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군단의 행진 | 에피소드 3: 어머니, 아들, 그리고 이야기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영겁의 시간 전에 우르자라는 이름을 가진 위대한 마법사가 있었다. 그는 아주 현명해서 다차원의 모든 마법사들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그에게 몰려들었다; 그는 너무 강력해서 그의 형제 미쉬라만이 그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미쉬라는 그를 몹시 싫어했고, 곧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 전쟁은 수십 년에 걸쳐 계속되었고 형용할 수 없이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설상가상으로, 그 전쟁은 비견되지 않을 악을 꽃피우게 해 주었다. 끔찍한 고통이 미쉬라의 군대 사이에 퍼졌다—그것은 지나가는 길에 있는 모든 것을 변화시킨 검은 기름이었다.
타미요는 이 이야기를 알았다. 이것은 단지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었다; 더 많은,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있었다. 수 년 전, 그녀는 모든 단어를 외웠다. 그 후, 우르자의 금속 후계자가 차원을 만드는 일에 착수한 것처럼, 그녀는 그것을 기록하는 일을 스스로에게 맡겼다. 기름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그 이야기가 자신의 정신에 스며들어, 그것을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무언가 위험한 것으로.
그녀는 그것을 봉인했었다.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인지.
토와시의 네온 하늘 위를 맴돌면서, 그녀는 두루마리를 손에 들었다. 기름이 그녀의 손가락에서 양피지 안으로 스며들었다. 머지 않아 어떤 글자도 읽을 수 없게 될 터였다—하지만 그녀와 같은 사람에게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이 이야기들을 더 잘 아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피렉시아인 백부장이 건물 지붕을 강타했다. 사람들은 개미처럼 건물로부터 흩어졌다. 아니—개미처럼은 아니다. 그것들은 단단한 등딱지로부터 힘을 얻고, 모든 일에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 살점과 필멸의 공포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결코 그렇게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아니, 그들이 건물에서 비명을 지르며 쏟아져나올 때,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본능과 육신 뿐이었다—그들의 존재 중에서 가장 거짓된 부분 말이다.
철제 고리가 두루마리를 묶고 있었다. 타미요는 그것을 벗겨냈다. 그것은 허공에서 곤두박질쳤고, 다른 많은 금속 덩어리들처럼 누군가의 머리 위에서 예상치 못한 왕관이 되었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마법사 우르자는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금속으로 후계자를 만들었다. 그는 그에게 카른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를 탄생시킨 것과 같은 창조의 불꽃이 카른의 가슴에서도 밝게 타올랐다. 카른 역시 창조해야만 했다. 대리석을 깎는 조각가처럼, 그는 자신의 세계를 형성했다. 그 일이 끝났을 때—생물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축복을 내렸으며, 기후를 조심스럽게 만들어냈고, 대지를 형성하고 다듬었다—그는 자신의 후임자로 멤나크를 임명해 그곳을 감독하게 했다.
토와시의 신령들은 그녀의 침입도 그녀의 동료들의 침입도 반기지 않았다. 가지들은 구부러지고, 증기는 힘줄을 그을렸으며, 나뭇잎들은 면도날처럼 베어냈다. 다른 이야기들은 그녀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더 미미한 이야기들이. 목적이 없는 이야기들, 그녀가 이제는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고 있는 영광과 미덕을 찬양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모든 역사, 모든 이야기, 모든 우화는 연합을 위한 것이거나 그에 반대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역사들을 버릴 수 있었다. 이것은 중요했다; 그녀는 그 이야기에 결말을 내려야 했다.
그녀의 눈이 두루마리를 훑어보자, 글자들이 빛나기 시작했다—심지어 검은 기름에 집어삼켜진 글자들마저도. 그녀가 한 음절 한 음절을 읽을 때마다 그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토와시의 고층 건물들을 흔들었다. 기차들은 부서져내리는 선로로부터 벗어나 땅 속으로 파고들었다. 대지는 이리저리 갈라지며 도시 안에 자신 말고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크레바스들을 만들었다. 강물이 쏟아져들어와 배와 어부들을 쓸어나갔다. 검은 줄기들이 물을 검게 물들였다. 아직 서 있는 건물들에 걸려 있는 종이 위에는 피렉시아의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이제는 오래 걸리지 않을 터였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후계자의 후계자인 멤나크는 복제품의 복제품이었다—그는 우르자의 희미한 이미지였다. 그것은 시인이 붓을 휘두르는 것처럼 손쉽게 휘두르는 할아버지의 힘을 갈망했다. 그것은 자신의 부모의 창조하는 능력을 갈망했다. 그것은 더 보기를 갈망했다. 몇 년에 걸쳐 그것은 이 차원으로부터 생명을 끌어내어, 그것들을 이 정원 안에 정착시켰고,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꽃은 피어났지만, 그것은 멤나크가 기대하던 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검은 기름으로 피어났다. 그것들의 숨막히는 뿌리는 살아 있는 온전한 것들을 감쌌다. 곧, 정원 전체가 기름 아래로 가라앉았다. 돌아온 후예는 그의 고향이 갈기갈기 찢어진 것을 발견했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더 있었다. 자신의 고향에서 쫓겨나 발밑에 짓밟고, 영혼이 몸에서 뜯겨져나갔으며, 몸은 어떤 방식으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한 사람들이 있었다. 오물들 사이에서 여왕이 일어나 백성들을 다스렸다. 영광스럽고, 끝이 없는 하나됨—전쟁이나 갈등이 없는 삶. 후예는 이 모든 것을 공포에 차 바라보았다.
타미요가 이 이야기를 썼을 때,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두려워했다. 그녀는 더 큰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이 가져다 주는 평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 그녀는 이 이야기를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거의 끝났고, 그녀는 계속해서 그 이야기를 말할 작정이었다.
한때 이 차원을 지탱하고 있던 나무인 보세이주가 터져나갔다. 술통에서 흘러내리는 포도주처럼, 갈라진 틈에서 기름이 흘러나와 목마른 대지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귀를 기울이는 모든 사람들의 귀에 거슬리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카미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쫓겨나 거리에서 흩어졌다. 어떤 카미는 창 끝에서 종말을 맞이하고, 어떤 카미는 자신이 낚은 것과 합쳐저 완성된 어부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겼지만, 그 결과는 항상 같았다: 카미는 고운 안개가 되어 녹아내렸다. 거리 전체가 죽은 카미의 안개에 삼켜질 때까지, 검게 그을린 흙으로부터, 녹아내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다리로부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녀의 내면 아득한 구석에는 이 모든 것을 보며 비명을 지르는 부분이 있었다. 작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울렸고, 그녀의 손끝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두렵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것이 카미가와에게 옳은 일이었다. 수세기에 걸친 전쟁 후에, 그들은 평화를 얻지 않은 것인가? 이것은 그저 완전해지기 위한 또다른 단계가 아닌 것인가?
두루마리 자체가 타미요의 손 안에서 기름이 되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뚝뚝 떨어져내렸다.
이것이 이야기가 끝나는 방식이고, 이야기는 언제나 이렇게 끝나 왔다: 피렉시아의 승리와 함께.
딱지는 너무 긁으면 흉터로 변한다. 상처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흉터를 남긴다.
카미가와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라브니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라브니카에는 그곳을 안전하게 지켜 줄 플레인즈워커들이 많았다. 우선은 그것의 테요의 전부였다—그리고 랄은 한동안 대책을 구상해 왔었다.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들은 적어도 한동안은 그곳에서 생겨나는 일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카야와 브라스카는 제이스가 다른 차원들을 조율하는 동안 라브니카를 제압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그들은 그들 없이 해내야 했다. 카이토는 그녀에게 카미가와의 출혈을 막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그들이 그런 일을 겪은 후, 도와주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었다.
심지어 그녀에게도 걱정해야 할 자신만의 상처가 있다고 해도 말이다.
카야는 그 상처가 얼마나 오래 갈 지를 확신하지 못했다. 이것이 사후 세계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변화시키는 종류의 기억인 것인가? 그렇다면, 그녀는 절망적으로 패배한 것이었다. 뉴 피렉시아를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빴다. 하지만 침략의 한복판에 있는 것은—뉴 피렉시아가 차원의 사지를 찢는 것을 보는 것은? 상처를 받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그 광경에 무감각해지는 것이었다.
모두를 구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땅은 구덩이가 패이는 백인대장들의 발자국으로 뒤흔들렸다. 으르렁거리는 기계 사냥개들이 거리를 배회했고, 일부는 뼈로 만들어진 격자 안에 사람들을 가둬 두고 있었다. 수백 년의 역사가 한순간에 증발했다—수백 개의 잠재적인 미래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그것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도, 어떻게 이 모든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또는 어째서 그녀가 관문수호대를 규합해야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씁쓸해할 시간도, 무엇이 잘못될 수도 있을 지를 고려해볼 시간도 없었다. 사람들이 쓰러져 가고 있었다. 차원 이동을 한 뒤에 배가 뒤틀리는 일에 적응할 시간도 없었다—움직임만이, 행동만이 있었다.
그녀는 행동해야만 했다.
카야는 달렸다. 그녀는 한 번 뛰어올라 갈라지기 시작하는 발코니 위에 내려앉았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뛰어올라 그 너머에 있는 비틀거리는 바닥에 착지했다. 잠시 후 공포가 밀려들었다; 화초, 흩어진 옷, 그리고 엉망이 된 부엌은 그녀의 최악의 공포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이곳은 주거용 건물이었다. 다행히 대부분의 주민은 탈출한 것처럼 보였다. 반쯤 먹다 만 국수 그릇이 최소한 이 방에 있던 사람들은 그렇게 했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계속되는 혼돈 속에 가려진 비명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 왔다. 카야는 잡동사니와 기억들이 걸려 있는 벽들을 통과하면서 이 모든 것들이 오늘이 지난 뒤 어떻게 사라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한 어린 소년과 그의 개가 반대편 구석에서 떨고 있었다. 쓰러진 지지대가 그들 둘을 제자리에 가둬 두고 있었다. 개가 비집고 지나갈 정도의 공간은 있었지만, 소년에게는 훨씬 더 어려운 일일 터였다.
카야는 그들을 두고 갈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출구 계획이랄 것이 없었고, 그들이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들을 어떻게든 꺼낼 수는 있을 터였다. 결국, 그것은 이 침략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알아내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쓰러진 지지대를 통과하는 것은 충분히 쉬웠다. 보통, 소년을 페이징해 그가 있는 자리에서 이동시키는 일은 힘든 일일 터였다—하지만 그녀가 그를 돕고 싶어하는 만큼 그가 그곳을 벗어나고자 할 때에는 그 일이 훨씬 쉬웠다. 그녀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가 손을 잡자, 그녀는 그를 잡아당겨 쓰러진 기둥을 통과시켰다. 소년은 씩 웃었다—그리고 개가 틈을 비집고 그들을 뒤따라 나왔다.
"어떻게 내려가죠?" 그가 물었다.
그의 앞에 놓여 있는 광경을 고려해 본다면 좋은 질문이었다: 건물의 한쪽 측면이 통째로 뜯겨나가 있었다. 토와시가—아니면 그곳에 남아 있는 잔해가 흐릿하게 보였다. 바닥과 가구들이 땅으로 굴러떨어지고 있었고 지면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카야는 그 매캐하고 기름진 연기에 대해 너무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거리는 침략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과 그것을 더 밀어붙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공격자들의 입과 눈에서는 검은 기름이 스며나왔고 모든 표면에서는 피렉시아의 사악한 기호가 빛났다. 더 나쁘게도, 몇 분마다 우레와 같은 폭발음이 차원을 다시금 흔들면서, 뼈투성이인 채로 빛나는 노른의 나뭇가지들의 공격을 예고했다.
카야가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아이였다면, 그녀 또한 똑같은 질문을 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어른이었다. 그녀가 해야 하는 일은 답이 없는 곳에서 답을 찾는 것이었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뛸 거야," 그녀가 말했다. 소년은 개를 자신의 셔츠 안으로 집어넣었다. "너는 잘 뛰니?"
"아주요," 소년이 말했다.
그녀는 소년의 말이 맞기를 바랬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고, 둘은 남아 있는 층의 가장자리로 다가갔다. 앞쪽에는 발코니의 잔해가 흔들리고 있었다—그들이 그곳에 올라탈 수 있다면, 빗물 파이프를 타고 내려가 안전한 곳에 다다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셋에 가자," 그녀가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셋!
둘은 동시에 뛰어올랐고, 카야는 소년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착지하자마자, 발코니가 무너져내렸다.
카야와 소년, 그리고 개는 곤두박질쳤다.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상황에는 많은 생각이 난다. 다른 누군가를 구해야 할 책임이 있을 때에는 그것보단 적게 난다. 카야는 빠르게 생각했다. 그녀가 떨어지는 속도를 늦출 수만 있다면 그 소년을 구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게 우선순위여야 했다. 소년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자, 그녀는 그를 가슴에 끌어안았다.
그녀는 두 눈을 감았다.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을 다시 밀어올려, 그들의 낙하를 늦췄다. 그들이 땅에 떨어지기 몆 초 전에, 대신 그들은 그 위를 맴돌았다. 그들을 붙들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둘은 그것에 붙잡힌 채로 몸을 떨고 있었다. 피렉시아인인가?
"다음에는 좀 덜 무모하게 굴라고."
카이토였다.
카야가 눈을 뜨자 그가 보였다. 그의 염동력이 그들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고,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인간 크기의 물체를 하나도 아니고 세 개나 다루는 일은 그의 힘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틀림없었다. 피, 기름, 그리고 흙이 그의 매끄러운 갑옷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이 먼저 움직여, 땅 위로 뛰어내렸다. 근처에 있는 여성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그는 곧장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의 셔츠 안에서 들려온 개가 짖는 소리가 그녀에게 개도 안전하다고 알려 주었다.
카야는 일어섰다. 그녀는 엄지로 코끝을 퉁겼다. "고마워," 그녀가 말했다. "네가 아니었으면 끝났을 뻔 했어."
그는 그 말을 굳이 고치지 않았고, 그녀는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다.
"빠르게 움직여야 해. 보세이주 구역이 그들의 주 목표야. 그곳 전체가, 나무가
카이토는 말끝을 흐렸지만, 카야는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토와시 위로 드리워진 나무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그 몸통에서는 탁한 폭포수가 쏟아져나왔다.
"저건
"맞아," 카이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저건 타미요가 한 짓이야. 두루마리를 열었지. 너도 그녀가 보일 거야." 카이토는 도시 높이 보세이주의 울부짖는 나뭇가지 근처에 떠 있는 타미요를 가리켰다. "그녀는 여전히 그것들을 읽고 있어. 그녀를 해치우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상황은 더 악화될 거야."
젠장—그들은 친구를 해치우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카야가 암살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었다. 하필이면 타미요라니. "우리 둘 다 이 일에 필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잖아. 내가 할까, 아니면 네가 처리할래?"
"이건 개인적인 일이야," 카이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카미들은 우리만큼이나 싸우고 싶어할 거야—싸울 수 있는 것들은 말이지. 그들이 오게 설득할 수 있는지 알아봐."
"도움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방랑자는 어디에 있지?"
카야는 한 방 먹이려고 한 말이 아니었지만, 카이토는 그렇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의 입술 한 귀퉁이가 씰룩거렸다.
"올 거야," 카이토가 말했다.
"그 말은 여기에 없다는 거야?"
"여기에 올 거야," 그가 말했다. "조금만 믿어 봐."
그들의 사방에서 카미가와가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는 믿어 보라고 말했다. 질 나쁜 농담 같지 않은가?
아니면 계속해서 긁고 있는 딱지이거나.
타미요는 그들 위에 떠 있었다. 아니면 한때는 타미요였던 무언가가. 그녀는 그들을 내려다보지도 않았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으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신경쓰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카이토가 오타와라에서 만났던 여성과는 180도 다른 존재였다.
그는 기름처럼 매끈한 나무껍질을 살펴보았다. 그가 전에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든간에, 이 일은 그 자신 이상의 것이었다. 카이토는 나무껍질에 발을 디뎠다. 그가 세 발짝 정도 올라갔을 때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그-그녀와 싸우려고 올라가는 건가요?"
그 목소리는 작고 소심했다. 그는 그 소리를 무시하고 싶어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곳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아이가 있다면, 빨리 다른 곳으로 도망쳐야 했다. "맞아. 자리를 뜨는 게 좋을 거야."
"그렇겐 못 해요," 목소리가 말했다. 그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어린이의 모습이 보였다: 얼룩덜룩한 금속 갑옷을 입고 집에서 만든 헬멧을 써서 얼굴을 가린 작은 네즈미였다. 잡동사니를 긁어모아 그것들을 만든 것임이 틀림없었다. 잠깐만
"나시?" 그가 물었다.
당연히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토는 나무에서 내려섰다. "여기에 있지 않는 게 좋아," 그가 말했다. "상황이 나빠질 거야."
"하지만 당신은 엄마를 해치진 않을 거죠, 그렇죠?" 나시는 손을 휘적거리며 물었다. "엄마는 달라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엄마에요. 제 생각에 엄마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은 것 같아요—아마도 제가 엄마와 이야기해 보면
카이토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생각엔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구나."
"시도는 해 보게 해 주세요," 나시가 말했다. 그는 자신의 키를 한껏 끌어올려 일어섰다—그래도 그리 크지는 않았다.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도우러 여기까지 왔어요. 엄마는 그게 영웅들이 하는 일이라고 하셨죠. 당신이 엄마가 저를 볼 수 있는 데까지 올려줄 수 있으면, 엄마는 제 말을 들을 게 분명해요. 엄마가 누구든 간에, 엄마는 항상 저를 사랑할 테니까요. 엄마가 약속했어요."
카이토의 가슴이 옥죄어들었다. 그는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저 위에 있는 사람이 에이코였다면? 카이토는 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를 되찾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터라는 것만큼은 알고 있었다. 비록 그녀를 되찾는 것이 가능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타미요는 그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이 계획을 시도해 보는 것이었다.
"좋아," 카이토가 말했다. "네 나무타기 실력은 어떻지?"
"그럭저럭이요," 나시가 말했다. "나무에 온통 이런 게
"만지지 마," 카이토가 말했다. 그는 허리띠에서 추진기를 꺼냈다. 나시는 그리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을 터였다. 그렇지 않은가? 카이토는 추진기를 나시의 배낭에 고정시킨 뒤 그것을 켰다. 부드럽게 웅웅거리는 소리가 나며 그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고 싶은 방향으로 걸어가. 좀 느리긴 하지만, 따라올 수 있을 거야.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그게 널 보호해 줄 거야. 그 후에는 누르지 마, 아래로 떨어지게 되니까."
나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토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공포감을 떨쳐냈다.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그는 나시에게 떠나라고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었고, 이 모든 것을 돌파할 방법이 있을 지도 몰랐다. 이상한 일들이 생겨 왔으니 말이다. 그들은 시도해 보아야 했다.
보세이주는 오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위에서 그들에게 쏟아져내리는 기름과 아래에서 펼쳐지는 혼돈 사이에서, 편한 등반 루트는 매우 적었다. 보통은 몇몇 카미들이 사는 땅 위로 낮게 드리워진 가지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쪼개져 있었다. 그들이 올라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가지는 훨씬 더 높은 곳에 있었고, 그조차도 절반 정도만 안정적이었다. 그들이 마침내 그곳에 올라탔을 때 공기는 차갑고 희박했다; 훈련을 받지 않았더라면, 카이토는 어지럼증을 느꼈을 터였다.
나시는 그렇게 운이 좋지 않았다. 그의 앞발이 나무껍질에 닿았을 때, 그는 배를 움켜쥐고 크게 휘청였다. 카이토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는 타미요가 아직도 떠 있는 앞쪽을 가리켰다. "쉬어야 하면 잠시 쉬어, 하지만 그녀가 저기에 있어. 아직 우리를 눈치채지는 않았어."
나시는 천천히 호흡을 두 번 들이마셨다 내뱉었다. 카이토는 그와 함께 숨을 쉬었다; 때때로 이런 종류의 일은 같이 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좋아요. 준비됐어요," 나시가 말했다.
카이토는 소년의 말이 맞기를 바랬다. 일이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 그는 칼을 뽑아들었다. 뒤는 내가 맡을게."
불안정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나시는 나뭇가지 끝으로 나아갔다. 카이토는 한두 발짝 뒤에서 쫓아갔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귀에 두방망이질쳤다. 타미요의 안에 무언가가 남아있어야만 했다. 그녀의 안에 있는 무언가가 기억해낼 터였다, 그렇지 않은가?
"엄마?"
타미요의 머리가 그녀의 목 주위를 완전히 한 바퀴 돌았다. 그들을 쳐다보는 눈은 카이토가 한때 알고 있던 친절하고 호기심 많은 눈이 아니었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무언가였다—검은 테두리를 그리면서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그녀가 어떤 것이 되었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타미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주위를 두루마리들이 휘감았다; 빛이 그녀의 날카로운 발톱 끝을 비췄다.
"저에요, 나시. 저 기억하시죠, 그렇죠?" 그가 물었다. "어-엄마는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는 그냥 실수를 한 거에요. 하지만 전 누군가가 엄마가 이렇게 하게 만들고 있단 걸 알아요. 전 그저 엄마가 기-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사라진 왕자들에 대한 이야기처럼요." 나시는 말을 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심하게 몸을 떨었다.
"나시," 타미요가 말했다. "여기서 뭘 하는 거니
카이토는 손을 뻗어 작은 네즈미를 진정시켰다.
그러자 타미요의 나머지 육체가 빙글 돌며 그녀의 머리와 맞춰졌고, 이내 그녀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타미요의 주위를 떠돌고 있는 두루마리의 궤도로부터 그들을 향해 금속 파편이 쏘아져 날아왔다. 카이토의 오랜 시간 동안 갈고닦은 본능이 그를 살렸다: 그는 교관들이 그에게 던졌던 돌을 모두 피해버린 것과 같은 방식으로 염동력을 사용해 파편들을 피해냈다. 금속이 쨍그랑대는 소리가 그의 귀에 울렸다.
"난 네가 나와 함께하는 것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나시," 타미요가 말했다. 카이토의 귀에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잘못되어 있었다—마치 뒤틀린 매미의 울음소리처럼 말이다. "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워할 뿐이다. 두려워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뉴 피렉시아의 빛 안에서, 모든 것은 하나다."
카이토는 나시 앞으로 걸어나왔다. "나무 쪽으로 돌아가."
"엄마를 두고 갈 수는—"
"이건 네 어머니가 아냐," 카이토가 말했다. "가, 어서!" 카이토는 나시를 뒤로 밀어냈다. 일이 폭력적으로 변하게 된다면, 그는 나시가 그것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카이토가 나시를 밀치자마자 타미요가 그를 향해 내려왔다. 타미요는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이야기꾼이자, 수사관이자, 자신의 가족에게 헌신적인 여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피렉시아가 그녀를 바꿔 놓았다. 그 호기심 많던 이야기꾼을 잔인한 대변자로 뒤틀어 놓았다. 기름이 흘러내리는 저 눈 뒤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타미요의 발톱이 허공을 갈랐고, 뒤이어 무기화된 두루마리들이 카이토의 목과 팔을 움켜쥐면서 그를 구속하고 제압하려 위협했다. 카이토는 금속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종이들을 잘라냈다—하지만 이 매끄러운 나뭇가지는 그가 발을 디디기에 위험했다. 그는 발을 헛디뎠다. 그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타미요의 발톱이 그의 갑옷을 긁으며 불꽃을 일으켰다. 그의 발이 조금만 미끄러져도 그 발톱들이 그의 목으로 파고들 터였다. 그는 갑옷에만 생채기가 난 채로 어떻게든 자세를 회복할 수 있었다.
카이토는 칼을 몸 앞으로 내밀었다.
타미요는 눈을 전혀 깜빡이지 않으면서 그를 쏘아보았다. "이것은 무의미한 싸움이다."
"네게는 그럴 수도 있겠지," 카이토가 말했다. "네가 이길 방법은 전혀 없어."
타미요는 손짓도 하지 않고 그에게 파편 다섯 개를 더 날려보냈고, 카이토는 네 개를 막아냈다. 다섯 번째가 그의 뺨을 긁고 지나갔다.
"불쌍하구나," 타미요가 말했다. "외로움을 지키려 평화에 맞서 싸우다니. 너는 네 자신의 깨달음을 막아서고 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너는 너를 환영하려고 하는 부모와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녀의 이런 말을 듣고 그는 눈물을 흘렸다. 카이토는 나시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기를 바랬다. 또한, 그는 자신이 앞으로 달려나갈 때 나시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기를 바랬다. 타미요는 몸을 뒤로 젖히며 반격했다—두루마리가 그의 다리를 감쌌다. 그는 체중을 이동하면서 두루마리를 잘라내려 했다.
타미요는 잡아당겼다.
카이토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몸이 뒤집혀, 토와시의 하늘 높은 곳에 매달렸다. 불타는 도시의 연기가 그의 눈을 찔렀다. 어떻게든, 그는 칼을 계속 쥐고 있었다.
"네게 항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카이토. 피렉시아는 네가 항상 원했던 삶을 줄 수 있다. 고향으로 돌아와라. 내가 내 가족을 환영하게 해 다오."
피가 그의 머리로 솟구쳤다. 생각해야 했다. 붙잡힌 곳을 잘라낸다면, 그는 추락할 것임이 분명했다. 아마 무언가를 붙잡을 수 있을 수도, 그러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것보다 나은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삶이 좋다구," 그가 말했다.
카이토는 잘라냈다.
그는 추락했다. 충격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아래에서 뭔가 시원하고 부드러운 것을 느꼈다. 무언가
그 목소리. 그가 눈을 뜨기도 전에 그에게서 미소가 떠올랐다—황제였다. 그녀는 칼을 한쪽으로 내뻗은 채로, 옷깃이 스치는 소리도 내지 않으면서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았다. 이는 그가 영혼이 황제에게 결속되어 있는 채로 카미가와를 수호하는 신령인 다이의 위에 내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걸로 비겼다고 할까?" 카야의 목소리가 카이토에게 그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녀는 그의 바로 옆에 있었고, 그들 둘은 함께 쿄다이에 올라타 있었다.
"현재로서는," 카이토가 말했다. "올 거라고 했잖아."
쿄다이가 다시 타미요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이제 나뭇가지와 같은 높이에 있었다. 그의 눈은 타미요와 맞서고 있는 황제에게 향해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럽고 우아했다—카이토를 괴롭혔던 매끄러움은 황제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의 앞에 있는 괴물을 대할 때, 그녀가 처음 인사했을 때 보였던 유쾌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곳이 진정으로 싸움을 위한 장소인가, 타미요?" 황제가 물었다.
"너는 너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해야 한다," 타미요가 대답했다.
무수한 파편들이 그녀를 향해 날아갔고, 각각은 황제의 칼날 앞에 단숨에 두 동강이 났다. 황제가 그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타미요는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시 바로 옆에 멈춰섰다.
타미요의 손이 나시의 머리 위에 놓였다.
카이토는 배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 그는 눈을 돌려야 할 지를 고민했다. 대신, 그는 힘을 쥐어짜내 소리쳤다. "나시, 뒤로 돌아!"
타미요는 쇠띠로 묶인 채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두루마리에 손을 뻗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쇠띠를 풀었다. 비단으로 만들어진 종이가 펼쳐졌다.
"쿄다이!" 황제가 소리쳤다.
그들의 아래에 있는 거대한 카미가 그녀의 옆으로 날아갔다. 황제가 그녀의 칼을 동료 쪽으로 겨누자 쿄다이가 그 위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하얀 빛이 칼날에 서렸다; 문자들이 그녀의 주변에 있는 허공을 떠다녔다. 쿄다이의 힘이 황제를 통해 흐르게 된 것이다.
타미요의 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무슨 일이 일어날 지를 이해한 나시는 몸을 돌렸다.
하얀 빛의 섬광, 칼날이 칼집에서 빠져나오는 소리, 멀리서 들려 오는 강풍의 휘파람 소리.
타미요는 쓰러졌다.
카이토는 순식간에 일어섰다. 나시는 이제 혼자서 저 위에 있었다—그에게는 동료가 필요할 터였다. 카이토가 거리를 좁혔을 때 즈음, 그곳에서는 방랑자가 그들을 맞이했다. 카이토는 나시를 꼭 끌어안았다.
"그건 엄마가 아니었어요," 나시가 되새겼다. "그건 엄마가—엄마는 왜 그렇게—왜 안 했던 걸까요
쉬운 답은 없었다—카이토가 말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는 목에 돌멩이가 가득 찬 것처럼 말을 할 수 없었다.
황제는 슬픔에 차 고개를 숙였다. "네 어머니는 네 기억과 네가 어머니에 대해 전하는 이야기들에 의해 계속 살아가실 게다."
그것은 현명한 조언이었지만, 고통의 한복판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시의 흐느낌은 더 커져가기만 할 뿐이었다. 카이토는 그를 탓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손이 그의 어깨 위에 얹어졌고, 그 손은 이상하게 가볍고 차가웠다. 카야는 눈물겨운 재회를 할 것 같은 인물이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아마도 그들이 뉴 피렉시아에서 본 광경 이후로 그녀의 생각이 조금은 바뀐 것 같았다. 지금은 어떤 위로도 환영할 만했다. 심지어 쿄다이도 그들을 모두 감쌌다. 잠시나마 그것은 그들이 이 차원을 하나로 붙잡아두려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이 어린 소년의 경우에는, 그 말이 맞을 터였다.
나시의 어머니가 나시를 부르자 잠시동안의 평화가 막을 내렸다.
타미요의 목소리는 황제가 내려친 쇠뭉치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들 사이에서 들려 오고 있었다. 그것은 차가운 피렉시아인의 속삭임이 아니라 따뜻하고 친숙한, 그녀의 옛 모습의 어조였다.
"나시야, 미안하구나."
카이토는 자신의 몸으로 나시를 가렸다. 그들의 앞에는 이상한 존재가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찬 떠다니는 문자들이 여성의 윤곽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천천히 깜빡였다. 다음에 그들이 타미요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중심부에 있는 불빛이 더욱 밝게 빛났다. 문자들은 그가 그것들을 살펴봄에 따라 나타나고 사라지며 깜빡였다. 토와시를 비추는 네온들은 온갖 속임수를 다 쓸 수 있었지만, 이것은 무언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이 움직이는 방식은 무작위라고 하기에는 너무 의도적이었고, 인공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불완전했다. 안쪽에서 빛나는 빛은 토와시의 그 어떤 기술적인 경이로움보다도 카미를 더 떠올리게 해 주었다.
"당신이 나를 경계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제게 악의는 없습니다," 타미요가 말했다.
"넌 뭐자?" 카이토가 물었다.
"유령은 아니야, 확실해," 카야가 외쳤다—그녀는 나뭇가지의 끝 부분에 있었다. "원하는 게 뭐야?"
윤곽은 그들 각각에게 한 차례씩 몸을 돌린 뒤,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타미요가 남긴 것입니다—끝나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지요. 그녀의 기억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수 년 전,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예상해 저를 창조했고, 제가 필요해질 때까지 두루마리 안에 저를 봉인해 쇠띠로 감아 두었습니다. 타미요의 기억이—그녀의 이야기가—잠시 멈췄다. "저는 제가 필요할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네가 피렉시아인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카이토가 말을 꺼냈다.
하지만 나시는 이미 그에게서 벗어나, 그 기이한 문자들의 집합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가 그것들과 만났을 때, 그것들은 그의 품 안으로 모여들었다.
카이토는 소년을 향해 다가가려 했지만, 황제가 그에게 손짓을 하며 제지했다. 황제는 몸을 돌렸다—시체를 향해, 카미가와를 향해, 밤의 폐허를 향해서. "그녀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네."
"그걸 어떻게 알아?" 카이토가 물었다. "이게 또다른 피렉시아의 계략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지?"
"자세히 보고 있지 않았나? 내가 내려치기 전에, 타미요가 무언가 말을 했지."
"나도 봤어, 하지만 그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거잖아. 난 그녀가 욕설을 내뱉으려고 한다고 생각했지."
"아니었네," 방랑자가 말했다. "그녀가 내게 날린 파편들은 너무 사방팔방이어서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지—눈치채지 못한 겐가?" 그녀는 쿄다이의 수많은 가면들 중 하나에 손을 얹었고, 카미도 그녀의 손을 만졌다. 이런 전쟁터에서 어렵게 얻어낸, 부드러운 순간이었다. "타미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요청을 하고 있었네."
카이토는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보았다. 나시는 여전히 문자들에게—끝나지 않는 이야기에게—둘러싸여 있었다. 그것은 깨끗한 승리도, 아주 좋은 승리도 아니었다. 카이토는 보세이주의 상처 입은 숲 지붕 아래에서 불타고 있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터였다.
멀리서 그는 이상한 연기 사이로 움직이는 형체들을 보았다—거대한 기계들이 큰 가시를 향해 육중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제국군이 피렉시아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얼마나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타미요는 쓰러졌다—하지만 나시는 살았다.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면, 그는 이를 납득할 수 있었다.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오래 전 옛날 다차원의 모든 차원들을 삼켜버리겠다고 위협하는 거대한 악이 있었다. 무감각하고 무관심하게, 그것은 자신이 마주친 사람들의 심장들을 감염시켰다.
그것에 맞서 싸운 사람이 있었다.
하얀 옷을 입은 수호자가 있었다.