녘을 기다리며 졸고 있는 늑대들을 낚아채, 그것들을 흔들어 깨웠다. 더더욱 먼 곳에서, 그는 이미 공터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생물의 기이한 열정을 느꼈다. 그것은
한편, 오리크 요원들은 흩어져서 용 수호자를 둘러쌌다. 그들 중 한 명이 그녀를 향해 파직거리는 검은 불길로 만들어진 화염구를 던졌다. 그녀는 손짓만으로 그것이 허공에서 돌로 바뀌게 해서 아무런 해도 입히지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지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이 번쩍이는 은 같은 액체로 만들어진 뱀처럼 보이는 것을 불러냈다. 용 수호자는 짧은 말을 내뱉어 거대한 흙과 풀 무더기—그 머리는 놀랄 정도로 몽구스를 닮아 있었다—를 일으켜 세워, 땅에서 뛰어올라 그 비전 이무기를 덮치게 했다. 루카마저도 그녀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주문들에 얼마나 힘들이지 않고 대처하는지에 감탄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의 뒤에서, 늑대 한 마리가 사납게 이빨을 드러내고 수풀 속에서 뛰쳐나왔다. 이번에는 그녀가 거의 허를 찔린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늑대가 그녀의 목줄기에 닿기도 전에, 그녀는 그 늑대를 초록빛이 도는 거품 안에 가둬 버렸다. 그 늑대는 자신을 가둔 거품을 상대로 난동을 부렸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이 허공으로 떠오를 뿐이었다.
"소문이 사실이었군," 용 수호자가 몸을 돌려 능선 위에 서 있는 루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능력을 갖추고 있는 오리크가 있다고 들었지."
"마지막으로 얘기하지만, 난 그 망할 오리크가 아니라고!" 루카가 으르렁댔다.
마치 그의 주장을 관철시키기라도 하려는 듯이, 곰이 숲속에서 튀어나와 가면을 쓴 인물들을 덮쳤고, 그 거대하고 치명적인 발톱들을 휘둘러 그들을 이리저리 흩어놓았다. 그들 중 한 명이 도망치면서 어깨 너머로 마법을 쏘아냈고, 마법에 의해 한쪽 팔이 쪼그라들자 곰은 고통에 차 포효했다.
그 소리는 훨씬 덜 익숙한 소리와 합쳐졌다. 루카가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자, 좀 전에 연결되었던 기이한 생물이 수풀 속에서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것은 다리 여섯 개를 사용해 불쾌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공터를 활보했다. 그것의 머리 위에서는 빛이 나는 촉수들이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곧장 용 수호자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그녀도 적을 진지하게 상대하는 것 같았다. 루카는 그녀가 발을 단단히 딛고 선 뒤 신비한 자세로 그녀의 손을 뒤트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짧은 단어를 말했고, 그의 팔 만큼이나 두꺼운 뿌리가 지면으로부터 솟구쳐올라, 그 생물의 키틴질 다리들을 휘감았다. 나무뿌리가 그것의 사지를 부러뜨리며 지면으로 끌어당겼고, 그것은 축축한 흙이 그 벌레 같은 것을 덮으며 끔찍한 최후를 선사할 때까지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루카는 그 광경에 너무나도 사로잡혀서 나무뿌리가 자신의 발목으로 다가와 그를 흙 속에 허리춤까지 파묻기 전까지 전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양옆으로 몸을 움직이며 빠져나가 보려 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갈 뿐이었다. 용 수호자는 서두르지 않으며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왔다.
"쓸만한 재주였어. 하지만, 결국 너도 다른 오리크들과 마찬가지로 훈련되지 않은 얼치기 마법사일 뿐이야." 그녀는 그를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루카의 시야 가장자리에서 무엇인가가 흘낏 움직였다. 잠시 후, 용 수호자가 비명을 질렀다. 열기가 피어오르고 밝은 불길이 솟구치자, 그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돌렸다. 그가 되돌아보자, 움직이지 않는 용 의 몸 위에 서서 불붙은 꼬리를 흔들며 쓰러져 있는 상대의 냄새를 맡고 있는 익숙한 형상이 보였다. 충분히 만족한 뒤에, 그 여우처럼 생긴 동물은 몸을 돌려 자신의 큰 눈으로 다 안다는 듯이 루카를 쳐다보았다.
루카는 그 야수와 잠깐 시선을 마주친 뒤 공터를 둘러보았다. 오리크 요원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여기 없었다면, 그들은 1분도 버티지 못했을 터였다. 단련도 안 되어 있고, 전략도 없었다. 그저 무서운 복장을 한 무리였을 뿐.
루카는 몸을 일으켜 세운 뒤 근처에 있는 땅을 살펴보았다. 당연하지만, 오리크 요원들은 도망가려고 서두르는 과정에서 흔적을 남겼다. 그는 가면 쓴 마법사들이 남긴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전부 오리크라면, 나도 결국엔 그들 중 하나일지 몰라.
그가 그 흔적을 따라가려고 하기 직전에 어디에선가 들려온 부드러운 외침 소리가 그를 불러세웠다. 루카가 고개를 돌리자 그 여우처럼 생긴 생물이 공터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한쪽으로 갸우뚱했다.
루카는 몸을 돌려 졌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알겠어."
그는 눈을 감고 그의 정신을 뻗어냈다. 여우의 정신도 그에게 마중을 나왔고, 둘의 유대는 부드럽게 다시 제자리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루카는 그녀가 수호자에게 달려는 것을 보았을 때 느꼈던 안도감과 감사함을 스스로 되새겼다.
그가 눈을 뜨자 그 생물도 피가 묻은 주둥이 한쪽으로 혀를 빼문 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오리크가 남긴 흔적 중 하나로 종종걸음을 치며 걸어가 땅바닥의 냄새를 맡았다.
"좋아. 날 따라다닐 거라면, 네게 이름이라도 붙여 줘야 할 것 같네. 밀라는 어때?" 그는 그녀가 정신을 통해 즐거운 듯한 울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느꼈다. "그럼 알겠어. 밀라로 하자."
엑스투스는 숨을 참은 채로 희미하게 빛나는 붉은 액체를 얕은 그릇에 부어 넣었다. 그것은 소용돌이치며 반짝이는 물약으로 변했고, 기이한 거품들 안에 신비한 빛이 차오르면서 동굴의 벽에 기이한 그림자들을 드리우게 했다. 붉은색은 거의 하얗게 될 때까지 옅어졌다—그런 뒤 보라색이 혼합물 속으로 쏘아졌고, 물약의 빛은 점점 사그라들어 마침내는 어두운 색깔을 띠는 불활성 진흙 같은 것이 되었다. 그는 방 반대편으로 그릇을 집어 던졌고, 그릇은 벽에 맞아 산산조각이 나면서 실패한 물약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네 번째 실패였다.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이 그의 시선을 끌었고, 엑스투스는 동굴의 입구를 쳐다보았다. 그의 오리크 요원들 중 한 명이 그곳에 서 있었고, 사악한 마법이 가면 주위를 맴돌며 썩 기분이 좋지 않은 기억을 상기 시켜 주고 있었다.
"왜 거기에 그냥 서 있는 거지? 수사슴의 정수를 더 가져와!"
그 요원은 마치 실제로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펄쩍 뛰어올라 뒤로 물러나, 주 동굴로 이어지는 터널 속으로 몸을 감췄다.
혼자 남은 엑스투스는 작업대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채로 널브러져 있는 책들을 쳐다보았다. 쓸모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필요한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 책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시선이 탁자 근처를 서성이다가, 의식을 위한 다른 재료들이 그대로 놓여 있는 땅바닥으로 옮겨졌다. 마법사 사냥꾼의 다리는 여전히 그 다리를 붙잡은 채로 죽어 있는 오리크 요원의 손안에서 고정되어 있는 채였다. 소중한 도구들이었는데, 이토록 허무하게 희생되다니—그들의 모든 생명력을 마지막까지 쥐어짜 냈지만, 그럼에도 충분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의 뒤에서 방 안에 들어왔고, 엑스투스는 몸을 곧게 폈다. "필요한 나머지 물건들을 가지고 왔나?"
"좀 지연되고 있습니다. 용 수호자와 마주쳤습니다," 요원이 말했다.
가면 뒤에서, 엑스투스는 이를 갈았다. 그는 용 수호자에게 특별한 증오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 그 모든 자들 중에서, 그들이 최악이었다. 그것들은 아주 거만하고,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그는 그들의 그러한 자신감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 것인지를 그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용 수호자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있는 스트릭스헤이븐의 나머지 엘리트들에게도 말이다.
그는 하루도 그곳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는 여전히 예언자들의 전당을 거닐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동상이 세워져야 했던 장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바로 왼쪽에
얽힘이 있는 곳이었다.
엑스투스는 이제는 벽에 말라붙은 진흙 같은 물체를 쳐다보았다. 그에게 필요한 것이 더 강한 힘이라면, 학교 아래에 숨겨져 있는 서로 겹쳐진 힘의 얽힘을 사용하면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 분명했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였다. 고대의 에너지가 얽혀드는 교차점은 비블리오플렉스의 서고에 놓여 있는 먼지가 앉은 책 따위가 아니었다. 그곳은 스트릭스헤이븐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병력으로 지키고 있을 터였다. 자동기계들, 정령들, 교수들—그리고 용 수호자까지.
"다른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엑스투스는 요원이 하는 말에 사색에서 빠져나왔다. "누군가에게 방해를 받았습니다.."
요원은 그에게 숲의 짐승들을 불러서 자신의 말을 따르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던 남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요원이 말을 마치자, 엑스투스는 매우 흥미가 동했다.
"지금 그가 요원들을 따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요원이 말했다. "그를 제거하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 엑스투스가 헛기침을 했다. 그는 탁자 옆에 있는 시체들을 힐끗 본 뒤, 그 뒤로 드리워진 그림자 위로 시선을 옮겼다. 횃불이 바위 천장에 매달린 채로 휴면 상태에 들어가 있는 마법사 사냥꾼들의 단단한 외골격을 비추고 있었다. "오게 놔둬라."
가면 뒤에서, 엑스투스는 미소를 지었다.
릴리아나는 자신이 연구하고 있던 고서를 내려놓고 눈을 비볐다. 오늘 또한 연구에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하루였다. 그녀는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았고, 그중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스트릭스헤이븐에는 기디온을 되살릴 수 있는 책도 두루마리도 주문도 없었다. 게다가, 오리크가 움직이기 시작했기에, 더 긴급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었다. 다른 이들은 아무도 그들을 진지하게 상대하려는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책상 뒤에 있는 창문 밖을 힐끗 쳐다보았다. 저 멀리, 태양들이 지평선 너머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고 있었다. 새벽머리에 떠 있는 돌들이 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릴리아나는 별들의 아치를 쳐다보다가, 그것이 주 캠퍼스에 있는 건물들로 연결되는 곡선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기디온을 되살려낼 방법을 찾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비블리오플렉스에서 그 오리크 요원과 마주치지도 않았을 터였다. 릴리아나는 운명이라는 개념을 싫어했다. 그녀는 항상 그것이 다른 누군가가 그녀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그저 또 다른 무정한 주인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기디온은 올바른 시기에 올바른 장소에 있는다는 것을 끔찍히 믿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이번에는 그녀가 그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할지도 몰랐다.
아직 늦지 않았으면 좋겠네.
하지만, 그녀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마법사 학생들이 남는 시간에 캠퍼스를 누비며 서로에게 불꽃을 날린다고는 해도, 그들은 앞으로 다가올 일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도움이 필요했다. 그녀에게는 힘이 필요했다.
창 바깥에서 번쩍이는 황금빛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릴리아나는 몸을 앞으로 숙였다.
젊은 학생들 한 무리가 그녀의 사무실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 중 프리즈마리 제복의 어깨 위로 쏟아져 내려온 금발이 희미한 빛을 받아 반짝이는 한 명이 유독 눈에 띄었다. 로완 켄리스가 칼을 다리로 튕기는 과장된 동작으로 위더블룸 친구들의 주목을 끌면서 무리와 함께 산책로를 걸어가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릴리아나는 의자에 다시 앉았다. 아마도 내 교수로서의 역할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인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